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쎈연필 > 몸을 잿더미처럼 뒤지며

늘 부드러운 얼굴로
도란도란 얘기하는 그의 입에서
말 대신에 철조망이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가 해서
눈을 감았다 다시 떠보았지만
여전히 그의 입에서는
국수공장 분틀에서 뽑혀나오는 국숫발처럼
줄줄 철조망은 밀려나오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영영 썩지도 않고 녹만 벌겋게 슬어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거칠게 내뿜어진 철조망 다발이
가는 데마다 산같이 쌓여 있고
사람들은 그 틈에서 서로 싸우고 찌르고 가로막고 피흘리며
마냥 허우적거리다 쓸쓸히 죽어가는 것이었다

                                       이동순,「철조망 세상」


외로운 네가
허공을 향해 조선낫을 휘두를 때
흰옷 입은 우리들은 아리랑을 불렀다
사랑과 집념을 위해
아니 그보다는 한맺힌 네
슬픔과 기다림의 절정을 위해
너는 낯선 땅 힘센 미국 선수의
빛나는 부와 프론티어 정신 앞에
덜그럭거리는 조선맷돌 하나의 힘으로
네 슬픔의 마지막 절정 위에 큰칼을 씌웠다
돈이 많은 나라
자국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과 포탄을 쓰는 나라
우리들은 오늘 그 나라 대통령이 원하는
레바논 전쟁에 우리들의 꿈을 팔 것인가 생각하고
아침 저녁 TV는 우리들의 희망 위에
또 한겹 두터운 포장지를 씌우겠지만
너는 부서질 줄을 알고
너는 너의 슬픔의 한없는 깊이를 알고
너는 너의 사랑의 겸허한 목소리를 알고
너를 기다리는 사립문 위
어머니의 오랜 박꽃까지 알면서도
덜그럭거리는 조선맷돌 디딜방아 한 방으로
이 낯선 힘센 나라의 콘크리트
벼랑 위에 부딪쳐 쓰러지는구나
사랑이 많은 나라
그리움이 깊어 속살 푸른 가을하늘의 나라
득구, 너의 고향 북한강에 지금은
늦가을의 골안개 희게 흩어지고
네가 싸운 미국땅 부러우면서도
아무런 부러움도 남길 것 없는 타인의 땅을 생각하며
우리들이 세워야 할 힘센
사랑과 희망의 푸른 그날을 위해
오늘 네 쓰러진 머리 힘빠진 목줄기에
네 어린 날 검정고무신짝으로
네 고향 북한강 푸르디푸른 그리움의 강물을 쏟는다

                                               곽재구,「김득구」

 

며칠째 석양이 현해탄 물구비에 불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닻을 내린 거룻배 위에는
저승의 뱃사공 칼롱의 은발이
석양빛에 두어 번 나ㅡ부ㅡ끼ㅡ더ㅡ니, 동서나북
금촉으로 부서지며 혼비백산
숲에 불을 질렀습니다.
으ㅡ아, 솔바람 불바람 홀연히 솟아올라
둘러친 세상은 넋나간 아름다움
넋나간 욕망으로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아세아를 건너지른 <오그덴 10호>가
현해탄에 당도한 건 바로
이때입니다.

오그덴 10호는
몇 명의 수부들을 바다 속에 처넣고
벼락을 때리며 외쳤습니다.
오 아벨은 어디로 갔는가
너희 안락한 처마밑에서
함께 살기 원하던 우리들의 아벨,
너희 따뜻한 난롯가에서
함께 몸을 비비던 아벨은 어디로 갔는가
너희 풍성한 산해진미 잔치상에서
주린 배 움켜 쥐던 우리들의 아벨
우물가에서 혹은 태평 성대 동구 밖에서
지친 등 추스르며 한숨짓던 아벨
어둠의 골짜기로 골짜기로 거슬러오르던
너희 아벨은 어디로 갔는가?
믿으의 아들 너 베드로야
땅의 아버지 너 요한아
밤새껏 은총으로 배부른 가버나움아
사시장철 음모뿐인 예루살렘아
음탕한 왕족들로 가득한 소돔과 고모라야
너희 식탁과 아벨을 바꿨느냐
너희 침상과 아벨을 바꿨느냐
너희 교회당과 아벨을 바꿨느냐
독야청청 담벼락과 아벨을 바꿨느냐?
회칠한 무덤들, 이 독사의 무리들아
너희 아벨은 어디에 있느냐

너희 고통을 짊어진 아벨
너희 족보를 짊어진 아벨
너희 탐욕과 음습한 과거를 등에 진 아벨
너희 자유의 멍에로 무거운 아벨
너희 사랑가로 재갈물린 아벨
일흔 일곱 날 떠돌던 아벨을 보았느냐?
아흔 아홉 날 한뎃잠을 청하던 아벨을 보았느냐?

이제 침묵은 용서받지 못한다
돌들이 일어나 꽃씨를 뿌리고 바람들이 달려와 성벽을 허물리라
지진이 솟구처 빗장을 뽑으리라
바람부는 이 세상 어디서나
아벨의 울음은 잠들지 못하리

오 불쌍한 아벨
외마디 소리마저 빼앗긴 아벨을 위하여
나는 너희 식탁을 엎으리라
나는 너희 아방궁을 엎으리라
나는 너희 별장을 엎으리라
나는 너희 교회당과 종탑을 엎으리라
소돔아 너를 엎으리라
고모라야 너를 엎으리라
가버나움아 너를 엎으리라
예루살렘아 너를 엎으리라
천사야 너도 엎으리라
깃발을 분지르고 상복을 입히리라
생나무 마른 나무 함께 불에 던지고
바다더러 산 위로 오르라 하리라
산더러 너희 위에 무너지라 하리라
바람부는 이 세상 어디서나
이제 침묵은 용서받지 못한다
울지 않는 종은 입에 칼을 물리고
뛰지 않는 말은 등에 창을 받으리
날지 않는 새는 뒷축에 밟히리
뒷날에 참회는 적당치 못하다
너희가 쫓아 버린 아벨
너희가 쫓아 묻어 버린 아벨
너희가 쫓아 묻고 부인한 아벨
너희는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시치미뗀
아벨의 울음 소릴 들었느냐?
금동이의 술잔에 아벨의 피가 고이고
은소반의 안주에 아벨의 기름 흐르도다
촛노잉 녹아 흐를 때 아벨이 울고
노랫가락 높을 때 아벨이 탄식하도다

오 불쌍한 아벨을 찾을 때까지
나는 이 세상 어디든 달려가
너희 잔치상과 보신탕을 엎으리라
너희 축복과 토룡탕을 엎으리라
너희 개소주와 단잠을 엎으리라
돌들이 일어나 옥답을 일구고
지진이 솟구쳐 평지 풍파 일으키리라
바람더러 주인이라 주인이라 부르리라

너희의 어둠인 아벨
너희의 절망인 아벨
너희의 자유인 아벨
너희의 멍에인 아벨
너희의 표징인 아벨
낙원의 열쇠인 아벨
아벨 아벨 아벨 아벨 아벨……

그때 한 사내가
불 탄 수염을 쥐어뜯으며
대지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ㅡ우리가 눈물 흘리는 동안만이라도
주는 우리를 용서하소서

다음달 신문은
오그덴 10호가
현해탄의 대기권을 완전히 떠나갔다고
보도했습니다.

                                           고정희,「이 시대의 아벨」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
이북 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8·15후에 김병욱이란 시인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 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 대학에 다니면서 사년 동안을 제철 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 여사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왕립지학협회회원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로
화하는 극적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무단통행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외국인의 종놈, 관리들뿐이었다 그리고
심야에는 여자는 사라지고 남자가 다시 오입을 하러
활보하고 나선다고 이런 기이한 관습을 가진 나라를
세계 다른곳에서는 본 일이 없다고
천하를 호령한 민비는 한 번도 장안 외출을 하지 못했다고……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패러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 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 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
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 대한민국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ㅡ제3인도교의 물 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 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김수영,「거대한 뿌리」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김수영,「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알 수가 없다
내가 자꾸 무덤 곁에 오게 되는 이유
무덤 가까이에 몸을 둬야
겹겹의 모래 구릉 같은 하늘을 이고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
무덤처럼 형체를 갖는 이유

그러나, 알고 있다, 오늘도 나는
내 봉분 하나 넘어가지 못한다
새들은 곳곳에서 찢긴 하늘처럼 펄럭이고
그들만이 유일한 출구인 듯 눈이 부시다

알 수가 없다
무덤만 있는 이곳에 멈춰 있는 이유
막막함을 구부려 몸 속으로 되밀어넣으며
싱싱했던 것들이 썩는 열기를
느끼고 있는 이유

사람들이 몇 줄 글로 남겨놓은
비문을 찾아 읽거나
몸을 잿더미처럼 뒤지며
한 생명이 곁에 있다

                                            조은,「무덤을 맴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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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조선인 > 파병 입장 불변 발표가 그렇게 중요하니?

3시가 좀 넘자 신랑이 강제로 컴퓨터를 껐다.

그 후에는 망연자실 TV를 봤다. NSC 긴급회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3시 반이 지나자 드디어 대변인이 나와 짤막한 글을 읽고 총총히 사라졌다.

헛, 기가 막혀... 그 와중에도 파병 불변이란다.

5. 정부는 우리의 이라크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우리의 기본정신과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더 웃긴 건 그 내용이 그 앞에 발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4.정부는 금번 테러사태와 같은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필수인원을 제외한 전 체류국민의 신속한 철수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머저리도 이런 머저리가 있을까?

김선일씨 피랍 직후 파병 불변 방침을 밝혀 결국 그를 참혹한 죽음에 밀어넣었으면서,

전체류국민의 신속한 철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또 파병불변을 고집스레 '발표'한다.

그럼 외교부와 NSC만 병신인가?

대통령이라는 작자도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의 파병은 이라크와 아랍국가에 적대행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라크의 복구와 재건을 돕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거듭되는 파병 불변 방침 발표에 희색이 만연하다.

노무현이 너무나 믿음직스럽단다.

말 안해도 통하는 사이란다.

부시왈, 나는 아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노 대통령이 자유세계는 이 야만적인 사람들의 잔인한 행위에 의해 협박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것으로 희망한다.

파월왈, 한국정부가 이런종류의 테러리즘에 직면해 계속 확고부동한 태도를 견지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젠장할, 부시가 희망하니, 파월이 기쁘다고 하니, 한나라도 칭찬받고 싶은가보다.

한나라당도 오늘 당직자회의에서 파병에 대한 당의 입장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란다.

뭐라고 지껄일지 뻔하다.

탄핵하네 마네 머리붙잡고 싸우던 건 다 잊혀졌고, 미국대왕님 앞에 함께 머리조아릴 것이다.

부끄럽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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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조선인 > [퍼온글] Epitaph - King Crimson

The wall on which the prophets wrote is cracking at the seams
Upon the instruments of death, the sunlight brightly gleams

예언자들이 그들의 예언을 새겨놓은 벽에 금이가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이름의 악기위에 햇살이 빛나고 있습니다.

When every man is torn appart with nightmares and with dreams
Will no one lay the laurel wreath when silence drowns the screams
Confusion will by my EPITAPH

모든 사람들이 악몽과 꿈으로 흩어진다면
아무도승리의 월계관을 쓰지 못할 겁니다.
침묵이 절규를 삼켜버리고 금가고 망가져 버린 길을 기어갈 때
혼란이 나의 묘비명이 될 것입니다.

As I crawl A cracked and broken path if we make it we can all
Sit back and laugh but I fear tomorrow I'll be crying yes
I fear tomorrow I'll be crying yes I fear tomorrow I'll be crying

만약에 우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뒤에 앉아서
웃을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내일이 두렵습니다.
나는 울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내일 때문에...
고통스러울 미래가 나를 울게 합니다.

Between the iron gates of fate the seeds of time were sown
And watered by the deeds of those who know and who are known
Knowledges are a deadly friend if no one sets the rules
The fate of all mankind I see is in the hands of fools

운명의 철문 사이로 시간의 씨앗이 뿌려지고 아는 자와
알려진 자들에 의해서 물이 뿌려집니다.
아무도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 지식이란 죽은 친구와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 모든 인간들의 운명은 바보들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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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e masked men said the message was intended for the Korean people. "This is what your hands have committed. Your army has not come here for the sake of Iraqis, but for cursed America."

마스크한 한명이 이 메세지는 한국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너희들의 손으로 저지른 것이다. 너희들의 군대는 여기에 이라크인들을 위해 오지 않았다. 저 저주받을 미국을 위해서 왔을뿐."

-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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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3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서늘한 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제발 평화재건을 위해서 간다고 허튼 수작들 좀 부리지 마라.
 
 전출처 : 조선인 > [속보] 알 자지라 방송 김선일씨 참수 보도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막 잠자리에 들기 위해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기어올라가는데 문자가 왔다.

억지로 억지로 피곤을 온몸에 짊어지고 도로 기어나가 간신히 핸드폰을 잡았다.

대체 이 시간에 어느 놈이냐? 또 누가 술먹고 문자질이야? 졸린 눈 비벼가며 확인하니...

[속보]피납김선일씨사망-알자지라방송/더이상의참극을막기위해파병반대에나서야

어느새 잠은 놀라 달아나고,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못하여 넋을 놓고 있다가,

소주를 물컵에 따라 원샷을 하고 컴퓨터를 켰다.

난 여지껏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자랑과 긍지로 여겼는데...

오늘처럼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절망스럽고 부끄럽고 괴로운 건 처음이다.

내가 바로 김선일을 죽인 것이다.

우리가 바로 김선일을 죽인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학살과 이라크 유린의 핏값을 김선일씨가 모두 뒤집어 쓴 것이다.

우리가 왜? 살인광의 야만에 동참하여 오물을 뒤집어쓰고 죽어야 하는가?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의 연쇄살인마에게 비루붙어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온몸에 튀겨오는 핏물뿐일텐데.

아이고... 아이고... 김선일씨 미안합니다.

아이고... 아이고... 김선일씨 잘못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어찌 당신의 영혼에 감히 명복을 빌 수 있겠습니까?

아이고... 아이고... 이제와 파병철회한다고 당신의 억울함이 풀리겠습니까?

아이고... 아이고... 이 와중에도 정부가 파병강행을 한다면... 그때 전 어찌해야 할까요?

아이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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