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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맘 때면 그렇다. 사람들에게 부대끼는 게 힘들고 일년의 사분지 삼을 보내며 느껴지는 허무감 같은 것들도 속내에 배이고 그래서 훌쩍 뭔가 혼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고...그래서 고른 책이 이 책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몸이 떠나지 않아도 마음의 해방감과 자유를 얻을 수 있어....행복했다.
아무도 없는 고적한 산중에 삶의 터를 잡고 홀로 정진하시는 스님은, 우리가 못 보는 혹은 잊고 지내는 세상을 보고 계신다. 꽃이며 나무며 굴러다니는 잎새 하나에서까지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중에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고마움을 느끼시고, 한밤의 텅빈 고요 속에서 오히려 삶의 향기를 음미하시고, 팍팍하게 밟히는 흙에게서 건강의 소중함을 되살리신다. 너무나 바쁘고 쫓기듯 살아가느라 정말 중요한 것들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나에게(어쩌면 우리에게) 진실로 기억해야 할 게 무엇인가를 참으로 진중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주옥같은 글들이 날 평온하게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 것도 더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아무 것도 더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지식으로부터의 자유,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 사람이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등 살아있는 생물들과도 교감할 줄 알아야 한다.
자연을 잊고 살아간 게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냉정한 사람들 속에서 늘 허전함을 느끼나 사람이 제일인 줄 알고 주위를 더 둘러보지 않은 나를 탓하게 된다. 화분 하나에서도 느껴질 수 있는 것이 교감이요, 정이 아니겠는가. 요즘처럼 돈에만 집착하는 세상 풍조에서 더욱 잊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혼자서 살아온 사람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남은 세월이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늙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면 그 인생이 초라하게 마련이다.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은 젊음만이 아니다. 늙어서도 한결같이 자신의 삶을 가꾸고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화사한 봄의 꽃도 좋지만 늦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에 피는 국화의 향기는 그 어느 꽃보다도 귀하다.
비단 홀로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누구나 주위에 많은 사람을 두고 살지만 결국 귀착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나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힘들다. 나이들수록 나이듦에 슬퍼 젊음에만 집착하려 하지 말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은은하게 늙어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삶은 순리대로 살아야 함을,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향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옮겨적고 싶으리만치 마음에 울림이 있는 책이다. 서늘해지는 날들과 더불어 나를 돌아보고 가슴 깊은 곳까지 따스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님께서 하시는 일의 표제인 '맑고 향기롭게'라는 문구처럼 내 생을 맑고 향기롭게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였음에 감사한다...마음에 감옥 하나 두어 홀로 틀어박힐 곳 하나 마련해두고 살라던 선배의 말이 기억난다. 그것은 혼자 있어 음습하고 쾌쾌한 공간이 아니라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나만의 공간이며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는 공간이리라. 아마도 스님은 그렇게 몸은 좁은 공간에 벗없이 계셔도 마음은 더 넓은 곳과 더 많은 영혼들과 접한 채 다른 사람들이 수이 누릴 수 없는 즐거운 삶을 보내고 계신 모양이다...그게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