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 9일. 나의 OO 번째 생일이다.

 

아... 저 동그라미 안에 숫자를 넣는 건.. 싫네요. 그냥... OO.

 

생일... 우선 건강하게 생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에 또한 감사하고.

 

그러나 나이먹는 건 참 쉽지는 않은 일인지라, 마음 한켠은 좀 무겁기도 하고.

나이를 '잘' 먹어야 할텐데 ...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즈음이라 더욱.

 

제일 생각나는 생일...은 언제였을까 를 더듬어보았는데, 그닥 인상적인 날들은 없었던 듯. 예전에, 아주 예전에(ㅜ) 대학 때 동기들 생일날 전부들 모였던 게 기억난다. 그 생일모임을 주관하던 사람이 나... 오지랖. 어쨌든 3학년 생일이었던가. 학교 앞 카페 룸을 빌려 친구들이랑 모였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마치 진실게임을 하듯이 묻고 답하고. 지금 생각하면 참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유치한 문답들이었지만 그 땐 참 진지했던 것 같다. 누가 나에게 물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뭐가 제일이라고 생각하냐?" 왜 이런 걸 물었을까, 그 아인. 암튼... 나는 "믿음"이라고 답했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신뢰없이 뭔가를 쌓아올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요즈음, 세상이 뒤숭숭해서인가. 그 때 그 모습이 선연하게 떠올라진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그것만큼 든든한 건 없지 않은가 싶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믿음이 있다면 버틸 수 있고 지킬 수 있다. 그게 무너지면.... 될 일이 없다. 지금이 그렇다. 쥐꼬리만한 믿음. 최소한의 예의나, 최소한의 의무나 이런 것들은 하고 있으리라 어설프게 믿었던 것에 대한 처절한 반격을 당하고 있다. 사실 믿음까지는 아니었고 설마.. 그 정도는 하겠지? 라는 거였는데 이것도 믿음이라면 믿음이었을까.

 

생일인데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하는 내가 싫다. 이제 그만.

 

예전엔 생일에,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했지만, 이젠 그냥 평온하고 일상적으로 보내고 싶다. 그게 가장 복된 생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고. 나에게 선물은 해야지. 생각 중이다, 뭘 해줄까. 올해 여러가지로 너무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고... 그러고 있는데 정신적 trauma를 일으키는 외적인 사건들이 빵빵 터지고 있고... 마음이 많이 지쳐 있어서 나를 잠시라도 반짝이게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선물해주고 싶다. 이러다가 책...? ㅎㅎㅎㅎㅎ 책이나 골라볼까... 그러니까 생일은 보관함을 터는 날?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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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1-09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해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비연 2016-11-09 10:26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 감사해요~^^

다락방 2016-11-09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비연님 생일 축하합니다! 겨울에 태어나셨네요, 쓰려고 보니까, 사실 11월이면 가을이죠.... 추워서 겨울인 줄 알았어요.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 비연님!

비연 2016-11-09 10:27   좋아요 1 | URL
락방님, 감사요~^^ 사실 가을인데.. 추워져서 겨울이라고 생각하게 된... 가을이라 우기고 싶어요~

[그장소] 2016-11-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드려요~^^
행복가득한 하루 만드시면 좋겠네요!^^

비연 2016-11-09 11:15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감사합니다~
예쁜 생일 하루 만들어 볼게요 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11-09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해요. 책으로 따뜻한 생일 보내시길 ^^

비연 2016-11-09 13:38   좋아요 1 | URL
시이소오님, 감사요^^
알라디너들은 역시... 생일도 책으로 보내게 되는 듯 ㅎㅎㅎ

hnine 2016-11-09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11월, 좋은 달이지요, 분위기 있는 달! (저도 11월생 ^^)

비연 2016-11-09 13:38   좋아요 1 | URL
어멋. hnine님도 11월! ^^ 축하 감사요~ㅎ

오거서 2016-11-09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 님, 생일 축하합니다! 오늘 날씨 때문에 겨울에 태어난~ 노랫말의 주인공, 겨울아이 이미지를 떠올려봅니다.

비연 2016-11-09 13:39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감사감사입니다~ 겨울아이...라기보다는... 겨울...아 뒷말은 잇지 않겠어요..ㅜ

단발머리 2016-11-09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해요~
저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요~
뜬금없이 사랑이지만... ㅋㅋ
사랑 가득한 생일 보내시길요^^

비연 2016-11-09 13:40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사랑은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으뜸이라 했으니까요.
님들 축하 덕분에 (제가 막.. 얘기해서 받은 느낌이지만..ㅎㅎㅎ;;;;) 넘 좋아요~^^

책읽는나무 2016-11-09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어쩌다보니 나이 먹어 어른이 되어서 그런지~~맞아요
생일도 평범하고 편안하게 보내는게 다 똑같은 심정이로군요^^
편안하고 기분좋은 하루 되시구요
스스로에게 좋은 선물 듬뿍 주세요^^ 요즘은 내가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가장 좋은 선물인 듯합니다!!!

비연 2016-11-09 15:22   좋아요 2 | URL
책읽는나무님... 감사해요~ 나이들수록 진짜...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지네요.
제 자신에게 줄 선물을 골똘히 생각 중인데.. 흠... 책? (휘릭)

cyrus 2016-11-09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특별한 날인만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으면서 보내시길 바랍니다. ^^

비연 2016-11-09 15:22   좋아요 2 | URL
cyrus님, 감사감사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려구요^^

Breeze 2016-11-09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축하드립니다.^^

비연 2016-11-09 15:22   좋아요 1 | URL
Breeze님, ㅎㅎ 감사합니다~ 전 Breeze님 댓글 볼 때마다 저와 같은 캔디가 떠서 넘 반가와요!

재는재로 2016-11-0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축하드립니다

비연 2016-11-09 16:33   좋아요 1 | URL
재는재로님. 감사요~^^

서니데이 2016-11-09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드려요. 행복하고 좋은 시간, 건강한 한 해 보내세요.^^

비연 2016-11-09 23:05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감사드려요^^ 생일은, 그냥 평범한 날들 중 하루지만, 그래도 특별한 것 같긴 해요~

yureka01 2016-11-09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축하는 많을 수록 기분도 비례해지시길 바랍니다~~^^..

비연 2016-11-09 23:05   좋아요 1 | URL
yureka01님, 감사요~
쿡 찔러 절받기 처럼 되어서 좀 민망스럽긴 해도 ㅎㅎㅎ;;;;
축하 많이 받으니까 많이 좋아요~ 아. 역시 참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인가봐요 헤헤.

매너나린 2016-11-0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추카드려요~~^^
마니 마니 행복하시길 바랍니당!

비연 2016-11-09 23:06   좋아요 1 | URL
매너나린님, 제가 답글들 달고 있는데, 갑자기 떠서... 더 반갑다는!^^ 감사합니다~

보슬비 2016-11-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매일이 생일처럼 행복하세요. 비연님~~ *^^*

비연 2016-11-12 12:42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 감사해요~ 매일이 생일만 같다면 참 좋을텐데요..^^
요즘처럼 뒤숭숭한 날들엔 참... 그래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매일 노력을~
보슬비님도 이 좋은 가을날, 행복하세요~

2016-11-1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4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자주 하는 것 같다. 지금 6권까지 번역되어 나왔는데, 여차하면 그냥 원서로 볼 마음이 든다. 책도 가볍고 손에 쥐기에 적당한 크기라 번역본도 꽤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나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해미시 멕베스 순경이 좋다. 왜? 이번 4권을 읽으면서 내가 이 주인공을 왜 좋아하는 지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프리실라에게 가까워지기 직전에야 비로소 자존심 덕분에 가까스로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해미시 멕베스는 원숭이 같은 털복숭이 남자에게 홀딱 반해 정신을 못 차리는 저급한 취향의 여성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그런 남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랜만이에요, 프리실라."

(p35)

 

신분 차이가 완연한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으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시골 순경의 태도. 멋지지 않은가. 비위나 맞추려 한다든가 마음에 들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지 않고 끝까지 나름의 품의를 지키려는 해미시. 굿.

 

그와 해미시는 유전자 지문 감식법으로 해결한 사건들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프리실라는 다시 데이비엇 부인을 상대하게끔 남겨졌다. '이게 바로 해미시와 결혼하다면 내가 살아가게 될 그런 삶이란 말이군.'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해미시가 직접 총경을 찾아왔다는 사실은 그에게도 야망이 있음을 보여 주는 어떤 신호가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프리실라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데이비엇 부인의 심문 같은 질문도 그럭저럭 견뎌 낼 수 있었다.

(p59)

 

해미시를 좋아하는 것을 아직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지만, 해미시와 함께 있는 것이 좋은 프리실라. 하지만, 야망이 없는 남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녀는, 해미시가 시골에서 순경으로나 만족하며 살려고 하는 것이 비겁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이런. 야망이 뭔지나 아는 지. 야망을 가진 남자가 어떤 종류인 지 알기나 하는 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구만.

 

해미시는 한숨을 쉬었다. "날 여기 묶어 두는 게 내 아둔함이나 수줍음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쯤이나 당신 머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난 로흐두를 사랑하고, 로흐두 사람들도 좋아하고, 여기에 있는 게 행복해요. 내가 왜 꼭 사회의 통념에 맞춰 로흐두 밖으로 나가 승진을 하고 돈을 벌고 하는 식의 성공을 해야 하는 거죠? 난 성공했어요, 프리실라. 요즘 나처럼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요."

(p228)

 

이 대목에서, 난 해미시 멕베스 순경을 좋아한다고 소리지를 뻔 했다. 이 얼마나 당당한가. 자신의 삶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고 남과 비교를 하지 않으며 자신의 행복에 충실한 모습. 이게 자칭 성공했다 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대수롭지 않은 인생이면 어떤가. 이런 경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영리해야 이럴 수 있는지를 이해 못 할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해미시의 이 말 한방이 얼마나 좋은 지.

 

 

그때 데이비엇 부인은 블레어 경감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프리실라의 차가운 반응에 속이 쓰리던 참이었다. '블레어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데이비엇 부인은 생각했다. 그 말은 블레어라면 무조건 그들 앞에서 굽실거리며 아첨하리라는 사실이 보증된다는 의미였다... (중략) ... 블레어는 거의 뛰다시피 그들 곁으로 왔다. 데이비엇 총경도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블레어에게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뭔가가 있었다. 그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형사였다. 해미시는 특이하고 별나고 사람 기분을 상하게 했다. 솔직히 말해 진심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사람을 사는 사람과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

(p258-259)

 

역시 한 자리를 하는 사람은, 게다가 그 사람의 부인까지도, 자기 맘대로 안되면 싫어한다. 아주 작은 지위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러하다. 나에게 아첨해주길 원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원하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길 원한다. 나의 불행이 그에게도 자리해서 함께 고뇌하기를 원한다.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사람이 좋다. 권력 앞에 굽신 거리고 애결하고 살살 거리고, 그래서 나의 자존심을 높여 주는 사람이 좋다. 인간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현실로도 그걸 목격하고 있으니까. 상당히 가슴 아프게, 절렬하게, 미치게.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서 부엌 식탁에 나란히 놓인 두 신문을 바라봤다. 광분한 존 벌링턴의 얼굴과 멕베스 순경의 행복한 얼굴이 보였다.

(p267)

 

고작 4권 읽었지만, 해미시 멕베스 순경이라는 캐릭터가 점점 좋아진다.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힘,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꿎이 한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따뜻함, 유머 그리고 마을과 주변 사람들의 평온함을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 슬쩍 슬쩍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도 얄밉지 않게 넘어가고, 사랑 앞에 약하지만 비굴하지 않은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부러울 정도로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자세.

 

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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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11-0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실라는전권들에서 만난남자들을보면모두야망이가득한 인물들이고야망없는 헤미시를이해하지못하죠 헤미시가자신의생활에만족한다는걸이해하지못하는 가족들이속물인데 그자신역시 모르지만그런면이있죠 2권의공산주의자부터지금까지나머지권에서는 다행히남친이없죠 근데헤미시가다른여자한테관심이가서 과연두사람이이어질지 지켜보는것도이시리즈의재미중하나죠 썸아닌썸타는두사람의관계

비연 2016-11-06 20:2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게 꿀잼이에요 ㅎㅎㅎ 프리실라가 야망없는 해미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해미시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가게 될 것이냐... 둘이 이어지면 어떤 모양새일까도 기대되구요 ㅋㅋ
 

 

1. 야구?

 

야구가 끝났다.

 

정확히는 2016년 한국시리즈가 끝났고 이제 내년 4월 초나 되어야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것이다. 나의 낙이 휙 사라져버렸다. 한국시리즈도 6차전까지는 하겠지 했는데 너무나 너무나 시시하게, 김태형 감독이 인터뷰하면서 김경문 감독 얘기 물어보니까 눈물을 흘릴 정도로 허무하게 두산의 4전 스윕으로 끝나버렸...다는 거다. 경기는 재미없었고, NC 선수들은 무슨 집단 최면이라도 걸렸는 지, 헛방질에 삼진에 병살타에... 아주 '나테이박' 방망이는 내내 침묵이.... 박석민은 심지어 13타수 '무'안타. 연봉 토해내세요.... 그에 비해 월드시리즈는 심장 쫄깃한 경기의 연속이었고. 암튼... 암튼... 나의 낙이 사라졌다. 야구가 끝났다. 흑.

 

 

2. 독서?

 

낙도 없는데, 나라도 뒤숭숭하고. 그래서 나의 또 하나의 큰 낙인 책이 안 읽혀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뉴스만 보느라 도대체가 책에 집중을 할 수 없고 심지어 댓글까지 꼼꼼히 읽는 신공 발휘 중이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밤마다 스맛폰과 노트북 화면 쳐다본 피로한 눈을 찜질하며 자기 바쁘고. 덕분에 최근 독서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고 나라 핑계.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나는 잘못한 거 없어요. 잘 하려고 했지요. 근데 주변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다니 비애스럽네요. 전 불쌍한 사람이에요. 가족도 없어요. 외로와요... 징징징. 오늘 이런 실시간 방송을 보고 났더니 나도 다 핑계라는 걸 대고 싶어졌다. 나도 그런 '너' 땜에 심란하고 착잡해서 책이 안 읽혀져요... 징징징. 

 

 

 

이거 하나 읽었는데, 모리 히로시의 이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류는 아닌데 계속 읽게 된다. 왜지? 암튼 읽게 된다. 이게 7권째인데.... 8권도 있다고 해서 일단 보관함에 슝. 갈수록 장광설도 길어지고 조금 이상한 분위기도 있고 그래서 이제 그만 읽을까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주말에 읽을 추리소설 고를 때... 히가시노 게이고 것은 절대 안 보게 되어도 이건 고르게 된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 책 주인공 중 하나인 사이카와 교수의 캐릭터에는 좀 흥미가 있다. 다분히 이과적이면서 자폐적인 사람이고 상당히 냉정하면서 객관적인 사람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사실, 흥미가 생긴다. 시리즈물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나 할까. 사람의 성장. 달라짐. 이런 것들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는 것.

 

 

 

 

 

3. 드라마?

 

지난 번에 얘기했던 백만년만의 본방 사수 드라마 <질투의 화신>도 열심히 보고 있긴 하다. 어제는 정신없이 마지막회인 줄 알고 맥주 한캔 사들고 와서는 마지막회를 음미해야지 했지 뭔가. 다 먹고 나서 끝날 때, 어라? 아니야? 라고 보니 다음 주 종영. 요즘 너 왜 그러니. 비연...ㅜ 그래도 끝나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낙이 하나 남았으니.

 

어제 내용은 꽤 괜찮았다. 조정석의 발견이랄까. 연기의 깊이가 남다르다. 아주 디테일하고 연기답게 한다. 그에 대응하는 공효진의 매력. 연기. 이 둘의 조합이 드라마를 상당히 가치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지만, 방송인들의 이야기가 잘 배여 있어서 우리나라의 특성,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되더라.. 류는 아니라서 좋다고 본다. 전문가로서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도 잘 드러나니 말이다. 공효진의 캐릭터가 그저 남자에게 기대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극중 조정석이 연기하는 이화신이라는 캐릭터는, 마초에 이기적이고 냉정하고 일 밖에 모르고 여자 무시하고 남의 감정 배려 못하고... 형 회사의 부정한 상황을 자신만의 사랑 표현방식이라며 직접 보도하고 그래서 형은 망하고 그것 때문에 가족들의 미움을 사고... 그러던 사람이 표나리(공효진)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모습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 변화가, 그냥 무너져내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더욱 좋고 말이다. 아뭏든 이 낙도 다음주면 끝이다. 결말은 해피엔딩이겠지만, 어떻게 이끌어나가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

 

 

4. 뜨개질?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모자뜨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이미 한 개 떠서 조각담요들이랑 같이 발송했다. 그리고 하나 더 만들었는데 여러 개 짜서 한꺼번에 보낼 생각이다. 이것도 낙이라면 낙. 그냥 하염없이 뜨개질 바늘을 반복적으로 놀리다보면, 무념무상하게 된다고나 할까. 도를 닦는 기분이 된다... 예전에 우리 외할머니도 뜨개질, 아니다 재봉틀이었던가. 매번 늘상 하셨었는데 아마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시간을 보낸다는 기분. 그렇게 스스로를 투영하며 인생을 버틴다는 느낌. 이제야 이해될 듯한 내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니.... 좀 서글퍼진다... 나도 뜨개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삭이는 나이가 된건가.... 이건 낙이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기도 하니 善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 더 좋다... 그런데 善.. 이 한자가 싫어지는 이유가 뭘까.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화가 배이는 요즘의 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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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1-0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태가 좀 안 좋아졌어요.
아까 사과문 동영상 5분 정도 봤는데 불쌍한거 있죠... 저 사람.. 어떻게하나 싶고..
저 이상해요 ㅠㅠ

조정석은 저도 좋아요.
연기가 다 진심이예요, 조정석은^^

비연 2016-11-04 15:01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러려고 국민이 되었나 자괴감이 드는 .... 하루죠.
단발머리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나마 조정석과 공효진이 절 위로하네요. 힘내 보아요, 우리.

단발머리 2016-11-04 15:04   좋아요 0 | URL
저는 순실이의 국민한다고 한 적 없는데.... 나도 모르게 순실이의 연설을 듣고...우리 조정석과 공효진의 에너지를 모아모아^^

비연 2016-11-04 15:35   좋아요 0 | URL
모아모아....^^

cyrus 2016-11-0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석민은 작년 코시에서도 중요한 기회 몇 번 놓쳤어요. 리그에선 훨훨 날았지만, 코시만 되면 죽 쑤는... ^^;;

비연 2016-11-04 22:58   좋아요 0 | URL
코시만 되면 얼어버리는 느낌요 ㅠ 코시 얼음땡 박석민.. 쩝.
 

두산 대 엔씨전 갔었네요...


두산팬이지만 표를 못 구해...
엔씨 자리에서 얌전히 응원.


고구마같이 답답한 경기였지만
일단 연장 끝에 두산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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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0-3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그, 상대 팀 자리에서… 연장까지 힘드셨겠어요. ^^

비연 2016-10-30 18: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표구하기 넘 힘들었는데 지인이 그 자리라도 구해줘서 감사감사였어요^^;;;

cyrus 2016-10-3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불허전 콩경문... ㅎㅎㅎ

비연 2016-10-30 18:03   좋아요 0 | URL
오늘도 이겨버려서... 김경문감독이 좀 가엾어보이기까지 했으나... 승부의 세계이니. 쩝.
 

 

세상이 하수상해서인가. 책도 읽혀지지 않는 요즘이다.

 

<유한계급론>은 1/3쯤 읽었는데 진도가 느릿느릿.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은 한번에 휘리릭 다 읽을 것 같았는데 그것도 반 정도 읽었고. <The Affair>라고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 영문판은 영어 안 잊어먹겠다는 핑계로 매일 들고는 다니는데 좀체로 쓱쓱 나가지지가 않는 상태. 40페이지쯤 읽었나. 10%. 그리고 <Axt> 9.10월호도 2/3 정도 읽고 구석에 쳐박아 두었다.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세상에서 버티려면 책을 옆에 끼고 살아야 할터. 그러나 마음이 복잡복잡하면 도대체 눈에 글자가 박히질 않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보지 않던 저녁 시간대 뉴스를, JTBC 뉴스시간에 맞추어 매일 쳐다보게 된 '큰' 변화가 있었긴 하다. 그러니까 그걸 볼 지언정 책은 안 보고 있다... 그런 거고. 

 

그래도 신간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상은 여념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게 유일하게 정상적인 일인 듯.

 

 

 

 

내가 좋아라 하는 해미시 멕베스 순경시리즈 4권, 5권, 6권이 나왔다. 심심한 내용인데, 계속 흥미를 당기는 건 이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이렇게 세 권 연타석으로 나오면 어쩌란 말이냐. 요것은 11월 사기로 (마음속) 예약.

 

 

 

 

 

 

 

 

 

조카가 이제 6학년이라 이제 학습만화가 시들하긴 한데, 그래도 안 사주면 좀 섭섭하고 해서 이 정도는 사주고... 내년부터는 정말 이런 책은 사주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마음이다. 근데 이 책 시리즈는 정말 끊이지 않고 나온다. 대단하다는 생각.

 

 

 

 

 

 

 

 

 

 

 

 

추리소설 정말 재미나게 쓰는 찬호께이가 '공동집필'한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흠. 그냥 혼자 써주세요... 그러고 싶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용은 궁금하다. 미스터 펫은 누구인가... 궁금하긴 한데.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 1회 수상자라니까 나쁘지는 않겠지? 기대가 좀 된다.

 

 

 

 

 

 

 

 

 

 

 

 

 

 

 

미야베 미유키의 SF 장편소설 <드림버스터>. 예전에 나왔던 책이 재출간된 건데... 이게 썩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는다. 요즘 미야베 미유키의 글빨이 좀 떨어졌다는 생각도 들고... SF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게임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표지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좀 고민 중. 심지어 <불문율>이라는 현대물도 살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게 현실이다. 현대물, 특히 중단편은 더더욱 흡인력이 떨어져서 말이다. 미미여사의 책은 나오면 무조건 샀었는데, 좀 아쉽다... 고민하게 되다니.

 

 

 

 

사실 이번에 나온 신간은 <키다리 아저씨>. 같은 출판사인 허밍버드에서 나온 <빨강머리 앤>이랑 같이 사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자들에게 있어서 이 두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앤과 주디의 그 수다들. 주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들의 성장. 이런 것들이 한창 자랄 나이의 여자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두고두고 마음에 따뜻하게 자리하게 된다. 아마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다시 읽어보며 그 때의 감흥을 느껴보고 싶다.. 라기보다는 지금 또 자세히 읽으면 기분이 어떨까.. 라는 게 더 궁금해지는 책들.  

 

 

 

 

 

 

아. 오늘은 여기까지. 다시 보니 그냥 '재미있다' 라는 책 밖엔 안 올렸네. 마음이 무거우니 가벼운 책들에 눈이 가는 모양이다. 그러면 그런 대로 일단 골라 보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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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8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0-2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하라고 하던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연이틀 들려오는 뉴스를 보느라 진이 다 빠져서 그런지 머리에 열이 납니다. ^^;;

비연 2016-10-29 23:49   좋아요 0 | URL
맞아요ㅠ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갑네요... 정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