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매일 야근에, 늦은 저녁식사에... 그렇게 집에 오면 넘 피곤해서 맥주 한 캔 입에 물고 멍때리며 미드 보고... 주말엔 뻗어 자느라 시간 다 보내고...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들을 마구 흘려버리고 있다. 지금도 스텔라 아르투아 한 캔 홀랑 까서 먹으며 뒤늦게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시즌 1부터 정주행 중인데.. 이건 뭐 소아 성애자에, 성폭력범에, 가학적 성애자에... 나오는 범인들이 다 날 우울하게 하고. 밤늦게까지 보다 자면 꿈자리마저 뒤숭숭하고.. 암튼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두달 정도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는 엉망이다. 아. 정말, 이걸 바로 세워야 할텐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서야 어쩌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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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9-09-19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저도 크리미널 마인드 좋아라 합니다. 기디언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확실히 넘 잔인해요ㅠㅠ

전 <캐슬> 정주행 중입니다. 요즘 봤던 미드들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비연 2019-09-19 21:52   좋아요 1 | URL
오 <캐슬>도 재밌는데 그걸로 바꿀까요. 점점 잔인해져서.. 맥주가 쓰네요 ㅜㅜ

상복의랑데뷰 2019-09-20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불경기에 바쁜 게 좋은 거라고 되지도 않는 위로를 드립니다. ㅠㅠ

저는 요즘 영상에 집중이 안되서 시리즈는 고사하고 영화 한편 보기도 버겁네요. 기생충은 아내랑 간신히 봤고, 브라운 아이즈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 버스, 정류장을 보고 있는데 중간에 끊기니 다시보기가 쉽지 않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비연 2019-09-20 21:52   좋아요 0 | URL
흑. 저도 요즘 영화 보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집중력이 떨어진 건지.. 그래도 금요일 밤입니다! 괜히 일없이 신나는 주말이 온거죠 ㅋㅋㅋ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각본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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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해미시 멕베스. 이 시리즈는 어김없는 즐거움을 준다. 원작자와 제작자 간의 갈등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시기, 분노 등이 거슬리지 않게 묘사되고 있어서 명절 연휴에 벗하면서도 하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좀더 빨리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현대문학,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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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9-15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6년부터 나온 시리즈인데, 해마다 발간되는 책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올해는 이 책이 처음이라니! 이러다 안 나오는 건아니겠지 라는 불안함이 엄습하는 연휴의 마지막날. 오 노!

단발머리 2019-09-15 21:10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 듣는 작가와 책이지만 비연님의 화이팅에 크게 감동됩니다.
현대문학, 힘내요!!

비연 2019-09-15 22:0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감사요!

상복의랑데뷰 2019-09-16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좋은 책들을 많이 보시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비연 2019-09-17 14:19   좋아요 1 | URL
헉. 상복의랑데뷰님! 이게 얼마만이신지!
간판사진은 여전하신데.. 우째 지내시고 계시나요?
상복의랑데뷰님 찰진 글이 그립습니다~

상복의랑데뷰 2019-09-17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연 2019-09-17 16:22   좋아요 1 | URL
당연히 기억하죠! 자주 들러주소서~
 

 

 

 

 

 

 

 

 

 

 

 

 

 

나이가 들면서 나는 점점 더 여성의 대의를 위해 투쟁하게 되었다. 내가 점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살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얻은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항상 선생님들의 예쁨을 받는 학생이었다. 아우슈비츠에서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한 여성이 일이 덜 고된 작업반으로 나를 지정해서 나를 보호해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삶이었지만 나를 지켜준 사람들을 만나왔다. 이 모든 것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내 입장이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여성을 위한 기회는 그저 운에 맡겨져 있었고 법이나 제도를 통해서 기대할 수 없었다. 차별을 시정하는 대가로, 사회는 여성이 신음하는 불평등을 줄임으로써 구체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p239)

 

 

시몬 베유의 자서전이다. 원제는 저자가 앞에서 밝혔다시피 모파상의 소설 제목 'Une Vie'. 하나의 일생 정도의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제목이 '여자의 일생'으로 번역되었다고 역자가 옮긴이의 글에 써두었다. (우리나라 제목은 왠지 별루다. 여자의 일생이라니) 이 책을 읽고 나면, 모파상의 소설 제목과 시몬 베유의 인생이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프랑스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아무 걱정없이 자라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로 끌려갔었던 사람. 그 곳에서 아버지와 오빠를 잃고 어머니는 잃었고 그렇게 겨우 살아나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보건부 장관과 유럽연합의 수장까지 맡았던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베유법>이라는 임신중단법을 만들어낸 사람. 남들의 곱절 아니 열곱절의 경험을 하나의 인생에서 해 낸 사람이 바로 이 사람, 시몬 베유이다. 스스로 써낸 이 글을 읽으면서, 사실 프랑스라는 나라의 정치구조를 잘 몰라 조금 당황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내내 시몬 베유라는 사람에 대한 경외감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투쟁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p118)

 

 

이 얼마나 멋지면서도 강단 있는 말인가. 이런 사람이기에 남자들로 그득한 의회에서 단 하나의 여자로 나타나 임신중단법의 당위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온갖 야유와 질타를 받으면서도 그것을 꿋꿋이 밀어붙일 수 있지 않았는가 싶다. 후기에 있는 1974년 의회 연설 전문은, 진심 감동이다. 나도 우리나라 국회에서 이런 연설을 들어보고 싶다.

 

이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하여, 허가는 자동으로 내려져야 합니다.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는 무용해질 것이며, 법정에 선 양 모욕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결정권이 돌아갈 것입니다. 입법자가 발효된 법조문을 개정하고자 하는 까닭은 음지에서 실시되는 낙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함입니다. 사회적인 이유, 경제적이거나 심리적인 이유로 곤경에 처했다고 느낄 때 여성들은 어떤 조건에 있든 상관없이 임신을 중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구체적이거나 모호한 문형으로 정의하기를 거부하고 현실을 마주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여 낙태에 대한 결정이 궁극적으로 여성에 의해서 내려져야 한다는 점을 인정코자 합니다. (1974년 의회연설 중 일부)

 

 

낙태는 여성의 권리임을 말하는 이 말. 그것을 무분별하게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며 낙태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도 하겠으나, 궁극적으로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주체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이렇게 해서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며 이 연설을 끝맺는다.

 

저는 미래를 두려워하는 류의 사람이 아닙니다. 젊은 세대들은 우리와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우리 역시 우리가 길러지던 방식과 다르게 그들을 길러냈습니다. 젊은 세대는 다른 세대와 같이 용감하고, 열정과 헌신을 다할 줄 압니다.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부디 신뢰합시다.

 

 

우리가 얘기하는 페미니즘은 결국 남녀의 성대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결국 인간으로서 이 땅에 있는 존재들끼리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것, 휴머니즘이라는 것.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엄청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은 누가 뭐라 해도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었다.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시몬 베유에 관련한 책은 삼종 셋트이다. 당연히(!) 다 사서 내 책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었고 이제 연이어서 읽을 생각이다. 우선은 시몬 베유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어서 이 책부터 펼쳐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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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08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링크하신 세 권의 책을 모두 갖추어두었고, 마지막의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은 9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이고,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를 오늘 읽기를 마쳤습니다. 반가워요, 비연님!

비연 2019-09-08 23:3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이 다음에 읽을 책이랍니다~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는 두께가 얇아서 얼른 읽어보고 싶은.. 아 읽을게 왜이리 많은 걸까요..쩝쩝..

다락방 2019-09-08 23:40   좋아요 1 | URL
ㅋㅋ 두께가 얇아서 저는 가장 먼저 읽었어요 ㅋㅋ

비연 2019-09-08 23: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서니데이 2019-09-12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추석을 맞아 인사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겁고 좋은 명절 보내세요.^^

비연 2019-09-15 20:18   좋아요 1 | URL
앗 서니데이님. 이제야 봤네요 ;;;;
추석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가족들과 함꼐 좋은 시간 되셨기를 바랍니다~
 

 

몸살로 이틀 앓고 나니 조금 나아져서
갑갑한 마음에
근처 카페로 나와 한 잔의 커피와 책을 벗하는,
평온한 일요일 오후.

나- 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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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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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인 힘을 절대적으로 믿지는 않으나 스티븐 킹의 일부 소설들을 읽다보면 너무나 개연성이 뚜렷해서 가끔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곤 한다. 이 책이 그랬고. 무엇보다 홀리가 다시 등장해서 좋았다. 아마도 초자연적인 힘은, 인간의 부정한 욕망과 맞닿아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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