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가 이 책의 초판을 낸 연도이다. 그러니까 70년 전에 이 책이 나왔다. 아 근데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 이 책. 촘촘빽빽에 여백도 별로 없고 책 중간에 그림 하나 없는 이 지루해보이는 책이, 내게 흥미로 바짝 다가오는 것은 왠일인지. 처음에 펼쳐들었을 때, 가슴이 턱 막힐 정도로 책의 밀도가 너무 높아보였었는데 읽다보니 시몬 드 보부아르는 천재로구나, 생각보다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열심히 열심히 읽어도 진도는 많이 못 나가지만. (두 권 다 합해서 1,000페이지다. 허허허)

 

여자는 난소와 자궁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이한 조건 때문에 여자는 언제까지나 주관성 속에 갇혀 있고, 한정된 속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여자는 자궁으로 생각한다고들 말한다. 남자는 자신의 신체에도 고환이 있으며 거기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산다. 남자는 자기 신체를 세계와의 직접적이며 정상적인 관계로 보며, 따라서 자신이 세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편 남자는 여자의 육체를, 여성이라는 특성을 규정하는 것들로 억눌려 있는 장해물이나 감옥처럼 여긴다. (p18)

 

그래서 이러한 인식의 한계를 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성 토마스가, 미슐레가, 여자에 대한 설명을 남자를 기본으로 한다. 결국 남자는 '주체이고' 절대'이나, 여자는 '타자(他者)'이다. (p19) 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이러한 생물학적인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여자를 정의하는 데에 턱없이 부족하다.

 

여자의 육체가 남자의 육체보다 더 연약한지 아닌지, 또 그것이 유인원의 육체에 더 가까운지 아닌지 하는 물음은 무의미하다. 막연한 자연주의를 그보다 훨씬 더 막연한 도덕론이나 심미론과 혼동하는 이런 논의들은 모두 말장난에 불과하다. 남녀 인류의 비교는 오로지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이란,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현재의 자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는 존재이다. 메를로 퐁티의 아주 지당한 말처럼, 인간은 자연의 종이 아니라 역사적인 관념이다. 여자는 응고된 현실이 아니라 하나의 생성(生成)이다. 그러므로 이런 생성의 관점에서 여자와 남자를 비교해야 한다. 즉 여자의 '가능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많은 논쟁들이 그토록 과오를 범하는 것은, 여자의 능력을 문제삼으면서 여자를 과거나 현재의 상태로 고정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p64)

 

 

뭔가 생물학적인 측면을 얘기할 때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그럴싸한 말로 얘기 못하고 속에서만 부르짖게 될 때 이 내용을 상기시키면 되겠다. 인간은 역사적인 관념이고 여성을 고정화해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라는 말. 생물학적 차이만으로 설명하려고 할 때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물학적인 육체를 타고 났지만 사회와 관계 속에서 유지하는 존재이므로 그런 맥락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기 위해 시도해야만 한다.

 

 

베벨이 묘사한 여자와 프롤레타리아의 유사성은 아주 훌륭한 근거를 지닌 셈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수적으로 열세하지도 않고 또 그들만의 집단이 형성된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존재는 역사적 발전에 의한 것으로서 설명이 가능하며, 또 그들이 그 계급에 배분된 것도 설명이 된다. 프롤레타리아가 언제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는 언제나 있었다. (p21)

 

 

따라서 과거의, 현재의 여성의 억압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이 상황. 비슷한 처지의 계급, 대상, 부류 모두에게는 근원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여자는 계속 이 자리에 존재해 있었고 남자와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방향의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 그것에 대해서 계속 고민한 필요가 있는 것이로구나. 시몬 드 보부아르가 일깨워준다.

 

예속현상은 객관적으로 자기의 우월성을 성취하려고 하는 인간 의식의 제국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의 의식 속에 타자라는 근본적 범주와 타자를 지배하려는 근본적 의지가 없었더라면, 청동기의 발견도 여성의 억압을 초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p86)

 

역사와 사회의 맥락 속에서도 어떤 내재된 무엇인가가 억압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은 생물학, 정신분석학, 유물론적 사관 등을 쪼개어 하나씩 예를 들어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언가 통합적인, 실존적인 의미와 설명이 있으리라 보여진다...

 

내용이 많고 어려운 말들도 많지만, 그냥 내가 이해되는 만큼 조금씩 머리속에서 정리하고 있다. 주중에 도저히 시간이 안되어 주말을 틈타 좀더 읽어보려고 하는데, 글자수가 많아 진도 팍팍은 아니더라도 뭔가 지적인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 그리고 설명 안되는 부분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여러 설명들을 보면서 느끼는 충족감들로 인해 뭔가 좋은 시간이다. 아. 시몬 드 보부아르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냥 말로만 이런 사람이구나 라고 듣는 것과는 천지 차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대단한 사람이다. 대단한. 70년 전에 이런 얘길 쓰다니.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여전히 지금도 찬찬히 읽으며 나의 인식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니. 감탄스러울 뿐이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11-03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쌰으쌰!! 😣

비연 2019-11-03 18:07   좋아요 0 | URL
열심히 좇아가고 있습니다만... 역부족 -.-;;

카스피 2019-11-03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오래전에 간행된 제 2의 성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비연님 말씀처럼 촘촘빽빽에 여백도 별로 없고 책 중간에 그림 하나 없어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ㅜ,ㅜ

비연 2019-11-04 09:27   좋아요 0 | URL
정말 어렵다기보다 읽기 어려운 구조의 책이라는... 흑흑

다락방 2019-11-04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비연님. 정말 대다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주장하고 있는 것들을 보부아르는 앞서 깨닫고 주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읽으며 내내 감탄합니다.
그리고 상권을 저는 다 읽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전하고 갑니다. 꺄울 >.<

비연 2019-11-04 09:21   좋아요 0 | URL
이 아침, 제게 좌절감을 안기는, 우등생 다락방님 ㅠㅠㅠㅠㅠ

공쟝쟝 2019-11-04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하하... 이런 글을 읽었던 것 같은 데 이런 내용이란 말이었다는 말인가?? 이렇게 물르르듯 한 번역이었어....(을유문화사 책을 집어던진닼ㅋㅋㅋ)

비연 2019-11-04 21:57   좋아요 0 | URL
공쟝쟝님 ㅎㅎㅎ 을유문화사 버리시고 동서문화사로 얼렁 갈아타소서 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11-04 21:59   좋아요 1 | URL
그럼 다시 읽어야 하잖아욬ㅋㅋㅋㅋㅋ!! 절레절레!!!💆🏻‍♀️ 후후!!

비연 2019-11-04 22:00   좋아요 0 | URL
헉 ㅎㅎㅎㅎㅎ

공쟝쟝 2019-11-04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힘내요! 저 뒤따라 가고 있어욥 ㅋㅋㅋ🏃🏽‍♀️

비연 2019-11-04 22:01   좋아요 1 | URL
컥. 저 이제 집에 왔어요 ㅠㅠㅠ 천천히 오세요 ... 흑흑

공쟝쟝 2019-11-04 22:02   좋아요 1 | URL
저 아직 도착 안햇다는 거 ㅋㅋㅋ (물론 늦은 퇴근 후 요가하러 왓지만요 ㅋㅋㅋ)

비연 2019-11-04 22:03   좋아요 0 | URL
와우 요가! 저 이제 씻고 제2의성 펼칠거에요. 불끈! (아 금방 코박고 졸듯 ㅠㅠ;)

공쟝쟝 2019-11-04 23:08   좋아요 0 | URL
20분뒤의 제 모습입니다. 가까운 미래... ㅋㅋㅋ
 

7권 전부 소장. 나머지 3권 어여 부탁드립니다. 꾸벅~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붕붕툐툐 2019-11-03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집은 늘 기분 좋아요:)

비연 2019-11-03 01:0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시리즈물을 이렇게 쌓아놓으면 왜이리 뿌듯한지요~
 

 

1. 오늘 정말 쉬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너무 아프고 온 몸이 욱씬 거렸다. 몸살인가. 오전 내내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나 출근을 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도저히 하루를 다 쉴 수는 없는 상태였고 그래서 결국 회사를 나왔다는... 비극적인 이야기. 나와서 계속 일하다보니 이 시간이 되었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뇌가 튀어나올 듯한 끔찍한 상황이라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긴 했다. 요즘 스트레스가 크니 뭔가 몸이 반응하는 것 같아서 힘들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하다.

 

2. 며칠 전에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여성주의 책읽기>의 10-11월 책이 도착을 했고.. 아직도 못 다 읽은 시몬 베유의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책감에 시달려보고.. 그러나 좋은 건, 넋놓고 책읽는 것조차 등한시하는 요즘같은 세월에 이렇게 <여성주의 책읽기>는 엄청난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바로 가서 <제2의성>을 펼칠 것이고... 하루에 한장을 읽어도 어쨌든 시몬 베유의 책과도 병행해서 다 읽고야 말겠다... 라는 전의를 새삼 불태우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열권이 넘는 책들이 도착했고... 그냥 집에 쌓아두고 왔는데 가서 그 책들을 정리할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나 이상한가? 책을 만질 손길이 행복하게 느껴지리라는 이 예측.

 

3. 야구 포스트시즌이 계속 진행 중이고... 어제 키움이 SK를 이겨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일년 내내 일등을 달리던 SK는 시즌 마지막에 조금 저조해진 틈새로 두산이 비집어 들어와 결국 일등을 놓쳤고, 이제 심지어 한국 시리즈 진출도 못하게 될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내내 잘 나가던 팀의 어려운 상황은 왠지 모르게 마음에 와닿는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다음주에는 두산과 키움 혹은 SK와의 한국시리즈가 예정되어 있고 나는 이 바쁜 와중에도 그 표를 구하겠다고 지금 벼르고 있다. 정상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해서 구하려면 어디 알바라도 구해야 할 판이라.. 쩜쩜쩜... 저에게 표를!

 

4. 세상이 너무 시끄러웠고 지금도 시끄럽고.. 적어도 내년 총선 까지는 계속 이럴 것으로 보여서 나까지 심란하다. 요즘은 그냥 두 편으로 나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섬세하게 편이 나뉘어져서 세상 이야기 화제에 오르는 순간 상대와의 인연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할 판이다. 교육, 계층, 정치, 언론, 검찰.... 이 모든 것에 자신의 경험,  생각, 사상 이런 것들이 짬뽕이 되다 보니.. CASE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입장이 다 달라질 수 있더라 이거다. 사실 이건 분열이라기보다는, 성장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하고 있지만. 여기까지. 내가 사는 세대는 왜 이리 힘든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5. 퇴근해야겠다. 온 몸이 아프기도 하고.. 배도 고프다. 약도 받아두었으니 밥먹고 약 먹어야지... 그제인가 어제인가 연예인 설리가 죽었고... 그 아까운 스물다섯 청춘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계속. 내가 지금 누리는 세상을 그 아이는 못 보겠구나. 도대체 왜 그 아이에게, 그렇게 어린 아이에게 사람들은 모질었을까 라는 원망이 깊다. 나는 잘 모르는 연예인이고, 사실 악플 때문에 인터넷 기사에 뜨는 바람에 알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왜 그리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줄 모르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더랬다. 내가 나서서 뭔가를 외친다는 건 웃긴 일이기도 했지만, 사실 어른들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자정 활동을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스물다섯. 환하다못해 빛이 나는 나이. 그런 나이에 세상을 등지다니. 얼마나 괴로운 시절이었으면 그랬을까 싶다... 어제 세상을 떠난 이들은 누리지 못할 오늘이니, 나는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야지 라는, 상당히 클리셰 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또 나에게 원동력이 조금이라도 된다면 그냥 받아들일 작정이다... 다들 건강합시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누가 뭐라 하든, 누가 어찌 하든.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겟타 2019-10-16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건강 잘 챙기시구요. ㅠㅠ
저도 어제 막 ‘제2의 성‘ 2권이 도착해서 오늘부터 읽고 있답니다.

그리고... 저는 원랜 NC팬인데.. 일찌감치 탈락되고나서 지금은 세컨팀인.. 키움을 응원하면서 보고있네요.
비연님은 두산팬이라고 하셨죠? 나중에 혹시 키움이 KS에 올라간다면 서로 좋은 경기 했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저는 요즘에 너무 빠르게 새로운 소식들이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다보니까 이제는 도저히 갈피를 못잡겠어요 ㅜ

비연 2019-10-17 08:48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제2의성 읽고 계시다니 막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어제 저도 받고 첫장을 펼친 순간, 헉. 이것은 천재의 글이로구나.. 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빽빽한 장이 보여서 깜놀.. ㅎㅎ

NC 팬이라니 많이 아쉬우셨겠습니다. 키움이 지금 선전 중이라 두산이랑 붙는다면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오늘 경기가 자못 기대됩니다.

... 저도 요즘 넘 혼란스럽습니다. 언제쯤 안정이 될런지요.

다락방 2019-10-17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리 만나기전까지 제2의성 완독이 목표입니다. 반드시 이루고 말겠어요!! 빠샤!!

비연님 얼른 회복하셔서 우리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또 받으면서 앞으로 갑시다. 잘 드시고 잘 주무세요.

비연 2019-10-17 08:49   좋아요 0 | URL
아. 락방님. 전 완독까지는 힘들 것 같고... 최대한 최대한 ...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이렇게 서로 자극이 된다니.. 요즘 이 책들 읽고 생각하면서 여러분들 남긴 글 읽는 것이 참 좋습니다.
얼른 건강 회복해서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락방님도 항상 건강조심요!

카스피 2019-10-17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벽과 낮의 기온차가 큰 환절기라 그런지 아시는 많은 분들이 감기등 몸에 많이 안 좋으신것 같더군요.비여님도 얼른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비연 2019-10-20 23:47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감사해요! 주말에 좀 쉬었더니 한결 낫습니다. 카스피님도 감기 조심요!

2019-10-26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26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6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8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출장을 왔다. 지난 주 월요일에 왔는데 이제야 알라딘에 들어왔다. 주중에는 정말 너무나 힘든 일정을 소화하느라 기진맥진이었고 어제 토요일은 그래서 오후 1시까지 잤다.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 ㅜ) 그래도 어제 오후, 하노이에 있는 회사 동료가 라이드를 해주어서 하노이 시내 여기저기를 보고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맥주거리에 가서 간만에 하노이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피로가 풀리는 기분. 오늘은 덕분에 아침 7시쯤 눈이 떠져 조식도 먹고 (어제는 조식도 건너 뛴 것이었다!) 나가서 베트남 유명 커피집인 콩카페 (커피빈이 아니다 ㅎㅎ) 에 가서 코코넛 밀크 커피까지 홀짝 먹고 왔다.

 

출장 전에 가방을 챙기면서 책을 여러 권 넣어왔다. 출장 하루전까지 책 볼 시간도 없었고 시간이 나도 멍 때리며 미드 보는 게 대부분이었던지라 출장 가서는 다른 기기를 챙기지 않고 책만 챙겼더럤다. 

 

 

 

 

 

 

 

 

 

 

 

 

 

 

 

 

 

 

 

그러나, 매일 쓰러져 자기 일쑤라 한장도 제대로 못보다가, 오늘 카페 가서 <Xingu>를 다 읽었다. 아 너무나 유쾌한 소설이라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올려졌다. 당시의 사회상이 단편 4개에 고스란히 담겼으나 무겁고 진지하게가 아니라 재미있게 비트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얇은 책이라 금방 읽기도 했지만, 설렁설렁 넘어가는 맛이 있다. 이디스 워튼의 책들을 보관함에 푱푱 던져넣고 있다.

 

지금은 대낮에 (여긴 한국보다 2시간 늦다) 맥주 캔을 부여잡고 준플레이오프를 보고 있다.. 다른 매체, 왓챠플레이도 안되요, 티비빙도 안되요, 뭐도 안되요 뭐도 안되요 해서 네이버 tv도 안되지 않을까 했는데 어멋. 되네. 에헤라디야. 이러면서 LG:키움 전을 시청 중이다. 나야 두산팬이니까 그리고 우리 두산은 우여곡절끝에 시즌 1등을 했으니까 이 경기와 무관하긴 하지만 시즌 동안 성적이 괜챦았던 LG와 키움의 경기라니 볼 만하지 않겠는가 싶다. 졸며 말며 맥주 마시며 야구 보다가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읽어내려갈 생각이다. 아직도 반 쯤 밖에 못 봤지만, 이 책은 꼭 다 읽고 싶다. 그리고 다음엔 10월의 함께 읽기 책인 <제2의 성>을 읽어야지.

 

출장 중에 주말이 끼여도 늘 토요일에 출근을 했어서 이런 여유는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출장은 엄청 빡세긴 해도 이런 쉬어감이 있어서 일단은 견딜 만 하다. 이번 주 금요일에 귀국이니.. 오늘 푹 쉬고 좀더 달려봐야겠다 싶다. 일단은 다 잊고 쉬자. 편하게. 즐겁게.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19-10-06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성팬이다보니 포스트시즌을 하는 것 자체가 참 부럽네요. 올해는 두산이 꼭 우승하길요..^^

비연 2019-10-06 19: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두산 홧팅!

단발머리 2019-10-0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맥주랑 야구 둘 다 별로인데, 맥주랑 야구가 같이 나오는 이야기는 항상 흥미진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구> 다시 읽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예요.
좋은 시간 보내시고 충전 만땅하셔서 돌아오세요^^

비연 2019-10-06 19:43   좋아요 0 | URL
헐 이런 ㅎㅎㅎㅎ;; <징구> 다시 읽어도 좋을 듯요~ 하노이도 어둑어둑합니다. 어제 오늘 충전한 걸로 이번 주 버텨야할텐데.

syo 2019-10-06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병호 이 나쁜 녀석아......ㅠㅠㅠㅠ

비연 2019-10-06 21:27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9-10-06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하노이라니, 너무 부럽네요, 비연님. 전 몇개월전부터 호안끼엠 호수 뒷편의 성당에 너무 다시 가고 싶어서 미쳐버리겠어요. 조만간 하노이 가고 싶다 생각하고 있는데, 비연님, 하노이라뇨.. ㅜㅜ

저도 제2의성 꺼내놨어요. 휴...

비연 2019-10-06 22:01   좋아요 1 | URL
성 요셉성당. 이번에 다녀왔어요. 전 출장이라 하노이가 마냥 반갑진 않으나.. 주말에 가볍게 다니니 좋더라구요..^^;

전 제2의성 아까 주문했어요. 한국 가면 바로 읽을 수 있도록. 꽤 어려운(?) 작업이 될 듯 싶지만 흥미돋아요~

水巖 2019-10-08 0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안녕,
해외에 나본지 너무 오랜 노인네는 부럽습니다. 힘들어도 일이 있다는건 행복이구요. ㅎㅎ

비연 2019-10-08 08:40   좋아요 0 | URL
홋 수암님!!! 완전 오랜만이세요!
안녕하시죠?^^ 수암님 댓글 보며 오늘 하루 행복하게 시작하자 다짐하게 됩니다~. 자주 들러 주세요^^*

2019-10-10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0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6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6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6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6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6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6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디스 워튼의 소설은 유쾌하면서도 은근히 풍자적이다. 유명하지 않은 단편 4개의 모음이라지만 그녀의 글솜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이다. 특히,표제작인 <징구>는 읽으면서 어찌나 통렬하던지. <순수의 시대>를 읽어보리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9-10-06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순수의 시대 찜. ^^

비연 2019-10-06 17:52   좋아요 0 | URL
오홍홍~ 찜!

블랙겟타 2019-10-0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책 읽고 <순수의 시대>를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ᴗ•)

비연 2019-10-06 18:12   좋아요 1 | URL
어멋. 다들 마찬가지 심정들^^ 그렇다면 곧 <순수의 시대>로 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