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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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작가는 이야기를 위해 일하고, 시원찮은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일한다.-22쪽

시작, 중간, 결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플롯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플롯에서 시작은 "어떤 것 다음에 필연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플롯행동의 시작은 플롯 바깥에 있는 어떤 것에 의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플롯행동 그 자체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시작하는 행동이며, 전체 플롯을 움직이고, 주인공이나 적대자가 수행할 수 있는, 순수 의지가 행하는, 사실상의 ‘대폭발’이다. -31쪽

우리는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모든 극적 행동이 통합되어서 하나의 연관된 스토리 즉 ‘하나의 커다란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41쪽

극적인 핵심질문 하나를 던지고, 계속 키워서, 대답까지 할 수 있도록 당신의 시나리오를 쓴 다음 당신의 독자나 관객을 붙들어라. -45쪽

시인이 극적으로 통일된 이야기에서 다루어야 하는 제재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임을 강조하고 있다.-48쪽

필연적인 사건은 앞에서 일어난 행동 때문에 ‘반드시’ 일어나는 것을 뜻하며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중략)
개인적인 극적 사건도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이것은 일어날 법한 사건을 뜻한다. -50쪽

우리가 알다시피 실제 우리 삶 속의 사건은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긴밀히 통일된 인과관계에 따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 이야기는 가공의 그럴듯한 사건들의 고리로 엮인 가상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나리오를 쓸 때 존재하는 역설이다.-54쪽

플롯을 단순하고도 간결한 액션 아이디어로 채워라. 관객들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관객들에게 정서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장면을 더하라. 그렇게 하지 않고 쓸데없이 불필요한 외부기관 곧 장면을 더한다면, 당신의 플롯에서는 머리에서 손이 자라나는, 반드시 없애버려야 하는, 쓸모없는 시나리오의 촉수가 잔뜩 자라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의 시나리오는 반드시 망한다!-77쪽

어떤 이야기가 하루 또는 그 이내에 일어나면, 그 이야기는 ‘하나의 완결된 행동’이 되기 쉬우며,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 속의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내기도 쉽다. -88쪽

서사시는 이야기를 직접 말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이라도 작가들이 꿈꾸는 것이라면 뭐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행위자’가 우리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89쪽

시나리오를 쓸 때 하나의 완결된 행동을 만들고 우연, 필연, 개연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운명을 불러내야만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98쪽

비극적 행위란 스토리 속에서 일어나는 가장 강렬하고 끔찍한 것을 말한다. -99쪽

비극적 행위란 언제나 주인공을 둘러싸며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이어야 한다. 그것은 이야기에 무게와 중력을 더해주며, 다른 모든 이야기 요소들이 작은 위성처럼 자기 주위에서 떠돌도록 한다. -101쪽

"인간의 불행은 인간의 원초적인 충동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일어난다."(아리스토텔레스)-105쪽

관객들 마음속에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액션 아이디어’는 반드시 ‘엄청난 규모’로 일어난 부당한 불행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사건은 당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느낄 정도로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107쪽

당신의 시나리오 스토리에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도덕적 갈등을 사용하라. 관객들은 정당한 것과 정당하지 않은 것 둘 다 보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처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16쪽

이야기의 길이는 그 이야기가 무엇이든지 간에 행복에서 불행으로 또는 그 반대로의 이행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길어야 한다. -120쪽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것처럼, 행복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며, 주인공이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을 도덕적 의무라고 말한다. -120쪽

아리스토텔레스는 관객들의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의 ‘원인’이 반드시 이야기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 관객들은 주인공의 운명이 반전되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운명이 바뀌어가는 ‘단계’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구축되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139쪽

플롯은 관객들의 내밀한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의 동기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 말은 관객들이 주인공의 사상을 반드시 이해해야 하고 이러한 사상이 행동으로 바뀌는, 즉 주인공의 도덕적 성질(성격)이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주인공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주인공에게 공감을 느낀다.
-142쪽

시나리오가 이상할 때 원인은 언제나 똑같다. 플롯이 적절하게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사는 플롯의 한 부분이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효과가 점차 쌓이는 플롯으로부터 그 힘이 나온다. 대사는 극적 행동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그 자체 생명과 에너지를 극적 행동에서 얻는다. -182쪽

극중 인물이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인물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암시할 수 있도록 대사를 써야 한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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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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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애도 반응이 다른 것은 그의 내면에 이미 이별에 대응하는 저마다 다른 정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그러나 애도하지 못한 이별의 경험이 내면에 들어 있는 사람은 새롭게 만나는 이별 앞에서 더 깊이 절망하고 더 오래 슬퍼한다. 당면한 이별이 묵은 상실의 감정들을 솟구쳐 오르게 하기 때문이다.-29쪽

애도작업은 내면에서 작동하는 낡은 삶의 플롯,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는 내면의 자기를 함께 떠나보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치유와 성장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애도 작업을 잘 이행하면 자기 자신을 잘 알아보게 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된다. 자기를 알아볼 수 있으면 타인도 잘 알아보게 되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커진다. 애도 과정이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모든 영역을 두루 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나오면 정서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삶의 다양한 국면에 대한 이해력이 커진다.-44-45쪽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그의 죽음에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맛볼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그와 함께 죽는다. (베레나 카스트)-59쪽

이별 앞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취하는 태도는 부정과 부인일 것이다. 사랑이 끝났을 때, 그리하여 상대방이 이별의 신호를 보내올 때 우리는 대체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약속을 몇 차례 펑크 내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를 씹어도, 이메일을 읽지 않아도 그것을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신호라 믿지 않는다. "바쁜가 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합리화한다. -64쪽

새롭게 만나는 사람을 떠난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 역시 애도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애도 작업이 완료되면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옛 연인이 더 이상 멋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73쪽

이별이나 상실 앞에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묻지 않는다. 사건의 내막이나 헤어진 이유를 낱낱이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그 답을 찾으려 현실 너머의 영역까지 기웃거리지 않는다. 왜냐고 묻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아픈 마음을 다스리며 현실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일이다. 사실 떠난 사람조차 자신이 왜 떠났는지 명확한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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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요 2009-12-2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들렸어요.^^
김형경님의 글..꽤 좋아하는 데, 좋은 이별은 예전 글들만큼 많이 빠지지를 못하고 있네요.
잘..읽고 다녀갑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늘 건강하시기를요.

마늘빵 2009-12-20 22:3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분 <사람 풍경> 참 좋았는데. 제목이 너무 기대를 품게 했나봐요. 아라리요님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 복 많이 많이 받으시길. ^^ 벌써 새해 인사를.

아라리요 2009-12-20 22:50   좋아요 0 | URL
김형경님은 자기 아픔을 참.. 잘 이겨낸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사람 풍경>은 너무 좋아서 한달쯤을 끼고 살았죠.^^

얼마 전, 알라딘 메인에 책소개를 보고 <천개의 공감>하고 <좋은 이별> 두권이나 샀는데.. 다는 못 읽었어요. 사람풍경 읽을 때보다는 감동이 좀 떨어지네요.

올 한해 내내 안좋은 일이 많았는데.. 새해 인사를 아프님에게 벌써 받게되니..아마 좋은 일일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요.

아프님도 해피뉴이얼 하세요.^^

비로그인 2009-12-2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늘 `평균'을 유지해주는 작가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박민규처럼 업, 다운이 그리 심한 작가는 아닌 거지요. 아,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와 함께 죽는다'라는 인용은, 그 죽은 다음 어떻게 깨어나지요, 하고 묻고 싶게 만듭니다.

마늘빵 2009-12-20 22:33   좋아요 0 | URL
지난 작품들 다 좋았는데, 이번건 예상 밖이었어요. 나빴다는 건 아니고 기대한 내용이 아니었다는 거. '이별'을 떠올릴 때 보통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저 책을 샀을까, 생각해보면 살짝 저처럼 기대가 어긋나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요.

펠릭스 2009-12-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별'을 지난주에 읽었죠. 추천하고 싶습니다. 에너지가 발생하면 그 에너지는 어디론가 이동 하는데, 바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늦게 이동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을 외치지만 정작 사랑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 윈윈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던데요. 특히 가족간의 이별은 꼭 찾아 오잖아요.

마늘빵 2009-12-24 14:09   좋아요 0 | URL
네, 김형성의 이전 작들이 참 좋아서 저도 이번에 읽었는데 기대한 내용과는 사뭇 달라서 실망은 아니지만, 좀 어긋났죠 저랑은. ^^ 사람이 겪는 모든 이별을 고루 엿본 것은 좋았어요.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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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왜냐하면 시는 보편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더 많고 역사는 개별적인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아리스토텔레스)-13쪽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시인의 모방은 아무런 통일성도 없는 사건의 복합을 사진사처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을 이루고 있는 사건을 필연적인 인과 관계의 테두리 내에서 재현하는 데, 다시 말해서 하나의 보편적인 진리를 말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플라톤이 말하는 단순한 모방자가 아니라 일종의 ‘창작자’인 것이다.-13쪽

비극의 목적은 특정한 쾌감을 산출하는 데 있다(아리스토텔레스)-14쪽

쾌감 그 자체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순조롭게 전개되는 활동에 자연적으로 수반되는 정신 상태로서 활동의 선악에 따라 그에 수반되는 쾌감으니 선악도 결정된다.-14쪽

우리가 비극에서 얻는 쾌감은 위험 부담을 남에게 전가하고 얻는 경험의 쾌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는 우리 자신이나 이웃에 불행과 고통을 주지 않고는 배출될 수 없는 격렬한 감정의 스릴을 비극이라는 안전판 위에서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14-15쪽

비극은 행동의 모방이고 행동은 행동자에 의하여 행해지는 바 행동자는 필연적으로 성격과 사상에 있어 일정한 성질을 가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 양자에 의하여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일정한 성질의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의 원인은 자연히 두 가지인데 사상과 성격이 그것이며 그들의 생활에 있어서의 모든 성공과 실패도 이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행동의 모방은 플롯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6장)-51쪽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생활과 행복과 불행을 모방한다. 그리고 행복과 불행은 행동 가운데 있으며 비극의 목적도 일종의 행동이지 성질은 아니다. 인간의 성질은 성격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행, 불행은 행동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러므로 드라마에 있어서의 행동은 성격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격이 행동을 위하여 드라마에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 비극의 목적이며 목적은 불가능하겠지만 성격 없는 비극은 가능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6장)-52쪽

플롯도 일정한 길이를 가져야 하는데 그 길이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7장)-57쪽

다른 모방 예술에 있어서도 하나의 모방은 한 가지 사물의 모방이듯, 시에 있어서도 스토리는 행동의 모방이므로 하나의 전체적 행동의 모방이어야 하며 사건의 여러 부분은 그 중 한 부분을 다른 데로 옮겨놓거나 빼버리게 되면 전체가 뒤죽박죽이 되게끔 구성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있으나마나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전체의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8장)-61쪽

시인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 즉 개연성 또는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가능한 일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9장)-62쪽

한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것과 다른 사건에 ‘이어서’ 일어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0장)-68쪽

플롯을 구성하고자 함은 비극의 효과를 산출하기 위함이고, 또 비극의 효과를 산출하고자 함은 비극의 궁극 목적인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3장)-77쪽

1) 유덕한 자가 행복하다가 불행해지는 것을 보여서는 안 된다.
2) 악한 자가 불행하다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여서도 안 된다.
3) 극악한 자가 행복하다가 불행해지는 것을 보여서도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3장)-77-78쪽

훌륭한 플롯은 단일한 결말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며, 일부 사람들이 말하듯이 이중의 결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주인공의 운명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고 행복에서 불행으로 불행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비행에 있어서는 안 되고 중대한 과실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우리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3장)-80쪽

플롯은 눈으로 보지 않고 사건의 경과를 듣기만 해도 그 사건에 전율과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4장)-84쪽

성격에 있어서도 사건의 구성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필연적인 것 혹은 개연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이러이러한 사람이 이러이러한 것을 말하거나 행할 때 그것은 그의 성격의 필연적 혹은 개연적 결과라야 하며, 두 사건이 이어서 일어날 때는 후자는 전자의 필연적 혹은 개연적 결과라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5장)-93-94쪽

가능하지만 믿어지지 않는 것보다는 불가능하지만 있음직한 것을 택하는 편이 좋다. 스토리는 있음직하지 않은 사건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되며 그와 같은 사건은 되도록 하나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24장)-144쪽

시인이 자신이 한 말이나 또는 건전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의 견해와 모순된 말을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가 과연 동일한 사물을 동일한 관계에서 동일한 의미로 말하고 있는지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25장)-156-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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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12-1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어려워요...( ㅡ_ㅡ);;
철학은 더 그렇구요.

마늘빵 2009-12-11 22:47   좋아요 0 | URL
음, 여기서 시학은 지금으로 치면 시나리오 정도에 해당돼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기초를 마련했죠. ^^ 재밌는거부터 접하면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아요. 이 책은 어려워요. 아리스토텔레스 부분은 차라리 쉽고, 그 뒤에 룽기누스나 다른 아해들은.

L.SHIN 2009-12-12 22:00   좋아요 0 | URL
에헹~ 그렇구나. 정말이지 과거 사람들은 다재다능한 것 같아요.^^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 쇼펜하우어의 재발견
랄프 비너 지음, 최흥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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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좋고 나쁜지는 자신이 결정한다고 착각하는 비평가들이 있다.-12쪽

그러나 철학교수들은 이 진리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른 크고 중요한 진리들, 즉 내가 내 평생의 과업과 직분으로 삼아 그것들을 글로 써서 인류의 영원한 재산이 되도록 하려했던 그 진리들에 대해서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38쪽

철학을 위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철학과 관련된 모든 교수직이 폐지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폐단 중 가장 큰 것, 즉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한 조각의 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충돌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들의 권모술수는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방해만 되지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철학은 예외적인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즉 오직 매우 특출한 천재들만이 철학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에 범인은 자신의 말을 한마디라도 덧붙이는 순간 철학을 타락시킬 뿐이다. 그 모든 교수들, 정원 외 교수들이 대화에 끼어듦으로써 칸트 이후 철학이 어떤 꼴이 되어 버렸는가?-38-39쪽

나는 뮤즈의 은총, 즉 자신의 시적 재능을 팔아 먹고살려는 사람을 보면 어쩐지 자신의 매력을 팔아 먹고살려는 소녀처럼 느껴진다. -44쪽

교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가르치며 ‘지혜’가 아니라 지혜가 있다는 ‘평판과 명성’을 구한다. -70쪽

그러므로 거의 종일 책을 읽으면서 간간이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휴식을 삼는 사람들은 자발적인 사고 능력을 점점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항상 말을 타고 다니면 결국은 걷는 법을 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주 많은 학자들이 이 꼴이 되어 있다. 그들은 바보가 될 때까지 읽은 것이다. -75쪽

앞으로 나의 저술을 출판할 때 문장이든, 하나의 단어, 음절, 글자, 구두점에 불과하든, 그것을 조금이라도 의도적으로 변형하는 자는 나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94쪽

황소는 뿔이 있어 받는 것이 아니라 받고 싶기 때문에 뿔이 있는 것이다. -126쪽

아무도 이해할 수 없도록 쓰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의미심장한 생각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다. -174쪽

철학자나 작가가 결혼을 했다면 이미 그것으로 학문과 예술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210쪽

인류 발전의 가장 큰 장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가장 현명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가장 크게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240쪽

만일 어떤 신이 이 세계를 만들었다면 나는 그 신이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비탄이 나의 가슴을 찢을 것이기 때문이다.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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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6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1-2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는 비합리적이며 맹목적인 의지"라는
쇼펜하워의 언명에 감복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마늘빵 2009-11-26 17:30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평소 언행을 담고 있는데, 철학 사상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주변부를 모아놓았습니다. 쇼펜하우어의 개인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보면 딱 좋을. ^^ 쇼펜하우어의 철학엔 개인적으로 끌리진 않지만, 삶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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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배우되 뜻을 독실하게 하여,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일에서 생각하면 인이 그 가운데 있다."(주희, <근사록>)-9쪽

책이란 순전히 자신의 체제하에서 자신이 지휘하므로 읽는 자의 절대권력에 의해서 서평이 나온다. -10쪽

"모든 책은 빛이고 다만 그 빛의 밝기는 읽는 사람이 발견하는 만큼 밝아진다."-27쪽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 때문에 썼다.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썼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서 한다면 언제까지나 지칠 줄 모르고 할 수 있다."(스티븐 킹, <인생론>)-100쪽

"소설이란 쓰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마르케스)-111쪽

가난은 결핍의 문제다. 자본가들도 항상 결핍을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결핍과 6세 미만 어린이들이 네 명당 한 명꼴로 사망하는 아이티의 결핍은 차원이 다르다. 그들의 결핍은 탐욕을 낳았다. 그런데 가해자의 탐욕론은 종종 운명론으로 대변된다. 헨리 키신저가 말한, 바구니 밑바닥에 처박힌 신세는 언제까지고 바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배스킷 케이스는 가난 운명론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도 잘 써먹고 있는,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가난을 항변하는 것을 피해의식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면서 자신의 탐욕을 채운다. 수전 손택은 의도적인 무관심을 ‘방치된 폭력’이라고 부른다.-206쪽

그런데 이 책(<나쁜 기업>)을 읽고 심히 화가 나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서평을 올렸더니 ‘그렇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맞는 말이다. 달라지는 건 없다고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까 계속 나쁜 기업의 부당한 노동착취를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냐고 나는 반문했다. "스타벅스나 이케아도 기부 같은 것 많이 해요!" 앞에서 내 글에 항변한 독자가 다시 달아준 댓글이다. 그 말도 맞다. 인도네시아에 지사를 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14세 미만의 어린이 노동을 수용함녀서 한편으로는 유니세프에 지속적으로 재정 협력을 한다. 스타벅스는 수익금의 일부를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쓰러뜨리는 이스라엘 폭탄 값으로 보내고 한편으로는 미국 빈민가의 공립학교를 지원한다. 콩고의 탄탈광산에서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에게 하루 1달러의 임금을 주는 삼성은 휴대폰 사업으로 번 수익금을 저소득층 탁아소 운영에 기부한다. 유니세프에 지속적인 기부를 하고 숲 가꾸기 비용을 부담하고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재단을 만드는 기업정신은 훌륭하다. 거의 완벽한 톨레랑스로 보인다. 설마.-216쪽

"사람에게 마음이 없다면 자신을 칭송하는 말이 천하에 가득 퍼져도 원숭이 한 마리가 태어났다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남명집>)-241쪽

"사진이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을 우리 눈앞에 가져온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수전 손택)-269쪽

수전 손택은 대중의 ‘의도적 방관’을 무너뜨리는 일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하지만 과자 앞에서 금방 온순해지는 어린아이 같은 대중에게 기대할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나는 부화뇌동의 대중을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소수자의 피 끓는 혁명이다. 그들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세계를 변화시킨다고 본다. -269-270쪽

"나는 어릴 때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성인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몰랐고, 공자를 존중했지만 공자에게 무슨 존중할만한 것이 있는지 몰랐다. 속담에 이른바 난쟁이가 키 큰 사람들 틈에 끼어 굿거리를 구경하는 것과 같아, 남들이 좋다고 소리치면 그저 따라서 좋다고 소리치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전까지는 나는 정말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대자 나도 따라 짖어댄 것일 뿐, 왜 그렇게 짖어댔는지 까닭을 묻는다면, 그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속분서 권2 성교소인> 중)-290-291쪽

박정희에 대한 또 하나의 날조는 그의 예술가적 감성을 확대한 것이다. 아내의 초상화를 그리고 아내를 위해 시를 짓고 피아노를 치는 로맨티스트 아버지는 아우슈비츠 소장이 가스실에 유대인을 밀어 넣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이들에게 슈베르트 가곡을 피아노로 들려주는 대목을 연상시킨다. 박근혜의 부성 콤플렉스는 독재자로서의 이미지를 자상하고 다정한 아버지와 남편으로 윤색했다. 실제로 다른 독자 서평에서 박근혜의 이런 이미지 조작에 넘어가 인간 박정희와 어린 딸에게 향수와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중략) 진실의 의도적인 은폐와 은닉과 봉합의 삼박자 리듬을 탄 박근혜의 자서전은 한마디로 역사의 날조를 기술하는 것에 불과하다. 환상조작이란 얼마나 쉬우며 그것에 속아 넘어가기는 또 얼마나 쉽던가!-300-301쪽

"은퇴 이후로 독서가 나를 위로한다. 독서는 괴롭기 짝이 없는 게으름의 짓누름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준다. 그리고 언제라도 지루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고통이 엄습할 때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그 날카로운 예봉을 무디게 만든다. 침울한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려면 그냥 책에 기대기만 하면 된다."(<드 보통의 삶의 철학 산책> 중)-388쪽

"책 문화에서 하수구 구실을 하는 곳이 헌책방입니다. 책이라는 흐름에서 맨 위에 윗물인 새 책방이 있다면 흘러흘러 맨 아래에는 아랫물인 헌책방이 있어요. 이곳에서 바다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책을 갈무리합니다. 그리고 값어치를 매기며 새롭게 빛을 보도록 이끌어요. 빛을 본 어떤 책은 새 책으로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말라서 하늘로 올라가 다시 빗물로 내려오는 흐름고리라고도 말할 수 있는 책이 헌책방 책입니다."(최종규, <모든 책은 헌책이다>)-436쪽

꿈과 현실의 혼합이 개인의 고통과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고통의 파장을 줄일 수는 있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 젊다. 그러니 앞으로 지갑 걱정 없이 마음껏 로브스터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될 수도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돈을 밝히는 일은 속물이다. 그런데 속물이 되지 않고는 부자가 되기도 어렵다. 돈을 속물이라고 비웃지만 돈은 좋은 것이다. 속물로 전락되지만 않는다면.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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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1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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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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