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관행이라는 이름의 일상적 부패
촌평: 학회의 프로젝트 유혹

2006년 04월 16일   강명구 아주대 이메일 보내기

오십 줄이 넘으면 이런 저런 연유로 상가(喪家)에 들르는 일이 많아진다. 업종이 업종인지라 많은 경우 문상객들은 학계에서 낯익은 얼굴이기 십상이다. 조문하고 정담을 나누다보면 왁자지껄 악수공세가 펼쳐지는 인물이 나타난다. 십중팔구 학계를 발판으로 정계나 관계(官界)에 진출하여 한자리 하는 사람들이다. 애써 외면하는 나는 항상 처세에 뒤쳐진 거북한 딸깍발이가 된다. 대단한 순결주의자도 아닌 내가 이런 학계 인심의 쏠림에 내심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악수공세를 받는 “전직(前職)” 학자가 학문적 존경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개인적 판단 때문인 경우가 많다. 허나 보다 깊은 연유는 대단치 않아보이는 일상(日常)의 집적이 종국에는 학계를 아는 새 모르는 새 “대단치도 못한” 부패의 유혹에 순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단치도 못한” 부패의 유혹은 우리 학계 주변에 널려있다. 트럭으로 수백억씩 져 나르는 정재계(政財界)의 대담함과 무모함은 없어도 학회를 유지하려면 관행의 이름으로 허용되는 하찮은 일상적 부패의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한마디로 학회를 유지하려면 솔솔치 않게 돈이 든다. 국제회의라도 하려면 모시는 “귀한 분”들의 면면체면치레를 생각하고 교통과 행사준비의 편의를 위하여 호텔을 빌려야하고, 발표문에 대한 사례비 외에 청중의 밥값도 내주는 것이 관례이다. 청중이나 회원들이 참가비를 내지 않으면 이른바 스폰서를 구해야한다. 행사에 드는 돈은 확실한 이윤이 보장되는 직접투자라기보다는 여론형성이나 장기적 안목의 우군형성을 위한 간접투자의 성격이 짙다. 당연히 “눈먼 돈”이 타겟이 된다. 눈먼 돈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관가의 판공비거나 기업의 접대비이기 십상이다. 눈먼 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시쳇말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선후배나 제자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알음알음으로 줄을 댄다.


또 다른 유혹은 정부나 재계의 프로젝트 유혹이다. 미국 속담대로 “돈이 얘기한다.(Money talks.)”고 합법적인 제도적 절차를 밟아 프로젝트를 수주하였어도 전문가 집단인 학계는 구태여 발주자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결론을 미리 짐작하게 된다. 행사지원용 부패의 유혹이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일과성 관행이라면 이것은 보다 구조적이고 심각하다.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온당치 못한 국가정책이나 기업관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분석으로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한 환경영향평가가 슬금슬금 재앙의 축적으로 나타난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나 기업의 시장적 필요성에 대한 학계의 객관적이며 동시에 우호적 판단이 미분적(微分的) 공평과 동시에 적분적(積分的) 불공평으로 드러난 것이 어디 한 두 번 이었던가? 거대한 문제점에 비하면 학계가 얻는 것은 대단치도 못한 획득이다. 프로젝트 수주의 대가로 회원인 연구자의 연구비중 일정 부분을 오버헤드로 거두어 학회 운영비로 쓰는 정도이다. 이 와중에 관행적으로 액수가 적혀있지 않은 ‘백지’ 영수증이 오가기도 한다. 물론 학계행사의 경우와 진배없이 프로젝트 수주에 있어서도 상가에서 악수공세를 받는 “전직” 학계 인물이 중요 역할을 한다.


따지고 보면 참으로 낯부끄러운 일이다. 비판하면서 닮아간다고 학계는 비판적 분석과 감시의 대상인 제도나 집단을 관행의 이름으로 복사해가고 있다. 이런 점에 있어 한국의 학계는 지식인 집단인체 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일반적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종류는 비슷해도 정도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이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무슨 일이 터지면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억울하다고 참여정부가 들이대던 항변과 유사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대접 받으려거든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계는 학문적 관련업종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고슴도치 사랑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하찮은 부패의 유혹에 찔리고 너무 멀면 관찰과 분석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 학계는 눈먼 돈 탐내지 말고 검소하게 회원의 회비로 밥 먹고 회의하고 운영해야한다. 그래야 학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상가집에서 출세한 “전직” 학자를 만나도 서둘러 악수하러 손 내미는 일이 줄 것이다.

강명구 아주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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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04-1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까우면 하찮은 부패의 유혹에 찔리고 너무 멀면 관찰과 분석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 어째든 학회 주변에 얼쩡된다는 것은 (저 자신을 포함하여) 부패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고 언제든지 덫에 걸릴 수 있고 그나마 무능력으로 말미암아 학회의 중심에 다가서지 못해 부패의 유혹을 방지하는 고슴도치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지...

balmas 2006-04-1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흐흐, 너무 겸손한 말씀 아닌가요?
 

한겨레

 

프랑스는 배운대로 행동했다

‘최초고용계약’ 좌초시킨 청년학생들
학교서 배운 자유·평등·우애 정신이 무능한 노조·정당, 국민을 움직였다
기득권 표심 잡으려는 우파정권의 오만을 우리 언론은 ‘사회보장 실패’로 오독

 

http://www.hani.co.kr/arti/BOOK/1155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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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장식용이냐?!"휴일 문닫는 국공립대도서관 불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일반 시민에게 개방돼야" 공공성 외면 지적 일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학도서관들이 주말과 휴일이면 문을 닫고 시민들의 이용을 제한해 공공성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209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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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4-1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은 아닐지 모르지만, 국립대학 도서관은 국가의 세금이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국민들 일반에게 서비스해야 한다고 본다.

일반 시민들이 평일에 도서관을 찾기 어려운 형편을 감안하면,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도 당연히 개방이 돼야 한다.

 

서울대 도서관(자료실)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개방했고

공휴일에도 12시에서 8시까지 개방했다. 사실 이렇게 개방해야 자료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운영 인력이 부족하다든가,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사용이 적다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안 된다고 본다. 토요일, 일요일에 개방했을 때에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추가근무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외에도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가령 평일에 쉬고

주말에 대신 근무한다든가)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고, 방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사용 인원이 적다는 것도 개방을 금지할 만한 이유는 안 된다. 사실 주말에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해서 불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학위논문이나 연구논문을 쓸

경우에는 평일이나 공휴일이 따로 없다. 꼭 필요한 책이나 정기간행물 자료

(전자저널로도 이용할 수 없는 것)가 도서관에 있는데, 주말에는 이용하지 못할 때

참 답답하기 짝이 없다.

 

관리하는 쪽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기는 하겠지만, 대학 도서관은 학생들과 연구자들의

연구가 제일의 존재 이유이고, 국립대 도서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 일반을 위한

봉사의 이유도 있으니까, 주말에도 개방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waits 2006-04-1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의 제기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고 있었던 것도 같네요. 검색사이트 뉴스에서 카피 봤었는데, 여기서 보니 더욱 동감. 평일 낮시간의 도서관은 언감생심인 저 역시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말예요. 인력 문제는 하다못해 사회적 일자리 같은 방식으로라도 의지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balmas 2006-04-1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공감해주셔서 감사.^^

chika 2006-04-1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국공립대 도서관 열람이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되었나요? 알아봐야겠네요?

그리고 대학 도서관뿐 아니라 일반 도서관 열람 시간도 직장인을 위해 늦춰줘야 하는거 아닐까요? 예전에 일본의 도서관 운영을 보여줬었는데, 인력의 부족을 그쪽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도서 열람실을 정리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하더라고요. (물론 저녁 10시 이후에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에요) 언제나 시민이 필요로 할 때, 문을 열어주는 도서관, 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돌바람 2006-04-1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맡길 데 없어 아예 도서관은 이용도 못하는 아줌마들을 위하야 도서관 옆에 놀이방도 허하라고 하면 너무 쎄게 나가는 건가요? 기왕에 요구하는 거 좀 쎄게 해야 뭐가 좀 되지 않을까요. 시장에서 배운 물건값 깍는 경험에서 보건대^^*

balmas 2006-04-1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오오, 일본은 역시 대단하네요.
돌바람님/ ㅋㅋ 그럼요, 쎄게 나가셔야죠. 특히 아줌마 분들이 ... ^^;;

Koni 2006-04-1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공립대 도서관 개방은 찬성하는데, 인력의 문제는 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이라도, 직원은 사람이니까요.
자원봉사제도라든가, 퇴직 사서들의 특별고용이라든가...
아무래도 휴일이나 야간 근무는 쉽지 않죠.

balmas 2006-04-17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 그렇죠. 그건 신중하게 처리해야죠. 다른 국가기관들은 하나같이 다
주말에 쉬는데, 도서관 직원들만 나와서 근무하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겠죠.

승주나무 2006-04-17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다니게 될 직장이 국립도서관이 있는 동네라, 슬슬 이용을 해볼까 하는데.
아직도 국립도서관과 일반시민들의 거리는 먼 것 같아요.
도서 대여 같은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요. 자료를 도서관 안에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좀 불만..
그리고 balmas 님//도서관 이용에 대한 팁 있으면 알려주시죠^^

balmas 2006-04-17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ㅎㅎ 저도 국립도서관은 별로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 ^^;
대학 도서관은 직원이나 재학생에게만 대출해주지만,
국립도서관은 일반시민 대출할 수 있지 않나요?

조선인 2006-04-17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5일제가 되면서 주말근무는 모두 휴일수당이 붙으니까 도서관 이용시간을 줄이는 추세더라구요. 주5일제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경비절감으로만 악용되는 거 같아 속상합니다. ㅠ.ㅠ

balmas 2006-04-1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맞아요. 주 5일제 근무가 그런 측면이 있죠.
 

사회화와노동
2006.04.14 | 305호
 
미국 이민개혁 관련 참고자료

[자료1]미국 비허가(unauthorized) 이민자의 규모와 특징
Pew Hispanic Center의 연구원인 Jeffrey S. Passel의 연구보고서를 요약 번역한 자료로 미국 이민자의 규모와 출신, 가족상의 특징, 노동력의로서의 특징 등을 분석한 글

[자료2]이민개혁안의 항목별 비교
2005년 11월 부시정부가 '이민 개혁을 통한 국가 안보' 전략을 발표한 이후 상원과 하원에 제출된 각종 법안의 핵심 내용을 항목별로 정리한 자료

사회진보연대
http://www.pssp.org | pssp@jinbo.net
(140-801)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8-48 신성빌딩 4층
TEL:02-778-4001~2 | FAX:02-778-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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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6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퍼갈게요.^^

balmas 2006-04-1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세요. ^-^
 

 



 

대추리 도두리 평화농활 함께가요

 국방부의 강제토지수용을 막아내기 위해 올해 황새울 농사를 함께 지읍시다!

농활일정(아래와 같은 일정을 선택할 수 있어요)


< 2박 3일: 4월 21일(금) ~ 23일(일) >

-  21일 오후 7시 출발(사회진보연대 사무실)


<1박 2일 : 4월 22일(토)~23일(일) >

  22일 오진 9시 출발(사회진보연대 사무실)


<프로그램 >

<4월 22일>

아침 7시 기상, 체조, 아침식사

9시 ~ 12시 오전작업

12시~1시  점심식사

2시~6시  오후작업

6시~7시 30분  저녁식사

7시 30분~9시  촛불집회

9시~ 11시   하루평가와 나눔의 프로그램

12시  취침


<4월 23일>

아침 7시 기상, 체조, 아침식사

9시 ~ 12시 오전작업

12시~1시  점심식사

2시~6시  오후작업

6시~7시 30분  저녁식사

7시 30분~9시 주민 600일 촛불집회

           뒤풀이


준비물: 작업복, 세면도구, 먹거리

문의: 02)778-4001~2  011-9044-4736(이소형)    pssp@jinbo.net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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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4-16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사진이 안 떴나요?? 이런~~~~~~~~~
다시 올릴게요. :-)

balmas 2006-04-1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뜨지 않나요? 조마조마~~ ^^;;;

그건 그렇고 평화농활 한번 가고 싶은데,
암만 해도 가기가 어려울 듯 ... -_-;

balmas 2006-04-1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성공 ... ^^a
아, 행복나침반 님은 고향이 광주신가요?

balmas 2006-04-1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오손도손 재미있잖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