한국인의 철학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편집부 지음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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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도덕, 윤리 교사들이 약 6천여 명입니다. 이분들 가운데에는 도덕과 윤리를 철학적 접근을 통해 진지하게 교육시키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드물지요. 교과 내용 또한 사회과학 중심의 국가주의적 내용들입니다. 도덕이나 윤리가 철학을 모 학문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현실 정치를 지향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고교 철학을 반대하는 분들은'철학을 가르쳐 무얼 하자는 말이냐'고 하지요. 그러나 적어도 학생들이 자아정체성을 찾도록 철학적 문제와 철학적 성찰의 샘플을 보여주고, '나는 누구냐' 하는 생각을 하게는 해주어야 합니다. 철학적 성찰이 가미되지 않은 윤리 수업은 그래서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딜레마죠.(손동현)-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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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4 - 세계화 시대의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사 산책 1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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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이 한창 사회의 불합리와 지식인의 모순된 행동 등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던 90년대 후반 이후, 그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더이상 거친 글을 쓰지 않았고, 누군가를 향해 실명 비판을 하지도 않았다. 많이 지쳤구나 생각했고, 글을 쓸수록 적을 더 늘리면서 외로움도 많이 느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비판 활동은 현저히 줄었지만, 집필 활동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창에 '강준만'이라는 세 음절을 치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나오고, 그 중 2000년대에 낸 책들도 상당수다. 그는, 비판을 줄인 대신, 한국의 생활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강준만 2기 체제인 셈. 

  이미 수많은 축구, 목욕, 전화, 성형 등등에 관해 많은 글을 썼고, 그 중 일부를 책으로 엮었다. 한국의 생활사를 쓰면서 함께 작업한 것이 미국사다. 한국은 한편으로는 일본을, 한편으로는 미국을 따라가고 있고, 일본과 미국의 현재를 보면 한국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국가로 남을 것이고,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 문화, 기업 등의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미국사 산책 14권의 주제는 '세계화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세계화, 문명의 충돌, 어플루엔자,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신자유주의 등을 크게 다루고 있고, 각각의 주제에 부합하는 재미난 일화로 구성하였다. 아무래도 사건의 내역이 밝혀지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서 구체적인 행위와 그의 성기의 독특한 모양새 등이 적나라하게 언론에 오르면서 이것은 흡사 한 편의 포르노가 되었다. 미국 언론의 기사는 매우 건조하고 딱딱하나, 세밀한 동작과 모양새까지 써내려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클린턴의 여자관계가 모니카 르윈스키와 폴라 존스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 그는 학창 시절부터 결혼 이후, 주지사 시절에도 여자 문제로 끊임없이 그의 아내 힐러리를 고통스럽게 했다. 아내와 자다가도 밤에 몰래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 섹스하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했고, 힐러리는 이같은 일이 수차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살았다. 힐러리 또한 정치적 야심이 있기 때문. 뉴욕 포스트에 의하면 클린턴이 '섭렵'한 여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인종이나 노소는 물론, 유부녀, 미망인도 가리지 않았다고. "흑인, 백인, 딸 첼시 양만큼 어린 처녀, 이혼녀, 창녀, 카바레 가수, 변호사, 미스 아메리카, 기자, 공무원, 친구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상대했다."

  누구랑 어떻게 섹스를 하는가,는 개인의 사적인 문제지만, 아무래도 그의 위치가 대통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밌는 건,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섹스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 대통령의 섹스에 대해서 그 나라 국민은 미국만큼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는다는 것.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이미 대통령을 그만두어야 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 책에서 이야기하기로는 미국인은 섹스를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섹스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시카고대학의 한 조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말로만' 섹스하기를 좋아하며, 침대에서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텔레비전을 보며 남의 섹스를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는 국민"이다. "이에 대해 한 미국인은 "미국이 완벽한 체형을 가져야 성적 매력이 있다는 심리를 조장하는 사회다 보니 배우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사상 탄핵 위기에 몰린 앤드루 잭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잭슨만 탄핵을 당했고, 클린턴은 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헌법 기초자들에 의하면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과 이에 대한 거짓말을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의 중대 범죄 또는 비리로 보지는 않을 것이란 여론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처음에 언급한 세계화, 신자유주의, 문명의 충돌 등을 주제로 하여 이처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1권에서 17권까지 모두 읽을 필요도 없고, 관심 있는 주제가 담긴 책을 선택해 무작위로 뽑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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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3 - 미국은 '1당 민주주의' 국가인가? 미국사 산책 13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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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의 글쓰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면, '레포트식 글쓰기', '기자식 글쓰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글쓰기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강준만은 자기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가지고 있고, 오랜 세월 동안 그 체계를 다듬어 왔다. 그가 한 해에 십여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와 같은 서평도 책을 읽는 족족 쓰다보면 자기만의 스타일 생기고, 쓰는 시간도 무척이나 빨라진다. 개인적인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책을 읽고 뭔가 흔적을 남기는 행위에도 소홀해져 다시 내 안의 엔진을 가동시켜보려 애쓰는 시점이긴 하지만.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무려 총 17권으로 구성되었고, '미국사 산책'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내용이 담겨 있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와 같은 글을 원했다면 잘못 골랐다. 저자가 강준만이라는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한 번이라도 그의 글을 접했다면 그가 어떤 식으로 글을 쓰고, 책을 쓰는지 알 것이다. 그는 엄청난 자료 수집광이고, 평소에 수집해둔 그와 같은 방대한 자료에서 쓰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적절한 자료를 뽑아낸다. 그리고,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에 맞추어 그 자료를 편집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댄다.   

   어떻게 보면, 이건 대학생이 교수에게 제출하는 보고서의 방식과 닮아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채택된 자료를 가지고 아주 정교하게 구성한 잘 짜여진 창작물이다. 우리가 평소 어떤 신문이나 책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세세하고 비밀스러운 내용들을 어디서 찾아냈는지, 재밌게 잘 엮어냈다. 창작물이긴 하지만 자신이 직접 쓰지 않은, 즉 인용한 글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은 한국와 무척 닮았다. 아니, 거꾸로 말해야 옳다. 한국은 미국과 무척 닮았다. 여러 통계를 보아도 확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미국 사회를 따라가고 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리지 않고 - 개인적으로 나쁜 것만 따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 사회를 따라가고 있다. 대학 교수의 상당수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거나 박사 수료를 마친 사람들이며,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려면 미국의 인맥을 쌓고, 미국에서 공부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어느 대학 강사에게 들은 바로는, 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할 때 미국 박사 출신으로 자체 한정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미국사 산책 열일곱 권이 어떤 기준에 의해 각기 물질적으로 서로 다른 책으로 분류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기준에 대한 마땅한 설명은 못 본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시간의 순서를 따르고 있고, 미국의 역사에서 특별한 순간들을 각 책에 담으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미국사 산책 13권>은 '미국은 '1당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1당 민주주의'에 홑따옴표가 붙은 이유는 깊이 생각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민주주의'와 '1당'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단어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자유롭게 정당을 설립하거나 없앨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누구나 자신의 성향에 따라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1당 민주주의라니.  

  13권에서 다루는 특별한 주제는 LA 흑인 폭동, 민주-공화 양당제의 종언을 고하는 제3의 대선 후보 로스 페로의 선전, 진보-보수를 초월한 승자 독식주의이다. 여러 민족,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사는 나라다보니 이를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백인 경찰은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백인보다 흑인에게 더 억압적이고, 거칠게 대응하며, 흑인이 백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흑인은 더더욱 뭉쳐 보복을 하려 든다. 이와 함께 라틴계의 미국 유입이 많아지면서 흑인과 라틴계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흑인의 일자리였던 부분에 임금이 싼 라틴계가 들어오면서, 저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흑인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오늘의 한국 사회를 보는 듯하다. 요즘 식당이나 호프 등에 가보면 한국계 학생 알바나 아주머니보다 연변 동포들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말이 어눌하고,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면 대개 그 분들이다. 식당일을 하시는 분들은 노동에 비해 그다지 많은 돈을 받아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식당 주인은 연변에서 오신 분들의 임금이 한국인 아주머니의 임금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에 그분들을 고용한다. 그 몇 푼이나 된다고 그걸 또 깎기까지. 식당 경영 사정이 안 좋은 곳은 식당 주인을 탓하기도 뭣하다. 그리고 이건 탓할 문제도 아니다. 한국 아주머니가 일을 가져가면 연변 아주머니는 또 할 일이 사라지니까.  

  미국사 산책 13권이면 시간상 한참 전의 이야기인데도, 이 책 곳곳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비슷한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라고 주장하며 살다가 이제서야 연변, 중국, 동남아계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수십년전에 있었던 일들이 한국에서는 곧 심각한 갈등으로 표출될 것이다. 지금은 외부에서 들어온 분들이 소수지만, 이 숫자가 많아지면 한국 역시 다문화 갈등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무척 읽기 쉽게 쓰여졌고,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미국사를 공부한다기보다는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주제별로 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읽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번뜩이는 통찰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글이나 책, 보고서를 쓰기 위한 또 하나의 좋은 자료가 되기는 할 것이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 또다른 창작물의 좋은 자료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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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국가를 말하다 - 공화국을 위한 열세 가지 질문
박명림.김상봉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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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평면이 아니라 깊이이니, 모든 시대는 다음 시대의 씨앗을 자기 속에 배태하고 있는 법이다. 폭력적인 국가 권력이 우리를 괴롭히는 불행의 근원이었던 시대가 지나자,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경제적 불안이다. (김상봉)-10-11쪽

순진한 백성들은 정말로 그러리라 믿고 각자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서로 싸우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각자 살길을 찾아 사생결단을 벌여야 하는 곳에서 우리 마음속에 경제적 탐욕만 남고 연대와 협동의 정신이나 국가 공동체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사라진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김상봉)-12쪽

나라란 무엇인가? 만약 우리 모두가 ‘나는 나’이고, ‘너는 너’라는 것밖에 모른다면 나라는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라는 너와 내가 우리를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함석헌이 말했듯이 "나라는 너 나 생각이 없고, 너도 ‘나’라 하는 데 있다. 모든 것을 ‘나’라 하는 것이 나라요, 나라하는 생각이다." 그런 까닭에 나라에 대한 관심은 모든 ‘너’에 대한 관심이다. 사람이 오로지 나밖에 모르고 너에 대한 관심은 아무것도 없을 때, 정치적 관심은 뿌리내리지 못한다. (김상봉)-12쪽

공화국이란 법적 정의와 이익의 공유에 기초한다. 법적 정의란 강자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약자의 권리가 보호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익 공유의 원칙은 국가 기구가 소수 특권층의 이익 추구를 위해 사유화되지 않아야 하며 국가가 추구하고 수행하는 모든 일이 결과적으로 모든 국가 구성원에게 골고루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중략) 한 공동체 내에서 불평등이 제도화되면 그런 공동체는 내적인 결속력을 잃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해체와 붕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라를 온전한 시민 공동체로서 유지하려 한다면 반드시 절차적 공정성 이상의 실질적 공공성의 원리가 확립되어야 한다. (김상봉)-17쪽

인간들의 집합적인 공적 성취의 궁극적 목적은 개개인에게는 결국 사적 행복의 보장인 동시에 그게 도달하기 위한 통로인 것이다. 개인적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공적 성취는 공허하며 허약하다. 개인에 즉할 때 궁극적으로 내면적 사적 행복 없는 공적 외면적 성취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공적 가치의 실현 없는 배타적인 사적 성취는 무의미하며 부도덕하다. (박명림)
-39쪽

우리가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말해야 하는 까닭은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차라리 나라를 감시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라는 그냥 내버려두기엔 너무도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국가는 너와 나의 만남의 총체일 뿐 그것 자체가 만남의 대상이거나 사랑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은 언제나 동료 인간이지 국가 기구가 아닙니다. 한 시민이 동료 인간이 아니라 국가를 사랑한다 할 때, 그의 이성은 잠들고 그 대신 전체주의라는 괴물이 깨어나 입을 벌리고 인간을 잡아먹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김상봉)-57쪽

공화국이란 개념은 단순히 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내용과 목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민주 국가가 모두에 의한 나라라면 공화국은 모두를 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공화국은 의사 결정의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이 모두를 위한 것일 때 붙일 수 있는 이름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공화국이란 나라가 공공적 기구라는 것을 뜻합니다. (김상봉)
-60쪽

나라는 그런 만남의 전체이니, 한 겨레가 참된 공화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상의 공공적인 가치와 보편적인 이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우리를 끊임없이 파편화시키고 분열시키는 사사로운 욕망, 곧 경제적 욕망을 규제하고 승화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김상봉)-87쪽

"나는 이 정부가 반은 노예로, 반은 자유인으로 나누어진 상태로는 영원히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링컨)-97쪽

자기를 스스로 형성하고 창조해나가는 활동이 바로 인간의 자유이고 주체성입니다.(김상봉)-112쪽

나의 능동적인 자기 형성을 주체성이라 부른다면, 이처럼 내가 오직 너와 만나 우리를 이룸으로써만 나를 형성하고 실현하는 활동을 가리켜 우리는 ‘서로주체성’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반해 너와의 만남 없이 내가 홀로 자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아집이나 망상을 가리켜 우리는 ‘홀로주체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상봉)-113쪽

국가는 현실속에 실현된 나라지만, 아직 참된 나라는 아닙니다. 그리하여 현실속에 존재하는 국가는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만남의 전체인 이념의 나라를 향해 끊임없이 지양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김상봉)-116쪽

사명은 오직 각자가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할 과제이지 민족이나 국가를 방자해서 남이 내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사명이란 자기의 존재 이유입니다. 존재는 그 자체로서 전제이니, 자기의 사명이란 우리 각자가 전체 속에서 자기의 존재하는 까닭을 스스로 깨달을 때 비로소 내 속에서 밝아지는 것입니다. (중략) 민족이나 국가의 가치가 그것들이 얼마나 전체의 입장에서 존재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민족이나 국가가 선과 악의 궁극적 척도일 수 없으며, 나의 나라와 민족이 전체의 관점에서 악과 불의를 저지른다면 감연히 그것을 비판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참된 자유인의 사명인 것입니다. (김상봉)-158-159쪽

강요된 희생은 자유가 아니라 굴종일 뿐이니, 거기에 고귀하고 숭고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김상봉)-166쪽

의무감이란 세계 전체로부터 입은 그 무조건적인 은혜를 다시 아무 조건 없이 전체 세계로 되돌려 보답하는 것이 마땅하다 느끼는 마음입니다. 그런즉 우리가 의무감을 느껴야 할 대상은 전체 인류요, 온 생명이며, 우주 전체이지 우리가 이것이다 저것이다 지시할 수 있는 특정한 사람이나 대상이 아닙니다.(김상봉)-192-193쪽

오늘 우리 사회가 당면한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는 시민을 끊임없이 노예로 만들려 하는데, 대다수 시민들은 참된 의미에서 시민으로 살려 하지 않고 거류민으로 살려 한다는 데 있습니다. (김상봉)-196쪽

시민들의 참여가 없다면, 즉 무관심과 불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적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무관심과 불참은 공동체를 위해서는 물론 자기 삶의 개선을 위해서도 바른 선택이 결코 아니지요. 그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시민인 동시에, 사실 시민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공동체에의 참여는 공화국 시민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참여 없이 개선되고 발전하는 공화국 전체와 나의 문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화국의 수준은 공화국 시민의 참여 수준이자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공적 결정이 바로 나의 삶에 직결되어 있다는 의식이야말로 공화국 시민 되기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박명림)-203쪽

국가는 본질적으로 사물화되고 실체화된 서로주체성으로서 주체성과 사물성을 같이 지니고 있습니다. 국가는 시민들의 서로주체성의 표현이자 실현으로서 주권체이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 주체성이 사물화된 것으로서 일종의 기계와도 같은 국가 기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기계가 홀로 굴러가는 법은 없으니 누군가는 그 기계를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생동하는 만남 속에서 국가 권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언제라도 탐욕스런 무리들의 손아귀에서 수탈과 착취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김상봉)-224-225쪽

"우리 모두는 자유롭기 위해 법에 복종한다."(키케로)-243쪽

"나도 시저처럼 자유인으로 태어났소. 당신도 그렇고요."(카시우스가 브루투에게)-247쪽

우리 시대에는 자본이 곧 권력입니다. 그러므로 자본의 외부에서 그것을 지배하거나 통제하겠다는 것은 허황된 발상입니다.(김상봉)-270쪽

노동이 참된 의미에서 인간의 자기 실현일 수 있으려면 노동권이 노동력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하나의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략) 이런 시민권 없이 단순히 노동자가 기업에 노동력을 판매한다는 것은 자기를 상품화하고 사물화하는 것입니다. (김상봉)-272-273쪽

시민이란 국가나 민족에 의해 일방적이고 규정되고 동원되는 객체가 아니라 욕구와 행위의 주체로서 자기를 인식하는 인간입니다.(김상봉)-296쪽

교육이란 인간성의 자기 실현 과정, 곧 사람됨의 길입니다.(김상봉)-297쪽

인간이 된다는 것은 그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든 자기 삶을 스스로 형성할 수 있는 주체가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능력이 바로 자유의 능력입니다.(김상봉)-298쪽

한국의 학교는 감옥이나 수용소와 같아서 자유와 자발성 그리고 주체성의 무덤입니다.(김상봉)-299쪽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바뀐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교육이 모든 면에서 정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노예 교육인 까닭에 우리는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데 정말 서툽니다. 하지만 다른 것을 꿈꿀 줄 모르면 다른 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다른 삶을 결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학벌 경쟁에서 승리하여 특권 계급이 되겠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스스로 낙오자가 되겠다고 결단할 때 세상은 바뀌기 시작할 것입니다.(김상봉)-306쪽

인간의 자유는 오직 전체와 하나됨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 한갓 개체인 인간은 전체의 노예일 뿐입니다. 오직 전체와 하나되어 전체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나는 내 삶의 주인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태곳적부터 더욱 큰 전체를 향해 끊임없이 발돋움해왔습니다. 이를 가리켜 함석헌은 전체가 자라는 것이라 합니다.(김상봉)-367-368쪽

참으로 자유와 주체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 속에 전체를 품어야 하고, 전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통일해야 합니다.(김상봉)-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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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6 - 제국의 그늘 미국사 산책 16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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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옆자리 승객이 마이클 무어의 책을 읽고 있다며 한 승객이 자리를 바꾸어달라고 요청한 사건을 두고)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2004.10.25)는 "이제 누군가 당신과 의견을 달리한다면, 그 사람은 그저 당신과 의견만 다른 게 아니다"라며 "그는 당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모욕하고, 당신의 사는 방식을 위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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