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 'MD 벨트' 뜨나

[심층분석 : MD와 한국의 선택 -상] 한국, 고래싸움 새우 될판

 

정욱식 기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한반도 안팎에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방어체제(MD) 관련 무기체계 및 조직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의 안보 지형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MD의 1차적 목표물이 되고 있는 북한은 물론이고, MD를 21세기 자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6~2008년경에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이 지금부터 치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한국에 추가로 배치될 예정인 PAC-3
ⓒ2004 미국과학자협회
최근 미국의 주한미군 재편 계획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MD에 있다. 미국은 이미 작년 8월 말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을 추가로 배치한 것을 비롯해, 현재 오산·수원·군산에 모두 48기(6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올 가을에 광주광역시에 추가로 PAC-3와 PAC-2 등 16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현재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계획이 완료되면, 주한미군은 모두 64기(8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된다. 64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가운데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PAC-3의 수량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개 포대에 PAC-2는 4기를, PAC-3는 16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64기의 패트리어트 가운데 PAC-3는 40~50기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PAC-3가 200기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미국이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근접 폭발 방식'을 채택한 PAC-2는 주로 신형 전투기 요격에,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를 채택한 PAC-3는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사용되며 사거리는 70km이고 고도 24km 내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론'이다.

미국은 한국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과 함께,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고 불리는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를 이미 배치했다. 한미연합사에는 'CJTMOC'라는 기구를 만들어 MD 작전 교리를 개발해 오고 있으며, 을지포커스 렌즈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을 포함시켰다. 또한 올해 9월에는 최첨단 전투체계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을 동해에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관련 무기체계의 배치 및 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 및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전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전방 배치된 주한미군 병력이 일부 감축되고 나머지는 오산·평택기지로 후방 배치 되면 주한미군은 북한의 막강한 장사정포 사정거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만 무력화시킨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군사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선제공격 능력을 배가시키는 것과 함께, MD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과 MD

미국의 한국 MD 배치 계획과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나라가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겠다"는 이른바 미국의 '군사 수위전략(military supremacy strategy)'이다. 여기서 어떤 나라란 바로 중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21세기 미국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다른 나라와 동맹관계를 맺는 것을 예방하면서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에 군사 기지를 확보하고, 이라크와 중앙아시아 등에 있는 에너지원을 사전에 장악해 중국을 압박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경우, 중국에 대해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은 한미동맹 재조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에게 북한 방어 작전의 부담을 넘기면서 주한미군을 '기동군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육군 비중을 줄이면서 해공군력과 정보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처럼 미국이 대중국 봉쇄 및 무력 개입의 전초기지로 한국을 삼고 있다면, 중국 역시 한국 내에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근 중국이 한국을 겨냥해 미사일 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대중국 군사전략의 차원에서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이에 맞서 중국이 한국 내에 있는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배치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서부의 'MD 벨트'

▲ 9월에 동해에 배치될 예정인 이지스함
ⓒ2004 미국과학자협회
이와 관련해 미국의 패트리어트 부대가 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 등 한국의 '서부' 쪽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동북아 기동군으로 재편하면서 중국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오산·평택을 동북아 기동군의 중추기지로 삼고 군산 공군기지를 계속 잔류시키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들 기지를 북한이나 중국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산·평택 및 군산에 있는 미군기지와 이를 방어할 MD 기지가 들어서는 광주, 수원 등이 중국의 1차적인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21세기 자국의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MD를 뽑고 내부적으로 핵미사일 전력을 강화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미사일의 수를 크게 늘리는 한편, 미국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미사일 개발에도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미국 주도의 MD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탄두 미사일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현재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약 120기의 핵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MD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대만 문제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공군력에 있어서 결코 대만보다 우세에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중국은 대만의 독립 의지를 꺾는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미사일'을 삼아 왔다. 그런데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가 구축되면, 한편으로는 대만의 독립 의지를 부추기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 위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MD를 갖게 되면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억제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안간에 무력 충돌 발생시 가장 중대한 변수는 미국의 개입 여부이다.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군사적 억제력이 사실상 미사일밖에 없는 중국으로서는 MD를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미중간에 MD 문제를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MD 전초기지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주한미군의 동북아 기동군화 및 한국의 MD 전초기지화를 막지 못하면,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강화'가 우리의 유일한 생존 전략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이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얼토당토 않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양국을 상대로 한 '균형외교'와 양국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예방외교', 그리고 양국의 충돌시 한국이 희생양이 되지 않는 '독자외교'를 지금부터 마련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강화'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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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모모 > [경향] ‘종교자유’ 시위 고교생 퇴학당했다

‘종교자유’ 시위 고교생 퇴학당했다
[경향신문 2004-07-08 19:08]
“고등학생에게도 종교의 자유를 달라”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던 서울 ㄷ고 3학년 강의석군(18·전 총학생회장)이 결국 학교에서 제적됐다.

강군은 8일 오전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학교에 등교했으나 시험 도중 불려나가 학교 징계위원회로부터 제적통보를 받은 후 퇴교조치당했다. 강군은 이에 반발, 오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예정이며 참교육학부모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학교측은 “강군이 제적된 것은 사실이나, 제적 이유나 학교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각 학교의 학칙에 따른 행정처분에 교육청이 간섭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학교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시교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수업시간외 예배 참여 강요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ㄷ고의 사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군은 지난달 16일 학내방송을 통해 ‘종교자유 선언’을 한 이후 학교측으로부터 수차례 전학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7일에도 시험시작 10분 전에 교감으로부터 ‘13일까지 전학을 가겠다, 기말고사 기간 중 교내외 시위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당했으나 서명을 하지 않아 기말고사 응시를 거부당했다.

강군은 제적통보를 받은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글을 올려 “제적당할 경우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위 말씀에도 학교측이 최종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내려줄 것이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학교라는 공간조차 부조리함으로 가득차 있고 믿지 못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상담실장은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 너무도 당연한 종교의 자유를 요구했을 뿐인데 시민단체들이 강군의 제적을 막아내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청소년 공동체 ‘희망21’ 연미림 간사도 “제적은 학교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한 폭력적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법원에 학생부당징계 가처분 소송을 내는 한편,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또 종교자유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 1인시위를 벌여나갈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내 289개 고교 가운데 종교재단 소속은 52개다.

〈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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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참, 결국 그렇게 됐군요 ...
아무런 도움도 돼주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뭔가 도와줄 방법을 찾아봐야겠군요.
 

 

김선일 충격과 이라크 사태

 

삶을 향해 절규하는 고 김선일씨의 마지막 모습은 일본에서도 되풀이 방영됐다. 같은 아시아인이며 비슷한 상황에 있기 때문인지 일본 사회도 충격과 더불어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주도의 ‘유지연합’(有志聯合)의 일원으로 파병한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이제 누구라도 테러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라크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지 않는 한, 더 큰 비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주말의 참의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일본 사회도 테러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선거 사흘 전에 열차 폭파 테러가 일어난 스페인의 악몽에 대한 경계다. 전철역마다 삼엄한 경계태세가 펼쳐지고, 중동이나 남아시아 계의 외모를 한 외국인에 대해 집중적인 검문도 행해지고 있다. 안전이라는 명목 아래 벌어지는 인권 침해가 별다른 저항이나 비판도 없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우려다.

“일본 정부는 3명의 인질을 구출했는데 왜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이고 수수방관했는가” 당연한 문제제기다. 보도된 것 이외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초기 대응에는 많은 의문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일본의 인질사건과 김선일씨의 경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일본인 인질의 경우는 팔루자의 저항세력의 행동이었다. 당시 미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던 팔루자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미군의 공격을 중지시키려는 명백한 현실적 목표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질 살해를 위협하면서도 국제 여론과 일본 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교섭’에 응하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인 인질사건도 하나의 계기가 되어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둘러싸고 국제적인 비판이 고조되고 ‘휴전’이 일단 성립됐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에 반해 김선일씨를 살해한 그룹은 알카에다 계열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인질의 잔혹한 살해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국제 사회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전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섭’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시효과를 노린 살해 그 자체가 인질로 삼은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큰 비극, 나아가 한국 내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라크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새로운 체제의 형성을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테러의 위협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반복하는 것도, 이라크에서 즉시 철수하라는 주장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길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은 문제 해결의 수단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이며,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 지금 이라크에서 각 국이 전면 철수할 경우, 수습하기 어려운 혼란과 분쟁이 뒤따를 것도 거의 확실하다.

사실상의 미군 점령체제를 대신할 명실상부한 국제적 지원체제를 형성하는 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각 국이 연계한 외교노력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시점이다. 궁극적으로는 유엔의 주도 아래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중동 이슬람 각 국, 나아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립적’이며 중동지역과 호의적 관계를 유지해온 한·중·일 등 동아시아가 포괄적으로 관여하는 체제 구축이다. 우리 정부도 또한 일본도 이제까지 이라크 전쟁에 대한 협력을 에너지 확보나 대북정책 등 너무나 좁은 ‘국익’ 차원에서만 설명하고 행동해 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공통의 과제로서 이라크의 부흥과 안정이라는 새로운 시각과 실천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이종원/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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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08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부가 못하면 시민들이 나서서 해야죠. 동아시아 평화연대의 구축은 정말 절실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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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통령은 물러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노무현 퇴진' 구호와 다시 부르는 '너흰 아니야'

 

이봉렬 기자

 

지난 탄핵 정국 당시 광화문에서 가장 널리 불렸던 노래는 노래 운동가 윤민석이 만든 '너흰 아니야' 였습니다.

'채권에 사과상자에 이제는 아예 트럭째 차떼기로 갈취하는 조폭들'과 '천황을 위해 죽으라 전두환이 영웅이라 선동하고 찬양했던 찌라시’를 향해 ‘나라를 걱정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던 그 노래는 당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하고픈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 낸 가사와 익숙한 가락 덕분에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격이 없는 자들에 의해 결정된 대통령 탄핵은 기각되었고, 대통령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거리에서 외친 '민주수호' 구호가 현실이 되었다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전 다시 이 노래를 부릅니다. 전에는 ‘그래도 너흰 아니야’로 시작하는 노래의 뒷부분을 말하고 싶어 이 노래를 불렀지만, 지금은 ‘너희들의 말’인 앞부분을 말하고 싶어 이 노래를 부릅니다. ‘너흰 아니야’를 이야기 하기 위해 내세운 역설 정도로 여겼던 노래의 앞 부분이 이제는 더 이상 역설로 여겨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 너희들이 말하는대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할지도 몰라 / 일가친척 측근 가리지 않고 검은돈 받아 챙겼을지도 모르지 / 노동자 농민은 죽음으로 외치고 서민은 카드빚 때문에 목을 매는 / 이 개같은 세상 거꾸로 된 이 나라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서민들 스스로 제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목을 매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목을 매는 것을 못 막는 정도가 아니라 그토록 ‘살고 싶다’며 절규하던 제 나라 국민의 목숨도 챙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죽음의 땅에 우리 군인 3000명을 보내겠다는 주장도 꺾지 않고 있습니다.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동안 ‘대통령은 물러나야 할지도 몰라’라는 가사가 자꾸만 목에 가시가 됩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습니다.

전 한 때 노사모 회원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개혁당이 만들어 질 때 지역에서 당원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무슨 위원이라는 감투를 쓰고 당원들을 모으고 연락하는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는 노란 티셔츠 차림에 회사에서, 거리에서 희망돼지를 나눠주는데 앞장을 서기도 했습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게 어떻게 진보냐?"는 벗들의 질책에 "세상을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진보다"라는 변명을 늘어 놓으며 ‘국민참여운동본부’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가 '대통령은 물러나야 할지도 몰라'라는 대목을 되뇌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광화문에서도 '노무현 퇴진'구호가 논란거리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논점을 흐린다'고도 합니다. 파병은 반대하지만 노무현 퇴진이라는 구호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선일씨를 살릴 수 있고,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우리나라가 전범국이 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노무현 퇴진' 역시 고려의 대상에서 빠질 이유가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진퇴 여부보다는 이 나라 국민의 안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논점을 흐리는 것은 '노무현 퇴진' 구호가 아니라, 그 구호에 시비를 거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현실성 없는 것으로 치자면 파병을 통해 국익을 도모하겠다는 것만한 게 있겠습니까.

탄핵정국이나 총선기간 동안, 심지어 지자체장 보궐선거기간 동안에도 제 휴대폰에 수 많은 참가 독려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때론 노사모의 이름으로, 때론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하지만 이번 파병반대 집회기간에는 단 한건도 날아들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그들이 보여준 열심은 이 나라를 위한 게 아니라, 서민들의 삶을 위한 게 아니라, 다만 노무현 개인을 위한 것이었던가요.

제가 노사모에 가입했던 것은 노무현 개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노무현이 만들고자 한 이 나라의 모습이 제가 바라는 모습과 닮아서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집권 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제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파병 결정은 제가 더 이상 그를 사랑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너흰' 아니지만, 우린 맞습니다. 우리는 제 나라 국민의 목숨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퇴진을 이야기 할 자격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섰던 사람들일수록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어 버린 지금의 노무현을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주거나, 지금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역설로만 이해했던 ‘대통령은 물러나야 할 지도 몰라’라는 구절에,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파병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퇴진’이라는 현실성 없는 구호에 공감하게 될 겁니다. 파병에는 반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촛불을 들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전범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서도, 이 나라를 위해서도, 우리 모두는 파병반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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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0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씨를 지지하는 분들이 모두 이런 각오로 파병철회에 나서준다면, 정말 파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 좀더 힘냅시다. 화이팅!!!

비로그인 2004-07-0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은 물러나야 할지도 몰라’라는 가사가 자꾸만 목에 가시가 됩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습니다.

이 말은 노무현 개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소위 개혁과 진보를 원하는 사람들 모두가 지금쯤 느끼고 있기 때문에 씁쓸할 말입니다. 아직도 노무현'만'을 믿는다면 그것은 외사랑이지요.
참으로 위기의 시기입니다. 시계는 거꾸로 돌려져서는 안되고, 간신히 잡고 있는 주도권(?)의 끈은 놓쳐서는 안되지만 선봉에 세운 위인은 모자라기 짝이 없는 그런 시기. 말이나 조심하고 얌전히나 있어준다면 고맙겠습니다만, 오늘도 한 마디 하더군요.

balmas 2004-07-0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우당이 앞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건 그들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그저 그들이 자신들의 판단과 행위의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하고 강제할 뿐입니다.
 
 전출처 : 수수께끼 > 금동반가사유상.....백제것인가? 신라것인가?

금동반가사유상....그 힘없는 미소를 머금은 금동반가사유상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반가사유상은 비슷한것이 우리 나라의 국립박물관에 2개, 그리고 일본의 국보 1호로 지정된 일본 고류지(廣隆寺)에 있는 목조반가사유상 등 현재까지 알려진것은 모두 3개 입니다. 그런데 3개의 반가사유상이 모두 제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먼저 유사한 형태이면서도 결코 같은것이 아니라는 점이며, 두번째는 3개 모두의 정확한 출처를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양식적 특성으로도 유사한 형태의 불상이 나타나지 않는 관계로 다른 불상과 비견하여 결정하기 어려운 입장으로 문헌이나 출처를 근거로 하여 어느시대의 조성물인가를 판단해야 하지만 그 마저도 일관성이 없어 지금은 그저 삼국시대의 반가사유상이라고 명기하여 이 불상의 출처로 인한 갑론을박을 애써 피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국립박물관에 보관중인 국보 제 78호(좌)와 국보 제 83호(우)로 지정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입니다. 좌측 불상의 높이는 83.2cm,우측 불상은 93.5cm로 우측 불상이 10cm가량 높이가 높습니다. 이 두개의 비슷한 반가사유상을 자세히 눈여겨 보신다면 똑같은것 같으면서도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이 두 불상의 미술사학적 고찰과 아울러 출처에 관한 문헌과 관계자의 증언, 그리고 일본 국보 1호로 지정된 목조반가사유상에 관하여 각각의 특성을 설명하므로써 어느 시대의 불상으로 판단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나름대로의 기준을 설정하실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과연 백제의 불상인가? 또는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여 신라불상으로 봐야 하는가? 일본의 불상을 일본인들은 비조시대의 불상으로 바득바득 우기고 있는데 과연 그들이 주장하듯 정말 일본 불상일까?  아니라면 우리의 두 개의 불상과 매우 비슷한 양식이어서 우리것인데 일본으로 건너갔던가, 또는 적어도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나라 사람이 제작한 것인가? 에 대한 고찰을 해 보는것도 바람직할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와 일본 사이에 문화교류의 커다란 쟁점이 되고 있는 실정으로 아직도 결판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각각의 불상이 갖는 미적 감상기준은 어디에 있는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옷을 입은 단정한 불상과 웃옷도 훌러덩 벗어버린 불상....과연 이 불상은 어느시대의 불상일까요?  앞으로 2차례에 걸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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