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vod/index.nhn?uCategory=kbaseball&category=kbo&id=531775&redirect=true

 

 

동영상이 코드 복사가 안되네.... 흠...

 

아뭏든.

 

어제, 두산과 SK 프로야구 경기가 있었다. 나는 열렬 두산팬. 엔트리부터 살핀다. 흠? 흠? 선발투수에 홍상삼?

 

아 정말. 김태형 감독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 선수는 왜 아직까지 안 내보내고 계속 가지고 있는 건데?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내 주변의 두산팬들도 오늘 또 심판 위로 날아가는 공을 보게 되는 거야 라고 자조했고.

 

사실 홍상삼의 구속은 굉장히 빠르다. 90년생인 홍상삼은 아주 어릴 때부터 두산에서 나왔고 선발로도 나왔다가 구원으로 나왔다가 다방면에서 활용하려고 애쓴 투수이다. 근데 구속만 빠른 거다. 일단 자기 마음대로 공이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멘탈이 나가기 시작한다. 계속 볼만 들어가거나 (연속 포볼 쫘악..) 간혹 심판 머리 위로 날리고 간혹은 포스 앞에서 바운드 볼 날리고 간혹은 타자 몸에 맞는 사구도 던지고. 그러다가 만루홈런도 맞고. 그 잔혹사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도대체 투수가, 멘탈이 그렇게 약해서야 어떻게 공을 던질 수 있겠는가. '홍' 때문에 경기가 엉망이 된 날이면 아주 입에 거품을 몰고 욕을 했었다.

 

한동안 안 나오길래 이제 은퇴라도 했나, 했었는데 갑자기 선발이라니. 그동안 2년 가까이 퓨쳐스리그에서 활동했던 모양인데 성적이 나쁘지 않은데 대개 1~2이닝 정도 소화한 상태라 이 정도로 SK 상대의 선발이 가능하겠는가 의아스러웠다. 그래서 어젠 야구를 보지 않고 약속을 잡았고 집에 가는 길에 야구경기를 틀었다. 흠. 이기고 있네? 큰 점수차로? 홍상삼은 4회에 강판이 되긴 했지만 삼진도 많이 던지고 점수도 많이 안 낸 것 같았다.

 

나중에 이 영상을 보니, 야수들도 사력을 다하는 것 같았다. 홍상삼의 부활을 위해서. 원래 홍상삼이 좀 순진한 면이 있어서 어제 '오늘의 선수' 로 뽑힌 후 인터뷰 하는 걸 보면, 참 아이스럽다 싶을 정도인데, 그게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특히나... 너무 욕을 많이 먹어서 공황장애가 왔었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못 참는 모습을 보면서, 에구, 나도 그 무리 중의 하나였는데 좀 미안하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지금 저 동영상은 40,000번도 넘게 재생이 되고 있고 사람들 모두,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나이가 아주 많지는 않으니 이제라도 컨트롤을 좀 다듬어서 계속 마운드에 서준다면 이용찬이나 장원준이 왔다리갔다리 하는 이 와중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욕하지 말고 좀 지켜봐야겠다 싶었다.

 

살면서, 일이 참 내 맘처럼 안 풀리고 내 실력만큼 대접도 못 받는 때가 있다. 그게 짧으면 좋은데 길면 정말 못 견딜 일이기도 하고. 일종의 슬럼프일 수도 있고... 실력이 아직 다 무르익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그럴 때 의지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버텨낼 수 있는 거다. 어제 경기내용으로 봤을 때 홍상삼은 동료들이 전심전력으로 도와주는 것이 느껴졌고 그래서 재기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이다. 그저께 4월 16일에는 하도 이상한 (아니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슴 속에서 분노가 넘실거렸었는데... 언급도 하기 싫은 인간들이고 그냥 퇴출시켰으면 좋겠다. 독재에 항거한 사람이었다는데 그렇게 늙을까봐 걱정된다는. 어쨌든, 두산도 이겼고 손흥민도 두 골이나 넣어 팀의 승리에 절대적 기여를 했고... 그저 스포츠만이 내게 기쁨을 안겨주는 세월이다. 아. 물론 기본적으로는 책... 어제 <퍼스트 러브>를 다 읽었다. 그 내용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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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책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내가 제일 곤혹스러운 일 중의 하나다. 책이라는 게 취향도 다르고 얻고자 하는 것도 다르고 등등등.. 소개해주었을 때 그다지 좋은 소리를 못 들었어서.. 아 어쩌지. 하고 있었다. 요청사항은 이럤다.

 

....

 

예를 들면 눈먼자들의 도시 처럼

잡으면 못놓는 못된 소설같은거 좋습니다

시간을 씹어먹을 정도로 흡입력 있는 서적 하나 추천 주시면 감사하게 읽어 볼게요!

 

....

 

 

그래서 내가 금새 추천해준 건 아래와 같았다.

 

....

 


나폴리 4부작 (나의눈부신친구/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떠나간 자와 머무른자/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동급생 - 프레드 울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고독한 늑대의 피 - 유즈키 유코
외딴집 - 미야베 미유키

13.67 - 찬호께이
스토너 - 존 윌리암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존 르 카레
스노우맨 - 요 네스뵈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에드용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목로주점/제르미날 - 에밀졸라

 

 

 

 

 

 

 

  

 

 

 

 

 

 

 

 

 

 

 

 

 

 

 

 

 

 

 

 

 

....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여러분들이라면 뭘 추천해주실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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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17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이요. [봄에 나는 없었다] 그 시리즈. 그리고 잭 리처 시리즈요. 둘 모두 한 번 손에 잡으면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와 김진영의 [마당이 있는 집] 도 후루룩 읽혀요. 그리고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도...... =3=3=3=3=3=3=3=3=3=3=3=3

비연 2019-04-17 23:19   좋아요 0 | URL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도 포함시킬 걸.. 무엇보다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제가 빼먹다닛!
 

 

5년 전 4월 16일을 다시금 떠올리는 날이 왔다. 아마 날이라기보다는 4월 한달이 몽땅 그렇다. 시작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세월호에 대한 생각은 떠나질 않는다. 내일이 되면 많은 분들이 글을 올릴테지. 그날의 아픈 기억들, 여전히 가지고 있는 상흔들,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점들.. 하지만 이제 소리내어 말은 하지 않아도 영화로는 말을 할 수 있을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5년.

 

올해는, 세월호는 5년이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는 10주기이며, 노회찬 의원 돌아가신 날로부터는 1주기가 되는 해이고... 그러고보니 매년 참 기억해야 할 날들이 많구나 싶다. 무엇보다 세월호에 대해서는. 아 뭐라 말을 하겠는가. 그날, 배가 침몰되었다는 속보, 다 구출되었다는 거짓 뉴스, 진도 팽목항에 삼삼오오 모이던 어머니들 아버지들... 그리고 뻔히 쳐다보면서도 구하지 않았던 그 아이들. 건져진 시신은 너무 깨끗하다 했고 그들의 스마트폰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쳐다보면서도 못 구해낸 수 시간동안의 총체적이면서 절대적인 무능함은, 결국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 가.

 

 

읽을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어느 어머니가 딸에게 썼다는 글이다. 엄마는 이미 지옥 속에 놓였을텐데...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그 애닳음과 가슴저밈이 여과없이 그대로 전해진다. 지금도 회사에서 이거 쓰면서 눈물나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두고두고 우리 역사에서 아픔으로 남을 사건. 아, 사건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슴아픈 일. 그 일이 있었던 때에 이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끝끝내 이 아픔과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부르는 것 같아 먼저 간다는 김관홍 잠수사도 기억난다. 그 배에서 둥둥 떠다니는 아이들을 건져올렸을 그 분의 심정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김 잠수사의 아내 분이 한다는 꽃집에서 봄날의 꽃을 구입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 되면 이런 글 쓰기도 힘들 정도로 마음이 무거울 것 같아 미리 쓴다. 한 사람이라도 기억하고 있다고 알려야 하겠기에, 지나치지 않기 위해, 그래서 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하는 법...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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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4-15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벌써 세월호사고 난지 5년이 흘렀네요.아마 부모님들 아픈 맘은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거에요.근데 지금도 의문이 남는것은 세월호 선체 주변에 경찰과 해군등이 있었는데 왜 선체를 일부 폭파하고 학생들을 구출하지 못헀을까하는 점이죠.

비연 2019-04-15 15:00   좋아요 0 | URL
의문점은 너무너무 많지만...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그냥 아이들만 가엾은...ㅜㅜㅜㅜㅜ

카스피 2019-04-16 08:02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TV를 보니 아들의 시체를 찾기위해 5년째 팽목항에 계신 아버님에 대한 뉴스가 나와서 넘 가슴이 아프더군요ㅜ.ㅜ

비연 2019-04-16 10:41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
 

 

 

 

 

 

 

 

 

 

 

 

 

 

 

 

엄청나게 극찬을 받은 거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고 어제 다 읽어 버렸다. 이거 읽는다고 새벽까지 있었더니 지금 눈도 몸도 천근만근.  역시나 월요일 전날엔 자뒀어야 하는 건데 하고 속으로 후회중이다.

 

이 책이 그리 재밌느냐. 아 난 잘 모르겠다. 요즘은 판단이 잘 안되는데 내가 이런 류의 책을 넘 읽어대다보니 이젠 역치가 넘 높아져서 왠만한 스토리가 아니면 감명을 못 받는 것인지, 나오는 책들이 좀 천편일률적인 것인지. 이 내용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플롯을 가졌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슬프다고나 할까. 뭔가 임팩트 있는 책을 원했는데 말이다.

 

배심원 제도는 우리나라도 들어와있지만, 미국의 사법체계 만큼 배심원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할 수 있을까 싶다. 그 폐해도 많고 말이다. 내용의 대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마 문제가 있다면 주인공 변호사의 캐릭터인 것 같다. 사기꾼 출신의 변호사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윤리의식을 갖춘 변호사의 모습인지라, 그 이전에 사기꾼을 했다는 게 크게 안 다가온다. 이 정도의 속임수는 변호사라면 누구나 하는 게 아닌가. 변호사도 약간 사기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전직이 사기꾼인 게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거지. 그리고 정말 현실은 그렇겠지만 위험한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의 가족들 반응이나 그 처지도 너무 비슷비슷하여 진부하다는 느낌도 든다. 자식은 항상 딸이고, 부인은 사랑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물론 이 책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만하면 재미있고 구성도 좋고 인기가 있을 만 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를 충족시키기는 좀 미흡했다.. 라고 생각한다...

 

(뱀꼬리) 성질머리가 나빠지면 소리에 민감해진다고 하더니. 지금 여성 동료가 계속 내 앞을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구두 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원래 안 그럤던 것 같은데 구두를 바꿨나.. 뒤에서는 은퇴를 앞둔 아저씨 동료가 연신 해바라기씨를 오드득 오드득 먹는 소리가 난다. 저 소리가 얼마나 거슬리는 지 본인은 알까. 너무 선배라 얘기하기도 그렇고. 저 해바라기씨를 내가 몰래 다 버리고 싶다 라는 충동을 일으키는..... 그러나 이 모든 환란 속에서 말은 못하고 그냥 이어폰을 장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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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4-15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심원제도는 특히 미국에서 발달해서인지 범정추리소설이 상당히 발전했지요.특히 검사와 변호사간의 피고인을 둘러싼 유무죄의 다툼이 배심원에게 어떻게 각인되는야에 따라 형량이 좌우되기에 범정안에서 공방이 특별한 재미를 유발하는것 같습니다.혹 열세번째 배심원이 2% 부족하셨다면 법정 추리소설의 지존이라고 할수 있는 페리메이슨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추천해 드립니다^^

비연 2019-04-15 15:01   좋아요 0 | URL
앗, 페리 메이슨이 나오는 소설이 어떤 건가요?

비연 2019-04-15 15:04   좋아요 1 | URL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25249
작가가 얼 스탠리 가드너인? 이 책이랑 몇 권 봤는데... 페리 메이슨이라는 변호사 이름은 왜 기억이 안 나는 걸까요... 흑흑...

카스피 2019-04-16 07:58   좋아요 1 | URL
비연님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변호사가 나오는 법정 추리물은 아마도 이 분야에는 최소 80년대이전까지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보심을 될것 같습니다.다만 배심원앞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죄를 논하는 법정추리물은 우리에게 생소해서인지 탐정이나 경찰들이 나오는 다른 추리물에 비해서 국내에선 그닥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어서 페리 메이슨이 나오는 법정 추리물이 100권이상 간행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내에서 아쉽게도 그닥 많이 번역되지 않았어요^^

비연 2019-04-16 10:42   좋아요 0 | URL
영어로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TV 시리즈로도 인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추천 감사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9-04-16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배송받아놓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소개를 들으니 할러 시리즈가 생각나네요.

저는 제발 손톱좀 안깍았으면 좋겠어요 딱딱딱딱

비연 2019-04-16 14:53   좋아요 0 | URL
아 할러 시리즈...
회사에서 손톱 깎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안됨...
집에서는 뭐하고 회사에서 그것도 자기 자리에서..
전 발톱 깎는 사람도 봤어요 ㅜㅜ 정말.... 소리도 싫고 보기도 지저분하고...

패스파인더 2019-04-2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도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왤케 가독성이 떨어지는지... ---ㅜ 그리고 저역시 스릴러 물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조금 실망했습니다. 마이클 코넬리가 프로라면, 이 작가는 아직 프로가 되기전 세미 프로 느낌... 시간이 지나면 역량이 늘지

않을까.. 아직 신인이라고 하던데요.

비연 2019-04-25 17:17   좋아요 0 | URL
저랑 비슷한! 요즘 왠만해선 스릴러물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건 생각보다 훨씬 못해서 실망이었죠ㅜㅜ 법정스릴러 아무나 쓰는 게 아닌데 말이죠 ㅜㅜ
 

 

예전에 '오양 비디오'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지금처럼 보급이 되지 않았던 터라 남자들은 그걸 CD로 구워와서 서로 돌려보기 바빴고, 제대로 보기 위해서 컴퓨터 사용법을 여기저기 물어서 습득하느라 애썼었다. 난 사실 그런 비디오 (그 이후에도 여러 다른 비디오들이 나왔었다. 물론 다 여성 대상이었다) 를 본 적이 없다. 구해서 보려면 볼 수 있었을 거다. 주변에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훨씬 많은 환경이었고, 그래서 요청하면 키득거리면서 보라고 던져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난 그게 싫었다.

 

도대체, 그런 개인적인 영역의 영상물을 전 국민이 돌려보면서 품평회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특히나 '오양 비디오'는 여자가 모르게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녹화했다가 자기가 여건이 안 좋아지니 슬쩍 흘린 거였고 그런 질나쁜 놀음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관음증도 아니고, 남의 성생활을 보면서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테크닉이 어떻다느니, 어린 여자애가 능숙하다느니 이런 말을 들으면 도대체 그게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더랬다. 그건 명백히 인권침해였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몰랐던 것 같다. IMF 직후였던가 그 즈음이었던가.. 여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그렇게 표출하는 거라느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으니. 참 할 짓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나 보다 했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김학의 별장접대 동영상을 YTN에서 내보냈다는 기사가 떴다. 그걸 보면서, 물론, 그 사람이 했다고 추정되는 행위가 범죄행위이긴 하지만 아직 죄를 선고받은 것도 아닌 사람에 대한 동영상을 그렇게 방송으로 내보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던데 난 그렇게 그런 내용 알고 싶지 않고 더더군다나 동영상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을텐데 그런 영상을 내보내서 그 사람이 거기 있었던 게 맞아 라고 전 국민 대상으로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여론 재판도 아니고. 어차피 확실해지면 그만한 죄값을 받을 것인데 말이다. 경찰도 봤을 거고 검찰도 봤을 거고 관련자들 다 봤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을 내보내는 건, 인권침해가 아닌가 싶다.

 

역시 난 그 영상을 보지는 않을 거다. 그 동영상이 그 별장에서 찍은 게 맞고 감식결과 김학의가 맞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하길 바란다. 그런 영상을 보면서, 그런 짓도 했대, 라는 류의 선정적인 대응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김학의라는 사람. 평생 떠받쳐만 살다가 이런 굴욕들을 당하니, 죽고 싶겠다 라는 생각이 드니 겁도 난다. 요즘 하도 나쁜 일들이 많아서인지... 이 사건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이 사람 이름이 적어도 몇 백년은 역사에 회자될 느낌이고. 심지어 영상까지. 아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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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12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털 사이트 실검 1위로 ‘김학의 동영상‘이 올라간 걸 보고 참...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답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정준영이 아니고 뭐란 말인지. 에휴...

비연 2019-04-12 16:26   좋아요 0 | URL
정말... 실망이에요. 언론도 그렇고 그거 보고 좋아라고 떠드는 사람들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