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 비정상의 시각으로 본 정상의 다른 얼굴
조던 스몰러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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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연 추천할 만한 책이다. 과학의 대중서로서 손색이 없으면서도 그 관점과 통찰력이 남다르다. 게다가 쉽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정신 질환을 유용하게 정의 내리는 작업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단일하고 '진실한' 경계를 찾고 확인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이 같은 경계선이 사실 어느 수준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더라도, 항상 유용하고 '현실적인' 구별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계선으로 구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 p71

 

우리가 얘기하는 정상이란 무엇인가. 고혈압이라고 정의되는 140/90을 기준으로 볼 때 정상 범주인 139/90과 비정상 범주인 141/90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러니까 '정상'을 규정하는 이유는 관리를 위해서가 아닌가. 어느 시점에서 뭔가를 하기 위한 기준 같은 것 말이다.

 

정상과 비정상은 낮과 밤의 관계와 비슷하다. 즉 양쪽 모두, 누구나 서로 다르다고 인지하는 두 가지 상태를 의미심장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상태 사이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정확히 낮은 언제 밤이 되는가? 물론 일몰 때로 하자고 결정할 수도 있다. 일몰은 낮과 밤을 구조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시간대이며,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순간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어느 정도 임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낮과 밤을 뚜렷이 구분하는 게 의미 있고 현실적이라고 동의한다. - p72

 

그래서, 임의로 나누어 놓기는 했지만 그 경계선의 모호함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걸 어떻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판단자의 마음일 수도 있다. 아울러 정상과 비정상에는 나름의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 그래서 애매한 부분은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말하자면, 우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들, 왜곡들, 불편한 시선들은 어쩌면 이러한 모호한 경계와 스펙트럼을 무시한, 매우 무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 두꺼운 책을 통해서 그런 걸 설명하고자 한다. 생물학과 뇌과학과 심리학 등의 무서운 발전은,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게 되었다. 이제 불확실한 것이 확실해진 사실들이 많아졌고 그래서 어쩌면 그런 것들을 토대로 치료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간이 인간을 제대로 알아봄으로써 좀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지식과 사례들이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고 다들, 주옥같다. 하나하나 아 이런 발견들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가능한 한 가장 사려깊고 윤리적이며, 개념상으로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카테고리의 타당성을 향상시키려는 게 이 같은 도전의 목적이다. 이는 우리가 긋는 경계선이란 잠정적이며, 향후 새로운 증거를 축적하고 실질적인 우선 사항이 진화하면 얼마든지 경계선을 변경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힌다. - p519

 

그러므로 지금의 비정상이 내일의 정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상이라 말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뇌과학적으로 치유될 가능성이 크게 열리고 있음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야 하고.

 

정상의 생물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조망하는 작업은, 우리가 지닌 한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닌 재능도 이해하는 시각, 아울러 우리가 지닌 취약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유한 회복 탄력성도 이해하는 시각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의 마음과 뇌가 삶에 어떻게 적응하는 지에 대해 광범위한 내용을 파악한다면, 우리는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해서도 연민과 경이를 품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p525

 

내가 이 책을 좋은 책이다, 라고 추천하는 이유가 이 결론에 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연민으로 바라볼 수 있기 위한 과학의 재발견..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기준에 얽매여서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 혹은 비정상으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 혐오감까지도 가진다. 타인의 고통과 무력함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이것은 이것이고 저것은 저것이다 라는 흑백논리에 의해 타인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이렇게 세상이 발전해나가는 이 마당에 상당히 바보같은 자세가 아닐까. 치료를 위해,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기준으로 사람을 어느 틀에 꽉 매여놓는다는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저자인 조던 스몰러의 말처럼, 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발견들은 그저 치료와 조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 마음의 너그러운 확장까지도 유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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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원 2018-01-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사회복지사2급 시험 과제물 제출을 위하여 자료를 수집 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을 염치 불구 하고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비연 2018-01-12 21:28   좋아요 0 | URL
아.. 과제물에 어떤 형식으로 쓰실 건지 궁금한데요.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그냥 책 내용에 근거하여 참조로 쓰시겠다면 괜챦습니다.

환인 2018-01-1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만을 사용 하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출처도 사용 좀 하겠습니다. ^^

비연 2018-01-12 22:37   좋아요 0 | URL
아. 위의 분과 같은 분이신가요? 출처까지 넣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좋은 보고서 쓰시기 바랍니다^^
 
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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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세이초의 글은, 진부할 정도로 정형화된 스토리와 인물들이 나오지만, 묘하게 읽을 때마다 초조하게 불안하게 빠져 읽게 된다. 특유의 절박한 상황, 인간 본성의 극단점, 배신과 오욕의 색다른 얽힘이 다 아는 내용이야 싶으면서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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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책을 중고서점에 내놓아야지 하고 결심한 게 몇 달은 된 거 같은데... 쌓여 있는 책들 속에서 내놓을 책을 고르는 게 넘 버겁게 느껴진 나머지 자꾸 미루기만. 덕분에 처분은 안하고 계속 사기만 해서 이제 책장이 휘어지기 일보직전. 뒤에 꽂힌 책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덕분에 '또' 사는 책도 있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은 정리를. 하면서 또 산 오늘의 책들.

 

 

 

 

 

 

 

 

 

 

 

 

 

 

 

 

 

 

 

 

어제 그냥 하권까지 사오는 거였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뻔한 스토리전개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장이 주는, 그 상황이 주는 긴박함 때문에 하권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지금 힘들어하고 있다. 상권을 다 읽었는데 하권이 내 손에 없다니! 초조 불안으로 떨린다 떨려...

 

데니스 루헤인의 <더 드롭>이란 책은 예전부터 찜만 해두고 계속 사지 않아온 책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책을 집착적으로 읽던 시기도 있었다. <살인자들의 섬>이나 <미스틱리버>도 좋았고 켄지&제나로 시리즈도 좋았고. 어쩐지 그런 책들 아니면 안 고르고 싶어지는 건 왠 묘한 심정인 것인지. 암튼 이 책. 오늘은 문득 눈에 띄어서 사자. 싶어 그냥 장바구니에 콕.

 

사촌 형 마브와 함께 술집을 대리 운영하고 있는 밥. 사실 그 술집은 지역 갱단의 자금 이송처로 활용되는 '드롭' 중 하나로서, 중요 시기마다 갱단의 돈이 들어온다. 그러나 어느 날 복면의 강도 둘이 들어와 갱단의 돈을 털어가고, 밥과 사촌 형 마브는 갱단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다. 더군다나 '드롭'의 냄새를 맡고 집요하게 들러붙는 형사와 밥의 약점을 붙잡고 거액을 요구하는 사이코패스 에릭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결말로 치닫는다.  <알라딘 책 소개> 中

 

 

 

 

이 책을 사는 내 마음은 몹시 쓰리다. 로마 시리즈는 나오는 것마다 족족 사고 있지만, 그 방대함으로 인해 표지를 넘긴 것도 얼마 안된다는 거다.

 

 

 

 

 

 

 

 

 

 

 

요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 <로마의 일인자>가 나왔을 때 불쑥 사려고 손을 뻗는 날 억지로 잠재우고 계속 눈팅만 하고 있었다 이거지. 그러나 그러나. 볼 때마다 사고 싶어지는 걸 어쩌란 말이냐. <로마제국 쇠망사>는 넘 어렵고 6권이나 되니 언제 읽겠어. <몸젠의 로마사>를 읽기 전에 좀 가벼운 걸로 워밍업 하는 것도 괜찮겠어.. 스스로를 막 설득하면서 말이다. 어쨌거나 주문. 으흑.

 

 

 

 

 

 

 

 

 

 

 

 

 

 

 

 

 

 

 

노벨문학상을 탔다고 해서 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원래 이런 르뽀 형식의 글에 관심이 많다. 알았으면 사보았을 거야.. 라는 종류의 책이라는 거다. 노벨문학상 탄 작가의 책을 산 것도 꽤 오랜만이네, 그러고 보니. 어쨌든 어제 서점에서 대충 뒤적여보니 상당히 흥미가 생기는 책이었다. <중세의 길거리의 문화사>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의 관심사 중의 하나다. 특히, 난 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이런 류의 책에는 더더욱 관심이 많다. 우리도 우리의 언어로 공부한 것들을 계속 글로 책으로 남기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전문가이면서 글재주도 있고 관점도 괜찮은 이런 글을 쓰는 문화를 독려해야 한다... 라고 나혼자 호기롭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건 시리즈로 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카에게 사주는 책들. 지난 번에도 말했던가. 이제 내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주는 건 올해까지만 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알라딘 상품권을 주고 알아서 사라고 해볼까 싶다. 이제 6학년이니까 그럴 때도 되었지 뭔가.

 

 

**

 

많이 샀어... 했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또 몇 권 안된다. 그래서 책을 자꾸 사게 되나 보다. 여하간, 책을 한번 정리는 해야 한다. 예전엔 책을 내놓는 게 너무 싫었었다. 내 책인데. 그런 소유욕이 컸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책장에만 꽂힌 책들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수 있도록 유통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내놓기 싫고 제목이라도 봐야 마음이 놓이는 책들이 아니라면 중고책으로 내놓고 다들 싸게 책을 구입해서 읽도록 하는 게 맞다. 11월에는 책정리를 꼭 실현시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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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지는 못해도 손뜨개에 계속 관심이 있어 왔다. 그저 목도리나 주욱 뜰 뿐이지만, 이것저것 옷도 떠보고 소품도 떠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지라 그런 책들을 모아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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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코바늘 손뜨개 소품- 모티브와 패턴으로 완성하는
엔도 히로미 지음, 고심설 옮김 / 황금부엉이 / 2015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5년 12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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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는 새로운 대바늘 손뜨개의 기초- 67가지 손뜨개 기호와 155가지 손뜨개 기법
일본 보그사 지음, 김현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5년 12월 15일에 저장
구판절판
따뜻한 일상, 레이첼의 손뜨개 수업- 크로쉐로 만드는 소박한 행복
양선영 지음 / 팜파스 / 2015년 12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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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의 기본 : 대바늘 편- 언제 어디서나 초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정현주 지음 / 솜씨 / 2013년 12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2015년 11월 0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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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누군가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은, 진정 깨닫게 되는 순간은 그 혹은 그녀가 不在할 때일 것이다. 우스운 건, 그 깨달음이 不在하게 된 바로 그 순간이 아니라, 좀더 시간이 지나,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늘 있던 자리에 없는 그 혹은 그녀를 새삼 발견하게 될 때라는 것이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입장이 되고 보니, 참 도리가 없다, 마음의 심란함이.

 

요즘 계속 좋지 않았다. 야구가 끝나고, 어딘가 내 정신을 몰입할 상대가 없어져 버리니, 더 했다. 어쩌면 올해 유난히 열심히 야구를 좇아다닌 것도 그런 느낌을 외면하고 싶어서였는 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기 싫었고 혼자서 그런 슬픔을 감당하기가 싫었고 마음에 여러 추억들이 밀려와 무너져내리는 게 싫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더 웃고 더 떠들고 그렇게 지냈지만, 그러고 나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늘... 무거웠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이 기분. 누구에게 설명을 하면 알아줄까. 이런 마음들을 꼬치꼬치 설명할 유일한 상대를 난 잃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이 혼자 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싶으니 참 울컥한다.

 

울컥한다.. 라는 말을 잘 하는 아이였는데. 언니. 울컥하는데요. 그렇게 말하던 그 아이가 생각난다. 울컥. 이라는 말이 잘 쓰여지는 말이던가. 그 아이가 그 단어를 말할 때마다 묘하게 신선함을 느꼈었다. 정말 울컥. 하는 상황이었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큰 키에 삐쩍 마른 팔다리를 흔들며 언니, 커피나 마실까요. 라며 걸어가던 그 아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이 난다.

 

자주,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났었다. 그 아이 집 근처나 우리 집 근처나. 역시 스타벅스 커피가 제일 좋아요. 라며 주문하곤 했었다, 그 아이. 둘이 티격태격 스벅카드 서로 채워달라고 장난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스타벅스 카드에 10만원쯤 충전해서 줄 걸. 지나면 다 후회다. 우리끼리 가던 단골 술집도 있었다. 지금은 문을 닫고 다른 가게가 들어섰지만. 이렇게 날이 서늘해지면 둘이 가끔 그곳에 가서 따뜻한 정종과 오뎅국, 그리고 오꼬노미야끼를 시켜먹었었다. 이런저런 얘길 하며 정종은 따뜻한 게 참 좋다며 다음엔 일본 가서 먹자며 이야기하곤 했었다.

 

마지막으로 여행갔을 때, 일본 가자던 그 아이에게 아직 방사능 쪽이 해결 안 된 것 같으니 다음에 가자. 그러고는 중국에 갔었다. 그냥 일본 갈 걸. 일본 여행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별로 맞지도 않는 중국에 가서 걸어다니느라 고생만 했었다. 그래도 숙소 근처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맛난 만두집에서 아사히 생맥주 한잔 시켜서는 둘이 좋아라 먹던 기억은 늘 좋다. 언니, 맥주는 역시 아사히인 것 같아요. 아사히 생맥주를 보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생활의 사소한 부분에까지 그 아이와의 추억이 담겨져서 문득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렇게 나랑 지내던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달을 보고 별을 보고 해를 봐도 해답을 잘 모르겠다.

 

내일이... 내 생일이다. 작년 내 생일 때 그 아이가 아파서, 생일 파티를 못했었다. 그 떄 많이 미안해하면서 그 아이가 그랬었다. 언니. 미안요. 몸이 안 좋아서 생일 챙기기 힘들었어요. 대신 내년에 두 배로 해드릴게요... 나는 어서 낫기나 하라고. 그렇게 웃으며 말했었다. 진심이었다. 낫기만 하라고... 그리고 그 땐 이렇게 일 년 뒤 그 아이 없이 생일을 맞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그냥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그 아이가 있었으면, 오늘 만나서 좋은 영화 한편 보고 맛난 점심 먹고 생일 선물 받고 커피 한잔 먹으며 들어가는 나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내겠다 이야기도 하고... 그랬을텐데. 이제 앞으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비도 오고. 참 울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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