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0 - 천하대세는 하나로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촉이 위에 점령당한 뒤)
사마소가 촉나라 사람에게 명해 촉의 음악을 들려주니, 옛 촉의 관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는데 후주(유비의 아들 유선)는 태연히 즐거워하며 웃음을 지었다. 술이 얼큰히 취하자 사마소가 가충에게 말한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무정하다니! 비록 제갈공명이 살았다 해도 저런 자는 온전히 보좌할 수 없었을 터인데, 하물며 강유가 어찌 도울 수 있었겠소?"
그러고 나서 후주에게 묻는다.
"서촉이 생각나지 않으시는가?"
후주가 답한다.
"이렇게 즐거우니 촉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중략)
(후주는 극정의 조언을 듣는다.)
후주는 명심하고 자리롤 돌아왔다. 술이 좀더 취한 뒤에 사마소가 또 물었다.
"촉이 그립지 않으신가?"
후주는 극정의 말대로 대답하고 울려고 하는데 도무지 눈물이 나오지 않자 눈믈 감아버렸다. 사마소가 말한다.
"어째서 극정의 말과 똑같소?"
후주는 눈을 뜨고 놀라 쳐다보더니 말한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사마소와 좌우 사람들 모두 웃었다. 사마소는 후주의 고지식함을 보고는 그로부터 다시 의심하지 않았다. -204-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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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9 - 하늘이 정한 운수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죽은 제갈량이 사마의를 물리치는 장면)
강유가 큰 소리로 외친다.
"적장 사마의는 꼼짝마라. 너는 이미 우리 승상의 계책에 빠졌도다!"
혼비백산한 위군들은 갑옷이며 투구를 벗어던지고 앞다투어 달아났다. 창과 칼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저희끼리 서로 밟고 밟혀 죽은 자만 해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사마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50여리 가량을 정신없이 달아났다. 그때였다. 뒤에서 두 장수가 달려와 사마의의 말고삐와 재갈을 움켜잡으며 소리친다.
"도독께서는 진정하십시오."
사마의는 그제야 멈춰서서 제 머리를 만지며 묻는다.
"내 머리가 그대로 붙어 있느냐?"
두 장수가 말한다.
"이제 안심하십시오. 촉군은 멀리 가고 없습니다."
(중략)
"아, 나는 공명이 살아 있는 줄로만 알았지 죽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구나!"
이로부터 촉땅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는 속담까지 생겼다.-190-191쪽

(위나라의 병권을 쥔 조상에게 당할까 우려되어 사마의가 거짓으로 병든 채 하며)
(이승 曰) "오랫동안 태부를 뵙지 못했는데 이렇듯 병이 위중하신 줄 몰랐습니다. 이번에 황제의 명으로 형주 자사가 되어 떠나는 길에 특별히 하직 인사를 드리러 들렀습니다."
사마의는 웃으며 짐짓 엉뚱한 말을 한다.
"응, 그래. 병주는 북방에 가까운 곳이니 방비를 굳건히 해야 할 게야."
이승이 고쳐 말한다.
"형주 자사입니다. 병주가 아닙니다."
"그대가 병주에서 오는 길이라구?"
"병주가 아니고 한수 유역의 형주올시다."
사마의가 머리를 끄덕이며 크게 웃는다.
"오오라, 형주서 왔단 말이구먼?"
이승이 답답한 듯 중얼거린다.
"태부께서 어쩌다가 이렇듯 중병에 걸리셨는가?"-235-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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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1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리뷰는 안쓰고 밑줄긋기만 하는 거예요?^^

마늘빵 2009-11-17 22:32   좋아요 0 | URL
계속 귀차니즘이네요. ^^ 예전엔 리뷰 쓰는 게 습관이 들었는데 요샌 그냥 밑줄긋기만이라도 하자 주의라서. 또 시간이 지나면 감흥이 다 날아가버리고요.
 
삼국지 8 - 남은 뜻을 위하여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제갈량이 맹획을 치러가는 길, 죽은 영혼들로 음산한 강을 건너지 못해 고민하는 장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죄로다! 지난번에 마대가 거느린 촉군 1천여명이 이 물을 건너다 죽었고, 그후 남만 사람들을 죽여 이곳에 버렸으니 미친 혼령과 원귀가 한을 풀지 못하였을 것이다. 내 오늘밤 물가에서 이들을 위해 제를 올리리라."
그곳 사람이 다시 말한다.
"옛법에 따라 사람머리 49개를 바쳐 제사를 지내면 원귀들이 스스로 물러갈 것입니다."
"사람이 죽어서 원귀가 되었는데 어떻게 또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내게 좋은 방도가 있도다."
공명은 즉시 음식을 맡아보는 군사를 불러 명한다.
"소와 양을 잡고 밀가루를 반죽해 사람머리 모양을 만들되 그 속에 쇠고기와 양고기를 채워넣도록 하라."
그리고 이것을 이름하여 만두라고 했다. -145-146쪽

(오직 늙은 조자룡만이 군사와 말을 잃지 않고 돌아오니 공명이 기뻐하며)
"이번 일은 내가 현명함과 우매함을 모르고 사람을 쓴 탓이오. 각처의 군사가 모두 패하여 손실을 보았거늘 오직 자룡만이 사람 한명, 말 한 마리도 잃지 않았으니 어찌 된 일이오?"
등지가 아뢴다.
"제가 군사를 거느리고 먼저 떠나오고, 조장군께서 혼자 남아 뒤를 끊으며 적장을 베고 공을 세웠습니다. 적군들이 놀라도 두려운 나머지 감히 맞서지 못하여 저희들은 군량미 한 톨 무기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공명이 감탄한다.
"진실로 장군이로다!"
공명은 곧 상으로 황금 50근을 조자룡에게 내리고, 수하군사들 몫으로 비단 1만필을 하사했다. 조자룡은 사양한다.
"삼군이 이번 싸움에서 공을 세운 것이 없고 오히려 죄를 지었거늘, 이렇게 상을 받는다면 이는 승상께서 상벌이 분명치 않으신 것이 됩니다. 청컨대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올 겨울에 군사들에게 나눠주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공명이 거듭 탄복한다.
"선제께서 살아 계실 때 항상 자룡의 덕을 칭찬하시더니, 괜한 말씀이 아니었구려!"
이로부터 공명은 조자룡을 더욱 공경했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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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1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데. 황석영님의 글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마늘빵 2009-11-16 09:04   좋아요 0 | URL
음, 원전에 충실하다고는 하는데 약간 밋밋한 맛입니다. ^^ 일전에 읽었던 황병국 역에 비해서는. 이문열 본이나 다른 본과는 비교를 안해서 모르겠구요.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금방 읽게 되네요.

펠릭스 2009-12-05 04:37   좋아요 0 | URL
장정일 역본도 읽어 보심이,,,

마늘빵 2009-12-05 08:50   좋아요 0 | URL
네,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요. 박태원인가 하는 분거랑 장정일 본이 끌리더라고요.
 
삼국지 7 - 무상한 원한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조조의 두통을 수술해주려다 의심 많은 조조에게 잡혀 옥에 갇힌 화타. 그를 잘 돌봐주는 오씨 성을 가진 옥졸 오압옥에게 본인은 죽지만 의술을 전수해주겠노라며 <청낭서>의 위치를 알려준다.)
화타가 한번 훑어본 후에 다시 오압옥에게 건네주니 오압옥은 <청낭서>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소중히 간직했다. 그리고 나서 열흘 후, 화타는 결국 옥중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오압옥은 즉시 관을 사서 염을 하고 정성껏 화타의 장사를 지낸 다음 옥졸직을 내놓고 <청낭서>를 공부하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들어서던 오압옥은 깜짝 놀랐다. 그의 아내가 아궁이 앞에서 <청낭서>를 태워 불쏘시게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오압옥이 황급히 달려들어 <청낭서>를 끄집어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모두 타버리고 겨우 한두 장만 남았을 뿐이다. 오압옥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조금도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말대꾸를 했다.
"화타처럼 신묘한 의술을 터득한들 결국 옥에 갇혀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그까짓 것이 무슨 소용 있어요?"
오압옥은 그저 한탄할 뿐이었다. (계속)-113-114쪽

(계속) 이리하여 <청낭서>의 비법은 세상에 전해지지 못하고, 닭과 돼지 따위를 거세하는 하잘것없는 방법만이 남아 전해온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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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6 - 서촉으로 가는 길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손부인이 장소의 계책에 유비의 아들 아두를 품에 안고 급히 배에 오르는 장면)
조자룡은 청강검을 칼집에 꽂고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
"주모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어찌하여 군사께 알리지도 않고 떠나십니까?"
"모친의 병환이 위독하다 하여 알릴 틈이 없었네."
"주모께서 문병 가시는데 어찌하여 작은주인은 데리고 가십니까?"
"아두는 내 아들이오. 형주에 두고 가면 돌봐줄 사람이 없질 않소?"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우리 주공께 혈육이라고는 아두 공자뿐입니다. 일찍이 소장이 당양 장판파에서 백만대군 속을 누비고 겨우 구해낸 터인데, 오늘 주모께서 아두 공자를 데려가신다니 이런 도리는 없습니다."
(중략)
그러나 조자룡이 한손에 아두를 안고 또 한손에 청강검을 들고 험악한 기세로 서 있으니, 누구 하나 감히 덤벼들지 못한다.-14-17쪽

(공명이 장비를 염두에 두고 마초와 대적할 자가 없다며 짐짓 거짓된 발언을 하며)
"군사는 어째서 나를 얕잡아보는 거요? 내 일찍이 혼자서 조조의 백만대군도 물리쳤는데 마초 같은 촌놈 하나 감당 못하겠소!"
공명이 말한다.
"장장군이 지난번 장판교를 끊었을 때는 조조가 우리의 허실을 몰랐으니 망정이지 만일 알았다면 무사할 수 있었겠소? 오늘날 마초의 용맹은 천하가 다 아는 바요. 마초가 위교에서 조조의 대군을 맞아 여섯 차례 싸웠을 때 수많은 조조의 군사들이 목숨을 잃고 조조도 수염을 깎고 전포마저 벗어던지고서야 겨우 살아났으니, 마초는 절대 함부로 볼 상대가 아니오. 관운장이 온다 해도 반드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소."
(중략)
"어쨌든 나는 갈 테요. 만일 내가 마초를 못 이기면 어떤 군령도 감수하겠소."-102쪽

(조자룡이 장합과 서황에 포위된 황충을 구하며)
조자룡은 크게 노하여 말을 몰아 달려들더니 한창에 초병을 찔러 죽여버렸다. 이어 나머지 적군을 숨가쁘게 몰아붙이며 무찌르니 조조군은 곧 모두 흩어져버렸다. 그 길로 분산 아래까지 달려가보니 장합과 서황이 황충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군사들은 모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자룡이 크게 호령하여 포위 속으로 돌진하더니 말 달리고 창을 휘두르며 좌충우돌하는데, 마치 무인지경을 달리는 듯하다. 그의 창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하얀 배꽃이 춤추는 것 같고, 눈발이 분분히 휘날리는 듯하다. 장합과 서황은 간담이 서늘해져 감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조자룡이 황충을 구출해 싸우는 한편 달아나니, 가는 곳마다 감히 그 앞을 막는 자가 없었다. 조조가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다가 놀라 좌우의 여러 장수들에게 묻는다.
"저 장수가 누구냐?"
그중에 알아보는 자가 있어 대답한다.
"상산 조자룡입니다."
"옛날 당양 장판교의 영웅이 아직도 살아 있구나!"-254-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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