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부인 위장전입 의혹

[한겨레   2005-02-27 22:42:00]  

[한겨레] 부동산 대책을 책임지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부인이 위장전입을 통해 논밭을 사 큰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이 부총리의 재산이 지난 7년 사이 65억여원이 늘고 지난해에만 4억7천만원이 늘어났는데, 이는 대부분 임야와 논밭 등 부동산을 팔아 차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27일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이 부총리의 부인 진아무개(61)씨가 1979년 말부터 4차례에 걸쳐 샀던 경기 광주군 초월면 지월리(현 경기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일대 논과 밭, 임야들의 등기부 등본에는 당시 진씨의 주소지가 ‘광주군 초월면 지월리 409’로 나와 있으나, 마을 주민들은 “진씨가 이곳에 거주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의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부인 진씨는 79년 12월 당시 광주군 초월면 지월리의 임야 5만7719㎡(1만7천여평)를 산 뒤 80·82·83년에 논 6392㎡(약 2천평)와 밭 1만2793㎡(약 4천평) 등을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진씨의 주민증록상 주소지인 광주군 초월면 지월리 409는 63년 3월부터 이 마을에 사는 김아무개(72)씨 소유로 돼 있으며, 소유권 변동은 등기부 등본상 한 차례도 없었다. 김씨는 “왜 이 번지로 진씨의 주소지가 돼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당시 살지는 않으면서 땅을 샀던 사람들이 어디 하나둘이냐”고 말했다.

진씨가 1986년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의 밭을 어머니한테서 살 때는 주소지가 ‘고창군 공음면 예전리 153-3’으로 돼 있었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아무개(45)씨의 아내는 “(진씨 어머니와 친척뻘인) 시아버지께서 다 알아서 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자세히는 모른다”면서도 “(진씨 주소지로 돼 있던) 153-3과 지금 내가 사는 곳(154-4)은 앞뒷집으로 번지수만 다른데, 실제로는 (우리) 시아버님과 시어머님, 남편과 나 모두 네 식구만 같이 살았고, 진씨는 함께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음면 선동리 선산마을 이아무개 이장은 “이 일대에 동생이 운영하는 학원농장이 있어 진씨가 주말에는 농장에 자주 오가고 묵기도 했다”며 “그러나 관리인 이아무개씨가 살았던 예전리 153-3에 거주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씨가 논밭을 매입할 당시에는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지 소재지에 주소지가 돼 있어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은 사람만 논밭을 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79년 12월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에 광주군의 땅을 임야로 알고 샀다”며 “그런데 땅의 명의가 여럿이어서 명의 소송이 걸려 변호사에게 맡겼는데 유학 간 사이에 소송을 편하게 이끌려고 변호사가 아내의 주민등록을 그쪽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또 전북 고창군 일대 땅 매입과 관련해서는 “농사를 지으려고 산 땅”이라며 “처남이 지금도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자기 고향에서 형제들이 농장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광주/황상철 이형섭 김남일, 고창/박임근 기자 rosebud@hani.co.kr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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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2-2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부총리의 재산이 지난 7년 사이 65억여원이 늘고 지난해에만 4억7천만원이 늘어났다 ...>
아니, 부총리쯤 되는 사람이 이렇게 서툴다니 ...

krinein 2005-02-28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깥에서 새는 바가지가 집에서도 새는 모양입니다..

balmas 2005-02-2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걸 부창부수라고 하죠, 아마 ...

로드무비 2005-02-2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인사가 우리 나라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고 있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지 뭡니까.
정말 속터져요.

balmas 2005-02-2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렇죠, 정말??
그리고 저는 저렇게 노골적인 불법적 투기도 문제지만,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동산 투자가 더 문제라고 봅니다. 저건 좀 멍청한 거죠. 아니면 뻔뻔한 건지도 ...
따우님, 뭘 추천까지야 ... :-)

ohhyuk83 2005-03-0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7년새 불은 재산만 65억이면! 노무현이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치룬다고 했는데, 다른 전쟁 쫓아다니지 말고 이 전쟁이나 빠릿빠릿하게 하면 좋겠네요. 이헌재가 반전시위대로 나서면 진압도 좀 하구요.;;

balmas 2005-03-0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헌재 반전시위대라 ...

balmas 2005-03-02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깜빡했습니다. 지금 달려갑죠~~~~~~~~~~~
 
 전출처 : 인간아 > 오, 늘 오늘

 

 

 

 

 

 

 

 

 

 

 

 

 

 

 

 

 

 

 

 

 

 

이제 곧 봄이네요. 새봄맞이 조촐한 책나눔을 하려 합니다. 그간 알라딘에 서재를 꾸리고 참 많이 배우고 웃고 서로서로 어울리며 행복했습니다. 제 책욕심 때문에 과도하고 지나치게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아볼까 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책을 꼭 필요하신 분들께 드리려합니다.

제 서재를 둘러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위의 책들은 정가를 주고 서점에서 구입한 책이 아니라 제가 헌책방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 모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책 한권 한권마다 나름대로 기억이 깃들어 있네요. 책이 손때가 뭍고 새책이 아니어도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주시고 다른 분들에게 조금은 양보해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물론 이벤트에는 조건이 있어야겠지요. 되도록이면 제가 드리고 싶은 분께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저도 책에 눈이 어두워 마구 이벤트에 참여했던 과거가 있기에 기회는 알라디너 모든 분들께 드립니다. 조건은 제 서재 방문자 수가 1만이 되는 것을 캡쳐해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캡쳐 이벤트의 해악(? - 시간을 너무 빼앗긴다!! -)을 알긴 하지만 막상 이벤트의 조건을 정하는 게 좀 까다롭네요. 온당한 참여 부탁드립니다. 책이 44권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원하시는 책은 2-3권으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대략 열다섯 분 정도가 책을 받으실 것이라 예상합니다. 원하시는 책이 중복될 경우에는 제 소견으로 조정하겠습니다. 제 서재에 들러주시고 인사주신 분들께 우선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절판본 구매 대행업>에 대해 늘 마음의 빚으로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늘 헌책방 다닐 때마다 찾겠습니다. 그러니 종종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뭐, 밑질 것 없는, 기약 없는 먼 약속 정도로 여겨주시면 좋겠네요. 혹시 아나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만나는 첫사랑처럼 어느날, 좋은 소식이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랑의 탐구 - 이승하 시집 - 문학과 지성사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 신현림 - 문학동네

촛대의 전설 - 슈테판 츠바이크 - 자작나무

와인 한 잔의 진실 - 무라카미 류 - 창해

아담이 눈 뜰 때 - 장정일 - 미학사

피지의 난쟁이 - 무라카미 류 - 예음

나를 반하게 하는 것은 ~~~ -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1권에 해당합니다.)

시간의 지배자 -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 문학동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 슈테판 츠바이크 - 하문사

옛 거장들 - 토마스 베른하르트 - 현암사 - 절판

리허설 - 무라카미 류 - 주변인의 길 - 절판

성채 - 크로닌 - 청목

나무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보통 여자로 살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 무라카미 류 - 친구 미디어

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린책들

야야툰 - 홍승우 만화 - 문학과 지성사

이사도라 던컨 자서전 - 민음사 - 절판

서양 미술 순례 - 서경식 - 창작과 비평사 - 구판

활동사진의 여자 - 아사다 지로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 구판

말뚝 - 서정인 - 작가 정신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 토마스 베른하르트 - 현암사

유령 - 한동림 - 문학동네

칼의 노래 - 김훈 - 생각의 나무

잠자는 숲속의 남자 - 신이현 - 이가서

사랑의 파괴 - 아멜리 노통 - 열린책들 - 구판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 - 열린책들 - 구판

릴라는 말한다 - 시모 - 민음사 - 절판

카지노 - 아사다 지로 - 이레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 김연수 - 세계사 - 절판

살아간다는 것 - 위화 - 푸른숲

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 - 돌베개

 달려라 메로스 - 다자이 오사무 - 숲 - 도서관 유출본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 이만교 - 민음사 - 도서관 유출본

세계문제시인선집 7권 -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 - 프랑시스 퐁주 - 청하 - 절판본

떠도는 그림자들 - 파스칼 키냐르 -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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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urblue > urblue, 넌 말이야!

말씀드린 대로 8000힛 기념 이벤트를 엽니다.

방법은, 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시는 겁니다. urblue, 넌 말이야, 너무 예쁘잖아, 라든가 (돌 던지지 마세요. ^^;) 나이 서른 넘어 그렇게 계속 살래, 라든가 뭐 하여간. 로드무비님 이벤트처럼 엽서를 보내주시는 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바람구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올려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카테고리에 페이퍼를 써주시면 되구요, 보시는 분들은 추천 팍팍 눌러주세요. 추천수와 제 마음에 얼마나 드는지 여부에 따라 5분을 선정해서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좋은 말만 써주시는 분들을 고르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공감'이 중요하겠죠. ^^; 8000힛이 되는 날까지 받겠습니다. 일주일쯤 걸리겠네요.

에, 설마 참가하시는 분들이 5분이 안되면? 뭐, 선물값 굳으니, 불쌍한 urblue, 하면서 저한테 선물하렵니다. ㅠ.ㅜ

또 한가지는 8000힛 캡쳐입니다. 8000을 세번째로 캡쳐하신 분께 마찬가지로 선물드리겠습니다. 왜 세번째냐구요? 캡쳐 느린 사람의 비애를 제가 알기 때문이죠. ㅎㅎ

그럼, 많이 참가해주시기를...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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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애도의 슬픔 때문에 이 영화의 중요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잊어먹을 뻔했다.

피노체트 기소를 처음 생각해낸 카스트레사나 검사는 자신에게 "왜 그런 귀찮은 일을 떠맡으려 하는가?"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독재를 피해 50만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국외로 탈출했습니다. 무려 50만명의

사람들이. 그 때 주스페인 칠레  영사가 배를 한 척 내주면서 <이 배에 태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바로 파블로 네루다였습니다. 그는 연대의 표시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영사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칠레 당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었죠. 그 때 칠레의 보건장관이

그들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가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살바도르 아옌데였습니다.

내가 피노체트를 기소하려고 하는 건 바로 연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살바도르 아옌데는 1970년 칠레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1973년 9월 11일 미국의 사주를

 받은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목숨을 잃고 실각했다.

피노체트와 그의 무리, 미국은 아옌데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연대의 정신은 살아남아

30년뒤 피노체트를 기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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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2-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대의 정신...저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urblue 2005-02-2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어느 분일까 둘러 봤는데, 음..잘 모르겠던걸요. ^^

balmas 2005-02-2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도 오셨었군요. 저는 조금 늦게 가서 맨 뒤에서 봤어요. :)
블루님과 산책님을 못뵈서 저도 좀 섭섭한데요.^^;
따우님,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보세요. 가끔 고통받아보는 것도 정서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ㅋ
카슬레이님, 예전에도 한번 했었군요. 증언자들의 증언은 정말 인상적이죠 ...

krinein 2005-02-28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의 소개 덕분에 영화도 잘 보았습니다.
30여년 이상을 싸워오는 구즈만의 의지에도 새삼 감탄했지요.

balmas 2005-02-2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네인님도 오셨었군요. 이런 ...
듣기로는 제가 아는 후배 하나도 왔었다는데
저는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고보니 몇 안되는 사람들 중에 제가 아는 분들이 여럿 계셨는데,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만 셈이네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꼭 만나서 인사드려야지 ... ㅋㅋ
 

오늘 오후 3시에 일민미술관 5층에서 있었던 2월 반딧불 인권영화제 [피노체트 재판]을 보고 왔다.

원래는 영화가 끝난 뒤 과거사 청산에 관한 강연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까 여러 생각들로

심란하고 착잡해져서 영화가 끝난 뒤 바로 빠져나왔다.

 

  영화는 먼저 피노체트 정권 당시 살해된 사람들의 시신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황량한 사막 같은 곳에

가족들 몇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과, 인류학자, 발굴조사단이 피해자의 유골을 조심스럽게 발굴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몇개의 뼛조각 이외에는 거의 흔적을 찾지 못해 낙담한 가족들의 한탄이 터져나온다.

노랫구절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한 아버지의 눈물젖은 말이 인상적이었다.

 

"너의 심장으로부터 봄이 온다네.

 너의 시신으로부터 꽃과 풀이 자라나

 너는 그 속에 있으리라." (대충 기억에 의존한 것이어서 부정확하다 ...) 

 

  그리고 나서 영화는 스페인으로 옮겨간다. 그 이유는 피노체트를 기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던  스페인의

카스트레사나라는 젊은 검사 때문이다. 그는 스페인 헌법 체계를 검토하여 피노체트를 스페인 법정에 기소

수 있음을 알아낸다. 카스트레사나는 아옌데의 변호사였던 ****(이름을 까먹었음 ... -_-a)와 함께 피노

체트 당시 고문 피해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면담하면서 피노체트의 범죄사실에 대한 기록들을 확보한다.

그리고 가르손이라는 판사의 호응을 얻어낸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8년 신병치료차 피노체트가 영국을 방문한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가르손 판사는 

영국과 스페인이 체결한 범죄인 인도 협정과 유럽 테러 협약에 의거해 피노체트를 18명의 스페인

시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하고 신병을 인도해 줄 것을 영국 검찰에 요청한다.  가르손의 생각은 적중

하여 피노체트는 영국경찰에 체포된다. 곧바로 피노체트 변호인들은 피노체트가 종신 상원의원이자

 칠레의 전직 국가수반으로서 면책특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체포는 불법이라고 항소하고

영국 고등법원은 이를 수용하여 피노체트 체포가 불법이라고 판결한다. 하지만 다시 영국 검찰이

항소하여 사건은 영국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영국 대법원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다름아닌 피노체트의 생일날 3 : 2로 피노체트의 스페인 인도를 결정한다.  그 이후 대법관의 구

성에 이의를 제기한 피노체트 변호인단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새로 투표가 이루어지지만 여기에서도 역시

피노체트 인도라는 결정이 내려진다. 법원 바깥에서는 피노체트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칠레인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피노체트는 곧 스페인으로 인도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칠레 정부는 피노체트가 질병 때문에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주장하면서 영국측에

피노체트를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구한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는 영국 정부의 결정으로 결국

피노체트는 칠레 공군기 편으로 칠레로 되돌아온다. 피노체트의 기소를 확신하던 시위대들의 낙담

한 표정과, 칠레 공항에 피노체트를 마중나온 군인들과 귀부인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대비된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피노체트 재판과 유럽 각국의 피노체트 기소 이후 칠레의 여론도 변화하여 칠

레 법원은 피노체트의 면책 특권을 박탈하여 피노체트가 집권 시기에 자행한 인권유린에 대하여

기소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다. 

 

  이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하나의 승리에 관한 기록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너무 가혹한 고통

과 시련, 인내와 저항 끝에 얻어진, 아주 작은 승리의 기록이다. 사실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은 피노체트 통치

아래 실종된 수많은 사람들의 가족, 그들의 어머니와 아내의 인터뷰, 그리고 저항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되

어 가혹한 고문을 당해야 했던 여성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그러고 보니 인터뷰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여자들인 것 같다(한 사람만 빼고?). 그만큼 많은 남자들이 죽었다는 뜻이리라 ... ).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나즈막히 분노를 담아, 또 때로는 행복하게(젊어서 남편을 빼앗긴 한 여인은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

그토록 가혹한 시련 이후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다른 사람들로서는(그리고 그 여인 자신도) 믿기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자신은 지금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그 행복은,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이야기를 마침내

털어놓을 수 있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다는 데서 나오는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경우에

깊은 슬픔을 바탕에 깔고서 이야기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건, 매우 드문 경험이었다.

 

  특히 오래 기억에 남을 몇 가지 말들이 생각난다.

고문이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는가에 관한 이야기:

"그들의 고문은 특정한 자백을 받으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문당하는 나의 인간성을 파괴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나는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되는 사물이나 다름없는 존재

였다." 

동료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가장 가슴아픈 일은 동료가,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옆방에서 고문을 하면서 그들은

 크게 음악을 틀어놓았지만, 고문받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렇게 당한다

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용서에 관한 이야기:

"내가 고문을 당한 것보다 더 가슴아프고 괴로운 건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나더러 그들을 용서

하라고 충고하는 말이다.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됐지 않았나, 그들을 이제 그만 용서해라. 잊는 게 낫지 않은

가 ...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고문을 당하는 것을 겪어봐야 한다. 용서는, 용서받을 사

람이 용서를 구할 때에만,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칠 때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피노체트가 잘

못한 건 빨갱이들을 모조리 없애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더 슬퍼진다."

희망에 관한 이야기: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이런 고통을 겪지 말아야 한다고. 그리고 나는 믿습니다. 자라나는

세대는 다를 것이라고. 그들은 진실을 알려고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왜 죽임을 당하

고 실종되었는지."

 

  이 영화를 보면서, 또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면서 계속 마음이 착잡하고 심란했던 건, 결국 이들의 희생과

 고통, 싸움이 아직도 지구상 곳곳에서 계속, 어쩌면 더욱 더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또 분명히 자각하고 있어야 할 사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더욱이 우리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들이 아닌가? 그렇게 되기를 조장받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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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 2005-02-2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움, 전해 듣기만 해도 끔찍하고, 착잡해지네요.

balmas 2005-02-2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럴 줄 알고 감상기 2를 써놨지. ^^v

릴케 현상 2005-02-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놀라운 기억력...

balmas 2005-02-2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뭘요, 대충 기억나는 대로 적은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