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룸 -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 Philos Feminism 6
수전 팔루디 지음, 손희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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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가 살아 있을 때 그렇게나 자주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대교도인가 기독교도인가? 헝가리인인가 미국인인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너무 많은 상반되는 것들이 함께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의 누워 있는 몸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우주에는 단 하나의 구분, 단 하나의 진정한 이분법이 있구나. 삶과 죽음, 다른 모든 것들은 그저 녹아 없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p623)

 

아마 올해 다른 수많은 책들을 읽겠지만, 이 문구가 내겐 올해의 문구가 되리라는 건 확실하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머리를 둔기로 맞는 듯한 충격이 왔었다. 그래, 뭐라뭐라 이유를 말하고 사상을 말하고 해도 이 문장 하나로 다 해결될 수 있겠구나. 사과를 반으로 나누듯 겹치는 부분 없이 짝 갈라지는 양쪽을 가진 것은 단 하나, 삶과 죽음 뿐이다. 그래, 정말 그렇다. 이 세상 무엇이 삶과 죽음 만큼 단호하게 갈라질 수 있을까. 그러니 우리가 양편으로 나뉘어 상대를 혐오하고 핍박하고 강제하는 것은, 참 넌센스로구나. 라는 생각에 이 대목을 거듭 읽게 되었다.

 

수전 팔루디의 유명한 책 <백래시>를 두고 이 책 <다크룸>을 먼저 읽은 것은, 그 정체성이란 부분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유대인이었고 수용소 생활을 했으나 헝가리인으로 살고 싶었고 그러다가 미국으로 들어와 전형적인 미국적 남자 혹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평생 애썼고 그 과정에서 때아닌 폭력과 강압을 가족에게 휘둘렀었던 아버지가 돌연 70이 넘은 나이에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딸의 입장에서 여성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아버지의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이런 여러가지 의문점에 사롭잡혀 6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이 책을 선듯 손에 잡게 된 거이다.

 

"나는 이제 숙녀니까, 버데르가 이것저것 다 고쳐 준단다."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나를 도와야지. 나는 손가락 까닥 안 한다고." 아버지는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게 여자로 살아가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 아니겠니." 아버지가 말했다. "하긴 너는 여자의 어려움에 대해서 쓰지. 나한테는 유리한 점만 보이는구만!" (p83)

 

성별을 바꿀 때 그 결심을 할 때, 나와 다른 성별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인지 늘 궁금했다. 물론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성별보다 가지고 있지 않은 성별로서 살기를 마음 깊이 원하게 되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성별이 다르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 생물학적인 구분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닐진대, 성전환이라는 것을 할 때 다른 성별이 처하게 되는 여러가지 상황을 과연 알고 바꾸는 걸까. 수전의 아버지 말처럼,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여성으로서 살기 힘든 점이 몸으로 마구 느껴지지만, 성전환이라는 것을 했을 때는 기존의 성이 가지지 못했던 좋은 점들만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말하자면, 사회적인 진정한 '여성'의 성별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는 이야기이다.

 

트랜스섹슈얼은 '이전의' 자아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그리고 당신의 과거를 삭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신이 그 성별이라고 믿는 성별처럼 '보이도록' 신체를 변형시킴으로써 당신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완고하고 성차별적인 이해에 동조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신은 그런 변형을 통해서 생물학이 운명이 아님을, 그리고 '트랜스'는 젠더에 처진 경계선을 단순히 건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자체를 초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인가? (p230)

 

수전 팔루디의 이 책이 훌륭한 것은, 그저 아버지가 트랜스섹슈얼이 되었다는 것을 통해 그 일생에 집착하여 구구절절 인생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존재, 누구보다도 복잡한 과거를 가진 그 존재를 통해 역사적이면서 사회적인 의미를 집요하게 파헤쳐 고민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트랜스섹슈얼이 되면 그 이전에 가졌던 스스로와는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인가. 아버지의 과거를 기억하는 저자는, 여성이 되어버린 아버지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수십 년 살아온 정체성과 개인사를 가진 사람이 그것을 전부 버리고 생물학적으로 변해버린 몸만으로 다른 존재로 거듭날 수 있겠는가. 어려운 문제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그러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에서 젠더의 의미를 찾아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반유대주의에는 화수분처럼 수많은 원천이 있었지만, 근대 파시스트 국가를 위협한 유대인다움이란 종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젠더로서의 유대인다움이었던 것이다. (p384)" 유대인 남성의 여성성에 대한 믿음이라. 유대인 여성은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찬사를 보내면서 유대인 남성에 대해서는 '우스꽝스럽고 멋지지 않은 외모'를 가진 여성적 질환으로 병든 존재 취급을 했다는 것.

 

이런 시스템, 그리고 이런 윤리 속에서 자라나서 동화되고 싶어 안달이 난 유대인 소년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궁금했다. 어린 이슈트반은 자기 '인종'의 남자란 정신질환을 앓는 계집애일 뿐이고, 여자란 여성적인 우아함의 모범으로 귀애함을 받는 문화에서 어른이 되었다. (p386)

 

수전의 아버지는, 어쩌면 평생 주류에 들고 싶었던 존재였는 지도 모르겠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주류. 어린 시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어머니에게 방치되다시피 살았던 어린 시절. 덕분에 번듯한 가정을 주류로 생각하고 나는 가정을 제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가장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가족을 자신이 만들고자 한 방식으로 정형화시키려 했었다.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세계대전 중에 여러 고초를 겪은 청년 시절. 그래서 유대인이길 거부하고 헝가리에서는 헝가리인으로 미국에서는 미국인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했다. 남성으로 태어나 그다지 귀함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여기고 결국엔 늦은 나이에 자신이 오히려 주류라고 생각하는 여성으로 탈바꿈했다,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정체성은," 아버지가 고심하며 대답했다. "정체성은 사회가 너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야. 사람들이 인정한 대로 행동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적이 생긴단다. 나는 그렇게 살았어.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는 거야." (p517)

어쩌면 한 개인이 살아내기에 너무나 어려운 여러가지 여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던 한 인간으로서 수전의 아버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를 체벌하던 방식 - 로지가 벌을 줄 때 선호했던 방법은 아들을 '어두운 방에(in the dark room)' 가두는 것이었다 (p521) - 처럼 사는 내내 스스로를 '어두운 방에' 두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고. 직업처럼,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 암실에 머무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잘 몰랐던 아버지의 역사를 아버지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 듣고 이해하게 되고 친척들을 만나면서 아버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어쩌면 수전은 트랜스섹슈얼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를 발견하게 되었을 것 같다 싶다.

 

페미니즘이란, 계속되는 만트라에 따르면, '선택'에 대한 것이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선택했을까? 그것은 내가 물려받은 것, 내가 조절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역사로부터 이룩해낸 것이 아닌가? 아내와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남자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 때문에 나는 여성 평등을 위해 움직이는 운동가가 되었다.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정체성은 아버지가 겪은 '정체성 위기'의 잔해, 자신이 선택한 남성적인 페르소나를 주장하지 못했던 좌절에서 태어났다. 취미이자 피난처였던 페미니즘은 내가 선택한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내가 도망치지 못했던 것은 아버지였다. (p99)

 

그렇게 시작했지만, 결국 수전은 아버지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다. 그 혹은 그녀를 더 많이 알게 된 말년을 통해, 그 혹은 그녀를 관통하는 역사를 이해하면서, 용서라기보다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라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인 듯 하다.

 

순전히 트랜스섹슈얼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책이었지만 읽는 동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복잡해졌었다. 단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성별 하나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럼에도 성별 하나 만으로도 수만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그런 많은 깨달음이 속에서 교차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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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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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주는 폐해를 두 여성과 그 주변 인물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으로 가감없이 그려낸 수작이다. 읽는 내내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에 가슴이 아팠고 그 속에서 감내해야 했던 무자비한 폭력에 분노했다. 희망을 보이는 마무리에 적이 안심하면서도 저 속의 사람들 삶은 언제쯤 나아지나 싶어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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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3-19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폭력, 슬픔이라니.... 너무 솔직한 감상평입니다. 전 표지로만 봤던 책인데 이번에 작가 이름도 기억해두려구요. 할레드 호세이니.
비연님의 선택을 받았던 책이니까요.

비연 2020-03-20 10:04   좋아요 0 | URL
단발님. 마지막 문장에 완전 감동 먹었습니다.. 흐흐흐흑. (좋아서 우는)
할레드 호세아니의 책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우리한테는 낯선 나라의 현실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풀어나가면서도 소설적인 재미까지 한껏 담긴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단발님 읽은 감상평도 보고 싶어요~
 

 

 

 

 

 

 

 

 

 

 

 

 

 

 

표지 볼 때부터 느낌이 왔었다. 이 책이 내게 도전으로 다가오리라는 것을. 보라 원래 제목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인데 아래에 마치 부제처럼 제목이 또 달려 있지 않은가. <여성, 자연, 식민지와 자본축적>. 서문만 세 개에 50페이지인 게 이해가 된다. 끙.  

 

하지만 종이는 가볍고 서문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전에 읽었던 <여성주의 책읽기>의 책들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들을 서문부터 저자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페미니즘의 최신 경향, 아니 사실 좀 되었지만 이제야 최신 경향이 되려고 하는 책들을 '우리'가 읽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괜히 뿌듯. 첫 장 읽고는 뿌듯. 비연, 정신차리시게나.

 

신자유주의의 주요 원리는 세계화, 자유화, 사유화, 일반 경쟁이다. 이런 원리는 국가가 자국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고, 이를 이윤을 추구하는 초국적 기업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새로운 원리는 노동권, 환경보호법, 여성과 아동의 보호, 노동 안정성, 일자리 안정성 등을 포기하게 만든다. - 한국어판 서문 p9

 

서비스거래에관한협정Agreement on Tradein Services, GATS 은 특히 문제였다.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대부분은 여성의 몫이다. 간호사, 교사, 사무직, 가정부 등으로 일하며 그들은 늙고 장애가 있는 이들을 돌본다.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을 하기도 한다. 여성이 일하지 않는 서비스 분야는 사실상 없다. 짐작하겠지만, 이 일자리는 임금이 낮고, 안정성이 떨어지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 한국어판 서문 p10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느낌. 그래. 그런 것이다.

 

이 두 책들에서 주장했던 바이다. 이제 페미니즘은 자본주의의 틀에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실 있는 상황에서 더 잘 해보자 남성들처럼 살아보자.. 이런 건 예전의 주장들일 뿐이고 체재 내에서 안주하며 그 속에서 뭘 해보겠다고 할 게 아니라 주요 원인이 체제라면 그 체제의 어느 기능을 바꾸어서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지금 이 책과 옆의 두 책에서 한결같이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어쩌면 페미니즘에 앞서 자본주의의 생리를 더 잘 이해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이런 생각들을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문만 봐도 느낌이 온다. 물론 이 서문이 세 개에 50페이지에 달한다는 것은 약간 스트레스로 작용하긴 하지만.

 

어쨌든, 난 이 책을 드디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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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12 0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비연님! 이미 전에 읽었던 책들이 이 책을 더 받아들이기 쉽게 해준 것 같아요. 저도 그생각했어요. 아 이렇게 책들이 다 연결되는구나, 하고요.
저도 어제 서문 끝냈습니다! 으하하하 아 서문 읽기 너무 싫었네요. 하하하하. 자, 부지런히 읽고 씁시다!

비연 2020-03-12 09:29   좋아요 0 | URL
앗. 서문 끝내신? 전 어제 개정판 서문 읽다가 꼬꾸라짐..ㅜㅜ 오늘부터 더 부지런히!

다락방 2020-03-12 09:32   좋아요 1 | URL
서문에 서문에 또 서문이... 어휴 이제 본문 들어갑니다. 냐핫

블랙겟타 2020-03-12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드뎌 비연님마저 시작했다... ㄷㄷㄷ
저도 곧 따라가지않으면 이 달안에 못읽을거 같아서..정신차려야겠어요 ㅋㅋㅋ

비연 2020-03-12 23:39   좋아요 0 | URL
시작은 좀 빠르다 싶지만서도.. 겟타님 읽기 시작하면 제가 못 따라갈듯 헥헥.. 오늘도 읽고 자야지~ 휘릭!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핑계로, 주말에 먹어댄 음식들입니다... 수육은 엄마표. 나머진 제가 대충 해먹은 음식이고.

 

맥주는 백만 년 만에 먹었고 (그러니까 저의 백만 년은 열..흘...? ;;;) 요즘 에일 맥주가 잘 나오네 하며 흡족함을 느꼈었죠.

카레는 플레이팅은 좀 별로가 되었는데 (카레가 옆으로 흐른 ㅜ) 맛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나름 만족하는 중이고요.

 

다들, 면역력 강화를 위해 잘들 먹고 계시쥬?

그러는 사이 일요일이 갔습니다...........님은 갔습니다.................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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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08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류의 사진들입니다.... >.<

비연 2020-03-08 21:34   좋아요 0 | URL
우히히. 올려놓고 보니... 주말에 아주.. 다양하게 먹었네요, 제가 ^^;

레삭매냐 2020-03-09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쥬얼이 끝장입니다 -

비연 2020-03-09 09: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이폰 카메라 성능이 좋은 덕분에^^

han22598 2020-03-12 0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 모든것들이 저의 취향이네요 :)
잘드시고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시길 바래요 ^^

비연 2020-03-12 09:30   좋아요 0 | URL
han22598님... 취향! ^^ 감사~
님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확 피해가며 건강하셔야 해요!

단발머리 2020-03-19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에 카레 안 해 먹었는데, 비연님 사진 보다가.... 앗! 카레!!! 이랬답니다. 너무 맛있어 보여요. 한결같이 아름답습니다^^

비연 2020-03-20 10:04   좋아요 0 | URL
오호홍. 저는 카레를 좋아해서 종류별로 만들어먹는 편인데.. 우히히. 이번 주에도 먹어볼까 싶어요^^

단발머리 2020-03-20 10:38   좋아요 1 | URL
저는 할수 있는 요리가 없어서 카레를 많이 해먹었습니다 느닷없이 고백 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반찬 필요없고요 많이 먹으면 머리 좋아진대~ 이런 말로 가족들을 설득ㅋㅋㅋㅋㅋ 너무 많이 먹어서 요즘엔 자주 안 먹었는데 비연님 사진 보고... 먹고 싶어졌어요. 일단 양파는 있는데 당근이 확인되면 저도 주말엔 카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수전 팔루디의 그 유명한 <백래시>를 읽지 않은 자로서, 먼저 <다크룸>을 송구한 마음으로 펼친 지 며칠 되었다. 일단 <백래시>보다는 <다크룸>이 좀더 읽기 쉬울 것 같아서였고 (회고록이라지 않은가?) 성정체성을 바꾸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라니, 흥미가 마구 돋아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어서였다. <백래시>를 읽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수전 팔루디의 맛깔진 글솜씨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알게 되어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나의 관심사는 사실 이런 거였다. 성을 바꾸면 사람이 바뀌는가? 그 사람의 역사가 수십 년인 수전 팔루디의 아버지같은 사람이 생물학적 수술과 호르몬제 투입 등으로 사람 자체가 바뀔 수 있는가? 이런 것이었고... 아직 1/3 정도 읽은 상태라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애초의 내 생각처럼 그들의 성향도 성향이지만 '여성'이라는 성별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을 수전 팔루디도 제기하는 것 같다.

 

"여자들이 좋아했죠. 하지만 나는 언제나 소녀가 되고 싶었어요. 여섯 살 때부터 꿈꾸기 시작했으니까. 여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모든 게 다 좋았어요. 다뤄지는 방식, 애지중지 보살핌 받는 거, 주목을 끄는 거. 남자로서도 그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면 나는 수술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p213)

 

여자란 보살핌을 받는 존재이고 대놓고 보살핌을 요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 남자로서 사는 것이 여자로서 사는 것보다 이점이 많으나 힘들다는 전제 하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트랜스젠더라는 사람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어려운 문제다. 각각의 케이스들이 다를텐데 뭔가 공통점을 뽑아내는 시도를 하는 게 의미가 있을 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이제 공격적인 마초 맨을 가장하는 게 진절머리가 난다. 나의 내면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 아버지는 이메일에 이렇게 적었다. 거의 40년이나 흘렀고, 아홉 개의 표준 시간대를 지나왔지만, 내가 그녀의 새로운 인격에서 그 폭력적인 남자의 아버지를 지워 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혼 판결이 아버지를 '위험에 빠진' 피해자로 만들어 줬던 것처럼 간단하게, 새로운 인격이 그 폭력적인 자를 지워 버릴 수 있었다고 믿어야 했을까? 새로운 정체성이 이전의 정체성을 구원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정체성을 삭제해 버릴 수도 있을까? (p91)

 

헝가리계 유태인이었으나 미국에 건너와서 유태인이라는 정체성을 그다지 인정하지 않고 살아온 아버지였고 가족에게는 더없이 권위적이었으며 심지어 폭력도 휘둘렀던 아버지였는데,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이후 달라졌다고 말한다면 믿기겠는가. 이 책에 끝에는 가야 수전 팔루디가 어떤 생각으로 결론을 맺는 지 알 수 있을테니 여기서는 문제제기까지만 하고 지나가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페이퍼를 한번 더 쓸 기회가 있으리라.

 

 

 

 

 

 

 

 

 

 

 

 

 

 

 

 

 

 

이 책을 사둔 건 좀 된 거 같은데... 잊고 있었는데 말이다. 우연히 보게 된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주지훈에게 작정하고 접근한 김혜수가 살랑거리는 펌머리를 모로 하며 주지훈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얘기하다가 도나토 카리시의 데뷔작을 얘기하면서 둘이 동시에 찌찌뽕, <속삭이는 자>! 라고 외칠 때 아.. 기억났다. 나 이 책 읽으려고 했었어. 서재를 뒤지니 아니나 달라 나왔다. 뭐 이런 일이야 비일비재해서 놀랍지도 않고. 아마 못 찾았으면 (구석에 쳐박혀서 말이다) 다시 샀을 거다. 그리곤 나중에 발견하겠지. 어멋. 이게 있었나. 사면 바로바로 좀 읽어라 비연...=.=;;

 

암튼, 드라마를 보고 책을 집어든 순서는 좀 웃기지만, 이 책 꽤 재미있다. 김혜수는 원서로 읽고 있었지만 (흥) 나는 그냥 번역본으로 읽고 있고, 뭐 번역도 잘 되어 있다. 킁. 미국 소설처럼 뻔한 비꼬는 듯한 유머를 날리거나 총알을 무슨 물세례처럼 퍼부어대는 폭력성도 없고, 일본 소설처럼 세상 끝에서나 만나볼 듯한 기괴함과 잔인함이 있지도 않다. 그냥 좀 진지하고 고통스럽고.. 하지만 템포가 느리지 않아 좋다. 실화가 바탕이라니 좀 소름끼치기도 하고. 아이들을 납치하고 죽이고 ..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정말 읽고 싶지 않은데 이 세상의 연쇄살인범들의 살해 대상은 항상 무방비의 여성과 아이들인지라 (!*#(*&)($)($*) 어쩔 수 없다 싶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는 여섯 개의 팔이 발견된 거다. 팔만 여섯 개. 그것도 열살 안팎의 여자아이들의 팔만. 아 미친...

 

 

"우리는 이런 범인들을 '괴물'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같은 인간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게블러 박사는 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그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정반대로, 그들은 우리와 완벽히 똑같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주변 사람이 이런 끔찍한 짓거리를 벌였을 거라는 상상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가 지닌 원죄에 대한 대가일 수도 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범죄자적 이인증(depersonalization)'이라고도 말하는데, 이는 연쇄살인범 식별에 난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겐 약점이라는 게 있고 꼬리는 잡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괴물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p33)

 

사실 나는 사이코패스입니다, 라고 이마에 쓰고 다니면 좋겠는데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고 가장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한 사람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더 무섭다. 뭔가 표시나는 사람이 아니라, 혼자가 되면 마음 속의 악이 삐져나와 스스로를 지배하고 죽이고 뜯는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 있다는 것.

 

.. 언론은 탐욕스럽게 사건을 파헤치고 삽시간에 버먼이 살아온 인생의 모든 측면을 남김없이 짓밟아버릴 것이다. 그의 자살은 자백과도 같은 효과를 발휘했다. 언론은 저 나름의 스토리를 양산해낼 태세였다. 한 남자에게 자기들 식으로 거침없이 괴물의 탈을 씌워놓고 나머지 문제는 다수결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식이었다. 언론은 그 남자를, 마치 피해아동들에게 행한 짓을 상상이라도 한 듯 조각낼 터였다. 자신들 역시 그 범인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언론은 이 사건을 통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피를 뿌려댈 것이다. 보다 자극적인 1면 기사로 구매욕을 부추기기 위해 아주 강한 향신료로 양념을 해댈 것이다. 배려도, 형평성도 없이.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사실을 지적하기라도 한다면 시사성이 강하고 편리하기 이를 데 없는 '알 권리'를 방패 삼아 자신들의 비인간적인 욕망을 감춰버린다. (p106)

 

어느 나라나 언론은 이런 건가, 싶어 씁쓸하다. 연쇄살인범의 스토리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자신들도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언론이. 어디서 많이 보는, 우리도 언제나 보고 있는 양태가 아닌가. 그 주제가 연쇄살인이 아닐 뿐이지.

 

 

***

 

코로나 때문에 바깥 출입을 좀 자제하고 사니 모임도 없고.. 집에서 뭐 해먹고 얌전히 책 읽고 하는 시간이 나쁘진 않다. 강제적으로 여행을 못 가고 누굴 만날 수 없다는 게 좀 갑갑하긴 하지만, 매일의 생활 자체는 평온하다. 규칙적이고 깔끔하고, 술없고 과식없고 과한 말 없고. 그냥 내게로 침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근데 여행은 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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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08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월요일에 회사 가면 다크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읽어보면 더 생각할게 생기겠지요.

속삭이는 자, 잔인하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을 읽으면서 감상을 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책읽는 사람들의 특별한 재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방금 [성적 동의] 읽기를 마쳤고, 이제 다른 책을 들고 침대로 갈 예정입니다.

일요일 밤이라 너무 슬프지만 ㅠㅠ 그래도 남은 밤시간 잘 보냅시다, 비연님!

비연 2020-03-08 21:3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더 허겁지겁 읽게 된^^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는 기쁨이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느낄 수 있는 특권 같은 거 같아요. 다락방님의 <다크룸>, 기대하고 있나이다.

일요일이 가고 있고... 아... 일요일... 잘 마무리하고 내일.. 힘차게는 싫고.. 일상적으로.
평화로운 밤 보내소서, 다락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