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케리의 미국도 파병 압력 행사할까?
[심층기획 : 미국 대선과 한반도-중(2)] 이라크 파병과 한미동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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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cnpk) 기자 |
세 차례에 걸쳐서 연재될 이번 기획에서는 한반도 정책을 중심으로 부시와 케리의 외교정책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중편에서는 한반도와 관련된 케리의 외교정책을 북핵문제(1편)와 이라크 파병 및 한미동맹(2편)으로 나눠 분석합니다... 글쓴이 주
케리가 당선될 경우 북핵 문제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문제는 이라크 파병과 한미동맹 재조정이다. 이 문제들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로 우리는 심한 몸살을 앓아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병 문제는 별반 차이가 없는 반면에,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과 한미동맹 재조정과 관련해 케리의 정책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그가 제시하고 있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병과 한미동맹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종속변수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존 케리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산만한 일방주의(erratic unilateralism)'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외교노선으로 '진보적 국제주의(progressive internationalism)'을 내세워왔다. 그는 "강하고 존경받는 미국"을 외교정책의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외교정책을 수행할 때, 근본적인 가치와 차분한 자신감에 바탕을 둔 진보적 국제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특히 미국과 국제사회의 안보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집단안보를 추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우방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부시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면서 새로운 동맹체제의 건설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부시가 '나홀로'를 고집했다면, 자신은 국제사회와 '함께' 해보겠다는 것이다. 케리 진영은 이 점이 바로 부시의 외교정책과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케리가 내세우고 있는 외교안보의 목표는 부시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승리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이라크에서의 평화정착을 시작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번영, 그리고 자유를 확산시키는 것을 핵심적인 외교정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동맹의 창출과 지도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의 건설 ▲군사력뿐만 아니라 외교력, 정보력, 경제력, 미국식 가치와 사상의 활용 등 이용가능한 미국의 힘을 총동원하는 것 ▲중동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의 탈피 등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케리든 부시든, 파병 문제는 계속될 듯2004년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이라크 정책에 있어서 침공을 지지한 원죄 탓인지, 케리는 이렇다할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의 이라크 정책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는 부분은 이라크 주둔 미군은 대폭 감축하는 한편, NATO를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정치적·군사적 부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지도력에 대한 불신으로 동맹국들이 이라크 파병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케리가 집권하면, 미국의 동맹·우방국들은 대규모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닐 공산이 크다. 부시가 재집권하든, 케리가 되든 미국 대선 직후에 있을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와 맞물려, 한국이 또 다시 파병 몸살을 앓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만, 파병을 요청하는 스타일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편에 설 것인지, 적의 편에 설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며, 국제사회에 줄서기를 강요했던 부시와는 달리, 케리는 동맹·우방국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예방전쟁 : 예방외교미국 군사력과 관련해서는 "제4세대 전쟁, 즉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비대칭적인 적과 맞서 싸우는 전쟁에 대해 준비하고 이해해온 당사자는 민주당"이라는 케리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역시 부시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군사력 변형(military transformation)의 신봉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미국이 직면한 각종 도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정보력과 통신수단, 그리고 장거리 투사 능력과 신속한 이동배치가 가능한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케리는 육군 병력 4만명을 늘리고, 특수군의 능력을 강화하며, 전후 작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민사작전 부대와 군 경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디지털 사단"과 "반(反) 확산 부대"를 창설해 대량살상무기와 테러 등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아울러 군 처우 개선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무력사용과 관련해서는 부시 행정부보다 훨씬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 이란 등과 직접 대화를 공언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력사용이나 강압외교에 의존하는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대화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즉, 부시 행정부처럼 특정 국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불필요한 적을 만들기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잠재적인 적국들을 미국식 체제에 편입시킴으로써 위협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예방전쟁(preventive war)에 입각해 일방적인 무력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통해 안보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과는 달리, 케리는 불필요한 적과 위협을 만들지 않는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에 대외정책의 기조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외부로부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적국이나 테러집단에게 선제 무력사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9.11 테러 이후 달라진 미국의 안보관과 부시 행정부의 정치 공세를 의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 조정될 가능성 높아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동맹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큰 틀에서 볼 때, 주한미군 일부 병력을 감축하고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기지를 재배치하며, 주한미군의 역할을 '지역군화'하는 것에 있어서는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의 규모와 시기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는 2005년까지 1만2500명을 감축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케리는 육군 병력 4만명을 늘리고 이라크 주둔 미군수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주한미군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처럼 노골적으로 한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를 압박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 및 새로운 위협에의 대응 차원에서 케리 역시 MD와 관련해 한국의 협조를 원하겠지만, 부시와 비교할 때 그 수준이나 비중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중국 정책 "전략적 경쟁자"에서 다시 "전략적 파트너"로?케리가 집권할 경우 미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미중관계는 북핵 문제 및 한미동맹의 변화와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핵 문제와 함께 양안관계가 동북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미국과는 군사동맹관계를, 중국과는 우호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차기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중국은 북핵 문제와 대만 문제를 연계시켜왔다. 즉,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하면서 대만의 독립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보이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많이 고려해주고, 반면에 미국이 대만에 무기 수출 의사를 밝히는 등 대만 독립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양상을 띠어온 것이다.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케리가 집권할 경우 대중정책의 변화 가능성이다. 큰 틀에서 볼 때, 부시든, 케리든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의 확산은 미국의 '초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가 대만의 무기 수출에 적극적인 반면, 케리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차이를 드러낼 공산은 크다. 양안관계와 관련해 케리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고, 미국이 대만 방어를 돕는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부시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반면에, 케리는 '전략적 동반자'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을 갖고 있는 반면에, 케리는 MD의 조기 구축에 부정적이고 안보 정책에 있어서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케리의 미국이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을 좌시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가 1996년 3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에 대해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해 응수한 것이 보여주듯,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저지는 '초당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는 대만 무기 수출 및 중국을 겨냥한 MD 구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양안간의 긴장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지만, 케리는 대만 무기 수출 및 MD 구축을 '조절해' 양안간의 분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임할 공산이 크다.
반면에,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케리의 당선이 중국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산층과 서민을 주된 지지 기반으로 갖고 있는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대중국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중국으로부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이유로 무역적자 해소에 미온적이었다고 비판하면서 매년 1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가 미국의 실업난의 한 원인으로 보고 이를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케리가 집권할 경우 미중 사이에 무역 마찰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