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한가해졌다.

 

부담스러운 한가함이긴 하지만 - 언제 어떤 일이 밀어닥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근거한 불안감이 순간순간 엄습중 - 어쨌거나 몸도 정신도 고무줄이 추욱 늘어진 것 마냥 지낼 수 있는 시기이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은, 바빠 미쳐 돌아갈 때는 인생이 왜 이러냐 잠 좀 잤으면 좋겠다 라며 투덜투덜 짜증짜증 하다가도 이렇게 조금 여유가 생기면 갑자기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 듯 허무해지게 마련이다. 지금 내가 그 상태. 일을 찾아서 하고 있고 제안도 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프로젝트 없는 상태. 아. 눈치도 조금 보이면서 뭔가 견디기 힘든 이 상태.

 

그런데, 왜 책은 더 안 읽히는 건지.

 

.

 

1권에 이어 2권도 드디어 읽고 있는데, 완전 흥미진진 백프로다. 앤손 지서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아서와 조지의 궤적을 열심히 좇으며 즐기고 있다. 줄리언 반스는, 정말 천재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도 재능을 보인다니. 부럽기도 하지.

 

하긴 다른 필명으로 범죄 소설도 썼다지. 순수문학이란 것의 경계가 흐릿해진 최근, 아니면 그 이전에라도 자기의 본명을 숨기고 B급 범죄소설을 써내는 소설가들이 간혹 있었더랬다. 나쁘지 않은 수준의.

 

이 책은 B급도 아니고, 범죄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맞지 않고, 일종의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한 오마주랄까. 아서가 홈즈로 분하는 순간을 캐치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암튼 어떻게 전개될 지 정말 기대된다. 지금 1/3 정도 읽었고 이거 읽고 싶어 저녁이 기다려진다. 홋!

 

 

그 외에 나의 이 무료함을 달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야구이고. 어제도 두산이 9회초에 기아한테 김재환의 쓰리런홈런과 에반스의 솔로홈런으로 역전극을 벌이는 걸 보면서, 절로 "미친 거 같아 두산" 이런 말을 내뱉으며 좋아했고. 내 손에 맥주캔 하나 들려 있지 않음에 서러움이.

 

.

 

무료한 차에, 책이나 열심히 읽어대야지. 올해도 저조한 독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제부터 만회를 좀 해봐야 하겠다. 중국어도 좀 하고... (정말 안 는다, 중국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6-1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시즌 삼성은 가을야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하에 오후 7시를 독서 타임으로 정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ㅠㅠ

비연 2016-06-15 14:33   좋아요 0 | URL
cyrus님.. 그러고보니 야구가 저의 독서를 더 방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ㅜ 이걸 좋아해야 할 지... 삼성은 올해... 흠... 철푸덕.

cyrus 2016-06-15 14:44   좋아요 0 | URL
응원하는 팀이 이긴 야구 경기 다 보고난 후에 읽는 독서도 좋죠. 삼성 역전패한 경기를 다 보고나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ㅎㅎㅎ

비연 2016-06-15 22:17   좋아요 0 | URL
오늘도 두산은 역전을..^^ 이제 독서 들어감다 ㅋㅋ cyrus 님 말씀처럼 경기 이기고 나니 기분좋아 독서도 잘될 거 같아요 우헤헤
 
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미여사의 현대물은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 라는 느낌이 든다. 재미없다는 건 아니고, 이전에 보여줬던 사회적인 통찰력이 희미해졌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가상의 세계나 과거와의 조우 등과 같은 주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느껴지고. 읽어볼 만 하기는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 온종일 집에 있었더니, 쉬고 자고 하는 건 좋은데 아 답답해서 말이다... 오늘은 그냥 대충 입고 집앞 탐앤탐스에 나왔다. 첨에 집앞에 탐앤탐스 크게 생길 때는,.. 아 또 브랜드 커피냐 하며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어찌나 이용을 잘 하고 있는 지. 머쓱하다. 첨엔 내가 왜 그렇게 신경질을 냈었지?

 

일단 동네 커피집이라 수다떠는 사람들이 좀 적다는 게 다행인 점이다. 물론.. 있기는 있다. 내 뒤의 남녀 5명. 사람이 오면 그냥 왔냐 하지... 카페가 들썩거리게 "야~ 오랜만이야!" 하며 비명을 지르는 건 뭔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모임이다....

 

그 외엔 혼자 나와서 노트북 두들기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카페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으면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하던데. 그래서 다들 카페에 나와서 일을 하는 걸까. 나는 지금.. 일생에 전혀 도움 안되는, 회사에서 치는 시험공부 중. 나하고는 완전히 연관도 없는 건데, '전부' 다 치라고 해서 작년 한 해 버티다가 올해는 정말 버틸 재간이 없어서 시험날짜 이번 주로 박아놓고 조금씩 보고 있다... 아 근데 정말 하기싫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보고 싶은 영화도 많은데, 이런..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에 내 연휴를 헌납하다니. 아. 정말 짜증이다.

 

*

 

최근에 사건이라면 사건인 일이 하나 있었다. 우연히 생긴 모임이 있는데, 거기 있는 사람 한명이 내 신경을 건드려서 내가 폭발해버린 일이었다. 다들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고 크게 불만이 없었던 상태였다. 그런데 이 사람, 일단 안 먹고 걷고 해서 살을 10키로쯤 뺀 여자였다. 그리고 직장을 원래있던 곳보다 더 좋은 곳 (더 좋다고 본인이 생각하는 곳)으로 옮기게 된게 육개월 쯤. 동경에 근무하게 되었다고 한껏 좋아했었던 것 같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그러니까 이런 거다. 본인이 생각할 땐 자기가 하는 대로 하면 다 잘 된다는 생각? 나 지금 잘나가게 된 것 같아 뭐 그런 생각? 을 하게 된 건지... 상당히 강요를 한다. 특히 다이어트부분. 살 빼서 가벼워지고 날씬해보이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겉보기에 그렇게 부러운 정도의 몸매와 세련됨을 갖추게 된 것도 아니라서 난 별로 신경안쓰고 있는데 자꾸 자기의 방식을 강요한다. 특히 나한테.

 

뭘 먹으려고 하면, 먹지 말라고 하고 먹으려고 하면 숟가락을 뺐고, 남의 턱선이 어쩌고 하면서 그거 어쩔 거냐면서 막말을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난 나한테 뭐 강요하는 게 제일 견디기 힘들다. 다 사는 방식이 있는 거고, 내가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왜 저 난리지? 라고 생각했고 몇 번 싫다는 표시를 분명히 했다. 그 정도 했으면 당연히 눈치 먹고 안 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계속 그래서 좀 짜증이 나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 같이 수다떠는 밴드에 내가 기분좋게 치맥을 하고 사진을 올렸다. 여기 맛있네요. 그랬더니 얘가 갑자기 초를 친다. 대가를 치르라는 둥. 자기가 원래 독하다는 둥. 우짤거냐며 턱선 운운하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마디 올렸다. "이거 안 올려도 되는데 그냥 맛나다고 올린거고. 앞으로는 사진 안 올리겠다." 그랬더니 "삐쳤냐?" 며.. (미친.. 삐친 게 아니라 짜증이 난거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만보 걸으면 잔소리를 줄일게요." 라는 무엄한 소리를 올렸다.

 

그 이후에 밴드 일부 사람들과 따로 대화하던 카톡방을 다 탈퇴했다. 밴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지라 탈퇴까지는 못하고 필요한 말만 올리고 있다. 그랬더니 전화가 왔다. 냉정하게 끊고. 그리고 그 다음날 카톡이 왔다. 무례함을 용서하라나. 항상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러니까 친해지면 격의가 없어지는 것까진 좋은데, 내가 남이 아닌 이상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는거 아니겠는가. 상대가 싫다는데, 본인의 상태에 한껏 고양되어서는 마치 자기의 지시를 따라야만 잘될 거라는 듯이 잘난체를 하는 게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본인은 대단한 걸 이루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봐선 그냥 평범 수준이다. 잘났다고 내가 누구냐 그러고 있지만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것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보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나오니 더 어이가 없는 거다. 덕분에 밴드 분위기는 싸아.. 해졌고 다들 대화가 끊긴 상태다. 에잇.

 

이래서 졸부가 더 무섭고 완장이 더 난리라는.... 약간의 오바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자기가 좀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라고 생각할 때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건데, 끝간 데 없이 참견과 잘난체를 해대는 걸 보면서 아이고.... 근간에 가장 기분나쁜 사건이었다. 오늘따라 더 화가 나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울보 2016-06-0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누르고 나서 음 좋아요 보다는 공감과 인간관계의힘든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야겠지요. 화이팅입니다

비연 2016-06-06 21:05   좋아요 0 | URL
울보님... 화이팅 감사요... 저녁이 되니 맘이 좀 누그러지는 것 같기도 해요ㅜ

꿈꾸는섬 2016-06-0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정말 짜증났겠어요.ㅜㅜ 저도 그런 주변인 싫어요. 못견딜것 같아요.

비연 2016-06-06 21:07   좋아요 0 | URL
꿈섬님... 사실 정말 짜증 났어요. 순간적으로 못 견디겠더라구요. 아쉬운 건, 그것 때문에 같이 잘 지내던 모임이 싫어진 거구요..ㅜ
 

 

주말에는 1권의 스릴러 소설 읽기 프로젝트.

(내 맘대로 정한 원칙이다. 휘릭)

 

이번에는 하라 료의 <천사들의 탐정>. 역시 탐정 사와사키가 나오는 단편집이다. 6개의 단편에 다 미성년자가 나오고... 사와사키는 역시나 매우 시크하게 매우 쿨하게 사건(?)에 임한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아기 취급을 한다거나 하지 않고 그냥 어른 취급을 해준다는 거, 이게 사와사키다운 대응이 아닌가 싶다.

 

여섯편 다 좋다. 대단한 플롯과 복잡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내면과 심리가 잘 담긴 단편들이다. 부모를 걱정하고, 친구를 걱정하고.. 친부를 증오하면서고 그리워하고...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아. 내가 왜 아이 취급을.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스무살이 넘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는 미숙함, 두려움 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마지막에, 사와사키가 어떻게 탐정이 되었는가가 묘사된 짧은 단편도 흥미롭다. 마치 내 옆에 있는 사람인 것 마냥 소설 속의 인물이 과거가 있고 사연이 있고... 그게 잘된 작품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시리즈가 성공하려면 등장하는 사람들 각각에게 HISTORY를 잘 부여해야 한다. 어느 새 소설이 아니라 내 주변 인물의 이야기로 느껴질 만치.

 

가벼운 소설이라 금방금방. 어제 맥주 한잔 마시면서 (아 큰 캔이었다ㅜ) 읽다 보니 다 보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많이 아픈... 야밤 맥주의 나쁜 점은, 먹을 땐 좋은데 일어날 때 고통이 수반된다는 점. 안대를 하고 잤는데 어디엔가 풀어제껴서 찾느라 혼났다는 첨언도 함께.

 

 

 

 

 

 

 

 

 

 

 

 

 

 

 

 

 

하라 료는 아주 드문드문 책을 내는 작가라, 이 번역본들 외에 남은 게 세권도 채 안된다. 허걱. 그나저나 내가 저 중에서 <안녕 긴 잠이여> 이걸 안 봤더라! 세상에. 내가 왜 놓쳤지? 나온 지도 꽤 된 저 책을. 흠냐. 바로 보관함에 퐁당. 이건 아니지. 몇 권 되지도 않는데 그걸 내가 놓치다니 이건 아니지. 라며 날 자책했다. 담주 주말 스릴러는 저게 되겠지. 냐하하.

 

하라 료의 소설은, 좀 더 써주세요.. 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를 오마쥬한 것 같은 사와사키 탐정의 이야기를 볼 때면, 상당한 쾌감이 있다.. 라고 해두자. 그래서 번역이 마아~니 되었으면 싶은데... 지은 책 자체가 몇 권 안된다니. 철푸덕. 좀 쓰세요 하라 료. 데뷔한 게 몇 년인데 책 수가 이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 말도 안되는 다작 유전자를 나눠드렸으면 하는 바램이 스물스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6-06-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들의 탐정을 곧 접해봐야겠네요. 하라 료 독특한 작풍이 저도 마음에 듭니다.

비연 2016-06-08 12:34   좋아요 0 | URL
추천드려요~^^
 

 

유월초의 여행이 무산된 지금... 흠흠. 난 효녀비연. 백만년 만에 아빠 밥해준다고 연휴 헌납이다... 그러니까 당연한 걸로 유세 떠는 중이다...ㅜ 못난것.

 

어쨌든, 이 답답한 지경에서 (회사 특히) 어디 훌쩍 혼자 여행가서 머리도 식히고 마음도 식히고 그래서 초연한 상태로 돌아오고 싶다. 사실 그러자면 사오일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안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

 

어디가 가고 싶냐.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러시아와 바이칼호수, 발트 3국... 이런 곳이다.

 

 

 

 

 

 

 

 

 

 

 

 

 

 

 

 

 

 

예전부터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싶었고 바이칼호수 보고 싶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니 모스크바니 가고 싶어했는데... 일단 위험하다 하고 한번 가려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차다. 근데 이번에는 꼭 가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네.

 

 

여기가 여의치 않다면... 라오스미얀마 는 어떨까.

 

 

 

 

 

 

 

 

 

 

 

 

 

 

 

 

 

 

꽃보다 청춘에서 라오스편이 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많이 가긴 가더라. 미얀마도 좋다고 하고. 아직까지는 문명의 손길이 확 다 뒤덮지 않은 곳이라 여행하기 좋을 지도 모르겠다. 여기도 6일 정도 잡아야 한다는 게 함정이다. 2~3일 다녀오는 거야 중국 아니면 일본이지... 올해만도 일본을 세번 다녀왔다. 도쿄, 오키나와, 다시 도쿄. 가도 하반기에나 가야지..

 

연휴에 여행 계획이나 짜야겠다. 이번 연휴에는 공부할 게 좀 있어서 앉아있을 시간도 꽤 될테니 가능하겠다. 출장.. 도 좋지만, 역시 사는 맛은 여행에 있고 그것을 계획하는 데 있다.

 

저 중에 한 곳을 갈 수 있을까. 일정부터 한번 찾아봐야겠다.

 

어디 다른 곳 추천해주실 분 없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