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한 정체성 논쟁 넌더리난다
1주일이 넘게 계속되는 정치권의 추한 정체성 논란이 넌더리가 날 정도다. 삼복의 무더위에 정치권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무 실체도, 실익도 없는 말싸움에 골몰하고 있는가. 그것도 정치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까지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는 정체성 논쟁에 직접 가세,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지금 정치전선은 과거 유신시대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서있다”는 노대통령의 지적에 몇 사람이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유신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게다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30년 전의 유신 망령을 끄집어내 국민들을 유신 대 반유신 세력으로 패를 갈라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제 의문사위 보고에서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고 야당의 정체성 시비를 정면 반박했다. 야당의 공세에 그런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야당이 정체성 시비를 벌이는 것 자체가 뜬금없는 짓이다.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자는 데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NLL사건’과 의문사위의 결정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 얼마든지 문제제기를 할 만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시하면 그만이다. 의문사위가 독립적 기관인데 대통령이 일일이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여야가 죽고살기로 싸우면 당내 리더십이 확립되고 떨어진 지지율이 올라가는지는 몰라도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후안무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