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비가 오면, 봄꽃들이 다 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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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둔 시리즈물 다 읽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더랬다. 일이 주 전이었나. 아. 푹 빠져 지내고나니 ... 가지고 있는 시리즈물들을 다 읽어버렸다. 세상에. 이제 뭔 낙으로 살라고.

 

 

마르틴 베크 시리즈.

 

 

 

 

 

 

 

 

 

 

 

 

 

약간 옛날 소설이라 조금 밋밋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그냥 너무나 일상적인 경찰들의 모습이 실감나게 다가와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나 어디나 경찰이라는 업무는 이런 건가.

 

 

 

해미시 멕베스 순경 시리즈

 

 

 

 

 

 

 

 

 

 

 

 

 

 

여전히 나에게 기쁨을 안기는 멕베스 순경 시리즈. 갈수록 흥미진진해져서 더욱 즐겁게 읽고 있다. 슬슬 멕베스 순경의 연애도 무르익어가는 느낌이고. 특히 <대식가의 죽음>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더욱 쫀득해져서 좋았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독일의 소설가 올리퍼 푀치가 자신의 먼먼 조상인 사형집행인 퀴슬 일가를 대상으로 그려내는 역사소설 시리즈이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라서 나오면 바로 찾아보게 된다. 고집불통이지만 영리한 막달레나와 그를 사랑하는 지몬이 이제 결혼이란 걸 하였고 아이도 생겼고. 막달레나의 어린 쌍둥이 동생들이 15살이 되어 한 몫으 단단히 하게 되었고 이젠 야콥 퀴슬의 동생까지 등장하게 되는... 그렇게 일가의 번성과 맞물리는 17세기의 음험한 역사적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좀 잔인한 게 흠이긴 하다. 사형집행인이 주인공 주위에 있다보니...뭘 뽑고 자르고 구워버리고 삶아버리고... 푸르르.

 

 

....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오늘 야구도 NC에게 졌고. (물론 위닝 시리즈이긴 했지만)... 쌓아둔 책들 중에서 적당한 걸 고르러 가봐야겠다. 소설은 읽을만큼 읽었으니 이제 인문사회서적으로 눈길을... 그 와중에도 아직 읽다만 <백치1>이 눈에 밟히네. 책이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것. 그것이 기쁨이기도 하고 한숨 푹 나오는 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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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책이 있다. 주제가 있는 책이지만, 알고 보면 '철학'책인. 이 책이 그러했다. 옮긴이 해설을 제외하면 불과 13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다가 글도 띄엄띄엄, 빈 장도 많고 어느 장은 사진 한 장 달랑 놓인, 그냥 에세이 형식의 글이겠거니 하며 시작했지만 처음 몇 장을 읽은 후 바로 알았다. 이 책은 허투루 읽으면 안되는 책이구나. 그래서 매일 조금씩 아껴가며 사색하며 읽었음을 고백한다. 시작한 지 꽤 되었는데 오늘에야 다 읽은 이유가 그것이다. 그리고 재독의 마음을 느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밑줄을 긋지 않았다.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에 스며들어서 밑줄을 긋자니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아예 펜을 옆에 두지 않았다. 사진이 뭐지?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던 내가, 책을 다 읽고 나니 인생이 뭐지? 라는 질문을 안고 있음을 발견한다. 모든 학문은, 모든 분야는 제대로 하면 한 길로 통한다. 철학으로. 그리고 제대로 하면 다 일맥상통하는 관점이랄까.. 그런 것이 생기는 것 같다. 어떤 분야를 제대로 진지하게 충실히 오랜 기간 해낸 이들의 말과 행동은 늘 그래 왔다. 따라 하고 싶어도 절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아우라들이, 철학들이 그들에겐 존재한다.

 

그들은 보트를 타고 왔다.

모두 겁에 질려 있었고 병들어 있었다.

그들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두려움을 배웠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런 표지글로 이 책은 시작한다. 아. 이것이 인생이다. 이 문장이 왜 그렇게 울리게 다가오던지.

 

내가 정년퇴임했을 때, 존 리바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 존은 하버드 의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 (중략) ... 나는 존에게 줄곧 내 안에 있는 이상한 기분을 토로했다. 65세의 일선에서 은퇴한 노인의 내면에 여전히 '나중에 성장했을 때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관한 궁금증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건 니오타니Neotany 에요." 존은 말했다. 니오타니란 분명히 생물학적 성장이 끝났는데도 의식 안에서 호기심, 상상력, 장난치기,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욕구들 같은 조기 성장 단계를 여전히 밟아 나가며, 어린 시절의 감성과 환상들을 그대로 간직한 어른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생물학적 용어라고 한다. 연로한 예술가들 대개가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고 했다. "니오타니는 긍정적인 증후예요." 존은 이어서 말했다. "또한 그들을 예술가로 만들었던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죠."

 

겨울 하늘을 가르는, 헐벗은 나뭇가지를 스치며 날아가는 새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이 순간, 나는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p133)

 

그리고 마지막 글은 이렇게 마감하고 있다. 영원히 성장하기를 원하는 사람. 그래서 인생에 대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모습. 아름답지 않은가.

 

비단, 사진을 알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도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잔잔해지면서 여러가지 상념들과 단상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냥 무력하게 지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뭔가 작은 것들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게 뭔지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해도, 분명한 건, 내 생활에 인생에 작은 빛을 안겨줄 재료들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려고 하면 우리는 그 말의 족쇄에 걸려 그 ‘무엇‘밖에는 상상할 수 없게 된다. (p27)

평범한 방식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인식의 세계를 특별한 기술로 전달하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의 기능이라고 말하지 마라. 예술의 독창성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시를 쓰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산문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p35)

언젠가 이스라엘에 사는 친구와 그의 일곱 살짜리 딸아이와 함께 텔아비브에 있는 작은 공원에 산책을 나간 적이 있다. 그 공원의 연못에는 금붕어들이 놀고 있었다. 아이는 금붕어가 신기한지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는 엄마에게 금붕어에 대한 얘기를 재잘거렸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 금붕어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럼요." 아이는 대답했다. "어떤 금붕어는 이만큼 작구요." 아이는 손가락을 1인치쯤 들어 보였다. "어떤 금붕어는 이만큼 컸어요." 이번에는 손가락을 3인치쯤 들어 보였다.

천국의 크기는? (p47)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ㅇ르 공부할 때 프레드 마틴의 4학년 세미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햇별이 잘 드는 큰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였고, 점차 해가 저물어 실내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프레드 마틴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 세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작품들, 사람들, 공간, 목소리의 어조, 서로의 관계... 모든 것. 그것은 계시적이었다.

프레드 마틴, 고마워요. (p75)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되는 질감과 명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진기의 섬세함을 기르는 일이다. 음악의 음색, 목소리의 어조, 감정의 느낌, 시의 가락, 떨림의 장단, 동작의 선. (p81)

낚시꾼이 죽었다. 깨어나자 눈앞엔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낚싯대가 들려 있었다. 들뜬 마음에 곧장 낚시바눌에 고기 밥을 꿰어 강물에 던졌다. 순식간에 길이 20인치의 완벽한 갈색 송어를 낚아 올렸다. 그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천국에 와 있구나!"
그는 다시 낚싯대를 강물에 던졌다. 똑같은 갈색 송어가 잡혔다. 던질 때마다 최상의 고기가 걸려들었다. 우리들의 낚시꾼은 결국 그가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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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4-19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eotany 뜻을 제대로 알고 싶어 찾아보니 생물학 용어군요. 도룡뇽에서 애벌레의 특성이 보존되는 유형 보유 성격을 저자가 인문학적으로 잘 풀어서 말했군요.
낚시꾼의 천국에 대한 깨달음은 프랭크 카프라가 영화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1946)에서 잘 보여줬죠^^

비연 2017-04-19 08:56   좋아요 0 | URL
아. 생물학적으로 그런 설명이 되는 거군요. 감사~
<멋진 인생> 아직 보지 못했는데... 찾아 봐야겠어요. 1946년 영화라 찾을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조금만 어두워져도 전기 스위치부터 확 올려버리는 나는,
얼마나 많은 느낌을 잃고 사는 것인가.


밝음이 어두움으로 바뀌어질 때 주변이 서서히 바뀌고,
그에 따라 나의 감정의 결도 함께 변화하는,
그 순간을 오롯이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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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4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4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한가함이... 오늘로 끝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쩝.

 

이번 주는 그동안 못 만난 사람들, 못 간 곳들 싹 모아서 저녁마다 가야 하는 피곤한 한 주다. 머리도 해야 하고 (파마를 한 지가... 흠... 흠.... 반년?? ㅜㅜ) 간만에 마사지도 받고 (그러니까 마사지는.... 정말 백만년 전의 일이었다) 사람들도 만나고, 병원도 가고 (아흑)... 그러고도 꽃놀이 가려고 하루는 휴가를 낼까 하고 있다. 어차피 일 시작하면 휴가 못 내니까 그냥 이김에. 쓱.

 

한가하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예전 경험도 있긴 하지만, 맨날 한가하면, 혹은 목표없이 한가하면 좀 힘들다. 하지만, 뭔가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난 후의 짧은 휴식은, 꿀맛이다. 물론 이것도 길어지면 힘들어진다. 회사를 팍 그만 못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단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시간을 투여할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아 쉬고 싶어 라는 마음만으로 회사를 그만둬버리면 거의 공중에 붕 뜬 느낌으로 지내게 된다. 좋은 건 딱 며칠뿐. 그 이후에는 스트레스 작렬이다.

 

넌 하고 싶은 것도 없니? 쉬면서 그런 거나 슬금슬금 하지 그러니? 라고 묻는다면, 그게... 일에 치이고 회사가 싫고 이럴 때는 한가득 생각나던 것들도 막상 회사를 그만 두고 시간이 남아돌면 그다지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기도 하다는 거다. 심지어 경제활동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초조해지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그만두고 싶은데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거다... 못났다 못났어 비연.

 

장가계 다녀온 건 스트레스 해소에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온 몸이 쑤시던 것도 좀 잦아들었고, 하지만 어제는 거의 오후 내내 잤더랬지. 식음을 전폐하고. 쌓인 피로가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다. 좀더 쉬고 좀더 여유를 가져야겠다 생각이 든다.

 

어제는 배우 김영애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제 내가 알아온 많은 배우들이, 가수들이 세상을 뜨고 있다. 누구는 조금 이르게 누구는 천수를 누리고... 김영애씨는 만으로 66세. 사실 요즘 같이 오래 사는 시기엔 너무 이르게 간다 싶다. 췌장암이라는 질병이 수이 나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결국. <변호인>에서의 모습이 내게는 마지막이었는가.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서 TV에서의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를 그렇게 애절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흔치 않은데 말이다.. 그리고 끝까지 연기에 최선을 다했던 모습... 존경스럽고 부럽기까지 하다. 다 준비하고 평안히 가셨다 하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세상 떠나 하늘나라에서는 평안함만이 있기를.

 

그렇게, 사람은 나이가 들고 죽음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나 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가고, 내가 낯익어하는 인물들이 또 하나둘씩 가는 걸 보면서,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겠거니 하며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사는 건가.. 싶다. 일년 반 쯤 전에 나의 가장 친한 知人을 잃고 나서는 더 그런 생각이 짙어졌다... 그 아이에게 다녀온 지도 꽤 되었네.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소홀했다. 한가해진 틈을 타, 훌쩍 다녀와야겠다. 김영애씨가 묻힌다는 분당 메모리얼파크에 있으니. 더 기억이 났다는...

 

한가하게 도닥거리다 보니 이얘기 저얘기 두서가 없다. 그냥 하릴없이 생각나는 대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오늘은 칼퇴근해서 예약한 마사지에나 가야겠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지만, 나는 마사지 받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가끔씩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몸을 내가 움직여서 살도 빼고 근력도 키우고 해야 하는데 말이다. 천성이 게으른 탓일 수도 있겠다. 오늘은 야구도 없고 하니 마음껏..................아. 두산. 4연패다. 속이 쓰라리다. 왠지 조짐이 좋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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