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 사는 게 취미인지 읽는 게 취미인지 헷갈리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서 혼자 다행이다 안심하는 중이다. 아침마다 신간을 보면서 보관리스트에 퐁퐁 던져넣으면서 아 이걸 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다가 서재에 벌써부터 꽉 들어찬 책들을 떠올리며 한숨 푹... 그래, 버리고 사자. 아니 기부학 사자, 아니 팔고 사자. 뭐 어쨌든 빈 칸 생기면 사자. 뭐 이런 결심으로 마무리되는 일상이다. 이사할 때 책을 많이 정리하기도 헀고 본가에도 많이 두고 와서 서재에 있는 책들은 기존보다 60% 정도 밖에 안되는데, 이사오고 이제 일년이 다 되어가다보니 꽈악 들어찼고... 꽂을 데는 당연히 없어서 책장 위에 쌓아두고 있다. 조만간 책정리를 해야겠구나.. 혼자 다시 생각. 요즘 눈에 띄는 책들 정리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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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안 읽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쓸데없는 '이야기'에 시간 뺏기기 싫다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 나부랭이나 읽는다고 비난한다고 해도 할 수 없다. 난 내가 좋아하는 거 읽을 거다. 크크.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책은 작가부터가 특이하다. 70이 다 되어가는 여성 생태학자의 데뷔소설. 홀로 남겨진 어린 소녀의 이야기. 영화로 만들어도 됨직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픽스>는 대만 작가가 쓴 추리소설류이다. B급 소설인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누명'이라는 주제를 얘기하려는 것 같다. 요즘 대만 작가들 책이 자주 나오는 추세이고 대체로 재미도 있어서 관심이 간다.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는... 소년범죄에 대한 이야기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이다. 사실 이 사람의 책을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또 나오면 한번쯤 사서 보게 된다는 함정이 있네. <시핑 뉴스>는 애니 프루의 소설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인 그녀가 이번에는 해피엔딩을 쓰겠다고 해서 쓴 소설인데, 역시나 이야기는 척박한 운명 속에서 스스로를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썼을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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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은유를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글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물론 글쓰는 사람인 건 맞지만, 그 글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울러 세상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아 얘기하는 법을 아는 작가랄까. 이번에 직장에서 목숨을 잃은 현장실습생의 이야기이다.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 제목부터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때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지 그리고 실제로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환경에 처하게 되는 배경은 무엇인지... <경계의 음악>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작품이다. 문화이론가였던 그는 죽는 그날까지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음악 애호가였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들을 좋아해서 이 책도 함께 사서 보관이라도 하고 싶다. (아 읽어야지ㅜ) 한나 아렌트의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일단은 쟁여놓고 보는 책들.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그녀의 책들은, 어디 호젓한 곳에 가서 내리 읽어대었으면 좋겠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승효상의 <묵상>도 읽고 싶은 리스트에 올려본다. 빈자의 건축으로 유명한 그의 이야기들은, 비단 건축에만 그치지 않고 삶을 관통하는 그만의 철학이 느껴져 좋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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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이란 걸 하니, 인테리어나 요리 등에 난데없는 관심이 생기고 있다. 물론 잘하진 못하고 있고 하하. 인테리어라는 게 하려고 들면 돈이 많이 깨진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가성비 높은 인테리어 비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고, 이 책 <라이프 인테리어가 있는 집>은 어쩌면 내게 그런 비밀들을 알려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집에 식물이 없고 그림이 없어서... 채우고 싶은 욕구는 하늘을 찌르는데 말이다. 아울러 독립해서 산 가전제품 중에 오븐이라는 게 있으나 거기서 한 거라고는 고구마 굽기, 만두 굽기 정도? 아무래도 오븐으로 했을 때 제일 좋아보이는 건 빵이라든가 이탈리안 음식이라든가 그런 거라서 요즘 제방에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디 가서 좀 배우며 하고 싶지만, 시간도 에너지도 여의치 않아서 맨날 책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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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지만 여기까지. 직장에서 글 올리려니 눈치 보여서 자꾸 내렸다 올렸다 하기도 힘드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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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19-06-13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르는 책이 많네요. 읽고 싶은 책은 정말 왜 이리 늘어나는 걸까요. ㅎ

비연 2019-06-13 16:20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읽고 싶은 책은 끝도 없어요. 우짜면 좋나 싶어요 ;;;

로제트50 2019-06-13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드워드 사이드 책 장바구니에...
브로크백 마운틴 저자라니 @@
시핑뉴스에 관심이 ~^^;;

비연 2019-06-13 16:52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이 책들 다 보관함에 푱푱... 알라딘을 당분간 끊어볼까요?ㅜㅜㅜ
책 산 지 일주일 된..ㅜㅜ

유부만두 2019-06-13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핑뉴스, 재미있어요!

비연 2019-06-13 17:19   좋아요 0 | URL
으윽.. 이러시면... 내일 살지도 몰라요.. 아니 오늘.. 아니 곧.. ㅜㅜㅜ

유부만두 2019-06-13 18:11   좋아요 1 | URL
영화도 있던데 정말후졌고요, 책은 우리의 소설 나부랭이는 정말 재밌지요!

비연 2019-06-13 18:17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다면 책만 ..^^;;
 

 

날씨가 좋고 하늘이 맑다. 요즘 몸이 계속 안 좋아서 아침 출근길이 늘 괴로왔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상쾌했다. 회사에 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와 자리엔 앉은 후 야금야금 마시며 메일도 체크하고 이것저것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해본다. 좋다. 역시 컨디션이 좋아야 모든 일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 수 없다.

 

*

 

오늘 새벽에 눈이 번쩍 뜨였다. 4시. 괜히 핸펀을 만지작거리며 뉴스를 보니, 이희호 여사가 향년 97세로 돌아가셨다는 속보가 떠 있었다.. 마음 한켠에서 바람이 불었다. 백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안 겪어도 될 수많은 고초를 겪으셨지만 누구보다 많은 일들을 해내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화에 기여하셨고 여성 인권신장에도 기여하셨고... 그 많은 세월 지내시고 노환으로 시편 23편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가족들 가운데 돌아가셨다하니.. 삶의 마무리까지도 깔끔한 모습이셨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렇게 한 세대가 진정 저물고 있다. 근현대사에서 중추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고 있고 이제 남은 사람들이 해야할 일들을 해나가야 할텐데... 남은 자들의 면면이 한심스러울 때가 많아서 凡人인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정치인이라는 생물은, 점점 퇴화하는 존재인 것인지. 하다못해 귀한 말 한마디도 못 날리고 하는 말마다 걸레를 문 것같은 말만 하는데다가 정치는 안하고 맨날 물고 뜯는 일만 하고 있으니... 갑자기 아침의 상쾌한 기분이 무너지려고 한다. 릴랙스... 이희호 여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아마 좋은 곳이 있다면 반드시 그 곳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과.... 등등 다 반갑게 만나서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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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일이 재미없다고 투덜거려서는 안 되겠구나 라는 마음이 불현듯 들었다. 어렵고 힘들게 인생을 지낸 사람들도 꿋꿋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지내셨는데 나는 뭐라고 맨날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가 라는 자괴감이 들어버린 거다. 아마 그래서 오늘 하루는 딴 때보다 조금 더 힘차게 시작할 수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을 타고, 지쳐 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다시 스물스물 마음 속에서 불만의 시커먼 덩어리들이 올라오려고 했지만, 책을 펼치고 마음을 다잡고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가면서 릴랙스... 근데 뜬금없지만, 윌리엄 포크너의 글, 좋다. 꽤 괜챦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고전의 세계에서 한동안 지낼 것 같다.

 

 

출퇴근 길에는 포크너를 읽고 자기 전에는 괴테를 읽는 나. 왠지 뿌듯하지 않은가. 온종일 고전의 향기에 파묻혀 있다보니 사람이 조금 안정되는 느낌이 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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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요즘은 사고도 많고 살인도 많고. 좀 무시무시한 세상에 살고 있다 싶다. 헝가리 유람선은 오늘에야 인양이 될 것 같고.. 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인지라 뉴스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그 와중에 前 남편을 죽여 토막내 버린 사람도 있고 7개월 된 자식을 방치해 죽게 한 부부도 있고... 혼자 사는 여자 집에서 도어를 비틀어 열려는 남자 영상도 떠다니고... 알고 보면 세상은 위험 투성이인데 우리는 참 태연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약간 소름이 돋는 요즘이다.

 

 

*

 

그 와중에 나는 어제 꽃을 주문했고 (하이드님의 수국, 정말 기대된다) 부엌 발매트를 하나 더 주문했다. 여러가지 일들이 곁을 스쳐가도 일상은 유지되는 것이고, 그 일상이 어느 순간 끊어지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거. 요즘 절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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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1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를 쳐다보지 마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이 책만 보고 이제 그만 보겠어 했는데, 조 올로클린의 개인사가 비장하게 끝나서 다음 편도 봐야 하나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아울러 가정 내에서의 아동 학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임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고. 평생 그 상처로 고통받게 된다는 걸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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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무려 7시에 눈이 떠졌다. 휴일이면 10시가 다 되어 허리 아플 때까지 자는 나인데... 아마 원래는 출근하는 날이라는 긴장감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생체시계라는 건가. 흠. 침대에서 쳐다보는 커다란 창으로 초록빛 잎들이 무성한 걸 보면서, 아 일찍 일어나니 좋구나. 일찍 일어났음에도 오늘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라니, 정말 좋구나. 그러고는 벌떡 일어났다.

 

아침 식사라지만, 있는 반찬 다 꺼내고 계란도 하나 굽고 스프도 하나 끓이고, 심지어 새송이 버섯을 참기름에 돌돌 구워서 하얀 쌀밥과 같이 차려서는 먹었더니 속이 따뜻해졌다. 그리고는 커피 한잔 내려서 (이탈리아에서 사온 일리 커피.. 아 향긋) 편안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데... 행복이 막 차오르는 것이다. 막, 막...

 

 

읽은 책은 이거, <데드키, Dead Key)>. 이 행복감에 딱 어울리는 책은 아니지만, 며칠 흥미진진하게 보기는 했다. 은행의 대여금고를 둘러싼 음모와 사람들, 그 사람들간의 얽힌 관계들, 그 속에서 커나가는 사람들. 뭐 그런 얘기. 일종의 스릴러인데, 흥미진진하긴 했으나 워낙 복잡하게 얽혀서 중간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대충 읽어내려간 것 같다. 마지막은 조금 아뜩했고.

 

매번 말하지만, 내가 이런 책을 너무 읽어댄 거다. 왠만해서는 재미가 썩 있지 않다는 건, 정말 불행(!) 이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들고 읽노라면 속에서 벅차오르는 기대감과 행복감이 있었는데.. 그 때의 느낌이 좀 그립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에는, 스릴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미미여사의 <금빛 눈의 고양이>라는 에도 소설이 좋았다. 귀신얘기임에도 왠지 즐거운 책이다. 미미여사가 에도소설을 계속 내길 바라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책장에 쭈욱 꽂힌 그녀의 책들을 보며, 슬쩍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흡족.

 

 

 

 

책을 다시 고르는데, 왜 매번 책을 사면서도 읽으려고 막상 책장을 쳐다보면 골라지질 않는 건지. 출퇴근 시간에 읽기에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좋은 것 같다. 가볍고 책 모양도 작고,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도 괜챦은 고전들이라 출퇴근 시간의 짜증을 많이 가라앉혀 주는 듯 해서 말이다.

 

 

As I lay dying. 포크너의 이 소설을 읽고 싶어서 사둔 지 꽤 되었는데 이제 낙점이다. 포크너의 소설은 뭘 읽었더라. 헉? 읽은 게 없네. 어멋... 이번 소설을 제대로 읽어야겠네 그려. 독립할 때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류는 다 두고 나왔는데 - 엄마가 좋아하셔서 - 이제 하나둘씩 다시 모아볼까 싶다. 요즘 들어 고전에 계속 관심이 가고 있으니 적당한 면도 있고.

 

 

 

 

 

 

 

 

 

 

 

 

집에서 읽는 건 가벼운 걸로 택하자.. 하다가 마이클 로보텀의 <나를 쳐다보지마>를 골랐다. 아 이 시리즈, 사실 읽을 때마다 그다지 좋은 느낌 없었는데, 이상하게 시리즈물이라는 게 읽다보면 계속 읽게 되는 중독성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정말 다음부터 나와도 사지 말아야겠다. 읽을 책도 많은데 아닌 걸 읽는 건 내 눈과 내 시간과 내 감정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테니. 그래도 이왕 집어든 거 재미있었으면 싶은데. 수리수리 마수리, 재밌어라 얍!

 

 

 

 

 

 

 

 

 

 

 

 

좀 이따가 약속이 있어서 씻고 나가야 하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고기를 먹기로 했다. 내 돈으로..ㅎㅎ;;; 나 혼자 여행 여기저기 다니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휴일이나 되어야 부모님 모시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같이 시간을 맞춰보자. 이런 것이다. 이왕 먹기로 한 거 맛나게 마아~니 먹어주리라.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욧. 지금 샐러드를 하나가득 주문했다. 이제 비연은, 아침 저녁으로 샐러드로 때워서... 두달 내에 5키로 이상 빼기로... 결심. 지금 생각없이 너무 먹어댄 나머지, 체중계의 숫자가 하늘로 계속 치솟고 있는 터라, 아.. 싫지만 (싫다 이제) 다욧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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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6-06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7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는데.. ‘이러면 안돼‘하고 또 자서 10시에 일어났어요~ㅋㅋ

비연 2019-06-06 20: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6월이 끝나야 한 해의 반이 가는 건데, 5월이란 달 자체가 행사도 많고 뭐도 많고 해서 워낙 무거운(?) 달이라 끝나는 오늘 쯤 되면 한 해의 절반이 벌써 날아간 느낌이 든다. 이번 5월은 초반 2주까지 이탈리아 여행을 해서인지 더 빨리 지나간 것 같고. 여행.. 해외 여행 참 좋은데 어제 헝가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만 탄 유람선이 추돌하여 가라앉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 한켠에서 뭐가 무너져내리는 듯 했다. 세월호 이후 배가 침몰했다는 얘기만 들으면 더 놀라고 더 가슴아파하는 건 나만의 트라우마는 아니지 않을까. 유람선이 침몰했다고 해서 강에서 가라앉았으니 사람들은 무사하겠지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직 찾지도 못한 상태라 하니... 이게 뭔 일인가 싶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형제끼리 열심히 산 스스로들에게 힐링을 주고자 떠난 여행에서 이런 일을 당했으니 더욱 애통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5월이 무겁게 끝나가고 있다.

 

*

 

 

알요즘 출퇴근 길에 이 책을 읽고 있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소설이다. 16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이라 들고다니기 편할 듯 하여 골랐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이다. 대단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닌데 (영화도 봤으니 말이다) 한마디 한마디 한장면 한장면이 유머러스하고 진실하고... 네루다의 시들과 잘 어우러져 문학적이다. 요즘 부쩍 고전에 관심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민음사의 이 시리즈들이 가볍고 하니 들고 다니며 읽어야겠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또 책을 사고 싶... 휘릭. 

 

책을 읽다보니, 영화도 다시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영화, 엄마랑 같이 극장 가서 봤었는데 말이다. 둘다 감동받아서 나오는 내내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마리오로 나온 배우 마시모 트로이시는 암투병을 하면서 이 영화를 찍었고 영화를 다 찍은 후 얼마 안되어 사망했다고 한다. 네루다 역으로 나온 필립 느와레는 유명한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 역을 맡았던 배우이고 이 영화에서도 너무나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었다. 아. 다시 봐야겠다. 어디 가면 구할 수 있으려나... 순박한 섬청년 마리오가 네루다로 인해 '메타포'라는 말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그만의 언어로 표현하게 되는 과정은, 실로 아름답다.

 

 

*

 

이번에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와 배우 송강호가 인연을 맺은 스토리가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연극배우였던 젊은 날의 송강호를 오디션에 핑계삼아 불러 그의 연기를 보고자 했었던 역시 젊은 조감독 봉준호가, 감독의 선택은 받지 못해 오디션에 탈락한 송강호에게 삐삐음성메세지로 탈락의 소식을 정중하게 전하며 하지만 좋은 연기였다고 말하고 "다음 좋은 기회에 작품으로 만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인삿말을 남긴 것은, 송강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몇 년 후 너무나 유명해진 송강호에게 다가가지 못해 망설이다가 불쑥 시나리오를 보내고 기다리지 못한 채 전화를 건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가 그 몇 년 전의 인상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다가 출연을 바로 결정했다는 스토리는 정말 영화같다. 그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가,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화에 꼽히는 <살인의 추억>이라는 것은 더욱 극적이고.

 

봉준호가 송강호를 만났듯, 송강호가 봉준호를 만났듯, 마리오가 네루다를 만났듯, 혹은 네루다가 마리오를 만났듯..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그 당사자들에게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더 넓은 세상 사람들에게 변화의 여파를 줄 수 있다. 사람 하나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고..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지도 못한 것 같아서...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 송구할 뿐이지만, 언젠간 내가 누군가에게 누가 나에게 그런 인연으로 다가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

 

금요일이고, 5월 마지막날이고... 일은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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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5-31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봉준호와 송강호에게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알아주고 신뢰하는 사이...
멋져요^^
일 포스티노. 저도 감동적으로
봤어요~~

비연 2019-05-31 12:38   좋아요 1 | URL
멋지죠~ 자기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살 맛 나는 세상일 것 같아요.
오늘 집에 가서 <일 포스티노> 구해다가 와인 먹으며 볼까 싶어요. 오홍홍~

희선 2019-06-01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을 만나고 많은 게 바뀌는 일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런 사람 찾아보면 많을 듯합니다 실제로도 있고 소설에는 더 많겠습니다 자신한테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런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요 안타까운 소식은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희선

비연 2019-06-02 08:03   좋아요 1 | URL
그건 참 인생의 행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