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소영 교수가 낸 책들을 거의 다 가지고 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그가 '쓴' 책들(사실은
'녹취한' 책들이라고 해야 더 옳을지도 모르지만)을 읽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쉽지 않다.
한편으로 그가 쓴 경제학 분야의 책들은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현학적이어서,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 이윤율 경제학에 관한 수학적인 논의들이 특히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요약적이거나 말하자면 짜깁기 식이어서 또 읽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한다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논리를 엄밀하게 다듬어서 이야기한다면,
글도 매끄러워지고 논점도 분명해질 텐데, 때로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견강부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호하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또 어떤 경우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해서 또 읽기가 쉽지 않다.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렇다.
"스피노자의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singular'이기 때문입니다. 'singular'는 더 이상 분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일하다(single)는 뜻을 갖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유일자라는 말입니다. 마르크스
가 생산관계의 관점에서 개인을 비판한다면, 스피노자는 유일자의 관점에서 개인을 비판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 개론], 공감, 2006, 128쪽)
명색이 스피노자 전공자인데도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
나는 자기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저렇게 자신있게 주장하는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