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법
토리우미 진조 지음 / 모색 / 1999년 3월
품절


제재는 어느 곳에서라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이다. 언뜻 보기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소재를 상상력에 의해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 거기서부터 애니메이션이 되는 제재를 얻을 수 있다.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도 모티브 없이는 의미가 없다. 단지 그림으로 그린 인형에 불과할 뿐이다.
모티브를 구하는 데도 사회나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이 없으면 안 된다. 현실을 응시하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캐릭터를 창조한다 할지라도 작품을 보는 사람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이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도 현실 속의 인간을 통찰하는 과정 속에서 캐릭터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52쪽

<스토리의 3요소>
(1) 인물 - 성격
(2) 정황, 장소 - 환경
(3) 사건 - 행위-90쪽

이야기의 시간적 경과나 진행 정도가 기초적인 것을 스토리라 부르고, 인물이나 사건의 인과 관계가 확실히 묘사된 것을 플롯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오해하기 쉬운 것은 같은 형태의 문장으로 쓰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롯은 인물이나 캐릭터의 심리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116쪽

시나리오의 목적은 작가의 감동을 영상을 통해서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된 장면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묘사되고, 그와 더불어 매력이 있어야 한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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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그만두는 방법 - 국가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과 문화
니시카와 나가오 지음, 윤해동 외 옮김 / 역사비평사 / 2009년 11월
품절


홉스는 여러 국가들이 제각기 자국의 일에 전념하고 다른 나라에 손을 뻗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로티우스가 제멋대로 생각해낸 국제 사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33쪽

샌섬의 인용을 의식하면서 말하자면, 그로티우스가 국제법을 발상학세 된 계기는 아시아 해역에서 벌어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분쟁이었지 현지 주민이 겪은 참화가 아니었다. 여기에서 보편성을 드러내는 국제법은 보편성이 통용되는 문명화된 세계, 결국은 ‘서구세계’라는 하나의 문명에만 적용되는 것으로서, 문명에 대해 특수성을 드러내는 미개한 세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열강이 식민지를 소유하는 것은 완전히 자유이며,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35쪽

국민국가시대 세계의 교통은 국경과 영해에 의해 한정됨과 동시에, 해로든 육로든 동일한 하나의 길이 다른 두 가지 의미를 가지게 된다. 부가 들어오는 영광의 길은 동시에 부가 수탈되는 빈곤의 길이며, 권력이 전달되는 지배의 길은 동시에 억압이 초래되는 복종의 길이다. -35쪽

국민국가의 형성과 함께, 처음에는 세계시민주의적 주장과 강하게 결부되었던 문명/문화 개념도 어쩔 수 없이 국가이데올로기로 변용된다. -52쪽

1774년 돌바크의 ‘사회의 체계’에서
우선 첫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문명이라는 용어가 도덕적인 주장, 모럴과의 관련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문명이란 용어는 항상 계몽주의 또는 진보주의의 맥락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 문명이라는 용어가 나타나는 맥락 속에서 설령 도덕이나 인간성의 진보가 운위되더라도 그 논술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와 국민이다. -61-62쪽

피히테에게는 국민의 자유가 확대됨에 따라 국가가 점차 해소될 것을 바라는 국가를 부정하는 이상주의가 있었다. -76쪽

당시의 국제관계 속에서 대등한 독립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대적인 국가로 인정받아야만 했다. 근대적인 국가의 형성이란 다른 근대적 국민국가와 동일한 원리를 공유하는 것이며, 그 동일한 원리가 바로 ‘문명’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문명’이란 그 나라가 근대국가인가 아닌가를 판정하는 기준이었다.
-95-96쪽

① 문명/문화는 18세기 후반에 탄생한 신용어이며, 근대 유럽의 새로운 자의식과 가치관을 표명하고 있다.
② 문명/문화는 근대 국민국가와 함께 태어나 성장한 이데올로기이며, 국민과 국민국가의 존재 이유를 표명하고 있다.
③ 문명/문화는 한 쌍의 대항개념이며, 여러 국가 간의 대립과 긴장 속에서 문명은 선진국의, 문화는 후진국의 국가 이데올로기로 변용되었다.
④ 계몽사상의 사생아로서 처음에는 해방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던 문명과 문화는, 그 자체 속에 마침내 식민주의나 나치즘의 이데올로기로 전화할 가능성을 감추고 있었다.
⑤ 문명/문화는 주권국가의 국가이성(혹은 국익)이라는 냉엄한 에고이즘과 사람들의 국민화 혹은 국민통합이라는 강제를 은폐하는 꽃장식이다. 국민 혹은 내셔널리즘을 제1의 국가 이데올로기라고 한다면, 문명/문화는 그것을 지탱하는 제2의 국가 이데올로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계속)-115-116쪽

⑥ 국민국가는 그 성질상 강력한 국민통합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하며, 국민이라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문명/문화라는 비정치적인 이데올로기 두 가지를 가려 쓰면서 체제유지를 도모해왔다. 문명/문화가 국가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국가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이 간파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 -115-116쪽

‘국민’이란 구성원의 의지적 동의와 연대에 의해 성립되는, 말하자면 정신적인 원리(르낭)-140쪽

공통의 조상=종족, 종교, 언어, 동일한 문화 등을 모두 만족시키는 민족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또 그 속성 대부분을 결여하고 있더라도 공속의식이 견고하기만 하면 민족으로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공속의식은 일종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르낭이 시사하는 두 번째 점은 이와 관련된다. 즉 그런 공속의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신비성이 필요하다. 르낭은 그것을 "국민이란 혼이며, 정신적 원리이다."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피히테의 "본원적인 생명의 샘"으로부터 기어츠의 "본원적인 감정"에 이르는 바의 문제의 소재를 보여주고 있다. -140쪽

문화 개념은 문명에 대한 대항개념으로서 서구 국민국가 형성의 일련의 움직임 속에서 민족 개념과 거의 표리일체를 이루며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화 개념은 선진국의 우월적․지배적인 내셔널리즘(프랑스, 영국 등의 보편적이고 진보주의적인 문명 개념)에 대한 후발국(독일, 폴란드, 러시아 등)들의 민족적 자기주장으로서, 자기의 독자성(개별적인 가치나 정신적 우위)을 강조하고 다른 국민이나 민족과의 공통성보다 차이를 강조하는 배타적인 성격을 내장하고 있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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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과 폭력 - 운명이라는 환영 우리 시대의 이슈 총서 2
아마티아 센 지음, 김지현.이상환 옮김 / 바이북스 / 2009년 11월
구판절판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이다. (오스카 와일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고, 사람들의 삶은 모방이며, 사람들의 열정은 인용이다. (오스카 와일드)-20쪽

실로, 세계의 무수한 갈등과 만행은 선택이 불가능한 독보적인 정체성이라는 환영을 통해 유지된다. 증오심을 구축하는 기술은 다른 관계들을 압도하는 정체성, 이른바 지배적인 정체성의 마력에 호소하는 형식을 취하며, 또한 편리하게도 호전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있는 인간적인 동정심이나 선천적인 친절함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20-21쪽

쟁점
첫째, 정체성들이 확고히 다원적이며, 하나의 정체성의 가치는 다른 정체성의 가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개인은 특정한 맥락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로 다른 충성과 우선순위들에 상대적인 중요성을 어떻게 부여할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58-59쪽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동료 시민으로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뿐만 아니라 그들이 누구‘인가’를 기술하며, (자발적인 단체의 경우처럼) 그들이 선택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들이 발견해야 하는 애착의 대상이고, 단순히 그들 정체성의 속성이 아니라 그 정체성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81-82쪽

단일성의 환영은 인간을 여러 소속 관계를 지닌 개인이나 여러 상이한 집단에 소속된 사람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독보적으로 중요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만 이해하는 추정에 의지한다. -95쪽

문명론적 접근은 단일 범주의 추정에 의존하는 것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동일시된 각 문명 내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결함을 안고 있기도 하며, 개별 문명들 간의 광범위한 상호 관계를 간과하는 단점도 있다. -96-97쪽

우리의 종교적 정체성이나 문명적 정체성은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많은 정체성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슬람교(또는 힌두교나 기독교)가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인가, 호전적인 종교인가("정말 어느 쪽인지 말해 달라?")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심 깊은 무슬림이(또는 힌두교도나 기독교도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관행을 개인적 정체성의 다른 특정들이나 (평화나 전쟁에 대한 태도와 같은) 다른 신조, 가치들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종교적 소속 관계, 또는 "문명적" 소속 관계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정체성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문제 있는 진단이 될 것이다. -124-125쪽

세계를 종교에 따라 분할하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과 그들 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심각하게 잘못된 이해를 낳는다. 그것은 또한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나누는 하나의 특정한 구별을 확대하고 그 외의 모든 중요한 관심사는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137쪽

만약 인간에게 결정의 자유가 중요하다면, 그런 자유를 합당하게 행사해서 얻은 결과들 또한 존중해야지, 무조건적인 보존이 강요된 선례에 따라 그 결과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191쪽

특정 공동체 구성원들이 어떤 전통적 생활 양식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을 사회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면 문화적 자유가 방해받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191쪽

만약 개인이 (현재 진행 중인 전통에 구속되지 않고)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살도록 허용되고 장려된다면 문화적 다양성은 확대될 것이다. -192쪽

다양성은 또한 심지어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를 증진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192쪽

사회적 억압이 문화적 자유의 부정이 될 수 있듯이, 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다른 생활 양식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순응주의의 횡포에서도 자유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194쪽

또한 다른 문화와 다른 생활 양식에 대한 지식과 이해력이 결여되었을 때도 부자유가 초래될 수 있다. -195쪽

인간의 정체성이란 수많은 개별 형식을 취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또 자신이 어느 특정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태어난 데 대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이성적으로 추론해야 함을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197쪽

세계화된 경제에 참여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좀더 부유해진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적 상호 관계의 이익과 그 관계의 막대한 잠재력에 따른 이익을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18쪽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덜 불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이 실질적으로 더 나은 그리고 더욱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하며,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러한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국내외적 제도에 어떤 것이 있겠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실적으로 관여해야 할 지점이다. -221쪽

무쉬는 분노를 일으키는 정도로 충분하지만, 침해받았다는 느낌이나 신분이 강등된 느낌, 굴욕의 감정을 반란과 폭동에 더 쉽게 동원될 수 있다. -231쪽

세계의 약자들이 받고 있는 불평등하고 부당한 대우에 초점 맞추고 있는 "반세계화" 비판을 (이 비판에 세계적 윤리를 강력히 적용한다면) 진정한 반세계화라고 이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그 생각들은 적절하게 변경된 세계 질서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을 더욱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을 추구하고 기회를 더욱 공정하게 분배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236-237쪽

만약 한 개인의 정체성은 그 사람이 (언어, 계급, 사회관계에서부터 정치적 관점,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맺고 있는 다른 모든 소속 관계는 간과된 채 공동체나 종교에 의거해 정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또 개인의 정체성은 숙고와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물려받은 종교나 전통에 자동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함으로써 정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다문화주의의 도덕적, 사회적 주장들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255쪽

폭력을 양성하는 호전적인 기술은 사유할 자유와 침착한 이성적 추론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본적인 본능을 일부 끌어들여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일종의 논리, 즉 ‘단편적’ 논리 또한 끌어들이고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특정한 활동을 위해 분리된 특정 정체성은 대부분의 경우 새로 충원되는 사람의 진정한 정체성이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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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10-02-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었던 책이었난데ㅋ 아마르티아 센 좋죠!!ㅋ

마늘빵 2010-02-28 08:16   좋아요 0 | URL
글을 쉽게 쓰더라고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바로 눈과 머리에 들어옵니다. 생각보다 임팩트가 강하진 않았지만 두루두루 호감형 학자. ^^ 센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요.

yamoo 2010-04-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센의 책을 얘의주시하고는 있습니다..근데, 인용된 것이 책의 내용 그대로라면 읽고 싶은 마음이 샥~ 가시는데요..ㅎㅎ 번역이 영~

마늘빵 2010-04-07 09:44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재밌습니다. ^^ 이 책 읽고 센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가던데요. 경제학과 윤리학 이었나.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의 대담
가야트리 스피박 외 지음, 주해연 옮김 / 산책자 / 2008년 7월
절판


추방되었을 때 우리는 권력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법기능을 특권처럼 휘두르는 물샐틈없는 군사적 권력의 손아귀 안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추방된 자들의 상황은 자연 상태에 놓인 벌거벗은 삶이 아니라, 박탈의 조건과 상태를 생산하고 유지하도록 고안된 권력과 강제로 구성된 어떤 조건입니다. (버틀러)

* 벌거벗은 삶 : 정치 공동체 밖으로 내던져져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국가권력에 노출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14-15쪽

‘국가 없는 자’가 되는 것은 법적, 군사적으로 작동하는 국가권력에 의해 봉쇄되고 제한되는 것입니다. (버틀러)-22쪽

아렌트에게 정치의 영역이란 바로 이러한 권리 박탈과 무임금노동, 그리고 거의 인식되지 않거나 인지할 수 없는 인간 존재들의 영역을 가정함으로써 성립되며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구성됩니다. (버틀러)-24쪽

아렌트에게 자유는 자유를 실천하는 행위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자유란 다수의 사람들이 실행하는 것이기에 공동으로 조율된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기에 관계 안에서 존재합니다. 아렌트는 자유가 자연 상태라는 관념을 거부하며, 자유를 박탈당한 이들이 귀환하는 곳이라고 여겨지는 소위 자연 상태 역시 거부합니다. 자연은 누가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분류하여 결정짓는 박탈의 정치적 구조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권력이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를 실행하는 공동의 조율행위에 누구를 가담하지 못하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 역시 자유의 실행입니다. 분류 범주를 정교화하고 집행하는 정치적 행위로 시민이 아닌 자는 특정 ‘지위’를 부여받게 되며, 이 지위는 국가가 없는 자에게 보호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자격 역시 박탈합니다. (버틀러)-28-29쪽

민족구가는 민족이 특정한 방식으로 민족적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민족 공동의 합의에 기반하여 설립되었고, 민족과 국가가 일치한다는 가정 아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민족은 단일하고 동질적인 것으로 이해되며, 국가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단일화되고 동질화되어야 합니다. 국가의 적법성은 민족에서 나오기에, ‘민족적 소속’에 어긋나는 민족적 소수집단은 ‘적법하지 않은’ 거주자가 됩니다. (버틀러)-36쪽

봉쇄와 추방은 민족 국가의 내부에서 벌어지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벌어지는지에 따라 구분됩니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봉쇄와 추방 모두 내부/외부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기제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으로 이 경계는 누군가 그곳을 통과하거나 통과할 권리가 거부되는 순간에 존재합니다. (버틀러)-39쪽

"우리의 정치적 삶은 우리가 조직을 통해 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정에 기대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오직 다른 것을 형성하는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에 있을 때에만 행동할 수 있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공동의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아렌트)

여기서 ‘인간’이란 개개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공통성과 평등의 상황을 가리키며, 공통성과 평등은 변화와 행위를 구축하는 기본 전제입니다. 소위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른 평등한 존재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행동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고, 무엇인가를 구축할 수 있다면, 그의 개인적 행동은 평등의 조건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다른 말로, 그 개인적 행동은 무엇보다 평등을 확립하는 행동이어야 하고, 이를 통해 개인의 행동은 복수의 행동이 되고, 정치적으로 효과적인 행동이 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버틀러)-57-58쪽

노래를 부름으로써 거리가 자유로운 집회 현장으로 재구성된다는 점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행동은 자유의 표현이자 권리를 향한 호소입니다. 또한 거리라는 공간의 틀을 다시 짜고, 법적으로 금지된 바로 그 순간에 집회의 자유를 실천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이 바로 수행적인 정치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버틀러)-63-64쪽

‘권리를 가질 권리’에서, 후자는 설사 그 권리 보장을 국가에 요구한다 하더라도, 어떤 국가도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반면 전자는 법치를 통해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버틀러)-65쪽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가로막는 권위에 대항하여 자유를 행사하고 평등을 주장하는 행동은, 자유와 평등이 현재 생각되고 있는 방식을 넘어서서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과 당위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버틀러)-66쪽

자유가 행사되고 있다는 것과 목적이자 목표로 요구하는 자유와 평등 사이에는 물론 간극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시 말해, 내가 ‘나는 자유롭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수행적 발화 자체가 당장 나를 자유롭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유를 요구한다는 것은 분명 이미 자유를 실행한 것입니다. 또한 이를 적법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청하는 행동은 자유의 행사와 현실의 간극을 공적 담론 안에서 공표함으로써 그것을 가시화하고 결집시킵니다. (버틀러)-68쪽

국가는 우리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에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최소한의 추상적 구조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는 재분배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스피박)-94쪽

칸트는 <이성의 한계 내에서의 종교>에서 윤리적인 국가라는 것이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중략) 윤리는 국가 구조의 추상화를 방해하지요. 이러한 구조는 법체계로 존재합니다. 우리가 국가구조를 보호해야 하는 까닭은 이 법적 구조가 정의를 판결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의를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스피박)-98-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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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2-2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틀러의 책이네요. 저도 보관함으로 ㅎ

마늘빵 2010-02-26 11:36   좋아요 0 | URL
스피박과의 대담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버틀러 혼자 이야기를 한다눙.

가넷 2010-03-0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틀러는 이름만 들어 봤고, 스피박은 어렵던데(정확히는 스피박을 '소개'하는 책이긴 합니다만;;;)... 이 책은 아주 얇더라구요. 처음 나왔을때 얄팍하기도 하고, 대담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민족에 대한 이야기라서 살려고 하다가 '만' 기억이 나네요.

마늘빵 2010-03-03 09:53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논의하는 지점이 명확히 들어오지 않고, 스피박과 버틀러의 별다른 차이도 잘 모르겠어요.

가넷 2010-03-03 21:31   좋아요 0 | URL
뭐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은 어떨까요?

마늘빵 2010-03-04 16:08   좋아요 0 | URL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도 그냥, 뭐. ^^ 오늘 막 손에 든 책이 있는데 <민족은 없다>라는 책은 제가 찾던 거네요. 근데 아마 절판으로 나올 겁니다.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 연락하여 별도 구입하거나 중고를 구해야 해요. 저는 중고로 구했는데, 중고도 이제 검색이 안 나와요.
 
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 살림지식총서 248
박종성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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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란 억압과 착취를 낳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해체 혹은 전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7쪽

식민지(인) 입장에서 지배 권력에 맞선 저항은 중요한 전략이다. 식민지배자는 식민지인의 욕망과 저항을 위험한 것으로 보고 이를 항상 통제하고 억압하고 단죄하려 든다. 질 들뢰즈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것은 일종의 '코드화' 혹은 '영토화'이다. -8-9쪽

이런 선택적 임명(일부 관료직을 흑인으로 뽑는 행위)은 백인의 인종차별주의를 만들어 홍보함으로써 자신들의 사회가 다문화주의와 관용주의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려 든다. -36쪽

영어는 제국의 언어요 주인의 언어이다. 영어는 영국 제국주의 이념을 전달하고, 식민지인들을 명령하고 통제하는 권력 행사의 주된 매개체였다. 영문학은 식민지인들을 영국화하기 위한 문화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사용되었다. 이렇듯 영어와 영문학은 영국 제국주의 전파와 실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고, 이런 후광과 유산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43-44쪽

먼저, 왜 영어(영문학)를 공부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영어(영문학)는 제국주의 이념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주된 매개체이다. 영어제국 건설의 일꾼도 아닌 우리가 왜 영어를 배우려고 아우성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요구된다. 또한 영문학연구에서 문화연구로의 전환 역시 필요하다. 문화연구는 권력은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며, 희생자들이 어떻게 저항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지배와 종속이란 힘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조명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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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0-02-1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분명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하나도 안나네요. -_-;;

마늘빵 2010-02-17 13:24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읽으셨군요. 제 생각보단 좀 겉핥기 식이었고, 단편적인 나열이라 그냥 그랬어요.

2010-02-18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