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vs 미국, 이제는 實戰이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86> 쿠바의 장래와 안보리 진출

 

  2006-08-15 오전 11:52:49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대외적인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설전으로 일관하던 미국과의 대립관계를 외교적인 행동을 통해 확실하게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잰 걸음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차베스의 최근 대외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오는 12월 대선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과의 외교전에서 기선제압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물론 차베스는 14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오는12월3일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후보로 등록을 마치기는 했다. 하지만 대선 유세보다는 쿠바문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 진출, '반제국주의를 위한 캠페인'
  
  차베스가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대상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다. 우선 오는 10월 치러지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표결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과테말라를 따돌리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것과 카스트로의 중병으로 공백이 생긴 쿠바의 후계구도 설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신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차베스는 자신의 이런 행보를 놓고 '반제국주의를 위한 캠페인'이라고 명명했다. 이미 시작된 미국과의 외교전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전세계를 향해 자신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미국의 힘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각오다. 이런 맥락에서 차베스는 지난달 미국에 비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국가들을 차례로 순방해 자신의 지지세를 확실하게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유엔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놓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반미 성향이 강한 중남미에서는 일단 우리 정부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일부 중남미 국가들도 과테말라가 중남미에서 가장 혹독한 인권유린국가라는 점을 들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과테말라를 지지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라는 이중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 밝혔다.
  
  과테말라는 지난 36년간 2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당한 쓰라린 과거를 안고 있는 등 인권문제에 있어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인 국가 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베스 측근들은 이어 "중남미에서의 확실한 승기에 이어 러시아와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 중 일부의 지지를 확보, 과테말라보다는 우리가 약간 우세한 입장"이라면서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진출을 확신했다.
  
  2년 임기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선출은 192개 회원국들의 비밀투표로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해야 선출이 확정된다.
  
  '쿠바와 카스트로를 위한 차베스의 생일선물'
  
  미국과의 대립구도에서 차베스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또 다른 한판의 승부수는 쿠바의 장래와 관련된 문제다.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민주화 또는 체제 유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차베스가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울 거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13일 오후 80회 생일을 맞은 카스트로를 전격 방문한 차베스는 "아메리카의 영웅에게 최상의 생일선물을 전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차베스가 쿠바와 카스트로를 위해 마련한 선물보따리는 통상적인 생일선물이 아니라 쿠바의 고질적인 가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차베스, 자네가 내 동생 라울과 쿠바 국민들을 내 대신 잘 챙겨주게." ⓒ 일간<그란마>(쿠바)

  미국 정부는 8000만 달러 상당의 예산을 긴급편성해 쿠바의 민주화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차베스는 이번 카스트로의 생일축하 방문에서 쿠바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어 미국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베스는 지난13일 쿠바로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측근들에게 쿠바 해안에 매장돼 있는 해저유전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쿠바의 기술과 자금력으로는 해저유전 탐사와 발굴작업이 무리일 수 있으나 베네수엘라국영석유(PDVSA)와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국영석유(PETROBRAS)를 공동참여 시킬 계획이라면서 측근들에게 이 프로젝트의 추진을 급히 서두르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차베스는 브라질 정부와도 이미 합의를 끝낸 상황이며 탐사비용 역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베네수엘라와 쿠바, 브라질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참여지분 문제 등 세부적인 조율만 남겨놓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카스트로 이후의 쿠바체제의 변화를 위해 각종 지원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차베스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또 카스트로 이후에 등장할 쿠바의 지도자가 누가됐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쿠바 내부에서 자신의 지지도를 강화해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미국정부의 쿠바 내정간섭을 완벽하게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쿠바정부와 차베스는 쿠바 연안 걸프만에 대규모 유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차베스를 통해 오일달러의 막강한 힘을 체험한 쿠바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카스트로가 부재중임에도 불구하고 차베스의 쿠바방문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평소 차베스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라울 카스트로 역시 차베스를 향해 최상의 의전을 베풀고 평소와는 다르게 몸을 한껏 낮추어 차베스를 영접 하기도 했다.
  
▲ 13일 쿠바를 전격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 베네수엘라 대통령궁

  현지 외교전문가들은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장래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 차베스의 외교전 역시 현재로선 차베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차베스는 이번 쿠바방문을 통해 조건 없는 무제한적인 지원과 쿠바 국민들과 카스트로를 향한 애정을 앞세워 쿠바 내에서 반미 감정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현지언론들은 카스트로 이후 대 쿠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미국정부의 모습은 마치 지난 1961년 피그만 침공 때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4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쿠바 정국의 실상을 그만큼 오판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병상에 누어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카스트로는 자신을 방문한 차베스와 3시간이 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임시대행 체제를 맡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가 배석했으며 카스트로는 차베스를 향해 동생인 라울과 쿠바 국민들을 자신을 대신해서 잘 챙겨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준비한 진짜 선물보따리(쿠바 연안의 해저유전 개발프로젝트)를 풀어 보였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쿠바의 장래가 미국 정부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차베스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영길/프레시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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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학번 물리학도'가 만난 '88학번 헤겔'

 

[기고] 나는 왜 '헤겔 평전'을 번역했나?

 

2006-08-14 오후 6:04:38

 

  인문학 연구를 업으로 택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더불어 각종 실용서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출판시장에서 고급 인문학 서적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출간되는 인문학 서적들은 대체로 독자들의 교양 욕구를 겨냥한 가벼운 읽을거리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면 최신의 이론적 조류만을 반영한 책이 보통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경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책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의 철학자 테리 핀카드가 쓴 헤겔 평전〈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이 그것이다.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헤겔의 삶과 철학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새로운 것 혹은 쉬운 것이 존중받는 최근 출판가의 경향을 고려한다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의 철학자, 그러나 왠지 어려운 느낌을 주는 철학자를 방대한 분량으로 다룬 것은 상당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용기만으로도 이 책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런 책을 시장에 내놓은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용기를 내게 된 것일까?
  
  이 책의 공동번역자 중 한 사람인 전대호 씨가 자신이 헤겔의 평전을 번역하게 된 동기를 담은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전 씨는 이 글에서 1980년대의 혼란을 체험한 자신이 왜 대중과 시장이 외면하는 학문인 철학을 공부하게 됐는지, 그리고 이 시대에 독일 고전철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전 씨는 헤겔에 대해 흔히 갖고 있는 몇 가지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전 씨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몇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다음은 전 씨의 글 전문이다. 〈편집자〉
  
  1980년대 말, 강의실의 고요는 우리를 안정시킬 수 없었다
  
  먼저 내가 처음으로 헤겔을 만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1980년대 말이었고, 나는 물리학을 전공하는 문학청년이었다.
  
  이 땅의 초중등학교는 이를테면 무균실 같았다. 적어도 현실이나 정치나 사회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소독된 곳이었고, 그곳에서 하루 24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며 우린 자랐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면역력인 비판의 능력을 키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계몽은 다름 아니라 제 자신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칸트는 말했다. 그 말이 옳다면, 학교는 우리를 계몽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길로 인도했던 것이다.
  

▲ ⓒ프레시안

  그렇게 자라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때인 1980년대 말, 우린 모두 꿈이 컸고 불안했다. 나는 아인슈타인이나 퀴리부인의 이야기를 읽고 감동을 먹은 적은 없었지만, 원자폭탄을 개발하여 국력에 큰 보탬이 되자는 각오도 가진 바 없었지만, 물리학도가 되어 있었다.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진리, 누구나 이해하기만 하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명백한 진리, 추상적이기에 일의적이고 형식적이기에 단순한 기호들이 지배하는 진리, 그런 수학적인 자연과학의 진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상이 내가 꿈꾼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희고 고운 동안으로 물리학 전공과목을 들으면서 나는 그토록 신비로운 우주의 비밀들과 정교한 공식들이 찬란하게 반짝이는 강의실을 왜소하게 고립된 공간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유예된 공간 안의 고요는 우릴 안정시킬 수 없었다. 만약 우리가 성장기에 합리적인 비판의 힘을 키웠더라면, 또 그에 걸맞게 이 세상도 조금만 더 합리적이고 관용적이었더라면, 우린 더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삶이 밖에서 물결치며 우릴 불렀다. 때로는 몸부림치고 피 흘리며 불렀다. 우린 고등학교 윤리교과서의 '가치관의 정립' 장에서 이미 확립한 가치관을 고수하면서 지혜롭게 '아노미 상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때 우리의 잦은 구토가 꼭 술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력하는 동안 인간은 헤매게 마련이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취미생활로 시작한 시 쓰기가 점점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자기 이름이 붙은 법칙을 남겨 과학사에 길이 남겠다는 욕심이 물러난 자리에 이 시대의 문제와 아픔과 비굴을 말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욕심은 두려움을 동반했다. 누구인들 자신이 속한 세상을 찬양하고 싶지 않겠는가. 정말 진지하게, 나는 불행하다고, 우린 다 틀려먹었다고, 부조리가 지배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녕 두려운 일이다. 원형극장의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직시하는 것과 내 삶 전체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비극을 직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한참 후에 나는 "노력하는 동안 인간은 헤매게 마련이다"라는 괴테의 문장을 알게 되었다. 또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사람들이 진리라고 여기는 모든 것들이 차례대로 예외 없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 쓰라린 비극의 역사를 읽었다. "우린 모두 비극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어"하고 헤겔이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쓰라린 붕괴의 역사가 진리야"라는 그의 말이 덧붙여졌을 때, 나는 빛이 나를 휘감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길 위에 있는 자에게 주는 위안의 말, 영원히 안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불안에 떠는 자에게 주는 진정한 위로의 말, 위로를 의도하지 않고 다만 냉정하게 진실을 일러주는 말 - 넌 끝없이 쓰러지고 일어서고 또 쓰러질 거야.
  
  하지만 그건 한참 후의 일이었다. 내가 이 세상과 나 사이의 불화를, 나의 정처 없음을 글로 옮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할 당시에 나는 헤겔도 괴테도 몰랐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토록 근본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고 모순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걸까?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나는 어리석어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근본적인 불화에 대한 두려움, 전면적인 따돌림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도 항상 나와 함께 있다는 얘기다. 헤겔은 철학을 하려면 이성과 '진리를 향할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경우처럼 용기와 두려움이 동전의 양면인 듯 함께 있는 것은 지극히 헤겔적인 구도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아름답고 정갈한 물리학을 포기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번역된 전문용어들이 난무하는 인문학의 어스름 속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가슴속엔 오직 하나의 다짐이 있었다. 무균실 밖으로 나가 치우치지 않은 삶을 살리라. 이 파편화와 분업의 시대에도 누군가는 설령 아무 것도 제대로 모르는 얼치기가 될 위험이 있다 해도 편협한 명쾌함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전체를 몽땅 붙든 채 흔들려야 하리라.
  
  자유에 대한 열망은 철학으로 향하게 하는 힘
  
  "모래 알갱이에서 우주를, 꽃 한 송이에서 영원을"이라는 유명한 시구가 있다. 이 시구가 표현하는 움직임이, 그 무한을 향한 움직임이 우리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도한 주장일까? 사람은 무엇을 보건 그 너머를 함께 보고, 어느 시스템에 속해 있건 또한 동시에 그 시스템 밖에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 사실이 바로 독일 고전 철학자들이 자유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자유만이 전체와 어울릴 수 있다. 아직 삼류 철학자에 불과한 나이지만 헤겔의 어투를 흉내 내어 선언하자면, 자유로운 것만이 전체일 수 있고, 전체인 것만이 자유롭다.
  
  그리고 인간은 자유롭다는 확고한 사실을 헌법의 첫 문장처럼, 공리체계의 첫 공리처럼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시작하는 학문이 바로 철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시각이 매우 독일적인 것으로, 더 나아가 지극히 헤겔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칸트가 입버릇처럼 붙이던 "적어도 우리 인간에게는"이라는 단서가 헤겔에 이르러 "적어도 우리 근대인에게는"으로 바뀐 이래로 자유에 근본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지식체계는 결코 시대를 이끄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생계에 대한 불안…철학자는 작가가 되어야
  
  소크라테스가 과거의 자연철학자들과 달리 다시 지상으로 눈을 돌려 사람을 화두로 삼았듯이 나도 이 살벌한 세상에서 이리 깨지고 저리 무너지며 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인문학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을 때, 내 눈에 철학이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자유에 대한 확신과 어울리는 학문은 철학뿐이라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치우치지 않고 전체를 말하려면 철학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철학을 선택하려면 또 한 번 용기가 필요했다. 〈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에도 아주 자세히 나오지만, '영원한 철학의 거장' 헤겔도 밥벌이를 제대로 못해 무던히 애를 먹었다. 철학을 해서 돈을 벌 길은 철학교수가 되는 것밖에 없는데, 그게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라는 것을 어린 나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어차피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상태였으므로 멀어져가는 밥그릇의 뒷모습을 그냥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젊은 동료 철학자들에게 '당신은 작가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들이 왕성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삶이 난해하다면 학문도 난해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헤겔을 공부하기로 한 것도 과감한 선택이었다. 헤겔은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게다가 아주 보수적이고 국가지상주의자이며 과학에 대해서는 무식이 철철 넘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마르크스주의라는 '불온한' 사상과 맥이 닿아 있다고 했다. 자유를 제일 우선으로 두려는 나로서는 도처에서 들려오는 헤겔철학의 교조적 성격에 대한 경고가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헤겔을 전공해 보겠다는 나를 말렸다. 그러나 나는 꿈이 컸고 내 삶의 불안을 인정하기로 한 상태였으므로 두려움을 동반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삶이 난해하고 복잡한 것이라면, 우리가 하는 학문도 난해하고 복잡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물리학을 했으니 과학철학을 하면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조언은 내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헤겔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헤겔 자신이 누누이 한다. 그래도 나는 "참된 것은 전부이다"라는 헤겔의 문장과 그가 가장 중시하는 개념인 "'아니라'고 하는 힘(부정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전부를 알고 싶었다. 또 막연하게나마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항상 심하게 흔들리고 수시로 멀미에 시달리더라도 헤겔처럼 해보기로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다.
  
  헤겔의 보수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지금도 나는 독자들에게 가깝고 민감한 정치사회적 사안들에 대한 헤겔의 생각에 처음부터 다가가지 말고 헤겔이 근본으로 삼은 멀고 추상적인듯한 원리들에 먼저 다가가라고 권하고 싶다.
  
  "너 헤겔처럼 말한다?"
  
  헤겔에게 가는 길은 지뢰밭이다. 수많은 오해가 마치 지뢰처럼 깔려 있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오해를 언급하려 한다.
  
  한편으로 헤겔은 도무지 알아먹기 힘든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람으로 찍혀 있다. 영어권 지식인들은 종종 "너 헤겔처럼 말한다(You sound like Hegel)"라는 표현을 쓴다. 뭔가 아주 고차원적인 얘기를 하는 듯한데,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듯이 도통 불명확하고 공허하다는 뜻이다.
  
  헤겔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자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유한한 개인 앞에 무한으로 다가오는 이 삶을 정말 통째로 풀어헤치는 작업을 누군가 했다면, 그의 글이 난해한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헤겔은 이른바 낭만주의의 시대에 활동했다. 계몽주의가 내세운 이성의 과도한 자신감이 분명한 폐해를 드러내면서 근본적인 반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할 때 그가 나타났다. 그런 그가 남긴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진실은 결국 불명확한 흔들림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실 이 교훈 때문에 그는 200년 전의 철학자답지 않게 진정한 의미에서 현대적이다. 이 글에서 소개할 책의 서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현대의 어느 프랑스 철학자는 모든 현대 철학자들의 가장 큰 불안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철학자들이 아무리 많은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하더라도 그 길들은 결국 끝이 막혀 있는데, 그 끝에는 항상 헤겔이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다."
  
  나는 요새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스피노자나 니체나 들뢰즈보다 헤겔이 더 어렵다는 말은 잘 이해가 안 된다. 원리적으로 글의 난해성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정말 난해한 것을 충실하게 다루기 때문에 생기는 난해성이고, 다른 하나는 쉬운 것인데도 불충분하게 다루기 때문에 생기는 난해성이다. 헤겔의 난해성은 전자에 해당한다.
  
  헤겔이 교조적인 전체주의자라고?
  
  다른 한편으로 헤겔은 세상사 전체에 단순하고 기계적인 도식을 강압적이고 일률적으로 적용하여 삶의 풍요를 제거해버린 교조적인 철학자로 찍혀 있다. 이 오해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우리가 일본을 통해 헤겔을 수입했다는 역사적인 우연 때문에 오해가 강화되었을 것이다. 헤겔 하면 정/반/합의 도식을 떠올리고, 절대정신의 절대적 지배를 떠올리는 것이 우리에겐 자명한 정석이다. 헤겔은 모든 각각의 것에 불분명하게 들어 있는 모순이 자신을 명백히 드러내는 과정들을 정말 다채롭게 서술했고, 그의 절대정신은 종교와 예술과 철학의 형태로 존재하는 앎이다. 도대체 어디에 기계적인 도식이 있고, 어디에 절대적인 국가권력 따위가 있는가?
  
  "참된 것은 전체이다"라고 선언한 전체주의자 헤겔과 그의 뒤를 이은 마르크스에 대한, 시위대가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불사르듯이 헤겔과 마르크스의 인형을 세워놓고 하는 이상한 비판은 이 나라의 국민윤리 교과서가 제공하는 철학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귀 있는 독자여, 헤겔의 말을 들어보라. 그가 표현하고자 한 전체, 그가 내세운 정신은 이러하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움츠러들고 환란 중에 순수하게 숨는 삶이 아니라 죽음을 참고 환란 중에 자기 자신을 얻는 삶이 정신의 삶이다. 만신창이로 찢어진 조각들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만 정신은 자신의 진실에 이른다."
  
  국가의 책임 회피를 비판하는 게 헤겔의 메시지
  
▲ ⓒ프레시안

  숱한 비판에서 국가에 대한 헤겔의 태도를 문제 삼으니 국가를 예로 들어 해설해보자. 만신창이로 찢어진 조각들처럼 파편화된 개인들 각각에서 국가 자신을 발견할 수 없는 국가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라고 헤겔은 분명히 말했다.
  
  개인이 각자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덕목이 부각된 근대 이후 국가는 개인들 각각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어렵게 되었다. 국가에게 환란이, 심지어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가가 움츠러들어 책임을 회피하거나 순수하게 숨어 행정편의적인 제도로만 존속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헤겔의 메시지다. 우리 각자가 국가 안에서 나 자신을, 국가가 우리 각자 안에서 국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을까? 또 귀 기울여 들어보라. 헤겔은 애초부터 만신창이가 된 적도, 될 생각도 없는 기계적인 국가, 전체주의적인 국가를 진정한 국가로 옹호하고 있는가? "만신창이로 찢어진 조각들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만 정신은 자신의 진실에 이른다." 헤겔은 오히려 국가는 먼저 만신창이로 찢어져야 하고, 하지만 결코 그 단계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람이다.
  
  헤겔의 정신, 헤겔의 체계, 헤겔의 전체는 애초부터 정해져 있어 부분들을 옭아매는 틀이 절대로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겔은 피도 눈물도 없는 논리의 철학자요 지독한 전체주의자라는 오해가 막강한 위세를 떨치는 모습을 보면 황당함을 느낀다.
  
  나는 헤겔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절대정신' 따위는 잊고 헤겔에게 다가가라고 권하곤 한다. 아니 어떻게 그걸 빼고 헤겔을 논하느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나는 그걸 빼야 헤겔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장담하곤 한다.
  
  헤겔을 담배 가게 아저씨처럼 편하게 느껴보자
  
  헤겔은 70년생 88학번(헤겔은 177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나 1788년 뒤빙겐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다)이다. 역시 88학번인 내가 이렇게 학번과 생년을 들어 그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해맑게 웃곤 한다. 워낙 위대한 철학자로 인정하다 보니 그 흔한 88학번 친구로 소개하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철학자를 그렇게 우리 동네 담배 가게 아저씨처럼 대해야 함께 철학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참된 무한은 제 안에 유한을 거두어 품기 마련이다. 헤겔이 진정으로 영원한 철학의 거장이라면, 마땅히 담배 가게 아저씨처럼 편하게 느껴져야 옳다.
  
  과연 어떻게 하면 그 겁나게 난해한 헤겔을 담배 가게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제 드디어 최근에 나와 태경섭 형의 공동번역으로 출판된 헤겔의 평전 <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을 소개할 차례가 된 것 같다.
  
  강압적으로 맞이한 근대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헤겔 철학
  
  영어권에서 손꼽히는 헤겔 전문가인 테리 핀카드 교수가 쓴 이 책은 우선 헤겔의 삶을 놀랍도록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이 책이 1000쪽 이상의 분량으로 불어난 첫 번째 주요 이유다. 게다가 '찾아보기'에 나오는 인명들만 훑어봐도 알겠지만, 이 책은 헤겔의 삶을 그 삶이 놓였던 시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술한다. 핀카드는 헤겔이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근대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헤겔은 근대를 환영하는 동시에 진지하게 고민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나는 우리의 학계와 문화계에서 '근대성'에 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 논의에 철학의 기여가 미미한 것 같아 부끄럽다. 철학이 영원한 것에 관한 학문이어서 '근대성' 따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이 땅의 문인과 예술가들이 근대성을 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논의에 철학자가 귀를 기울일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의 의의는 각별하다 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래 세력(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 강압적으로 근대를 맞이한 독일의 상황과 당대 지식인들의 대응을 정말 상세하게 서술한 책이기 때문이다. 헤겔은 지역적 전통과 특수성을 고수하는 고향 마을의 특수주의와 인간 보편의 가치를 내세우는 근대 국가의 보편주의 사이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의 철학은 대립하는 그 두 입장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핀카드는 설명한다.
  
  독일어 연습시간으로 전락한 철학 세미나…헤겔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
  
  각종 자료와 정보의 충실성에 있어서 가히 필적할 경쟁서가 없어 보이는 이 책은 전문적인 학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즐거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나는 앞에서 담배 가게 아저씨처럼 친근한 헤겔을 언급한 바 있다. 나는 평전의 형태를 띤 이 책이 헤겔을 그렇게 친근한 인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에게도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헤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헤겔을 공부하기로 해놓고도 언어의 장벽에 막혀 답보하다가 독일로 떠날 때, 정말이지 나는 헤겔을 읽으면서 그의 목소리를 한 번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독일어라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수도 없이 절망해야 했던 날들이 내 안에 헤겔의 목소리를 향한 열망을 키워놓았다. 진리의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여 대학원에 들어온 초롱초롱한 눈들이 열 개 쯤 자발적으로 모여 칸트를 읽었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독일어 문법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채워졌다. 안타깝게도 번역서들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진지하게 인정하고 고민해야 할 장벽이었는데, 그 때는 그냥 별 것 아닌 놈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독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독일어 문법 안 따지면서 철학책 한 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나를 움직였다.
  
  헤겔을 알려면 물론 헤겔을 직접 읽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10년 전에 내가 그랬고 지금도 적잖이 그렇듯이 이 나라의 학생 대부분은 그 최선의 길을 갈 수가 없다. 잘 이해가 안 되는 한국어나 영어 번역판을 앞에 놓고 머리카락을 쥐어뜯노라면 복장이 터진다. 차라리 원서가 낫다는 말 절로 나오고, 초롱초롱한 눈들의 철학 세미나는 다시 독일어 연습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철학자 칸트나 헤겔의 목소리는? 철학을 해본 독자는 알 것이다. 전혀 안 들린다. 그들이 사람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들이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 왜 그랬을까, 전혀 안 들었다.
  
  평전을 통해 '인간 헤겔'을 느껴보자
  
  그래서 나는 평전이라는 장르에 큰 매력을 느낀다. 사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원한 철학의 거장' 헤겔은 꼭 200년 전에 <정신현상학>의 원고를 완성하여 불멸의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바로 그 해(1806년)에 그는 사생아 아들의 출생을 참담한 심정으로 기다리며 수입이 보장된 일자리를 찾아 백방으로 헤매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바닥에 이르러 삽질을 하던 때였던 것이다.
  
  <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에는 원서에는 없지만 옮긴이들의 주장으로 덧붙여진 부록이 있다. 헤겔이 쓴 <정신현상학>의 서문이 그것이다. 나는 헤겔을 사람으로 보게 된 일반 독자들에게 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나는 번역가로서 그 <정신현상학> 서문의 번역에 가장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일단 죽어 상품이 된 다음, 시장에서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준엄한 정언명령인 것 같다. 판에 박힌 논술 공식들이 길잡이별로 높이 떠 철학을 원하는 젊은 정신들을 인도하는 이 시대에, 자꾸자꾸 얕아지기만 하는 출판시장의 악다구니 속에서, 우선 가격과 두께에서부터 소비자를 겁주는 이 책이 당당히 부활할 수 있다면, 그건 그냥 그 자체로 '희망'이라 불러도 좋은 놀라운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정녕 그럴 수 있다면, 이 책은 기꺼이 여름용 베개라도 되고 싶다.
   
 
  전대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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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8-1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읽다가 다음 부분에서 눈이 크게 떠졌습니다. :)
어떤 면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래 세력(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 강압적으로 근대를 맞이한 독일의 상황과 당대 지식인들의 대응을 정말 상세하게 서술한 책이기 때문이다. 헤겔은 지역적 전통과 특수성을 고수하는 고향 마을의 특수주의와 인간 보편의 가치를 내세우는 근대 국가의 보편주의 사이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의 철학은 대립하는 그 두 입장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핀카드는 설명한다.

비자림 2006-08-1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옷
전대호님의 이름이 제 머리 속에 각인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려한 필체로 서문을 쓸 수 있다니..
발마스님, 제가 지금 무슨 말 외치고 싶은 지 아세요?






"심봤다!!!!" 정말 멋있게 글 쓰는 작가 만났네요!!
발마스님, 감사합니다.^^

balmas 2006-08-1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ㅎㅎㅎ
비자림님/ 전대호 선생에게 이야기해드릴게요. 시인 독자 한 분이 팬이 되셨다고. ^^;

비자림 2006-08-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시는 분인가요? 근데 시인이라니요? 시인들이 다 웃겠습니다. 호호호
그저 좀 촌스럽고 말 많은 아줌마라고 해 주세요.^^

헤르베르트 2006-08-1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겔 또는 스피노자>(이거 다 읽었슴다^^)를 쓴 마슈레의 얘기를 보면 헤겔이 위에 나오는 안좋은 의미의 철학자처럼 보이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군요(그런 선입견이 있어서인지도...). 요즘 인기있는 지젝도 틈만나면 이런저런 '상식'에 맞서 헤겔을 변호하는거 같은데 암튼 저 책 함 읽어봐야겠슴다. '이런 사람(괴물)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호기심에 원래 평전 같은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헤겔 또는 스피노자>가 예상보다 훨씬 더 볼만하더라고요. 플롯을 연상케하는 구성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짧게 나눠져 있어 쉬어가며 읽기가 좋더군요ㅎㅎ

balmas 2006-08-16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ㅎㅎㅎ 님이 왜 촌스러우세요? 세련된 비자림님. ^^;
헤르베르트님/ ㅋㅋㅋ 마슈레 책 다 읽으셨군요. 추카추카.^^
마슈레도 헤겔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문체도 헤겔하고 많이 닮았고 ... ^^;

cplesas 2006-08-1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대호 선생의 과학 번역서들 몇 권을 사두고 읽었던 바 있고,
이번 역서 나온 뒤 "과학자가 왜 철학번역했지?" 생각이 바로 들었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인지 몰랐네요-

balmas 2006-08-1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양과학서를 꽤 많이 번역했죠 ...
 

 

역사의 비참함과 울분 앞에서

[해방을향한인티파다](36) - 이스라엘이 멈춰야 한다
미니 miniwata@gmail.com
8월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1701호를 채택하고, 8월14일부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들어간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작정을 하고 서로 맞붙은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침략하고 헤즈볼라가 저항한 것이다. 따라서 총성이 멈춘다면 그것은 자신의 요구가 얼마만큼 충족되었거나 또는 전쟁을 지속하기가 부담스러운 이스라엘이 침공을 멈추는 것이다.

유엔 결의안을 수용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공격을 계속했다.

휴전이 어떤 모양으로 진행될지는 레바논 정부군과 다국적군이 파견되는 1~2주 뒤 까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때까지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레바논 정부군과 다국적군이 파견된다고 해도 앞으로 총성이 멈춘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유엔군이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했다. 그리고 폭격하지 말라는 연락을 몇 번이나 받고서도 폭격을 퍼부어 유엔군마저 살인한 것을 보면 유엔군의 존재가 즉각적인 안정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전쟁을 지원하는 유엔

이번에 휴전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 유엔 결의안 1701호이다. 물론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고 스스로 결의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전쟁과 폭격을 계속했다.

아무튼 이번 결의안도 그 잘난 ‘유엔 중심의 국제사회’가 어떻게 정의와 평화를 향해서는 침묵하고, 전쟁과 침략을 위해서는 뒤를 밀어주는 지를 보여준 사례다.

첫째, 결의안 1701호의 1항은 헤즈볼라의 모든 공격 중단과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헤즈볼라는 모든 공격을 중단하되 이스라엘은 공격적인 것이 아닌 방어적 차원의 군사공격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쟁의 명분을 자국 군인의 구출로 내세웠듯이 이스라엘은 언제든지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2항에는 ‘적대행위의 완전 종식을 위해 레바논 정부와 유엔 다국적군(UNIFIL)이 레바논 남부에 양측의 병력을 공동 파견한다는 11항의 내용을 승인해줄 것으로 요청한다. 양측 병력 공동 파견과 현재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의 철수는 병행 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8항에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을 제외한 모든 개인과 단체의 무장 해제를 촉구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말은 침공을 한 이스라엘에게는 무장해제는커녕 즉각 철수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더 주둔할 시간을 마련해 주면서 저항한 헤즈볼라에게는 무장해제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레바논 남부지역에 레바논 정부군이 주둔을 할 것인지 헤즈볼라가 주둔을 할 것인지는 레바논인들이 선택할 문제다. 즉, 유엔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안이 아니다.

레바논으로 진격하는 이스라엘 탱크

셋째, 레바논 남부에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을 주둔 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이스라엘 북부에 설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수차례 레바논을 침공한 것은 이스라엘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침공을 일삼는 이스라엘의 북부 지역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유엔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감시해야 한다.

결의안 1701호는 우리 집에 떼강도가 들어와 가족들이 죽고 집안 살림이 부셔지고 있는데 이웃들이 와서 하는 말이 ‘죽은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고 강도들에게 방을 하나 내어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넷째, 유엔이 진정으로 국제평화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면 결의안 1701호가 아니라 242호의 이행을 이스라엘에게 요구해야 한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주변국을 공격하면서 3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시리아의 골란고원,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하였다. 이어 67년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242호를 채택하고 ‘최근 분쟁에 의해 점령된 영토로부터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결의안 242호를 무시하였다. 다만 시나이 반도는 나중에 이집트와의 협상 결과로 반환했을 뿐이다.

결의안 242호와 1701호의 차이는 뚜렷하다. 242호는 점령군 이스라엘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고, 1701호는 저항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은 1701호의 이행을 위해 즉각 유엔평화유지군을 투입할 계획이다.

헤즈볼라는 대규모 전쟁을 시작하고 멈추는데 큰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포함해 주변 지역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의 점령 및 팽창 정책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이 이 지역의 평화를 원한다면 이스라엘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안 242호부터 이행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강요된 선택은 선택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침공 1개월 동안 레바논인 1천 여 명이 사망하고 1백만 여 명이 난민이 되었다. 도로와 공항은 파괴되고 피난민 행렬에 대한 폭격도 계속 되었다. 난민 구호를 위한 차량도 이동할 수 없었으며 유엔군마저 살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부터 이스라엘과 한편이었던 미국과 한편이 아닌 척하면서 한편인 프랑스가 나서서 휴전의 조건을 제시했다.

동굴로 피신한 레바논 가족

여기서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만약 결의안을 받아들지 않겠다고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리 집에 떼강도가 들어서 식구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 그런데 강도 친구들이 와서 내가 강도들에게 맞서지 않고 옆 방 하나를 그들에게 내어 놓는다면 더 죽일지 말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난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8월14일부터 휴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휴전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전투가 아니라 이번과 같은 큰 전쟁이 언젠가는 또다시 터질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것은 내년의 일일 수도 있고 5년 뒤의 일일 수도 있다. 우울한 얘기지만 피할 수 없는 이야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존재가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구조화 시킨 결과이다.

휴전이 예정대로 진행되고(만약 그렇게 된다면),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면 언론 보도도 적어지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레바논이란 말은 조금씩 잊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기억과 관계없이 레바논인들은 또다시 저항을 준비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또다시 전쟁을 준비할 것이다.

잠깐의 휴식과 같은 침공 중단이 또 언제 점령의 포성과 함께 깨어질지 모른다. 전쟁이 다시 터진 뒤에 또다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기 싫다면 한국의 반전운동도 이스라엘에 대한 시선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주변 지역 민중들과 전쟁과 점령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운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http://www.pal.or.kr
경계를넘어 http://www.if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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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49214.html

 

 

“그들이 나서면 안되는게 없다”

 

기업 이면계약 자문…당국에 영향력…법령 개정까지 관여

 

한겨레 김인현 기자 최혜정 기자
[관련기사]
[ 새로운 권력 ‘김앤장’ - (상)로펌 베일 뒤 로비 그림자 ]

국내 변호사 255명, 외국 변호사 66명 등 모두 1500여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 요즘 이 법률사무소 앞에서는 매주 한차례씩 김앤장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해서다. 법률서비스 제공이 본업인 법무법인이 왜 이런 의혹을 받게 됐을까? 막강한 정보력과 영향력으로 이미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됐다는 평가마저 받는 대형 법무법인들. 그 정점에 선 김앤장의 힘과 그림자를 두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월 현대전자는 캐나다 시아이비시은행(CIBC)에 국민투신 지분 30%를 팔겠다고 재경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재경원은 조사 결과 이는 외국인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당시 법적으로 금지된 현금차관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일정기간 뒤 더 비싼 값에 현대가 되사는 이면합의를 추진 중임을 현대전자와 해당 은행 수임 변호사가 인정했다는 설명이었다.

그 뒤 현대전자와 이 사건을 수임한 김앤장은 각각 “이면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 없다”는 거짓 확인서를 재경원에 냈고, 재경원은 이를 근거로 외국인 투자를 승인했다. 그러나 2000년 3월 시아이비시가 이면계약에 따른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이면계약의 존재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김앤장은 “우리는 당시 이면계약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김앤장이 현대전자에 보낸 ‘(자문료) 청구서’에는 김앤장이 모든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난다. 청구서를 보면, 김앤장은 △(외국인투자가 아닌) 여신지원 방법과 관련해 현대전자로부터 수신된 팩스를 검토했고 △주식매수 청구권 계약(이면계약)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했다. 또 재경원에 이면계약이 없다는 거짓 확인서를 내면서 △시아이비시 및 현대와 연락하고 △초안과 수정본을 작성했다.




이 사건은 김앤장의 힘과 그림자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외환위기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기업들의 불법차관을 도와주고 거짓 확인서로 당국을 무마시킨 데 이어, 이제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해 김앤장은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론스타를 자문한 미국 법무법인 등이 주요 역할을 다 했으며, 우리 구실은 극히 미미했다”는 태도다. 그러나 일부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몸통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그가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을 지목하는 까닭은 뭘까?

“김앤장은 법률적 조언뿐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당국 등에 확인하는 역할까지 하고, 감독 당국에서 이상한 해석을 내리면 상층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뒤집기도 한다. 김앤장은 다른 법무법인들보다 조금 정치적이다.”(전 금융감독원 간부)

“일을 하다보면 법률 판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를 유리하게 해석하고 영향력 있게 해결하는 데 가장 뛰어난 곳이 김앤장이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김앤장만큼 매력적인 데가 없다.”(전 외국계 기업 대표)

김앤장의 힘은 소속 변호사나 고문 등을 통해 의뢰인과 관과의 의사소통 통로 구실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종 인허가 및 규제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 개정 등에도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만들어진 금융 관련 법령들 중 개정 증권거래법과 자산유동화법, 간접투자자산 운용법 등은 김앤장이 깊숙이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기사등록 : 2006-08-14 오후 11:01:50 기사수정 : 2006-08-15 오전 01: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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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ion

 

 

BLOG | Posted 08/12/2006 @ 3:00pm

 

Fear and Smear

William Gre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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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27)

An evil symbiosis does exist between Muslim terrorists and American politicians, but it is not the one Republicans describe. The jihadists need George W. Bush to sustain their cause. His bloody crusade in the Middle East bolsters their accusation that America is out to destroy Islam. The president has unwittingly made himself the lead recruiter of willing young martyrs.

More to the point, it is equally true that Bush desperately needs the terrorists. They are his last frail hope for political survival. They divert public attention, at least momentarily, from his disastrous war in Iraq and his shameful abuses of the Constitution. The "news" of terror--whether real or fantasized--reduces American politics to its most primitive impulses, the realm of fear-and-smear where George Bush is at his best.

So, once again in the run-up to a national election, we are visited with alarming news. A monstrous plot, red alert, high drama playing on all channels and extreme measures taken to tighten security.

The White House men wear grave faces, but they cannot hide their delight. It's another chance for Bush to protect us from those aliens with funny names, another opportunity to accuse Democrats of aiding and abetting the enemy.

This has worked twice before. It could work again this fall unless gullible Americans snap out of it. Wake up, folks, and recognize how stupid and wimpish you look. I wrote the following two years ago during a similar episode of red alerts: "Bush's ‘war on terrorism' is a political slogan--not a coherent strategy for national defense--and it succeeds brillantly only as politics. For everything else, it is quite illogical."

Where is the famous American skepticism? The loose-jointed ability to laugh at ourselves in anxious moments? Can't people see the campy joke in this docudrama called "Terror in the Sky"? The joke is on them. I have a suspicion that a lot of Americans actually enjoy the occasional fright since they know the alarm bell does actually not toll for them. It's a good, scary movie, but it's a slapstick war.

The other day at the airport in Burlington, Vermont, security guards confiscated liquid containers from two adolescent sisters returning home from vacation. The substance was labeled "Pure Maple Syrup." I am reminded of the Amish pretzel factory that was put on Pennsylvania's list of targets. Mothers with babes in arms are now told they must take a swiq of their baby formula before they can board the plane. I already feel safer.

The latest plot uncovered by British authorities may be real. Or maybe not. We do not yet know enough to be certain. The early reporting does not reassure or settle anything (though the Brits do sound more convincing than former Attorney General John Ashcroft, who gave "terror alerts" such a bad reputation). Tony Blair is no more trustworthy on these matters than Bush and Cheney. British investigators are as anxious as their American counterparts to prove their vigilance (and support their leaders). The close collaboration with Pakistani authorities doesn't exactly add credibility.

One question to ask is: Why now? The police have had a "mole" inside this operation since late 2005, but have yet to explain why they felt the need to swoop down and arest alleged plotters at this moment (two days after the Connecticut primary produced a triumph for anti-war politics).

The early claim that a massive takedown of a dozen airliners was set for August 16 is "rubbish," according to London authorities. So who decided this case was ripe for its public rollout? Blair consulted Cheney: What did they decide? American economist Jamie Galbraith was on a ten-hour flight from Manchester, England, to Boston on the day the story broke, and has wittily reflected on other weak points in the official story line.

The point is, Americans are not entirely defenseless pawns. They can keep their wits and reserve judgment. They can voice loudly the skepticism that Bush and company have earned by politicizing of the so-called "war" from the very start. Leading Democrats are toughening up. Senate Minority Leader Harry Reid uses plain English to explain what the Republicans up to--using genuine concerns of national security "as a political wedge issue. It is disgusting, but not surprising."

Instead of cowering in silence, the opposition party should start explaining this sick joke. Political confusion starts with the ill-conceived definition of a "war" that's best fought by police work, not heavy brigades on a battlefield. Forget the hype, call for common sense and stout hearts.

All we know, for sure, is that Bush and his handlers are not going to back off the fear-and-smear strategy until it loses an election for them. Maybe this will be the year.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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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ldn't have said it any better myself....

Posted by DARLADOON 08/12/2006 @ 3:35pm | ignore this person

Today, Saturday/12 Aug 2006, MSNBC is reporting that the British did not wish to arrest the 'terrorists' at this time. Reasons -- some did not have passports and none had airline tickets. Bush et al pushed for this media circus arrest of 'terrorists'.

Posted by ORAIBI1952 08/12/2006 @ 3:39pm | ignore this person

I certainly don't disagree that the Republicans will exploit this for all it's worth, but it's hard for me to believe the rumors that the timing was intentional. Wouldn't it have been better for Bush if the news had come two days *before* the primaries?

Posted by AARONRP 08/12/2006 @ 3:47pm | ignore this person

NO, the American people are not stupid enough to fall for your analysis Mr. Greider!

It must be the pure genius of staging the hamstringing of the Islamic terrorists plot AFTER Joe Lieberman, a "War on Terror" supporter, was defeated by the leftwing "cut and runner" Lamont that swung the deal!

But, don't worry you have already fooled the most gullible and illogical readers!

Posted by RIO BRAVO 08/12/2006 @ 3:54pm | ignore this person

rio--

is there something in particular with which you disagree, or do you just want to perform your usual non-sensical, hannity-esque ramblings?

Posted by DARLADOON 08/12/2006 @ 4:47pm | ignore this person

I certainly don't disagree that the Republicans will exploit this for all it's worth, but it's hard for me to believe the rumors that the timing was intentional. Wouldn't it have been better for Bush if the news had come two days *before* the primaries?

Posted by AARONRP 08/12/2006 @ 3:47pm

They thought Lieberman would win.

Posted by FROMREDBIRD 08/12/2006 @ 5:23pm | ignore this person

I certainly don't disagree that the Republicans will exploit this for all it's worth, but it's hard for me to believe the rumors that the timing was intentional. Wouldn't it have been better for Bush if the news had come two days *before* the primaries?

Posted by AARONRP 08/12/2006 @ 3:47pm

Timing it after the primaries is just one of many considerations. (And there was no reason to have it occur before the primaries since no rightwing candidates were at risk). Iraq, Lebanon, and Afghanistan are so much worse than our braintrust was prepared for. Congress is in recess with nothing to show for itself. The oil industry continues to do its part in inciting a revolution.

What better time to drag out the "nothing to see here but Islamic terrorists who hate our freedom" bag?

Posted by TJBEHRENS1 08/12/2006 @ 5:30pm | ignore this person

Posted by DARLADOON 08/12/2006 @ 4:47pm

You're sweet to offer him the benefit of the doubt.

Posted by TJBEHRENS1 08/12/2006 @ 5:31pm | ignore this person

Posted by RIO BRAVO 08/12/2006 @ 3:54pm NO, the American people are not stupid enough to fall for your analysis Mr. Greider!

It must be the pure genius of staging the hamstringing of the Islamic terrorists plot AFTER Joe Lieberman, a "War on Terror" supporter, was defeated by the leftwing "cut and runner" Lamont that swung the deal!

But, don't worry you have already fooled the most gullible and illogical readers!

They may have been hoping for Joementum to win. Or equally plausibly, they were hoping for Lamont to win, and then get caught off guard while still in celebration mode ... after all, if they truly believe that playing the only card in their deck is going to help, they want it to help in the GENERAL ELECTION.

Also, quite plausibly, Tony Blair held off on using it until he needed it the most, since he is also facing political problems, and they do not necessarily run on the timetable of American primaries.

However, the wonderful news is this: there is no need to see this as a partisan political shot by Mr. Greider. It can just as easily be an honest expression of how he sees things.

Since the actions of the radical reactionary wing of the Republican party have tarred them all with the brush of the party of incompetence in the fight against terrorism, playing the terrorism card will not keep a Republican majority in the House.

Posted by BRUCEMCF 08/12/2006 @ 5:31pm | ignore this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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