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미국, '돈 없으면 아플 권리도 없다'?

[해외리포트] 한 이민자의 죽음으로 본 미 의료체계
강인규(foucault) 기자  

 

 

"전국민의료보험이란 사회주의적인, 혹은 국영화된 의료체계로서, 억압적인 전제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악한 것이다. 국민의료보험은 미국의 전통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로 가는 첫 발걸음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 의술의 상징인 황금뱀. 본래 구약성경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집트를 탈출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뱀에 물렸을 때 이 막대를 쳐다보면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 의술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만큼 값비싼 것이 되었다.
ⓒ2004 강인규
실없는 우스개소리나 풍자극의 대사가 아니다. 위 글은 1948년 12월 미국의사협회보에 실렸던 사설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사회주의'를 들먹이는 못된 버릇은 미국의 보수층도 예외가 아니었던 듯한데, 어쨌든 이들의 '애국충정' 덕택에 현재 4500만에 이르는 미국인들이 아무런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의료보험의 비수혜층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2400만명이 무보험자가 되었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매분마다 5명이 보험혜택을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850만명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아무런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용을 생각할 때, 미국에서 보험 없이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고가의 의료서비스는 무보험자뿐 아니라 보험의 수혜자들에게도 적잖은 고통을 주고 있다. 지난 해 임금증가율은 4%에 머물렀던 반면, 의료보험료는 15%나 올랐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2006년이면 한 가족이 의료보험을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1만4500불에 이를 예정이다. 한국의 대학졸업자 평균 연봉에 가까운 금액을 미국인들은 의료보험에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서민들이 직장의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보험을 갖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들이 지불하는 의료보조비라고 하더라도 임금의 잠재적 인상분인 경우가 많고, 그밖의 초과비용은 상품가격에 포함되어 판매되므로, 의료보험에 따른 제반 비용은 피고용인과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미국의 직장 의료보험은 관리보험(managed care)이 대부분이다.

관리보험은 일종의 네트워크 형태로서, 이 보험에 가입해 있는 사람들은 보험사에서 정해준 특정 병원의 특정 의사들에게만 치료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의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1억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이 보건조직보험을 통해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환자들에게 주치의를 할당해 주는 '에이치엠오(HMO)' 등의 관리보험체계는 보험수가는 낮지만, 제한이 너무 많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나 수술의 경우, 환자가 보험사의 사전 허락을 얻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들 역시 할당된 비용 이상을 초과해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 치료에 소극적이 되기 쉽다.

이처럼 미국의 의료보험은 사적인 부문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다. 물론 공적 성격의 의료보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일정한 소득 이하의 극빈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인 '메디케이드(Medicaid)'가 있고,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메디케어(Medicare)'도 있다.

그러나 엄격한 자격심사로 이루어지는 공공보험마저 한도와 기간에 제한이 있을 뿐 아니라, 사후 비용처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으로부터 냉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극빈자층에는 속하지 않지만 개인보험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서민들을 위한 아무런 보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대규모 제조업체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며, 그 자리를 소규모 서비스업이 채워가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아무런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연소득 7만5000불 이상의 고소득자들 가운데에서 의료보험을 잃은 사람들이 28% 증가했으며, 대졸자 가운데서 보험을 잃은 사람이 29%나 늘었다는 사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이들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보건이 2004년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이민자의 안타까운 죽음

▲ 한 미국병원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고 있다.
ⓒ2004 강인규
미국에서 의료보험의 수혜계층과 비수혜계층간에는 명확한 인종적 경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백인들 가운데서 보험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11%인 반면, 아시아인들은 이의 두 배에 가까운 18%이고, 흑인과 라티노(히스패닉)들은 각기 20%와 32%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말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한인 교포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은 미국의 국민보건체계가 가진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뉴욕주의 퀸즈에 살던 한국인 문철선씨는 운동 중 머리를 다쳐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으나, 단층촬영을 마친 병원측은 특별한 치료 없이 김씨를 퇴원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문씨가 처음 실려갔던 의료원에서 추천해준 두 번째 병원이었다.

병원측에서는 촬영 결과 문씨에게 뇌출혈의 징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 흘 후 다시 오라'고 말하면서 집으로 돌려 보냈다고 한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병원측이 한 말은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열흘 후 다시 찾아간 문씨는 '95불을 내지 않으면 의사를 만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그가 돈을 내자 '오늘은 검사를 할 수 없으니 사흘 뒤 다시 오라'는 말이 전해졌다.

다시 병원을 찾은 문씨의 가족은 "단층촬영 한 번에 552불이고, 최소한 절반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진찰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며칠 후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측은 그에게 '95불을 내라'는 이야기와 4500불짜리 청구서를 내밀었다.

문씨는 빈곤층에게 주어지는 의료혜택인 '메디케이드'에 신청할 수 있었으나, 자녀들이 영주권을 얻는 데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사양했다고 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영주권 취득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문씨의 질문에 병원 관계자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문씨는 스스로 치료비를 모아 볼 생각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공사장에 나섰다가, 일하는 도중 통증이 악화되어 다시 응급실로 실려갔다. 문씨를 처음 진찰했던 이 병원에서는 문씨의 머리에 뇌출혈로 인한 혈종이 발생한 것을 알아내고는 급히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시작했으나, 문씨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병원측에서는 "왜 더 빨리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고 문씨 가족을 꾸짖었다고 한다. 문씨에게 단층촬영만 한 후 돌려보낸 병원측에서는 '우리로서는 할 일을 다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측에 '메디케이드'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으며, 후속 진찰 날짜까지 알려줬지만, 문씨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미국의 의료체계

<뉴욕타임즈>는 문씨의 죽음에 대해 구멍 뚫린 미국의 의료체계와 문화적 차이 및 의사소통의 오해가 결합된 불행한 결과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씨의 불행은 결코 언어소통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 문씨의 변호사인 엘리자베스 벤자민의 견해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을 다루는 것이 미국 병원의 일상적 업무인 데다가, 문씨를 그냥 돌려보낸 병원측은 매년 7천만불 이상을 자선의료 비용으로 보조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측에서는 되돌려받지 못하는 치료비가 년간 1억2천만불에 이르고 상황에서 문씨 같은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돌보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무보험자의 증가는 환자들뿐 아니라 의료계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치료를 받지 못한 무보험 환자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응급실로 들이닥치기 마련인데, 이 경우 병원은 환자를 아무런 보상대책 없이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에서 병원은 환자의 지불능력과 상관 없이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철선씨와 같이 보험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후 귀가하고 나면 이후에는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후속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와 약속을 잡아야 하지만, 막대한 금액의 청구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고, 일정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 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국민보건은 미국대선에서 핵심적인 이슈로 부상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결국 환자와 의료계 모두 잘못된 사회의료체계의 희생자인 셈이다. 보험을 가질 능력이 없는 국민들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마지막 순간에 응급실에 실려가야 하고, 병원측에서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이들을 의무적으로 돌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체계의 한계는 오래 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 되어왔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전국민의료보험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정작 이것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양한 사회계층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금이 필요하지만, 터무니 없이 높은 미국의 의료수가는 이 비용 마련 자체를 어렵게 한다. 이미 고가의 훌륭한 보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계층은 세금을 통한 자금충당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미 사적 부문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는 의료보험시장은 정부가 자신의 몫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을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의무보험'이라는 발상 자체를 불온시하는 경향 때문에 미국의 정당은 쉽게 전국민의료보험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보수정당인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마저 전국민의료보험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부시행정부가 부유층에게 베풀었던 세금감면혜택을 서민들에게 돌려 의료보험 보조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후보인 케리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사회는 이러한 점진적인 개혁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이미 고령사회인 미국은 수명연장으로 노년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으며, 전후 등장한 베이비붐 세대가 조만간 노년층으로 대거 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조업의 쇠퇴와 계약직 및 시간제 고용 증가로 인해 직장의료보험 수혜층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장기간의 경제난으로 인한 실업증가는 국민보건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아플 수도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국민의료보험이라는 '사악한 사회주의적 발상'에 맞서 '의료 자본주의'를 성공적으로 지켜낸 셈이다. 그러나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들이 이 '성공'을 기뻐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집에 누워 비처방약으로 연명하는 환자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2004/08/19 오후 1:16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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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8-1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이 오리지날인걸 깜빡했습니다. --; (금붕어님 서재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어요...)

2001년 여름 미국에 갔을 때, 미국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그 자원봉사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 Medical system here is a disaster." 라고 하더라구요.
'재앙'이라지요.
----- 근데요..... 이런 미국도 '공공병원'이 30퍼센트나 된답니다. 각종 구호 재단들이 있구요.
나이가 들면 노년층을 위한 의료제도인 medicare 가 있구요....

우리 나라는? 공공 병원 10 빠센또! --;; 그나마 자꾸 공사화, 민영화 해서 줄으려고 하는...
노무현 공약이던 공공병원 30%는 도대체 어디로 분해되어 버린 것인지?

balmas 2004-08-2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겨우 10퍼센트밖에 ...
 
 전출처 : 바람구두 > [출판가쟁점/12] 굶어 죽어도 공장에서 일하는 건 싫다고?

북에디터 사이트에 실린 "당대비평" 변정수 편집위원의 「출판가 쟁점」을 퍼오려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실제 출판가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지? 여러분들이 읽는 책을 만드는 출판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떠한지가 제법 잘 드러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외로 출판계 현실은 일반 독자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서요. 일단 변정수 편집위원의 글을 퍼 나른 뒤에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한 번 올려보도록 하지요. 음, 자꾸 이런 글 쓰다보면 제 정체가 드러나서 안 되는데.... 흐흐. 참고로 저는 "당대비평"이랑은 거의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입니다.
 

굶어 죽어도 공장에서 일하는 건 싫다고?

변정수(당대비평 편집위원)

출판업이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지칭하는 이른바 3D 업종의 하나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생명의 위협까지 무릅써야 하는 '위험한' 일들의 근처에도 못 갈 정도로 '안전한' 일인 데다가, 고상하게 텍스트를 만지작거리는 게 고작일 뿐 산업 폐기물이라 봤자 종이뭉치가 나오는 게 고작이니 오히려 '깨끗한' 편에서 헤아리는 게 빠른 일이라는 것을 설마하니 몰라서 이런 과장어린 수사로 엄살을 떠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로 하자면, 워낙 대한민국의 산업안전 수준이 엉망인 나머지 '위험한' 일이라고 명함을 내밀기에 멋쩍어서 그렇지 출판업도 절대적인 기준에서 그리 '안전한' 편은 아니다. 아무리 편한 일을 한다고 해도 하루 12시간 이상씩을 간혹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한다면 건강을 해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잘난 '정신 노동'을 하는 덕분에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만 더 어려울 뿐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위험에 직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는 '더럽다'거나 '깨긋하다'는 것이 순수하게 미감의 문제라면, 시쳇말로 '견적을 내기'조차 난감할 만큼이나 '지저분한'(!) 문장들에 파묻혀 '욕지기'를 참아가면서 머리를 싸매고 씨름하느라 속절없는 세월을 보내는 것을 두고 굳이 '더럽다'고 이야기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장된 자조가 출판 산업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에 대한 출판 노동자들의 분노의 일단을 표현하고자 하는 저항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런 측면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지만, 그 이면에 매우 불순한 이데올로기적 배경을 깔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은 가령 우리 시대에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 직업군에 속하는 의사나 변호사들이 자신의 직업을 '3D 업종'이라고 지칭할 때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적지않은 불편함에 비교될 만하다.

나는 물론 타 업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박봉과 격무로 점철된 출판업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분노한다. 하지만 출판업이 아무리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기'로서니 당장 멀리 갈 것도 없이 유관 업종 중의 하나인 인쇄업에 비할 수 있을까. 예컨대 도대체 출판인들, 특히나 영업 부서조차도 좌천 부서쯤으로 생각해서 영업부로 발령을 내면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편집자들의 직업적 준거 집단은 어디인가? 막말을 하자면 '먹물'깨나 먹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가. 출판 편집이 '인간의 창조적 정신 활동'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그에 걸맞는 노동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당한 요구와 그렇기 때문에 '물질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다른 제조업들보다 고귀하다는 식의 비뚤어진 우월감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렇다. 출판업은 분명 제조업이다. 책을 만드는 일은 물론 벽돌 공장에서 벽돌을 찍어 내는 일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출판사를 가리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해내는 공장이라고 한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노동 가치 이론에 관한 한 국내의 권위자 중의 한 사람인 정운영 선생이 오래 전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주는 글에서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공장 노동자와 전혀 다르지 않은 '먹물'들이 자신의 일터를 '공장'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발끈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자신들의 일은 너무나 고귀해서 '가치'를 생산하지 않아도 분배가 보장되는 일이라는 듯일까?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아주 점잖은 말로 '도씨'라고 부른다!

최근에 북에디터의 구인 게시판을 한 바탕 뜨겁게 달구었던 어느 출판사의 구인 광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요즘 저희 공장에서 편집 일꾼을 한 명 구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차라리 정겹게만 들릴지언정 도무지 '비하'나 '폄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이 광고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 중의 압권이 바로 이 글의 제목이다. "굶어 죽어도 공장에서 일하기는 싫어요." 나는 묻고 싶어졌다. 공장에서 일하기 싫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 아니 그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굶어 죽는 것보다도 못한 삶이라고 여겨진다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공장이 아닌' 출판사(그런 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에 보란 듯이 취업해서 '책'을 만들게 될까봐 더럭 겁이 났다. 그가 만드는 것은 그의 정신적 노동력을 실현하여 정신적인 가치를 담아낸 '책'이 아니라 아마도 아무런 가치도 담고 있지 않은 그저 종이에 먹물을 묻힌 '쓰레기'일 가능성이 크다. 보라. 스스로 악을 쓰며 거절하고 있지 않은가. 굶어 죽을지언정 가치를 생산해 내는 일에 종사하기는 싫다고!

하지만 나의 이런 걱정은 기우이기 쉽다. 죽어도 공장에서 일하기는 싫다는 사람에게 일을 맡길 '공장'은 없을 것이며, 제대로 된 출판사 치고 '공장'이 아닌 곳도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때로 아예 발가벗고 '사(詐)'자와 '도(盜)'자를 내걸고 덤비는 얼치기들이 이 동네라고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도 바보는 아니다. 정직하게 노력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기에도 몫이 모자라서 늘 '책 공장의 일꾼'들이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컨대 '양서(良書)'를 사 주는 데도 인색하기 짝이 없어 출판 산업을 구조적 불황에 시달리게 하는 독자들이 하물며 '쓰레기'에 지갑을 열지는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이 사건은 실은 자신의 일터를 '공장'이라고 표현한 어느 '작업반장'이 고귀한(?) 출판업을 비하하고 폄훼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발끈한 고귀하신 분들이 '공장 노동자'를 비하하고 폄훼하는 돼먹지 못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발이지 그런 고귀하신 분들은 '책'이라는 인류의 정신적 자산을 만들어내는 일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 그 자산은 궁극적으로 자기의 일터('공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실현함으로써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꾼'들(전문적인 용어로 '노동자') 공동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언가 석연치 않은 앙금이 남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쐐기를 박아 두고 싶다. 우리가 근로기준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기 일쑤인 터무니없는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하는 최종적인 근거는, 벽돌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는 사람의 한 시간 노동의 가치와 출판사에서 교정지를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의 한 시간 노동의 가치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무슨 근거로 노동력 제공의 대가를 셈할 참인가. 유감스럽게도 흔히 착각하듯 '실현되지 않은 교환 가치'에 목을 매고 무한 경쟁 속에 자신의 노동력을 소모시키는 한 당신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이며, '자본가'를 위한 노동 조건 따위는 없다. 굶어 죽어도 공장에서 일하기는 싫다는 잘난 '먹물'의 허위의식부터 벗어 던지지 않는 한, 자신이 생계를 위해 노동력 말고는 처분할 것이 없는 노동자라는 것을 자인하지 않는 한, 최소한 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조건조차도 요원한 일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싶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숱한 '책 공장'에서 '공장의 불빛' 을 밝히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을 수많은 출판 산업 '일꾼'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동료애로 분투를 기원한다. 우리들이 연대의 손을 굳게 맞잡을 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 손을 놓지 않을 때, '책 공장'들에서도 법이 정한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보장받으며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송인소식 200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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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8-1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이 이 글에 붙인 댓글입니다. 허락을 받고(^^) 퍼왔습니다.

 

이 작업반장과 나도 개인적으로 엮인 바가 있다. 이 작업반장의 글을 읽으며 사실 처음에는 재미있었고 유쾌했다. 하지만 거기에 무지막지하게 올라온 댓글들을 보며 사람들의 분노의 방향에 대해 얼떨결에 생각해 봐야 했다. 나는 변정수씨의 지당한 말들이 '노동자' 의식을 과잉의식하는 지식인의 입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작업반장은 '공장이니 야근이 있는 것도 당연하겠죠 '하며 유쾌하게 말했지만 그 말을 듣는 편집 노동자들은 '야근'이라는 단어에서 고통스러운 그늘을 느꼈던 것이다. 진짜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 대해 가지는 '느낌'들을 가난에 대해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진짜 노동자들이 노동에 대해 가지는 느낌을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변정수씨는 그런 면에서 진짜 노동자가 아닌 것 같다. 지식인인 것이다.
내가 이해한 사람들의 분노는 이런 것이다. 대놓고 야근 운운한 작업반장에게 사람들은 '공포심'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당연한 야근에 대한 보상-'야근수당'이라든지 하는 것이 없을 것을 당연히 알고 있는 진짜 노동자들은 작업반장의 '야근' 운운하는 말에 뻔뻔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솔직히 이 작업반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나쁜 감정도 없고 그가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썼다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인 집단적인 분노는 집단적인 공포였고 그것은 어느 개인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솔직히 나라도 그런 회사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속더라도 노동조건이 좋다고 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노골적으로 야근 수당도 없는 야근을 뻔뻔스레 요구하는 회사에 어떻게 들어가겠는가. 대부분의 출판사가 다 그런 줄 뻔히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쳇! 12시간 좋아하네. 17시간씩 휴일없이 일하면 틀림없이 죽는다. 어떻게 다른 직종보다 덜 위험하냐?

 


릴케 현상 2004-08-1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 님 혹시 이 작업반장이 누군지 알고 계시나요? 궁금

balmas 2004-08-1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전 모르죠. 자명한 산책 님은 아시지 않나요?

로드무비 2004-08-19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저는 영화공장, 책공장 그런 표현이 쌈빡해서 좋던데...
휴가 갔다 오느라 조금 늦게 글을 읽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balmas 2004-08-1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다녀오셨군요, 피곤하시겠네요.
역시 집이 좋죠?^^

로쟈 2004-08-2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공장'들에서도 법이 정한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보장받으며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What an irony! Why not right now?

balmas 2004-08-2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입니다 ...
 

 

“꿩의 어리석음…농업은 무지의 핵심”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인터넷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농업은 국가와 민족형성의 최소 필요충분조건이며 국정철학과 비전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박종찬 기자

김성훈 경실련 대표 “참여정부 농정철학 없다”

“비교우위론이 한국농업을 망치고 있다. 농업은 없고 인정미 없는 비지니스만 있다. 경제만 있고 경세는 없다.”

김대중정부 시절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 경실련대표는 현 정부의 농업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현정부의 농업정책과 관련해 “언론·재계·정부가 합작해 농업을 경시하고 비교우위론으로 접근하는 통상해법만 제시한다”며 “기업가적 측면과 수익성만을 국익이라고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농촌의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은 사라지고 지역사회는 붕괴할 것”이라며 “농업은 없고 인정미 없는 비지니스만 있고 경제만 있고 경세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농업은 먹거리 생산뿐 아니라 홍수방지, 지하수 함양, 청정산소 공급, 국토의 균형발전, 경관유지, 전통문화 보전, 식량안보 등 헤아릴 수 없는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이 있다”면서 “농업은 국가와 민족형성의 최소 필요충분조건이며 국정철학과 비전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무역이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오히려 세계는 기아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EU는 농업소득의 60%가 정부의 보조금이고 미국도 40%를 직불제로 소득을 보상하는 등 선진국일수록 농업을 보호하고 식량주권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쌀 재협상과 관련해 “자포니카 계열을 수출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가 관건”이라며 “미국은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이 10~15만톤 정도고 중국은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의 70~80%선을 보장해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40만톤 정도를 대북 지원한다는 전제에서 MMA 물량을 6%까지 늘려도 수급에 지장이 없다”고 말해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유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성훈 경실련대표는 농림부장관시절 규모화보다는 한국의 현실을 인정하는 가족농 중심의 농업구조개편, 증산정책보다는 친환경농업의 추진, 자유무역주의에 맞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개념화하는 등 한국 농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림부장관을 거쳐 최근까지 중앙대 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쿠바의 유기농업을 한국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시민단체 활동도 활발히 펼쳐 경실련 대표와 환경단체인 ‘136 포럼’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김성훈 경실련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비교우위론에 경도돼 농업 몰락 재촉하고 있다”


-10년만에 재개되는 쌀 재협상으로 어느 때보다 쌀 문제가 중요한 국면이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를 비롯해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 언론도 관심이 없고, 소비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고...

=이 정부가 농업과 환경문제에 너무 둔감하다. 그 중에서도 농업문제는 무지의 핵심이다. 쌀을 지키자는 것에 대해 시장 경제적 처방만 내놓고 있다. 소비자 후생과 기업체산성을 놓고 보면 농업은 포기해야 마땅할 지도 모른다.

전경련 회장이었던 최아무개가 “논에 반도체 공장 지어서 외국에 수출하고 쌀은 수입해먹으면 된다”고 하더라. 한마디로 ‘꿩의 지혜’다. 사냥꾼이 쫓아오면 꿩이 눈 속에 자신의 머리를 처박고 (자신이 보지 못하니) 마치 세상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무지의 소산이다. 재계와 언론 그리고 정부 지도층들이 목전의 이익에 팔려 한국농업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망라해 왜 농업을 살리려고 하고 선진국일수록 농업에 더 투자를 하는가? 선진국들은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서 국민총생산에 기여하는 것 이상의 비중으로 농업에 투자를 한다. 거기에 답이 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 장래의 문제, 농업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

-그렇다면 농업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인가?

=옛말에 농자천하지대본(農子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농사는 하늘아래 땅 위의 가장 근본이 되는 대업이었으며, 하늘과 땅과 사림이 3재가 어울려야 나라가 바르게 경영된다는 믿음이 확고했다. 그 말에 농업의 다원적 기치를 내 품고 있다. 논농사는 단순히 10조원이 넘는 상품(쌀)의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홍수방지, 지하수 함양, 청정산소 공급, 국토의 균형발전, 경관유지, 전통문화 보전, 식량안보 등 헤아릴 수 없는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이 있다.

최근에는 어메니티(Amenity: 사전적 의미로 쾌적함, 즐거움, 생활을 즐겁게 해주는 자원)라는 개념으로 농촌이 생태계에 주는 영향뿐 아니라 역사, 문화와 전통 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돈으로만 환산해도 연간 23조원의 보이지 않는 혜택을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해 주도권를 쥐고 있었다”

-장관 재직시절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강조했는데, 언제 처음 개념화 되었는가?

=지난 93년 UR 타결시 NTC(Non Trade Consence)가 공식 표현됐고 구체화한 것은 지난 98년3월 우리정부가 OECD 농림장관 모임에서 공식 제기했다. 그리고 99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노르웨이, 스위스, 일본, EU와 함께 농산물 협상에서 다원적 기능을 강조하는 NTC 그룹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요즘 통상협상에서 다원적 기능을 강조하는 흐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농림부도 다원적 기능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 것 같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관련해 한국이 국제협상에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있었다. 한국이 주도해 OECD가 정식의제로 채택했을 정도다. DDA 협상에서는 NTC 그룹으로 준비라도 했는데 참여정부는 환경농업 토지에 불감증이다. 준비 안 되고 비전이 없는 사람들이 농정을 책임지고 있다. 386의 비극이다. 내가 관여하는 환경단체인 ‘136 포럼’에서 “참여정부의 환경, 토지, 농업에 관한 불감증이 도에 넘칠 만큼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위 민주화세대라는 386들이 토지규제완화하고 전국 이곳저곳에 골프장 짓겠다고 난리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토지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 정도 발상은 시정잡배를 시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몸집은 정치적으로 컸는데 경제와 환경을 생각하는 머리는 꿩 머리만큼 작다.

도대체 국정의 철학과 비전이 뭐냐? 경제를 살리면서 환경과 토지를 살릴 수 있고 토지를 살리면서 성장과 농업발전을 함께 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철학과 비전을 갖춘 정책이다.

-참여정부 들어 농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인색하고 농업 개방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농업경시풍토는 언론·재계·정부가 합작해서, 정·재·언이 유착해서 비교우위론으로 접근하는 통상해법만 제시한다. 기업가적 측면과 수익성만을 국익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농촌의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은 사라지고 지역사회는 붕괴하는 것이다. 농업은 없고 인정미 없는 비지니스만 있다. 경제만 있고 경세는 없다.

어떤 정책으로 혜택으로 보는 산업과 부문이 피해를 보는 산업을 도와줄 수 있도록, 골고루 돌아가면서 혜택을 나눠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우리나라는 정책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만 있다. 그리고 정책의 성공여부를 일방적으로 승리한 자만 찬양하고 패배자는 몰락하는 구조다.

칸쿤, 제네바 등 국제협상에서 자신의 배를 가르며 저항하는 것은 한국농민뿐이다. 국가의 정책이 승리자만 찬양, 패배자를 묻어 버리고 힉스가 말한 보상의 원칙은 사라지고 없다.

이 정부는 쌀 재협상과 DDA 협상에서 계속 기업가적인 마인드, 수익성 차원에서 식량과 농업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언론을 장악해 재계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지 몰라도 후손들에게 꿩 머리만도 못한 지도층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한반도 태어날 후손들이 사람 못 살 곳이라고 통탄할 것이다.

“농지를 규모화한다면서 농지 줄이는데 앞장서는 농림부
비교우위론에 맞설 논리도 정책의 일관성도 없다”

-농림부와 청와대에 포진한 농정 책임자들이 문제란 말인가?

=현재 청와대를 비롯해 농림부 등 농업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역대 가장 약체라고 정평이 나 있다. 그들은 개방주의와 비교우위론에 맞서 반론을 제기할 논리도 없다.

정책의 일관성도 없다. 최근 농림부가 쌀 농업 대책으로 7만호 6ha 육성이라는 규모화 정책을 발표했다. 또 쌀 수급을 위해 80만ha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규모화를 하는 한편으로 농지를 줄이겠다니 이것은 정책의 상호모순이다.

또 농림부는 규모화 하겠다고 하면서 세계 최대규모로 조성된 현대서산농장을 300평씩 개인분양 하는데 앞장섰다. 지난 1월20일 농림부가 토지규제완화를 발표하자 서산농장 분양이라는 신문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농지를 규모화 하겠다는 농림부가 농지를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으니...

“자유무역이 식량문제 해결 못해, 선진국이 식량위기 먼저 깨달아”


-선진국은 농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

=농업이 없는 국가, 농촌이 없는 도시, 농민이 없는 겨레는 결코 상상할 수 없다. 농업은 국가와 민족형성의 최소 필요충분조건이다. 국정철학과 비전의 핵심이다. 국민적 동의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농가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하고 농업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지만 농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모두 그렇다. 선진국일수록 농업농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지 않는 국가는 없다.

EU는 농업소득의 60%가 정부의 보조금이고 미국도 40%를 직불제로 소득보상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농민들 소득보상해주고 수출보조금 지원하면서 수출시장을 개척하는데 앞장서고 있는가? 그들은 왜 농업보호에 혈안이 돼 있을까?

자유무역이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세계는 기아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식량주권의 문제를 선진국이 먼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예외 없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에서 농업만 빠질 수 있는가?

=농산물도 자유무역을 하자는 논리는 모순에 빠져있다. 자유무역에 이면에는 국제 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가 숨어 있다. 농산물 가격의 특징은 그레고리 킹의 법칙에 따르면 조금만 공급이 넘쳐도 가격이 폭락하고 조금만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폭등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73년 세계 농산물 파동과 지난 80년대 냉해로 농산물 수급이 불안할 때 우리는 경험으로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또 최근 중국은 식량부족으로 쌀값이 두배나 폭등하고 있지 않나? 이런 것이 농산물 자유무역이 위험한 이유다. 농산물이 균일하게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이란 것은 안이한 판단이다.

또 부패와 변질성이 강한 농산물을 수송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농약처리 등으로 국민건강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감안하지 않는다.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국민생존권의 필수적인 요소인 ‘곳간 열쇠’를 남에게 내주는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뒤 우리 농업이 더욱 어렵게 됐다.

=한·칠레 FTA는 파트너를 잘못 골랐다. 김영삼 정부 시절 '계륵'이라며 버렸고 김대중 정부시절 ‘소 뼈다귀인가’하고 ‘얼씨구나’ 물었다가 또 버렸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들어 ‘보약과 사골’로 알고 한·칠레 FTA가 맺어지면 공산품 수출이 늘 것이라며 정·재·언 합작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체결했다.

그런데 지금 FTA 체결 뒤 몇 개월이 지나서 공산품 수출은 줄고 농산물 수입만 엄청나게 늘어나지 않았느냐?

-쌀 재협상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 계열의 쌀을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은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나라의 수출여건을 따져보면 답은 명확하게 나온다. 우선 미국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쌀의 수출여력이 50만톤 정도다. 현재 관세화로 쌀을 수입한 대만과 일본에 수출하고 나면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은 10~15만톤 정도다. 미국 쌀 우선 사주겠다고 다국적 기업에 메시지를 주면 된다. 중국의 경우는 지금 우리가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 가운데 70~8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만 보장해주면 된다. 지금처럼 40만톤 정도를 대북 지원한다는 전제에서 MMA 물량 6%까지 늘려도 수급에 지장이 없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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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전세계는 쌀전쟁에 휘말린다”


△ 우리 민족과 1만년을 함께 해온 쌀. 먹거리인 쌀은 상품뿐 아니라 생명, 환경, 전통문화를 지키는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가졌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기획] 쌀의 경고 ①쌀개방으로 우리에게 쌀이 없어지는 날

우리가 매일 먹는 쌀. 숨을 쉬고 갈증을 달래는 공기와 물이 그렇듯 우리는 쌀의 가치와 생명에 주는 소중함을 실감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흔하다.그래서 소중함 역시 평소에 느끼지 못한다. 70년대 보릿고개를 넘긴 뒤 쌀 문제는 ‘없으면 어떻게 될까’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절실하게 부족했던 적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쌀에 관한 한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쌀 문화지역으로 꼽힌다.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지역에서 발견된 볍씨가 그것이다. 이 볍씨는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미국의 지오크론시험소(GX)의 유전자 분석결과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알려진 중국 후난성 옥첨암 동굴 유적의 1만1000년전보다 최소 1500년에서 3000년은 앞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우리의 쌀 역사는 1만2500~1만3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우리 민족과 1만년 긴 세월을 함께 한 쌀이 역사 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미국, 중국 등 9개국과의 쌀 재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는 쌀도 밀과 고추, 마늘, 배추 등의 다른 농산물뿐 아니라 캠코더,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공산품처럼 국제시장에서 사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인터넷한겨레>는 쌀의 가치, 쌀 재협상의 쟁점과 과제, 앞으로 쌀 산업의 방향 등 쌀을 둘러싼 농업계 주변의 여러 논쟁을 추적해 보았다.

쌀 개방 최악 시나리오…“쌀도 한우 꼴 난다”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닥쳤다. 지구 온난화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세계 쌀 생산량은 기상이변이 겹치면서 지난해 5%가량 줄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전 단행된 쌀 전면 수입개방으로 농지는 10년 만에 절반인 70만ha로 줄었고, 쌀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7%가량 하락했다. 국내 소비량의 40%를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쌀값은 지난해보다 두 배나 폭등했다.

그나마도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중국의 사정으로 수입마저 여유치 않다. 미국은 ‘쌀값을 더 올려 달라’며 태평양에서 쌀 수출 선박을 본국으로 돌려버렸고, 중국도 자국의 식량난으로 지난해부터 쌀 수출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슈퍼와 할인점, 백화점 등에는 쌀을 구입하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고, 쌀 대신 라면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얼마 되지 않는 국산 쌀은 값이 수입산보다 두 배 가량 폭등한 결과 서민들은 입도 대지 못하고 모두 계약재배로 부자들의 밥상에만 겨우 올랐다. 10년 전 쌀도 상품이라며 노골적으로 쌀 수입을 부추겼던 언론은 이를 ‘90년대 쇠고기 수입으로 2000년대 한우 값이 폭등했던 사례와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한반도에는 홍수와 가뭄이 빈발했다. 이 같은 홍수와 가뭄은 물을 가둬두는 구실을 했던 논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댐공사를 실시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쟁이들의 세금부담은 더욱 늘었다. 전국 곳곳에서 폭등하는 쌀값과 뛰는 세금으로 서민들의 아우성은 극에 달했다.”(가상 시니라오- 쌀 수입개방 10년째, 2015년의 한반도 풍경)

올해 쌀 재협상에서 쌀이 완전 수입 개방되는 것을 전제로 2014년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았다. 그런데 이같은 시나리오가 단순한 시나리오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에서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을 전제로 추정한 자료를 보면 2010년 쌀 재배면적은 약 32%가 줄어든 72만ha가 되고, 생산량은 현재의 522만톤에서 359만톤으로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 또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쌀 개방에 반대하는 많은 농업계 전문가들은 “농업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가 더 문제”라며 실제 상황은 이것보다 악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우려의 밑바닥에는 ‘식량 무기화’와 ‘식량주권론’이라는 논리적 포석이 깔렸다. 지난해 식량자급률은 26.9%(쌀을 제외하면 5%수준)로 나날이 악화일로에 있으며 식량주권론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예외 없는 관세화와 국가간 자유무역을 이념으로 내세운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쌀을 공산품처럼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쌀 개방, 당신의 건강이 위험하다
소비자의 먹을 권리·건강권 위협


△ 쌀은 농업의 문제일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먹거리와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유기농쌀로 학교급식을 받는 초등학생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달 22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는 ‘우리쌀지키기 식량주권수호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식을 열었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이 한창이던 때, 쌀 지키기 국민운동본부에 이어 꼭 10년 만에 대대적인 쌀 지키기 국민운동이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진행 중인 쌀 관세화유예협상에서 식량주권과 생명·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민들은 물론 도시민, 소비자 등 모든 국민이 나서 쌀 추가개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족식에서 소비자단체로 참여한 녹색소비자연대의 노은숙 소비자건강팀장은 쌀은 농업의 문제일 뿐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권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강조했다.

“60년대 미국이 무상원조한 밀이 들어와 결국 이 땅에서 밀농사가 자취를 감췄다. 쌀이 전면 개방되면 밀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이역만리에서 어떤 농약을 치는 줄도 모르고, 유통과정에서 부패를 막기 위해 어떤 유해물질을 섞을 지도 모른다. 또 대량생산을 위해 옥수수나 감자처럼 유전자조작을 할 수도 있다. 수입쌀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

그는 또 ‘수입쌀은 싸다’는 전제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기상이변 등 농산물의 불확실한 수급상황을 고려한다면 지금처럼 쌀을 싼값에 수입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근거가 없다. 미국 등이 쌀값을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쌀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쌀값 폭등의 피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는 “최근 도시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은 부모들의 먹을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가 확인되고 있다”며 “전적으로 수입쌀만 먹자는 것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소비할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 쌀 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 이종화 상황실장은 “쌀 수입은 식량주권이라는 추상적 논리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소비자는 당장 값싼 수입 농산물을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한 심각한 건강상 위협은 병원비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농업이 수행하는 다양한 공익적 가치가 파괴되는 것은 그것을 복구하기 위한 국민들의 세금부담만 늘릴 뿐”이라고 말한다.

싼 맛에 수입쌀에 길들여지면 결국 그 비용이 부메랑이 돼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란 이야기다.

쌀의 공익적 가치 100조원…생명·환경·문화의 파수꾼


△ 쌀농사는 먹거리 생산뿐 아니라 △홍수조절 △수자원 함양 △수질정화 △토양유출경감 △폐기물처리 △대기정화 등 다양한 환경보전기능은 물론 전통문화를 보전하는 등 다원적 가치를 갖는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쌀을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입게 되는 피해는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쌀과 농업이 주는 공익적 가치(multi-functionality)를 잃는 것은 경제적 이해타산으로 셈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다. 이 또한 쌀이 사라진다면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사회적 부담이 될 것이 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1년 11월 내놓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평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쌀농사가 △홍수조절 1조3305억원 △수자원 함양 1조1427억원 △수질정화 1조1946억원 △토양유출경감 4532억원 △폐기물처리 882억원 △대기정화 2조2118억원 등 6조4210억원의 환경보전기능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또 쌀 농사의 다원적 기능은 △식량안보 기능 1조7084억원 △농업경관 1조1214억원 △농촌에 활력 부여 8165억원 등으로 환경보전기능과 합해 10조673억원 경제적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01년 내놓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계량화 평가’라는 자료는 이 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훨씬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 120만 정보의 논에서 연간 9조원의 쌀이 생산되고 있으나 논농사는 그 보다도 10배에 가까운 93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쌀의 공익적 가치를 감안하면 100조원 산업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농촌진흥청의 분석을 보면 논은 연간 350억 톤의 물을 하천(192억 톤)으로 흘려보내고 지하수(158억 톤)로 저장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 같은 지하수 저장량은 전 국민이 1년간 쓰는 지하수의 2.7배에 해당하고 소양호의 저수량과 비교해도 8.3배가 넘는다. 이 같은 물을 저장하려면 1996년 가격으로 최소 65조원이 든다는 분석이다.

논은 우리나라의 집중호우기인 6~8월경 36억 만 톤의 물을 가둬두는데 이는 우리나라 6대 댐의 저수량에 2.4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논의 홍수조절효과만 17조원에 해당한다.

또 벼는 지구상에 생존하는 식물 중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산소를 공급하고 가장 많은 탄산가스를 흡수하는데 연간 1230만 톤의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산소공급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5조3천억 원어치의 가치다.

농촌 어메니티…쾌적한 도시민의 휴양처


△ 쌀을 포기하는 것은 농촌이 주는 문화적 가치와 쾌적함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잃는 것이다. 연합


쌀뿐 아니라 농업이 주는 ‘보이지 않는 혜택’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아름다운 강산과 경관,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산천초목이 우러나는 향기, 국토의 균형적 발전, 전통문화의 보전과 지역사회 유지 등의 보이지 않는 공익적 기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유럽 등에서는 이 같은 농업의 유·무형의 자산을 농촌 어메니티(Amenity·사전적 의미로 쾌적함, 즐거움, 생활을 즐겁게 해주는 자원)란 개념으로 이론화하고 있다.

정필균 농촌진흥청 다원적기능평가연구팀장은 “농업의 환경·생태적 중요성뿐아니라 최근들어 농촌어메니티,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의 균형발전 등 사회문화적 기능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산출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낮게 잡아도 연간 20조원을 육박할 것”이라며 “국민 1인당 주는 편익은 연간 50여만원 정도로 농촌을 지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줄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도시민들은 농촌이 주는 혜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농업을 포기하는 것은 이같은 공익적 가치를 버리는 것과 같다. 또 농업과 농촌의 붕괴는 심각한 도시문제를 양산하게 된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농어연)가 1990년대에 분석한 이농으로 인한 도시의 사회적 비용은 △실업비용 564억원 △대기오염증가 38억원 △폐기물 증가 134억원 △교통혼잡증가(연료비와 시간비용) 574억원 △교통사고 증가비용 912억원 등 222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농어연 권영근 소장은 “2222억원은 90년대 통계이고 물가상승 등의 변화를 감안해 오늘날 비용으로 계산하면 100배가 넘을 수도 있다”며 “도시민들은 농민들이 농촌을 유지함으로써 경감되는 사회적 비용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정부 초대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 경실련 대표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식량생산뿐 아니라 농촌이 역사, 문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복합적 기능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농촌과 농업을 지키는 것은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전통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농업이 없는 국가, 농촌이 없는 도시, 농민이 없는 겨레는 결코 상상할 수 없다”며 “농업은 국가와 민족형성의 최소 필요충분조건이고 국정철학과 비전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기아인구 8억4200만명…식량은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다”

쌀 문제와 관련해 또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것이 식량무기화다.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은 식량의 교역자유화가 빈곤과 기아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루과이라운드(UR), 자유무역협정(FTA) 등 자유무역이 진척될수록 전 세계적인 기아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11월 ‘세계 식량불안 상태’라는 보고서에서 90년대 전반기에는 기아 인구가 3700만명 줄었으나 후반기에는 1800만명 늘어나 1999~2001년 전세계 기아 인구가 8억4200만명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또 매년 3600만명이 먹지 못해 굶어죽고 있으며 세계 인구 7명중 1명꼴로 하루 끼니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의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월 미국 국방부의 비밀문서를 입수해 “앞으로 20년 안에 급격한 기후 변화로 식량, 물, 에너지 자원 확보가 커다란 안보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 등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등 ‘전 지구적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UN이 올해를 ‘세계 쌀의 해’로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과 일치한다. FAO의 자크 디우프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말 ‘쌀의 해’ 선포 배경과 관련해 “세계 인구는 계속 늘고 있으나 쌀 생산에 필요한 농지와 농업용수는 줄어들고 있다”며 “기아에 허덕이는 전세계 인구 8억4000만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쌀을 주식이나, 소득, 고용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혈적 곡물자본…“무한정 공급은 낭만적 상상”


△ 세계화된 식량문제와 기아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 5대 곡물메이저가 전세계 곡물유통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은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쌀수확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곡물유통의 대부분을 곡물메이저가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카길, 미드랜드(ADM), 루이드레퓌스, 분게, 앙드레 등 세계 곡물시장을 주무르는 5대 메이저는 전세계 곡물 거래량의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 곡물 수입의 60%를 ‘카길’이라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쥐고 있다는 사실은 농업계 내부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농민단체들은 이들 곡물메이저들에게 자유무역의 원리에 따라 쌀을 비롯한 농산물을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은 낭만적 상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범국민연대의 이종화 상황실장은 “곡물자본은 단돈 1원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냉혈적 성격을 지녔다”며 “이들에게 대가없는 안정적인 식량수급을 바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곡물은 생산이 1%만 줄어도 가격이 47% 폭등할 정도로 민감한 품목”이라며 “곡물을 공산품처럼 자유로운 무역체계에 편입시키려는 것은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무기를 버리고 백기 투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쌀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지키며 환경과 생명을 보전할 것인가? 쌀도 예외 없는 자유무역에 포함시킬 것인가? 쌀 추가개방과 관련해 무엇을 택할 것인가는 10년 뒤 우리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식량무기화의 여러 사례들/ 전농 쌀 백서

전농은 최근 발행한 ‘쌀 백서’에서 70년대부터 쌀이 식량 무기화된 구체적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전농은 여기에서 “곡물은 생산이 1%만 줄어도 가격이 47% 폭등할 정도로 수요공급에 민감한 품목”이라며 “식량자급률이 26.9%(쌀을 빼면 5% 미만)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쌀이 개방돼 무너지면 우리의 식량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손에 놀아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1976년 자이르(현 콩고) 정부가 곡물 대금 결제를 지연하자 콘티넨탈은 밀 공급을 중단, 현금지불과 다음해 밀의 독점 수입을 약속하고서야 수출을 재개.

△1988년 사하라 이남의 최대 소맥 수입국인 나이지리아가 국내 식량생산 감소를 이유로 소맥 수입을 금지하자 카길은 미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 나이지리아의 섬유수출을 제개.

△1988년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과 카길은 아연과 구상무역 형태로 밀 2천 톤을 교환하기로 계약했으나 북한의 아연 궤가 준비되자 않자 운송 중이던 수출 선적을 공해 상에서 돌려 다른 나라로 수출.

△1980년 우리나라가 냉해로 쌀이 부족하자 미국 쌀 가격의 3배를 주고 샀으며 그 뒤로 5년간에 걸쳐 사기로 약속을 해 미국쌀 재고량이 1989년까지 남았음.

△1972년 세계 식량파동으로 세계 곡물생산량이 3% 감소하자 쌀과 밀의 국제가격이 367%, 212% 오르는 등 4대 곡물가격이 100%이상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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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 둘다 도서관에서 키워요


△ 이현씨가 인천 중앙도서관 어린이용 열람실에서 아들 시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고 있다. 도서관옆신호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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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 놀랐다
    도서관에서 하루 2시간 동화책 읽어줬더니 5살딸 진아가 반년만에 프랑스어 독파

    한국에 돌아와서 똑같이 했다
    한글 모르던 아이 학원 안다녀도 좋은 성적 유지

    “도서관 가자~.” 대학강사인 이현(36)씨는 자주 아이들과 인천 중앙도서관으로 나간다. 그만의 독특한 도서관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따로 만든 ‘도서관 노트’를 들고 따라 나서는 두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이씨가 도서관 교육을 시작한 것은 5년 전 5살인 큰딸과 함께 프랑스 유학을 떠났을 때다. 프랑스 학교에서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큰딸 진아에게 책읽기 교사를 한명 붙여 줬다. 책읽기 교사가 하는 일은 진아를 앞에 두고 프랑스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이었다. 하루에 2시간씩 책읽기 교사가 읽어 주는 책을 보고 진아는 6개월 만에 프랑스어를 독파했고, 1년 만에 월반을 했다. 다른 프랑스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직접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책을 읽어 주거나 책읽기 교사를 붙여 줘서 책을 읽게 했다. 이른바 ‘북시터’라 불리는 육아교육방법은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충격은 자신의 수업시간에 프랑스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이었다. 세미나에서 이씨가 아무리 발표를 하겠다고 해도 교수는 전혀 시켜 주지 않았다. 따로 만나서 교수에게 “왜 나에게는 발표를 시키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교수가 한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동양 학생들을 여러 번 지켜본 결과 자기가 준비해 온 것을 단순하게 발표할 뿐이더라. 세미나는 여러 사람이 시간을 내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려고 하는 시간이다. 남의 시간을 뺏지 말고 정 발표를 하고 싶으면 따로 리포트를 제출하라.”

    충격을 받은 그는 다른 학생들의 발표를 유심히 지켜봤다. 다른 학생들은 자기가 발표를 준비하는 책 빼곡이 메모지를 붙여 놓았고, 그 메모지에는 ‘책에 없는’ 자신만의 생각이 가득 쓰여 있었다. 그는 ‘내가 책읽기를 잘못 배웠구나’ 하고 생각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런 생각은 프랑스에서 교육받은 진아를 보면서 더욱 굳어졌다. 진아는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더욱 더 바른 책읽기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가 자신만의 교수법을 확립한 것은 유학을 끝낸 뒤 한국에 돌아와서부터였다. 한국에 돌아오니 큰딸 진아는 한글을 전혀 몰랐고, 어머니에게 맡긴 둘째아이는 책 한 권 읽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아이에게 매달린 그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으로 출근하다시피 매달렸다. 특히 말이 느리던 둘째 시완이는 책 읽어 주기를 꾸준히 한 끝에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풍부한 표현을 쓸 줄 아는 아이로 변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진아도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지만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도서관 교육은 책 선정, 책 읽어 주기, 생각 나누기, 감상 표현하기 등으로 이뤄진다. 평균 수준의 아이에게는 유아의 경우 2시간 동안에 20여권의 책을 읽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 주는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먼저 “엄마한테 오늘 읽은 책 이야기 좀 해 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줄거리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지만 훈련이 될수록 아이는 조리있게 줄거리를 설명하고 자신의 감상까지 곁들이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좀 더 어려운 질문으로 들어간다. 책 내용만이 아니라 아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심청전〉의 예를 들면 ‘심청이는 왜 물에 빠졌을까?’ 하고 묻는 거예요.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요’라는 대답이 일반적이겠죠.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심청이가 물에 빠지면 아버지가 눈을 뜨는 게 확실해?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제서야 아이들은 ‘심청이는 수영에 자신이 있었어요’, ‘배멀미가 나서요’ ‘용궁에 가기로 예약이 돼 있어요’ 등 자신만의 대답을 하기 시작합니다.”

    도서관 노트에는 그림을 그리는 페이지가 따로 마련돼 있다. 그날 읽은 책 중에 가장 감명 깊은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곳이다. 잘 그리지 못해도 좋다. 아이가 마음대로 그린 그림 속에서 아이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여러 가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책을 고를 때는 추천도서 반,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 반 정도의 비율로 한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가 아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으면 그쪽의 책은 점점 깊이를 더해 가야 한다. 아이의 실제 나이를 생각하지 말고 독서 나이에 맞춰 책을 골라 줘야 한다.


    △ 이현씨의 아들 시완이의 ‘도서관 노트’,시완이는 책을 읽은 뒤 이 곳에 감명 깊은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씨의 도서관 예찬은 끝이 없다. 도서관은 책뿐만 아니라 교육용 시디와 비디오도 많고, 여러 가지 강연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읽고 싶은 책도 언제든지 신청하면 2주 안에 구해 준다. 요즘 대부분의 도서관은 엄마가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유아방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게다가 도서관을 찾으면 여러 가지 부수적인 교육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아이가 책의 소중함을 더욱 더 알게 되고, 공공질서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책을 읽다가 찢어진 부분이 있으면 눈물을 뚝뚝 흘려요. 그럴 때마다 ‘책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공시설에서 예절이 왜 중요한지’를 가르칩니다.”

    그는 얼마 전부터 ‘도서관옆 신호등’(kidstd.com)이라는 홈페이지를 열고 도서관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북시터’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도서관은 정말 멋진 공간이에요. 모든 부모들이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기만 해도 교육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확신에 찬 말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이현씨가 추천하는 ‘도서관 교육법’

     

    이현씨의 구체적인 도서관 교육법을 소개한다. 도서관 교육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열의다.

    1. 도서관 예절은 입실 때마다 확인한다.

    -실내에서 조용히 하기

    -도서관 책은 소중히 다룬다.

    -선택한 책은 반드시 제자리에 놓아 둔다.

    -아동실에서는 물을 빼고는 먹지 않는다.

    -간식은 반드시 휴게실에서 먹는다.

    2. 책 읽는 방법(유아)

    -유아는 반드시 선생님 무릎 위에 앉혀서 선생님과 아이, 책을 일직선 상에 놓고 책을 읽는다.

    -구연동화 하듯 읽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책을 읽어 주듯 편안하게 읽는다.

    -책은 겉 표지부터 시작한다. 제목, 저자, 그림의 순서를 알려 준다.

    -책은 선생님과 유아가 함께 고른다. 유아가 고른 책과 선생님이 고른 책을 적절히 배분한다.

    -입체책은 하루에 5권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유아의 독서 나이는 실제 나이 앞뒤부터 시작해서 때마다 난이도를 높인다. 이때 아이의 반응을 살핀 뒤 재도전한다.

    -처음엔 선생님이 겉 표지부터 차례로 그림부터 설명을 한 뒤 천천히 읽어 주고, 그 다음에 유아가 그림을 보면서 들은 내용을 이야기하게 한다. 이때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끝까지 들어 준다. 마지막엔 다시 선생님이 정리하듯 조금 빠른 속도로 다시 읽어 준다.

    -책 한권이 끝나면 독서록을 기록한다.

    -유아가 좋아하는 책은 세 권 정도로 한정하여 대출한다. 대출 날짜를 어기지 않아야 한다.

    3. 책 읽는 방법(초등학생)

    -일부는 아이가 읽고 일부는 선생님이 읽어 준다.

    -읽고 나서 내용을 분석한다.

    -원인 분석에서는 책 내용과 상상의 부분을 함께 섞어야 한다. 책 속에 나와 있는 내용도 중요하고, 이를 토대로 창의적으로 발산하는 능력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더 중요하다.

    -독후화(저학년)와 글쓰기(고학년)을 병행한다. 처음에는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독후화로 시작하고 차츰 아이와 호흡이 맞으면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좋은 문장 골라서 똑같이 쓰기, 서평쓰기, 인상 깊은 장면 고르기, 바꿨으면 하는 내용 고르기 등을 한다. 독후감은 절대 요구하면 안된다.

    -글을 쓰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칭찬과 더불어 한 단계 더 나가게끔 유도한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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