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가 네트워크 창설 1년 만에 가입자 수 7천만이라는 수치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이제 겨우 2-3년 전의 일이다. 냅스터는 2001년에 법정에서 폐쇄 결정을 받은 뒤 한동안 잠수를 타다가 지난달에야 다시 컴백했다. 하지만 이번엔 유료 사이트라는 낯선 얼굴을 하고 온라인 세상에 등장했다.
냅스터는 쿠울한 이미지로 변신하여 짠~ 하고 등장했지만 지금의 냅스터 네트워크에는 썰렁한 기운만이 흘러 다닐 따름이다. 예전에는 냅스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냅스터가 없어도 그만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한 음악의 복제와 전파가 냅스터에 대한 제재를 통해 사라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애당초 드물었다.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지만 냅스터가 유료화 된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즐겁게 MP3를 또 OGG를 저마다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복제하고 공유하면서 잘들 지내고 있다.
사실 이런 말 자체가 너무나도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큼 현실이 변화하는 모습은 쾌속정 같기만 하다.
카자[KaZaa]라고 들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카자[KaZaa] 네트워크는 2003년 5월 현재 P2P를 구현해주는 카자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2억3000만회의 다운로드를 넘어섰다고 한다. 2억 3000만회...... 물론 여기에는 버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중복 다운도 포함되어 있는 숫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지금 이 원고를 쓰는 와중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카자를 통해 파일을 전파하고 있을까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려 400만 가까운 친구들이 접속되어 있다. 내가 뭘 달라면 군말없이 집어줄 그 친구들.
카자 네트워크와 관련해서 더욱 재미있는 것은 온라인 네트워크 시대,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이들 회사의 구성이다. 예컨대 법인의 등록은 태평양 남서부의 쪼그만 섬나라인 이름도 귀여운 바누아투(한국말로 하면 ‘우리들의 땅’이란 뜻이다.)에 해 두었고 프로그램의 개발자들은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게다가 서비스 서버는 덴마크에, 회사의 운영은 호주에서 하고 있다. 온라인과 카피레프트에 맞서 쌔가 빠지도록 싸돌아다니면서 시비를 걸고 다니는 미국의 음반 업자 협회[RIAA]는 이들을 두고 하루가 다르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중이다.
이미 음반의 매출액은 30% 가까이 하락하였으며 만일 재수가 좋아 이들을 법적으로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그들 뜻대로의 해결점에 이르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리바다가 죽어 없어질 줄 알았더니 소리바다2로 리로디드 되어 재등장했으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소리바다2가 다시 사라지더라도 소리바다3이 또다시 나타나 디지털 혁명을 완성시킨다는 후문이 있다. 썰렁했다면 유감이다. 쩜프.
사실 온라인상의 MP3 공유에 의해 음반 제조 산업은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에 비해 매출액이 거의 반토막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MP3를 나눔정신 하나로 공유해 오던 우리들이 이에 대해 무슨 책임의식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사람들은 가끔씩 ‘음반이 안 팔리는 것은 표절 붕어 뷁 땐스뽕 저질 음악 때문이다, MP3를 듣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음반을 더 산다, MP3와 음반 판매와는 관련이 없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이 말이 사실일거라고 자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그런 말에서는 쓸데없는 도덕적 자책의 잔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금만 오바해서 이야기하자면 MP3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천부인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예 타고난 권리란 말이다. 왜냐구?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가 음반 업자들한테 돌려받아야 할 빚이 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음반 제조업자들은 그동안 순진한 소비자들을 속여서 부당한 폭리를 취해 왔다. 요즘 공씨디 한 장에 얼마 하는가 말이다. 실제로 테이프와 씨디는 제작비용에서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업자들은 씨디라는 음악 껍데기에 영구성, 뭐 또 잡음 제로, 뭐 또 무슨 음질 해가면서 테이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높은 폭리를 취해 왔다.
한마디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공정 거래를 해왔다는 뜻이다. 게다가 예전 가수들의 음반을 땡전 한 푼 들이지 않고 씨디로 재발매해서, 또, 만원 얼마, 뭐 이렇게 팔아먹는 것은 폭리중의 폭리였다. 그걸 쥬라기 공원 어쩌구 하면서 무등 태워주던 놈은 또 따로 있다.
쥬라기 공원 본다고 해서 관객이 부자되는 것도 아니다. 음반 제조업자들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우선 씨디값부터 반절쯤 후려놓고 다시 시작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세계 5대 메이저 음반사의 하나인 유니버설 레코드가 음반 가격 30%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에 대해 동정할 것 하나도 없다. 그들을 걱정하기엔 우리 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찬란함은 모두 우리들 덕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음반 업자들만 해도 2002년 10월, 씨디 가격 담합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폭리를 취했다는 이유로 대략 1억 5천만 불에 이르는 돈을 토해내야 했던 것이다. “가격을 인제서야 내리다니, 이 나쁜...”이 더 정상적인 반응이다.
두 번째. 씨디는 사용이 영구적이라는 명목으로 높은 비용을 소비자로부터 징발해서 음반 제조업자들에게 갖다 바치기도 했는데, 일부 오디오 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당혹스럽게도 씨디는 이미 수명이 다 했다는 것이다.
음반 업계는 이미 DVD나 SUPER AUDIO CD쪽으로 오디오 표준을 이동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차세대 표준을 위한 하드웨어를 목돈을 들여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과거의 씨디 플레이어는 ‘순돌이네 집’에서만 취급 가능한 품목이 되고 결국, 씨디롬 자체는 반영구적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의 수명은 그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씨디의 수명은 이제 거의 끝나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또 우릴 속여서 폭리를 취해 온 셈이다.
세 번째. 소비자들의 딱한 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비평가들에 따르면 우리들은 이미 MP3와 같은 ‘공짜’ 물건들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인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온라인 접속 요금에 이미 비용이 간접적으로 다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통계 자료를 보면 정보검색, 이메일, 오락(음악), 쇼핑 서비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위의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상당한 비용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면서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음반 제조업자들은 온라인 서비스 회사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빼앗기고는 엉뚱하게도 힘없는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그 부족분을 메우려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4000억 원대에서 2000억 원대로 음반 제조 산업이 반토막 났다고 울상을 짓는 그들 주머니 속에서는 매출 연 3000억원이라는 벨소리와 컬러링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금테 두른 빈 밥그릇은 또다시 소비자를 향해 내밀고 있다.
어쨌든 요즈음 음반 회사들은 다 문 닫는다고 난리도 아니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한참 더 닫아야 한다. 뭔가 통계의 기준에 차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정부 통계에 의하면 등록된 음반 제작사의 숫자는 96년 98개에서 2002년에 이르면 무려 938개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들은 IMF의 여파로 전국의 인민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표절 붕어 뷁 땐스뽕 저질 음악, 거기에 뇌물을 더해서 자신들의 윤택하고 고귀한 삶을 유지했으며 그러한 지난날에 대한 반성도 없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코를 더욱 집요하게 들이대고서 지금도 킁킁거리면서 뭐가 어떻고 또 뭐가 어떻고 하면서 떠들어대고 있다.
아, 싫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음반 제조업자들은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우선 그놈의 가증스런 씨디 값부터 절반쯤 후려놓고 말을 걸어올 일이다. 비록 씨디의 목숨마저도 이제는 가물가물 할 테지만 최소한 ‘유종의 미’는 거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영상미디어센터 이메일진 ACT 5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