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노 대통령 '역사의 죄인' 만들지말라 지지자들 파병반대에 적극 나서야"

[인터뷰] 단식 7일째 맞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 단식농성 6일째 찾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 위원장은 단식 농성 중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집회와 회의에 참석하는 등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이라크 파병철회, 직권중재 폐지를 요구하며 삭발-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농성 6일째를 맞은 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옆 열린시민마당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근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전국 지하철노조가 참여한 궤도연대 총파업이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라크 파병 철회'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 때문인지 인터뷰에 나선 이 위원장의 표정에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가 떠나질 않았다. 이 위원장은 현재 민주노총 차원에서 진행 중인 투쟁 목표들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이 부분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지금 벌이고 있는 무기한 단식농성이 최후의 극한투쟁이나 무기력한 호소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도부의 성찰과 뼈아픈 반성은 필요하지만, "지금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과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노동운동 진영의 새로운 투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대표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일부 보수언론 이중적 잣대, 민주노총에 대한 몰이해 드러내"

단식 농성장에서 진행된 이 위원장의 인터뷰는 '이라크 파병'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최근 파병반대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노무현 정부의 거듭된 파병 강행 방침으로 인해 파병반대 여론이 심리적 체념 내지 포기 상태에 이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파병반대 집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권퇴진' 구호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논란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며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파병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파병에 반대하면서도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선은 아플지 모르지만 비판을 아끼지 않을 때 그것이 오히려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라며 "노 대통령을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낸 '역사의 죄인'으로 안 남기기 위해서라도 지지자들이 오히려 파병반대에 더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일부 보수언론에서 '노동단체가 왜 정치현안인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이는 민주노총을 가장 잘 이해 못하는 시각"이라며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그걸 뛰어 넘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그런 주장을 하는 보수언론들이 또 어떤 때는 '민주노총 너희들은 너희만을 위한 싸움밖에 더 했느냐'고 비판하는 등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며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언론개혁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의료개혁·통일운동 등 사회적 이슈에 있어 산하 단체와 함께 사회 개혁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 파병철회를 위한 단식농성에도 불구하고 파병은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다.
"파병 철회와 직권중재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 단식농성을 시작했지만 당장 이 두 문제를 결판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주요 투쟁 목표로 파병철회를 내세우자고 조합원들이 결정했고 그에 따른 투쟁을 벌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군수물자를 실은 배가 부산항을 떠났고 병사를 실은 비행기도 곧 떠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파병철회를 목표로 내세웠던 단체의 대표로서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책임을 느낀다.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파병을 철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엄청난 책임감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했는데도 노무현 정부가 고집 피워서 파병을 하는 구나'라고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단식농성이) 어찌 보면 나를 괴롭히는 일이지만 최소한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의지가 꺾인 것이 아니라는 완강한 모습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군수물자가 가고 병사가 가더라도 끝까지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왜 파병반대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렇다. 과반수가 넘는 국민이 파병을 반대하고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허위성이 드러났음에도 노무현 정권이 계속 한미동맹과 국익을 내세워 파병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심리적 체념·포기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 그룹이라도 자기 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 단식 농성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한다면 운동 '실패'로 인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바라만 봐야 되는가. 우리는 지금 국가권력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몸으로라도 막아보겠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지만 정부는 파병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음 투쟁으로 이어갈 새로운 결의라도 다져야 한다.

이렇게 싸웠음에도 파병을 강행한다면 운동의 '실패'라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반성도 하겠다. 실패에 대한 책임과 자책감이 클 것이다. 특히 조직을 대표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라도 지도부가 반성을 해야 다음 투쟁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번에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지만 현재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상황이다."

- 파병반대 집회에서 현 정부의 퇴진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식의 논란은 올바르지 않다. 물론 정권과 여당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굉장히 전략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 번 전략을 결정하면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전술들이 달라지고 제약되는 요소들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퇴진을 구호로 내세운다면 그 순간부터 대화는 끊어지는 것 아닌가. 퇴진을 주장하면서 만나서 대화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권퇴진 주장이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 지금은 파병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노 대통령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아직은 있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파병철회를 해내는 게 중요하지 정권 퇴진 구호가 중요한 게 아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 파병에는 반대하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로 파병 반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지지층이 있다.
"전쟁을 막고 파병을 철회하는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전 인류적이고 역사적 문제다. 진정 노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지자라면 노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을 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은 아플지 모르지만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게 오히려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다.

파병은 옳지 않은데 노 대통령이 그것을 추진하기 때문에 내가 파병반대를 주장하지 못한다면 안 된다. 정말 한 차원 높여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을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낸 '역사의 죄인'으로 안 남게 하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

항간에는 결국 이라크 파병이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입장이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노 정권에게 이라크 파병은 엄청난 족쇄가 되거나 아니면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미 한번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국제 정세가 자꾸 바뀌고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그에 맞춰 새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지자들이 도와줘야 한다."

-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왜 노동단체가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느냐고 지적하는데.
"그게 바로 민주노총을 이해 못하는 시각이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그걸 뛰어 넘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행동해 왔다.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와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적을 하는 보수언론들은 또 한편으론 '민주노총은 너희들만 편하려고 하는 싸움밖에 더했느냐'라고 공격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언론개혁·교육개혁·의료개혁 등 여러 이슈들을 함께 다룰 것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임금·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투쟁과 함께, 이제는 어찌 보면 더 중요하게 된 우리의 과제이자 목표가 될 것이다."

- 이라크 파병 관련 민주노총의 향후 계획은.
"민주노총은 하반기에도 이라크 파병철회를 주요 목표로 내세울 것이다. 사실 상반기에는 선거와 임단투 등으로 파병 문제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말로 조합원을 교육하고 대국민 선전활동을 전개해 대중적 동참을 이끌어 내겠다. 이라크파병반대 국민행동과 함께 상반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과 일반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를 포함한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들은 파병철회가 옳다는 신념 아래 이를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나는 그 집행 책임자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파병철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통령에게 정말 간곡히 부탁한다. 파병 문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달라. 진정한 국익이 어디 있는지 긴 안목을 가져달라.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문제, 남북 평화·신뢰 구축 문제가 파병과 별개의 것이 아니다. 파병 문제를 자주적으로 돌파해야 그 국민의 힘으로 노 대통령의 정치적 부피와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라크 파병과 관련 어떤 방법으로든지 파병철회하는 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하게 요청한다.

국민들께는 한 번 옳다고 생각한 일이라면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말고 끝까지 행동해 달라는 부탁을 전한다. 그게 바로 우리 자신과 사회를 사랑하는 일이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다. 행동함으로써 국민의 의지를 보여달라."

▲ 이수호 위원장의 단식농성이 7일째를 맞고 있다. 아직까지 건강상 무리는 없으나 무더운 날씨로 인해 주위의 우려를 사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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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2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호 위원장 얘기는 어디까지 믿어야하고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 ...

릴케 현상 2004-07-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balmas 2004-07-2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길게 말하기는 좀 그런데 ... 뭐랄까, 말하고 행동이 잘 안 맞는다고 할까 ...
단식 한번 안한 주제에 파병철회를 위해 단식하고 있는 사람보고 이런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오마이뉴스]

 

중앙일보 '정운영'을 애도함

[손석춘 칼럼] 과연 진보는 부패했는가

 


▲ 중앙일보 7월28일자 중앙일보 27면 '중앙시평'.
ⓒ2004 중앙일보 PDF

정운영.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하지만 1990년대 그는 대표적인 '진보논객'이었다. 적잖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사로잡기도 했다. 기실 그렇게 된 데에는 <한겨레>의 '기여'가 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에게 고정칼럼을 '제공'했던가.

정 위원이 <한겨레>에 불쾌감을 드러낸다는 말도 더러 들리지만, 기실 1988년 창간한 <한겨레>의 16년 동안 정 위원에 견줄만한 '특혜'를 받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가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당혹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은 글을 쓰길 기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따금 예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의 칼럼은 대부분 뒤틀려 있었다. 딴은 <한겨레>에 고정칼럼을 연재할 때도, 그의 현학적인 뒤틀림이 사내 일각에서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었다.

정 위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까닭

그럼에도 정 위원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까닭은 적어도 그의 '몫'이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28일자 <중앙일보>에 쓴 "반동의 반동은 반동을 부른다"를 읽으며, 더 참는 것은 논객 '정운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보수 못잖은 진보의 부패"라는 작은 제목이 붙은 글에서 정 위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과거에는 정권이 간첩을 만들어내고 전향을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소에서 장기수를 때려죽이는 천인공노의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시는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고 추후의 피해 배상으로는 모자라서 민주화 유공자라는 월계관까지 씌워야 하는가.

과거에는 공안 기관이 반정부 인사를 죽이고 증거를 없애버리는 인면수심의 패악을 부리기도 했다.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간첩 혐의 복역자가 조사하지 않으면 의문사 조사가 불가능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과거의 군사 독재 정권들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법적으로 문제없음을 사회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개혁이 새로운 반동의 빌미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 위원에 따르면 '반동의 빌미'를 진보세력이 주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반동의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은 지금 정 위원이 몸담고 있는 <중앙일보>다. 아니 반동을 부추기고 있다.

보라. 비전향 장기수가 엄연한 민주공화국에서 고문으로 살해당했는데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에 대한 분노는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배상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민주화유공자라는 월계관'까지 씌워야 하느냐고 정 위원은 개탄한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일과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일까지 구분 못할 만큼, 그의 정신이 벌써부터 혼미해진 것일까.

'애도'를 그는 '매도'라고 읽을지 모르겠지만

간첩혐의 복역자가 꼭 조사해야 하느냐며 다그치는 대목에선 과연 이 글을 쓴 사람이 '정운영'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수구신문의 마녀사냥에 맞선 의문사위의 해명을 거두절미해 인용한 뒤 언죽번죽 말한다. "과거 군사 독재 정권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위원은 진보가 부패했다고 비난한다. "학창에서 진보를 외치던 누가 지금 고관이 되어 리무진을 타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진보의 부패가 보수의 부패 못지 않다는 사실만은 보도를 통해 보아왔다. 지식인 얘기도, 판사 얘기도, 위원회와 기금 얘기도, 노조 얘기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물론, 나도 '리무진 탄 진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진보를 대표하지 않는다. 오늘 한국의 진보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더위 아래 노동자들과 학생 그리고 진보정당이 단식을 해도 여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바로 중앙일보를 비롯한 부자신문들의 외면 탓이다. 게다가 수구세력은 터무니없이 국가정체성 논란을 벌이고 있다. 저들의 작태를 비판하기는커녕 그 소동을 일으키는 신문에 글을 쓰며 진보를 부패했다고 몰아치는 정 위원의 모습은 섬뜩하다. 하물며 반동의 빌미를 준단다. 그래서다. 정 위원에 묻고싶다. 참으로 '부패한 진보'는 누구인가. 혹 자신이 아닌가.

오늘 정 위원을 '애도'―그는 '매도'라고 읽을지 모르겠지만―하는 마음은 쓸쓸하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타락할 때 그 잘못을 지적해줄 후배를 '각오'하고 있다. 그때 후배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면, 미련 없이 절필할 것을 약속드린다.
다음은 28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정운영 논설위원의 '중앙시평' 칼럼 전문이다....편집자 주


[중앙 시평] 반동의 반동은 반동을 부른다


대학 시절 신문을 같이 만들던 선후배들이 한해에 서너 번 만나는 모임이 있다. 과거사 한담이 무료하던 차에 누가 불쑥 정치 문답성 재치 문답을 시작했다. 좌우를 각각 10단계로 나눌 때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 있으며,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4년 뒤에는 어디쯤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거의 만장 일치로 지금 좌경화 3~4단계에 들어섰다고 했으며, 임기 동안 좌경이 1~2단계 심화되리라는 전망이 현상 유지나 완화 전망보다 앞섰다.

*** "좌경 심화될 것" 전망이 앞서

내 차례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별 생각없이 현재는 우경화 3단계 이상이고, 정권 말에는 5단계쯤 될 것이라고 했더니 씨익 웃지들 않는가. 누구한테 어깃장을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평소 느낀 대로 털어놓았을 뿐이다. 촛불시위로 좌파와 우파가 갈리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보낸 쌀로 연명하는 상대가 두려워 군비를 증강하는 판에 좌경이라니 참말로 턱도 없는 소리다. 이런 소신의(?) 나한테 위의 '여론 조사' 결과는 정말 의외였다.

근래의 '좌경 협심증'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로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래 좌경 기준이 자유로워졌다. 소련이라는 사탄이 사라졌으므로 다른 적을 '만들어' 악역을 맡기려는 것이다. 악한 조작은 극우와 극좌가 익힌 생존 원리의 하나이기도 하다. 클린턴 행정부가 좌파 정권 명부에 오르고, 영국 노동당이 미국 민주당의 진보성을(!) 공부한다니 개그로 치면 세계 토픽감이다. 국내에도 이런 바람이 불어서 소도 웃을 일에다 마구 좌파 상표를 갖다 붙인다.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진보와 보수를 꺼내는 판국이니.

둘째로 최초의 충격에 대한 과잉 반응이 있다. 민노당 원내 진출이니, 의문사 조사니, 해외 파병 반대니, 미군 기지 반환이니 이런 일들은 전례가 없어서 합리적인 대응 이전에 덥석 겁부터 나는 것이 사실이다. 전교조를 빨갱이라고 여기던 극우파가 여전히 귀찮고 짜증나지만 그래도 함께 살 수밖에 없다고-들어보니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더라고-생각을 돌리는 중이라면 미지의 사태에서 느끼는 공포와 걱정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셋째로 좌파의-좌파로 불리는 세력의-미숙한 처신이다. '미국의 좌파와 우파'(살림.2003)라는 책에서 이주영 교수는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를 자처하던 68세대 '신좌파'가 고위 공직에 앉아서는 "좌파처럼 생각하고 우파처럼 생활하는" 리무진 진보주의자(limousine liberals)로 변신했다고 썼다. 지식인은 베트남에서 죽은 병사들을 비웃고, 판사는 유죄 입증이 어렵다며 범법자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정부는 문화진흥기금으로 하느님을 모독하는 전위 예술가를 지원하고, 노조 간부는 '노동 귀족'이 되어 조합비를 낭비했다. 당연히 반격을 불렀다. '신우파'는 포퓰리즘 운동을 펼치고 '극우파'는 무기를 들었다.

학창에서 진보를 외치던 누가 지금 고관이 되어 리무진을 타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진보의 부패가 보수의 부패 못지않다는 사실만은 보도를 통해 보아왔다. 지식인 얘기도, 판사 얘기도, 위원회와 기금 얘기도, 노조 얘기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우파에 대한 반동으로 신좌파가 나오고 그 반동으로 다시 극우파가 나온다면, 즉 반동을 반동으로 막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과거에의 한풀이일 뿐 개혁이 아니다. 그 반동의 고리는 우파든 좌파든 현재의 집권 세력이 끊어야 한다.

*** 보수 못잖은 진보의 부패

과거에는 정권이 간첩을 만들어내고 전향을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소에서 장기수를 때려죽이는 천인공노의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시는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고 추후의 피해 배상으로는 모자라서 민주화 유공자라는 월계관까지 씌워야 하는가. 과거에는 공안 기관이 반정부 인사를 죽이고 증거를 없애버리는 인면수심의 패악을 부리기도 했다.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간첩 혐의 복역자가 조사하지 않으면 의문사 조사가 불가능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과거의 군사 독재 정권들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법적으로 문제없음을 사회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개혁이 새로운 반동의 빌미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운영 논설위원

2004/07/28 오전 11:57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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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운영 씨 같은 분의 행보가 "모두 헛것이다!"라는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것 같아요.

superfrog 2004-07-2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무슨 소린지 어려워 죽겠는데도 정운영씨의 여름방학 한양대 경제학 특강을 들으며 기분 좋아하던 때가 있었어요.. 퍼가서 다시 곱씹어 잘 읽어봐야 겠습니다..

balmas 2004-07-2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운영 선생의 합리성을 믿는 편인데, 이 칼럼은 무슨 뜻으로 쓴 건지 잘 납득이 안가는군요. 뭔가 대응이 있겠죠. 한번 기다려보는 수밖에 ...
 


2004년 07월 27일 (화)
제 2622 호
발행처 : 인권운동사랑방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신고하세요?

법무부 캠페인 벌여…이주노동자단체, "감시와 편견 조장, 인권침해" 반발

법무부가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 방안으로 '국민 신고'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이주노동자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와 차별이 우려된다.

지난 19일부터 노동부, 중소기업협의회, 경찰 등 관련기관을 동원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 '신고'를 홍보하고 나선 법무부는 신문, 방송은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국민 여러분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노동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공동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 적발 신고에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한다는 대국민 담화문 발표까지 했다. 법무부는 "내달 17일부터 시행될 고용허가제 정착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무부의 미등록이주노동자 '색출 작전'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단체의 지적이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양혜우 대표는 "지금과 같은 단속추방으로는 16만 명에 이르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고용허가제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무엇이든 안 할 수 없으니까 이처럼 비합리적이고 반인권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며 질타했다. 양 대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신고의 대상으로 삼는 정부의 방침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편견을 부추길 것"이라고 염려했다.

특히 법무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직접 단속하는 방식에서 이들을 고용한 기업주를 단속하는 방향으로 전환, 기업주의 신고를 강화하는 한편 이주노동자의 취업기회를 원천봉쇄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은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증가와 함께 이들을 사회의 음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에 아시아의친구들,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등으로 구성된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23일 성명을 내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통해 숙련된 이주노동자 고용을 원하는 다수 고용주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방침이며, 단속추방의 두려움 속에 이주노동자들이 죽음을 택하는 안타까운 일들의 반복을 불러 올 것"이라고 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7만9천명 정도의 신규인력 유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법화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금지 등의 독소조항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는 상황에서 신규 이주노동자 역시 정부의 단속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양혜우 대표는 단속·추방과 같은 실효성도 없는 정책 끝에 '대 국민 신고' 홍보까지 나서는 정부의 반인권적이고 단기적 대응을 비난하며 "현재 국내 거주하는 16만 명의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인 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고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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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무부가 자신의 정책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지요.
전향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할 의지는 없고, 단속의 실효는 없고, 정책대로라면
새로 8만명 가까운 이주노동자를 유입해야 하고 ... 어쩌자는 건지, 원 ...

릴케 현상 2004-07-2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회사 주변에 밥먹으러 가는 길에만 매일 네댓명 만나는데-_-

MANN 2004-07-3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국민 인권침해 캠페인을 벌이는 정부라니... -_-

balmas 2004-07-3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인권은 추상적 이념이기 전에 정치적 쟁점이지.
 

오늘자 한겨레 기사입니다
아 벌써부터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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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폐인’생긴다‥하루 17시간씩 일주일
[한겨레 2004-07-25 17:58]
[한겨레] 교육방송 ‘1회 국제 다큐페스티벌’
출품작 종일방송

텔레비전에서 하루평균 17시간씩 1주일간 다큐멘터리만 방영한다면 그것도 케이블 등 유료방송의 다큐전문채널이 아니라 지상파에서 시도한다면 무모하지 않다면, 무언가 대단한 의미가 있지 않은가 교육방송이 8월30일부터 9월5일까지 1주일간 기존편성을 아예 무시하고 ‘다큐방송’으로 끝장보기를 선언했다. 교육방송은 이 기간중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 캔 번스(미국) 베르너 헤어조그(독일) 등 세계적으로 유명감독 작품 등 국내외 30여개국 130여편의 다큐멘터리가 참가하는 ‘제1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출품작 대부분을 방송한다는 것이다. 교육방송쪽은 아침 7시30분~10시30분 어린이 시간대를 제외하고 아침 6시부터 새벽 1시 너머까지 일주일간 최대 7200분 다큐방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교육방송은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도 출품작을 방송하기 위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8월 30일~9월 5일 30여국 130작품 출품‥
지상파로는 세계적 유례없어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축제가 여럿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행사를 주최하고 참가작을 일주일간이나 대대적으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축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고석만 교육방송 사장은 밝혔다. 그렇다면 교육방송은 왜 정규방송을 포기하면서까지 영화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다큐멘터리에 목을 매는가 고 사장은 이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북방한계선 문제,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실체 등 오늘날 한국사회는 어느때보다 진실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실속에 진실을 찾는 작업인 다큐멘터리 정신은 커뮤니케션이 필요한 한국사회에서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방송은 오락일변도 아닌가 교육방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의 방송 풍토에 일대 경종을 울리고 싶다. 다큐멘터리는 공영성의 상징이자 실체라면 교육방송은 공영성의 향도 노릇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행사는 ‘변혁하는 아시아’란 주제 아래 다큐단체로부터 추천받아 참신성과 혁신성이 돋보이는 12편을 선정해 경쟁부분에 올려 대상(1만5천달러 수상) 최우수상 2편(각 1만달러) 등 수상작을 가릴 예정이다.

참가가 확정된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스트로는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보다 더 존경을 받는 미국의 캔 버스를 비롯해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이자 1972년 <아귀레, 신의 분노>로 전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베르너 헤어조그,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으로 국내에서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란의 국민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이다. 교육방송은 애초 <화씨 911>을 개막작으로 하기로 하고 마이클 무어와 협상에 들어갔으나 지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몸값이 10배 이상 올라 결국 초청을 포기했다고 한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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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상호군축 대화 제안할때

최근 서울을 방문했을 때 제각기 정치적 입장이 다른 그토록 많은 한국인들이 언제일지도 모를 장래에까지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매우 놀랐다.

아무튼 나는 북한이 이젠 1950년처럼 장기침략전을 펼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고 말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미군 재배치와 감축 계획들에서 보듯 미국 국방부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북한의 위협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한국에 주둔하고 싶어할까?

미 국방정보국(DIA)과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에 있는 비밀 전자감시시설을 이용한 대중국 첩보행위를 계속하길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 주한 공군과 육군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왜냐하면 한국은 갈수록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이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며 따라서 주한미군 존재가 장기적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좀더 일반적인 반응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고, 1997년 아이엠에프 사태에서 보듯 국제금융기관들로부터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 종식이 한국인들을 불안하게 하는 진짜 숨겨진 이유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얘기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그것은 미군 주둔과 한-미동맹이 한국에 주고 있는 막대한 경제적 보조금 효과다. 이 보조금은 한국이 조기 통일로 가는 과감한 선택을 미룰 수 있게 만들고, 따라서 일반예산과 군사예산 어느 쪽에 더 우선권을 둘지를 선택하는 것도 머뭇거리게 만든다. 미군 주둔은 주한미군이 없었더라면 한국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대규모 국방비 지출을 위해 들어갔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는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려 주한미군이 제공해주고 있는 현 수준의 안보를 유지할지, 아니면 북한과 상호 군축 협상을 통해 화해와 통일을 달성하는 쪽을 택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보조금이 없다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 제공해온 재래식 국방전력을 대체하는 데만 현 국방예산을 2~3배 늘려야 한다.

미국은 매년 평균 20억달러에 이르는 주한미군 주둔에 따르는 직접 비용 외에도, 한국 방위와 관련된 동아시아와 서부 태평양 배치 미군전력 유지비용으로 매년 400억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한국이 미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쿠션을 당연한 걸로 생각하는 한, 한국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된 궁극적인 통일 전단계로서의 (낮은 차원의) 연방국으로 갈지 여부를 굳이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 국방비의 상당 부분은 거대한 군산복합체로 간다. 약 80개의 방위산업 계약자들이 150여곳의 공장에서 약 350가지 종류의 군사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군 수뇌부와 손잡은 이 강력한 이익집단은 군사비 지출을 늘리도록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줄일 수 있는 자주국방력에 대해 너무 막연히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을 이롭게 하고 있다.

미군 철수에 대해 한국은 1991년 마련된 남북기본합의에 따른 북한과의 상호군축을 위한 대화 재개 제안으로 대처해야 한다. 91년 합의된 남북공동군사위원회는 핵위기로 한번도 가동되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의 최우선 고려 사안이 돼야 한다. 한국에서 상호군축에 반대하는 군산복합체가 있듯이, 북한에도 노동당 강경파와 결합된 군산복합체가 있다. 평양의 강경파에게 군축은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경제적 문제가 군사 지출을 줄이도록 압박해왔으며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이 준비가 되면 상호군축에 참여할 자세가 돼 있다고 지난 4월 (내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들었다. 대조적으로 남한은 국민총생산(GN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매우 적어서 북한만큼 감축 압력이 크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성산업공단 건설을 추진하고 서해 충돌을 피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촉진시킨 공로가 있다. 그러나 그는 북-미 양국만의 조약을 일관되게 고수해온 과거 입장을 바꿔 종전과 남북한 및 미국간의 3자 평화조약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북한의) 역사적인 5월6일 선언을 조속한 대북 관계개선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포착하는 데는 실패했다.

서울은 평양, 워싱턴과의 대화를 병행하면서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핵 협상 진전도 가속시킬 것이며 김 위원장을 정상회담장으로 끌어낼 것이다. 그것이 휴전상태의 지속으로 가로막힌 군축회담의 장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쓴 평화협정 추진을 겁내는 듯하다. 그는 이 협정이 미국의 한반도 개입 반대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우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평화조약이 군사정전위원회, 유엔군, 기타 한국전쟁의 잔재를 종식시킨 뒤에도 남아 있을 한-미 상호안보조약에 의해 운용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 있는 미군기지와 장비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고려해볼 때, 양쪽이 합의한다고 해도 미군 철수를 완료하는 데는 몇년이 걸릴 것이다.

곧 출간 예정인 <한국의 수수께끼>의 저자들인 보수적인 케이토연구소의 테드 갤런 카펜터와 더그 밴도는 4년에 걸친 미군의 일방적인 철수를 주장했다. 그들은 일단 철수 사실이 발표되면 “국방비 증액을 정당화할 만큼 (상황이) 위협적이라고 느끼면서 그런 부담을 기꺼이 감수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한국민에게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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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27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서 어제(월) 책이 입고되었다고 전화가 왔으니까,
이번 주 안에는 서점에도 배포가 되겠죠.
[법의 힘] 출간을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분들께는 정말 면목이 없군요. ㅎㅎㅎ (쑥스러운 웃음 ... )

aporia 2004-07-2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문지에 전화를 해 보니까 낼모레쯤 서점에 나온다고 하네요. 한 가지 부탁 말씀! 친구한테 이 책을 선물하려 하는데, 혹시 선생님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러면서 저도 해 주시면 더욱 좋구요... 사실 전부터 그런 책을 보면 무척 부러웠는데, 가까이서 저자/역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고 또 별로 사인받고 싶은 사람도 없고 그랬거든요... 물론 제가 아는 분이 지하철에서 만난 정운영 선생처럼, '저는 핑클이 아닙니다'라고 하신다면, 할 수 없겠습니다만... 괜찮으시다 그러면 담에 책 두권 들고 찾아갈께요. 부디 허락해 주시길!

balmas 2004-07-2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사인해주는 게 뭐 힘들다구.
1000권을 할 것도 아닌데 ...
정운영 선생은 자기가 핑클보다 더 인기있다고 생각했나 보죠, 뭐 ... ㅋㅋㅋ(농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