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의 대담
가야트리 스피박 외 지음, 주해연 옮김 / 산책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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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디스 버틀러의 통찰력이 잘 드러나는 책. 번역도 무난한데, 책값은 좀 비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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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적 보편주의 - 권력의 레토릭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김재오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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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다운 솜씨로 무거운 주제를 간결하게 잘 제시한 책. 보편적보편주의는 글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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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퍼오는 김에, 알튀세르의 자서전에 대한 소개 기사가 [한겨레]에 실려서 함께 퍼온다.  

이미 15년 전에 한 번 출판됐던 책이라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아서 좀 걱정했는데  

그래도 꽤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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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한 천재 철학자의 자기 정신분석

 
 
 
한겨레 고명섭 기자
 








 

»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지음·권은미 옮김/이매진·2만5000원


루이 알튀세르 자서전 증보판 번역본
대표작 ‘마르크스를 위하여’ 집필 뒤
‘무식 드러날까 두려워’ 심한 우울증
말년 ‘과학주의’ 버리고 우발성 주목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20세기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인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1918~1990)의 자서전이다. 1990년대 초반에 한 차례 번역된 바 있는 이 책의 증보판이 한국어로 출간됐다. 알튀세르의 이 자서전은 두 판본의 자서전이 하나로 묶인 특이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1976년에 쓴 ‘사실’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자서전과 1985년에 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라는 제목의 두 번째 자서전이 하나로 합쳐져 알튀세르 사후에 출간된 것이 이 자서전이다.

그 두 자서전의 한중간에 알튀세르 삶의 결정적 비극, 곧 ‘끔찍이도 사랑했던 아내 엘렌을 목 졸라 죽인 사건’이 놓여 있다. 이번에 나온 증보판 번역본은 초판본에는 없었던, 150쪽에 이르는 자서전적 자료들이 함께 묶여 그 비극적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이 부록 가운데 알튀세르가 자신의 철학적 사유의 전환을 설명하려고 따로 쓴 ‘스피노자’와 ‘마키아벨리’는 우발성의 유물론 또는 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말년의 알튀세르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 번째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살인 현장에 대한 자기 목격에서 시작한다. 1980년 11월 16일 아침 정신이 든 자서전의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미친 듯이 외친다. “내가 엘렌을 목 졸라 죽였어!” 그는 곧 정신감정을 받게 되고 정신착란 상태에서 살인을 한 것이 인정돼 면소 판결을 받는다. 이 책은 아내 살해라는 이 비극적 사건의 기원을 해명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삶을 통째로 정신분석한 것이 이 자서전이다.

부모의 결혼과 출생에 얽힌 비밀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이 자서전이 자기 자신의 정신분석임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알튀세르의 어머니는 루이라는 사랑하던 남자 대신 그 남자의 형 샤를과 결혼한 사람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루이가 전사하자 형이 대신 청혼한 것인데, 얼결에 청혼을 받아들인 여자는 곧 그 결혼을 후회한다. 동생과 기질이 전혀 다른 형을 아내는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 아들이 태어나자 여자는 그 아들의 이름을 루이라고 붙여준다. 아들은 죽은 남자 루이의 대리물이었다! 어린 루이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존재’, ‘가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루이는 내 어머니가 사랑했던 삼촌이었지 내가 아니었다.”




 

» 루이 알튀세르
 
알튀세르의 이후 삶은 자기 존재의 이 태생적 결함을 메워보려는 ‘생사를 건 투쟁’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욕망을 실현시키려고, 어머니가 사랑했던 남자가 돼 그 사랑을 얻어내려 분투한다.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이 말한 그대로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이었다. 동시에 알튀세르는 그런 가짜 존재, 껍데기 삶을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사는 진짜 삶을 열망하게 된다. 이 모순적 욕망은 그의 내부에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어머니의 욕망을 거역해 자기 자신이 되려는 욕망이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이 일찍부터 그의 정신에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심어놓는다. 이 자서전에서 알튀세르는 자신이 성인이 된 이후 열다섯 차례나 우울증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았음을 밝힌다.


이 우울증의 한 사례가 알튀세르 자신을 프랑스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대표자로 끌어올린 저작 <마르크스를 위하여>와 <자본론을 읽는다> 발간과 관련돼 있다. 1965년 가을 거의 동시에 발간된 이 출세작은 그를 지독한 우울증 상태로 빠뜨렸다. 이 자서전에서 그는 도발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이 마르크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으며, 자본론도 1권만 겨우 읽은 상태였다고 고백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는 책 발간 직후 그 책들로 인해 자신의 무식과 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야 말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견딜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런 파국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나는 그 파국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어 엄청난 우울증에 걸렸다.”

두려움과 우울증의 이 변증법은 이후에도 계속 증폭됐는데, 마침내 그것이 아내 살해라는 극단적 행위로 나타났다고 자서전의 지은이는 해석한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을 근원적으로 부정하는 존재의 결핍감 사이에서 고통받다가, 끝내 자기를 소멸시킴으로써 자기 존재의 근원적 부재를 증명하고 그 증명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이 아내 살해였다는 것이다. 아내 살해는 자기파괴의 매개물이었던 셈이다.

자서전은 바로 여기서 끝나는 듯한데, 알튀세르는 이 지점에서 마지막 한 장을 덧붙여 이 모든 해석에 도전함으로써 이 자서전을 문제적 저작으로 만든다. 그런 수미일관한 과학주의적 해명은 아내 살해 사건을 그 자체로 해명하지 못한다는 또다른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살인이라는 사건은 내적 필연성의 결과로만 볼 수 없고, 그 사건을 전후한 여러 우연적·우발적 요소들이 결부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설명을 통해 이 자서전은 알튀세르 철학의 ‘인식론적 단절’의 한 국면을 보여준다. 명징한 과학주의를 주창했던 그는 말년에 이르러 과학적 법칙성·필연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우리 삶과 역사의 의외성을 마주침(우연한 만남)의 유물론으로 설명해 보려 했는데, 바로 그 사유의 전환을 이 자서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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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jjismy의 생각
    from jjjismy's me2DAY 2009-03-16 02:39 
    [알라딘서재]알튀세르-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신문 소개 기사 15번 정도 입원해 줘야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지.. 험험
 
 
u2 2009-01-2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명섭기자는 책 안 읽고 아는 것 얽어서 글쓰는 것 같아 서평 아닌 소개기사에 항상 거북했는데, 이 기사는 그남 잘 읽히네요^^

balmas 2009-01-22 01:44   좋아요 0 | URL
잘 읽힌다니 다행입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랫동안, 그 유명한 '근간' 상태에 있던(^^;) 알튀세르의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가 재출간됐군요. 지난 1993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15년만이군요. 처음 출간됐을 때  

읽으면서 섬뜩하기도 하고(자신의 삶에 대한 재구성) 재밌기도 했던(특히 당대 사상계의 동향에 관한 내용) 기억이 

생생한데, 이렇게 새로운 자료가 추가돼서 처음 출간됐을 때보다 훨씬 두툼하게 재출간된 걸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더욱이 이번에 나온 책에는 주제넘게 '해설'까지 쓰게 돼서 더 그렇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알튀세르라는 유령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길.^^   

용기있는 분들은 말도 한번 건네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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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1-0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눈에 띄어서 넣어놨는데, 책소개를 보니 발마스님 이름이 보이더라고요.

balmas 2009-01-09 01:19   좋아요 0 | URL
ㅎㅎ 쑥스럽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1-0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해봅니다.

balmas 2009-01-09 01:20   좋아요 0 | URL
ㅎㅎ 예, 그러셈^^

로드무비 2009-01-0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

balmas 2009-01-09 01:20   좋아요 0 | URL
ㅎㅎ 재밌어염.

류우 2009-01-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책이 와야 할텐데=ㅎㅎㅎ

balmas 2009-01-09 01:21   좋아요 0 | URL
ㅎㅎ 벌써 주문하셨군염.

2009-01-09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9-01-10 01:25   좋아요 0 | URL
그건 특별한 방법이 있다기보다 그냥 꼼꼼하게 읽는 게 중요하지.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따져보면서 읽는 연습을 많이 하면, 언젠가는 좀더 쉬워질 거야.^^
 

 이번 주 토요일부터 격주로 [한겨레] 신문에서 "21세기 진보 지식인 지도" 연재가 시작됩니다.

 21세기 현재 외국에서 주목할 만한 작업을 수행하는 저명한 진보 지식인들(주로 사상가 내지 이론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대략 27-8회 정도 연재될 것 같은데, 국내의 전문가들이 각자  

한 꼭지씩 맡아서 글을 쓰거나 아니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래 글은 전체 기획의 총론격으로 쓴 글인데,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조언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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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진보 지식인 지도 연재를 시작하며


‘역사의 종말’의 기만적 현실성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미국의 보수적인 저널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역사의 종말이 이루어졌음을 선포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리고 그 글은 2년 뒤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이라는 제목이 붙은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어 새로운 세계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얼마 못가 그 순진함과 조야함이 드러났다는 의미에서 기만적이었던 이 선언은 하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후쿠야마가 석학 대접을 받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역사의 종말에 대한 선언의 현실성은 부정적인 방식으로 입증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후쿠야마의 선언이 순진하고 더 나아가 기만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사실은 반공주의)의 최종적 승리에 대한 그 선언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논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2009년 벽두에 21세기 진보 지식인 지도 연재를 시작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르크스주의 이후 어떤 진보 사상인가

20세기 세계 진보 사상의 흐름이 마르크스주의의 다양한 변주의 역사였다면, 21세기 벽두의 진보 사상은 역사적인 종언을 고한 마르크스주의 ‘이후에’ 어떻게 지배에 맞서 저항할 것인가, 어떻게 사회의 변혁을 사고할 것인가라는 화두와 마주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 진보 사상은 근본적으로 포스트마르크스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다룰 지식인들 중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잉여가치의 착취 메커니즘을 유일한 지배의 원리로 간주하지 않으며, 또한 누구도 노동자 계급이라는 ‘역사의 주체’에 근거를 둔 정치적 변혁과 대안 사회의 구성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그 대신 이들은 극단적인 폭력을 수반하는 고도의 과학기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마르크스주의가 공백으로 남겨두었던 문제들을 분석하고, 더 나아가 마르크스주의 자신을 포함한 근대 문명 전체에 함축된 모순들을 해명하려고 시도한다. 그들은 모두 확실하지만 낡은 답변을 되풀이하기보다는 좀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길을 택한 사람들이다.


새로운 진보 사상의 주역은 누구인가

우리가 이번 기획에서 다룰 진보 지식인들은 지난 20세기 후반기를 풍미했던 진보 사상의 대가들의 후예다. 프랑스의 경우 알튀세르, 들뢰즈, 푸코, 데리다 등을 계승하고 있는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랑시에르, 장-뤽 낭시, 브뤼노 라투르, 베르나르 스티글러가 이번 기획의 주인공들이다. 바디우와 발리바르, 랑시에르가 알튀세르의 지적 유산을 비판적으로 극복함으로써 자신들의 이름을 사상의 성좌에 새겨 넣고 있다면, 낭시는 하이데거와 마르크스, 데리다, 블랑쇼의 유산을 독창적으로 종합하여 ‘무위(無爲)의 공동체’라는 독자적인 사상의 경지를 이룩했다. 라투르와 스티글러는 각각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을 추적하면서 그것이 인간의 삶의 형식을 어떻게 변형시키고 있는지, 또한 비자본주의적인 과학기술 발전의 길은 어떤 것인지 탐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하버마스와 아펠 이후 독일 비판이론의 전통을 계승한 악셀 호네트와 한스 요아스가 이번 기획의 핵심 인물들이다. 그리고 프랑스 후기구조주의와 비판이론을 독창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사상의 지평을 열어가는 크리스토프 멩케도 주요한 인물로 소개될 것이다 아울러 [자본주의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은 엘마 알트파터나 [히스테리]로 독창적인 여성 연구의 한 차원을 보여준 크리스티나 폰 브라운도 한겨레 독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기획에서 제일 역점을 둔 것 중 하나는 이탈리아의 진보 지식인들에 대한 소개다. 안토니오 그람시라는 걸출한 마르크스주의자를 배출한 이후 20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는 빼어난 진보 지식인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세계 사상의 흐름이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다소 때 이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들을 모두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번 기획에서 다룰 안토니오 네그리, 조르조 아감벤, 지안니 바티모는 모두 이미 독자적인 사상의 영역을 개척한 21세기 사상의 선구자들이다.

영미권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레이먼드 윌리엄스, 프레드릭 제임슨, 이매뉴얼 월러스틴 이후 진보 이론의 최전선에서 작업하는 지식인들이 이번 연재의 중추를 이룰 것이다. 이들 중에는 현대 문화연구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스튜어트 홀이나 포스트마르크스주의와 급진 민주주의의 제창자로 잘 알려진 샹탈 무페가 포함돼 있다. 또 탈근대 사회의 모순적인 삶의 양상들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는 지그문트 바우만과 저 유명한 [젠더 트러블]의 저자 주디스 버틀러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게 될 이론가들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매뉴얼 월러스틴 이후 가장 주목받는 세계체계론 연구자인 조바니 아리기와 생명공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내재한 정치철학적 함의를 추적하고 있는 니콜라스 로즈도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지식인들이다. ‘정보시대 3부작’으로 잘 알려진 도시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스와 비판지리학의 대가 데이비드 하비의 작업에서도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거론한 인물들은 이른바 ‘북쪽’, 곧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활동하는 진보 지식인들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사이드 이래 우리가 깨닫게 되었듯이 21세기 진보사상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는 유럽 중심주의와 식민주의의 유산이다. 우리가 서양 바깥의 진보 지식인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각별히 주목하는 것은 인도의 지식인들이다. ‘현존하는 인도 최고의 사상가’로 꼽히는 라나지트 구하는 소수의 전문가들 외에는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무지하고 가난한 대중을 지칭하는 서발턴(subaltern)에 관한 연구로 20세기 후반 진보 사상의 새로운 시야를 열어 놓은 역사학자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와 해체론에서 영감을 얻은 가야트리 스피박은 서발턴 연구에 비판적으로 동조하면서 탈식민주의 여성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야 센이 가진 것 없는 이들을 위해 제창한 ‘센코노믹스’도 21세기 진보 사상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와 인접한 동아시아 진보 지식인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돼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국민국가와 자본주의에 대해 어떤 대안을 구상하는지 살펴볼 것이며, 중국의 신좌파 지식인의 대표자인 왕후이가 제창하는 ‘아래로부터의’ 동아시아 연대에 관한 구상을 들을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좀더 많은 인물을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서구 형이상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해방 철학의 대가 엔리케 두셀은 우리에게 남아메리카 진보 사상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또 다른 진보의 세기를 위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카지노 자본주의의 거대한 도박 노름에 민중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 30여년 뒤로 되돌아간 듯 공안통치의 칼날을 사정없이 휘두르는 정권의 기세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반동의 역풍이 거셀수록 진보의 나무는 조금씩 희망의 싹을 틔울 것이다. 우리가 한겨레 독자들과 더불어 새로운 진보의 세기가 시작될 수 있고 또 시작되어야 한다는 믿음과 의지의 씨앗을 뿌리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1세기 진보 지식인 지도 연재에 많은 독자들의 성원과 조언, 격려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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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1-0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발마스님이 연재하시는건가요? ^^ 토욜 신문 기다려지는데요?

balmas 2009-01-06 20:1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그냥 디자인만 했을 뿐이고, 실제로 글을 쓰는 분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입니다.^^

Ritournelle 2009-01-0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기대되는 연재입니다.
- 오타 하나 발견했어요. '마누엘 카스텔스' -> 마뉴엘 카스텔로 정정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솔직히 카스텔은 별로 진보적인 학자라고 저는 생각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연재에 들어간다면...
- 아! 그리고 혹시 '한스 요아스'는 '한스 요나스'라고 보통 부르지 않나요? 혹시나 해서요...
-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슬라보예 지젝이 빠진 게 조금 아쉽습니다. 근데 지역별로 묶어서 보니까 지젝이 낄데가 조금 애매하기도 한것 같고요.

위의 학자들은 몇몇만 빼고는 거의 다 아는 사람들이군요. 어쨌든 좋은 연재 기대하겠습니다. ^^*

balmas 2009-01-07 02:38   좋아요 0 | URL
ㅎㅎ 예 감사합니다.
근데 "마뉴엘 카스텔"이 맞는 건가요? 저도 잘 모르지만, 동영상 같은 데서 보면 다들 "카스텔스"라고 하던데 왜 "카스텔"이라고 표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프랑스에서 오래 활동했기 때문인 듯한데, 사실 스페인 출신이니까 "카스텔"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
"한스 요아스"와 "한스 요나스"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한스 요야스는 독일의 중견 철학자, 사회학자죠.
지젝이 빠져서 좀 서운한 분들이 많을 듯한데, 사실 아직 누구를 연재할지 모두 확정된 건 아닙니다. 연재를 해나가면서 다소 조정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젝은 얼마전에 한겨레에서 한번 논의가 된 적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일단 제외시켰는데, 섭섭하다는 분들이 많으면 나중에라도 추가를 해야죠.^^;

Mephistopheles 2009-01-0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챙겨봐야할 신문의 한자락을 발견했습니다..^^

balmas 2009-01-07 02:39   좋아요 0 | URL
열심히 봐주시면 고맙죠.^^

릴케 현상 2009-01-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이 연재글들만 읽어도 대충 그림이 나온단 말이죠^^좋아라~ 맨날 신간 나올 때 사람들이 '이 책이 나오다니!' 하면서 기뻐하는 거 보면 기분 나빠서ㅋ 나오기도 전에 다 안단 말이지 쳇... 혹시 지성사 같은 책 추천하실 거 없나요? 읽고 나서 저도 '아 우리나라엔 왜 이런 책이 빨랑 안 나오는 거야' 할 수 있게요^^

balmas 2009-01-08 01:20   좋아요 0 | URL
ㅎㅎ 진보 사상의 흐름을 조감하는 데는 좀 도움이 되겠죠.^^

Kitty 2009-01-0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발마스님 너무 멋져요 ^^ 신문에 연재를 하시는군요 +_+
사정상 지면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인터넷으로나마 열심히 찾아볼께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화이팅입니다! ^^

balmas 2009-01-09 01:2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연재하는 게 아닌데염.^^; 저는 그냥 첫회 총론만 하나 쓰고 그 다음부터는 전문가 선생님들이 한 사람씩 맡아서 소개하는 거랍니다.
암튼 고맙습니다, 키티님.
키티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올해 좋은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로드무비 2009-01-0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거이 없어서 조언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겠습니다.^^

balmas 2009-01-09 01: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조언하실 게 많잖아요. 문체도 그렇고 맞춤법도 그렇고, 아님 넘 어렵다라든가 등등.^^

나의왼발 2009-01-0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vs버틀러 요런 건 어떨까염?

balmas 2009-01-09 01: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건 논쟁 시리즈에 어울릴 듯한 주제인데여.

김준열 2009-01-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연재 꼬박꼬박 챙겨 읽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balmas 2009-01-15 11:52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 서재에도 종종 들르세요.

NA 2009-01-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선배님. 1월 10일부터 시작하는 줄 알고 한겨레 인터넷에서 찾아 봤는데 좀처럼 찾질 못하겠더군요. 종이신문에만 나오는가 싶기도 하고, 날짜를 잘못 알았나 싶기도 하고 궁금해서 여기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balmas 2009-01-15 11:53   좋아요 0 | URL
ㅎㅎ 죄송합니다. 진작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 한겨레 사정으로 1주 연기가 된 것 같아요. 이번 주부터 연재가 시작될 겁니다.^^ 제가 전체 필자분들께 다시 한번 공지를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