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한가해지니 매일 알라딘에 도닥도닥.

 

마음 한켠 불편하지만, 그냥 이 상태를 즐기기로 했다. 으. 즐기는 게 쉽지는 않다. 성격이 이상한 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긴 듯 하다. 지난 번 검진 및 여러 검사를 통해 내장기관에 별 이상이 없다고 밝혀진 이상, 이것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다.

 

어제는 회사 동료들과 선정릉 근처 깐부치킨에서 치맥을 했다. 역시나 회사 사람들이니까 회사 얘기 이런저런... 하고 있었다. 그 곳 깐부치킨은 저녁이 되니 앞쪽 창문을 화악 다 열어제껴서 공간이 넓어진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창문 바깥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허억!" 하는 거다. 이 사람 왜 이래. 라며 뒤를 돌아보니, 허억. 작년에 퇴직하신 회사 선배님이 지나가고 계신 거다. 서로 손을 뻗어 가리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러니까, 작년 10월엔가 퇴직하셨으니 근 10개월만에 처음으로 뵙는 것이었다. 그것도 정말 우연히, 선정릉이라는 아무 연관없는 장소에서.

 

알고 보니, 근처에 다른 퇴직한 선배님이 근무를 하시는데 두 분이 번개로 오늘 만나기로 하셨다는 거다. 어찌나 반갑던지. 결국 합류하여 치맥과 함꼐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나랑 나이차도 꽤 나시는 분들이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돌아보면, 이 두분이 계실 때가 이 회사 근무한 5년 중에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선배가 선배같았다. 사리사욕 부리지 않고 조직에서 리더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셨고 모두에게 세심한 관심을 실어 주셨다. 그 땐 몰랐는데, 정말 두 분 퇴직하고 나시니 지금 상황과 분위기는 영 엉망이 되어 버렸음을, 이 두 분의 무게감이 상당했음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난데없는 시달림(?)을 받고 있는 때는 더더욱.

 

사람이, 어디서나 잘 하고 지내야 한다는게, 이렇게 언제 어디에서 알던 사람을 만날 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이게 길바닥일 수도 있고 식당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조직에서일 수도 있고. 어쨌든 어디서 어떻게 만나든 반가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겠다는 생각을 집에 오는 내내 했더랬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더더욱 절실하게 드는 생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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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을 코앞에 둔 금요일에 비가 내리니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아요. 며칠 동안 날씨가 선선해지니까 따뜻한 음식과 음료를 찾게 됩니다.

비연 2016-09-02 12:25   좋아요 0 | URL
금욜의 비... 차분해지는 거 맞는 것 같아요~ 날씨가 선선해졌다가 다시 좀 더워져서 헥헥 입니다 ㅎㅎ;;;
 

 

어제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다 읽고... 이것도 리뷰 혹은 페이퍼를 쓰고 싶긴 한데 여력이 닿을 지... 암튼 생각보다는 그냥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이긴 한데 긴 소설로 읽으니 나중엔 좀 지겹다고나 할까. 약간 짧은 글로 대하는 게 좋겠다 라는 결론. 물론 이응준이라는 작가의 재능은 확인했다. 상당히, 재능이 있는 작가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아직 불명확. 한두편 가지고야)

 

9월을 시작한다고 어제에서 오늘로 꼴깍 넘어가는 자정 즈음에 펼쳐든 책은 <사피엔스> 이다.

 

 

누가누가 추천했어요 라며 읽으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빌 게이츠도 추천하고 마크 저커버그도 추천하고... 그 정도면 세상에 대한 식견 정도는 열어주는 책이 아니겠는가 라는 판단이 선다. 게다가 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636페이지의 책 두께가 좀 허걱... 스럽기는 한데, 막상 열어보니 사진도 군데군데 들어가있고 줄간격 넓고 페이지에 들어간 글자도 많지 않아서 대략 읽어볼 만 하다 싶었다. 우연스럽게 뒤를 뒤집어보니.. 1판 53쇄. 헉.

 

53쇄!

 

그것도 일 년 만에. 사람들이 이 책을 그렇게 읽었단 말이냐. 이런. 내가 이제까지 읽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놀라운 인쇄판본수였다. 더더욱 잘 읽어내겠다는 투쟁의지를... 활활 불태우다가 침대게 고꾸라져 잠든 나. 새벽녘에 잠시 깨보니 책을 부둥켜 안고 자고 있더라는. 그래그래. 나이 먹으니 투쟁의지도 5분이구나. 라며 전깃불 탁 끄고 침대 안으로 슝.

 

그러고 났더니 갑자기 잠이 안오고. 이불 안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머리를 뭉개면서 아무리 잡을 청해도 잠이 안 오지 뭔가. 아 정말. 그냥 책을 읽어 말어? 망설이다가 설핏 잠들었는데 꿈자리 대박 뒤숭숭. 그렇게 잠을 설치고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유리창에 머리를 짓찧으며 잤던 나. 도대체 품위와 우아는 어디에서 구한다는 말인다. ㅜㅜ;;;

 

 

 

가방에 이거 대충 구겨 넣고 다니고 있다. [Axt]와는 다른 느낌. 주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내용이 좀 다른 접근방법. 그 주제의식이 매우 심층적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있으나 한번쯤 던져볼 만한 주제이긴 해서 뒤적뒤적.

 

문예지를 하나 구독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이거 자꾸 뭐가 나와서 난감하다. 지금 생각엔 [Axt]나 [Littor] 중에 하나 고르려고 하는데, [미스테리아]도 있고 오늘 하이드님 서재에서 [conceptzine]이라는 것도 발견하고... 고민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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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9-0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 너무 좋습니다ㅠㅠ 저런 책 또 있으면 누가 알려주면 참 고마울 것 같아요

비연 2016-09-02 10:38   좋아요 1 | URL
앗. 첫장부터 재미있다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좋다고 하시니 얼른 다 읽어버리고 싶네요.
 

 

오늘 8월 31일.

8월의 마지막날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5년이 딱 되는 날이다.

그러니까 2011년 9월 1일에 여기 입사했었다. 이렇게 오래 근무할 줄도 모르고.

 

십년 이십년씩 근무하는 사람도 많은데 고작 오년 해놓고 뭘 '오래' 라고까지 비장하게 이야기하느냐... 그럴 분들도 있겠지만서도, 이렇게 '오래' 다닌 직장이 나에겐 처음이라 감회가 깊다. 능력이 좋아서 이직을 했던 건 아니고... 그냥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처음 3년 정도는 업무나 회사에도 익숙해지느라, 사람들도 사귀고 그렇게 친한 사람들을 만드느라 금방 지나갔었다. 그 후 일년 정도는 관성적으로 다녔고.. 아 최근의 일년은... 좋지 않다. 버티기 신공 중.

 

어쨌거나 난 오늘을 정말 기념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 잠실야구장 테이블석에 자리를 하나 예약해두었더랬다. 그것도 혼자. 혼자 가서 맥주 한잔에 오짱(오징어 다리 튀긴 거) 씹어대며 지난 오년을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었다 이거다. 근데 날씨가 날 안 도와주는 거지. 어제부터 먹구름이 좌악 몰려오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비... 지금도 비... 날씨 보니 계속 비... 기상청을 아무리 안 믿는다고 해도 (세상에, 기상청장이 나와서 일기예보 못 맞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엔 없을 거야..) 이렇게 비가 뿌려대면 야구장은 축축할 거고 결국 경기를 한다고 해도 시베리아 벌판처럼 추울 것이다. 담요 한장 달랑 가져왔는데, 이거 가지고 견딜 수 있을까? 를 두고 오전 내내 고민하다가 .. 취소... 으흑.

 

집에서 방바닥에 모로 누워 물이나 마시며 오년을 마무리해야겠다. 요즘은 내 의도대로 되는 일이 정말 없어.. 라며 부정적인 강화가 일어나려 하는 걸, 꾸욱 누르고 어쩌다보니 비가 오고 어쩌다보니 기온이 낮은 것이니 천재지변에 내 인생을 대입하여 쓸데없는 자괴감을 양산하지 말자... 라고 애써 생각하고 있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시작될 나의 육년은 어떤 모습일까.

썩 좋은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조한혜정교수가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질문이다' 라고 했던데, (정말 한문장으로 이 사안을 이렇게 잘 정리하시다니!)

나의 회사생활 육년도 문제가 아니라 질문이 아닐까 싶다. 어떨까? 왜 그럴까?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의 고리들.

 

 

*******

 

그제부터 읽고 있는 책은 이응준의 <내 연애의 모든 것> 이다. 알고 봤더니 2013년인가에 SBS에서 신하균, 이민정 주연으로 드라마화 되었던 작품이었다. 찾아보니 시청률 7.4%. 시청률적으로는 망했던 것 같은데 웰메이드라며 칭찬은 좀 있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있다.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이응준이라는 작가는 <Axt>라는 잡지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 읽고 있는 <Littor>에도 글을 올렸음을 발견했다. 쓰는 작풍이 재미나서 책으로 한번 볼까 하고 산건데, 작금의 현실을 이렇게 여과없이 얘기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노골적이라 재미나다. (어차피 글쓰는 폼이 그럴 거라 예상하고 사긴 했다) 당 이름이나 뭐나 그냥 그대로 사용. 작가는 처음에 밝히길, 이건 창작의 산물이니 이런 걸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정신병원에나 가보시길.. 이라는 내용으로 화근의 싹을 싹둑 잘라 두었다. (이것도 재미났다) 사실 살 때는 표지가 뭐 이래? 연두색 바탕에 빨간색 능금 하나라니, 그것도 번쩍거리는 걸로다가. 들고 다니기 좀 그렇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소설 내용을 보면, 책 표지 만든 사람이 아예 생뚱맞은 걸 그려댄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사과나무다 사과나무. 그게 아마 이 소설의 화두가 되는 거 맞는 듯.

 

엄청난 책이야. 라고 하기엔 2% 부족한 면이 있지만, 좀 통쾌해. 라는 측면에서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라는 것이, 현재 반 정도 읽은 나의 감상평이다. 용두사미가 될까봐 조금 불안한 감도 없지 않으나 일단 끝까지 가봐야지. 그나저나 드라마로 만들기엔 최적의 책인데, 시청률이 안 나온 건 좀 아쉽군. 이다. 드라마 몇 편 정도 한번 맛보기로 볼까? 싶기도 하고. (아이고. 시간 많다, 비연 ㅜ)

 

 

*******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 오년 되었습니다, 이 회사 입사한 지.

야구가 꽝 났으니 뭘로 자축, 그러니까 이 밀림 속에서 이 악물고 버텨냈음을 뭘로 자축할까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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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8-3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도 참… 그래도 오년 됨을 축하합니다. ^^;

비연 2016-08-31 13:44   좋아요 0 | URL
축하... 할 일 맞는 거죠? ^^;;;; 감사합니다~

부자아빠 2016-08-3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은거 지르세요. 전 이 회사 다닌지 이번달로 8년 됐어요.

비연 2016-08-31 13:44   좋아요 0 | URL
8년! 아... 8년 근무. 그게 가능한거군요... 사고 싶은 거 지르기. 괜찮을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cyrus 2016-08-3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도 오래 일한 겁니다. 힘들게 취업했는데 1년 가까스로 채우고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

비연 2016-08-31 21:50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오래 일했다는 거에 괜히 뿌듯해지네요...우헤헤.
참고로 오늘 그냥 얌전히 지냈습니다..^^

컨디션 2016-08-3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내일, 입사 6년차의 시작일이시네요. 앞으로 눈 딱 감고(아니 부릅 뜨고) 족히(?) 5년은 쭉 달리셔야 할 줄 아뢰나이다. 아울러, 모쪼록 쾌청한 날 야구 날짜 다시 잡으시구요. ^^

비연 2016-09-01 09:33   좋아요 0 | URL
컨디션님~ 오늘 시작했습니다, 6년차. ㅎㅎㅎㅎ 앞으로 5년을 더! 라고 생각하니 흠... 흠....ㅋㅋ;;;
야구는 바로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얼마 안 남아서 속상합니다...흑흑

다락방 2016-09-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늘 이 글을 봤네요. 어떻게 보내셨을지 궁금합니다. 사고 싶은 거,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좀 있어서 망설이고 있었던 거 지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와인도 한 잔 하셨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동안 고생많았다, 건배, 하고요. 후훗
고생하셨어요, 비연님.

비연 2016-09-02 08:27   좋아요 0 | URL
락방님,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에 사고 싶었던 거 확 질러버리려고 궁리 중이구요 ㅎㅎㅎㅎ
저한테 상을 주고 싶은... 와인! 아 와인도 한잔 하고 싶네요. 건배! (아침부터 와인와인 하고 싶네요 ㅋ)
 

 

어제 강헌의 강의 중에, 이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Marvin Gaye.

 

이 재즈 아티스트의 소울을 느끼기 위해 1973년 나온 <What's going on> 이라는 앨범을 꼭 사라고 해서,

일단 유투브에서 들어보고 있다. ... 느낌 있다. 보관함에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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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6-08-3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at`s going on 앨범 좋죠. 예전에 친구한테 시디 빌려서 무한 반복했던 기억이.. 이 앨범도 좋고, 전 개인적으로 let`s get it on이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ㅎㅎ 오랜만에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비연 2016-08-30 14:46   좋아요 0 | URL
갑자기 재즈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겨요 ㅎㅎ 아무님이 말씀하신 let`s get it on 도 찾아서 들어봐야 겠어요~
 
팅커스 -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시간 순서없이 몽환적으로 은유적으로 묘사한 이야기이다. 조지가 죽어가는 동안, 아버지 하워드의 인생이 기억되고, 목사였던 할아버지의 좀 기묘하지만 따뜻했던 모습이 중첩된다. 느리고 따라가기 어려운 문체이지만 읽는 내내 마음 속에 아롱아롱 순수함이 피어오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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