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세계인권선언 뜯어보기 ①] 탄생의 역사적 배경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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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숙 
글 싣는 차례
1) 탄생의 배경과 한계, 2) 논쟁조항 살펴보기-재산권 조항, 3) 논쟁조항 살펴보기-사회보장권 조항, 4) 논쟁조항 살펴보기-교육권 조항, 5) 논쟁조항 살펴보기-노동권 조항, 6) 그 밖의 문제들


달력을 틈틈이 살펴보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흔한 습관이다. 올해는 휴일이 며칠이나 되는가를 헤아리기 위해, 또는 오늘은 무슨 특별한 날인가 알아보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그렇게 달력을 훑다보면 12월 10일에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또는 ‘인권의 날’이라 적혀있다. 한국 사회에선 오랫동안 이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인권대통령이니 인권경찰이니 국정지표니 하는 것들에 ‘인권’이 바쁘게 등장하면서 약간은 주목받는 날로 변한 것 같다. ‘유엔에서 세계인권선언이란 걸 만든 날이어서 인권의 날로 기념한다’는 요지의 기사와 인권특집이 해마다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고, 각종 기관과 단체들의 ‘인권’자 붙은 포상과 기획행사들이 많이 열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세계인권선언’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인권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일에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지식이 전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인권을 헤쳐 나가는 길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맞닥뜨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것은 현대 사회의 인권 논의에서 가장 기초적인 문서이기 때문이다. 가보지도 못한 곳의 지명을 듣고 ‘아, 거지 좋지’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꼭 집어서 무엇이 좋은데요?’라고 물으면 얼버무리듯이 ‘세계인권선언’이 전 인류가 소중히 여겨야할 공통의 기준이라고 떠받드는 사람에게 ‘왜 무엇이 그런데요?’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얻을 수 있을까? 세계인권선언에 대해 그간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그것에 대한 찬사와 반복적 인용이지 비판적 분석은 아니다. [세계인권선언 뜯어보기]를 통해 우리 시대 인권의 허술하고 빈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생략된 부분을 복원하고 암시된 부분을 명확히 해보는 건 어떨까?


살육과 야만의 경험, 선언의 기초

세계인권선언 작성을 주도한 엘리노어 루스벨트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으로 알려진 2차 대전의 살육과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침해가 인권선언 기초의 주인공이었다. 전후 국제질서의 판을 짜는 열강의 입장에서 인권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하려 했든 간에, 선언을 기초할 당시의 국제 분위기는 인권을 소리 높여 강조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똑같이 손에 피를 묻혔지만 유독 나치의 인권침해에 대한 비난은 강도 높았기에 ‘나치가 이런 짓을 했으니 그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뭔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세였다. 인권의 인정이야말로 나치즘의 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 전쟁수행과 전후 재건을 위한 이념으로 등장했다. 그 일환으로서 새로 만드는 국제기구인 유엔이 강한 이빨을 가지기를 바랐다. 인권을 말로만이 아닌 이행과 실현의 장치와 결합된 것으로 요구했다. 그래서 국제권리장전을 유엔헌장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가 거셌다. 이런 장치가 조금만 더 일찍 있었더라면, 파시즘과 나치즘이 아직 미약했을 때 전쟁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야만적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인권을 높이 치켜세웠다. 여기에는 인권을 부인하는 정부들에 대해 인권의 이름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시각이 깊이 배어 있었다.


왜소해진 선언, 의외의 결과 낳아

하지만 계산된 명분과 실천은 다른 것이다. 선언을 만드는 과정 초반의 대부분은 ‘조약’을 만드느냐, ‘선언’을 만드느냐는 논쟁으로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대표자들은 국제권리장전이 ‘조약’이어야 한다고 느꼈고, 당시 유엔 회원국 중 소국들은 단순한 권고나 결의안이 아닌 큰 국가나 작은 국가를 똑같이 구속하는 조약을 원했다. 하지만 두 강대국, 미국과 당시 소련은 이행장치 없는 선언 또는 원칙들을 담은 성명을 끈질기게 주장했다. 반대의 이유는 서로 달랐다. 미국이 권리를 갖는 것과 그것을 이행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라고 하면서 ‘선언 먼저, 조약은 나중에’를 주장했다면, 소련은 ‘몇 개 국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언기초위원회가 국제권리장전의 이행문제까지 고려할 권위를 가질 수는 없다’는 점에서 반대했다.

또한 조약을 제쳐두고 선언부터 만들게 되자 차 떼고 포 떼고 추상적 원칙만을 나열하려는 시도가 거셌다. 애초에 국제 ‘조약’이 아닌 ‘선언’이라는 형태 자체가 이행장치는 떼어놓고 논의를 시작한 것인데, 자기에게 껄끄러운 문제는 최대한 간략화하거나 독자적인 조항으로 만들지 못하게 하려는 실랑이가 미소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그 결과물은 아름다운 합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언에는 8개의 기권표가 있는데 그 주요 이유는 선언이 너무 앞서 나갔기 때문이 아니라 충분히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체성과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1948년 12월 10일, 이행장치를 제쳐둔 선언의 채택은 결과적으로는 선언의 장점이 됐다. 부담 없이 채택된 선언은 이후 2백여 개가 되는 국제인권선언, 국제조약, 선택의정서, 헌장 등의 탄생을 자극했고 많은 나라의 헌법에 인용됐다. 이행의 부담을 떨쳐놓고 만들었기에 어찌 보면 만들 수 있었던 선언이 불러온 결과이다. 하지만 국가들 편에서 겹겹의 안전장치를 갖춘 것이 국제인권조약들의 전형적인 양상인 점을 극복하는 것, 효과적인 인권의 이행장치를 만드는 것은 선언 이후에 계속돼온 과제이다.


인권에 관한 ‘보편’ 선언이었나?

한국에서는 ‘세계’인권선언이라 번역하고 있지만 사실상은 ‘보편(universal)' 인권선언이다. 세계 공통의 보편적인 가치가 있을 수 있느냐는 문제는 선언을 만들기 전에도, 만드는 과정에서도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는 논쟁이다.

하지만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한계점은 있다. 나치즘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선언을 기초하는 데 두드러진 역할을 한 국가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1914년 레닌의 거친 계산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식민지에 살고 있고, 이를 합하면 세계 영토의 3/4에 해당’했다. 이 계산은 1940년대 말까지도 대략 들어맞았다. 선언을 기초하고 채택할 당시 유엔회원국의 수는 58개국이었고, 유엔인권위에 속한 국가는 18개국, 선언기초위원회는 처음 3개국에서 나중에 8개국이었다. 회원국 58개국 중에서 아메리카의 21개국이 전체의 36%, 16개국의 유럽이 27%, 14개국의 아시아가 24%, 4개국뿐인 아프리카는 겨우 6%를 차지했을 뿐이고, 3개국의 남태평양 제도가 5%였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이 아주 불충분하게 대표됐음을 보여준다.

수단의 난민 여성과 아이들. 이들의 역사와 현재의 삶에 세계인권선언은 어떤 의미인가 <사진 출처: http://www.wfp.org>


선언 기초 과정에서 식민지 민중의 인권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주장은 식민지 종주국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식민 체제하에 사는 민족들 속에 생겨난 분노와 절망의 감정을 전혀 모른다”는 비난과 그에 대한 반발 끝에 선언에는 ‘식민지’라는 표현이 아닌 ‘비자치지역, 그 밖의 다른 주권상의 제한을 받고 있는 지역’이라는 에둘린 표현이 등장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학자들은 “인권이 보편적인 위치를 갖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 실재와 모순된다”고 비판한다. “1945년 샌프란시스코 회의, 유엔이 창설한 회의는 서구에 의해 지배됐고, 세계인권선언은 대부분의 3세계 국가들이 여전히 식민통치하에 있을 때 채택”됐으니 선언은 “제한된 적용성”만을 가질 뿐이라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채택 50주년이 되던 해에 유엔회원국 수는 채택 당시보다 3배가 늘어났다. 이들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 요구를 실질적으로 고려하느냐 아니냐가 오늘날 선언의 적용을 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선언을 기초할 당시의 58개국에만 국한한다 할지라도 그들 간의 차이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37개국이 기독교전통을 배경으로 했고 11개국이 이슬람, 6개국이 사회주의, 4개국이 불교를 배경으로 했다. 서로 다른 문화․종교․경제․정치 체제 속에서 수용될 만한 답을 찾는 일은 ‘막연하지 않게, 하지만 모든 체제를 포괄할 정도로 유연하게’란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이 조건은 오늘날 우리가 선언을 읽을 때 써야 하는 안경일지도 모른다.


진보적 선언은 거짓 희망을 불어넣는다?

세계인권선언은 분명 시대의 산물이다. 전후의 사회경제적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권리, 교육권, 사회보장권 등 ‘새로운’ 권리를 반영하면서는 ‘급진’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극히 신중을 기했고, 여성이나 가족생활에 관련된 내용에서는 보수적 사회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조약기초과정을 보면 조금 ‘센’ 의견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에게 거짓된 희망을 불러일으키지 말자’며 제지하는 의견이 강력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수정돼야 할 점이 많고 실제로 이후의 국제조약에서는 변화된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성차별적 언어가 있다. 1조에는 ‘형제애의 정신으로’라는 표현이 나오고 노동자와 가족생활에 대해서는 노동자를 남성형으로만 지칭하고 있다. 이 구절은 한 가족의 임금을 남성가장이 버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의 지적으로 성차별적 언어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초 “모든 사람”(all men)으로 시작하는 초안에 대해 여기서의 사람(men)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지배에 관한 역사적 반영이기 때문에 고치자는 제안조차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뜸을 들여서야 “모든 사람”(human beings)이 되었다. 또한 사형제 폐지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인정 등의 새로운 제안들은 깊이 논의되지 않았다.


인권은 액자 밖으로 뛰쳐나온다

사람들은 간직하고 싶은 좋은 것은 좋은 액자에 넣어두는 습관이 있다. 그럼 인권은 어떨까? 좋은 액자에 넣어 두고 우러러볼 수 있는 그런 것일까? 물론 세계인권선언처럼 일종의 액자에 담긴 인권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인권은 그 속에 얌전히 있지 않고 뛰쳐나오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규범이 무시하고 있는 부자유하고 불평등한 면이 언제나 그 규범을 돌파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권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것이기에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세계인권선언에서 주요논쟁이 벌어진 조항을 하나씩 살펴볼 것이다.
인권오름 제 3 호 [입력] 2006년05월10일 5: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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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헌읽기] 로베스피에르, “재산권에 대하여”(On Property Rights, 1793)

소유를 자연권에서 추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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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숙 
잘 알려진 프랑스 혁명의 1789년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신체제의 국가형성과 헌법제정의 원리를 밝힌 1791년 헌법 서문에 해당한다. 이 선언이 지향한 세상은 ‘구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는데,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전 세상을 지배했던 특권계급의 타도와 귀족제의 폐지가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 중심이 되는 봉건적 소유관계와 경제활동에 대한 봉건적 규제를 폐지하는 각종 ‘자유’가 선포된다. 재산권은 이들 자유 중 하나로서 국가와 헌법에 선행하는 자연적 기본권으로 선언된다. 이러한 사람의 자연권 보전을 도모하는 것이 정치적 결합의 유일한 목적이며, 사회 속에서 갖게 되는 유일한 제한은 권리의 평등을 정한 법률에 복종한다는 것뿐이다. 법률상 평등하기만 하면 경제적 활동의 자유를 통해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그 결과 평등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권리’가 돼버린다.


바스티유 감옥의 함락 <그림 출처 : www.unl.edu>


이로써 신체제는 재산의 자유를 토대로 한 체제이고, 재산의 자유는 여러 자유 중 하나가 아닌 사실상 다른 모든 자유들의 토대가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직 일정한 수준의 재산을 가진 자들만이 참정권 등 권리를 갖게 되는 체제였다. 그것은 새로운 사회 세력인 부르주아의 우위권을 보장하는 것이었지, 농민과 도시민중을 동반자로 받아들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국왕과 특권세력의 끈질긴 도발 속에서 위험을 느낄 때마다 민중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계속됐지만 말이다.

부의 축적을 제한하고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을 보장하자는 소수의 제안은 묵살된다. 그런 목소리 중의 하나가 로베스피에르의 제안이다. 왕국에서 공화제로 이행하면서 새로운 공화국 헌법의 제정사업이 시작됐다. 1793년 국민의회는 새로운 헌법에 대해 논의했고, 로베스피에르는 새 헌법의 정신에 대해 먼저 논의하여 그것을 새로운 인권선언으로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이 작성한 38개항의 인권선언 초안(아래 인용구는 모두 로베스피에르 초안에서 따옴)을 제안했다. 오늘 읽어볼 “재산권에 대하여”는 인권선언 초안의 재산권 조항에 대해 로베스피에르가 덧붙인 해설이다.


소유는 자연권 아닌 사회적 제도

재산권에 대한 로베스피에르의 생각은 1789년 선언이나 여타의 헌법구상과 달랐다. 사람의 ‘생존’과 ‘자유’만을 기본적 인권으로 하고, ‘소유’를 자연권에서 추방해버린 것이다. “권리가 공허한 것이 되지 않고 평등이 환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소유를 자연권에서 추방하여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 힘의 남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유가 단순한 사회적 제도인 이상 그 모든 것은 인민의 의사를 자유롭고 엄숙하게 표명한 법률에 의해 그 한계가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존재로서의 소유와 그것을 규제하는 법률을 적극적으로 사고한 것이 자연적 기본권으로서의 소유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률관념과는 다른 점이다. “압제에 대한 저항을 법적 형식에 맞추는 것은 폭정에 최후의 미화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비합법의 저항을 정당화한 것이나, “재산권은 우리 동료 인간의 안전, 자유, 생존, 재산을 해칠 수 없다”는 주장은 탐욕스런 계급에게는 너무 간 큰 소리였을 것이다. 그의 제안은 동료 정치집단의 권리선언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소유의 신성불가침을 신랄하게 공격했던 로베스피에르


민중의 인권구상과의 차이

로베스피에르와 그 동료들과의 격차가 컸다면, 또 다른 격차는 민중의 인권구상과의 관계에서이다. 당시 입법자들이 염두에 둔 재산권의 현실적 대상은 토지소유로서, 그들은 토지소유권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 재산 소유권 일반을 ‘자유’로서 규정했다. 토지나 생산수단의 소유를 다른 소유와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원리에 따르게 할 때 아무리 법률상의 제한을 가하더라도 자본의 소유자와 몸뚱이 하나밖에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서로 다르게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민중의 인권구상에서는 생산수단을 사유화한 조건에서는 아무리 균등하게 분배된다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불평등이 야기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로베스피에르는 1789 선언이 말한 소유의 신성불가침성을 신랄하게 공격했지만,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한 이들과 노동하는 이들의 자유를 동일한 원칙에 따르게 한 점에서는 동료들과 같았다. 그런 이유로 “재산이라는 단어로 인해 누구든 놀라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포효대로 “지상의 주권자”들은 “자유의 진보를 방해하고 인간의 권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에게 저항하는 정신과 “한 국가의 시민들처럼” “힘이 닿는 대로 서로 도와야 한다”는 해결방법을 계속 찾아왔다.

우리 주변엔 그런 예들이 수없이 많다. 이라크에서의 학살에 아파하고 눈을 부릅뜬 사람들, 서울역 로비에서 밥 굶어가며 싸우고 있는 KTX 승무원들, 평화적 생존권을 염원하는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과 광화문에서 촛불을 맞든 사람들, ‘자유’로운 ‘생존’을 위해 ‘부자유’한 한미 FTA 협상에 맞서는 사람들…. 여기서 “살인자와 약탈자를 기소”하며 “사회 성원의 단 한사람이 억압된 경우라도 그것을 사회전체에 대한 압제”로 여기고, “한 국가의 국민을 억압하는 자를 모든 국가의 국민들의 적으로 선포”하는 힘을 발견하자.


로베스피에르, “재산권에 대하여”(On Property Rights)(1793)
먼저 재산권에 대한 여러분의 이론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조항들을 제안하겠고 이 “재산”이라는 단어로 인해 누구든 놀라게 하지는 않겠다. 비열한 인간들, 가치를 재는 척도라곤 황금밖엔 없는 자들아, 그 재산들의 원천이 아무리 더럽다 할지라도 나는 당신들의 재산에 손대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 선의로서 재산권을 지배하는 원칙을 세우자. 인간의 편견과 악이 그렇게 간고하게 비밀로 감추려 한 것이 재산권 말고는 없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필수적이다.  
 
이 인육상인에게 무엇이 재산인지 물어보라. 그는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넣어 보관하는 선박이라고 부르는 이 긴 관을 보여주면서 여러분에게 말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재산이다. 나는 일인당 얼마씩을 주고 이것들을 샀다.” 토지와 가신들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이것들을 더 이상 소유하지 못하면 곧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믿는 이 귀족에게 물어보라. 그는 재산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보여줄 것이다. 
 
카페 왕조의 위엄 있는 성원들에게 물어보라. 그들은 모든 재산권 중에서 가장 신성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프랑스 영토에 살고 있는 2천5백만의 사람들을 자신의 뜻에 따라, 합법적으로, 군주로서 억압하고, 타락시키고, 쥐어짤 수 있는, 그들이 예로부터 누려온 대대로 내려오는 권리라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재산에 어떠한 도덕적 원칙이 있어본 적이 없다. 우리의 인권선언이 “인간의 제일 가치있는 재산이며 자연으로부터 받은 가장 신성한 권리”인 자유를 정의하면서 같은 오류를 저지르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왜인가? 우리는 자유의 한계가 타인의 권리라는 것을 타당하게 이야기했다. 왜 우리는 이 원칙을 하나의 사회적 제도인 재산권에는 적용하지 않았는가? 마치 자연의 영원한 법이 인간의 관습들보다 덜 신성하기나 한 것처럼! 여러분은 재산의 행사를 위한 가장 큰 자유를 확고히 하기 위한 수많은 조항들을 만들면서, 재산의 성격과 정당성을 결정하기 위한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여러분의 선언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가들, 부당이익자들, 투기꾼들, 전제군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진리를 진지하게 확립함으로써 이러한 결점들을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1. 재산이란 각 시민이 법으로 그에게 보장된 몫의 재산을 향유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권리이다. 
2. 재산권은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의무에 의해 제한된다. 
3. 재산권은 우리 동료 인간의 안전이나 자유나 생존이나 재산을 해칠 수 없다. 
4. 이 원칙을 침해하는 모든 재산 소유, 모든 상업적 거래는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이다.  
 
또한 여러분은 세금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원칙으로서, 세금은 오직 인민 혹은 인민의 대표자들의 의지의 표현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러분은 전체의 이해에 필수불가결한 한 조항을 누락시켰다. 즉, 누진세 원칙 세우기에 소홀했다. 이제, 공공 재정의 문제에는 자신들의 소득에 따라-즉, 자신들이 사회체제로부터 끌어낸 물질적 이익에 따라서- 국가 지출에 대해 누진적으로 기여하는 의무를 시민에게 부과하는 것보다도 더 사물의 본성과 궁극적인 평화에 굳건히 기초한 원칙이 있다. 
 
나는 이 원칙을 다음과 같은 조항으로 표현할 것을 제안한다.  
“생존에 필수적인 만큼을 넘지 못하는 소득을 가진 시민은 국가 지출에 기여할 의무를 면제받는다. 그 외 다른 시민들은 자신의 부에 따라 누진적으로 국가지출을 책임져야 한다.” 
 
위원회(국민의회의 제헌위원회)는 또한 모든 국가의 모든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우애의 의무와 그들의 상호원조의 권리를 확고히 하는 것을 완전히 무시했다. 전제군주들에 대항하는 국민들의 영원한 동맹의 토대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의 선언은 소유하고 거주하도록 자연으로부터 땅을 부여받은 거대한 민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의 고립된 한구석에 몰아넣어진 한 무리의 인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나는 다음의 조항들을 부가함으로서 이 큰 격차를 메울 것을 제안한다. 이 조항들은 여러분이 끊임없이 왕들과 불화를 겪게 만드는 단점을 지니고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민족들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고백하건대, 이 단점은 결코 나를 두렵게 하지 않는다. 그들과 화해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 역시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 네 개의 조항이다: 
 
Ⅰ. 모든 나라의 사람들은 형제이고, 여러 민족들은 한 국가의 시민들처럼 힘이 닿는 대로 서로 도와야 한다. 
Ⅰ. 한 국가의 국민을 억압하는 자는 모든 국가의 국민들의 적으로 선언된다. 
Ⅰ. 자유의 진보를 방해하고 인간의 권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한 민족에게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은 예사로운 적이 아니라 살인자이자 반도, 약탈자로 기소되어야 한다. 
Ⅰ. 왕들, 귀족들, 폭군들은 누구든 지상의 주권자인 인류와 우주의 입법자인 자연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이다.[…]
인권오름 제 7 호 [입력] 2006년06월08일 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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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옮겨붙는 패권경쟁

 

[먼슬리 리뷰: 제국의 확장(2)] 미-중의 아프리카 쟁탈전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

  아시아에서 새로운 거대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New Scramble for Africa)'도 전개되고 있다. 2002년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전 세계 테러에 맞서 싸우고' 미국의 에너지안보를 확실히 하려면 미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개입을 증대시키고 아프리카 대륙에 지역안보 협정들을 창출하기 위한 '자발적 의지를 가진 국가들의 연합(coalitions of the willing)'을 추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 직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두고 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미군 유럽사령부(US European Command)가 서부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증가시켰으며, 특히 상당량의 석유가 생산되거나 매장돼 있는 기니만 안쪽 및 주변 지역(대략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앙골라까지에 해당하는 지역) 국가들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 미군 유럽사령부는 업무시간의 70%를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에 쏟아붓고 있다. 이 비율은 2003년까지만 해도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현재 미국 외교협회의 회장인 리처드 하스는 이 협회가 2005년에 작성한 (책으로 발간된 시점은 2006년 초-옮긴이) 보고서 <인도주의를 넘어: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More Than Humanitarianism: A Strategic U.S. Approach Toward Africa)>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2010년에 가까워지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미국의 에너지 수입처로 중동만큼이나 중요한 곳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부 아프리카는 확인된 매장량 기준으로 600억 배럴 규모의 석유자원을 갖고 있다. 이 지역의 석유는 미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저유황 스위트 원유다. 미국의 관련 정부기관과 싱크탱크들은 2006년부터 5년 간 전 세계에 추가로 공급될 석유 5배럴 중 1배럴이 기니만에서 나올 것이며, 미국의 석유 수입량 중 기니만에서 생산된 석유의 비중이 현재의 15%에서 2010년에는 20% 이상, 2015년에는 2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이미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10%를 공급하고 있다. 앙골라는 미국의 석유 수입량 중 4%를 공급하고 있으며, 2010년에 가까워지면 이 비중은 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도 새로운 유전의 발견과 석유생산의 확대에 따라 주요 석유수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적도기니, 상투메프린시페, 가봉, 카메룬, 차드 등이 바로 그런 나라들이다. 모리타니아도 2007년까지는 석유수출국으로 떠오르게 돼 있다. 동쪽으로 홍해, 서쪽으로는 차드와 접해 있는 수단은 이미 주요 석유수출국이다.
  
  현재 아프리카에 있는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는 2002년에 '아프리카의 뿔(에티오피아, 지부티, 소말리아 등 3개국을 포함하는 지역을 지칭-옮긴이)' 지역 안에 있는 지부티에 설치돼 있는 기지다. 이 기지의 지리적 위치는 미국으로 하여금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수송로가 있는 해역에 대해 전략적 통제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지부티 기지는 수단의 송유관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도 하다(참고로 프랑스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부티에 상당 규모로 주둔해 왔고, 차드의 수단 쪽 국경도시인 아베셰에 공군기지도 두고 있다). 지부티 기지는 미국이 현재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긴요하다고 여기는 아프리카 횡단 '석유 띠'의 동쪽 끝을 장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석유 띠'란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1600km 길이의 '히글레이그-포트 수단 송유관'에서 서쪽에 있는 1030km 길이의 '차드-카메룬 간 송유관' 및 기니만까지 남서쪽 방향으로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광대한 지역을 가리킨다. 우간다에 새로 설치된 미국의 '전진작전 지역(forward-operating location)'은 수단에서 대부분의 석유가 발견되고 있는 이 나라의 남부지역을 미국이 지배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서부 아프리카의 여러 곳에 전진작전 지역을 설치해 오고 있다. 세네갈, 말리, 가나, 가봉, 그리고 남쪽으로 앙골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미비아가 바로 그런 곳들이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이런 곳들에 있는 비행기 이착륙장을 개선하고, 긴요한 군사물자와 연료를 사전배치하고, 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데 필요한 기지이용 협정을 체결해두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군 유럽사령부가 서부 아프리카에서 테러대응 프로그램을 출범시켰고, 2004년 3월에는 미국의 특수부대가 사헬(Sahel, 사하라 사막 남쪽의 초원-옮긴이) 지역 국가들과 함께 미국정부의 테러조직 명단에 들어 있는 '살라피스트 선교전투그룹(Salafist Group for Preaching and Combat)'에 대항하는 군사작전에 직접 나섰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기니만 지역에 '기니만 수비대(Gulf of Guinea Guard)'라는 이름의 해안보안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또한 상투메프린시페에 미국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미군 유럽사령부는 이곳의 해군기지가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와 대등한 기지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해 왔다. 이처럼 미국 국방부는 기니만에 미군의 주둔을 공세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기니만의 미군 주둔이 확대되면 미국이 광범한 아프리카 횡단 석유 띠의 서쪽 부분에 대해, 그리고 이 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는 중요한 유전들에 대해 통제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2005년 서부 아프리카에서 처음 실시된 '부싯돌총 작전(Operation Flintlock)'이라는 군사훈련에는 1000명의 미국 특수부대 병력이 참여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기니만 지역을 겨냥해 새로 편성한 신속대응군의 훈련을 이번 여름에 실시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깃발보다 무역이 앞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모든 주요 석유기업들은 서부 아프리카의 석유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안전보장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미국 상공회의소와 함께 '미국의 통합된 대응'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서 미국 기업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4월 25일자에서 보도했다. 아프리카의 석유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이런 경제적 쟁탈전에서는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옛 식민주의 강대국들이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그들도 이 지역에 대한 서구의 제국적 지배를 확실히 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테러에 맞서 싸우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유전지대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종종 정당화된다. 수단은 2003년 이래 남서부 다르푸르 지역(수단의 유전 중 상당부분이 이곳에 있다)을 중심으로 벌어진 내전과 민족 간 갈등에 시달려 왔고, 이로 인해 정부와 연계된 민병세력이 이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무수한 인권 유린 및 대규모 살상행위를 저지르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2003년에는 상투메프린시페에서, 2004년에는 적도기니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새로 산유국이 된 나라들에서는 최근 쿠데타 시도가 잇따랐다. 미국이 뒷받침하는 안보 및 첩보 장치에 의해 보호되는 잔혹한 억압정권이 통치하는 차드에서도 2004년에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2005년 모리타니아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실력자 엘리 오울드 모하메드 타야(Ely Ould Mohamed Taya)에 대항하는 쿠데타가 성공을 거두었다. 앙골라에서는 미국에 의해 부추겨진 내전(이 내전에서 미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사빔비가 이끄는 앙골라완전독립민족동맹(UNITA)의 하부조직으로 테러부대를 조직했다)이 30년 간이나 계속되다가 2002년 사빔비가 사망한 뒤에야 비로소 중단됐다. 이곳의 역내 패권국인 나이지리아는 부패, 반란, 조직적인 석유 절도 등이 만연한 상태이며, 이로 인해 니제르 삼각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 중 상당부분(2004년 초에는 하루에 30만 배럴)이 부정하게 착복되고 있다. 니제르 삼각주 지역에서 일어난 무장봉기도 그렇지만 이 나라 북부의 이슬람 지역과 남부의 비이슬람 지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미국에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단히 이어지고 있고, 개입을 정당화하는 그럴듯한 주장도 모자람 없이 나오고 있다. <인도주의를 넘어>라는 미국 외교협회의 보고서는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국제적 제재조치, 필요하다면 군사적 개입을 포함한 적절한 행동에 언제든 나설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렇게 하는 것이 방해받고 있다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군이 머지않아 나이지리아에 개입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학자들과 정책담당자들 사이에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잡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의 통신원인 제프리 테일러(Jeffrey Taylor)는 이 잡지의 2006년 4월호에 게재된 글에서 나이지리아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실패국가"가 됐다면서, 만약 이 나라가 더 불안정해지거나 급진 이슬람 세력에 넘어간다면 "미국이 보호하겠다고 공언해 온 풍부한 석유자원 매장 지역"이 위험해질 것이며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이라크 작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대대적인 군사적 개입을 예고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썼다.
  
  미국의 거대전략가들은,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 자체나 그 국가들에 사는 사람들의 복지가 아니라 '석유' 및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확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아프리카가 전략적인 싸움터로 떠오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전선으로 삼아 자국의 지구적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무역을 지난 5년간 세 배로 늘려 그 규모를 약 370억 달러로 확대시켰고, 아프리카의 에너지 자산들에 대한 자국의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수단과 같은 나라의 정권과 무역협상을 타결했고, 중국의 대학이나 군사학교들에서 아프리카의 미래 지도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 외교협회도 <인도주의를 넘어>라는 보고서에서 주된 위협은 중국으로부터 오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전략적 맥락을 변화시켰다. 오늘날 아프리카 전역에서 중국은 자연자원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고, 주요 기반시설 건설공사 입찰에서 서구의 기업들을 따돌리고 있으며, 자국의 경쟁우위를 떠받치기 위해 장기저리의 융자를 비롯한 유인들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석유의 4분의 1 이상을 앙골라, 수단, 콩고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수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은 나이지리아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 나라에 많은 보조금을 지원해 왔고, 이 나라에 전투기도 판매하고 있다. 미국 거대전략가들의 관점에서는 2004년에 중국이 앙골라에 제공한 20억 달러의 저리차관이 가장 위협적이었다. 이 차관은 앙골라로 하여금 자국 경제와 사회를 신자유주의 노선에 맞게 재편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맞설 수 있게 해주었다.
  
  미국 외교협회가 볼 때 이 모든 상황은 아프리카에 대한 서구의 제국주의적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협회의 보고서는 중국의 역할을 전제로 할 경우 "과거에 프랑스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를 바라보았던 것처럼 지금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를 자기만의 사냥터로 간주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이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자원의 생산과 배분까지 통제하고, 자원이 점점 더 희소해지는 상황에서 자원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까지 미리 확보해두려고 함에 따라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에 관한 이 협회의 보고서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것을 통해 중국을 물리쳐야 한다는 점을 대단히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부의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낸 체스터 크로커(Chester Crocker)조차도 이 보고서가 "미국 또는 서방이 유일하게 주된 세력이고 자신의 목표를 멋대로 추구할 수 있었던 시대에 대한 희망 섞인 향수"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명한 것은 미 제국이 탐욕스럽게 석유를 찾아다니다보니 이제는 아프리카의 일부까지 포괄할 정도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아프리카 민중에게 파멸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아프리카 쟁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의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도 자원획득과 약탈을 위한 강대국간 싸움이지 아프리카의 발전이나 아프리카 민중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확장의 거대전략
  
  최근 전략적 맥락이 급속히 변화하고 제국주의가 보다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에는 하나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은 미국 권력구조의 최상층부에 존재하는 폭넓은 합의, 다시 말해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말한 '지구적 우월성(global supremacy)'을 미국이 추구해야 한다는 합의로부터 도출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보고서 <인도주의를 넘어>는 미국이 거대전략을 확장시켜 아프리카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작성을 주도한 사람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클린턴 대통령의 국가안보 자문관으로 일했던 앤서니 레이크(Anthony Lake)와 부시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장을 지낸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Christine Todd Whitman)이다. 레이크는 클린턴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내며 클린턴 행정부 안에서 미국의 거대전략을 정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2003년 9월 21일에는 존스홉킨스대학의 고등국제문제연구대학원(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에서 '봉쇄에서 확장으로(From Containment to Enlargement)'라는 제목으로 한 연설을 통해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미국이 "세계의 지배적 강대국"이 됐다고 선언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가장 큰 경제, 다인종이며 가장 역동적인 사회를 갖고 있다. (…) 과거에 우리는 시장민주주의에 대한 지구적 위협을 봉쇄했다. 이제 우리는 시장민주주의가 미치는 범위의 확장을 추구해야 한다. 봉쇄의 독트린을 잇는 것은 확장의 전략이어야 한다." 해석하면 이 말은 미국의 군사적, 전략적 우산 아래 세계 자본주의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레이크는 그런 새로운 세계질서의 주된 적으로 '반발국가들(backlash states)', 그 중에서도 특히 이라크와 이란을 지목했다. 레이크가 클린턴 행정부의 초기에 미국의 거대전략으로 주장한 '확장의 전략(strategy of enlargement)'이 오늘날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미국의 군사적 역할이 확장되는 것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은 워싱턴에서 지배계급의 이 분파 또는 저 분파에 의해 창출된 정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21세기가 시작된 시기에 미국 자본주의가 갖게 된 역관계상 지위(power position)가 낳은 불가피한 결과다. 미국의 경제적 힘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과 더불어 꾸준히 퇴조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20년 뒤에도 서로 간에 경제적으로 지금과 똑같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세계에 대해 미국이 갖고 있는 군사적 힘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 상대적으로 증대돼 왔다. 지금 전 세계 군사비 지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이며, 이는 전 세계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두 배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한다.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의 목표는 이런 전례 없는 군사적 힘을 이용해 모든 대륙을 다 포함하는 광대한 영역에 걸쳐 전면적인 지배권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수십 년간 그 어떤 잠재적 경쟁세력도 미국에 도전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역사적 세력의 부상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 특히 미국 자본주의의 확장을 위해 세계 자본주의의 주변부 민중을 대상으로 미국이 벌이는 일종의 전쟁이다. 이것은 또한 지구적으로 넓게 펼쳐지는 지정학적 싸움 속에서 제3세계 국가들은 그저 '전략적 자산'으로만 간주되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New American Century)'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의 교훈은 분명하다. 군사적인 수단으로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비록 자본주의 아래에서 불가피한 것이긴 하나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고, 더 큰 규모의 새로운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와 그 주된 뿌리인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미국의 이런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에 저항하는 것은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다. (끝, 번역=이주명 기자)

   
 
  존 벨러미 포스터/오리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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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11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랫글하고 이 글 퍼갑니다.

balmas 2006-06-1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셈~ ^^
 
 전출처 : 푸하 > 함께 책읽기 일정-인권운동사랑방

함께 책읽기 일정


안녕하세요. 인권운동연구소의 류은숙입니다. 이 메일은 인권운동연구소 강좌에 참여하셨던 분들에게 보내는 메일입니다.


사회권 강좌를 마치면서 후속으로 함께 책읽기 모임을 한다고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애초에 6월 13일부터라고 했으나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보니 광고를 내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기말고사 기간이라 하고, 제가 번역할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확 2주 미루고, 그대신 휴식주 없애고 좀 빡빡하지만 5주로 끝내려 합니다. 읽기에 좀 부담이 되는 분량이겠지만 더 더워지는 8월까지 끄는 것보다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을 듯 해서요. 아래 일정을 참고하시고 많이들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신청은 soom03@hanmail.net 으로 메일을 ?! 립뼉笭챰? 바랍니다. 신청을 하셔야 읽을 교재를 미리 파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교재:

[인권:이론과 실천, 마이클 프리먼, 아르케, 2005] 각자 구입

[Socialist Concept of Human Rights, Imre Szabo 외, Budapest 1966] 번역 발췌본 제공

[반인권론, 슬라보에 지젝, 창작과 비평 2006 여름] 각자 구입

[Human Rights in Liberal, socialist, and Third world Perspective, Adamantia Polls, 1992] 번역 발췌본 제공


1주: 6월 27일(화) 저녁 7시 30분 인권운동사랑방 4층

2주: 7월 4일(화)

3주: 7월 11일(화)

4주: 7월 18일(화)

5주: 7월 25일(화)


참가비: 회당 5천원(단, 현재 소득이 없으신 분은 그냥 오셔도 됩니다)


<1주: 6월 27일>

시민의 권리 이론과 역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Imre Szabo)

Ⅰ. 시민의 권리 이론의 형성

        1. 시민의 권리 선포의 사회적 기능과 형태

        2. 인권과 시민의 권리간의 차이

        3. 평등, 자유, 그리고 시민의 권리

        4. 개인의 권리

        5. 시민의 의무


Ⅱ.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사회주의 이론

        1.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시민의 권리와 의무의 성격

        2. 시민의 권리와 의무의 법적 성격

        3. 다양한 법률 체계와 시민의 권리 의무의 관계

        4. 시민의 권리와 의무의 체계


<2주: 7월 4일>

시민의 권리와 자연법 이론(Zoltan Peteri)

        1. 도입

        2. 시민의 권리 출현의 역사적 전례

        3. 시민권 또는 인권의 사상; 17, 18세기의 자연법 이론

        4. 시민의 권리 개념을 성문법으로 제도화하는 이행에서의 자연법의 역할

        5. 자연법의 시민권 개념에 대한 제국주의의 영향

        6. 요약


마이클 프리먼 제 2장; 자연권의 흥망

        1. 왜 인권의 역사를 말하는가?

        2. 권리와 폭군: 고대의 권리개념

        3. 정의와 권리: 중세의 권리개념

        4. 근대의 자연권

        5. 혁명의 시대

        6. 자연권의 쇠퇴


<3주: 7월 11일>

시민권 이론 전개의 사회요인들(Kalman Kulcsar)

        1. 시민권과 사회적 현실

        2. 봉건부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 시민권 전개에 대한 그것의 영향

        3. 시민권의 문제와 사법적 실천

        4. 20세기 시민권 내용의 변형

        5. 부르주아 국가에서 경제사회적 권리의 등장

        6. 시민권 전개의 정치적 요인


마이클 프리먼 제3장 1945년 이후: 권리의 새시대

        1. 유엔과 인권의 부활

        2. 세계인권선언

        3. 이론에서 실천으로(냉전/냉전이후)

        4. 소결


<4주: 7월 18일>

시민의 평등과 법 앞에 평등(Jozsef halasz)

        1. 시민의 평등 법 앞에 평등 개념에 관하여

        2. 부르주아 혁명 시대의 권리의 평등과 법 앞의 평등

        3. 부르주아 헌법에서의 법앞의 평등과 권리의 평등의 규율

        4. 식민지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국가들에서의 시민 평등의 헌법제정

        5. 사회주의적 시민 평등 개념과 내용

        6. 사회주의 헌법에서 시민의 평등을 규율하는 문제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lajos Lorincz)

        1. 부르주아 헌법과 법률에서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2. 사회주의 헌법에서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3. 사회주의 헌법에서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체계; 그 이행의 수단


시민의 자유(Peter Schmidt)

        1. 기본적 시민권 체제에서의 자유

        2. 시민적 자유의 부르주아 이론

        3. 사회주의적 자유이론의 전개와 그것의 헌법 제정

        4. 사회주의적 자유의 내용과 그것의 헌법 체계


<5주: 7월 25일>

마이클 프리먼 제9장: 21세기의 인권

        1. 역사로부터 배우기

        2. 인권에 대한 비난

        3. 개입의 문제

        4. 마치며

슬라보예 지젝; 반인권론(Against Human Rights)

아다만시아 폴스; 자유주의, 사회주의, 3세계 관점에서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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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

 

[먼슬리 리뷰: 제국의 확장(1)] '미국의 세기' 프로젝트

  2006-06-08 오후 7:06:55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사건으로 인해 아프리카가 돌연 우리 사회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번 피랍사건은 아프리카의 석유자원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지구적 쟁탈전의 한 부산물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번 피랍사건 자체가 아프리카의 주요 유전지대 중 하나인 기니만에서 일어났고, 한국인 근로자들을 납치한 무장단체도 유전개발 중단 등 석유와 관련된 정치적인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평론잡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가 최근호에 지구적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의 최근 움직임을 '제국적 거대전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분석한 글 '아프리카에 울리는 경보: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A Warning to Africa: The New U.S. Imperial Grand Strategy)'를 게재해 눈길을 끈다.
  
  이 글의 필자인 존 벨러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는 미국이 제국의 확장과 공고화를 위해 최근 석유자원에 초점을 두고 아프리카 공략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미국의 이런 거대전략 추진은 저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터는 미국 오리건대학 교수이자 <먼슬리 리뷰>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에 항거하는 생태계>를 비롯해 환경사회학 및 정치경제학 분야의 저서를 여러 권 갖고 있다.
  
  
존 벨러미 포스터의 글 '아프리카에 울리는 경보: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의 번역을 2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자본주의에는 언제나 제국주의가 존재한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가 진화해감에 따라 제국주의가 다양한 국면들을 거친다. 지금은 세계가 지구적 지배를 겨냥한 미국의 거대전략(Grand Strategy)이 두드러진 특징을 이루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를 겪고 있다. 미군이 아프리카까지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대륙에 상주기지를 두면서 말 그대로 지구적으로 군사작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말해준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석유에 초점을 둔 통제권 쟁탈전이 새로이 전개되고 있다.
  
  소련이 붕괴한 직후 10년간에는 미국이 과거 냉전시대 내내 미국의 개입전략을 뒷받침했던 전략, 즉 조지 케넌(George Kennan)이 '봉쇄(containment)'라는 이름을 붙인 전략에 상응하는 거대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미국 지배엘리트들이 비판하곤 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2000년 11월에 국가안보 분석가인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가 제기한 바대로 미국이 현재 갖고 있는 '잉여의 힘'을 어떻게 활용해 세계를 재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이에 대한 하스의 답변은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의 지구적 지배력을 확고한 상태로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 제국'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하스의 답변은 얼마 뒤
부시 행정부가 그를 콜린 파월이 이끄는 국무부의 정책기획국장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던 게 분명하다. 하스가 이런 답변을 내놓기 불과 몇 달 전에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 1997년에 설립된 워싱턴의 싱크탱크-옮긴이)'의 보고서가 그의 답변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노골적인 군사적 거대전략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나중에 부시 행정부의 최고위 관료가 되는 도널드 럼스펠드, 폴 월포위츠, 루이스 리비 등이 작성한 것이었다.
  
  이 새로운 거대전략은 미국이 2001년 9월 11일의 공격을 받은 뒤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으로 현실화됐고, 곧이어 2002년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 성명을 통해 공식화됐다. 하버드대학의 올린(Olin) 전략연구소 소장이자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의 창설멤버이기도 한 스티븐 피터 로슨(Stephen Peter Rosen)은 제국을 지향하는 미국의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서술했다.
  
  "군사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그 군사력을 다른 나라들의 내부적 행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치단위를 우리는 제국(Empire)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제국의 어떤 지리적 영역을 통제하려고 하거나 제국에 속하는 해외의 시민들을 통치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간접적인 제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제국은 제국이다. 이렇게 보는 게 옳다면, 우리의 목표는 경쟁세력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제국으로서의 우리의 지위를 유지하고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된다. 제국적 전쟁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국제전쟁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다르다. (…) 질서 회복을 위한 제국적 전쟁은 그렇게 (즉, 억지[deterrence]에 대한 고려에 의해) 제약되지 않는다. 제국에 도전했다가는 무사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최대 규모의 군사력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심리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될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사용돼야 한다. (…) 제국의 전략은 제국에 대한 강력하고 적대적인 도전자가 등장하는 것을 미리 막는 데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전쟁이라는 방법도 동원할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제국적 동화(同化)의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
  
  예일대학에서 군사 및 해군의 역사를 가르치는 존 루이스 개디스(John Lewis Gaddis) 교수는 2002년 하반기에 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게재된 글을 통해 다가오는 이라크 전쟁의 목표는 "유프라테스 강둑에 아쟁쿠르(프랑스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로, 백년전쟁 중인 1415년에 이곳에서 헨리 5세가 이끄는 잉글랜드 군에 프랑스 군이 패배했다-옮긴이)의 패배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은 대단히 큰 힘을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므로, 15세기에 헨리 5세가 프랑스에서 거둔 유명한 승전과 마찬가지로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새로운 지정학적 판도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얘기였다. 개디스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일의 패권', 즉 미국에 의한 '국제체제 관리'를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미국이 선제적 행동으로 전 세계에 대한 헤게모니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변환의 거대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거대전략의 성격
  
  클라우제비츠의 시대 이래로 군사 분야에서 전술은 '전투에서 병력을 운용하는 기술'로, 전략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 전투들을 운용하는 기술'로 각각 정의돼 왔다. 이에 비해 에드워드 미드 얼(Edward Meade Earle)과 리들 하트(B. H. Liddell Hart)와 같은 군사전략가나 역사가들에 의해 발전된 '거대전략'이라는 개념의 고전적인 의미는 한 국가의 잠재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그 나라의 보다 폭넓은 정치경제적 목표들과 통합시키는 것이다. 역사가인 폴 케네디(Paul Kennedy)가 <전쟁과 평화의 거대전략(Grand Strategies in War and Peace)>(1991)이라는 저서에서 서술했듯이 "진정한 거대전략"은 "전쟁과 관련성을 갖는 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평화와도 관련성을 가지며 (…) 수십 년, 아니 수 세기에 걸쳐서도 작동할 정책들을 개발하거나 그런 정책들을 통합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거대전략은 그 지향에서 지정학적이며 광물자원, 해상 수송로, 경제적 자산, 인구, 중요한 군사적 입지 등을 포함한 일정한 지리적 지역 전체에 대한 지배를 목표로 한다. 과거에 존재했던 거대전략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었던 제국들의 거대전략이다. 그러한 과거의 제국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넓은 범위의 지리적 영역에 대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거대전략의 역사가들은 공통적으로 19세기의 대영제국(팍스 브리태니카)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 로마제국(팍스 로마나)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날 미국에 관건이 되는 것은 단지 지구상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한 통제력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구적인 팍스 아메리카나의 구축이다. 최근 미국이 보여 온 제국 지향의 추동력에 대해 일부 논평자들은 부시 행정부 안에 있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의 소규모 집단이 벌이는 은밀한 작업의 결과로 보는 견해를 밝혀 왔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런 추동력은 미 제국을 확장시킬 필요성에 대한 폭넓은 합의가 미국의 권력구조 안에 존재하는 데서 나온다. 미국 행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의 글도 포함해 최근 발간된 한 책의 제목이 <제국의 의무: 새로운 세기를 위한 미국의 거대전략(The Obligation of Empire: United States' Grand Strategy for a New Century)>이라고 붙여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아이보 다들러(Ivo. H. Daadler,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하워드 딘의 외교정책 자문역을 지낸 바 있다)와
제임스 린제이(James M. Lindsay,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일한 바 있다)는 공저 <무한한 미국(America Unbound)>에서 미국은 오래 전부터 다자주의(多者主義)로 위장된 '비밀의 제국'이었다고 주장한다. 부시의 백악관이 '미국의 힘에만 근거를 둔 제국'을 구축하기 위해 일방주의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일어난 변화는 그 제국의 은밀한 성격이 제거됐다는 점과 속국들에 덜 의존하게 됨으로써 그 제국의 병력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게 됐다는 점뿐이라는 것이다. 다들러와 린제이에 따르면 지금 미국은 '패권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그런 사람들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측면과 세계를 '민주적 제국주의(democratic imperialism)'에 맞게 재편성한다는 측면에서 지구 전체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확고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공격적인 태도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정책이 취해온 태도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두 사람은 지적한다. 일방주의적인 미국의 제국 지향 추동력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행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으며, 냉전시대가 시작된 트루먼 행정부와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부터 그런 추동력이 뚜렷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들러와 린제이는 다른 강대국들의 위상이 미국보다 처지는 상황에서는 미국이 보다 협력적인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면서, 협력적인 전략을 제국 운영의 보다 나은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단 패권국의 힘이 기울기 시작하면 그같은 협력적 제국주의는 실현되기 어려워진다. 지금 미국만 경제적 경쟁의 증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도 약화돼왔다. 미국의 유럽쪽 속국들은 미국에 직접적으로는 도전하지 못하지만, 미국의 지도에 항상 따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무장하고 있어 위험한 존재이지만 차차 기울어가는 패권국이 직면하게 되는 유혹이 있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행동하면서 전리품을 독점하는 것을 통해 힘을 재구축하거나 더욱 증강시키는 시도를 하게 하는 유혹이다.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전쟁
  
  자본주의는 경제적 범위에서는 전 세계에 걸치지만 정치적으로는 경제발전 속도가 상이한 경쟁국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는 체제다. 불균등한 자본주의 발전에 내재된 모순은 1916년에 레닌이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라는 제목의 저서에 고전적인 설명을 해놓았다.
  
  "자본주의에서 세력권, 이익, 식민지 등의 영역분할에 근거가 될 만한 것으로는, 그러한 영역분할에 참여하는 당사국들의 힘과 그들의 일반적인 경제적, 금융적, 군사적 힘의 산술 외에 더 나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분할에 참여한 나라들의 힘은 서로 동등하게 변화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아래서는 상이한 사업체, 결합기업, 산업분야, 국가의 발전이 균등하게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의 독일은 자본주의적 힘에 관한 한 당시의 영국과 비교할 때 빈약하고 하잘것없는 나라였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러시아에 비교하면 하잘것없는 나라였다. 10년 또는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상대적인 힘이 지금과 같이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능한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지금 세계가 지구적으로 경제적 변환의 과정에 있다는 것은 널리 인정된 관점이다.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력도 계속 약화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에 대략 50%였지만 2003년에는 20%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와 비슷하게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 잔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960년에는 거의 50%에 가까웠지만 21세기 초에는 2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따르면 2039년까지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나라가 된다고 한다.
  
  미국의 힘에 대한 이런 점증하는 위협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토대를 놓는 일에 집착하도록 미국 정부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미국의 개입주의는 자국의 지구적 우월성을 장기적으로 보장해줄 전략적 자산들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단기적인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활용하는 데 겨눠져 있다. 그 목표는 미국의 세력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잠재적 경쟁세력들이 지구적으로 또는 특정한 지역에서 결국은 미국의 세력에 도전할 수 있게 할 긴요한 전략적 자산을 그런 잠재적 경쟁세력으로부터 박탈하는 것이다.
  
  미국의 2002년도 국가안보전략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의 잠재적 적들이 미국의 힘을 능가하거나 미국의 힘과 동등한 힘을 갖겠다는 희망에서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우리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거대전략은 단순한 군사적 힘을 넘어서는 것이다. 잠재적 경쟁국에 대한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국가 간 경쟁의 진정한 요체다. 그러므로 미국의 거대전략은 자본, 무역, 달러화의 가치, 전략적 원자재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싸움을 군사적 힘과 결합시킨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들을 가장 명쾌하게 순서를 매겨 열거한 것은 아마도 브랜다이스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올린 연구소의 연구원인 로버트 아트(Robert J. Art)가 <미국의 거대전략(A Grand Strategy for America)>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것일 게다. 그는 "거대전략은 한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그들이 목표로 삼아야 할 것들이 무엇이며 그런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자국의 군사력을 어떻게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가를 말해준다"고 썼다. 아트는 미국을 위한 거대전략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중요도의 순서로 '우선적인 국가이익'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예방하는 것.
  둘째, 유라시아 대륙에서 강대국 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고, 가능하면 그러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치열한 안보경쟁을 예방하는 것.
  셋째, 석유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넷째, 개방된 국제경제 질서를 보존하는 것.
  다섯째, 해외에 민주주의와 인권존중의 확산을 촉진하고, 내전의 와중에 민족말살이나 대규모 인명살상 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여섯째, 지구의 환경을 특히 지구온난화와 극심한 기후변화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이 여섯 가지 가운데 국가방위 그 자체, 즉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항해 '본토'를 방어하는 것 다음으로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세 가지는 (1) 세계적인 영향력 확보에 열쇠가 되는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에 대한 패권의 확보'라는 전통적인 지정학적 목표 (2) 세계 석유공급에 대한 통제력의 확보 (3) 지구적 자본주의 경제관계의 촉진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런 목표들에 부응하려면 유럽과 동아시아(유라시아 대륙 중 강대국들이 집중돼 있는 두 군데의 연해지역) 및 페르시아만(세계 유전의 대부분이 존재하는 곳)에 "전진배치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아트는 주장한다. "유라시아 대륙은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 확인된 유전의 대부분, 군사적 강대국들의 대부분이 존재하는 곳임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성장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은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주요 석유매장 지역들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이 계속되면서도 점령의 문제는 아직 결론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들 두 나라의 보다 힘센 이웃나라인 이란에 대해 '선제적' 공격의 위협을 강화해 왔다.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를 정당화하는 데 주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결국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이란으로 하여금 핵무기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에 관심을 갖는 데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이란도 주요 산유국의 하나다. 확인된 석유 매장량에서 이란은 현재 이라크를 능가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나라다. 따라서 이란에 대한 통제력의 확보는 미국 정부가 페르시아만 지역과 이 지역의 석유를 지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란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중동지역을 넘어 더 넓은 범위에 미친다. 엄청난 규모의 화석연료가 매장돼 있는 카스피해 연안을 포함한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싼 '새로운 거대게임(New Great Game)'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이란도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기획자들은 '아시아의 에너지안보 망'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러시아, 중국, 이란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어쩌면 일본까지 포함해)이 하나의 에너지안보 망 안에서 경제적으로 하나로 뭉치고 에너지 협정을 맺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세계의 석유 및 천연가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체제를 무너뜨릴 경우에는 세계 세력판도의 무게중심이 전반적으로 동쪽으로 옮겨갈 토대가 구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화석연료에 대한 자국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에너지안보 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중국은 이란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자원을 더 많이 이용할 권한을 확보하는 것을 통해 이런 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해결해보려고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인도의 핵강대국 지위를 뒷받침해주는 등 인도와 보다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것도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거대게임의 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은 19세기에 바로 이 지역을 놓고 영국과 러시아가 벌였던 옛 '거대게임(Great Game)'을 연상시킨다. (다음 회에 계속)

   
 
  존 벨러미 포스터/오리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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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6-0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 갑니다

balmas 2006-06-1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
예, 그러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