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왜 샀을까. 솔직히, 난 가토 슈이치라는 지식인을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무식..ㅜ).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자서전' 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서전이라는 종류의 글에 관심이 많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글을 쓰는 현재의 자기를 만든 과거를 재구성하는 작업. 이런 일들이 내게는 늘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그래서 '자서전'이라고 붙은 책이 나오면 무조건 사고 대부분 읽는다. 이 책도 산 지는 꽤 되었으나, 결국 이제라도 읽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인 지식인이고,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가토 슈이치의 知人들은 일본 사회에서는 저명한 사람들일 수 있으나 나는 단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역자의 각주를 읽고서야 아 일본 사회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정도의 감상이 있었달까. 그러니 읽는 속도가 대단히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잘 모르는 사람의 인생에 잘 읽혀지지도 않는 일본인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나오는 책.

 

하지만, 이 책은 읽을 만 했다.

아니, 읽기를 잘 했고 꼭 추천하고 싶다. 

 

1919년에 태어나 21세기 초입에 사망한... 그러니까 일본의 제국주의 시절부터, 태평양 전쟁, 한국전쟁, 일본의 부흥 등등을 다 겪어낸 전후 세대로서, 가토 슈이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주변인으로서의 지식인이었다. 정치활동을 한다거나 어디에 적을 두고 계속해서 뭔가를 한다거나 목소리를 드높여 자신의 생각을 강변한다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일본과 해외를 부유했고 거기에서 본인이 느꼈던 것들, 본인이 의구심을 가졌던 것들을 글로 계속 써나갔을 뿐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있었으나 40세에 버리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충실히 살았던 사람. 그러나 정치적인 동물은 아니었던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의 말과 글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인생을 담담하면서도 그러나 일관된 태도로 잔잔히 기술하는 능력이 있어서, 사실 별다른 이벤트가 빵 터지는 내용은 없었음에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는, 생계의 목적으로 택한 직업인 의사를 하면서 주변에 훌륭한 지식인들을 계속 두고 교류하며 자신을 만들어나갔다. 일본이라는 나라 안에서 궁금해하던 것들을 해결하고자 외국으로 홀연히 떠났으며 그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나라들을 다니게 되었고, 그럼에도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 늘 고민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속성과 역사 앞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으로서 진실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저작들이 몇 권 번역되어 출간된 바 있다. 가토 슈이치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그가 직접 쓴 책을 읽고 싶다는 바램이 생겨 몇 권 보관함에 집어 넣는다. 그의 인생을 읽으면서 문득, 리영희 선생이 생각났다. 이 글 <대화>라는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뭣 때문일까를 생각해보니, 가토 슈이치와 리영희 선생 모두, 그 시대에 특출난 지식인이었고 격동하는 역사 속에서 진실과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사람들이었으며 나서서 투쟁을 울부짖기보다는 글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두 책을 읽으면서, 지식인이란 과연 이래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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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10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리영희 선생의 책과 버트런트 러셀의 책을 거의 같은 시기에 읽은 적 있었어요. 리영희 선생과 러셀, 이 두 사람의 반전 ᆞ 반핵 의식이 묘하게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비연 2017-04-11 09:44   좋아요 0 | URL
아. 버트란드 러셀... 이 분 책은 잘 안 읽는 편인데 한번 봐야 겠어요...
개인적으로 리영희선생님을 좋아해서.. 요즘 같은 시기에 이 분이 살아계셨으면 뭔가 사회의 원로로서 제대로 된 이야기들을 해주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인 <분노>가 영화화되어 개봉하였다는 소식에, 냉큼 예매를 했다. 사실 <악인>만 읽어보았는데, 사람의 심리묘사라든가 선과 악에 대한 생각이라든가 하는 것이 좀 색다르다 싶어서 영화로 확인해볼 참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면면 또한 훌륭해서 선택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와타나베 켄, 모리야마 미라이,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으아. 말이 필요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심정은... 괜히 봤다 였다. 이 화창한 봄날에, 벚꽃이 피고 개나리가 흐드러지는 이 아름다운 날에 보기에는 너무 버거운 내용이었다. 평범한 부부가 잔인하게 살해당했고, 일년 뒤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연고가 불분명한 세 남자의 행적을 더듬어 가는 내용인데... 어둡고 우울하고 쓰라린 인생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져서 힘들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불신은 참으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그래서 가지고 있던 믿음이 얼마나 순식간에 바스러지는 지를 보여주면서...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보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책은 읽지 말자...

 

마음이 울적한 탓도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자존심을 다친 날이었고 나이를 먹었기에 망정이지 십년만 젊었으면 일주일은 자괴감에 괴로와했을 것 같다. 이러니 좀더 밝은 영화 예를 들어 <미녀와 야수> 뭐 이런 해피엔딩에 판타지를 보면서 나의 정신을 위로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타이밍이 영 나빴다. 쩝. 일본 영화라도, <행복목욕탕> 이걸 볼 걸 그랬다. 슬프긴 하지만 희망을 보여주고 유머러스하고 밝은 영화였을텐데. 쩝쩝.

 

*

 

돌아오는 길, 카페에 들러 읽다 만 <대식가의 죽음>을 다 읽어버렸다.

 

 

일정 이상의 재미와 내용을 주는 책이란 참으로 반가운 게 아닐 수 없다. 해미시와 프리실라와의 밀당이 이제 절정에 달한 것도 재미였고, 그렇게 하기 싫어하던 승진이란 걸 하게 되는 것도 흥미진진이다. 마지막에 등장한 해미시의 부하라니! (아.. 이런 내용 얘기해도 되겠지? 스포일 아니겠지?..) 덕분에, 영화에서 받은 우울한 기분을 조금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사는 게 퍽퍽해지니, 자꾸 가볍고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만 찾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인생의 어둡고 비참한 면을 정면으로 섬세하게 묘사한 건, 책이든 영화든 요즘은 정말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나의 머리는 점점 단순하고 스윗스윗한 머시멜로우처럼 되어가는 걸까. 좀 진지한 책들도 가까이 하지만 진도가 파파팟 나가지는 않는 요즘이다.

 

아 이제 다시 책을 읽자. 영화는 하루 한 편만. 지금 장가계 다녀온 기념으로 <아바타>를 다운로드해두었으나, 이건 내일... 아님 모레... 암튼 오늘은 아니다.

 

 

 

뱀꼬리) 그나저나, 오늘도 두산이 졌다. 타격이 난조인 건 WBC 때문인가 하겠는데, 수비까지 엉성해지고 있다니. 마음이 어지럽다. 넥센의 이정후(이종범 아들) 활약이 눈에 띄었고. 해설자왈, 아버지가 좋아하겠어요. 그렇겠지. 예의주시할만한 신인이다. 우리 두산... 암만 그래도 내일은 잘 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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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9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산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원래 이 말은 삼성에게 썼던 말이었는데, 요즘 삼성의 성적이.. 몇 년 간은 암흑기가 될 것 같습니다.

비연 2017-04-09 10:23   좋아요 0 | URL
쓸데없는 걱정... 맞겠죠..? 흑. 엘쥐나 기아의 기세가 놀라와서 문득 걱정이. 인생처럼 야구도 될 때가 안 될 때가 있는데 삼숭은 안 될 때인 듯요... 지금.

프레이야 2017-04-09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히 보셨군요. 음,.,., 아무래도 요즘은 이런 류의 영화를 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봄이라 그런가요. 좀 미뤄뒀다 어느날 봐야겠습니다.^^

비연 2017-04-09 20:44   좋아요 0 | URL
네.. ㅠ 이런 화창한 날들엔 좀 어울리지 않는 ㅠ 나아중에 보셔도 될 듯요^^;;;
 

 

북스피어의 '마포 김사장'에게서 정기적으로 메일을 받는데, 며칠 전 온 '지령 41호'에 재미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본과 영국 서점의 예를 들면서, 일부 서점에서 제목과 저자를 밝히지 않은 채 판매하는 방법을 출판사에서 하는 이벤트로 해보는 게 어떤가 하는 거였다. 

 

 

***

 

‘문고X’와 ‘A NOVEL SURPRISE’를 목도한 떼거리 서점 유랑단은

‘만약 이런 이벤트를 출판사가 주체가 되어 시행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이벤트를 시행한다면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어떤 결과가 초래되든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당연하기 그지없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음산책, 은행나무, 북스피어의 2017년 신간 라인업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신선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책’

을 선택하여 동시에 출간해 보자는 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 마포 김사장 지령 41호 중 -

 

***

 

 

꽤 재미있으면서도 엉뚱하면서도... 이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정말 하나?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오늘 아침 습관적으로 알라딘 사이트에 들어와 새로나온 책들을 쭈욱 훑고 있는데....

 

어머나, 진짜 나왔네! 이름하여 개봉열독 X시리즈!

 

 

 

 

 

 

 

 

 

 

 

 

 

 

 

 

 

 

내 맘대로 유추해보니...

 

 

마음산책 X

 

마술적 리얼리즘에 대한 불란서풍의 응답. 이 작가가 이토록 환상적이고 꿈같은 설정들을 사용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소설을 더 많이 써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콜드플레이의 <Adventure of a Lifetime>을 들으며 읽은 나는 문장들이 춤을 추며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음계를 품은 듯 살아 있는 문장들. 노을 진 들판을 연상시키는 살갑고 애정 어린 유머. 아련함과 애틋함이 쏟아졌다.

 

어떤 아이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인생의 모든 것을 체험한다. 완벽한 허구와 완벽한 진실이 혼재하는, 오직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이상한 일기장, '시간'이라는 유한한 단위로 붙들어둘 수 없는 모험, 농담 그리고 사랑.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한 남자의 회고. 숲에서 번지는 빛처럼 소년의 지독한 성장과 혼란했던 시대가 하나둘 펼쳐진다. 예술의 무한함을 신뢰하는 독자라면 불멸을 발견할지도.

 

→ 그러니까.... 프랑스소설? 그냥 프랑스 분위기의 소설? 자전적 소설? 성장소설?

 

 

은행나무 X

 

한때 소년의 방이었던 공간. 네 사람이 있었고, 이젠 세 사람뿐이다. 소년들과 소녀와 말랑말랑한 캡슐에 싸인 흰색 알약. 여흥을 즐기기 위해 시작한 모의에 대한 기억은 커다란 구덩이가 되었다. 피부위로 퍼진 불길한 질병처럼 더는 도망칠 방법이 없다.

 

친구의 죽음에 휘말려 자신은 피해자, 상대방은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해자와 목격자, 선과 악,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문제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본다.

 

죄를 감추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마음속에 지옥을 안은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말끔한 겉모습 뒤 메말라가는 일상.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진흙탕으로 뛰어들었지만 발밑은 꺼져간다. 진흙탕 싸움의 끝은?

 

쉬지 않고 읽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점점 커져 삶을 뒤덮는 ‘불안’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YES24 문학상’이 있다면 수상작이어도 좋을 작품!

 

→ 그러니까.... 살인사건 같은 것이 있을 것 같고. 아이들의 이야기? 불안으로 인해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

 

 

북스피어 X

 

전성기 하드보일드 소설의 영광을 완전히 다른 배경에서 성공적으로 재현해 낸 범죄 누아르. 고독하고 시적이고 냉소적인 탐정이 천천히 전체주의에 빠져가는 조국 위를 거닌다.

 

나치 정권 초기 독일의 편집증적인 분위기 속에서 냉소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주인공이 등장하여 한 편의 멋진 영화로 만든 듯한 작품. 읽을수록 역사와 미스터리 허구를 직조한 색다른 하드보일드의 세계로 빠져든다.

 

야만의 시대였고, 그래서 야만적인 사람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촘촘하게 얽힌 사건을 마주할수록 밤이슬 젖은 새벽이 생각났고 숨은 가빠졌다. 책을 잡고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 소문만 무성하던 그 책. 급이 다른 필력.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박진감. 역사소설이라고 할 만큼 풍성한 배경이 압도적이다. 셜록에게 배운 거라곤 신발을 관찰하는 것밖에 없었다는 건방지고 매력 넘치는 사립 탐정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

 

→ 그러니까.... 일단 추리소설. 나치 정권 초기 독일 역사가 내용으로 들어간. 새로운 탐정의 출현? 하드보일드?

 

 

이 정도 되면 이 세 책 중 하나는 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과 호기심이 생겨 버린다. 으으. 책정리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또 책을 사면... 엄마의 째림이 뿅.. 떠오르는군..;;;; 회사에서 받을까?  어쨌든 이 책들의 상세정보는 5월 16일이나 되어야 밝혀진다고 하니 (물론 예약판매로 먼저 받은 사람들은 알아버리겠지만... 이런 건 비밀을 지켜줘야지. 워워) 긴장감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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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7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서점 MD님들은 X책 세 권을 다 읽어봤으니 비밀을 지키느라 힘들겠어요. MD님들의 친구 중에 우리 같이 책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면, X책의 정체가 뭔지 알려달라고 조를 수 거든요. ^^;;

비연 2017-04-07 12:08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정말 힘드시겠다는... 입이 근질근질... 유혹에 흔들흔들... 당분간 사람 만나는 거 피하셔야 할 듯..
근데 제가 MD님들의 친구 중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느무 궁금해요...=.=;;

hellas 2017-04-08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문했어요 궁금해서:)

비연 2017-04-08 22:06   좋아요 1 | URL
어멋어멋~ 저랑 비슷하심~ㅋㅋ^^
 

 

그러니까, 어제까지 나흘을 여행 다녀왔는데, 오늘은 이렇게 회사 사무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분명 장가계의 그 장엄함에 가슴 저릿했었는데 지금쯤 되니 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몽롱하다. 일장춘몽. 인생은 一場春夢이 아니라... 여행이 일장춘몽이네. 그러고보니 정말 봄이네. 봄의 꿈.. 흑. 여행 갔다온 거 맞나 싶다.

 

프로젝트 하나가 가뿐히 끝나고 나면, 한동안 조금 여유스럽기는 하다. 5개월 가까이 일했으니 (뼈가 부스러지게 일했다고 하면 대단히 오바이지만, 근로기준법에 정한 것보다 훨씬 더 일한 건 맞다 ;;;;) 며칠 여유부린다고 뭐 어때..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고. 하루이틀만 앉아 있으면 밥을 축내는 직원으로, 농땡이를 부리는 직원으로 째림을 당하곤 한다. 이젠 그런 데에 내공이 쌓일 법도 하지만, 이게 이런 취급을 당하면 스트레스가 만빵인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이거다. 지금도 날 누가 발견할까봐 수구리 하고... 애써 모두를 외면하며 총총히 다니고 있다. 오늘도 제발 무사히.

 

조금 이따가는, 병원에 가야 한다. 아 병원. 일년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있는데 이게 갈 때마다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계속 걱정되고. 괜히 그 부위가 아픈 것 같고. 신경성이겠거니 하지만, 소심한 비연. 지금 긴장 중이다. 어쨌든, 회사를 나가 얼른 병원에 갔다가, 날도 꾸물한데 집에 가서 야구를 보고 싶다. 야구. 그래 나에겐 야구가 있구나.

 

눈치 줘도 며칠은 이렇게 지내야지. 아침에 스타벅스 들러서 커피 한잔 따악 들고 오고, 이런 저런 자료 보면서 공부도 좀 하고 그간 소원했던 사람들도 한번씩 만나가며. 물론 지금 약속 스케줄을 보면, ... 다음 주까지 꽈악... 갑자기 급 피곤이 몰려온다. 그래도 만날 사람이 있고, 그들과 즐거울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은 없겠지.

 

영화가 보고 싶다. 가장 최근에 본 게 <파도가 지나간 자리>. 나쁘지 않은 영화였고. 지금 개봉한 것들 중에 몇 개 고르는 중.

 

 

 

<히든 피겨스>는 내용 자체가 흥미롭다. 꼭 봐야겠다고 꼽아둔 영화이고. 평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일포스티노>는 재개봉하는 영화... 예전에 이걸 봤을 때의 감동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평범한 우체부가 파블로 네루다라는 대문호와의 교류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과 문학적 감성이 일깨워지는 과정이, 참 잔잔하게, 아름답게 그려졌었다. 다시 꼭 보고 싶었는데 재개봉한다고 하니 시간 맞춰서 봐야지 싶다.

 

 

 

 

 

 

 

또 보고 싶은 건, <프리즌>, <분노>, <문라이트>, <행복목욕탕>, <지니어스>, <아뉴스데이> <파운더>... 써놓고 보니 이거 매일 봐도 안되겠네..;;;;; 영화를 계속 못 봐서 그런가. 왜 이렇게 영화가 보고 싶은 거지.

 

 

 

무엇보다, 장가계를 다녀오고 나니 <아바타>를 다시 봐야겠다 싶었다. 장가계의 일부, 원가계라고 하는 곳이 영화의 배경이다. 그런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은 곳을 어떻게 골랐을까 했더니 그곳이 중국이었다. 사람이 만들려고 해도 그렇게 만들기는 어려울 정도로 깎아지른 절벽과 거기에 푸르게 난 나무들이 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아바타>를 볼 때는 배경에 그렇게 주의를 집중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보면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이건 네이버 굿다운로더를 이용해서 다운로드 받아 봐야겠다. 예전엔 어디 불법 사이트 들어가서 받은 파일들을 이용했었었었었었더랬지만, 최근에는 그냥 돈주고 사본다. 큰 돈도 아니고, 그렇게 불법 사이트를 헤매는 나 자신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무엇보다 바이러스도 크게 걸릴 수 있고, 불법 사이트라는 게 자꾸 막혀서 여기저기 또 찾아다녀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 이제 네이버 굿다운로더로 안착. 돈은 몇 쳔원씩 들지만, 그냥 마음이 편하니까.

 

 

 

아. 슬슬 준비해서 나가야겠다. 여유 있을 때 공부도 좀 하고 책도 많이 읽고 그래야지. 이번에 여행 가서 얘기해보니 정말 내가 돈 벌어 쓰는 데라고는 책과 여행 밖에 없더라. 옷이나 화장품을 막 사대는 편이 아닌지라... 다른 사람들은 살림도 해야 하고, 이젠 나이를 먹어 보톡스도 맞고 (흠? 그렇게 먹진 않았는데 요즘 유행인가봐ㅜ) 피부관리도 받고 그러던데... 사진 찍으니 차이가 나서 좀 허걱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돈 벌어 쟁여둔 책들을 읽는 시간을 많이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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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06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안보이시는 동안에 여행 다녀오셨군요! 크-
여행 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다니... 인생은 언제나 그런식이지만, 우리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또 버텨봅시다.

저도 네이버 굿다운로드 이용하고 있어요. 돈 좀 쓰고 편하게 살고, 돈 좀 쓰면서 정당한 대가 지불하며 살자,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필립 지앙‘의 [파문] 읽는 중인데요, 이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네요? 그래서 굿다운로드 있나 찾아보려고요. 헤헷.

비연님, 우리 알라딘에서 자주 만나요!

비연 2017-04-07 07:50   좋아요 0 | URL
락방님, 어쩜 저랑 이렇게 같은 마음을...^^ 저희 정말 알라딘에서 쭈욱 보아요!

낭만인생 2017-04-06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톡스 맞을 나이가 되면 우울해 지지만 독서로 마음이 젊어지니까 좋은 것 같습니다.

비연 2017-04-07 07:50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면, 나이가 느껴져서 이거 보톡스라도?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책에 더 눈이 갑니다. ㅎㅎㅎ
 

 

장가계는...

생각보다 많이 좋았다.

 

크고 넓고 심오하고 깊었다.

함께 한 사람들과의 즐거운 추억으로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원가계 - 아바타 촬영지

 

@천자산

 

@황룡동굴

 

@귀곡잔도

 

@천문산

 

@천문산

 

@장예모 감독 연출의 뮤지컬 (선녀와 나뭇꾼 비슷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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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4-06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여행 다녀오셨군요. 여행 즐거우셨나요.^^

비연 2017-04-06 07:03   좋아요 1 | URL
즐거웠어요~^^ 자연의 장엄함에 다시 한번 놀랐고... 무엇보다 함께 한 사람들과의 케미가 좋아서 ^^

보슬비 2017-04-08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가계 가고 싶었지만, 신랑이 고소공포증이라서 절대 가지 않겠대요. ㅎㅎ 사진으로 보니 정말 멋지네요.

비연 2017-04-08 22:08   좋아요 1 | URL
저도 겁이 매우 상당히 꽤 많은 편이라, 가기 전부터 부들부들 떨고 가서도 계속 떨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었어요. 진정한 고소공포증이시라면... 흠... 무리일 수도 있을 듯 싶기도 하고 ^^;;;;;
가서 보면 계속해서 ‘와‘ ‘와‘ 거리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구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보슬비님이라도 친구분들이랑 슝 다녀오심도 괜찮을 듯 ㅎㅎㅎ

보슬비 2017-04-09 01:07   좋아요 0 | URL
고소공포증 없으신 비연님도 부들부들 떠셨으니, 신랑은 무리겠네요. 예전에 진짜 넓은 다리인데도 가운데만 걷고, 도로쪽으로 걷다가 가로등에 이마 부딪히기도 했거든요. ㅋㅋㅋㅋ 그래서 신랑도 장가계는 처제랑 가라고 신랑이 그러더라구요. ㅎㅎㅎㅎ

비연 2017-04-10 07:5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무래도 보슬비님은 신랑 말고 다른 분이랑 가셔야 할 듯...^^;;;;
케이블카와 리프트 같은 건 조금 무섭기도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