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서서] 노무현과 차베스 - 오늘의 사회개혁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더러 마주치게 되는 외국인이 당신들 나라의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하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럴 때 나는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짐작이 될 것이라고 답한 일들이 있다. 그것은 두 대통령이 똑같이 시장 경제의 방종에 고삐를 매고자 하는 진보적 정책을 추진할 정치적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진보정책은 공산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적 사회 개혁 방안까지도 쉽게 차용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적 상황 속에서 생각되어야 하는 진보정책이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야당이 발의한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를 겪어야 했는데, 이것까지도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와 비슷한 것이 되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버텨낸 것처럼 차베스 대통령도 지난 8월15일의 국민투표에서 58.25%라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자신의 지위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개혁의지 ‘닮은꼴 다른 길’-

물론 두 대통령 사이에는 유사점과 동시에 차이점도 있다. 한 나라의 사정이란 그것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또 그곳에서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국민투표 전후의 외지들의 보도는 대체로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그의 탄탄한 업적에 근거한 것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5년여의 집권 기간중 그가 추구한 것은 사회개혁이었다. 대지주 독점 농지 소유제의 형평화, 주택환경과 의료환경의 개선, 문맹퇴치 운동을 중심으로 한 교육 혜택의 확산-이러한 것들이 그의 정부의 주된 목표들이었다. 여기에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있었던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어떤 통계에 의하면, 베네수엘라의 빈곤층은 인구의 70%에 이른다.)

그러나 핵심은 사회 발전에 두면서도 차베스 정책은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국가의 균형 발전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수력 발전을 위한 댐의 건설, 철도 시설의 개선과 확장, 새로운 국영 항공사 설립과 같은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도 정부 정책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직접적으로 사회적 위상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경험한 빈곤층은 물론 그 외에도 국가의 조화된 발전을 생각하고 또 그 장애물의 하나로 사회적 불균형을 걱정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를 지지하는 자들이 많았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차베스 정부가 실질적인 업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뒷받침할 만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냉소적 관찰은 그간 세계를 휩쓴 석유 값의 폭등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다고 설명한다. 베네수엘라는 중동이나 러시아에 비교되는 산유국가로서, 그 석유매장량은 중동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맞먹는다고 한다. 이러한 나라에 그간 치솟은 석유 값이 거대한 세수 잉여를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러나 찾아온 행운을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베스 정부는 처음부터 사회발전을 위한 자원이 석유와 같은 국가 기간산업에 의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책은 출발부터 석유 수입의 막대한 부분을 독점하던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 외국 석유 회사의 전횡을 견제하고 수입의 보다 많은 부분으로 하여금 베네수엘라 정부의 통제 하에 있는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 회사로 넘어오게 하고 그것을 사회정책의 자금으로 활용할 것을 겨냥했었다. 그러면서도 국가 발전을 위하여서는 계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외국 회사들을 완전히 소외시키지 않도록 노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의 계속적인 투자를 호소하였다. 이러한 준비가 석유가의 상승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사회의 모든 문제가 얼마간의 사회 정책으로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현상에 대한 보도는 부패, 실업, 치안불안 등의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 베네수엘라가 완전히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려울는지 모른다. 민주주의는 제도이면서 사회 기풍이다. 사법제도의 조종, 그리고 격렬한 선동적 언어에 의한 위협 분위기의 조성 등이 정치공작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것도 지적되고, 차베스 대통령의 인품은 대체적으로 ‘거친’ 사람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차베스 정부의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는 확실한 것으로 말하여진다. 지난번의 국민투표 직전에는 영국의 정치인 토니 벤(노동당 전 의원)과 켄 리빙스턴(런던 시장), 그리고 지식인 해럴드 핀터와 에릭 홉스봄을 포함한 국제적인 인사들이 지지성명을 발표하였고, 국민투표 이후에는 지미 카터가 이끄는 국제 감시단이 투표의 공정성을 확인하였다.

-차베스 ‘비전’ 현실화 착착-

우리나라의 형편으로 돌아와 볼 때, 우리는 차베스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비슷한 점과 함께 차이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되풀이하여 말하건대, 두 정부는 두 나라의 역사적 궤적에서 기묘하게 비슷한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출발점에서 그랬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그 주변의 인사들도 사회정책에 대한 의지를 엿보이게 하는 발언들을 많이 하였지만, 엿보일 뿐인 정서는 하나의 정치적 비전으로 통합되지 않았고, 일관된 정책으로 추구되지도 아니하였다. 지금의 정부가 서민 생활을 위한 시책을 펴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것이 어떤 종합적 삶의 이상으로 또는 오늘의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된 바는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일정한 간격으로 발표된 거대 계획들-국민 개인 소득 2만달러 달성, 수도 이전, 동북아 경제 거점 건설, 과거사 청산 등과 같은 것들이 이 정부가 생각하는 주요 과제들이었다. 이러한 추상적으로 들리는 과제들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알기 어려운 것은 이것들이 종합적으로 어떻게 오늘의 삶에 관계되고 또 미래로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결여되어 있는 것은 정부의 일들을 하나의 사회 투시도로서 납득할 수 있게 해주고 우선순위를 알 수 있게 하는 일관된 비전이다. 물론 이것은 현실에 밀착되고 그 관점에서 타당성을 가진 것이라야 한다.

-참여정부 실천결여 ‘차이’-

베네수엘라와 한국의 처지가 같을 수는 없다.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사회적 조건의 차이는 크고 두 나라의 국민이 원하는 삶의 이상도 매우 다른 것일 것이다. 그러니 해야 할 일도 전혀 다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한국에서 이루어질 수 없고, 아마 그렇게 되어도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나 이념보다는 오늘의 현실에 작용하는 것이 정치라는 점에서는 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같다고 할 것이다. 이번의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와 관련하여 나온 보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진보적 성향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차베스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유사하지만, 차베스 정권이 나라의 현실을 일정한 장래로 묶어주는 총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하여, 우리 정부는 집권 2년에 가까이 가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그러한 현실적 계획을 제시 또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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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9-0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우창 선생이 아직 노무현 정권에 대해 모종의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는 듯한데,
어쨌든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입니다.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통과 관건…"양질 교육 의문"
분석 - 美 조지워싱턴대, 교육개방 신호탄 될까

2004년 08월 30일   김봉억 기자 

지난 16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이 제주도 및 남제주군과 함께 '제주-GWU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교육개방이 본격화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도 남제주군은 지난 24일 조지워싱턴대학 제주캠퍼스 조성을 위한 행정지원단을 구성해 본격 운영에 들어가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남제주군은 부군수 직속에 총괄지원팀과 투자지원팀을 두고 1백15만평의 군유지 무상임대 준비와 캠퍼스 후보지에 대한 투자진흥지구 지정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캠퍼스 후보지로 선정된 대정읍 구억리 산1 일대 17필지의 군유지에 대해서는 유치확정시 까지 일체의 대부와 처분도 금지시켰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싱가폴분교의 모습. 최근 OECD가 교육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국경을 넘어서는 교육제도는 대학시스템의 협력부재로 내실이 결여돼 있으며 해외에 분교를 설립했던 일부 대학들이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홈페이지

제주도, '행정지원단'구성 전폭지원
지난 해 6월부터 지금까지 세차례나 제주도를 방문해 분교 설립 의사를 타진해 왔던 조지워싱턴대는 아시아지역의 학생들을 유치할 지역을 물색중이다.

조지워싱턴대가 최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 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지난 6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제주도 쪽이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를 쉽게 설립할 수 있고, 이익금 송금도 가능해져 호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현행법상 국내에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는 있지만 국내 교육기관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고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이익금을 본교로 송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직 외국대학 분교가 설립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제정되면 건물을 임차해 학교시설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익금을 '결산 잉여금'명목으로 본교로 송금이 가능해 진다.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통과여부가 관건
결국, 조지워싱턴대의 제주분교 설립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의 통과여부에 따라 실현 가능성을 따져 볼 수 있다.

전국교수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소속된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 등 교육단체들은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통과 저지를 비롯해 WTO·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이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공청회 때부터 제기해 왔던 수익금의 해외송금, 내국인 입학허용, 학력인정 등 '3대 독소조항'에 대한 신중한 검토작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외국교육기관의 영리추구 편의를 위해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영리추구'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지워싱턴대의 제주분교 설립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다른 외국대학 유치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무산 위기에 놓였던 제주도 남제주군의 스위스 DCT관광호텔대학교의 유치가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남제주군에 따르면 스위스 DCT관광호텔대학 제주분교 설립 및 레저단지 조성에 관심을 보였던 서울 이스턴개발(주)이 사업의향을 포기하자 (주)제주SMS가 대신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한 것.

지난 해 6월 30일을 기준으로 해외 유학생수가 15만 명을 넘어서 한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미국, 호주 등 외국대학의 국내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대만 등의 나라는 지난 해 WTO 교육서비스 분야에 대학교육과 성인교육, 직업교육 등의 개방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최근 아시아지역 기업형 외국대학 많아"
문제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외국대학이 들어오겠냐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질은 우수한 교수진에 달려 있는데 본교의 우수 교수진을 외국에 보낼지는 의문이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백번양보해 교육개방이 이뤄진다손 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교수진"이라면서 "본교에서 교수를 데려 올 경우 최소 1인당 15만 불로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지난 10년 동안 새로 설립된 아시아지역 대학 가운데 대부분이 기업형 대학"이라며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완결성 있는 대학의 면모를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홍 영남대 교수(법학과)도 "공교육은 해당 국가가 책임지는 것인데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을 외국교육기관에 맡긴다면 엉망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외국대학 분교, '유학생 유치 통로'될 것"
또 외국대학 분교가 유학생 유출을 막기 보다 오히려 외국대학 본교의 한국 유학생 유치 통로로 활용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도 쪽에서도 "조지워싱턴 대학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1∼2년을 제주에서 마치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대학 분교는 해외 유학의 준비단계로 여겨질 수 있다.

'인터내셔널 하이어 에듀케이션'은 2002년 가을호에서 호주 모나시대학 국제업무공무원 그랜트 맥버니씨도 "호주대학의 해외대학분교 사업은 재정적인 면과 수출산업으로서 교육 기업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다보니 무리한 학습왜곡이 있다"며 "국내환경과는 상당히 다른 관리체제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고 적절하게 통제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가 경고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2004 Kyosu.net
Updated: 2004-08-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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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 01일 (수)
제 2646 호
발행처 : 인권운동사랑방

 

최저생계 보장할 수 없는 최저생계비

"현재의 최저생계비로 먹고사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폭을 점점 좁아지게 만들고 결국엔 고립된 삶을 살도록 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7월 진행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 캠페인에 함께 했던 참가자의 소감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1999년 이후 5년만에 실시되는 최저생계비 계측조사를 앞두고 31일 '최저생계비의 현실과 적정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1인 가구에 36만 8226원, 4인 가구에는 105만 5090원이 책정돼있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 보건의료비는 1만 7463원, 교통통신비는 2만 2878원에 지나지 않는다. 동덕여대 남기철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최저생계비 금액이 비현실적으로 적은 액수"라며 "특히 보건의료비, 교통통신비 등은 실제 가구의 지출에 기초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액수"라고 주장했다.

순천향대 허선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저생계비가 △지역별 물가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 △장애인이나 환자 등 가구유형별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는 점 △실제 수급권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1·2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상대적으로 더 낮은 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일반가구의 생활수준과 상대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생계비가 계측돼야 한다"며 일반 가구의 가구소득·가계지출·소비지출에 따른 비율로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 토론회 참가자들은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 등 국가가 복지분야에서 직접 담당해야 하는 부분을 최저생계비 항목에서 분리시켜 최저생계비 계측 시 발생하는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는 빈곤한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인권적 접근은 부족했다. 토론을 지켜본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최저생계비는 금액으로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실질적인 생계를 사회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이번 토론회가 최저생계비에만 국한되어 다양한 측면에서 빈곤계층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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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 01일 (수)
제 2646 호
발행처 : 인권운동사랑방

 

평준화 해체하면 종교의 자유 보장?

'국회인권포럼', 사립학교 '권리' 지키느라 학생 '인권'은 뒷전

강의석 학생으로부터 시작된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에 대한 논의가 '평준화 해체' 논의로 둔갑해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인권포럼'이 '사립학교와 종교의 자유'라는 주제로 31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한 토론회가 바로 그것.

이번 토론회의 주 발제를 한 손봉호(전 서울대 사범대 교수) 씨는 "자신은 이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토론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발제를 준비했다"며 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어서였을까. 손 씨는 '종교재단에 의해 설립된 사립학교에서 계속되어 왔던 종교의 자유 침해 행위'에 대한 논의를 뒤로한 채 다짜고짜 '평준화 해체'가 그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손 씨는 "시민사회에서 궁극적으로 '개인'이 종교나 교육 등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여 입학하게 되는 기독교 사립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예배 참석을 강요해도 문제가 될 수 없다"며 평준화 정책에 책임을 돌렸다. 또한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학교 예배나 종교과목에 대한 강력한 거부가 공식적으로 표현된 경우가 없었던 것은 기독교학교가 '예배 참석을 의무화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 사회가 묵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배경내 활동가는 "평준화에 대한 논의는 집이 무너져 사람이 깔려죽게 생겼는데 사람을 구할 생각은 안하고 새로운 설계도면을 내미는 것과 같다"며 "고통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지금 당장 보장할 수 있는 방안부터 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배 활동가는 "사립학교 내 종교교육의 권리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라며 "종교교육을 원하는 학생에 한해 교육을 실시하고 그 시간에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체 교과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대 송기춘 법학과 교수도 "종교의례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거짓고백을 강요하는 것으로 결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꼴"이라며 "'평준화 해체'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종교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다른 생각과 다른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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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9-0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봉호 교수는 깨끗한 생활과 곧은 성품으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한테 (도덕적으로) 존경을 받는데, 사회적 쟁점들에 관해서는 차라리 침묵하고 있는 편이 낫겠다 싶은 때가 많더군요.

심상이최고야 2004-09-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을 평준화 해제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참 어의 없네요. 평준화 해제를 통해 나타날 그 많은 부작용들은 생각지 못하나 봅니다. 안타까워요. ㅜ.ㅜ

balmas 2004-09-0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상이 좀 ... 그렇죠??
보수적인 사람들 중에는 과거 비평준화 시절의 명문 전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평준화 해제에 대한 집요한 요구는, 그런 향수병과, 기득권 유지와 강화를 원하는 엘리트 집단들의 욕구가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겠죠. 위의 주장도 결국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상이 아닌가 합니다.
 
 전출처 : 바람구두 > <한국의 출판기획자>(5)시인 최승호

출판코너를 채우기 위해 그간 나름대로 찾다보니 "문화일보"에서 괜찮은 기획을 진행했었더군요. 기획 제목은 "한국의 출판기획자를 찾아서"인데, 출판에 있어 기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을 겁니다. 책을 구해 읽다보면 작게는 단행본 한 권의 기획, 크게는 총서나 전집과 같은 시리즈 기획물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편집을 "선택과 배제"의 원칙에 따른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는 직접 글을 써서 자신의 의중을 전할 때도 있지만 이렇듯 "선택과 배제"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의중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특히 우리 현대 출판 100여년의 역사에서 '기획'은 가장 뒤늦게 발견된 분야이기도 합니다. 70년대말에야 비로소 기획자란 이들이 등장한 셈이니까요. 많은 이들이 나름대로 기획이 무엇인가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기획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저절로 문리가 트이지 않을까 하는 궁리를 하면서 새로운 시리즈의 퍼 나르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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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판기획자>(5)시인 최승호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kr 
 
“편집자는 인연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경우 어떤 기획을 할때 옆에서 도움을 준 좋은 인연이 참 많았어요. 내가 한 것은 시점의 선택 정도라고 할까요.”

시인 최승호(47)씨는 출판기획자로서 자신의 모든 공로를 함께 일한 선·후배 등 주변의 동료들에게 돌렸다. 출판계에서 이미 그의 기획으로 소문난 작품들에 대해서도 동료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신이 이들에게서 받은 도움에 감사해할 뿐이었다. 반면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듣고(이재룡 숭실대교수) 후배 편집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켜준 ‘큰 스님’ 같은 분(함정임 전 세계사 편집장)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시인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편집자 최승호는 대단히 낯설게 보일 수 있다. 이는 최승호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가 한 직장에 오래 있지 못한 것은 혼자 있는 명상의 시간과 시를 쓰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불안과 갈등 때문이었다.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편집자로서의 정체성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그러나 “시인보다 기획자쪽에 가깝다고 생각될 정도로 출판기획자로서 두드러진 족적을 남겼다”(정홍수 문학동네 편집장)는 평가를 받을 만큼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기획물을 많이 내놓았던 것이 또한 바로 그였다.

무엇보다 19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편집자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와 함께 일했던 후배 편집자들이 지금 우리 출판계를 이끌고 있는 전문편집자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최승호씨가 출판기획자로서 가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영준 전 민음사 주간, 박상순 민음사 주간,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정홍수 문학동네 편집장, 함정임 전 세계사 편집장, 이상희 전 고려원 편집장 등 이른바 ‘최승호 사단’으로 불리는 면면을 보면 그로부터 비로소 현대적인 의미의 편집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출판계의 평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춘천교대를 졸업하고 강원도 정선과 사북 등지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던 최씨는 82년 4월19일 민음사가 공모한 제6회 ‘오늘의 작가상’에 ‘대설주의보’외 49편의 시를 응모한 뒤, 교직 의무연한이 끝나는 4월30일 사표를 던지고 서울로 올라온다. 그때부터 ‘전업 시인’인 동시에 출판기획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해 5월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씨가 직장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박맹호 민음사 사장과 심사위원이었던 김우창·유종호·최인훈 씨 등이 상의 끝에 홍성사에 소개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금성출판사에서 몇달간 아동학습백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춘천으로 내려갔던 그는 다시 서울에 올라와 1년 정도 KBS 출판부에서 단행본 교정을 맡기도 했다.

최씨가 기획편집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85년부터 3년반 남짓 고려원에서 편집주간을 맡으면서부터. 잡지 창간을 유달리 많이 했다는 그의 경력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춘천교대 시절 은사였던 이승훈 한양대교수와 함께 창간한 계간 ‘현대시사상’을 통해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시인들의 작품과 외국 시론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현대시사상’외에 세계사의 계간 ‘작가세계’와 민음사의 ‘민음동화’, 현재 일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계간 ‘함께 사는 길’ 등이 그가 참여해 만든 대표적인 잡지들이다.

이중에서 88년 최씨가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만든 세계사에서 89년 창간한 ‘작가세계’는 매호 선정된 국내작가 1명을 특집으로 집중조명하는 방식을 통해 화제가 됐던 기획이다. 현재 거의 모든 문예지들이 이같은 포맷을 흉내내고 있을 정도다. 세계사의 경영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90년을 전후해 1년 정도 머물렀던 민음사에서 창간한 ‘민음동화’는 비록 단명에 그쳤지만 민음사의 자회사로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비룡소가 만들어진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불교와 선(禪)의 대중화에 기여한 고려원의 ‘다르마 총서’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리즈로 평가받았다. 나중에 세계사의 ‘마음글방’시리즈로도 연결된 데서 알 수 있듯 시세계나 출판기획자로서의 최씨의 경우 불교를 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그의 외모나 행동거지, 말투를 보면 가사만 안입었을 뿐 구도의 길을 걷는 선승(禪僧)을 생각나게 할 정도다.

75년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할 당시부터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시인에게 불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여러 출판사에서 불교 관련 총서를 출간하고 있지만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신도가 아닌 일반대중의 욕구까지 충족시켜주는 기획물이란 전무했던 점에서 ‘마조어록’‘임제록’‘조론’‘장자’ 등 선사어록과 경전류를 한글세대가 친숙하게 읽을 수 있게 풀어낸 ‘다르마 총서’는 해인사 장경각에서 나온 ‘선림고경총서’등 이후 출간된 유사한 시리즈들의 전범이 됐다.

최씨는 당시 해인사 성철스님의 문도에게 불교책 출판의 중흥을 위해 종파를 초월한 큰 출판사를 만들어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이 분야에 애정이 컸다.

최씨의 기획은 당시 출판기업을 지향하고 있었던 고려원이 문학적 향기를 내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작가 박영한·조성기·이윤기씨등의 작품이 최씨의 기획으로 고려원에서 활발하게 출간되었다. 기업적 풍토에 잘 적응못한다는 평가도 있으나 고려원 시절 홍성유의 장편소설 ‘인생극장’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않자 ‘장군의 아들’로 제목을 바꿔 베스트셀러로 만든 일화가 출판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대중적인 출판감각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의 출판기획의 본령은 세계사 시절 ‘세계사시인선’이나 프랑스·독일의 외국문학 번역을 통해 보여준 안목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0권을 돌파한 ‘세계사시인선’은 최씨가 기획을 맡았던 초창기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시인들의 작품을 출간하면서 창작과비평사·민음사·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들과 비교될 정도의 성가를 얻었다. 이연주·김언희·이수명·성미정·박상순 등이 ‘세계사시인선’을 통해 발굴된 대표적인 시인들이다. 불문학자인 이재룡 숭실대교수와 함께 르 클레지오, 장 필립 투생 등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프랑스 소설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것도 우리 문학계를 풍요롭게 한 기획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승호 사단으로 분류되는 후배 편집자들 가운데서도 박상순·정은숙씨는 최씨가 발굴하고 키운 대표적인 사람에 속한다.출판인으로서 양식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최씨는 작품이 좋으면 책이 안팔려도 출판해야 한다는 소신을 보여줬다. 박상순씨에게 북디자이너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데서 알 수 있듯 최씨는 작가나 작품을 보는 안목뿐 아니라 책의 디자인이나 장정, 광고카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후배 편집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출판기획자로서 선·후배 작가를 예우하고 후배 편집자들을 격려하는데 언제나 한결같고 빈틈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현재 환경운동연합에서 스스로 자기 월급을 깎아가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선승(禪僧) 같은 그의 몸가짐이다.


출처: 문화일보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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