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dits pouring over the latest election polls miss the point that the average American seems to get: polls or no polls, the popular vote is likely to be as close as it was four years ago. Though most American voters describe themselves as 'moderate', psychologically we've hardened into two armed camps of equal strength. In this climate, issues matter far less than allegiances. The Iraq war, the economy, the military records and personalities of the candidates, 9/11 - none of it matters as much as which side you'r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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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ourselves as liberal or conservative has become more central to our identities than our religions or where we live. In a time of virtual rather than actual community, we feel safe with those on our side, threatened by and furious at those on the other side. Actually, we don't even see the other side. At best, they're certifiably insane; at worst, monstrously in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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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personal examples: four years ago, I heard a well-known conservative intellectual, a speechwriter for President George Bush senior, speak at a university club in New York. She was relaxed and charming, felt that she was among friends and shared not only opinions, but feelings as well. 'At the beginning of the campaign', she said, 'my colleagues and I felt pretty good about [Democratic nominee Al] Gore. We didn't agree with most of what he said, but we could live with that. He seemed like somebody you could talk to. But now we realize that he's just like Clinton - crazy!'. When I told the incident to a friend on the Left, she said: 'Well, I'm not surprised. But I disagree with you on one point: there are no intellectuals on the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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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ew months later, I was crossing a snowy Manhattan street with my young son. A van with Jersey plates made a tight turn and missed my son by a couple of inches. I ran after the van and started bawling out the driver, who took one look at my fur hat and designer glasses, rolled down his window and sputtered: 'You, you, you…lib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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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don't merely disagree with each other; we hate and fear each other. What do Republicans hate about Democrats? They're sneaky, compromising, ready to barter away hard-earned money and freedom to win the approval of decadent Europeans and perverse fringe groups. They're effeminate cowards, unwilling to stand up and fight for their beliefs. One of the more popular Republican labels for people on the left - latte-drinking, Volvo-driving liberals - isn't frivolous in the least. A fondness for lattes and Volvos is a nod to the inherently foreign and devious - a latte's very name is Euro-pretentious, to say nothing of its price; and driving a Volvo suggests that one values safety over design, power and speed. Worst of all, Democrats are hypocrites, professing to help the poor and spread the wealth around while making sure that their kids go to the right schools and avoid military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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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is may be obvious, but what is more subtle is what Republicans fear about Democrats. The look in that van driver's eye was fear, and not just that I might turn him in. He feared that I was of a higher class - which I suppose I was - and therefore had powers that he couldn't imagine. To a great number of Republicans, Democrats have come to represent privilege - the kind of self-righteous, impersonal, abstract pseudo-generosity ready to give away rights that less privileged people have fought hard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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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do Democrats hate about Republicans? Their stupidity and love of violence, their selfishness, aggressiveness, ruthlessness. Republicans are bullies and cheaters, who'll use any tactic, dirty or not, to get what they want. They're isolationists full of hate and prejudice. You can't reason with them because they regard reasoning as a sign of weakness. They're Mr Hyde to the Democrats' dedicated, humanistic Doctor Jekyll; Id to the Democratic Ego, but not a healthy, sexualised Id. On the contrary, their macho swagger masks grave insecurities about their potency. At heart no Republican has any sense of morality or decency; they're ruled either by greed or fana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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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ts fear Republicans for much the same reason that their counterparts fear them: they fear their enemy's superior power. High in their corporate offices, Republicans pull the strings of the country. The plebs of the radical right are merely a convenience that the party elite need to get themselves elected and then redirect to hopeless causes, like overturning the Roe v Wade decision on abortion, or passing a Constitutional amendment against same sex marr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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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neath the hate and fear, however, I think there's an even more basic - and shared - emotion: disappointment. Disappointment in one's public and private life, and disappointment in the democratic process. Judging by the diminishing number of voters in European elections, it would appear that this disappointment isn't limited to the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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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past 50 years, the Republican/conservative vision of self-reliance and upward mobility through hard work has been clouded by everything from the complexities of foreign trade to unionism to regulatory agencies to perceived inequities in the educational and welfare systems. The Democratic vision of benevolent centralised government working for equal opportunity has likewise been compromised - by corporate arrogance, lobbyists, and a sense that the gap between rich and poor has grown to unprecedented proportions. Because the solutions to these problems aren't within our grasp - and because to a great extent we have lost faith that the democratic process can work to solve the problems - we've chosen to take it out on each other. Winning has become everything. If we can't live a good life, at least we can make sure that the others don't ei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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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November's presidential elections we won't vote for any issue or candidate; we'll vote against those on the other side. As Walt Kelly's cartoon character Pogo put it many years ago: 'We have met the enemy, and he is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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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Blecher is based in New York, and reports for a number of European publications about American politics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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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 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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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4-10-10 19:00] |
[한겨레] “권위에 맞서라” 한평생 실천적 삶 9일 지병으로 숨진 자크 데리다는 일체의 권위에 맞서 그 모순을 폭로하는 데 평생을 바친 실천적 철학자다. 해체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난해한 사유체제는 인류문명 전반에 걸친 근본적이고 실천적인 관심을 표현한 것이다.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허무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생전의 다양하고도 정력적인 현실참여는 해체주의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웅변했다.
고인은 1930년 7월15일 프랑스령 알제리 엘비아르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42년 10월, 식민지와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법을 청원했다는 이유로 알제리의 벤 아크눈 국립고등학교에서 제적당했다. 사춘기의 혼란은 폭넓은 독서로 이어졌고, 몇년 뒤 파리로 간 그는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를 거쳐 프랑스 인문학의 산실인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다. 1980년 소르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차례 낙방 끝에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해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 재직했고, 알튀세르 등의 초청으로 1965년 모교인 고등사범학교로 자리를 옮겨 1984년까지 가르쳤다. 1983년엔 국제 철학학교를 만들어 초대 교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자명한 ‘진리’·위계질서 전복 시도 문학·영화 넘나들며 노벨상 후보로 미테랑 “당대 최고 철학자” 찬사도
1981년 체코의 저항 지식인들과 모임을 연 뒤 체코 당국에 체포·구금됐고, 이후에도 넬슨 만델라 구명운동과 인종차별 및 동성애자 차별 철폐운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아랍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에도 걸프전과 9·11 동시다발테러, 유럽통합 등에 대해 발언하며 실천적 지식인의 길을 걸었다. 그의 철학이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는 기존의 정돈된 철학적 체계나 용어, 고전적 문체 등을 스스로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데리다의 사유가 근대 인류문명이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진리’와 그로 인해 인간을 지배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전복을 시도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탈현대의 문제의식을 데리다는 ‘해체’라 이름 붙였다.
데리다는 서구적 근대의 밑바탕이 되는 저작과 학설들이 불안정한 언어와 모순되는 층위로 구성돼 있고 이로 인해 그 내부로부터 해체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냈다. 정신과 물질, 보편과 개별, 남성과 여성 등 합리주의의 기본개념인 대립항 구조는 여기에 들어맞지 않는 모든 것을 주변화하거나 억압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의 해체이론은 플라톤 이후 서양 지성사를 분해해 기존의 위계질서를 전복하는 동시에 인류의 새로운 인식지평을 개척한 선구자적인 것이었다.
데리다는 철학 외에도 문학과 건축, 영화, 회화 등 다양한 예술영역에 해체론을 적용하거나 스스로 예술작업에 참여했으며, 그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마르지 않는 지적 열정과 자유로운 사유는 〈차이와 반복〉 〈그라마톨로지〉 〈마르크스의 유령들〉 등 수백편의 저술로 이어졌다.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은 그를 가리켜 ‘당대 최고의 철학자’라는 찬사를 바쳤지만, 데리다의 사유가 다다른 지평을 고려하자면 그 업적은 인류 역사의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것 가운데 하나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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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출처 : 릴케 현상 > 한글과 한자
[문화산책―황현산] 한글과 한자
2004.07.27 / 국민일보
여야 의원 67명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는 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했다고 전해진다. 개항 이후 한글은 우리 민족과 영욕을 같이 했고,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문명이 모두 한글의 은덕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한글은 그만한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오직 자기 손으로 만들어 갈고 다듬은 문자로 개인들의 일상사는 물론 국가의 중대사를 다루고 학문과 예술 같은 고도의 정신적 작업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이 세상에는 많지 않다. 한글은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글자여서 우리는 지금 언문이 완전히 일치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그것이 때로는 지나치다고 여겨질 정도다.
한글에 관해 말하다 보면 한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나는 한자가 한글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글자라고 생각한다. 태고의 어느 시기에 우리 조상들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어떤 학자들의 주장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아주 오랫동안 우리가 한자를 써왔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한말까지 우리의 제반 기록이 한문에 의지해 왔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글과 함께 한자가 병용되었다. 한자는 우리에게 역사적 무의식이 되었고,비록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 점은 예외가 아니다. 이 무의식을 우리는 남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제 한글 전용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었지만,그렇다고 그와 관련된 주장들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한글의 경제성에 대한 주장이 있다. 한자는 익히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는 투자의 측면에서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투자가 크더라도 이익이 월등하다면 반드시 비경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점에 관해 충분한 연구가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의견으로,한자가 기계화의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 기계가 언어생활을 따라와야 옳을 터인데 언어생활을 기계에 맞추어야 한다는 이 생각은 사실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한글이 민중적이라는 주장을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한글은 배우기 쉬울 뿐더러 우리말과도 잘 어울리니 민중의 문자생활을 자유롭고 용이하게 한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의도가 여기에 있기도 했다. 그러나 민중은 항상 ‘어린 백성’이 아니다. 현재의 교육 제도에서 한자를 배우지 못할 민중은 없다. 게다가 모든 글을 한글로 쓰기는 하되,글 쓰는 사람의 발상이 한자나 외국어에 토대를 두고 있다면 그게 오히려 민중을 속이는 것이다.
한자가 우리말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토착어와 한자어를 무리하게 양분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한자어가 들어와 우리말의 어휘와 내용과 논리를 풍요롭게 했다면 그게 바로 우리말의 발전이다. 우리말이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말이 곧 우리말이다. 말에는 한자가 없는데 왜 글에는 한자를 써야 하느냐는 막무가내식의 주장도 있다. 말의 논리와 글의 논리는 다르다. 말이 특수한 사안에 구체적으로 대응한다면 글은 보편적 사안에 추상적으로 대응한다. 문어가 차지해야 할 자리를 구어가 차지함으로써 일어나는 혼란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다.
한자에 대한 내 생각은 간단하다. ‘가’를 可,加,歌,家로 쓰는 것인데, 이는 ‘가’를 빨강,주황,노랑,초록색으로 쓰는 것과 같다. 빨간 가는 ‘옳다’,주황색 가는 ‘더한다’,노란 가는 ‘노래’,초록색 가는 ‘집’이 된다. 컬러가 흑백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격상한다면,이 기회에 우리의 문자생활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쓸데없는 이데올로기를 개입시키지 말고,가능한 한 과학적인 태도로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황현산(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난 가끔 내가 어떤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1번을 찍었을 때 2번에다가 투표를 했고, 나보다 못사는 준부자들마저 한나라당을 열심히 지지하는 판에 지난 총선에서 민노당에다 투표를 했다. 이유? 그게 옳다고 믿었으니까. 이념이란 과연 뭘까. 자기 처지에 맞게 투표를 하는 걸까, 아니면 옳다고 믿는 쪽에다 투표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석권하다시피한 소위 강남벨트를 내가 결코 비난하지 않았고, “거긴 그렇게 해야 돼!”라고 말하는 걸 보면 ‘처지론’에 기울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있는 집 자식이었던 내가 지금껏 소위 보수에 단 한번도 투표하지 않은 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물론 거기엔 내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게다가 생각을 하며 산 게 얼마 안되서 판단 같은 것도 주체적으로 내리지 못한다. 진보적인 책을 읽기 시작한 97년부터, 난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눈치를 봤다. 어느 게 옳은 것일까, 한겨레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를. 처음에는 책에 쓰인대로, 한겨레에 난대로 말을 했다. 지금은 혼자 판단을 내리지만, 그건 오랜 기간의 학습을 거쳐 그들의 틀에 자신을 맞춘 것일수도 있다. 그점을 의식하고 한겨레와 다른 시각을 가지려고 내 딴에는 노력을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조선일보는 늘 틀리고, 한겨레는 대개 옳다. 젠장.
요즘 한겨레에는 고교등급제에 대한 비판 기사가 연일 실린다. 명문대학이 사실상 고교등급제, 그러니까 실력있는 고교 출신이면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며,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지다. 조선일보를 보면 고교등급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고교평준화는 깨져야 하고 이미 깨져가고 있다고 얘기한다. 양측의 주장이 다 일리가 있겠지만, 난 이번만큼은 한겨레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우리나라 고교의 격차는 이미 벌어질대로 벌어진 상태며, 강남과 강북의 학력차를 무시하고 일괄적인 내신을 적용한다는 게 말이 안되어 보이니까.
신문을 보니 챔피언스 리그의 조편성이 나왔다. 유럽 축구의 명문구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웅을 겨루는 게 바로 챔피언스 리그, 하지만 그 출전팀의 수는 나라마다 다르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세계 최강의 리그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4팀이 나가고, 네덜란드에서는 아인트호벤 한팀이, 터키는 단골팀인 갈라타사이가 아니라 처음 듣는 이름을 가진 팀이 나온다. 러시아도 한팀, 우크라이나도 한팀, 이렇게 모인 팀들이 32개다. 축구강국 프랑스 같으면 자국 팀도 4팀이 나가야 한다고 강짜를 부릴만도 한데, 세팀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선 거의 열팀이 출전하고, 나라수가 많은 아시아는 티켓이 겨우 4장이다. 하지만 8강에 오르는 나라가 대부분 유럽인지라 아시아의 티켓을 늘리는 건 매우 비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고교등급제도 바로 이런 것이리라. 강남의 10등이 강북의 2등보다 학력이 높다면 그걸 인정하는 것. 닭의 머리보다 용의 몸통을 우대하는 것.
반면 메이져리그 야구는 그렇지 않다. 선수를 데려오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명문구단 보스톤은 언제나 조 2위다. 더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와 같은 조니까. 지금 세경기차로 따라붙긴 했지만, 보스톤이 1위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행히 2등 세팀 중에서 한팀이 올라가는 와일드 카드제가 생겨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 보스톤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반면 중부지구는 매우 약하다. 돈도 없는 미네소타 같은 구단이 엄청난 경기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미네소타의 승률은 보스톤보다 2푼6리나 낮다. 그래도 미네소타는 남은 경기에서 반타작만 하면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반면, 보스톤은 다른 2위팀들과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한다. 보스톤으로서는 억울하지 않겠는가. 내셔널리그 최강으로 15년째 지구우승을 확정지은 아틀랜타와 같은 조에 속한 필라델피아와 뉴욕메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거다. 우린 왜이리 운이 없냐고.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승률이 아니라 누가 1위를 했는가를 우선시하니,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우는 수밖에.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걸까. 메이져리그는 억울한 패자를 낳지만, 그래서 더 인기가 높다. 하지만 애들 공부는 흥미 위주의 게임이 아니며, 억울한 패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를 평준화주의자로 생각해 왔지만, 이 글을 쓰다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출처 : 갈대 > 시사투나잇
요즈음 자정만 되면 나는 거실로 향한다. 그리고는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티비를 켠다. 왜? '시사투나잇' 보려고. 그게 뭔데? KBS 2TV에서 자정부터 약 40분간 하는 뉴스프로그램. 그걸 왜 보는데? 그 이유를 이제부터 말하려고.
아마 9시 뉴스에 완전히 질려서 뉴스란 걸 아예 안 보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굳이 9시 뉴스를 볼 필요도 없다. 7시 뉴스랑 똑같으니까. 나도 가끔 밥 먹을 때 우연찮게 보게 되는 경우를 빼면 왠만해선 뉴스를 보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는 뉴스가 사실 전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방송국 전화통이 항의전화로 불이 난다고 한다. 심지어는 있는 사실만을 말해도 뉴스거리 선정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매우 좋은 비판이긴 하나, 비판자가 꼴통이라는 사실이 문제이다.
매일 똑같은 뉴스에 신물이 났다면, 내가 도대체 저 소식을(예를 들어 이름모를 누군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등의 소식들) 왜 봐야 하는지 뉴스 제작자 멱살을 붙잡고 묻고 싶을 정도라면, 속는셈 치고 '시사투나잇'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간략한 소개를 위해 방금 전에 끝난 오늘자 방송내용을 순서대로 적어 본다.
1. 국정감사 - 서울시 국정감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다른 뉴스들은 국정감사 하는 과정을 방송하기에 무리 없도록 아주 짤막하게 편집해서 그냥 '국정감사 한단다', '누가 무슨 주장을 했다더라' 라고 방송할 뿐이지만 시사투나잇은 직접 찍은(9시 뉴스랑은 완전히 다르다) 화면을 재미있게 편집해서 길게 보여준다. 오늘은 주로 명바기가 곤혹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실로 통쾌했다. 서울시 행정과장이 증인으로 호명되자 혼란스러운 틈을 타 슬그머니 도망가는 모습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면서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직 행정수도 공방 문제만을 두고 9시간 동안 떠들었다는 비판을 잊지 않는다.
2. 헤딩라인뉴스 - 이거 보신 분들 많으실 거다. 일종의 풍자페러디 뉴스인데 시사투나잇에서 중간에 해준다.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박진 선수가 외국 용병을 영입하지 않으면 16분만에 골을 먹는다고 호들갑을 떨었단다.
3. 월경축제, 성교육 - 대학가에서 월경축제하는 현장에 가서 축제의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둘러보고 사람들의 인터뷰를 곁들였다. 이런거 해주는 뉴스는 아마 없을 것이다. 덕분에 여자가 월경 전에 몸에 다양한 변화들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고,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추천 환영).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행해지는 성교육이 나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임신했을 때의 고통을 체험해 보기도 하고 수정의 과정을 인형극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때는 왜 그런 게 없었나 싶었다.
4. 외국인 한글 백일장 - 한글날을 앞두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글 백일장을 열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알 수 있었다. 대상을 수상한 탄자니아 여학생의 시는 심금을 울렸다.
5. 미국 동성애자 결혼 허가 - 미국의 몇몇 주에서 동성애자 결혼을 허가했단다. 그래서 직접 미국에 가서 찍어 왔다(외주이긴 하지만 역시 이런 건 다른 뉴스는 일체 안한다). 예상보다 엄청나게 많은 동성애자들이 있었고 동성애자 결혼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그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동성애자 하면 떠오르는 이유없는 거부감이 조금은 사라진 듯 싶다.
보면 알겠지만 별 쓰잘데기 없는 뉴스는 아예 다루지를 않는다. 대신 다른 뉴스들이 그냥 지나치는, 하지만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소식들을 전한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직접 찍어온다. 한동안은 이라크 소식을 현지에 있는 활동가와 통화를 해서 전했다(기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포지션은 왼쪽으로 상당히 치우쳐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좋은 놀림감인 것은 당연하다. 가끔은 이렇게 막나가도 되나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뭐 나야 재밌고 좋지만. 혹 내가 여아나운서의 미모 때문에 이렇게 칭찬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절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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