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나가 후미 지음, 노미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중후한 게이커플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왠만한 요리책들보다 훨씬 좋았던, 음식 이야기와 레시피들.
그래서인지 만화책으로써보다 요리책으로써 소장하고 싶게했던 시리즈였어요.^^
된장찌개에 돼지고기는 왠지 안어울리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는데, 일본식 된장찌개 '돈지루'를 자주 접하다보니 언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비해 동성커플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누그러들었지만, 이 컷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머니의 호들갑스러움이 부담스러웠던 시로는 자신을 편하게 대하는 이웃이 좋았지만, 이웃의 진솔한 대답에 깨달음이 왔습니다. 저 역시 동성커플에 관대하다 생각했었는데, 정말 남이기 때문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딱딱한 시각보다 유연한 시각일때, 나중에 대처할때의 태도도 다를거라 생각해요.
커다란 수박을 살때면 참 고민이 되지요. 그나마 저는 동생네와 가까이 있어서 수박을 나눠먹을수 있어 좋아요. 동생은 수박 껍질도 반찬으로 무쳐 나눠주는 알뜰한 주부.
유채나물은 삶아서 단순히 무치기만 했는데, 겨자와 함께 버무려도 맛있을것 같아요.
만화를 보면서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들이 생깁니다. 제가 TV 요리프로보다, 요리책이나 요리만화를 좋아하는것은 먹어보지 못한 맛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상상해서 얻는 결과의 맛이 더 좋은것 같아요.
무말래이는 항상 고춧가루양념에 버무린 음식으로 만들었는데, 유부를 넣은 조림식도 특별할것 같아요.
가끔은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들지만, 대체적으로 신랑이 좋아하는 음식위주로 만들게 되요. 뭐든 잘 먹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들이 있는데 점점 저도 그맛에 길들여가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묘하게 서로 다른 취향들이 있어요. 파스타를 좋아하지만 신랑은 육류위주의 크림파스타를 저는 깔끔한 앤쵸비나 바질페스토 같은 류를 좋아합니다. 라자냐는 신랑이 좋아하는 파스타인데, 시금치 라자냐는...ㅋㅋ 어떨지 모르겠네요.
자주는 아니지만, 은근 손이가서 삘 받을때 만들어 먹는 함박 스테이크.
시로씨 스타일도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점과 사이드가 마음에 들어서 사진찍어두었어요.
만화와 같이 똑같은 요리를 만들어 사진찍으면 재미있을것 같네요.^^
진짜 누가 요리만화 아니랄까봐,이렇게 요리 꿀팁도 주구..
소고기와 샐러리 그리고 굴소스만으로 이렇게 멋진 한그릇 만들수 있어 좋네요.
대파콩소메조림은 대파가 맛있고 저렴할때 한번 만들어보고 싶네요.
아픈 시로씨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켄지.
가끔 만들면 뿌듯한 일본식 계란말이. 일본식 계란말이는 진짜 계란이 많이 들어가고(계란만 들어가니깐^^) 한국식 계란말이는 야채가 많이 들어가서 계란이 적게 들어가는데 각자의 개성이 있어 번갈아 가며 반찬으로 만들게 되더군요.
토마토소스가 아닌 케첩으로 맛을 낸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일본의 대표 소울푸드인것 같아요. 일본 요리책과 요리관련 만화나 소설책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폴리탄스파게티'를 만날때면 궁금증에 먹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달달한 케첩맛에 알것 같기도 하는 맛이라 굳이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건, 아마도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대한 추억이 없기 때문인것 같아요.
가끔씩 느끼지만 추억의 맛은 맛이 아니라 추억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나의 추억의 맛은 무엇일까? 곰곰히 떠올려보면 집앞에 팔던 뻘건 순대국과 돼지사골육수로 만든 빨간 물냉면이었던것 같아요. 어디서 먹을수도 없는 맛이라 더 그리운듯.
ㅋㅋ 저도 이제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 때문에 운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니 새삼 나이먹음을 느낍니다.
자신이 느꼈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대부분이 공감하는 죄책감. 나 역시 가지고 있었던...
요리외에도 이런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좋았습니다.
시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은 켄지.
아들과 함께 요리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솔직히 아들이 게이가 아니더라도 아들에게 요리를 가르칠수 있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지 않고 그저 먹기만 할때는 음식을 만드는 정성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을거예요. 하지만 요리를 못하는 친엄마와 시엄마를 둔 저로써는 두분의 대표음식을 찾기는 힘들어서인지 저렇게 함께 요리하는 모습이 조금 부럽네요.ㅎㅎ
암튼, 훈훈하게 끝날수 있는 에피소드에, 당황스러운 이야기의 등장은 아마도 동성커플이 겪는 어려움들을 표현하고 싶은거라 생각되요.
켄지씨 긴 머리도 나름 중후한 매력이 있었는데, 짧은 머리는 또 다른 카리스마가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