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법천자문 > 16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예상되는 언론 반응

백분토론 '위기의 한국축구, 해법은 무엇인가?'

추적60분 '총체적 부실 한국축구, 어디로 가고 있나?'

SBS 특별기획 16시간 릴레이 생방송 '축구를 살립시다'

조선일보 - 햇볕정책이 대표팀 사기 떨어뜨려

동아일보 - 선수 선발에 정권 실세 개입 의혹

중앙일보 - 정부의 대표팀 지원 허점 투성이, 국민 혈세 낭비

문화일보 - 정몽준 회장 '본선진출만도 대단한 성과' 선수단 격려

국민일보 - 박주영, 첼시에서 '러브콜'... 이적료 1000만달러 넘을 듯

스포츠서울 - '무전술, 한심한 용병술'로 일관한 아드보카트에 네티즌 비난 빗발쳐

스포츠조선 - '일부 선수들 경기 전날 나이트클럽에서 배회' 익명의 제보 파문

일간스포츠 - 대표팀 정신력 해이 심각, 태극마크에 자긍심 없어

신동아 - [본지 대특종] 대표팀 코치 H씨 6시간 격정 토로 '아드보카트는 사기꾼'

월간조선 - 편집장의 편지 '나약한 좌파 집권 10년의 결과, 새마을 정신으로 몽골기병의 투혼 되살려야'

여성중앙 - [본지 독점] 이동국 선수 부인 이수진씨 5시간 통곡 인터뷰 '동국씨가 뛰었더라면...'

국정브리핑 - 16강 한 두번 떨어졌다고 축구 역사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계진 대변인 - 노무현 정권의 반미외교 때문에 국제사회 고립, 편파판정으로 이어져

본프레레 전감독 - 쌤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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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2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갑제의 노마디즘이 가장 웃기네요.ㅋ

waits 2006-06-2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 얘기 본 것 중 젤 웃겨요. 이계진은 "한국 축구가 16강 진출에 좌절할 때까지 대체 노무현 대통령은 무얼 하고 있었는가!" 도 잊지 않을 것 같은데.. ㅎㅎ

balmas 2006-06-25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말 웃기죠?
국정 브리핑도 만만찮습니다. ㅋ
달의눈물님 쎈스가 대단하신 듯 ... ^^;;

비로그인 2006-06-2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드컵에 대한 짧은 시

정한 축구 팬은

연하게 관람한다.

망없이.

 

ㅋㅋㅋ


balmas 2006-06-2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자꾸 때리다님 ...
 

 

 

대중문화시장인가? 투전판인가?
[김승수의 자본·권력·미디어] 2006 한국 문화산업의 빛과 그늘
2006년 06월 11일 (일) 23:14:37 김승수 교수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영화, 방송, 게임, 출판 등 한국 10대 문화산업의 규모가 50조원이고, 종사자도 45만 명가량 된다고 한다. 인터넷, 휴대폰 등 40조원 규모의 정보통신서비스까지 합치면 전체 대중문화시장의 규모는 90조원쯤 된다.

이것이 대부분 내수용 서비스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18만 7500원을 부담한 셈이다. 대중문화산업은 진공청소기처럼 더 많은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 무료방송은 유료방송으로 바꾸고, 새로운 매체와 서비스를 속속 시장에 내놓았다. 돈, 권력, 명예, 인기, 이런 것들이 대중문화시장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온갖 것들이 시장에 진입하여 더 많은 돈을 벌겠다고 하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 모습은 일제치하인 1930년대에 금광을 찾겠다고 집 팔고 논 팔아 전국 곳곳을 헤매고, 땅을 파헤치는 것과 비슷하다.

   
  ▲ 대중문화산업의 주력 노동자라 할 수 있는 작가, 스탭,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들 대부분은 최저생활비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 사진은 지난 2003년 11월 범애니메이션업계가 국산 창작만화의 확대 편성을 요구하며 KBS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대중문화산업의 과잉 생산은 문화생산력주의와 허영이 바탕에 깔려있다. 국가 문화생산력(National Cultural Productivity)이란, 문화를 사적 소유와 거래 그리고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보고 투자함으로써 문화시장을 형성하고, 국내 총생산을 자극한다는 개념이다. 문화의 경제적 기능을 강조하는 문화생산력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규제가 고삐가 풀린 상태에서 문화와 자본의 결합은 문화시장을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아사리판'으로 변질시켰다.

돈 벌이 목적의 게임, 스포츠, 유료채널은 오래 전부터 공급 과잉이다. 다른 부문과 과잉 생산 추제가 뚜렷하다. 이런 문화 분야를 보면 경쟁, 이윤, 효율성, 마케팅과 같은 시장 논리만이 횡행할 뿐 우리 삶을 진정으로 윤택하게 만드는 것들은 보기도 어렵다. 대중문화시장은 규모의 경제에 얽매이고, 자기 잇속만 챙기다 보니 문화와는 동떨어진 것들이 대중문화라는 상표를 달고 국민 주머니를 터는 흉물스런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의 삶에 기본적인 탁아, 의료, 교육, 주택 문제를 해소하는 데 들어갈 재원이 태부족인 판에 대중문화시장까지 국민 경제를 잠식해 들어가니 안타까울 뿐이다.

사회와 국민에게 바른 정보, 더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윤의 논리가 대중문화시장을 지배한다. 사회적으로 필수적이고, 유용한 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어도 돈이 안 되면 그만이다. 이렇게 대중문화시장은 정보와 문화를 교류하는 곳이 아니라 투전판으로 변질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대중문화시장은 사상의 자유시장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이곳은 투기의 자유시장이며, 독점의 횡포가 판치는 영역이며, 천박한 자본 검열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격려하는 문화, 물건이나 자본 또는 권력이 사람을 앞서지 않도록 하는 가치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사회와 민족이 살아남는다. 이것이 문화 가치력이다. 세계 사람들은 미국 헐리웃의 문화 생산력은 경탄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문화 가치력에 대해서는 냉소한다.

지금 한국 문화산업의 상황도 그렇다. 몇 개 부자 기업과 호사스런 연예인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데 혈안인 대중문화시장은 국민에게 큰 부담이다. 대중문화시장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돈과 시간을 쓰는 기계에 불과하다. 대중문화산업의 주력 노동자라 할 수 있는 작가, 스탭,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들 대부분은 최저생활비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 이들은 문화산업 자본을 위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지만 정작 자기들 손에는 몇 푼 쥐지 못하고 소외를 당한다.

대중문화산업의 스타, 엘리트 중독은 중증이다.

그러다 보니 대중문화산업의 관심은 온통 국내외 스타나 행사에 쏠린다. 신문의 3단 기사, 방송 뉴스의 단신이면 족할 미국의 대중 스타 미쉘 위나 하인즈 워드 관련 소식이 한국 매체를 도배질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우리 민족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산적하지만  방송사는 이를 외면하고, 월드컵 축구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이들은 3채널 동시에 같은 경기를 중계방송하면서 방송 시간을 물 쓰듯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청자의 혼을 빼서라도 돈을 벌고야 말겠다는 심산이다. 월드컵이 끝나면 방송사마다 100억 원가량의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무리한 행태에 대하여 국민의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을 못해서 쓰러진 경우도 있지만 과잉 생산을 하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더 많다. 대중문화 시장도 과잉생산-과잉 투자의 위험이 보인다. 정부, 국회,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는 대중문화시장의 과잉 성장과 투기화에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월드컵축구가 그렇고, 거기에 참여해 혹시 16강, 이참에 4강까지 하면서 시청자를 유혹하는 중계방송이 투기가 아니면 무엇인가? 영화산업이야말로 투전판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시장은 공공성, 공익성, 문화주권 같은 것은 살아남기 어렵고, 경쟁과 이윤 그리고 효율성의 가치가 난무하다. 이것이 자본 독재가 아니면 무엇인가? 이런 늪에서 만든 콘텐츠를 진정 문화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산업은 언제까지 자본의 노예를 자처하면서 선량한 국민의 주머니와 감성을 공격할 것인가? 또 언제쯤 대중문화시장에서 투기가 사라지고, 문화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대중문화자본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국가는 언제 국민의 도우미가 될 것인가? 한국대중문화시장은 돈 많은 사람들의 투기판이 아니며,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놀이터도 아니다. 이곳은 문화를 교류하고 창달하는 사람의 공간이어야 한다. 대중문화시장은 돈도 필요하겠지만 더 시급한 것은 바른 정신, 올바른 가치의 복원이다. 학계도 특히 대중문화산업의 생산력주의에 편향하지 말고, 문화다운 문화, 사람에게 유용한 문화를 구현하는 문화가치론에도 적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승수 교수(전북대·신문방송학)는 한양대 신문학과를 거쳐, 서울대 신문학과 석사와 영국 래스터 대학 언론학 박사과정을 마쳤고, KBS 책임연구원·방송개혁위원회 실행위원·EBS 시청자위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한국언론산업론(나남, 1995), 매체경제분석(커뮤니케이션북스, 1997), 디지털 제국주의(나남, 2000), 매체소유연구(언노련, 2002), 디지털방송의 정치경제학(언노련, 2003), 언론산업의 정치경제학(개마고원, 200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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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4 2006-06-2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문화시장이든 투전판이든 답은 대중에게 있습니다. 대중이 성숙하지 않고는 돈만 밝히지 말자고 주장 해도 소용 없습니다. 그런데 대중은 성숙할 수 있습니까?

balmas 2006-06-2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이 성숙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럴 수 있다고 답변하고 싶네요. ^^;
물론 '성숙'이라는 게 무슨 뜻이냐, 또 그 방법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요 ...

가넷 2006-06-2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을 무슨 봉으로 알고 있는건지...-_-; 가끔가다가 TV를 볼때는 짜증만-...

로드무비 2006-06-2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과 파렴치로 정리되는.

balmas 2006-06-2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 예, 방송이 아무리 초등학생을 기준으로 삼는다지만, 때로는(사실은 상당히 자주) 너무 폭력적이죠. -_-;
로드무비님/ 그런데, 사실 또 사람들이 그런 데 길들여져 있고 그걸 즐기니까요.
바람구두님/ ㅋㅋ 그렇게 정색을 하고 비판하시니, 좀 뻘쭘하군요. ^^;
그런데 뭐 문화산업이 투기 자본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더군요. 지식인들의 경우도 그렇구요. 제 주위에 있는 몇몇 철학도들을 보면, 한국의 문화산업의 '발전'을 철학의 발전의 한 발판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ㅎㅎㅎ 아마 필자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요. ^^;
그러니 한국의 문화산업이 투기자본주의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각성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더욱이 이 글은 논문이라기보다는
신문기사니까, 섬세한 논의를 하기가 좀 어려웠겠죠.

balmas 2006-06-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런가요?
 

맨날 퍼오기만 해서 넘 미안한데,

정기구독이라도 한번 해줄까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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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마트에서 길을 잃다

이마트 해고노동자이면서도 카트를 끌고 매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최옥화씨… 인구 15만명당 1개의 대형 할인점 시대, 지역 커뮤니티와 사회적 연대를 파괴

▣ 글·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최옥화(42)씨는 노동자다. 그는 또 소비자다.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최씨는 이마트에서 노동하고, 이마트에서 소비한다. 노동자 최씨는 매일 이마트 용인시 수지점 계산대 앞에 하루 7시간씩 서서 일하고, 소비자 최씨는 주말마다 중학교 2학년짜리 막내아들의 손을 잡고 이마트 진열대를 돌아다닌다.

노조 결성하게 만든 ‘하얀 장갑 사건’

2004년 12월21일 오전 이마트 수지점에서는 신세계 이마트 노조 창립식이 열렸다. 40대 주부 노동자들은 노조 깃발을 들었다. 그 중심에는 분회장인 최씨가 있었다. 그는 동료 캐셔(계산원) 노동자 23명을 이끌고 민주노총 경기일반노조 수지 이마트 분회를 조직했다.


평범한 주부 최옥화씨가 이마트 노동자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4남매 학원비만 각각 한 달에 35만원씩이에요. 학원비라도 벌려고 나갔지요.”

그가 보여준 2003년 8월 첫 월급 명세서에 찍힌 금액은 80만원(시간당 3850원)이 좀 넘었다. 하루 7시간 일하는 계약직 파트타임 노동자로 일한 대가다. 최씨는 재빨리 캐셔 일에 적응해갔다. ‘어서 오세요’ ‘봉투 필요하십니까’ ‘상품 다 올리셨습니까’ ‘얼마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로 이어지는 6대 용어를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안면 근육도 키웠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있는 스피드 채점도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다.

“근무시간 중에 슈퍼바이저(SV)가 갑자기 빈 카운터로 불러요. 그 다음 초시계를 들고 속도 측정을 하지요. 20개의 물건을 갖다놓고 얼마나 빨리 바코드 센싱을 하는지 시험을 보는 겁니다.”

손이 빨라야 한다. 성적은 A·B·C등급으로 나눠 매겨지고, 각각 3만·2만·1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20대의 젊은 슈퍼바이저가 갑자기 불러 치르는 시험은 40대 아주머니에게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래도 “007 작전처럼 손님으로 위장해 계산대에 들어와 검사하는 것”보다 낫다.

그의 계산은 정확한 편이다.


그의 손에 하루 1500만원이 오가지만, 과부족되는 날보다 ‘빵내는’ 날이 훨씬 많다. 계산기에 찍힌 금액과 입금액이 다른 과부족 금액이 5천원 이상이면 사유서를 써야 한다. 1만원 이상이면 점장 결재를 받아야 한다. 캐셔들의 과부족 통계는 게시판에 붙여 공개된다.

최씨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하얀 장갑 사건’이었다. 캐셔 노동자는 장갑을 껴서는 안 되고 맨손으로만 일해야 한다. 장갑을 끼면 소비자가 보기에 좋지 않고 때가 타 더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씨의 손은 상품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태그를 떼느라 갈라지고, 잔돈을 내주느라 돈독이 올랐다. 회사 쪽은 장갑을 끼고 근무하는 최씨를 나무랐다. 이 문제를 가지고 최씨가 민주노총을 찾아갔고, 결국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거의 한 달 동안 일하지 못하고 점장과 서울에서 내려온 본사 간부들과 면담만 했어요. 간혹 일할 때는 가장 힘든 소량 계산대에만 보냈고요.”

2004년 12월21일 노조 창립 뒤, 무노조 경영을 굳건히 지켜온 ‘범삼성가’의 대응은 집요하고 공격적이었다. 노조원 23명 가운데 19명이 떨어져나갔고, 1명은 해고됐고, 3명이 남았다. 노조원과 갈등을 빚던 이마트 수지점장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인사위원회는 최씨 등 3명에게 세 달 정직을 통보했다. 이후 회사 복귀 명령과 근무, 다시 해고와 복직 투쟁이 이어졌다. 이마트 수지점은 지난해 7월5일 이들을 복직시켰다. 그리고 놀랍게도 복직 닷새 만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장을 보러 가도 보안요원들이 따라다녀

이마트 최초의 노조 설립 사건은 2000년 미국 월마트 노조 사건과 닮아 있다. 그때 월마트는 잭슨빌 점포 정육부 노동자 10명이 노조를 설립하자, 아예 부서를 해체하고 노조원들을 타 근무지로 전보 발령했다. 이마트와 월마트는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한 소비자 지상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좀더 싼 가격과 티끌조차 없는 제왕적 편의를 위해서 비정규직은 ‘무결점 서비스’ 노동을 한다. 고객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화내면 안 된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불려가 이유를 막론하고 잔소리를 듣거나 사유서를 써야 한다.


△ 최옥화씨는 이마트의 노동자이자 소비자이다. 그는 “이마트에서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았다”고 말한다.

6월7일 해고노동자 최씨는 기자와 함께 롯데마트 수지점에 쇼핑을 하러 갔다. 그는 “지난해 롯데마트가 생겨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전까지는 정직을 당했던 직장인 이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그때마다 장을 보는 최씨 뒤로 무전기를 든 보안요원들이 따라다녔다. “이마트에서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이마트를 다녔다.

최씨는 신도시에 사는 전형적인 ‘마트형 인간’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 할인점에 가서 15만원어치 장을 봐온다. 여느 신도시의 주부처럼 식품에서부터 옷, 생활용품까지 모두 할인점에서 해결한다. 할인점에 갈 때는 자가용을 이용한다. 롯데마트는 집에서 2.5km 떨어져 있다.


한 번 갈 때마다 0.5ℓ의 휘발유를 소비한다. 그가 사는 아파트 앞 2층짜리 상가는 부동산 가게로 가득 차 있다. 근처엔 재래시장은 물론 변변한 슈퍼조차 없다. 할인점이 지구환경에도 안 좋고 과잉 소비를 유도하는 걸 알지만, 일상의 쳇바퀴를 바지런히 굴려야 하는 그로선 할인점 외의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롯데마트에 들어서자 ‘매일매일 최저가’라는 광고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대형 할인점의 최저가 신기원은 노동비용을 통제한 데 힘입었다. 롯데쇼핑(롯데마트·백화점)에 고용돼 일하는 노동자는 1만6246명. 신세계는 1만1782명(이마트·백화점)이고, 홈플러스는 1만800명이다. 매장에 입점한 업체가 고용하는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욱 많아진다. 대형 할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70~80%가 비정규직이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3~5월 대형 할인점 일자리 공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각 업체에서 제시한 한 달 임금은 대부분 60만~100만원 수준으로 근로자의 월 평균임금 24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최씨는 롯데마트 2층에 전시된 분홍색 꽃무늬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4만5천원”이라는 말에 넥타이를 놓고 몇 번 뒤돌아보더니 1층으로 내려갔다. 최씨는 “보이지 않으면 안 사도 되는 건데…” 하면서 물건을 쉴 새 없이 집어들었다. 진라면 5입, 삼양라면 5입, CJ 물만두, 핫도그, 흙대파… 15분 만에 23개 품목으로 쇼핑카트가 메워졌다. 롯데카드로 10만1294원을 결제하니 505포인트가 적립됐다. 집에 오자마자 중학교 2학년인 막내아들은 비닐봉투 속에 묻혀 있는 요구르트를 꺼내 먹었다.

그는 지난 5·31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용인시의원 후보로 나갔다. ‘이마트 아줌마’가 큼지막하게 박힌 선거 홍보물에는 “아파트 건설로 재미를 본 업자들이 난개발로 만들어놓은 수지를 바꾸겠다”는 공약이 쓰여 있다. 최씨는 “시의원에 당선됐다면, 대형 할인점 규제 조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아줌마를 지지해준 표는 1882표. 6.2%의 지지율이었다. 여태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가 없는 곳에서 혼자 선거운동을 벌인 것치곤 의미 있는 성과였다.

이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때

“묶음 단위로 구매해 남은 양은 쓰레기로 발생합니다. 일시 다량 구매로 그만큼 경제적 지출이 많습니다. 할인점으로 가는 길은 교통 혼잡, 대기오염, 에너지 낭비를 발생시킵니다.”


△ 경기 시회물류센터에서 상품 적재를 기다리는 차량들. 전국에서 구입된 상품은 물류센터에 모였다가 다시 전국으로 흩어진다.

친환경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가 1990년대 후반에 펴낸 캠페인 구호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단체는 할인점 출입을 줄이자는 운동을 폈다. 그러나 운동은 지속되지 못했다. 김진희 녹색소비자연대 실장은 “갈수록 편리함을 추구하며 할인점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한국을 점령한 대형 할인점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할 단계”라고 주장했다.

대형 할인점이 이 땅에 처음 들어온 지 13년, 경북 경산에는 6월15일 317번째 마트가 문을 열었다. 어느새 한국은 이마트의 나라가 됐다. 이마트 체제가 확산시킨 소비자 지상주의의 화살은 언젠가 소비자 자신을 겨냥할지도 모른다. 윤리적 소비는 과연 달성 불가능한 습관일까. 대형마트 해고노동자이자 대형마트 소비자인 최옥화씨는 그 물음을 가슴에 품고 마트를 다닌다.


“신세계가 2억1천만원 준다고 했다”

금품 제공 폭로한 이마트 노조간부, 삼성가의 전통인가

대형 할인점에 노조는 적이다. 노조가 결성되면 최저 판매가를 지탱해주는 저임금을 잡아둘 수 없고, 노동쟁의로 매장 이미지가 타격받는다고 생각한다. 할인점 운영의 전형을 보여준 월마트가 1962년 설립 뒤 40년 이상 노조 설립을 막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최옥화 경기일반노조 신세계 이마트 분회장은 6월7일 인터뷰에서 “신세계 쪽이 지난해 1월 노조를 탈퇴하고 사표를 쓰는 대가로 2억1천만원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1월11일 삼성전자 직원 홍두하(43)씨가 폭로한 이래 두 번째 나온 범삼성가의 ‘금품 제공’ 주장이다.

당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 수원공장 세탁기 개발실에서 근무하던 홍씨에게 노조 탈퇴와 사직을 조건으로 2억5천만원을 건넨 지급 확인서와 홍씨의 통장 사본을 공개했다. 홍씨는 이 자리에서 “2004년 9월 삼성전자의 한 차장이 노조를 탈퇴하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옥화씨 등 3명이 금품 제안을 받은 것도 이즈음이다. 그는 “밤 9시쯤 수지점 남자 탈의실에서 신세계 본사의 한 과장이 내려와 ‘월급이라 생각하고 1~10월까지 1천만원씩 1억원을 주고, 이와 함께 2억원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신세계 과장은 “일단 부산비치호텔로 가자” “좋은 일자리를 알아봐줄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고 최씨는 증언했다. 이 제안을 듣고 최씨는 황당해하며 “그럼 50억원을 주라. 어려운 사람이라도 도와주게”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최씨가 되레 금품을 요구했다는 말이 나와 항의했다고 최씨는 말했다.

얼마 뒤 삼성전자 홍두하씨 폭로사건이 언론에 터졌다. 신세계 쪽에서는 더 이상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흔들린 최씨는 추석 즈음 신세계 과장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났다고 털어놨다. “돈을 받고 나가겠다고 했어요. 다른 할인점에서도 취직이 안 될 테고…. 내가 사람들을 끌고 여기까지 왔으니 총대를 메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다행히 그는 다음날 바로 전화를 걸어 이 말을 취소했다. 민주노총에서 희생자구제기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

<한겨레21> 취재진은 신세계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홍보실을 통해 이야기하라”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했다. 신세계 홍보실 관계자는 “최씨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일개 과장이 그런 제안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최씨 등 3명은 신세계를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최씨 등에 대한 계약 해지는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이미 정직 3달을 받아 취업 규칙상 해직 사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린필드 캠페인을 아는가

25년 동안 경제적·환경적 이유로 대형마트와 싸워온 시민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를 “월마트 제1의 적”이라고 일컬었다. 알 노먼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그린필드에서 월마트를 막아낸 전설적 인물로 통한다. 대형 할인점에 대항하는 지역사회 운동에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어떻게 월마트 반대운동에 뛰어들게 됐나.

=올해 14년째다. 내 고향인 매사추세츠주의 그린필드에 월마트가 지점을 내려 했던 1993년이다. 월마트는 공장용지를 상업용지로 바꿔 건설 공사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월마트가 창출한 일자리만큼 고용이 사라지기 때문에 결국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민 투표가 이뤄졌다. 주민들은 용도 변경에 반대하는 쪽을 선택했고, 월마트는 물러났다. 그린필드 캠페인은 세계적인 이야기가 됐다. 나는 그 캠페인을 주도한 사람이다.

미국에서 월마트 반대운동의 역사는 얼마나 됐나.

=지난 25년 동안 시민들은 대형마트에 싸워왔다. 경제적·환경적 이유가 있었다. 대형 할인점은 소도시와 마을의 고유한 지역색을 사라지게 했다. 더욱이 경제적인 혁신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단지 수십만 에이커의 땅을 비생산적인 땅으로 바꿔놨을 뿐이다. 월마트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움직임도 있다. 월마트 노동자들은 대부분 학생이거나 노인들이어서 조직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물밑에서 월마트 노동자들을 ‘월마트노동자협회’로 조직화하는 움직임이 있다. 월마트는 노조 조직을 위한 어떤 활동도 금지하고, 적발되면 바로 해고한다. 캐나다에서는 노조 조직화를 허락하느니 점포를 폐쇄하기까지 한다.

월마트 반대운동의 성공 가능성은.

=그동안 300곳에서 할인점을 저지시켰다. 월마트는 최근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했다. 독일에서 점포를 줄이고 있다. 이것은 월마트가 모든 곳에서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월마트와치(http://walmartwatch.com)에 가면 월마트와 싸우고 있는 ‘배틀 마트’들이 소개돼 있다. ‘월마트 배틀 플랜(투쟁 계획)’을 보면 월마트와 싸우는 우리의 전략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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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4 2006-06-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마트는 알바와 아줌마가 일군기업이죠. 앞으로 이마트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가정의 대부분의 수입이 학원으로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전혀 생산적이지도 않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지도 않는 학원이 날로 커지는게...쩝

balmas 2006-06-2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이마트를 별로 이용해보지 못해서 잘 몰랐는데,
이마트의 위세가 대단하네요.
학원으로 나가는 수입이 정말 많긴 합니다.
(사실 저도 그 돈으로 공부를 하긴 했지만서도 ... -_-a)

가넷 2006-06-2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이마트를 다녀왔는데.... 이것도 퍼가서 보겠습니다..~^^;

비로그인 2006-06-2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 님도 논술 수업을 하셨나 보네요...

저는 모 논술 학원에(나름대로 좌파인 척 하는) 250여만원을 퍼준 뼈 아픈 기억이 있어서
"논술 학원=도둑놈 집단"이란 판단이 있습죠...
학부모들의 애간장 태우면서 돈을 긁어들이는 기법이
대단하더군요...

물론 발마스 님 같은 분이 하면 갓 학부 졸업한 아르바이트 강사
하고는 차원이 다를 듯 하지만요...

balmas 2006-06-2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 예, 그러셈~
자꾸때리다님/ 꽤 오래 했죠. 한 6-7년 가량?
사실 논술 수업은 여러 가지 점에서 한계가 많죠.
특히 수능 끝나고 하는 집중 논술 강좌는 더 그렇습니다.
제가 볼 때 그나마 좋은 논술 강의는 그런 것 같아요.
문제 잘 설명해주고, 학생들이 글을 여러 편 직접 써보도록 지도해주고
학생들이 써온 글을 성실하게 첨삭해주고, 이 정도만 해주면
학원 논술 강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한 거라고 봅니다.
배경지식강좌네 어떻네 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과 현대 철학자들에 대한
개론적 지식들을 팔아먹는 강사들이나 학원들은 좀 문제가 있죠. -_-;
 

 

관타나모 고문, 왜 하는지 아시나요?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25〉조직적 가혹행위와 심리전

 

 

  2006-06-23 오후 6:21:23

  2003년 8월 미국 워싱턴의 펜타곤(국방부) 건물에선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미군 특수작전국 고급장교들이 본 영화는 '알제리의 전투'. 1965년 이탈리아 영화감독 길베르토 폰테코르보의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흑백영화다. 펜타곤에서 '알제리 전투'가 상영될 무렵, 이라크 주둔 미군은 게릴라들의 매복공격으로 날마다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웠던 펜타곤 지휘부가 영화를 본 까닭은 무엇일까.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나고자 알제리 사람들이 8년 동안(1954~62년) 벌였던 독립전쟁은 폭탄테러와 살륙으로 얼룩졌다. 알제리 게릴라 조직인 FLN 지도부는 폭탄테러전술로써 알제리 주둔 프랑스군과 일반 프랑스 시민들을 가능한 한 많이 죽이려 했다. 그럼으로써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 "이제 그만 알제리에서 손을 떼자"는 여론을 일으킨다는 전략이었다.
  
  영화 보고 얻은 힌트
  
  FLN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를 비롯한 프랑스의 지성들은 "알제리를 독립시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골 장군은 프랑스군을 알제리에서 철수시켰다.
  
  펜타곤 고급장교들이 '알제리 전투' 영화를 본 것은 어떤 목적이 있어서였다. 그들은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고 누가 지도자인지 몰라 답답해했다(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군은 이라크 게릴라를 포로로 붙잡으면 어떻게든 정보를 캐내야 했다.
  
  그 영화 속에서 프랑스 특수부대는 알제리 도시게릴라들을 붙잡아 물고문, 전기고문, '통닭구이'(사람을 전기구이 통닭처럼 막대기에 묶어 공중에 달아매 놓고 하는 고문) 끝에 게릴라 점조직 정보를 캐내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거기서 펜타곤은 게릴라 조직 분쇄를 위한 힌트를 얻었다.
  
  펜타곤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몇 달 뒤 큰 파문이 터졌다. 이라크 바드다드 서쪽 교외에 자리 잡은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몇몇 미군병사들의 잔혹행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바깥세상에 알려졌다. 포로학대는 그들로부터 정신적 항복을 받아내, 미군이 바라는 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한 심리전에 다름 아니었다.
  
  아부 그라이브와 닮은 꼴
  
  정보를 얻기 위한 수감자 고문이란 측면에서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과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는 닮은꼴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관할하다가 2003년 가을 이라크의 악명 높은 아부 그라이브 감옥 책임자로 옮겨갔던 제프리 밀러 미 육군 소장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군은 매우 가치 있는 정보들을 거둬 들였다"고 강변했다. 이 대목에서 의문점이 생겨난다. 수감자들은 그냥 순순히 '정보'를 털어놓았을까?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와 마찬가지로 관타나모의 미 경비병들은 수감자들에게 일상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수감자들은 '적성 전투원'으로 분류돼 포로 대우를 못 받았다. 관타나모에 2년 넘게 갇혀 있다가 풀려난 영국 국적의 두 사람(아시프 이크발, 루할 아흐메드)이 2004년5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보낸 편지는 관타나모에서의 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하게, 그리고 자주 벌어졌는가를 잘 보여준다.
  
  "8~9명의 미군병사들이 수용소 건물 안으로 몰려 들어왔을 때, 그 수감자는 바로 우리 곁에 누워 있었다. 당시 그는 복부수술을 해서 배가 성치 않았다. 미군들은 군화발로 그의 배를 발로 차고 목을 짓눌렀다. 그의 얼굴은 마루 바닥에 대인 채 군화발로 짓뭉개졌다. 미 여군 한 명도 폭행에 끼어들어, 그의 성치 않은 배를 발로 찼다."
  
  "우리 시대의 굴라그(Gulag)"
  
  쿠바의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는 2002년 1월 문을 연 뒤로, '국제법을 무시한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비난을 들어 온 곳이다. 관타나모 포로들은 변호사 접견은 물론 정당한 재판절차를 박탈당한 채 하릴없는 나날을 보내 왔다. 수감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열 것과 수용소 안의 가혹행위들을 문제 삼아 여러 차례 단식투쟁을 벌여 왔으나, 요구는 번번이 묵살됐다.
  

▲ 쿠바군이 관할하는 관타나모의 한 고지에서 내려다 본 문제의 관타나모 미군기지. ⓒ김재명

  국제 인권단체들은 가혹행위, 국제법을 무시한 장기구금 등 인권침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들의 석방을 촉구해 왔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굴라그(Gulag, 옛소련의 정치범들을 수용한 강제노동수용소)라 일컬었다(현재 수용인원은 460명).
  
  이미 알려진 바처럼, 지난 6월10일 관타나모 포로수용소 안에서 수감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2명, 예멘 국적 1명으로 알려진 자살자들은 재판도 없이 바깥세상과 격리돼 지내는 수감생활에 좌절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레어 "없애야 할 변종"
  
  그곳 포로수용소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격리공간이다. 해군기지의 이름은 '엑스레이 기지'(Camp X-ray). 이 해군기지는 펜타곤의 서류엔 GTMO로도 표기된다. 미군들 사이에선 발음 나는 대로 이 기지를 흔히 '지트모'(Gitmo)로 일컫는다. 현재 기지 안에는 군인 1000명, 관련 미국인 2000명이 머물고 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 관련 혐의를 받는 포로들을 격리시킨 별도의 삼엄한 수용소의 이름은 '델타 기지'(Camp Delta)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비난이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도 관타나모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간 침공과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비롯, 미국의 군사적 강공책을 함께 펴 온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마저 관타나모 수용소를 '없애야 할 변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자살사건을 계기로 유럽국가들과 인권단체들의 수용소 폐지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한층 커가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은 관타나모를 폐쇄할 뜻을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인권 변호사들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12월30일 서명함으로써 발효된 '수감자 처리법'을 맹비난한다. 이 법은 관타나모 수감자가 미 연방대법원에 부당한 장기구금을 둘러싼 헌법소원을 내는 것조차 어렵도록 만들었다.
  
  아부 그라이브, 바그람, CIA 비밀수용소…
  
  9.11 테러 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며 세계 곳곳에 수감시설들을 운용해 왔다. 문제의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북쪽 외곽에 자리잡은 바그람 기지(옛소련 군용비행장) 안의 수용소는 쿠바 관타나모와 더불어 미군이 반미 게릴라들을 잡아 가두는 공포의 장소로 꼽힌다. 풀려난 이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그곳들 모두에서 '전쟁범죄' 수준의 가혹행위가 저질러졌다.
  
  이들 말고도 또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폴란드를 비롯해 유럽 몇 나라에서 '비밀수용 시설'을 운영, 논란을 빚어 왔다. 6월초 유럽연합(EU)의 하부기구인 유럽위원회는 한 조사보고서에서 "미국이 테러용의자를 불법적으로 가두는 비난받을만한 네트워크(reprehensible network)를 동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 걸쳐 만들어 왔다"고 지적했다.
  
  "쿠바군 해군기지로 거듭나야"
  
  지난해 2월 쿠바 관타나모로 가봤을 때, 현지 쿠바 사람들의 반미감정이 높은 데에 새삼 놀랐다. 그들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남의 나라(쿠바) 땅 한 귀퉁이를 무단으로 차지하고, 전쟁포로들의 인권을 무시해도 되는 나라…. 당신은 그런 나라가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는 주권국가인 쿠바 영토 안에 파고든 사실상의 식민지다. 지난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필리핀과 더불어 쿠바를 빼앗으면서, 관타나모 만 일대는 미 해군기지로 개발됐다. 쿠바 카스트로 정권은 1959년 혁명에 성공한 뒤 줄곧 관타나모를 돌려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미국은 못들은 체 하고 있다.
  
  관타나모 현지에서 만난 쿠바 사람들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가 우리 손으로 돌아와, 쿠바 해군기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한다. 미국의 태도로 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미군 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그곳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제2의 수감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관타나모에서의 전쟁범죄 시비가 사라질 날은 언제쯤일까?
  
  (이 글은 6월23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필자의 칼럼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kimsphoto@hanmail.net
   
 
  김재명/프레시안 기획위원,국제분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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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6-2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식 시설을 갖춘 제2의 수감시설은 넓은 자기네 땅에다 짓지
왜 남의 나라 땅을 마음대로 한답니까?
비밀수용시설 실태 무시무시하네요.

balmas 2006-06-2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예요.
저런 끔찍한 고문 시설을 남의 땅에
계속 짓는 걸 보면 미국놈들 참 대단합니다 ...
 

사회화와노동
2006.06.21 |315호

이라크 학살 만행은 미군의 핵심 전술이다
시작부터 학살전쟁이었던 이라크 전쟁


…전쟁이라는 커다란 틀 내에서의 여러 행위들은 그 행위 자체가 다른 효과들을 차례로 낳는다. 하디타 학살처럼 뉴스에 보도되는 직접적인 학살 이외에도 미군의 점령 정책과 각종 보복 수단, 그리고 이라크 내에서의 테러와의 전쟁 그 자체가 간접적인 학살들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것이다. 경제적 제재로 인한 생필품 공급의 어려움, 난민의 발생 및 이 난민들의 인간적 존엄성이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것, 각종 약탈-파괴-폭력 행위들, 종족-지역 간의 갈등 유발, 다양한 방식의 비공식 전투 행위들, 그리고 화학물질로 인한 식수와 토지의 오염 등이 이른바 전투행위의 ‘부수적 효과’로 따라온다. 그러나 오히려 간접적인 학살이 직접적인 학살에 비해 그 규모와 파괴력에서 훨씬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과연 ‘부수적 효과’로 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략> 이라크인들은 1991년에 벌어진 전쟁 후 10여 년 간 지속되었던 경제봉쇄로 인해 이미 간접적인 학살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2003년의 전면적인 침공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의 학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재건을 명분으로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지만, 자이툰 역시 미군의 학살 전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전쟁 목표 자체가 학살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점령 정책 자체가 학살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미 미국이 심각하게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이유로 파병을 했던 국가들이 속속 철군을 결정하고 있고 이미 수많은 군대가 이라크를 떠났다. 2006년 3월 부시 미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까지 미군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 밝혔다. 참혹한 학살들이 앞으로 적어도 3년이나 더 지속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살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이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여전히 버티고 있는 미군과 영국군 등 점령군들이 즉시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절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한국의 자이툰 부대 역시 지금 당장 완전 철수해야 한다. 미국이 벌여놓은 학살 전쟁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음을 보여주는 ‘파병 랭킹 3위’ 기록은 분명 한국인들이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자세히]


6월 19일(월) - 6월 25일(일) 사회진보연대 주요일정

6월 22일(목)
14:00 하반기 비정규 투쟁을 위한 활동가 토론회 (주최: 비정규공투본, 장소: 미정)
19:00 '한미FTA와 노동자의 삶‘ 토론회 (주최; 교수학술공대위, 장소: 민주노총)

6월 23일(금)
09:00 최저임금집회 (장소: 논현동 최임위 앞)

6월 24일(토)
15:00 하디타 학살 규탄! 이란공격 반대!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자이툰부대 철수! 6.24 반전행동 (장소: 마로니에 공원)
19:00 평택전쟁기지 확장 반대 서울 촛불문화제

6월 25일(일)
10:00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 세미나 4차 모임
14:00 사회진보연대 평택지킴이 모임
14:00 (또는 15:00) 압둘 사쿠르 석방촉구집회 (주최: 이주노동자연대회의, 장소: 종로1가 삼성타워)





[마틴 쇼] 위험전가 군사주의, 소규모 학살과 전쟁의 역사적 합법성

[임필수]노근리, '군사작전'으로서의 양민학살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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