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 님에 대한 세번째 답변

지난 번 요구한 대로 로쟈 님은 긴 답변을 써주었다. 로쟈 님의 우정에 깊이 감사한다. 특히 로쟈 님의 답변이 매우 비타협적이라는 점에서, 그의 우정은 더욱 감사하게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다. 차이와 갈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정, 그 우정이야말로 상상적인 동일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 우정이 좀더 정확한 독해와 평가에 근거한 것이었다면, 더 가치 있고 유효한 것이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의 우정은 의지에 그친 게 아닌가 한다. 그에게 답례 우정을 베풀기 위해서는 적어도 인식론적 측면과 정세적 측면에서 답변을 해야 할 텐데, 정세적인 문제들에 대한 답변을 위해 그가 제시하는 인식론적 논의들에 대한 검토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내가 보기에 그의 인식론적 논거들은 얼마간 막연한 상투어들의 나열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논의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는 감성적으로는 지나치게 비장한데 인식론적으로는 좀 막연한, 또는 무딘 편이다. 예컨대 “‘더 좋은 세상’(=당신들의 천국)을 만들고자 하는 (숭고한) ‘혁명’(혹은 ‘정권퇴진운동’)”이라는 등식이 성립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정세적인 문제들에 관해 몇 가지 지적하는 것으로 그치겠다. 나의 우정의 부족함을 용서하시길. 

첫째, 로쟈 님의 답변에서 당혹스러운 건 그가 나를 윤리주의자의 범주에 집어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 또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AP 통신의 보도와 관련된 나의 태도를 윤리적인 것으로 재단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노무현 정부에게 화가 나지만, 나는 “노무현 정부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라는 글에서 나의 개인적인 도덕적 분노를 거의 표현하지 않았다. 내가 제기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도덕적으로 잘못이므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했으므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이 아니다. 나는 이 거짓말(노무현과 미국이 어떤 식으로 사실을 은폐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므로, 정확히 말하면 외교부의 거짓말)이 객관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나의 주관적인 도덕적 판단을 제시한 게 아니라, 이 도덕적 쟁점이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지, 어떤 정치적 파장을 미칠지 예상하고 평가해본 데 불과하다. 그러니 나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왜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 balmas 님의 ‘분노’”라고 말할까? 나는 그 글에서 내가 도덕적으로 분노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전혀 없는데 ...

  또 하나 당혹스러운 건 그의 일반론이다. 그는 말한다. “모든 정부가 거짓말한다, 거짓말하지 않는 정부가 어디에 있는가?” 누가 뭐라고 했는가?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또 그는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알다피시 거짓말이 ‘발각’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했는가? 그런데 발각되지 않았는가? 거짓말임이, 적어도 외교부의 거짓말임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게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반동세력에서 이 문제를 물고늘어질 것이라고, 또는 이 문제를 최대한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열심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말했을 뿐이다. 실제로 AP 통신 문의 여부에 대해 외교부가 시인을 한 바로 그날 밤, 열린 우리당에서는 외교부장과 국정원장 경질론이 대두되었다. 외교부장관은 그렇다치고 누구도 국정원장이 이 문제에 연루되어 있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열린 우리당 스스로 당내 회의에서 국정원장 경질론을 제기했다(이는 국내 주요 일간지에 모두 보도된 사실이다). 이걸 보고 도둑 제발 저린다고 하지 않는가?

  더 당혹스러운 건 “『조선일보』는 “이게 정부인가?” 따위의 말을 할 자격도 권리도 없다”는 로쟈 님의 말이다. 누가 뭐라고 했는가? 『조선일보』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이런 말을 실제로는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큰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너희들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도덕적으로 일갈하는 것보다 그들의 자격 없는 발언이 정치적으로 어떤 계산에 근거하고 있고 어떤 효력을 미칠지 따져보는 게 더 현실주의적인 게 아닌가? 그러니 나는 당혹스럽다. 내가 윤리주의자인가 로쟈 님이 윤리주의자인가? 왜 내가 (로쟈 님이 분류하는) 윤리주의자의 범주에 들어가야 하는가? 왜 내가 『조선일보』와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고 노무현 씨를 공격하려 한다(로쟈 님의 첫번째 답글 중에서)는 황당한 중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둘째, 나는 로쟈 님이 현재의 정세에 관해 일말의 지식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는 “모든 사안마다 <프레시안>과 더불어 <조선일보>의 입장을 검토하고자 하는, 정세분석의 유력한 근거로 삼고자 하는 ‘열의’가 나로선 ‘부조리’하게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게 부조리한지 잘 모르겠다. 사태를 좀더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여러 세력의 입장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닌가? 도덕주의 (또는 혁명주의) 입장에서 벗어나 좀더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사태를 보려면 말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신문 하나라도 좀더 꾸준히 정독해야 할 듯하다). 그는 말한다.  “그래서, ‘중도보수’로서의 열린 우리당보다 먼저 손봐줘야 할 건 ‘수구세력’으로서의 조선일보이고 한나라당이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인가?” 한번 물어보자. 현재의 정세에서 수구세력으로서의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을 먼저 손보는 건 어떻게 가능한가?

이라크 파병강행에 대해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열린 우리당이 동의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테러응징론과 국가간의 약속의 중요성을 파병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열린 우리당에서는 현재 이라크 전투병 파병 동의안을 검토 중에 있고, 이런 열린 우리당의 ‘전향적 자세’에 대해 조선일보와 조갑제는 격찬하고 있다. AP 통신 사태로 불거진 김선일 씨 진상 조사에 대해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은 국정 조사에 동의하고, 그 대상을 외교부 직원과 이라크 주재 대사관 직원에 대한 조사로 한정하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어제 사설에서 진상 조사 촉구를 비판하면서 외교부 직원의 노고에 대해 국민들이 너무나 모른다고 질책하면서, 파병반대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요컨대 진상 조사 축소와 파병철회론 배제에 대한 열린 우리당, 한나라당, 조선일보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의 ‘공조’를 통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29일 재적의원 2백86명 중 찬성 1백21표, 반대 1백56표, 기권 5표로 부결됐다. KBS 뉴스는 시민들의 성난 반응을 내보내고, 열린 우리당은 비난이 빗발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매우 도덕적으로).

몇주 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열린 우리당이, “당이 내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 마디에 부랴부랴 취소하고 원가 공개 불가 방침을 내세웠고, 한나라당은 분양 원가 공개를 주장했다.

2주 전부터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행정 수도 이전에 관한 논쟁인데, 열린 우리당은 이전을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 및 (이명박이 시장으로 있는) 서울시는 천도론을 내세우며 이전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게 최근 몇주 간 일어났던 중요한 정치적 쟁점들이다.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파병에 관한 문제이다. 자 그러니 로쟈 님께서 어떻게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먼저 손볼 수 있는지 말씀해주길 바란다.

  내가 볼 때 로쟈 님은 정치적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고, 현 정세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는 분이다(그건 그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가 내 글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내가 혁명주의자=윤리주의자처럼 비쳤기 때문인데, 아마도 정치에 대한 그의 유일한 관심은 수구보수세력을 경멸하기, 혁명주의자들을 냉소하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앞에서 말했듯이 윤리주의자가 아니며, 오히려 내가 보기에 윤리주의자는 로쟈 님이다.

그러면 나는 혁명주의자인가? 한 마디로 말하면 나는 혁명주의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말 두 가지 길만 남은 것 같습니다. 하나는 부시와 국내외 수구세력의 손아귀에서 꼭두각시로 놀아나는 노무현 정부를 바라보면서 그 고통을 모든 국민이 감내하든가, 아니면 그에게 궁극적 책임을 묻고 그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리든가.”라는 나의 주장은, 칸트식 어법으로 말하면 일종의 가언판단에 가까울 것이다. 곧 끝내 노무현이 파병을 철회하지 않고 국내외 수구반동세력과 동맹을 맺는다면, 그러면 노무현을 끌어내려서라도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그렇게 하려고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혁명주의자의 주장인가? 마르크스주의 용어법대로 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변혁하자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헌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뜯어고치자는 것도 아니고, 파병을 강행하는, 국내외 수구반동세력과 동맹을 추구하는 정권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니, 이 파병 때문에 국민들과 우리 민족이 입게 될 피해를 두고볼 수 없으니, 이 파병으로 인해 이라크 민중들이 입게 될 피해를 묵과할 수 없으니, 이 파병 때문에 부시의 대 이라크 정책이 탄력을 얻고 그 결과 어떤 형태로든 부시의 재집권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으니, 정권퇴진운동을 벌여서라도 파병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혁명주의자의 주장인가? 오히려 이는 정치학에서 시민불복종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그런 식의 혁명이 있다는 건 나로서는 금시초문인데, 아는 게 있으시면 좀 가르침을 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로쟈 님은 파병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파병에 반대한다면, 파병을 강행하면서 부시 및 조선일보, 한나라당과 같은 국내외 수구반동세력과 객관적 동맹을 맺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읍소해야 하는가? 그래도 그들이 파병을 강행한다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저런 조롱투의 구절들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고 싶지만, 로쟈 님 말마따나 이렇게 객담을 주고받을 만한 여유가 없어서 이 정도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재답변은 얼마든지 환영하는데, 앞으로는 엉뚱한 중상과 지루한 여담 대신 실제의 논의에 기반하여 본론만 주고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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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제 글 "노무현 정부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에 대한 로쟈 님의 반론, "정치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1-6)에 대한 저의 제반론입니다. 로쟈 님의 반론은 로쟈 님의 서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포월 2004-06-3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머리와 감정이 복잡해지는군요...

balmas 2004-07-0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방향으로 정리가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군요.
 
 전출처 : 조선인 > 버스 하차ㅣ 단말기 체크를 빨리 하라

"대중교통요금, 손해보고 타지 맙시다."   내일 7월 1일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가 확 바뀐다. 더불어 지하철·버스 등의 대중교통 기본요금도 인상된다. 각종 할인혜택도 사라진다. 장기 불황으로 얇아질 대로 얇아진 지갑,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최단 노선을 찾아라   지하철·버스를 연계한 최단 거리 이동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 바뀌는 교통요금 체계에서는 30분 내에 환승하면 기본요금을 한번만 내고, 환승시에도 총 이동거리 10㎞까지는 800원만 내면 된다. 이동한 거리별로 요금이 책정되니 모르고 돌아가면 돌아간 만큼 추가요금을 더 내야 한다. 서울시 홈페이지(bus.seoul.go.kr)나 수신자 부담 안내전화(080-800-5656)를 활용해 일단 최단 노선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버스 하차시 단말기 체크를 빨리 하라   버스요금은 승차시에 일단 과금되고 환승할 경우 하차시 단말기에서 이동거리·환승여부 등 정보를 종합해 다시 돌려준다. 이때 조금 미리 체크하면 10㎞ 이상을 이동하더라도 기본요금인 800원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버스로 8㎞ 가고 다시 지하철로 2.1㎞를 이동할 경우 총 이동거리는 10.1㎞로 기본요금 800원에 5㎞마다 추가되는 100원을 더해 900원이 정상요금이다. 하지만 처음 버스에서 100m만 일찍 하차 단말기에 체크하면 총 이동거리가 10㎞가 돼 기본요금인 800원만 과금된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체크했다가 30분 내에 환승하지 못하면 다시 기본요금을 내야 하니 지나친 잔꾀는 금물이다.

  #교통카드를 쓰자   교통카드를 써서 할인되는 금액은 없지만, 현금을 낼 때는 추가요금이 50·100원씩 붙는다. 또 현금을 낼 때는 종전처럼 환승할 때마다 요금을 내야 한다. 서울시는 새 교통체계에 맞춰 티머니카드를 도입했다. 하지만 기존의 충전식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겸용 후불식 교통카드도 2008년까지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 티머니카드는 보급형과 고급형이 있는데 각각 1,500원과 2,500원을 내고 구입해 1,000원 단위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정액권 사용을   6월 말부터 종전의 정액권은 사라지지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정액권은 당분간 계속 발매돼 환승할 필요가 없는 대학생의 경우 20% 할인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또 어린이(6∼12세)와 청소년(13∼18세)은 티머니카드를 구입, 티머니 홈페이지(T-money.co.kr)나 콜센터(1644-0088)에 등록하면 각각 50%와 20%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무료환승 시간간격을 잘 이용하라   간단한 볼일을 보는 경우 30분 내로 일을 처리하고 버스나 지하철로 환승하게 되면 기본요금을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 총 이동거리가 10㎞ 이내일 경우에는 기본요금만으로 오고가는 차비가 해결된다. 21시 이후에는 무료환승 시간간격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난다.

  #환승에도 제한이 있다   무제한으로 가능하면 좋겠지만, 단말기가 인식할 수 있는 용량의 한계로 4번까지 환승해 총 5회까지 탑승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은 통합요금 계산시 한번만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지하철-버스-지하철-버스' 또는 '지하철-지하철' 식으로 이동했을 경우, 두번째로 이용하는 지하철부터는 새로 기본요금을 내야 한다.

  #광역버스는 환승하면 손해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으로 들어오는 광역버스의 경우 무료환승이 안된다. 종전대로 갈아탈 때마다 요금을 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역버스의 경우 거리비례제인 통합요금제로 과금하면 요금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어쩔 수 없이 종전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또 서울 도심을 드나들지만 경기도에 등록된 버스도 이번 개편에 포함되지 않아 종전대로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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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29일 (화)
제 2603 호
발행처 :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위, 전원위 회의서 '파병' 논의

인권단체, '인권의 이름으로 할 말 하라' 촉구

정부에 ‘생명’과 ‘인권’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목소리가 시급한 지금, 국가인권위원회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논의가 ‘비공식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위원들 개개인의 의견이 오고간 이날의 간담회 이후 인권위는 ‘정책국에서 추가 조사하여 다시 보고’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이라크 파병 철회 입장’ 발표를 요구해 온 인권단체들는 지난 23일 김창국 위원장과의 면담에 이어 전원위원회 회의가 진행된 이날 회의실 밖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인권위가 “인권의 이름으로 정부와 국회에 파병철회를 권고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 30여 개 인권단체들이 모인 인권단체연석회의(아래 인권회의)는 “인권위가 이라크에서의 전쟁범죄로 인한 참혹한 인권유린에 대해 침묵했으며, 위원회의 권고(지난해 3월 인권위가 발표한 반전․평화․인권 선언)가 정부와 국회에 의해 무시되는 상황을 방치했다”고 비판하고 “인권 옹호를 존립의 근거로 삼는 위원회의 이런 행태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회의는 인권위 위원들에게 전달한 의견서에서 △정부와 국회에 파병철회를 권고할 것 △고 김선일 씨 죽음을 둘러 싼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가 자체 조사해 발표 할 것 △파병 문제의 반인권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것 등을 요구했다.

피켓시위에 참여한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활동가는 “파병은 이라크인과 한국인 모두의 생명과 관련된 중대한 인권사안”이라며 “인권문제에 있어 인권위가 정치권의 눈이 무서워 의무를 저버리고 할말을 못한다면 이것은 직무유기”라고 경고했다.
[고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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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인권위원회가 하루빨리 침묵을 깨고 자신의 소임을 다해 주기를 바랍니다.
 


"'정당성 위기' 직면한 노무현 정부"

홍기빈의 '현미경과 망원경' <17> 파병의 성격과 대가를 제시해야

   

김선일 씨 피살 이후 현재 한국의 국가가 처한 상황은 '정당성 위기'이다. 이를 풀기 위해 정권은 다음의 문제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우선 밝히고 다시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은 전투병 파병인가 비전투병 파병인가.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국민들의 가능한 희생과 위험은 정확하게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 '정당성 위기'에 직면해
  
  "주권자"란 무슨 의미인가.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Carl Schmitt)의 대답은 이러하다. "주권자란 예외적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는자이다." 보통의 일상에서 국가 권력이란 철저하게 규정과 법에 따라 규정되고 집행되는 기계적 절차적 과정이다. 그런데 혁명이나 쿠데타 등의 '예외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국가 정책의 정당성이란 그러한 법전이나 행정 절차가 아니라 오로지 나라의 진정한 주인 즉 주권자가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할 때에만 확보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고 비상 사태에 대한 정책 결정에서 주권자의 명시적 의지 표명이 결핍된다면 이는 즉각 '정당성 위기'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민주 공화제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또 3천명 규모의 '참전'이라는 행위가 바로 그러한 보통의 법과 절차를 넘어선 주권자의 의지 표명이 필요한 '예외적 상황'의 대표적인 예라는 것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누누히 지적된 바와 같이, 그 파병 결정의 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지 표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정부는 조직적 체계적으로 차단하였고, 의회는 예산도 파병지도 법적 근거도 모호한 전대미문의 '백지 파병안'을 통과시켰음을 우리는 목도하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노무현 정부는 선거를 통해 정당한 절차로 로 만들어진 정부이다. 따라서 그 정부의 파병 결정은 당연히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다"라고. 그렇지 않다. '파병'이란 행정부와 입법부의 독단과 파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상의 사안이 아니라, 충분한 심사숙고를 거친 주권자 국민들의 명시적 의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한 '예외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독단과 파격이라는 점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치명적 오류가 정부와 의회에게 있다. 파병의 성격과 그 댓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모호하거나 그릇된 정보를 주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라크 상황이 '안정되어' 있으며, 여기에 보내는 한국 군대는 건설과 의료를 주로하는 "평화적 비전투병"이라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국민들은 파병의 성격이 갈등과 분쟁이 가라앉은 지역의 복구를 위해 "다리 지어주고 예방 주사 놓아주는" 평화적인 우호 사절단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라크 파병을 놓고 주권자인 국민들이 심사숙고와 명시적 의사 표명의 기회를 빼앗기고도 정부의 결정에 피동적으로 침묵하고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내놓았던 그런 정보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상황 진전은 그러한 전제를 모두 뒤집고 있다. 첫째, 이라크 전황은 전혀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둘째, 한국군의 파병의 성격은 김선일씨와 같은 민간인의 생명조차 앗아가는 대단히 위험한 것임이 밝혀졌고, 여당의 유시민 의원은 지금 와서는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 국민 전체가 "콜레라와 같은 질병"을 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셋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한국의 파병이란 순수한 평화적 지원 재건 부대도 아니었으며 또 국민들에게는 김선일씨 피살과 같은 위협이 계속 따라오게 되는 성격의 것이었다는 점 또한 안영근 의원의 "파병 증강론"과 "국민들은 테러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칼 슈미트의 지적대로 정당성 위기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은 필연적인 귀결이라 하겠다.
  
  정당성 위기의 대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늦은 감이 있지만 시급히 다음을 시행해야 한다.
  
  첫째, 지금이라도 이라크 파병 부대의 정확한 성격과 그로 인해 국민들이 감수하고 준비해야 할 대가와 비용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를 통해 국민들이 심사숙고할 만한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그러한 심사숙고의 시간을 가진 후 국민들이 이 파병이라는 '예외적 상황'에 대하여 명시적인 의사 표명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상적인 형태로는 정책에 대한 국민 투표(referendum)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심사숙고의 과정 속에서 적절한 방식은 찾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위기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부와 여당이 파병을 강행한다면 현재의 정당성 위기는 계속 심화될 것이다.
  
  근대 국가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괴물 [레비아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홉스조차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주권자가 전쟁에 출전할 것을 명할 경우, 본인이 전쟁에 나가고 싶지 안다면 뇌물을 써서 면제를 받거나 아니면 국외로 도망쳐도 무방할 것이다." 하물며 주권자가 아닌 정부 여당의 독단으로 생명과 위험을 감수하라고 한다면 누가 따를 것인가. 그 정당성 위기의 궁극적인 대가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이며 그 크기가 어떨 것인가야말로 위정자들이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몫이다.

   
 
  홍기빈/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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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씨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는 파병동의안이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처리되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고 이 난리냐고 반론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불과 석달 전에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결의안이 합법적으로 처리되었는데, 노사모를 비롯한 일부 불순분자들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이지요.
홍기빈 씨의 글은 현재의 문제가 지니고 있는 심각성을 법학적, 정치학적 차원에서 "중립적으로" 잘 분석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정권퇴진운동 벌이겠다"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서 파병 철회 촉구 미사

 

김태형/권우성(caesar97) 기자  

 

▲ 28일 저녁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수녀·신도 100여명이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경찰의 과잉진압 사과와 이라크 파병철회를 촉구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종로경찰서장이 농성자들 앞에서 과잉진압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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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28일 밤 10시 20분]

천주교 사제단 "정권 퇴진운동 벌이겠다"

▲ 미 대사관앞에 촛불을 들고 서 있는 시민.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 대사관 정문에서 촛불집회를 벌이던 사제관들은 밤 9시 농성을 풀고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시위 현장으로 이동했다.

종로경찰서장은 김선일씨 추모 미사 후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시위 현장으로 이동 도중 발생한 사제단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오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미 대사관 집회를 마치며 김영식 사제단 총무 신부는 "더 이상 노무현 정권이 민중과 서민의 편이 아니라는 게 김선일씨 사건에서 드러났다"며 "사제단은 부도덕하고 국민의 안녕에는 관심이 없는 노 정권의 퇴진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구체적인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오늘(28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김 신부는 밝혔다. 참석한 신부들은 "문제제기이자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정권퇴진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이 이동한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집회 현장에는 400여명의 학생·시민들이 참석해 정부의 파병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문규현 신부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밤 9시30분께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주권이양일을 28일로 앞당긴 것은 그만큼 현지 상황이 악화됐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지금 주권이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괴뢰정부'를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떠나는 그 순간이 바로 이라크 주권이 회복되는 순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도 "파병불가피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파병불가피론'을 적극 내세우고 있는 것은 파병 여론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민주노동당은 모든 당력을 기울여 파병결정을 철회시키겠다"고 말했다.


▲ 촛불을 든 한 신부가 즉석에서 A4용지에 '부시대통령이야 말로 진짜 테러리스트다'라는 고 김선일씨의 발언 내용을 매직으로 써서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 수녀가 이라크 추가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신 : 28일 밤 8시40분]

경찰, 촛불집회장으로 이동할 것 요청... 사제단 "미대사관 앞에서 촛불 들겠다"


사제단의 갑작스런 미 대사관 정문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이 당황하고 있다. 경찰은 몸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김일회 교수의 부상에 대해 사과하면서 사제단에게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집회 현장으로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제단은 교보문고 앞 촛불집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미 대사관 앞에서 계속 촛불집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양측간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경찰이 사제단에게 차량 출입문 부분이라도 비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제단은 비켜줄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경찰은 사제단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제단 입장이 완강해 강제 해산 등의 물리적 조치가 우려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진압을 위한 완전무장을 갖추고 대기 중이다.


[2신 : 28일 저녁 7시 30분]

신부·수녀들, 미대사관 정문 앞에서 '연좌 촛불농성'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고 김선일씨 추모·파병철회 촉구 미사를 올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및 관계자 100여명은 미대사관 정문을 가로막고 '촛불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열린시민공원에서 오후 6시30분경 미사를 마치고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합류하기 위해 미대사관 앞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 건물 앞에서 경찰이 이들의 행진을 저지해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 미대사관에 내걸린 성조기 부근에서 철모를 쓴 미군병사가 시위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성조기는 레이건 전 미대통령의 사망 이후 반기로 내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과정에서 인천에서 온 김일회(가톨릭대 신학과 교수) 신부가 손가락을 다쳐 병원으로 갔고, 사제단 등은 경찰의 무력 진압에 항의, 사과를 요구하며 미 대사관 정문 앞에서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곧바로 촛불을 켜들어 연좌농성은 '촛불 집회'로 변했다.

이들은 A4용지에 매직으로 'Bush getout Iraq' '김선일을 살려내라' '이라크 추가파병 취소하라' '서희제마부대 철수하라' 등의 글을 써서 즉석 피켓을 만들고 있다.

미대사관 정문 앞 연좌농성장에서 문규현 신부는 "미국 앞에서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노 대통령의 잘못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미 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시작한다"며 "성직자로서 민족의 자존심을 살리고 죽은 김선일을 위하는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또한 "2002년 대선 직전, 미선이·효순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이 바로 저 앞에서(광화문) '더 이상 성직자가 이런 일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 노 대통령이 국민을 버렸다. 김선일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 미 대사관 앞에서 김선일의 호소를 대신 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대사관 건물에는 레이건 사망 때부터 성조기가 조기로 걸려있다. 성조기 깃대 안쪽에는 철모를 쓴 미해병대 군인이 근무서는 것이 보인다.

[1신 : 28일 저녁 7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고 김선일씨 추모 미사


▲ 28일 오후 5시 40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 광장에서 열린시민 공원에서 '고 김선일씨 추모 및 파병철회 촉구 미사'를 드렸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28일 오후 5시40분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 공원에서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고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미사를 올렸다. 문규현 신부가 주재한 이날 미사에는 신부·수녀·신도 150여명이 참석해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은 "고 김선일씨는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억울하게 희생됐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김씨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그의 죽음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파병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문 신부는 "김선일씨의 죽음은 아픈 역사의 현실"이라며 "이러한 불의한 역사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이라크 파병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론에 나선 조명연 신부(인천교구 갑곶성지)는 "김씨의 죽음을 힘없는 민족의 슬픔과 눈물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며 "행복의 시작을 가로 막고 있는 '파병'이라는 글자를 우리가 치워내자"고 호소했다.

김인국 신부가 낭독한 선언문에서 사제단은 "정부는 이번 이라크 파병을 재건을 위한 평화적 파병이라고 하나 이라크 민중이 원하지 않는 도움이라는 점은 이번 김선일씨 피살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다"며 "굳이 이번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해서라면 정부는 민간 평화재건 인력을 파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익'을 위해서라도 파병을 해야 한다는 정부·여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제단은 "남의 불행에 편승하는 부끄러운 이기심"이라며 "훗날 한반도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에 각국이 국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경우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향후 파병반대국민행동과 함께 김선일씨 추모와 파병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함께 펼쳐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날 미사에는 신부, 수녀, 신도 등 150여명이 참석해 정부의 조속한 파병철회 결정을 촉구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다음은 이날 사제단이 발표한 선언문 전문이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출애 20, 13)

최근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은 우리 민족의 세계사적 운명을 다시 반성하게 해줍니다. 강대국들의 세계구상을 고려하여 국익을 결정해야 하는 정부의 현실적인 고뇌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닙니다. 하지만 종교인의 양심과 인류애의 가치에 비추어 볼 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차 이라크 파병결정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비극적 전쟁이 끝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 슬픔이 그칠 줄 모르는 오늘, 미국이 내세운 이라크 침략의 명분에 동의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피가 피를 부르고, 보복이 더 참혹한 보복을 불러 결국에는 모두가 죽음에 이르고 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남의 불행에 편승하는 부끄러운 이기심에 다름 아닙니다. 물론, 재건을 위한 평화적 파병이라고 하나 이라크 민중이 원하지 않는 도움이라는 점은 이번 김선일씨 피살에서도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던 우리 겨레가 이민족의 땅에 군대를 파견한다면, 훗날 한반도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외침에 대해서도 아무런 항변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 또한 침략 앞에 국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국민들은 지난 베트남 파병의 불행한 과오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제들은 아직도 귀에 쟁쟁한 "제발 살려 주세요!"라던 김선일씨의 울부짖음에서 아벨의 애원을 들었습니다. 참혹한 죽임을 당한 김선일씨의 주검 앞에선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 9)고 묻는 하느님의 절규를 듣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간절한 호소를 다시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과 불쌍한 동생 아벨의 호소에는 귀를 막고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파병을 선동하는 사람들의 완고한 마음을 보며 카인의 눈빛을 괴롭게 떠올립니다.

과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올바른 것입니까? 우리는 오늘 우리의 선택이 세계사의 내일을 결정하리라는 예감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이번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해서라면 정부는 민간 평화재건 인력을 파견해야 마땅합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이미 1차 파병을 통해 표명되었으니, 이제는 전 세계 인류와의 관계를 생각하여 파병 대신 민간 재건단을 파견해야 옳습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국권이 제대로 서고, 이라크에는 그들이 스스로 키우는 민주주의의 싹이 트고, 미국도 인류사회에 올바로 기여할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지금이라도 김선일씨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그의 죽음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과감하게 파병을 철회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인간의 양심을 이토록 이기주의와 폭력 앞에 굴복시킨다면 이 나라에 과연 어떤 장래가 있겠습니까?

2004. 6. 28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2004/06/28 오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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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9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올바른 것입니까? 우리는 오늘 우리의 선택이 세계사의 내일을 결정하리라는 예감을 갖고 있습니다."
정말 가슴에 절절히 와닿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