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은 된 듯한 스벅커피 마시며 책읽기.
심지어 샤론 볼턴의 책이라니. (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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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2-22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
다 읽고 감상 들려주세요, 비연님!!

비연 2019-12-22 17:05   좋아요 0 | URL
아아 다 읽었슴다... 아쉬울 뿐. 샤론 볼턴 대단... 이 책 이야기 쓸 시간이 곧 있어야할텐데요. 일단 넘 좋았어요!!

다락방 2019-12-22 17:06   좋아요 1 | URL
저는 샤론 볼턴은 [뱀이 깨어나는 마을]이 제일 좋았어요! 그렇지만 피의 수확 역시 좋았습니다. 게다가 피의 수확은 로맨스가 좀 들어가 있어서..그게 또 너무 재미있고 ㅠㅠ 그리고 너무 안타까워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2019년 작가, 샤론 볼턴이에요!

서니데이 2019-12-24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비연 2019-12-25 22:4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올해 제가 활동을 많이 못했는데도 이렇게 귀한 선물이 왔네요~
올해 감사하구요, 내년에도 좋은 이웃으로 많은 교류 있었으면 합니다^^
 

 

.. 제목을 보면 무지하게 피곤함이 느껴진다. 사실 아침에 느즈막히 눈을 뜨며 생각했다. '가지 말까?' ... '그냥 월요일에 하면 안될까?'...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니, 자료를 월요일에 보내줘야 한다는 것, 그런데 월요일에 회의가 내내 잡혀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머리 속에 꼬리를 물며 출몰했고... 결국, 끙. 하면서 일어나 씻고 출근하니 12시. 많이 잤구나 하면서도 아 이 오후에 집에서 그냥 커피 한잔에 책이나 읽으며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서 출근.

 

지금 내 앞에는 오면서 사온 스타벅스 커피가 얌전히 놓여 있다. 내가 요즘 나가고 있는 프로젝트 사이트는 근처에 스타벅스가 없다. 커피집은 많은데 스타벅스는 차를 몰고 10분은 가야 있다.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고, 그 분위기를 사랑하는데.. 주중에는 도저히 누릴 수가 없고 주말에는... 또 집 주변에 스타벅스 가려면 15분은 가야 하니 그냥 집순이로 지내거나 집에서 먹고 치우고. 그렇게 해서 스타벅스 간 지 백만년은 된 느낌의 오늘이 되었는데... 다행히 회사 본사 주변엔 스타벅스가 여러 군데 있어서 나는 출근하면서, 스타벅스에 냉큼 들러 아메리카노를 그득히 담아오는 데 성공하였다는 이야기. 참으로 소소하지만 내게는 눈물나게 고마운 이야기.. 나이 드니 별 거에 다 눈물이 나느냐.. 라고 잠시 생각했다가 패스.

 

그래서 일한다고 앉아서 커피 홀짝이다 보니, 흠 이것도 나쁘지는 않네 라는 일중독 환자 같은 자세가 되었고 그래서 일을 하려고 다 내놓다가 문득 알라딘에 들어왔다. 요즘 나가는 프로젝트 사이트의 또 하나 단점은, 알라딘에서 글을 쓰면 저장이 안 된다는 것. 점심시간이나 출근하자마자 알라딘에 글을 쓰는 게 소소한 재미였던 나에게는 청천벽력. 덕분에 요즘 알라딘에 들어와 글 끼적거리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이거다. 이눔의 프로젝트는 내년 11월까지이고..(으악) 그 전에 회사를 떄려치던가 해야지 이렇게는 못 살겠다 하고 있는 중이다. 

 

한 직장에 오래 붙어 있는 많은 사람들에 비해 나는 회사를 몇 번이나 옮긴 전력이 있다. 이직일 때도 있었고 다니기 싫어서일 때도 있었지. 이직일 때는 못 느꼈지만 다니기 싫어서 나와 무직상태로 있었을 때는.. 흠. 뭔가 많은 괴로움과 번민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 때는 지금보다 한참 어릴 때인데 그냥 그렇게 즐기면 되었을 것을,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은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았던 시기였다. 학교를 들어가, 그 때까지 한번도 아침에 그냥 일어나본 적이 없었던 내가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좀 당황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묘하게도 내 마음 속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는 것, 그래서 괜한 피해의식이나 자학감이 슬며시 스며들 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가 무직의 30대 비혼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아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 뭐 그러했다. 일년 반 정도 내 맘대로(?) 지냈지만 사실 완전히 내 맘대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경제적인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데도 작은 돈에 집착하게 되고 그래서 사람이 작아지게 되기도 하는 게 참 힘들었던 기억도 난다...

 

암튼간에, 지금은 나이도 더 들었고, 그래서 회사를 그냥 확 때려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거입니다.. 라고 괜히 변명하는 거다. (흑) 밖은 시베리아를 넘어서 밀림이고, 그 속에서 나를 잘 지킬 수 있는 멘탈이나 계획이 있지 않으면 일단 여기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말 준비라는 건 필요하구나.. 뭐 이런 생각 중. 주말에 회사에 나와 회사를 나갈 생각을 하는 비연. (크크)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려.

 

제일 견디기 힘든 건,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지쳐서 책을 못 읽는다는 데에 있다. 아침 저녁 잠깐 전철을 탈 때 읽는 책은 그래서 꿀맛이고. 금방 읽어낼 것 같던 어슐러 르 귄의 에세이는, 읽을수록 좋아서 한줄한줄 음미하며 읽고 있다.

 

뛰어난 성취 혹은 독자적인 성취라는 견지에서 말할 때 위대함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특정 젠더를 내포한다. 일반적인 용법과 통상의 이해에 따르면 '위대한 미국인'은 위대한 미국 남성을 뜻하고, '위대한 작가'는 위대한 남성 작가'를 의미한다. 그 단어의 젠더를 바꾸려면 '위대한 미국 여성', '위대한 여성 작가' 라는 여성 명사로 수정해야 한다. 젠더를 없애려면 '위대한 미국인들/작가들, 남여 모두...' 같은 표현을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대함이라는 관념 속에는 위대함이 여전히 남성의 영역이라는 사고가 남아 있다. (p113)

 

 

이 책은 어슐러 르 귄이 80대에 쓴, 그러니까 2017년에 쓴 책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생각이 미국 사회에는 아직도 있다는 것을 작가는 간파하고 냉엄히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뒤쪽에도 계속 읽으면, 이 책이 표지처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고양이 파두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페미니스트의 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이라면 느낄 수 있는 이러한 차별적 요소를, 이 '위대한 작가'인 어슐러 르 귄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정말 어디나 언제나 이런 일들이 지속되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임을 나타내고 있다... 전철 속에서 이런 글을 읽을 때의, 그것도 시간이 없어서 3~4페이지를 읽어나갈 때의 그 쾌감.. 짜릿함. 이 피곤한 와중에도 나를 지탱해주는 그 무엇이다.

 

자 이제 일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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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2-08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비연님 일요일에도 일하느라 고생이시네요. 그나마 원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다행이고요.
토요일인 어제도 일요일인 오늘도 주말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요. 저는 내내 집 청소며 빨래를 했고, 커피와 빵을 먹었어요. 이제는 책을 좀 봐야지 싶은데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뭘 먼저 읽어야할지 모르겠네요. 비연님, 화이팅이요!!

비연 2019-12-08 15:08   좋아요 0 | URL
락방님. 흑흑. 감사해요... 몇 시간 앉아 있었더니 눈이 막 감기네요 ㅜㅜ
어떤 책을 읽고 계실까요. 막 궁금. ..
이왕 나온 김에.. 하는 데까지 홧팅 해보렵니다... 아자...악.ㅜ

레삭매냐 2019-12-08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주말에 회사가 왠 열입니까 그래 -

모쪼록 잘 버티시길 기원해 봅니다.

비연 2019-12-08 16:49   좋아요 0 | URL
레삭메냐님.. 오후가 깊어지니 눈두덩이가 막 부어오르는 느낌입니다...만, 좀만 더 버텨보기로.
기원.. 감사함다.. 으흐흑.

slobe00 2019-12-08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슐러 르귄의 이 책 읽고 있습니다. ‘밤의 언어‘를 먼저 보았는데 거기서는 조금 더 젊은 르귄여사의 글을 읽을 수 있더군요. 두껍지 않은 에세이라 휘리릭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귀퉁이를 하도 접어서 책이 두꺼워졌어요^^

비연 2019-12-09 07:52   좋아요 0 | URL
앗. <밤의 언어>가 있군요. 저도 이거 보관함에 바로 담아 봅니다~
이 책도 두껍지 않은데 휘릭휘릭 읽기는 만만치 않은 책이더라구요^^
 

 

유독, 12월. 이라고 쓰면 가슴 복판에서 찬 바람이 쌩.. 하고 지나간다. 이 단어가 주는 어감. 12월이라는 것의 의미.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마음에 휘몰아쳐서인지도 모르겠다. 12월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해야겠다는 기묘한 압박감이 생겨 좀더 피곤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한 해가 열두 달이고 이 12월이라는 한 달도 12분의 1에 해당하는 소중한 시간인데, 앞에서 지낸 열한 달을 정리하라고 대내외적으로 강압이 된다. 흠. 피곤하다.

 

올해는 책 읽기에 너무 게을러서 연말에 결산하는 게 두려울 지경이다. 책 사는 것에도 게을렀으나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최고인 것 같다. 주옥같은 책들이 많은데 이것들을 안 읽고 지나치고 있다니. 어제 책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비연아. 넌 올해 뭐 했니 뭐 했니. .. 다시금 피곤해진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이다. 다급한 마음에 여러 권을 부여잡고 읽고 있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를 좀 멀리 해야지 라는 마음이 크다. 어쨌든 이 한 달동안 난 <제2의성II>는 무조건 다 읽을 것이고 (이제 600페이지 돌파.. 헥헥) 그래서 조금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다. 어슐러 르 귄(이 이름은 매번 어렵다. 매번 헷갈린다)의 에세이는, 여든이 넘은 SF 작가의 에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젊다. 뭐랄까. 아침에 전철에서 이 책을 읽으며 가는 출근길에 청량함이 더해진다고나 할까. 덕분에, <어스시의 마법사> 전권을 지금 주문 중에 있다. 드문드문 읽었던 기억인데, 전부 다 읽어봐야지 하는 의지를 부여하는 에세이다. 마이클 로보텀의 이 책은, 일단 킬링 타임용. <제2의성>을 읽으며 복잡다단해진 머리를 그냥 식힌다는 의미로 자기전에 조금씩 읽고 있다. 재미는 뭐... 그냥 소소.

 

12월에는 이 책들 외에도 조금 더 읽어야지 하는 마음인데, 송년회도 많고... 회사일도 많고(이눔의 회사) .. 그러나 눈 더 침침해지기 전에 어쩄든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강렬해지고 있다. 연말이 좋은 게 있다면, 이렇게 일년의 게으름을 마지막 한 달 내에서라도 어떻게든 메꿔보자는 때아닌 호기로움이 생기는 것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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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2-03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마무시한 속도로 읽고 있단 소문 들으셨나 모르겠어요. 아마 8로 시작한다지요 . 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비연 2019-12-03 17:29   좋아요 0 | URL
헉! 헉! ㅜㅜㅜㅜㅜㅜ 제가 야근이 많아 요즘 진도를 못 빼고 있는 동안 ㅠㅠㅠㅠ 자극 자극 ㅠㅠ
 

 

 

 

 

<제2의성> 1권을 다 읽었다! 저녁마다 공부하듯이 읽어나가는 재미도 재미였지만, 이 놀라운 저작을 지은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는 책 읽는 내내 감탄의 파노라마였다. 물론, 백퍼센트 다 동의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한다, 작가는 천재이고, 그 시대에 이런 페미니즘 책을 쓰다니 진정 시대를 앞선 사람이었다고.

 

12월까지 2권을 다 읽어야 하니... 이제 다시 2권으로. 다행히 1권은 532페이지이고, 2권의 본문은 926페이지까지라 (나머지는 시몬 드 보부아르에 대한 이야기) 400페이지 정도만 다 읽으면 (두꺼워 두꺼워) 한 달 안에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살포시 기대를... 12월에 하나 가득인 송년회의 쓰나미를 잘 피해서 매일 또 읽어나가 보련다. 홧팅,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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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11-28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꺄~~~!! 이런 반가운 소식이!!!❤️

비연 2019-11-28 23:13   좋아요 0 | URL
냐하하~ (에구 힘들어 ㅠㅠ;;)

다락방 2019-11-29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어엇 고생하셨습니다.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다니 다행이지 뭡니까!! 자, 2권도 파이팅입니다. 5만원을 지킵시다! ㅋㅋㅋㅋㅋ

비연 2019-11-29 08:31   좋아요 0 | URL
홧팅! ㅎㅎㅎ

블랙겟타 2019-11-29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이 1권을 완독했다는 소식이 흘러흘러 제 귀에 들려와서 급하게 들렀습니다. ^^
읽느라 수고하셨어요!! 그럼 2권도 화이팅!!
(그나저나 저도 12월 가기전에 <제2의성- 2 >대한 글을 써야할텐데.. 이 글이 저에게 좋은 압박을 주는군요. ㅋㅋ)

비연 2019-11-29 14:18   좋아요 1 | URL
겟타님에게 제가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니 느무나 기쁘고.. 다시한번 1권 완독한 제게, 뒤늦은 (매우 뒤늦은)완독에도 불구하고 괜한 으쓱함을 안겨줍니다.ㅎㅎㅎㅎ 2권도 얼렁 완동하여 기쁨의 페이퍼를 올리겠나이다. 아마 2권 완독한 날은 민족해방의 날보다 더 기쁠 것으로 생각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주말에 '제2의성' 상권을 달려야 하는 입장인데, 일등은 못해도 꼴등은 안 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인데, 이 책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결국 이 책부터 읽느라 '제2의성'을 아직 달려보지 못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 제2의성을 읽는 동안 소설이란 존재는 거의 사탕과 같은, 아니다, 내가 스트레스 받을 때 먹는 버터링이나 약과와 같은 대상으로 한번 들면 이전보다 더더더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는 것. 요즘 안 그래도 버터링과 약과를 상시로 먹어서 살도 꿀렁꿀렁 찌는 판인데... 이젠 소설까지 내 머리 속을 잠식하여 나를 제2의성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다. 아니 앤 클리브스가 누구지? 하고 읽어보니 이미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은 상태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 <레이븐 블랙>. 근데 왜 이렇게 이 작가의 이름이 낯선 거지?

 

 

 

 

 

 

 

 

 

 

 

 

 

 

 

 

 

책 내용이 기억도 안 납니다만,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기억에 있고. 재미있게 읽었었나 그것도 가물가물. 당췌 이럴 거면 책을 왜 읽느냐 라고 스스로 자책 하다가 우선은 <하버 스트리트>를 읽겠어요 하고 패스해버렸다는, 아름다운(?) 이야기ㅠ

 

<하버 스트리트>는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8편인가 중에 6편에 해당한다. (아니 왜 1편부터 안 내는 겁니까, 투덜) 주인공인 베라 스탠호프는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내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밖에는 거대한 여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트위드 치마, 눈사람 같은 파카 차림이었다. 커다란 얼굴, 작은 갈색 눈, 머리에는 파카 후드를 쓰고 있었다. 발에는 장화, 머리카락과 몸은 눈에 덮여 있었다. 여자 뒤에 한 사람이 더 있었지만, 앞사람의 덩치에 가려 특징을 알아본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가공한 말한 설인이다. 케이트는 생각했다.

여자는 입을 열었다. "들어보내 주시죠? 여기 밖은 얼어붙을 것 같군요. 내 이름은 스탠호프. 베라 스탠호프 형사입니다." (p19)

 

덩치 큰 독신녀. 그리고 형사.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 사람의 배경에 대해 수다스럽게 캐묻기 좋아하는 사람. 수시로 눈과 홍수에 길이 막히는 산꼭대기의 아버지집에 그냥 그렇게 계속 살고 있는 여자. 그리고 약간의 골칫거리를 안은 살인사건에 꽤나 흥분하며 좋아하는 사람.

 

 

"살인사건입니다." 가슴이 다시 부풀어 올랐지만, 곧 죄책감이 엄습했다. 피해자는 누군가의 친척이나 친구일 것이다. 그녀의 즐거움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니다. "전철에서 칼에 찔렸어요."  (p21)

 

마가렛 크루코스키라는 외국인의 성을 가진 분위기 있어 보이는 노부인이 지하철에서 난데없이 칼에 찔려 죽었다. 그녀는 하버 스트리트에서 숙박업을 하는 케이트 듀어라는 미망인과 그 두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부유한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란 미모의 젊은 마가렛은 어느 폴란드인과 좋아하게 되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이라는 걸 했고 2년 만에 남자가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저렇게 살아와야 했던, 생각하면 좀 비운의 인생을 살았던 노부인이었다. 그런 그녀를 누가 죽였을까. 작은 동네에 어렸을 때부터 줄곧 보아온 사람들도 많은데 이 속에서 누가 그녀를 지하철에서 칼로 찔러 죽일만큼 미워했을까... 사건을 파헤쳐나가면서 드러나는 마가렛의 과거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뭔가 아련하고 서글프고... 그러나 그걸 파헤쳐나가는 베라와 그 부하들, 조, 홀리, 찰리의 활약은 상당히 재미있다.

 

 

"자." 베라는 입을 열었다. "마가렛 크루코스키. 얼마나 진전됐지?" 베라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복잡한 사건과 맥주, 그리고 생각을 나눌 상대: 조 애쉬워스. 아내가 남편의 성공을 고대하고 있고, 언제든 승진해서 옮겨갈 수 있는 친구.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알고 있어야만 진정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걸까? (p134)

 

 

이 부분에서 얼마나 동감이 되던지. 내가 집중할 일과 맥주, 그리고 그 얘길 할 수 있는 상대 혹은 친구만 있다면, 세상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적중된 느낌. 갑자기 내게 얘길 나눌 수 있는 상대나 친구가 누가 있지, 머릿 속을 헤집게 된다. 이런 행복한 순간을 맞기 위해서는 뭔가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흠흠.

 

 

"사실 약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떠난다니까 난리를 피우는지?" 홀리는 몸을 죽 폈다. 베라는 그녀가 진정한 고독의 아픔을 알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다. 젊음과 건강이 넘치는 그녀라면 자신이 혼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p248)

 

 

그래그래, 홀리 너는 너무 어려. 이런 인생의 쓴맛을 내 일로 여기게 되기까지에는 많은 연륜과 경험이 필요한 것이란다.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떠남을 슬퍼하고 괴로와하는 것은 사실 내게 남겨진 외로움과 고독이 두려워서일 수도 있는 거니까. 더 커라 홀리. 베라는 독특하지만 이렇게 인생에 대해 노년에 대해 밑바닥 인생에 대해 따뜻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 시리즈는 무조건 나와야 한다. 이런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인 베라 스탠호프 이야기를 이렇게 뜨문뜨문 내서 사람을 고문하면 안된다. 찾아보니 한 권 - <나방 사냥꾼> - 이 더 나와 있다는 기쁜 발견을 해서 지금 주문 들어간다. 이후.. '제2의성'을 달리기 위해 채비를 해야지. 이랴이랴. 다들 지금쯤 아주 멀리까지 읽으셨겠지.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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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1-10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연님! 나방 사냥꾼은 하버 스트리트 보다 훨씬 훨씬 더 재미납니다!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단호)
저도 제2의성 읽어야 하는데... 하면서 떡볶이랑 만두 먹고 있어요 ㅋㅋ 그리고 좀전에 터미네이터를 ‘또’ 보고 왔습니다. 저는 오늘 제2의 성을 읽을 수 있을까요? 하하

비연 2019-11-10 21:29   좋아요 0 | URL
이런. 나방 사냥꾼 주문을 취소해야할까봐요. 이러다가 제2의성 내년까지 가겠다는.
저는 요즘 이눔의 회사 일 때문에 쉬는 시간엔 뻗어 있느라 영화를 영 못 보고 있답니다... 으헝.
<조커>도 못 봤고 <터미네이터>도 못 봤고. 이건 아니지 않나요?
제2의 성을... 읽으려고 펼친 이 저녁. 전 몇 장이나 읽을 수 있을까요 ㅜㅜㅜ

단발머리 2019-11-10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조커>도 못 봤고, <터미네이터>도 못 봤고, 나방 사냥꾼도 모르고 게다가 야근도 한 하는데.....
왜왜왜! 제2의 성을 읽지 못하고 있단 말입니까.
비연님 주춤거릴 때 얼른 추월할 생각을 왜 못 하고 있단 말입니까.
왜 지금은.... 10시 15분이란 말입니까 ㅠㅠ

비연 2019-11-11 07:51   좋아요 0 | URL
흑흑... 저도 어제 책을 펼친 후 어룽어룽한 눈앞을 못 견뎌 곧 침대로 직행...
정녕.. 이것이 현실이란 말입니꽈...ㅜ

공쟝쟝 2019-11-11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2의성에 심리적으로 쥬말을 차압당한 여자들의 댓글 대잔치 ㅋㅋㅋㅋㅋ

비연 2019-11-11 08:21   좋아요 0 | URL
진정, ‘차압‘..ㅎㅎ ㅜㅜ;;;;;;;

공쟝쟝 2019-11-11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비욘님 출근했나요? ㅋㅋㅋ 이번주도 힘!!🤗

비연 2019-11-11 08:41   좋아요 1 | URL
출근한 지 이미 1시간 30분... (먼산;;;)
카누 한잔 마시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네요... 허허.
공쟝쟝님도 홧팅요! 이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있는.. 이 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