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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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설가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들이 담겨져 있다. 주류 소설가들에게 끼이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소설가답게 올곧으면서도 명확한 원칙이 있어, 난 마음에 들었다. 하루키를 그냥 버릴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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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마지막 월요일.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서 머리가 복잡했다. 마음도 복잡하고, 정신도 산란하고. 아 잘 시작해야 할텐데... 싶어서 출근길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스타벅스 커피를 한사발 샀다. 흰색 상의를 입어서 혹시 칠칠맞게 쏟을까봐 조심 또 조심해서 걸어왔다.

 

자리에 앉아 우선 물티슈로 책상을 깨끗이 닦았다. 물티슈에도 유해한 성분이 있을텐데 장갑을 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그냥 몇 번 더 닦고 잊었다. 노트북을 꺼내고 전원을 꽂고 마우스를 on 시키고... 그러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엄마.

 

집에 일이 있어서, 황급히 받는다고 받는데, 손가락에 스벅 커피컵이 걸리는 걸 느꼈다. 찰나의 순간. 이후 보인 건 내 놋북 키보드 위에 다 뿌려진 커피. 멍... 다른 사람들이 튀어와서 놋북을 들고 나는 정신없이 휴지를 마구 뜯어 닦기 시작했다. 책상 위 가득한 커피. 아. 아까와. 내 스벅커피. 한모금 마셨는데. 다 노트북 키보드에 헌납했구나. 그나저나 내 노트북은?

 

일단 전원을 끄고 연결된 것들을 다 해제한 후 세로로 세우니 커피물이 줄줄... 내 커피가 저 키보드 뒤 메인보드에 다 들어갔겠구나. 묘하게 CSI의 한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사람의 혈관을 파고드는 독극물들의 형상이 그려졌다. 파고들고 있구나... 으악. 정말... 이런 대형 사고가.

 

얼른 들고 유지보수하는 데로 갔다. 접수를 하니... 이건 말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라며,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본인 과실이라 본인이 메인보드 교체 비용 같은 거 내야 한다... 라는 말을. 그래서 "얼마..?" "요즘은 메인보드에 다 달려 있어서 아마 60~70만원... 될겁니다" ... 뭬라구?

 

다 말렸다고 가져오긴 했는데 역시나 키보드가 좀 묵직. 아 정말. 이거 액땜일 거라 믿는다. 나쁜 일을 미리 보내는... 그렇게 오전을 날리고 나니 오늘 하루가 참... 힘겹네, 힘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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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진 커피보다 노트북이 너무 아깝습니다. ㅠㅠ

비연 2016-06-28 09:19   좋아요 0 | URL
지금도 조마조마해요.. 언제 이상한 반응이 나올 지.. 겨우 쓰고 있슴다 ㅜ
 

 

책 한 권 뚝딱 하고 주말에 뭔 책으로 지내보려나 하고 책장을 탐색하고 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손에 쥐고 나오니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다. 잘까 말까 잘까 말까 망설이다가 간만에 읽은 책 감상문이나 써보자 하고 들어와서 도닥도닥 도닥도닥 거리니 벌써 새벽 1시네. 흠... 주말에 이렇게 불규칙한 생활을 하면 안되는데 말이다.

 

 

머리근육에 긴장감을 주지 않으면서 수준이 낮아 짜증이 나지는 않을 정도의 책을 고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이거? 어려워. 이거? 두꺼워서 주말에 다 못 읽어... 이거? 흠. 이거 왜 샀지? 이거? 안 땡기네.. 뭐 이런 갈등을 수도 없이 마음 속에 야기시키며 책장 앞에 서 있노라면 내가 이 책들을 살 때는 뭔 생각이었나. 그냥 바로바로 고르지도 못하는 게 제대로 산 거 맞나... 라는 자괴감까지 든다.

 

그리고는 고르는 게 무라카미 하루키. 자주 하는 짓이다. 고민 끝에 이 정도면 주말에 다 읽고 넘 어려워서 머리 아프지는 않으나 읽고 나면 괜찮은데? 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하루키를 고르는 행위가 자주 하는 짓이다 이거다. 이런 걸, 기본은 하는 책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니면 작가? 암튼 이거 말고도 아직 안 읽은 하루키의 책들은 여러 권이다. 표지가 맘에 너무 안 들어서 읽지 않는 책이 그 속에 포함이라 읽게 될 지 모르겠다 (ㅜ) 암튼, 하루키다.

 

이건 자전적 에세이라니까. 하루키의 작가적인 인생을 한번 더 되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특유의 에세이 쓰는 방법이 기대되기도 하고. 이 사람의 글을 읽으면 늘 드는 생각이, 흠... 어떤 점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걸까.. 이다.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은, 정말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묘하게 읽고 싶어진다, 가끔씩. 비오면 먹고 싶어지는 파전에 동동주나, 야구 볼 때 먹고 싶어지는 라면에 비유할 수 있을라나. 암튼 그렇다.

 

아. 일요일이고. 토요일 일요일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 것인지. 세상에 가장 좋은 발걸음이 금요일 퇴근하는 발걸음이고, 세상에 가장 끔찍한 소리가 월요일 자명종 소리라는 걸, 요즘은 더욱 더 실감하고 있는 즈음인지라. 집에 일이 있어 주말에 그닥 어딜 갈 형편도 아니라서 일요일 하루도 독서에 매진하며 지내야겠다. 나야 좋다. 몸이 다니지 않아도 머리로 여행하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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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2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주말 휴일에 책 읽다 보면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듯한 워프 착각증상이 심해집니다.ㅎㅎㅎ

비연 2016-06-26 09:46   좋아요 1 | URL
앗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군요! ㅎㅎ 왠지 찐한 공감대가... 그래도 주말의 독서는 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에요~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뭐.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일반화시키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지만.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이저벨이라는 삼십대 초반 엄마와 에이미라는 이십대 사춘기 아이. 그 모녀의 이야기이고, 그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다 같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다. 속에 비밀이라는 것을 꽁꽁 채워둔 사람들이 결국 의지하게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작가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느꼈었던 그 따뜻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 슬프지만 견뎌내야 하는 인생.. 이런 것들이 아직은 미성숙된 상태로 녹아져 있다고나 할까. 아 그것보다는 오히려 노골적이어야 할 것 같다.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감명받았던 은근함은 없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애기하는 느낌이 더 진했고.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아주 흡족해하지 않는 지도 모르겠다. 또는... 작가의 정말 잘 쓴 글을 이미 읽어버린 후유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 나아간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다. 누군가 친절을 보이면 그것을 받아들여 최대한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어둠의 골짜기는 혼자 간직하고 나아가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언젠가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안다 (p308)

 

책의 말미의 이 글. 이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메세지리라. 도티와 베브와 이저벨이 친구가 되고 서로의 벽을 허물게 되는 순간, 에이미가 어른으로 거듭 나지는 순간, 이런 마음들이 느껴졌겠지. 외롭고, 힘들고,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내밀한 고민들을 가지고... 사람들은 살아간다. 누구랑 살고 누구의 엄마 아빠이고 누구의 친구이고... 라는 것과는 별개로, 산다는 건 때로 외롭고 가끔 힘겨워 쓰러질 듯 하고 도저히 내 속에서 뱉어내지 못하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감추는 그 무엇이다. 어떤 것도 위안이 되지 않을 때, 그리고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크다 못해 벌어지기 까지 해도, 역시 의지가 되는 것은 사람이다. 친절한 사람. 다 받아주는 친구. 인생을 조금 살다보니 이런 것들이 정말 가슴 깊숙이 절렬하게 느껴진다. 그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게 나와 사람을 사랑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그래서, 아 이 책은 안 읽어도 되겠어요... 라고 손사래를 치지는 못하겠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보지 않은 분이라면 (아니 아직도?) 이 책부터 읽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꼭 읽으세요.. 라고 말하고 싶고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은 분이라면 (사실 이런 분이 대다수이겠지 않나 라고 내 맘대로 생각) 작가가 원하는 게 항상 일관적이었음을 알아낸다는 차원에서도 한번 읽어 보세요... 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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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탈퇴에 맞춰질 것 같다고 하니... 전 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결국 이 얘기는, 경제보다는 영국의 독립성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 등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되고. 이 여파는 상상 외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가 있는 나라 어디에서나, 국민투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영국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분열이 점점 더 커질테고, 이래서 EU며 뭐며 다 없어지면 극단적으로는 세계대전 같은 불상사가 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

 

이런 분위기라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도 농담이 아닐 수 있겠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게 뭐 어때서? 라고 할 수 있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도 아니지만, 트럼프는 정말 지지할 수 없는 나로서는 말이다. 

 

매일이 난리다. 어떻게 하루를 조용히 안 넘어가는 지 말이다. 세월호, 전기/가스 민영화, 가습기 살균제, 홍만표... 이런 일들로 국내가 시끌벅적하더니, 난데없이 연예인들 성적 추문(?)들이 봇물 터지듯이 터져서 이게 뭥미... 하게 만들더니 이젠 영국까지 이 난리네. 그럼 그 노동당 국회의원은 왜 죽였냐고. 그냥 탈퇴할 거면서.

 

아이고.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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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6-2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이런 미친 넘도 나선다.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277&aid=0003773900&date=20160624&type=1&rankingSeq=4&rankingSectionId=100

cyrus 2016-06-2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와중에 북한은 미사일에 집착하고... 올해 여름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

비연 2016-06-24 17:40   좋아요 0 | URL
여러가지로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