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8 - 남은 뜻을 위하여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제갈량이 맹획을 치러가는 길, 죽은 영혼들로 음산한 강을 건너지 못해 고민하는 장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죄로다! 지난번에 마대가 거느린 촉군 1천여명이 이 물을 건너다 죽었고, 그후 남만 사람들을 죽여 이곳에 버렸으니 미친 혼령과 원귀가 한을 풀지 못하였을 것이다. 내 오늘밤 물가에서 이들을 위해 제를 올리리라."
그곳 사람이 다시 말한다.
"옛법에 따라 사람머리 49개를 바쳐 제사를 지내면 원귀들이 스스로 물러갈 것입니다."
"사람이 죽어서 원귀가 되었는데 어떻게 또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내게 좋은 방도가 있도다."
공명은 즉시 음식을 맡아보는 군사를 불러 명한다.
"소와 양을 잡고 밀가루를 반죽해 사람머리 모양을 만들되 그 속에 쇠고기와 양고기를 채워넣도록 하라."
그리고 이것을 이름하여 만두라고 했다. -145-146쪽

(오직 늙은 조자룡만이 군사와 말을 잃지 않고 돌아오니 공명이 기뻐하며)
"이번 일은 내가 현명함과 우매함을 모르고 사람을 쓴 탓이오. 각처의 군사가 모두 패하여 손실을 보았거늘 오직 자룡만이 사람 한명, 말 한 마리도 잃지 않았으니 어찌 된 일이오?"
등지가 아뢴다.
"제가 군사를 거느리고 먼저 떠나오고, 조장군께서 혼자 남아 뒤를 끊으며 적장을 베고 공을 세웠습니다. 적군들이 놀라도 두려운 나머지 감히 맞서지 못하여 저희들은 군량미 한 톨 무기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공명이 감탄한다.
"진실로 장군이로다!"
공명은 곧 상으로 황금 50근을 조자룡에게 내리고, 수하군사들 몫으로 비단 1만필을 하사했다. 조자룡은 사양한다.
"삼군이 이번 싸움에서 공을 세운 것이 없고 오히려 죄를 지었거늘, 이렇게 상을 받는다면 이는 승상께서 상벌이 분명치 않으신 것이 됩니다. 청컨대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올 겨울에 군사들에게 나눠주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공명이 거듭 탄복한다.
"선제께서 살아 계실 때 항상 자룡의 덕을 칭찬하시더니, 괜한 말씀이 아니었구려!"
이로부터 공명은 조자룡을 더욱 공경했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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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1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데. 황석영님의 글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마늘빵 2009-11-16 09:04   좋아요 0 | URL
음, 원전에 충실하다고는 하는데 약간 밋밋한 맛입니다. ^^ 일전에 읽었던 황병국 역에 비해서는. 이문열 본이나 다른 본과는 비교를 안해서 모르겠구요.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금방 읽게 되네요.

아카키 2009-12-05 04:37   좋아요 0 | URL
장정일 역본도 읽어 보심이,,,

마늘빵 2009-12-05 08:50   좋아요 0 | URL
네,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요. 박태원인가 하는 분거랑 장정일 본이 끌리더라고요.
 
삼국지 7 - 무상한 원한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조조의 두통을 수술해주려다 의심 많은 조조에게 잡혀 옥에 갇힌 화타. 그를 잘 돌봐주는 오씨 성을 가진 옥졸 오압옥에게 본인은 죽지만 의술을 전수해주겠노라며 <청낭서>의 위치를 알려준다.)
화타가 한번 훑어본 후에 다시 오압옥에게 건네주니 오압옥은 <청낭서>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소중히 간직했다. 그리고 나서 열흘 후, 화타는 결국 옥중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오압옥은 즉시 관을 사서 염을 하고 정성껏 화타의 장사를 지낸 다음 옥졸직을 내놓고 <청낭서>를 공부하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들어서던 오압옥은 깜짝 놀랐다. 그의 아내가 아궁이 앞에서 <청낭서>를 태워 불쏘시게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오압옥이 황급히 달려들어 <청낭서>를 끄집어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모두 타버리고 겨우 한두 장만 남았을 뿐이다. 오압옥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조금도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말대꾸를 했다.
"화타처럼 신묘한 의술을 터득한들 결국 옥에 갇혀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그까짓 것이 무슨 소용 있어요?"
오압옥은 그저 한탄할 뿐이었다. (계속)-113-114쪽

(계속) 이리하여 <청낭서>의 비법은 세상에 전해지지 못하고, 닭과 돼지 따위를 거세하는 하잘것없는 방법만이 남아 전해온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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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6 - 서촉으로 가는 길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손부인이 장소의 계책에 유비의 아들 아두를 품에 안고 급히 배에 오르는 장면)
조자룡은 청강검을 칼집에 꽂고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
"주모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어찌하여 군사께 알리지도 않고 떠나십니까?"
"모친의 병환이 위독하다 하여 알릴 틈이 없었네."
"주모께서 문병 가시는데 어찌하여 작은주인은 데리고 가십니까?"
"아두는 내 아들이오. 형주에 두고 가면 돌봐줄 사람이 없질 않소?"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우리 주공께 혈육이라고는 아두 공자뿐입니다. 일찍이 소장이 당양 장판파에서 백만대군 속을 누비고 겨우 구해낸 터인데, 오늘 주모께서 아두 공자를 데려가신다니 이런 도리는 없습니다."
(중략)
그러나 조자룡이 한손에 아두를 안고 또 한손에 청강검을 들고 험악한 기세로 서 있으니, 누구 하나 감히 덤벼들지 못한다.-14-17쪽

(공명이 장비를 염두에 두고 마초와 대적할 자가 없다며 짐짓 거짓된 발언을 하며)
"군사는 어째서 나를 얕잡아보는 거요? 내 일찍이 혼자서 조조의 백만대군도 물리쳤는데 마초 같은 촌놈 하나 감당 못하겠소!"
공명이 말한다.
"장장군이 지난번 장판교를 끊었을 때는 조조가 우리의 허실을 몰랐으니 망정이지 만일 알았다면 무사할 수 있었겠소? 오늘날 마초의 용맹은 천하가 다 아는 바요. 마초가 위교에서 조조의 대군을 맞아 여섯 차례 싸웠을 때 수많은 조조의 군사들이 목숨을 잃고 조조도 수염을 깎고 전포마저 벗어던지고서야 겨우 살아났으니, 마초는 절대 함부로 볼 상대가 아니오. 관운장이 온다 해도 반드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소."
(중략)
"어쨌든 나는 갈 테요. 만일 내가 마초를 못 이기면 어떤 군령도 감수하겠소."-102쪽

(조자룡이 장합과 서황에 포위된 황충을 구하며)
조자룡은 크게 노하여 말을 몰아 달려들더니 한창에 초병을 찔러 죽여버렸다. 이어 나머지 적군을 숨가쁘게 몰아붙이며 무찌르니 조조군은 곧 모두 흩어져버렸다. 그 길로 분산 아래까지 달려가보니 장합과 서황이 황충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군사들은 모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자룡이 크게 호령하여 포위 속으로 돌진하더니 말 달리고 창을 휘두르며 좌충우돌하는데, 마치 무인지경을 달리는 듯하다. 그의 창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하얀 배꽃이 춤추는 것 같고, 눈발이 분분히 휘날리는 듯하다. 장합과 서황은 간담이 서늘해져 감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조자룡이 황충을 구출해 싸우는 한편 달아나니, 가는 곳마다 감히 그 앞을 막는 자가 없었다. 조조가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다가 놀라 좌우의 여러 장수들에게 묻는다.
"저 장수가 누구냐?"
그중에 알아보는 자가 있어 대답한다.
"상산 조자룡입니다."
"옛날 당양 장판교의 영웅이 아직도 살아 있구나!"-254-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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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5 - 천하삼분의 시작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조조가 유비와 손권에게 패하고 산길로 도망가던 중 관우를 만났다.)
그야말로 진퇴유곡에 빠진 이때, 정욱이 앞으로 나서며 간한다.
"제가 알기로 관운장은 윗사람에게는 오만해도 아랫사람은 절대 업신여기지 않고, 강한 자는 우습게 알아도 약한 자는 능멸하지 않으며, 은혜 갚는 일과 원수 갚는 일을 분명히하는 신의가 두터운 사람입니다. 승상께서 지난날 그에게 베푼 은혜가 있으니, 친히 간청하신다면 이 난국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정욱의 말대로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서며 관운장에게 몸을 굽혀 인사한다.
"장군께서는 그동안 별고 없으셨소?"
관운장 역시 몸을 굽혀 답례하며 대답한다.
"관우가 군사 제갈량의 영을 받들어 승상을 기다린 지 오래요."
"내가 싸움에 패하고 위기에 몰려 이곳에 이르렀으나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터요. 부디 장군께서는 옛정을 생각하여 길을 내주시오."
"내 비록 승상의 은혜를 입었으나, 안량과 문추를 베어 백마에서 포위를 뚫게 해드렸으니 은혜는 갚은 셈이오. 오늘은 사사로운 일로 공사를 거스를 수 없소이다."-43쪽

(중략)
관운장은 의리를 태산같이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청룡도를 치켜든 채 고개를 숙이고, 지난날 허도에서 지낼 때 조조에게 입은 은혜와 또한 그뒤에 조조를 떠나올 때 다섯 관문을 통과하면서 관문을 지키던 장수들을 죽인 일을 생각하니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겁에 질려 하나같이 눈물을 떨구고 있는 조조 군사들의 행색을 보니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이윽고 관운장은 말머리를 돌려 군사들을 향해 영을 내린다.
"즉시 사방으로 흩어져라!"-45쪽

(36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며)
"아아 하늘이여, 이미 주유를 세상에 내고서 어찌하여 또 제갈량을 내었단 말인가!"-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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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4 - 풍운을 만난 용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사마휘가 유비를 만나고 문을 나서며)
"와룡이 비록 주인은 얻었으나 애석하게도 아직 때는 얻지 못하였구나!"-13쪽

공명이 말한다.
"한시바삐 민병을 모집하십시오. 제가 직접 그들을 조련하면 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현덕이 신야 백성들 가운데 새로 민병을 뽑아 3천 군사를 얻었다. 공명은 그들에게 아침저녁으로 진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하우돈이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신야를 향해 출병했다는 급보가 전해졌다. 장비가 이 소식을 듣고는 관운장에게 투덜거린다.
"어디 한번 공명더러 나가서 막아보라지."
관우가 장비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중에 유현덕이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하후돈이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온다는데 너희들 생각엔 어떻게 대적하면 좋겠느냐?"
장비가 비꼬아 말한다.
"형님은 고기가 물을 만났다 했으니, 그 물더러 나가서 막으라면 될 거 아니우?"-68쪽

조자룡이 네 장수와 한창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함성이 크게 일며 적군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조자룡은 번개같이 청강검을 빼들어 닥치는 대로 휘두르고 내려쳤다. 칼날이 닿기가 무섭게 적의 갑옷이 그대로 쪼개지며 붉은 피가 샘처럼 솟아올랐다. 조자룡은 마침내 여러 장수와 수많은 병사들을 물리치며 겹겹의 포위를 뚫고 나갔다.
이때 조조는 경산마루 위에서 전세를 관망하고 있었다. 한 장수가 천군만마 속에서 필마단기로 대적하는데 그가 이르는 곳마다 아무도 그 위력을 당해내지 못한다. 조조가 깜짝 놀라 좌우에 물었다.
"저 장수가 대체 누구냐?"
조홍이 곁에 있다가 즉시 산 아래로 내려가 큰소리로 외쳤다.
"군중에서 싸우는 장수는 성명을 밝혀라!"
조자룡이 맞받아 소리쳤다.
"나는 상산 조자룡이다!"
조홍이 다시 말을 달려 산 위로 가서 조조에게 알렸다.
"참으로 범 같은 장수로구나! 내 기필코 사로잡고야 말겠다."-122쪽

(장판교 싸움)
장비는 멀리서 조조의 후군이 조금씩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장팔사모를 고쳐잡으며 또 한번 큰소리로 외쳤다.
"싸울 거냐 말 거냐? 어쩔 작정이냐, 이놈들아!"
벼락치듯 울려대는 장비의 고함소리를 듣고, 조조 곁에 있던 하후걸은 얼마나 놀랐던지 간담이 터져 그대로 말에서 굴러떨어져버렸다. 조조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그러자 수하 장수와 군졸 들도 일제히 서쪽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하니, 그 꼴은 흡사 젖먹이 어린애가 우레소리를 들은 격이요, 병든 나무꾼이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은 격이었다. 그 와중에 창을 내팽개친 자, 투구가 땅에 떨어진 자가 부지기수이고,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몰려가는 꼴은 마치 파도가 밀려가듯 산이 무너지듯 하는 판국이라 저희끼리 서로 부딪치고 짓밟혀 죽는 자가 나왔다.-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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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11-1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너무 전쟁소설(?)을 탐닉하고 계신거 아닙니까?...ㅋㅋ
이문열 판으로 읽고나서 애들 땜에 황석영 판도 구입은 했는데...
삼국지 다시 읽기는 왠만한 각오가지고는 좀 힘드네요..ㅎㅎ
아프님 잘 지내고 계신거죠???

마늘빵 2009-11-12 10:00   좋아요 0 | URL
^^ 이문열 판은 못봤고, 황병국 판으로 어릴 적 두 번 읽고 황석영 판으로 세번째 보는 건데, 재밌네요. 생각보다 금방 읽습니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저는 내내 새벽까지 줄야근하다가 어제부로 한 건 털고 한숨 돌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