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알라딘 나들이가 너무 뜸했습니다.
다들 안녕하셨는지요?
저는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벌써 리용 생활이 다섯 달이 지나고 6개월째로 접어들었군요.
돌이켜보니 지난 5개월 동안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요리실력만큼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만감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과연 내가 요리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 여기까지 왔던가 ... -_-+
(그래도 하나라도 늘면 그게 어딥니까 ... 라고 자위해봅니다만 ;;;)
그동안 소식이 뜸했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할 일이 많이 밀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2월 말까지 끝내기로 작정했던 글이 하나 있는데, {프랑스 철학과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공동 저작에 수록될 피에르 마슈레의 문학론에 관한 글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글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여태 이걸 끝내지 못하고 지지부진, 우왕좌앙, 좌불안석, 백팔번뇌(?)에 빠져
있습니다. 이걸 마쳐야 다른 일들도 순조롭게 진행이 될 텐데, 왠일인지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쓰는둥마는둥 하고,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또 조만간 마쳐야 할 다른 번역일을 하면서,
심란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알라딘에는 영 접속할 마음이 나지 않아서
그동안 본의아니게 소식이 뜸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주 안으로는 이걸 끝내서 보내줘야
속도 편하고, 다른 일들도 순조롭게 진행이 될 텐데, 걱정입니다. ;;;;;;;;;;
요즘 프랑스, 특히 리용은 눈부신 햇볕이 쏟아지는 완연한 봄날입니다. 한낮에는 20도 넘게
기온이 올라가서 반팔로 다니지 않으면 더울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몇년 동안 지낸 후배의 말을
들으니, 예년에는 이맘때쯤이면 남녀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은 웃통을 벗고 잔디밭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11월 말부터 4달 넘게 햇볕을 거의 보기 힘들다가 이맘때부터
화사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해서, 겨울 동안 습기에 쩔어 퀴퀴해진 몸을 말리기 위해서라나뭐라나요.
어쨌든 후배에게는 젊은 아가씨들이 웃통 벗고 발광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삶의 낙의 하나였다던데,
올 겨울은 예년보다 훨씬 포근하고 날씨도 대개 맑았기 때문에, 올해는 그 진풍경을 보지 못해서 못내
섭섭해하더군요. (여자 후배들은 또 다른 이유로 섭섭하겠죠??)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이렇게 날씨가좋아지는 와중에 한 가지 경보가 날아들었습니다. 다름아닌
알레르기 경보!! 마침 오늘 TV 뉴스에서도 알레르기 경보를 발령한다는 소식을 전하더군요. 다른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던데, 프랑스에서도 4월 중순 또는 말부터 6월 초까지는 꽃가루가
심하게 날려서 알레르기 환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합니다. 여기 사는 여자 후배와 남자
후배 하나도 이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하더군요. 계속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흐를 뿐만
아니라, 여자 후배는 과일을 전혀 먹지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과일 알레르기로
옮겨가서 그렇게 됐다고 하네요. 사실 여기는 과일값이 비교적 싸고 종류도 많아서 자주 사먹게
되는데, 과일을 못먹는다면 식탁이 너무 빈곤해져버립니다. ;;;
저는 한국에 있을 때는 알레르기는 없었는데, 후배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혹시 나도 여기서 생기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꽃가루 없는 곳으로만 다닐 수도 없고 ... 덜덜덜 ~~~
지지부진한 글쓰기에 신음하는 가운데 하나의 낙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책을 값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과연 낙일까?) 한국에 있을 때도 인터넷으로 꽤 많은 책들을 샀지만, 여기서는
헌책방이나 아니면 다른 인터넷 할인 매장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어서
모처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연 보람일까 ??) 리용에는 파리만큼 헌책방이 많지 않은데,
제가 자주 (한달에 한 두 번 정도. 사실은 더 자주 가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도중에 짐싸서 돌아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 가는 헌책방으로는 "디오젠느Diogene"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올린다 하면서도 여태 사진을 못찍었군요 ;;;)
구리용의 유원지에 있는 서점인데, 인문학 전문 헌책방이어서 그런지 규모에 비해 꽤 쓸 만한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전에 절판된 책이나 얼마 전에 나온 새 책을 약 60-70 %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령 오캄의 {논리학 대전} 3권짜리를 이곳에서 구입했고, 라이프니츠나 유명한
주석가들의 책도 싸게 샀습니다.
아직도 사야 할 책들, 찜해 둔 책들이 수없이 많은데, 과연 저 책들이 팔리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을지,
과연 내게 앞으로 저 책들을 살 만큼 돈이 남아 있을지, 걱정입니다. 휴 ~~~
제가 주로 책을 사는 또다른 루트는 인터넷 할인매장입니다. http://www.priceminister.com/라는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메모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유럽 지역에만 배송이 된답니다.
ㅋㅋㅋ ) 이곳은 책 이외에 음반이나 디비디, 옷가지 등을 함께 사고파는 곳인데, 아마존이나
다른 인터넷 대형서점들보다 종수는 많지 않지만, 할인율을 훨씬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잘만
고르면 얼마 전에 나온 새 책도 반 값 이하에 구할 수 있죠. 여기서도 상당히 많은 책을 샀고,
아직도 보관함에는 150권 가량의 책들이 간택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_-+)
아, 그리고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오늘부터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습니다. 조만간 후보자들의
TV 토론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유세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오늘 뉴스에 따르면
유권자들 중 약 40 %가 아직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총 12명의 후보 가운데
현재 선두권에는 집권 여당의 니콜라 사르코지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그리고
공화국 연합에서 갈라져 나온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루 등이 있고, 악명높은
극우파 민족전선의 장-마리 르펜이 바이루를 바짝 추격하고 있지요. 22일날 치러지는 1차 투표에서
과연 누가 결선 투표에 진출하게 될지, 과연 답보 상태에 있는 세골렌 루아얄이 막판에 선전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또 지난 대선처럼 장-마리 르펜이 의외의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만합니다.
저는 다른 일들 때문에 이것저것 챙겨볼 형편이 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좌파쪽에서 선전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
주요 후보자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우리나라로 치면 이명박과 정형근을 합쳐 놓은 듯한 인물이죠. 왠지 노무현과 유시민을 합쳐놓은 것
같기도 하고 ...)
세골렌 루아얄

(50대 중반이지만, 40대 초반처럼 보이는 미모의 정치인이죠. 덕분에 젊은 층에서는 인기가 많은데,
구좌파 정치인들은 "여자 블레어"라고 무시하고 경원하죠 ...)
프랑수아 바이루

(서민적인 이미지와 중도 노선으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지금은 주춤한 상태 ...)
장-마리 르펜

(프랑스의 극우 파시시트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민족전선의 당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