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월간 단행본 이런 문예잡지를 읽고 싶었다. 내 연령대의 사람이라면 그런 로망 같은 걸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말고.. 우힛.

 

중2 때 담임이 그런 사람이었다. 아 이렇게 말하니 내가 앞에 한 말 좀 취소하고 싶어진다. 중2 때 담임은 중년의 남자였는데 S대 출신의 자기가 무지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고작' 선생님' 하면서 코흘리개들 키운다는 것에 약간의 자괴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성질이 오락가락, 화내면 마구 두들겨 패고 (요즘 같으면 SNS 올려서 난리났을 법한) 좋으면 또 헤벌죽 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여름 보충수업 때는 런닝셔츠 바람으로 훌러덩 벗고 수업을 하기도 했다. 남녀 차별이 심해서, 아들 낳으려고 딸을 넷인가 낳은. 그래서 그집 식구들이 걸어가면 제일 앞 선생님, 그 다음 사모님, 그리고는 아들, 이하 딸들이 쭈욱 도열하여 가곤 했다. 큰 딸 아이가 우리 학교 다녔었는데 공부 못한다고 옷을 안 사줘서 애가 거의 중년 아줌마 차림새로 머리는 산발로 해서 다녀 남자애들 기피 대상 1호였고 점수 나쁘면 다 보는 앞에서 아버지 선생님에게서 뺨따귀도 맞곤 했었다.

 

그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참.. .별로인 것 밖에 없다. 단 하나. 외벌이에 애는 많지 하니까 이런 지적 욕구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옛날에는 폐품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했는데, 그 때 나는 우리집에 아빠가 보시던 <신동아> 라는 월간잡지를 매번 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넘의 <신동아> 지만.. 그 당시에는 볼 것도 별로 없었다) 선생님은 일년도 넘게 예전 것인 그 잡지들을 다 빼내서는 읽고 계셨다. 그리고는 어느 한 날은, 날 불러서 폐품 낼 때 꼭 <신동아> 챙기라고. 그 얘길 듣는데, 괜히 마음이 좀 찡한 느낌이.... 그 기억 하나 나쁘지 않게 남아 있네.

 

어쩄거나,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는데.... (미침..ㅜ) 그래서 최근에 <Axt>라는 이 잡지를 발견하고는 가슴이 둑은둑은. 작년에 나와서 격월로 발간되어 벌써 6권이나 나왔으나 내 레이더에 안 걸리다가 우연한 기회에 걸렸다. 오호. 이거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일단 표지랑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말이다. (내용이 우선이지..ㅜ)  최산호부터 사서 보고 괜찮으면 거슬러 올라갈까 1호부터 사볼까.. 를 망설이는 단계.

 

책만 산다. 이거 정말 큰일이다. 팔기도 팔아야 하고... 공부도 좀 해야 하고... 살도 좀 빼야 하는데 그저 앉아서 책만 산다. 보는 건 또 일부다...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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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7-1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는 이래요… CD만 산다, 내다팔지 않는다는 아내의 성화에 움찔, 음악사 공부도 해야 하고, 살을 빼야 하는데… 여름 옷이 맞는 게 없어요. ^^

비연 2016-07-12 11:40   좋아요 0 | URL
五車書님,... 저도 음악사 공부 하고 싶... 아 안되요.. 이러면 안되요...ㅜㅜㅜㅜ
 

 

상사들이 출장과 휴가로 자리를 일주일씩 비우고 내가 싫어라 하는 사람들까지 일주일 출장을 간 지금. 아. 이거야말로 파라다이스 아님? 이라며 룰루랄라 중인 비연이다. 이것이 과연 휴가~ 인가. 어딜 놀러 갈 필요가 없다. 이게 휴가지. ㅎㅎㅎㅎ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뒤적뒤적. (흠... 일은 하고 있다. 중간중간 ㅎㅎ) 여름엔 뭘 읽으며 시원하게 지내볼까 라며 이것저것 구상중. 개인적으로 여름에는 휴가를 잘 가지 않는다. 덥고 가는 곳마다 사람 많은 이 계절엔 그저 회사의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내 피부를 보존하는 것이 장땡인 것을. 성수기라 비싸기까지 한데 굳이 꾸역꾸역 이 시기에 가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가 나의 오랜 철칙.

 

그래서 여름에 독서량이 좀 증가한다. 오히려 가을겨울의 독서량이 쭈욱... 미끄러지는 경향.. (헉) 추석이다 뭐다 놀러다니느라... 한 군데 붙어 앉아서 뭘 읽지를 못한다는... 그리하여 이 여름에 뭘 읽을까. 지난 번에도 썼었지만 이번 여름엔 역사책을 한 시리즈 쭈욱 읽어야겠다 싶은데. 비단 역사책이 아니라 좀 여러권으로 된 책을 긴 호흡으로 읽고 싶다.

 

 

 

콜린 맥컬로의 <로마의 일인자>. 이게 우선은 제 1순위이다. 콜린 맥컬로의 <가시나무새>를 봤다면 그의 필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바, 이 책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이후에 3권씩 뭉터기로 나오고 있다는 게 부담이라면 부담이지만, 어쨌거나 이거 3권 정도는 쭈욱 읽어볼 만 하지 않겠어? 라는 게 지금 내 생각. 그래서 이번 주말부터 읽어볼까 하고 내 앞에 떠억.. 내놓은 상태이다.

 

 

 

 

 

 

그 다음은 이 책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철학이고 종교이고 서사이다. 인간에 대해 그렇게 처절하게 분석하고 파헤칠 수 있을까 싶을 만치 감동어린 작가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책이 이것. 예전에 읽었던 기억은 지우고 다시 채우고 싶다... 근데 지금 이 책을 엄마가 먼저 읽고 계셔서 약간의 간극이 필요한 상태. 허허.

 

 

아니면 나쓰메 소세키 전집은 어떨까.

 

 

 

 

 

 

 

 

 

 

 

 

 

 

 

 

현암사의 나쓰메 소세키 전집은 정말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책표지가 참 좋지 않은가. 지금 <마음> 한권부터 사다두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강상중까지 애호하는 작가로, 옛작가라 하기에는 그 감각이 예사롭지 않아서 좋다.

 

 

그 밖에 이것저것 엮어서 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런 책들이 읽고 싶어진다. 공자왈 맹자왈. 신영복의 <강의>를 예전에 읽을 때도 아 참 넓고도 깊은 세계로구나 이 세계가. 라는 감명을 받았었는데. 이제 그의 마지막 강의인 <담론>으로 재충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주역이든 중용이든, 사실 맹자도 읽고 싶고 ... 동양철학을 한번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맨날 생각만...ㅜ)

 

 

 

그래도 책 읽을 생각 하니 좋네 좋아. 크크크 . 이제 일 모드로 고고.

 

아, 지금은 뭐 읽고 있냐고? 일단 이렇소. 어제 <경관의 조건> 밤에 다 읽고 그 다음 책은 아직 못 골라서 일단 이 두 권으로 오늘을 버틸 예정. <Me before you> 이거, 이번만큼은 원서로 한번 다 읽어내보리라. 그동안 몇번이나 시도했다가 (물론 다른 책들) 중도포기했던 쓰라린 경험들을 되새기며.. 이건 좀 쉬운 책이라 더욱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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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7-1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 부러워요. 진짜 천국에 계시네요 ㅠㅠ 저희 회사 상사들도 같이 데리고 좀 가주시지.. 엉엉 ㅠㅠㅠ

비연 2016-07-11 14:08   좋아요 0 | URL
상사들이라 붙은 사람들은 묶어서 같이 보냈으면 싶네요..;;;; 락방님.. 저만 천국이라 죄송... 언넝 휴가들 보내버리세요, 상사들 ㅜ

cyrus 2016-07-1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마음에 안 드는 선임이 휴가 나가면 군 생활 할 만 했습니다. 며칠 동안 선임의 잔소리 안 들으니까 좋았어요. ㅎㅎㅎ

비연 2016-07-11 18: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군대나 사회나 ㅋㅋㅋㅋ
 

 

 

 

 

 

 

 

 

 

 

 

 

 

 

사사키 조의 <경관의 조건>. 두 말 할 필요 없다. 경찰 소설을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 할 소설이다. 사실 그 이전의 <경관의 피>를 읽은 다음에라야 전체적인 내용인 좀더 이해가 쉽겠지만, 안 읽었다 해도 혹시 나처럼 너무 오래 되어 내용이 가물가물하다고 해도 큰 문제 없이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나오는 경찰 소설들은 대부분 재미있다. 진정 '경찰'이라는 직종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 사이의 알력, 그에 앞서 조직이라는 것에 대한 충성심, 배신, 위계 등에 대한 내용들이 잘 묘사되고 있어서 읽다보면 경찰조직학 정도를 공부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사사키 조의 이 소설은 그러하다.

 

안조 가즈야가 가가야 경부를 배신(?)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긴 책은, 사실 대단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는 볼 수 없음에도 술술술 넘어간다. 배신으로 인해 떠나가는 가가야, 남겨진 가즈야, 그리고 수년 후 조금씩 뒤틀어진 그들의 인생이 어떤 조직폭력배 사건과 한 경찰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같은 선상에서 맞부닥치게 된다.

 

현장의 긴박함과 그 중에서도 드러나는 인간성, 그 배후에 있는 거래들, 그리고 개인의 역사, 가족.. 남자와 여자... 이런 것들이 정말이지 하나 어색하지 않게 절묘하게 쫀득쫀득하게 배치되어 있다. 내용의 대부분이 그냥 경찰들 이야기이고 사는 이야기이지만, 중간중간 꼭 필요한 부분에서 그간 스쳤던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버텨내고 있는 지가 나온다. 가가야와 가즈야의 주변 인물들. 전처, 엄마, 작은 아버지, 애인... 읽고 있노라면, 내가 그들 인생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생긴다. 

 

사사키 조의 담백하고 건조하면서도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따뜻하고 은은하게 보여주는 문체를 좋아한다. 꼭 경찰 소설이 아니라도 말이다. 번역되어 나온 책들은 빠짐없이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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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湊かなえ.

 

<고백> 이라는 책으로 첨 접하고 나서 몇 권인가 더 읽다가 이제 그만 읽어야지 했던 작가이다. 일단 뭐, 내 스타일이 아니랄까. 스토리는 참신하고 내용도 군더더기 없는데 왠지 나한테는 좀 이질감이 드는 작가라 책을 읽는 게 불편했었다. 뭐. 그렇게까지 이 작가의 책을 읽을 이유는 없으니까 여기서 그만. 하고 읽지 않고 있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작가가 "오랜만에 아득바득한 마음으로 쓴다" 고 했고 "독자가 어느 순간 '앗!' 하고 순간 정지 모드가 될 법한 이야기를 쓴다"고 했다니 재미있는 뭔가가 준비되어 있을까 라는... 호기심이 문득 들어 구입.

 

솔직히, 이건 스포일이라 말할 순 없지만, 마지막 문단을 읽고 나서 "...?" 라는 느낌을 잠시 가지다가 갑자기 머리가 핑그르르 돌면서 "..아.. 아아아앗!" 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 것을 고백한다. 내가 바보라서인지 이런 결말은 예측을 못하고 있다가 퍽. 하고 당했다는 느낌. 이 작가는 역시, 반전의 묘미를 아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면 왠지 좀 서늘.. 해지는 느낌까지 선사. 궁금하면... 읽어보면 된다...흐흐흐.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건, 사실 반전에만 있는 건 아니다.. 라고 본다.

 

.. 그야말로 히로사와의 단짝인 줄 알았는데, 한심할 정도로 히로사와에 대해 아는 게 없다. ... (중략) 범인 추적은 아무래도 좋다. 그저 히로사와 요시키란 사람이 궁금했다.

(p180)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이 생각했었다. 절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 사람을 전부 아는 것은 아닐 거다. 그동안 살아온 켜켜의 시간 속에 묻혀진 그(녀)의 이야기. 감정의 결들. 사람들이 가지는 그(녀)의 모습. 그(녀)가 가지는 사람들의 인상... 이런 것들은 다 이야기할 수도 없고 사실 다 알 수도 없는 거라서...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건 참 단편에 불과하구나 싶었다.

 

주인공인 후카세도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히로사와가 죽고 나서 그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시점에서 과연 히로사와의 지난 인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를 궁금해하게 된다. 내가 아는 히로사와가 과연 히로사와 본연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히로사와의 모습은 무엇일까.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서 히로사와 요시키라는 인물의 윤곽이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아 나는 그에 대해 참 한정적으로 알았구나 라는 감상을 가지게 되고. 나 또한 이 내용을 읽어내려가면서 누구를 안다 라고 말하는 게 참으로 무의미하면서도 위험한 일이라는 기존의 생각에 살을 더하게 된다. 

 

"그렇게 무턱대고 화낼 필요도 없엇는데. 요시키가 평생 일을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딱 일 년. 어디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거나, 거기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는데... 이야기만이라도 들어봐줄걸 그랬어." (p194)

 

무채색의 모습으로 , 투명한 모습으로 늘 상대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히로사와 요시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정도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야단을 친다. 직장을 구해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 그리고 그 산같이 믿음직했던 아이가 저세상으로 가고 나니 그것이 후회된다. 들어나 봐줄걸. 왜 그리 몸서리치며 하지 말라고 화부터 내었을까. 그리고 끝내 그 아이가 어디를 가고 싶어했는 지는 알 수가 없어진다. 그 아이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모든 걸 품고 하늘로 떠났으니... 누구나, 가고 나면 후회만 남는다. 그냥 해줄걸 뭘 그리 매몰차게 대했을꼬. 뭐가 그리 시간이 없었을꼬. 하면서... 마음에 가시가 되어 나를 콕콕 찌른다.

 

엄청나게 인상적인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나토 가나에의 책 치고는 우울의 끝을 달리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이전의 미나토 가나에의 책이 불편했던 이유를 되짚어보니.. 아 그 비통함과 슬픔의 정서가 바닥을 치게 만드는 상황 설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 <리버스>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일반적인 내용들이고 그래서 받아들이기도 쉬웠나 싶다.

 

 

뱀꼬리)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번역이 많이 되어 나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독자들한테 어필한다는 뜻일까. 이 중 두 권 정도 읽었고 (<고백>과 <꽃사슬>) <모성>은 일어 원본으로 도전 중인데 진도가 잘 안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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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다이어리>와 <스토너)

 

둘의 공통점은,

 

1. 제목에 Stone이 들어간다 (오홋)

2. 일생을 관통하는 이야기이다.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3. 배우자복 드럽게 없다. (물론 데이지 굿윌은 두번쨰는 복이 있다 해야 하나 없다 해야 하나)

 

그리고,

 

4. 읽고 나면 무지하게 우울하다. (=.=;)

 

 

 

 

 

 

 

 

 

 

 

 

 

 

 

 

 

 

 

<스톤 다이어리>를 다 읽었다.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 중의 하나가 <스토너>였고 그래서 이 내용과 비슷하다고 하기에 문득 든 책이었다. 읽고 나니 비슷한 점이 많긴 하고 뒷맛이 찝찝한 건 사실이지만 (서글프다... 는 쪽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나는 <스토너> 쪽이 훨씬 더 끌린다. <스토너>가 더 끌리는 이유는, <스톤 다이어리>의 사람들보다 <스토너>의 사람들이 내게는 정서적으로 더 잘 이해가 된다.. 라는 데에 있다. 하지만 <스톤 다이어리> 또한 참 정성껏 만들어진 작품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데이지 굿윌. 옆집 아줌마에게 키워지고, 대학을 나와 결혼이란 걸 적령기에 했는데 남편이 신혼여행 때 창가에서 떨어져 죽고 미망인으로 살다가 옆집 아줌마의 큰 아들 버커씨와 결혼을 하게 된다. 22살 차이 남자와. 묘한 관계의 그 둘 사이에선 딸, 아들, 딸이 순차적으로 태어나고 그렇게 아이를 키우고 그러다 남편도 죽고, 자기도 늙어 죽는다... 이런 아주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읽어나가는 동안, 작가가 하나하나 묘사하는 데에 큰 힘을 기울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투루 넘어갈 부분은 없다. 주변 사람들, 데이지의 아빠, 새엄마, 친구들, 아이들, 조카들... 의 성격과 사는 모습들이 문장문장으로 표현되는데 참 어디에서나 봄 직한 그런 사람들이면서도 살아가는 데 느끼게 되는 많은 섬세한 부분들이 잘 담겨있기는 하다.

 

무엇보다... 마지막. 데이지가 90이 넘은 나이에 세상을 뜬 후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들이 가장 가슴에 아픔으로 남는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이해하는 바가 다르고, 그 인생의 결을 다 알고 있을 수는 없는 거고. 다 말로 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죽고 나서 그(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산다는 건 무엇인지. 누군가의 한평생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아무 걱정거리없이 잘 살았다고 말하는 데이지도 죽으면서 들리지 않게 "나는 평안하지 않다" 라고 말한다. 잘 살지 못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뜻일까. 하루하루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불쑥 다가오는 아침이다... 다음엔 뭘 읽을까. 좀 즐거운 책을 들어야겠다. 이 씁쓸함과 아련함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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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7-0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토너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스톤 다이어리 읽고 싶어요. 그렇지만, 비연님처럼 저도 어쩐지 스토너를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저는 최근에 내리 읽은 세 권의 책이 다 그저그랬어서 안되겠다 싶어 흥미로운 책을 오늘 들고 나왔어요. 그 책은 바로, 요 네스뵈의 [레드 브레스트] 입니다!!

비연 2016-07-06 09:36   좋아요 0 | URL
락방님. <레드 브레스트>는 탁월한 선택이세요! 요 네스뵈의 소설들은 하나 버릴 것이 없답니다. 저도 안 읽은 요 네스뵈의 소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흑... 오늘 집에 가서 진중하게(?) 읽을 책을 골라야 겠다는 결심 다시한번. 전 아침에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들고 나왔네요... (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