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를 하나 할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 6월 3일에 [트랜스토리아] 2005년 상반기호(통권 5호)가 출간되었습니다. 

[트랜스토리아]는 역사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박종철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역사학 이론 학술지인데요,

좌파적인 관점에서 역사학의 문제설정을 쇄신해보자는 취지로 창간되었고, 또 계속 그런 관점에서 책을

펴내고 있습니다. 편집 위원들은 [트랜스토리아]의 목적은 단지 역사학을 새롭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학이라는 분과화된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고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전환"을 의미하는 접두어 "트랜스trans"와 "역사"를 뜻하는 "이스토리아istoria"를 합쳐서

[트랜스토리아]라는 제목을 정한 것은 이 학술지의 취지와 매우 잘 들어맞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취지에 걸맞게 [트랜스토리아]는 매호마다 특집 주제를 정해서 다뤄왔는데요,

창간호에서는  [포스트식민주의와 서발턴 연구], 

2호에서는  [식민/포스트식민: 역사와 민족주의의 구성적 모순],

3호에서는 [바바와 그 외부],

4호에서는  [서발턴/여성과 포스트식민적 재현의 문제] 및 [근대(성)와 폭력] 이

각각 특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5호는 바로 [스피노자의 현재성]이라는 특집을 주제로 삼고 있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하고 제 후배가 쓴 글하고, 또 제 후배들이 번역한 프랑스 스피노자 연구자의 글이 두 편 실려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현대 (유럽) 스피노자 연구의 동향을 살펴 보기에는 매우 좋은 특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입과 독서를 바랍니다.

결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 

 

그런데 보니까 알라딘에서는 1-4호는 판매하고 있는데, 5호는 아직 입고가 되지 않았는지 책소개가

없네요. 교보문고나 리브로, 반디북 같은 데서는 팔고 있네요. ^-^

아래 그림은 리브로에서 가져온 그림입니다. (교보문고에는 엉뚱하게도 2호 목차가 나와

있더군요.) 아래에 이 책의 목차를 적어 놓았으니까 참고하세요. ^-^

 

 

[차례]

 

편집인의 말   4

 

특집: 스피노자의 현재성

대중들의 역량이란 무엇인가?: 스피노자 정치학에서 사회계약론의 해체 II ---  balmas   13

알튀세르와 들뢰즈를 통해 본 스피노자 철학의 문제 --- 김은주   51

스피노자라는 거울에 비친 맑스주의 --- 앙드레 토젤   93

운과 역사 이론 --- 피에르 프랑수아 모로   129

 

일반 논문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민족주의적으로 재구성하기: 하나의 해석 --- 장문석   143

아시아라는 사유 공간 속의 미스터 몬스터와

식민적 판타지를 횡단하는 <하녀> --- 주창규   175

 

서평

소극의 시대와 벤야민 읽기 --- 신승환   215

수잔 벅-모스, 김정아 옮김,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문학동네, 2004)

 

필자 및 역자 소개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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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반 2005-06-1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랬군요. 이전부터 알라딘에서 트랜스토리아를 치면 4호까지밖에 안나오길래 왜 아직도 출판이 안됐나 이러고 있었다니까요-_-;;

역시 내용이 풍부해서 좋네요. 토젤에 모로에, 선배님에 은주 선배님까지+_+ 거기에 장문석 선생 글까지 있네요. ㅎㅎ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또 사야죠. ㅎㅎ

비로그인 2005-06-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이 되었군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보에 목차가 이상하게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죠. 당장 사야겠습니다. 근데 선생님! 공부하다가 의문나는 것이 있는 데요, 스피노자는 '존재esse'를 특성으로 파악했나요? 속성으로 본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요.(스피노자에서 속성은 실사적인 것 맞죠?) 그렇다면 존재는 속성이 아니라는 칸트나 프레게의 입장에 배치되는 것인가요?(물론 스피노자의 용법이 아니라, 특성과 동일한 용법으로 속성을 이해할 경우)

아침해 2005-06-1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김상일님
알라딘 고객센터 조지은입니다.
 
문의하신 도서를 검색해 보니 아직 저희 사이트에 등록이 안된 도서여서
담당부서에 의뢰하여 새로 사이트에 올려 놓도록 하였으니,
<빨리찾기>창에 도서 제목을 입력하여 검색하시면 됩니다.
 
다만, 저희 시스템이 매일 아침 6시경에 업데이트 되는 관계로,
오늘은 반영이 안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일 아침 이후 아래 URL을 누르시면 검색 및 주문이 가능하십니다.
[트랜스토리아 - 제5호]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짠~ 브이!!

balmas 2005-06-1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기, 주루님, 아침해님,
모두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드디어 알라딘에도 입고가 됐군요. :-)
그리고 주루님, esse는 스피노자 철학에서는 볼 수 없는 어휘입니다. 다시 말해
속성도 아니고 특성도 아니죠. 스피노자는 ens라는 용어는 여러 번 쓰고 있지만,
esse라는 용어는 쓰고 있지 않죠.
esse는 중세철학(특히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수아레즈)에서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철학적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개념이지만, 스피노자 철학은 이 계보에 속하지 않죠. 따라서 스피노자는 하이데거의 서양 형이상학의 계보의 한 가지 맹점을 보여주는 철학자입니다.

2005-06-17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6-2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봤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근데 esse가 여하튼 나오기는 하던데,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 지 ... 예를들어 1부 정리9의 aut esse나 3부 정리6의 in suo esse 등등 말입니다. 저런 경우는 사물의 본질 자체와 등가인 개념으로 존재esse를 이해하면 됩니까? 그리고 existentia 의 경우는, 신에 있어서는 esse와 일치하지만, 유한 양태의 경우는 esse=essentia / existentia 로 분리되고 existentia는 양태들의 인과망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까?

그렇다면 서구 형이상학에 맹점을 만드는 스피노자의 특징이라하면 존재와 본질을 같다고 놓은 것(즉 속성이나 특성이 아니라)에 있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될까요? 그리고 유한 양태에 있어서는, 기존 형이상학이 속성이라 놓았던 esse 대신에 existentia를 놓았다는 것으로 보면 될까요? 워낙에 소양이 부족해서 ... 또 질문만 늘여놨네요.

balmas 2005-06-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스피노자 철학에서도 "esse"라는 용어가 드물게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이 용어가 당대의 철학 어휘로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이지, 스피노자

자신이  이 용어를 중시하거나 이 용어에 대해 독창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닙니다.

 

esse는 원래 중세철학,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에서는 existentia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까(그리고 그와 함께 perfectio라는 의미도 수반되죠) 이걸 본질로

이해할 수는 없겠죠. 반면 스피노자는 esse라는 단어보다는 realitas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esse를 realitas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피노자가 "서구 형이상학에 맹점을 만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스피노자가 "하이데거의 서양 형이상학의 계보의 한 가지 맹점을 보여주는" 철학자라고

했죠. 제 말의 뜻은 이렇습니다. 하이데거는 아리스토텔레스, 심지어 그 이전의 철학자들

로부터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 그리고 칸트 및 독일 관념론을 거쳐

마르크스와 니체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모든 철학이 "존재"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보고 있죠.

 

그런데 스피노자는 "존재"의 문제, 또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존재자로서의 존재자"의 문제를 철학의 중심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스피노자의

"자기원인" 개념이 "존재"에 해당된다고 하는 건 순전히 견강부회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제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분명히 "존재자로서의

존재자"를 형이상학/철학의 중심 대상으로 간주한 철학적 계보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계보는 서양 철학사의 <한 가지 계보>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하이데거의 철학 계보에는 오캄 같은 유명론자나 홉스, 로크, 흄 등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경험론 전통은 들어설 자리가 없죠. 이러한 철학 계보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영향력이 떨어진다고는 전혀 이야기할 수 없는데 말이죠. 반면 스피노자는

소위 대륙 합리론의 전통에 속하는 철학자이긴 하지만,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와는 달리

하이데거가 거의 연구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있는 철학자이죠. 이는 하이데거 자신도

스피노자 철학이 자신의 철학사 계보의 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간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방증해주는 한 가지 증거로 볼 수도 있겠죠. 또 사실이 그렇구요.

 

그러니 아무 철학자에 대해서나 "esse"나 "존재"의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고, 또 그게

철학사를 이해하는 바람직한 방식도 아니죠.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하이데거의

철학이나 1930년대 신토마스주의(자크 마리탱, 에티엔 질송)의 영향이 그만큼 후대의

서양 철학사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

철학계는 일제시대부터 하이데거의 영향력이 컸던 나라니까, 대륙 철학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철학도들이 이러한 철학사적 관점을 거의 자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이제 비판적 거리를 두고 볼 필요가 있겠죠.


비로그인 2005-06-2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문제틀 자체가 다르군요. 새겨듣겠습니다.
그 밖에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지만, 자제를 해야겠네요. 일단은 내공을 쌓는 것에 주력해야지요.

더운 날씨에 건강유의하세요.

balmas 2005-06-2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뭐, 좀 가설적인 이야기예요.
앞으로 이 분야에서는 연구해야 할 주제들이 많죠.
 

 
열 단어만 알면 어디서든 "녯 프로블렘!"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유태인 '술탄'
이혜승 <tangolee@hotmail.com>
          
▲ 유태인 '술탄'. 그는 신랑들의 전통 의상과 모자를 이리 저리 써보며 한참 동안 패션쇼를 했는데 보는 상인들은 귀찮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각기 다른 디자인의 옷을 입히는데 재미를 붙였다.  ⓒ 이혜승

술탄, 그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무엘이나 이삭, 아브라함처럼 전형적인 유태인의 이름은 아니었다. 나는 그를 술탄이라고 불렀다. 술탄을 만난 곳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도 부하라에서였다.

나는 그 해 성탄절은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드에서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와 초승달을 찍으며 보냈고 연말 연시는 부하라에서 맞았다. 한때는 왕국을 이루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 부하라.

사마르칸드처럼 규모가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성적인 향취가 짙게 배인 고도였다. 나는 오스트리아 관광객들과 함께 숙소에서 마련한 신년 파티에 참석해 우즈베키스탄의 민속공연을 보며 새해를 맞이했다.

다음 행선지는 히바였다. 마침 히바로 여행할 계획이 있었던 술탄을 만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니, 운이 좋은 쪽은 술탄이기도 했다. 술탄은 벌써 며칠 째 히바로 데려다 줄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라에서 히바까지 오백여 킬로미터를 택시로 움직인다고? 물론 그것은 우리가 편한 여행을 좋아하거나 아주 부유해서는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택시가 일반적인 도시간 이동 수단이다.

타쉬켄트에서 사마르칸드까지는 250킬로미터 정도인데 티코를 타면 한 사람에 6달러 정도이고 대우 '세단 승용차'(론리 플래닛의 표현에 의하면)인 넥시아는 그 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부하라에서 히바까지는 자동차 한대 대절 요금이 40-60달러 사이였다.

서너 단어의 조합만 가지고도 현지인들과 못하는 말이 없었다

연말 연시라 택시를 잡는 일도 어려웠던 데다가 관광철도 아니고 가난한 배낭족이다 보니 동승인을 찾는 것은 비용 절감의 필수 사항이었다. 어디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나? 역시 이슬람 국가에서는 사원과 바자르가 삶의 중심이다.

그때 부하라를 여행하던 배낭족들이 모두 모인 곳 역시 바자르였다. 그래봐야 술탄, 크로아티아 사람, 그리고 나 셋 뿐이었지만 우리 모두의 다음 행선지는 히바였다. 우리 셋은 의기투합하여 택시를 찾아 나섰다.

술탄의 의사 소통 능력은 놀라웠다. 그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어를 공부했고 벌써 반년째 '스탄' 국가들을 떠돌고 있는 터라 러시아어는 대략 눈치로 감을 잡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어 단어는 약 50개 정도를 들으면 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구사하는 러시아 말은 열 단어를 넘지 않았다.

에떠 (이것), 다 (네), 녯 (아니오), 하로쉬(좋은), 녜 하로쉬 (좋지 않은). 프로블렘(문제있군요), 녯 프로블렘 (문제없어요, 괜찮아요). 이 말들의 의미는 그때 그때 달랐다. 예를 들어 프로블렘 이라는 말은, '그거 진짜 문제로군요' 하는 원래의 뜻부터 나쁘다, 마음에 안든다, 기분이 좋지 않다, 소화가 안된다, 비싸다 등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쓰였다.

물건의 구입이나 숙소를 찾는 일에 이르기까지 술탄은 서너 단어의 조합만 가지고도 현지인들과 못하는 말이 없었다. 술탄의 이 비상한 언어 능력은 택시 기사와의 밀고 당기기 흥정 게임에서 빛을 발했다. 60불까지 치솟았던 택시 요금은 러시아어 실력이 조금 나은 나보다는 술탄에 의해서 51달러로 떨어졌다. 술탄의 러시아어 구사가 절정에 이르는 곳은 바자르에서 였다.

▲ 사마르칸드의 사원 비비 호님. 테무르 칸은 한때 이 사원을 가장 큰 이슬람 사원으로 만들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테무르 칸은 유달리 푸른 색을 좋아해서 이슬람 사원에는 푸른 색이 도드라진다. 우즈베키스탄의 파란 하늘도 테무르 칸의 명령을 따라 만들어졌던 것일까?  ⓒ 이혜승

상인 : '에떠 뺘찌 트이샤치 숨' (이거, 오천 숨(화폐 단위)이에요)
술탄 :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프로블렘' (문제가 있군요, 즉 비싸다, 깎아달라는 뜻)
상인 : '슈토 트이 가바리쉬, 지쇼바야… 베리 에떠 (무슨… 이거, 싼거야, 가져가라구)
술탄 : '녜 하로쉬' (좋지 않군요, 마음에 안든다, 그렇게는 못한다는 뜻)
상인 : 누 라드나, 다바이 에떠 나 치트리 (알았어, 이거 4,000에 가져가)
술탄은 그때 아무 말이 없이 팔짱을 끼고 딴 청을 피운다.
상인 : 녜 마구 볼쉐 (더 이상은 안돼)

비즈니스의 본고장인 실크로드에서 이슬람 상인과 유태인이 흥정을 벌이는 광경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유태인은 전 세계 상권을 잡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슬람에서는 성인 모하메트까지 상인 출신일 정도로 장사의 전통이 깊은 곳이다.

두 쪽 모두 양보하지 않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술탄은 프로블렘, 네 하로쉬 라는 말을 반복했고 상인 역시 술탄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쏟아 냈다.

이슬람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상인들이 값을 올려 부르는데 이것을 꼭 바가지라고 볼 일은 아니다. 흥정이란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건을 놓고 의사 소통을 하는 과정으로서 이슬람 상인들은 이 절차를 귀찮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즐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인이 달라는 데로 모두 물건값을 지불하면 오히려 상인은 싱겁게 끝난 이 흥정을 섭섭해 할 수도 있다.

이슬람 상인과 유태인이 흥정을 벌이는 광경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때로는 물건의 판매보다 대화의 과정 자체를 즐기기 위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물건의 특징, 제조 과정, 가격을 매기는 절차부터 집안의 대소사와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삶의 주제는 흥정의 주제이기도 하다. 다른 곳들보다 훨씬 사람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자르는 이슬람 여행의 최고봉이요, 그중의 백미는 바로 흥정이다.

술탄은 이 문화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결국 그는 한참 이야기를 한 후 다른 상점으로 움직이는 시늉을 한다. 저런, 술탄에게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없었던 건가 라고 느끼는 순간 급작스런 상황의 반전!

상인 : 뜨이 꾸다? 트리 삣솟, 빠이죳? (대체 어딜 가? 삼천 오백이면 되겠어?)

상인에게 아쉬운 것은 물건의 판매 뿐 아니라 대화상대가 사라지는 일이다. 술탄은 슬그머니 미소를 감추며 '녯 프로블렘' (그 정도면 괜찮군요) 라고 대답하며 물건값을 지불한다.

술탄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역시 유태인답다. 하지만 그 상인이 속으로 얼마나 이윤을 챙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은 그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인 : 자네, 참 잘생겼구만, 어디서 왔누?
술탄 : ‘하로쉬’ (고마워요. 제 인물이 훤하긴 하죠…), 이즈라엘.
상인 : 아, 알만하네, 유태인이라고…. 그래, 우즈베키스탄은 마음에 들고?
술탄 : ‘넷 프로블렘’ (정말 아름답고 재미있는 곳이에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부하라’ 라고 말한다. 부하라가 그 중에서도 최고라는 뜻.
상인 : 지금 어디 머물고 있나? 오늘 저녁 우리집으로 와, 싸게 해 줄께 (이 상인은 숙박업을 겸하는 것 같았다.)
술탄 : ‘프로블렘’ (그건 안되겠는데요)
상인 : 어허, 우리 집에 와서 차라도 한잔 들고 가지 그래?
술탄 : ‘녯 프로블렘’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유태인인 그에게 술탄이란 별명을 붙여 준 것은 이 흥정 과정을 보고 나서였다. 술탄은 번쩍이는 황금색 자수 문양에, 깃털이 달린 터어번을 이리 저리 써 보았다. 그는 까무잡잡하고 까칠한 수염이 얼굴에 나 있어서 여느 아랍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또 흥정하는 자세까지 갖추고 있었다. 술탄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았다.

술탄은 군에서 제대를 하자마자 배낭을 챙겨 들었다. 형은 군복무중에 사망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과의 그 지루한 전쟁에서. 형을 잃었는데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은 술탄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쟁이란 추상적인 것이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명분 때문에 희생당하는 일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술탄은 말했었다. 술탄의 여동생은 당시 군복무중이라고 했는데 지금쯤은 제대를 했는지 모르겠다.

술탄에게 ‘스탄’ 국가들은 대단히 불편한 나라들일 것이다. 종교도, 언어도, 생활 방식도 다른 데다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덕’을 톡톡히 보고 있으니 말이다. 술탄과 이야기를 하자니 '반항'이라는 프랑스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에는 어떤 사람이 추락을 하면서 계속 생각하기를 '아직까지는 괜찮아, 문제는 어떻게 착륙하느냐는 것이지’ 라고 했다는 유태인 랍비의 말이 되풀이 된다. 술탄은 거의 '추락'과도 같이 아찔한 이슬람 국가의 여행에서 안전하게 착륙하는 방법을 배운 듯 했다. 벌써 반년이 지나고 또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술탄의 여행은, 갖가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마따나 ‘녯 프로블렘’이었다.

"난 현지어도, 러시아어도 잘 모르지만 사람 사는 것이야 매 한가지가 아니겠어?" 라며 술탄은 너스레를 떨었다. 의사소통은 종교도, 특정 언어도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자기는 그 방면에 특기가 있다고 덧붙인다.

'난 말이야, 흥정의 도사라구…’

200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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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6-15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단어만 아는 바보돌대가리 새끼부엉이발마스니이이임~

하이드 2005-06-1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발마스님. 맥주 한캔 마시고 미쳤나봐요. 저 위의 기이이인 글은 안 읽었어요.

오늘 9연패에요. 봐주세요. 사람들이 한화는 9연승이라고 놀려요. ㅜㅜ

balmas 2005-06-1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완존 과격모드시네용~~

아영엄마 2005-06-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휘리릭~(꼼꼼이는 아니라는 뜻. ^^;;) 읽었어요! 추천은 접니다. 호호호~

balmas 2005-06-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감사합니다, 아영엄마님!! ^________^

조선인 2005-06-1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탄, 정말 멋져요. 소개팅하고 싶어져요. @.@

balmas 2005-06-1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조선인님,
부군께서 보시면 어쩌시려고 ... ^^;;;

조선인 2005-06-17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그런 말씀을. 쉿!!!
 

지난 번에 언젠가 불어책 구입 방법을 묻는 분이 계셔서 프랑스 인터넷 서점 몇 군데를 소개해드렸는데,

오늘 seed님이 lalibrairie.com에 책을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고 방명록에 글을 남겨 놓으셨네요.

지난 번 마이페이퍼에서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lalibrairie.com은 해외배송료가 다른 서점에 비해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제 시스템이 매우 불량해서 우리나라에서 주문하면 거의

백발백중 에러가 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에러가 나면 한 3달 가까이 애를 태워야 하니까,

절대 lalibrairie.com에서는 책을 주문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그래도 책을 주문하실 경우에는

꼭 주문완료하기 전에 자신의 주문번호를 적어서 기록해 놓으셔야 합니다.

주문번호를 알고 있어야, 메일을 보내든 전화를 하든, 일이 제대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송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아마존 프랑스(amazon.fr)에서 책을 구입하시는 게 제일 편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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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6-14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29990

balmas 2005-06-1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울보님, 고마워요.^^
숫자 보니까 불현듯 이벤트 생각이 ... ㅋㅋㅋ

하이드 2005-06-14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29992

자다 깨서...

다시 자러가요 .. zzz


알고싶다 2005-06-14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적인 재기가 넘치는 매력만점 발마스님, 글자 강조도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빨강+파랑) 으로 했군요..^^

balmas 2005-06-1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꿈 속에서도 서재질이시군요. ^^;;
리들러님, ㅋㅋ
이런 걸 보고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죠??

瑚璉 2005-06-1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존 프랑스와 거래해 본 지도 어언 3년이 넘어가는군요.

마늘빵 2005-06-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어디래요. 프랑스어를 모르니 이용할 일은 없지만... ^^

chika 2005-06-1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30013

불어라고 해봐야 애들이랑 '꼼씨?' '꼼싸?' 밖에 못할텐디 책은 어찌 보겄습니까.. 흐~

저 13이 보이길래 습관적으로다가. ㅡ.ㅡ


로드무비 2005-06-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333 이벤트 합시다요.^^

urblue 2005-06-1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33333 이벤트 좋네요. ^^

숨은아이 2005-06-1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630034

33333 좋다! ^^

瑚璉 2005-06-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상품부터 정해놓고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김칫국 정신 -.-;).

stella.K 2005-06-1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30048

긴장되네. 발마스님 이벤트는 저하고 인연이 깊죠 아마. 빚나간 인연이랄까?

왠 상관도 없는 캡처 1위를 안 해보나, 퀴즈 이벤트에 어렵게 등위 안에 들고도 미끄러지질 안나, 나중에 가산점 내세워 극악스럽게 책 한권 덤으로 끌어오질 않나? 이게 뭡니까? 발마스님 나빠요.

조만간 이벤트 하실 것 같은데 이번엔 또 무슨 소동이 벌어질지 기대되는군요. 이벤트 빨리 하라!!!!! 

 


balmas 2005-06-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 호정무진님,
누가 이벤트 한다고 했습니까, 미리 상품부터 정해놓고 시작하자니요? ㅋㅋㅋ
로드무비님, 블루님, 숨은아이님, 스텔라님, 이벤트 굳히기 작전이시군요. ^^
스텔라님, 이벤트 한다고 해도 아직 30000회도 더 남았는데 긴장은 무슨 긴장? ㅋㅋ
치카님, 아프락사스님, 거의 "사스"입니다. 얼씬도 하지 마세요. ^^;;;

날개 2005-06-1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930067

33333 해요!!!! ^^  굳히기 작전에 힘 실어주기~


stella.K 2005-06-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즐찾에서 파버릴 거예욧!

balmas 2005-06-1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사람살려,
굳히기가 제대로 걸렸어요!! ^^;;
스텔라님, 파라~, 파라~, 파라~, 파라~, 파라~
 
 전출처 : balmas님의 "[스피노자와 정치] 서평들"

ㅎㅎㅎ 치카님, 그럴까요?

앞으로는 옆구리 찔러봐야겠군요.

그래도 안되면? 직접 신문을 하나 만든다? ^^;;

슉슉님(ㅋㅋㅋㅋㅋ 딸기님, 저는 이 이름 쓸 때마다 너무 웃겨요),

맞아요. 대개 베껴 쓰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어쨌든 지난 번에 [헤겔 또는 스피노자]

서평 나왔을 때나, 또 그 전에 [라깡의 재탄생] 서평 나왔을 때에도, 직접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시 한번 의견도 확인하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래도 좀 신경을

써서 서평을 쓰는구나 생각했답니다. 다른 경우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세 서평 중에 조선일보 서평이 그래도 제일 핵심을 잘 짚었다고 말한 건, 어떻게

보면 조선일보가 눈치가 제일 빠르고 문장력도 제일 낫다는 이야기겠죠. 제가 쓴

해제의 앞부분의 요점을, 자기가 알고 있는 기초 상식(물론 조선일보식 렌즈로 본

상식이죠)을 곁들여서 제대로 된 문장으로 짧게 잘 풀어 놓은 데다가 

심지어 발리바르의 작업에 대한 교묘한 조롱까지 덧붙여 놓았으니까요.

마르크스주의는 "사회주의 몰락 이후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고,

발리바르가 하는 것은 그저 "마르크스주의를 학문적으로나마 회생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조롱하는 걸 보세요. 아카데믹하게 놀아라라는 뜻이죠. 이렇게 짧은

서평에서 자신의 계급적 관점을 관철시키면서 저의 해제 앞 부분을 잘 베껴

요약했으니, 좋은 서평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사실 신문 서평 안 본지는 꽤 됐는데, 슉슉(ㅋㅋ)님이 권하시니까 앞으로는

문화일보 서평을 좀 유심히 봐야겠네요.

그리고 이제이북스에서는 이번이 두번째로 번역서를 낸 셈이랍니다. 앞으로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도 여기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스텔라님, 짧은 시간에 기자들이 책을 일일이 어떻게 다 읽겠습니까? 더구나 신문서평은

신간 서평이 많은데요. ㅋㅋㅋ 기분 꿀꿀하니까 이벤트 하라니요? 자꾸 그러면 정말

이벤트 하고 싶잖아요!!

가을산님, ㅋㅋ 그 순위가 다른 서점들을 모두 포함한 종합 순위였다면 얼마나 좋겠

습니까? 알라딘만의 순위니까, 그냥 잠깐 기분만 내고 마는 거죠. ^^;;

어쨌든 감사드려요, 가을산님. 관심 갖고 지켜봐주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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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6-0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 싶으시면 하셔야죠. 암요. 기대할께요. 조용한 거 좋아하시면 그냥 저한테만 슬쩍 보내 주셔도 되는데...^^

chika 2005-06-0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달지국에서 우리집에 신문을 한달동안 넣지않아버려서(알고보니 우리동네 동명이인이 신문 끊은건데 실수로 우리집에 안넣었다더군요. ㅠ.ㅠ) 그 후로 한겨레를 못봤습니다. 예전에 최재봉기자의 글은 좋아했는데요. 다른 기자들은 책 안읽은 티가 좀 나서 전 말 그대로 '새 책'이 뭐가 나왔는지 정도만 봤던거 같아요.
글고 스피노자... 으음~ 제가 사과를 좋아하기 땜에 사과나무 심는걸 망설이지 않는 수준이라면 덥석! 책을 사겠습니다마는.. 제가 읽기엔 좀 무리겠지요? ㅎㅎㅎ
철학이야기는 재밌게 읽었지만, 아직 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은 여전히 책꽂이 구석을 묵묵히 지키고 있거든요. ^^;

balmas 2005-06-0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스텔라님~ 그럼 한번 기다려 보소서 ...

치카님, ㅎㅎ

치카님 말씀 듣고 보니 생각이 나는데, 제가 이번에 역자 해제 쓰면서 하나 집어넣으려다가

못한 게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바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누구 말일까요? 하는 퀴즈라지요. ㅋㅋ

생각난 김에 퀴즈를 하나 내봐야겠군요.

그러니 당연히 스피노자는 아니겠죠? ^^

 


2005-06-07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6-0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숨어계신 님,
잘 봤습니다. 그런데 주야장창 그것만 할 수 있나요, 벌써 지겨운데 ... ^^;;
 

일간지 기사 퍼갈 때는 조심하세요”

[한겨레   2005-05-31 19:23:36]  

[한겨레] 온신협, 1일 ‘디지털뉴스 이용규칙’ 개정안 공표…지속적 단속 나서

 

“일간지 기사 퍼갈 땐 조심하세요.”
새달부터 일간지 온라인 기사 저작권 침해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활동이 시작된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는 6월1일 협회 차원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 개정안을 공표하고, 디지털뉴스 저작권 침해에 대한 단속을 벌일 방침이라고 31일 밝혔다.

온신협은 한겨레플러스를 비롯해 국민일보, 동아닷컴, 디지틀조선일보, 매경인터넷, 미디어칸, 세계닷컴, 전자신문인터넷, 조인스닷컴, 한경닷컴, 한국아이닷컴 등 국내 11개 일간지 온라인 부문 자회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들 매체의 온라인 기사가 저작권 침해 단속대상이 된다.

온신협은 디지털뉴스 저작권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단속의 파급효과가 큰 정부, 공공기관, 대기업 등을 우선 단속대상으로 꼽았다.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은 지난 3월 온신협 회원사가 공동으로 제정·공표한 것으로,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인트라넷 등에서의 온라인 뉴스 이용 기준을 담고 있다.
디지털뉴스 저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며, 대량 이용을 원하는 이용자는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승인을 얻지 않은 복제는, 저작권법이 정하고 있는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온신협은 ‘펌글’을 승인없는 복제로 규정하고 ‘펌’ 대신 ‘링크’를 권장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디지털뉴스를 복제해 둘 수 없는 웹사이트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 개인용·비상업용·커뮤니티형 웹사이트를 포함한다. 단 이에 대한 저작권자의 권리 행사는 공표 후 3개월간 유보된다’는 규정이다. 지난 3월 이용규칙 제정안에 담겨 있었으나, 적용을 3개월 유보한 조항이다.

이번에 유보 기간이 끝남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블로그나 미니홈피도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온신협 쪽은 우선 링크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활동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개별뉴스나 사진 등 특정 웹페이지를 링크하는 ‘직접링크’ 방식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 여부의 법적 판단을 한시적으로 유보하기로 했다.
또, 비영리 기관이나 단체, 일반 개인 네티즌에게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직접링크가 허용되지만, 정부·공공기관·기업의 홈페이지나 인트라넷 등의 관리 권한이 있는 관리자가 저작권 위반을 방조하거나 기사의 제목과 일부를 표시해 직접링크를 하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금지된다.

온신협은 6월부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본격적으로 저작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저작권을 침해한 기관과 기업 등에 대해 사례별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개정안 전문은 온신협 웹사이트(www.kona.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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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5-05-3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조심해야 겠네요ㅜ.ㅡ 신문 스크랩 하는 거 좋아했는데..
이젠 비공개로 해야겠군요.

balmas 2005-05-3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예요.
그런데 떡하니, 이 기사를 퍼온 나는 어쩌지??

Xoxov 2005-06-0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온라인신문협회,할 일 정말 없나보네요.

balmas 2005-06-01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사람들이 대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들만 읽고 퍼가고 하니까(바로 나같은 경우 -_-v), 자기들 신문의 광고 효과가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요?

2005-06-01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1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6-0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그 말 하고 싶었어요. 펌행위 단속 기사를 퍼오는 행위를 서슴지않는....아, 이거 어제 퍼온건가요? 시간상으로는 단속기간에 안걸리시는거군요! ㅎㅎ
(근데 더욱더 나같은 사람은 세상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소외되겠군요. 그나마 퍼다주는 기사 읽고 세상돌아가는거 봤었는데. 그죠? ㅡ.ㅡ)

2005-06-01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5-06-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할 일 많은 세상에 이런 거 가지고 쫀쫀하게 물고 늘어진다는 게 씁쓸하군요. 도용은 문제가 되겠지만, 엄연히 출처 밝히고 퍼오는데 괜히 엄한 사람 도둑 만드는 꼴 아닙니까? 한심한 것들 같으니라구. 엿이나 먹으라고 하죠!

2005-06-0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6-0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치카님, 어제 퍼온 거니까 뭐라고 하진 않겠죠?
펌질은 안되지만, 링크 표시 해놓는 건 괜찮다는데요. 굳이 그렇게 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스텔라님, ㅋㅋ 엿은 스텔라님이 사실 건가요?

2005-06-0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5-06-0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들에게 그냥 먹이겠습니다. ㅋㅋㅋ.

2005-06-01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6-0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도 먹고 싶어요. ㅎㅎㅎ

2005-06-02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5-06-0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발마스님은 안돼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