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에게


방명록에 댓글로 답을 하기는 좀 길 것 같아서 페이퍼로 따로 정리했어.


그런데 과잉결정에 대해서는 내가 [라캉과 알튀세르: '또는' 알튀세르의 유령들 I]({라캉의 재탄생}에 수록)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좀더 자세한 내용은 그 글을 참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서는 그냥 간단하게 몇 가지만 지적할게.


과잉결정이라는 단어는 원래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 같은 책에서 사용한 Uberdeterminierung이라는 개념을 불어로 surdetermination이라고 옮긴 데서 유래한 표현이야. 프로이트의 용법에서 이 개념이 의미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꿈의 내용은 복합적인 무의식적인 요인들(곧 결정들)의 결과라는 것이지.  “꿈-내용의 각 요소는 다중결정된 것으로, 꿈-사고에서 여러번 대표된(vertreten) 것으로 드러난다.”(Freud, {꿈의 해석}, 열린책들, 1997, 289쪽(번역은 수정))


가령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은 꿈의 사례를 들고 있지.


1) 겉으로 표현된 꿈의 내용


 젊지만 결혼한지는 꽤 오래된 한 부인이 꿈을 꾸었다. “나는 남편과 함께 극장에 앉아 있었어요. 관람석의 한 편은 완전히 비어 있었어요. 남편이 내게 말하기를 엘리제 L과 그녀의 약혼자도 함께 오고 싶어했지만, 1플로린 50크로이체로는 나쁜 좌석표 3장만을 살 수 있을 뿐이었고 그들은 그 좌석표를 살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건 그리 불행한 일은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 부인의 꿈은 있는 그대로 본다면 특이할 게 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무의식적인 꿈의 작업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는 거야.


2) 잠재적 꿈사고 분석


남편이 부인에게 그녀와 동갑내기인 루이제 L이 약혼을 했다는 말을 했음. 1주일 전 부인이 꼭 보고싶었던 연극공연을 보기 위해 예매수수료를 물고 미리 표를 예매했는데, 공연 당일날 <한쪽 편 좌석이 완전히 비어 있어서> 표를 예매할 필요가 없었으며, 남편은 그녀의 조바심을 비웃어댐. 꿈을 꾸기 전날 그녀의 시누이가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150플로린을 선물로 받은 뒤, 그 즉시 보석상으로 달려가 보석 하나를 사기 위해 이 돈을 모두 써버림. 3이라는 숫자, 부인이 엘리제 L보다 3개월 생일이 빠르나, 이것이 3에 관한 내용의 전부인지는 불확실.


  표를 <너무 일찍>, <성급하게> 예매해서 추가로 돈을 낭비했다든가, 시누이가 <늦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서둘러서 보석을 사는 데 거액을 낭비했다는 등의 표현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여자친구가 이제 아주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는데 자신은 너무 서둘러 결혼했다는 데 대한 부인의 후회를 나타냄. “그렇게 결혼을 서둘렀던 것은 아무래도 바보같은 짓이었어요. 엘리제를 보니까 좀더 늦게 결혼을 해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1플로린 50크로이체는 150플로린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그만한 돈이라면 그것보다 백배나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을 텐데.>


3) 꿈작업


응축: 1플로린 50크로이체와 나쁜 좌석표 3장의 결합 → 언뜻 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이 결합은 사실은, 거액을 낭비한 시누이에 대한 비난, 동갑내기 친구의 행복한 결혼, 남편을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보는 부인의 생각 등이 응축되어 결혼을 일찍한 것에 대한 부인의 후회감을 표현하고 있음. 


전위: 잠재적 꿈사고에 들어있는 <성급함>의 요소가 외현적 꿈내용에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음.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이트가 말하는 Uberdeterminierung은 우리 의식의 기저에서 이루어지는 무의식적인 꿈사고가 의식의 표층으로 그대로 나타나지 않고, 응축이나 전위 또는 이차적 가공 같은 복합적인 작용, 결정에 따라 변형되고 축약되어서 나타나는 것을 가리키지. 요컨대, 겉으로 드러난 꿈의 내용은 여러 가지 다중적인 요인이나 결정(이게 원래의 Uberdeterminierung의 의미지)의 결과라는 거야.


따라서 프로이트의 원래 생각에 좀더 충실하게 번역하자면, "다중결정" 같은 말이 좀더 적절한 번역어라고 할 수 있지. (이 말은 "중층결정"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별로 좋은 번역은 아니지. "중층"이란 층들이 쌓여 있다는 말인데, 이 말, 또는 이런 비유로는 인과관계가 설명되기 어렵기 때문이지)


하지만 프로이트는 이 개념을 자주 사용하지도 않았고, 중심적인 개념으로 간주하지도 않았지. 알튀세르의 독창성은 이 개념을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의 고유성을 해명하기 위해 활용했다는 데 있고, 그런 과정에서 이 개념에 프로이트의 원래 용법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개념적 차원을 추가했다는 점, 곧 실제로는 새로운 개념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지.


1) 과잉결정 개념에서 '반영'의 의미가 어떤 것이냐고 물었는데, 그건 MANN이 말한 것처럼 '당시의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이 모순 개념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뜻하지. 또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과잉결정에 담겨 있는 알튀세르의 생각은 이런 거야. 가령 당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유럽의 가장 후진적인 나라인 러시아에서 1917년 혁명이 일어났고, 또 예상치 못하게도 1949년 중국에서, 1958년 쿠바 같은 나라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지. 이런 혁명들은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예외적이고 변칙적인 현상이야. 하지만 알튀세르 생각은 이런 혁명들을 예외나 변칙으로 보는 것은 모순에 대한 좀 단순한 생각, 또는 관념론적 생각 때문이라는 거야. 다시 말해 모순을 자본과 임노동 또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으로만 사고하니까, 자본주의적 생산력이 가장 발전한 나라에서 혁명이 발생한다(발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그런데 알튀세르에 따르면 이렇게 모순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역사적 조건을 경험적인 현상이나 우연적인 변칙으로 간주하는 관점은 또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이외의 다른 사회적 갈등이나 투쟁을 이 모순의 한 가지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하는 태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토대-상부구조 관계).

 

과잉결정 개념은 이처럼 고전 마르크스주의(또는 경제주의적 관점)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20세기 사회주의 혁명들의 발생을 이론적으로, 곧 역사유물론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에서 나온 개념이야. 따라서 과잉결정 개념의 이론적 핵심은 우리가 자본주의의 기본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것, 곧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나 자본과 임노동의 모순은 항상 이미 다른 사회적 모순들 또는 결정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지. 그래서 예컨대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한 것을 설명하려면, 자본과 임노동의 모순 이외에도 봉건적 착취체제의 모순들이나 식민지적 착취와 전쟁의 모순들, 또는사람들이 상부구조에(따라서 피설명항으로) 포함시키는 여러 요인들(러시아 지배계급 내의 갈등과 분열), 볼셰비키당의 정치적 능력 등을 고려에 넣어야 한다는 거야.

 

이런 요인들, 결정들이 응축되었을 때, 곧 "과잉결정되었을" 때,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알튀세르는 이렇게 자본과 임노동의 모순이 다른 사회적 모순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우연적이거나 경험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이라고 보는 것이고,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의 고유성은 바로 이를 개념화한다는 데 있다는 거지. 설명이 좀 되었나?

2) [마르크스주의와 인간주의]에 나오는 "과잉결정" 개념의 용법은 마르크스주의적 모순 개념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좀 독립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 이 경우에는 "다원결정"이나 "다중결정"의 의미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아. 알튀세르에서 과잉결정 개념의 의미나 용법은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는 건 아니고, 초기에서 말년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3) 'structure à dominante'를 "지배하는 구조"라고 번역한 건 잘못이지. 불어에서 명사 다음에 나오는 " à " 다음에 다시 명사나 형용사가 올 경우에는 "...을 가진"이나 "... 으로 된"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지. 그래서 이 경우에는 "지배소를 가진 구조"나 "지배소가 있는 구조"라고 번역하는 게 제일 정확한 번역이지. 이 개념은,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구조는 헤겔식의 "표현적 구조", 또는 "표현적 총체성'과 달리, 요소들 사이의 불균등한 관계를 담고 있는, 곧 지배적 요소와 피지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복합적 구조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 셈이지.

 

영어로는 이걸 "structure in dominance"라고 번역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 번역을 좇아서 "지배내 구조"라고 우리말로 옮기기도 해. 하지만 이것 역시 좀 불명확하고 어색한 번역이지.

참고로 알튀세르는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의 공통점을 지적하면서 "science à  topique"란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토픽을 가진 과학" 또는 "토픽이 있는 과학"이라고 옮기는 게 정확한 번역이지.


4) "articulation"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표현하지.

(4-1) 알튀세르는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사용한 "Gliederung"이라는 독일어의 번역으로 이 단어를 쓰는데, 독일어에서 Glied는 말 그대로 하면 "관절"이나 "사지" 또는 "마디" 등을 의미하지. 마찬가지로 articulation도 관절이나 사지, 마디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것들의 연결을 뜻하기도 하지. 요점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이나 심급들(독일어로는 "Instanz"라고 하는데, 프로이트도 여러 번 사용하고 있지. 원래는 법률적 의미를 갖고 있어서 이렇게 "심급"이라고 번역하는데, 사실은 의미가 훨씬 더 복잡해서 번역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말이야)은 각기 자율성을 지니고 있으며 전체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걸 뜻하지. 그러니까 이것 역시 "지배소를 가진 구조"나 "과잉결정" 개념과 연관되어 있는 말이지.

이런 용법을 염두에 두면 이 단어는 "접합'이라고 번역하는 게 무난할 것 같아. 간혹 "절합"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4-2) 좀더 일반적인 용법에 따른다면, 이 단어는 음절과 음절 사이의 연결, 또는 그 연결을 분명히 발음하는 걸 뜻하지. 또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 뜻하기도 해. 그래서 가령 "articulate your thought more explicitly"라고 하면, "네 생각을 좀더 분명히 말해봐/표현해봐" 정도의 의미가 되지.

이런 용법을 염두에 두면 "articulation"은 맥락에 따라 "분절"로 번역될 수도 있고 "표현"으로 번역될 수도 있지.

 

간단하게 쓴다는 게 너무 길어졌는데, 좀 도움이 되었나 모르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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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 2005-03-28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너무 감사합니다 ㅠ.ㅜ 엄청 도움이 되어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알튀세르의 글들이랑 '라깡과 알튀세르' 다시 찬찬히 읽어볼게요 ^^

balmas 2005-03-2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군.
철학책은 좀 꼼꼼히 읽어야지 ... ^^

로드무비 2005-03-2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세요, 발마스님.^^

싸이런스 2005-03-2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앞으로는 발마 스님이 설명해 주시는 철학이야기는 꼭 읽어봐야 겠네요. 제가 철학 공부를 집어치게 되었던 많은 이유 가운데, 저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난해한 용어들과 이전에 공부했던 개념들과 연결 고리 못 찾음으로 인해 (도대체 저런걸 내가 왜 알아야 하나..하는 유의미성에 대한 회의부터 출발해서..) 시작됐던 방황...나 자신의 해체...이런것이 오늘 또 새롭게 만나는 지점을 열어주네요. 내 의식 속에 무엇이 들어있나를 알아보는 방법중에...약 1-2분 가량을 주고, 펜을 쉬지 않고 굴려, 무조건 A4 용지를 가득 메우게 하는게 있어요. 이 방법은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물이 반쯤 차 있는 글래스에 가라앉아 있던 Brain silt (미세한 모래..즉 어딘가 저장되어 있는 생각의 조각들)들이 칵테일을 만들 때 빠르게 병을 흔들듯이 흔들어 주면, 안의 구성물들이 뿌옇게 흙탕물 처럼 뒤범벅이 되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그룹화하면서 정리하다보면 어떤 의미를 하나씩 뽑아 낼 수 있게 되는 거죠. 인지 과학자 중 Connectionist들의 주장은 우리의 신경 세포는 어떤 경험을 할 때, 그 경험 자체로 받아 들이지 않고 electiricity가 뉴런을 통해 firing될 때 그 이전의 경험을 통해 두뇌속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세포들을 아주 빠르게 연결시켜서, 의미 구조를 창출하고, 비슷한 것들을 묶에서 저장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 좀 더 의미가 있는 것들은 Frequency, Recency 효과를 갖는 것들입니다. 최근에, 그리고 빈번하게 엮여 있던 것들이죠. 한편 일설에 따르면 Emotion은 우리의 인지 구조의 기저를 담당하고 있는데(밑에서부터 보자면, metabolic regulation , basic reflexes, immune respones-->pain and pleasure behaviors
-->drives and motivations-->background emotions, primary emotions, social emotions), 여러가지 다중결정되는 또한 Fuzzy boundary의 상부 구조(중에 하나인feeling)을 통해 조금씩만 발현 된다고 합니다.(이게 다 드러나면 얼마나 좋을까...자기 안을 잘 들여다 보면 알 수도 있다고 하는데 -Jung의 학설중 하나인듯...., 철학 샘 앞에서 이런 말하려니..영..틀리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양파 껍질 벗기기와 같아서 마음 안을 까고 또 까고, 더 까고, 그 깊이 알수 없는데까지 까야하는 아주 난해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감각정보들이 perception, attention, consciousness and cognition의 단계를 거쳐 두뇌에서 정보처리를 하게 되는데, 꿈과 같은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더욱 기저에 있는 emotion을 끌어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결국 꿈은 지금까지 (최근의 것을 중심으로) 나에게 벌어졌던 내용들이 엉키고 설켜서 하나의 기저적인 의미를 반영하는것 (그 자체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해석을 통해...즉, connection을 찾다보면)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제 각각 흩어져 있는 brain silt들이 (아마도 뉴런의 낮은 firing으로 인해, 현재적인 잔영이 남아있는 정보들이) 수면 시간의 신경 세포들의 활동을 통해서요. 여튼 횡설수설하긴 했는데, 이전에 몹시 궁금했다가, 한 십년쯤 구석에 쳐박아 놓았던 미세한 모래들이 파샤샤하고 불을 팅기며 머리속에서 연결 되는 경험을 발마(갑자기 달마도 아니고, 발마사지가 생각나는 건 왜나ㅠ.ㅠ) 샘을 통해 하게 되네요.쉽게 이해되서 좋고, 제가 요즘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 보니 더욱 흥미있네요. 서재에 와서 처음으로 추천 때려보네요. 덕분에..

balmas 2005-03-2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렇죠?? 으쓱으쓱, 잘난 척(정작 뭐가 멋있는지는 모름 ... -_-v)
Yun님(제멋대로 아뒤를 축약하고 있음)/ ㅋㅋ 발마사지 시원하시죠?? 추천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

瑚璉 2005-03-2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훌륭하십니다(짝짝짝).

그리고 언제나 읽게 될 지는 모르지만 법의 힘은 이번에 구입했습니다. 볼테르 이후의 프랑스 철학서적으로는 첫 번째로 산 것인데, 오로지 balmas님의 추천만 믿고 샀으니, 만약 재미가 없으면 balmas님을 원망할 예정입니다(-.-;).

balmas 2005-03-2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호정무진님도 드디어 [법의 힘]을 구입하셨군요. ^^;;
재미 없으면 저에게 반품하시죠. ㅋ

루루 2005-03-2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철학책을 꼼꼼히 읽는 다는 것이 어떻게 읽는 것인지 궁금해요;;
저는 자꾸 읽다가보면 앞에 내용까먹고, 행간도 잘 못 읽고 해서 걱정인데ㅜ.ㅜ

balmas 2005-03-2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간단하게 페이퍼로 써서 조만간 올릴게. :-)
 
 전출처 : 마태우스 > 자살의 타살화

 

 

 

 

* 이번주는 유난히 바쁜 한주네요. 수업도 많고 행사도 많고, 술도 많이 마시고.... 잽싸게 글 하나 써서 올립니다. 30위 안에 드는 건 틀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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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시민운동가였던 장원 씨가 성추행을 했다. 팔베개만 해줬다느니 하는 변명은 시민운동가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안그래도 시민운동을 고깝게 바라보던 보수 언론은 일제히 장원을 비난했었다. 가정 한 가지. 그래서 장원이 자살을 했다고 치자. 그 죽음은 누구 책임일까? 사설로까지 장원을 공격한 조선일보일까? 그렇게 말할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문제는 성추행을 한 장원에게 있지, 그걸 비판한 조선일보가 아니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나는야 통일 1세대>라는 책을 집필한 이장희 교수가 빨갱이로 몰린 적이 있었다. 통일부에서 우수 저서로 뽑히기도 했던 그 책이 월간조선에 의해 난데없이 용공으로 몰린 것.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무서워한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수년간의 지리한 재판 결과 이장희 교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다시 가정. 재판도 징그럽고, 빨갱이로 오인받는 것도 억울하고, 주위에서는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술도 같이 안마시려고 하고, 이런 것들에 분노가 솟구쳐 이장희가 확 자살을 해버렸다 치자. 이 경우 이장희의 죽음은 조선일보에 의한 타살일까? 그렇게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조선일보는 언론기관으로서 빨갱이 사냥을 할 권리가 있고, 그건 공익을 위한 일이라고-설마 그렇겠냐마는-믿기 때문이다.


대우 남상국 사장이 자살을 했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남상국 욕을 한 것이 이유라고 한다. 기자회견은 안봤지만, 그때 대통령은 “좋은 대학 나온 분이 무식한 우리 형한테 왜 뇌물을 줬냐”고 남사장을 비난했단다. 이 경우 남상국은 노무현이 죽인 걸까? 노무현은 언론기관이 아니니까 그가 아무리 비리를 많이 저질렀든간에 다른 사람을 비판하면 안되는 걸까? 이것도 생각해 보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조선노동당에 입당했다고 구라를 친 적이 있다. 이게 하도 화가 나서 이철우가 목을 매어 자살했다면, 이건 주성영에 의한 타살일까. 아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그깟 일에 자살을 하냐고 하지 않을까?


여기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좋다. 노무현이 남상국을 죽였다고 치자. 그러면 정몽헌은 누가 죽인 걸까. 그런 논리라면 무리하게 대북송금 특검을 밀어붙인 한나라당이 살인자가 되어야 맞지 않을까. 하지만 노무현을 살인자라고 부르던 그 누구도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김대중이 죽였다”고 한다. 멀쩡히 잘 있는 기업인을 대북사업에 동참시켜 결국 죽게 했다고 주장한다. 같은 논리라면 남상국을 죽인 것도 로비를 하도록 만든 어떤 높은 분에게 돌려야 할텐데, 그저 이렇게 탄식할 뿐이다. “이 정권 하에서는 유능한 기업인이 왜 이렇게 죽어나가냐”


안상영 역시 이 정권 하에서 자살을 한 사람 중 하나다. 부산시장이던 그는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받던 도중 자살을 택했는데, 아까 그 사람들은 이거 역시 노무현의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열린우리당으로 오라고 회유를 했는데 안상영이 말을 안들어서 수사를 한 거고, 그게 분해서 자살을 했으니 그렇다는 거다. 정권보다 언론권력의 힘이 세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음모론이 먹히는지 신기할 따름이지만, 두가지만 지적하자. 정 그게 분하고 억울하면 죽기 전에 유서라도 한 장 써놓을 것이지 왜 그냥 죽었을까. “노무현이 날 죽였다”고 한마디만 썼다면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했을 테고, 열린우리당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텐데. 두 번째,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상영의 가족들은 왜 그걸 극구 부인하는 것일까. 오히려 그들은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에게 “근거없는 사실을 가지고 고인의 죽음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유족들은 자살이라는데 다른 집단이 타살이라며 음모설을 터뜨리는 진풍경이라니.


자살은 자살이지 타살이 아니다. 어떠한 이유가 있었건 간에 죽음은 결국 자기 책임이다. 그걸 자꾸 타살화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드는 것은 죽은 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있다. 매번 자살의 배경을 탐구해 ‘살인자’를 찾기에 바쁜 그 집단들은 왜 노동자의 죽음에는 그토록 인색한 것일까. 사장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탄압만 한다고 두산중공업 노동자가 자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들은 사장보고 ‘살인자’라고 비난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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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발~* > 필독

 집단적 광기에서 깨어나기

[...] 사교육 시장은 우리 사회구성원의 교육관과 인생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더 크게는 '한국형 자본주의 체제'와 한몸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불빛을 향하여 날아드는 나방 무리처럼 집단적 광기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 일사불란한 무모함에서 저 군사정권 시절 '돌격 앞으로!' 정신의 재현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단지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왜 하필 그 많은 경험이 공부에, '국영수'에 한정되어 있을까? 그 많은 경험가운데 왜 하필 아이가 가장 바라는, 몸살 나도록 놀아보는 건 용납하지 않을까.  [...]

- 정은하, <학습지 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창비어린이>> 2005년 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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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반전공동행동 이렇게 진행됩니다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라! 파병 한국군 철수하라!

<3.20 국제반전행동>

일시: 3월 20일(일) 오후 3시
장소: 서울 대학로
주최: 파병반대국민행동

반전콘서트: 사회-홍석천 공연-정윤경, 밴드 ‘바람’
집회 연설: 파루옥 사딕 이스마엘(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 석유산업노동조합 활동가), 파병반대국민행동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의원, 참여연대, 다함께, 수수팥떡, 여성단체, 평화네트워크, 한총련 등
거리행진: 다양한 가장 행렬 등을 포함해 광화문까지 다채로운 반전행진

* 집회 연설 전에 홍석천 씨가 진행하는 반전 콘서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 이라크인의 연설을 집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과 민주노총의 초청으로 이라크인이 3.20 행동을 즈음해 방한합니다. 이번에 방한하는 파루옥 사딕 이스마엘은 바스라지역의 3만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이라크에서 가장 큰 회사의 노조인 남부석유산업노조(Southern Oil Company Union, SOCU) 국제국장입니다. 남부석유산업노조는 정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조합이며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즉각적인 철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점령군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석유산업의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스마엘씨의 강연회가 3월 21일 저녁 7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열립니다.

<평화를 위한 난장>

일시 : 3월 19일(토) 오후 4시부터
장소 : 대학로 KFC옆길

* 3시부터 대학로 주변에서 선전전 진행
* 4시 문화제 시작

<공연팀>
이주노동자/ 아콤다/ 실버라이닝/ 희망세상/ 버마민족민주동맹/ 오카리나/ 예기플라타너스/ 별음자리표/ 이대리/ 한 가족의 노래/ 피리연주

<발언>
이라크 석유 노동자(파루옥 사딕 이스마엘) / 종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영상)/ 평택미군기지확장 피해 거주민들(영상)/ 어린이가 보는 전쟁, 자유발언대(이라크모니터팀)

<부스팀>
전쟁없는 세상, 평화인권연대, 평화바닥, 이라크 평화네트워크, 개척자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도롱뇽의 친구들, 평화박물관, 적극적평화행동(평택에 관한 것), 평화네트워크,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등등.

<전시>
이라크어린이들의 편지, 이라크에서 찍어온 사진, 전범 민중재판과정을 담은 사진,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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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3-1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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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 직권 '사회적 교섭' 추진 재확인

 
최하은 기자 
민주노총이 위원장 직권으로 사회적 교섭을 추진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17일 '제9차 중앙집행위원회 및 총력투쟁본부 제18차 대표자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통과시켰다.

민주노총은 위원장 책임하에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개최하여 비정규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키로 했다. 이에 대한 승인은 적절한 시점에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을 통해 '비정규 입법안이 강행처리를 위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심의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밖의 노사정 협상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대응논리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비정규 보호입법 쟁취 요구를 쟁점화하고 사회적 전선을 형성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날 중집회의에서는 4월 총파업 전선 구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전선 구축을 위해 매주 수요일 전국적인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하며 오는 28일에는 산하 조직 및 사업장별 철야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예고된대로 4월 1일에는 전국의 모든 조직이 시한부 총파업에 돌입한다.

또한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비정규법안을 강행처리할 시에는 바로 다음날 오전 8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오늘 중앙집행위원회와 어제 오후의 산별대표자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별다른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방침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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