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교수가 좋아라 해서 그냥 샀던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

 

 

 

 

 

 

 

 

 

 

 

 

 

 

 

 

아 좋다. 참 좋다. 그냥 별 얘기 없는데 좋다. 번역도 깔끔하고 그냥 스산하다. 잔잔하다. 애잔하다. 뭐 그런 느낌이 물씬 물씬 드는 에세이이다.  지금 회사라 좋았던 글귀들을 옮길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인데... 어떤 글귀가 좋았다고 명언처럼 밑줄 쫘악 하기보다는 그냥 찬찬히 읽어내려가며 곱씹는 맛이 있는 에세이이다. 코르시아 서점으로 모인 스가 아쓰코와 친구들. 계속 머물렀던 사람들. 그저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 머물다 떠나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사람 사는 모양새가 참 고독한 모양새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한다.

 

스가 아쓰코의 번역된 책은 이걸 포함해서 세 권이다.

 

 

 

 

 

 

 

 

 

 

 

 

 

 

 

 

 

퐁당퐁당 보관함에 넣었고 며칠 내로 구매... 아 다 읽은 책들 정리해서 중고로 팔겠다는 설연휴 전의 내 계획은 어디로 갔는가.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걷어내고 거기에 새책을 채우..리라.

 

근데 뒤져보니 2000년에 스가 아쓰코의 전집이 일본에서 엮어져 나왔다는데,, 8권.

 

 

 

 

 

 

 

 

 

8권 전부 번역되어 나오길 바라는 마음 게이지가 마구 높아지는, 밥먹고 난 후 졸리는 1시 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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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2-12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사야할 책은 폰 메모앱에
그때그때 기록해요~
좀 지난 코너에
‘ 스가 아쓰코 에세이‘
이렇게 메모했네요, 에세이는
모두 구입하라는 뜻이겠죠?^^

비연 2019-02-12 16:32   좋아요 1 | URL
앗 벌써! 역시~^^ 에세이 전부 봐도 괜챦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9-02-12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궁금하네요.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비연 2019-02-12 16:32   좋아요 0 | URL
한번 꼭 읽어보세요~ 날이 스산해서인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stella.K 2019-02-12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좋다면서요?
사 봐야할 텐데 어느 세월에 사 볼지 모르겠습니다.
에세이가 좋아지면 나이든 거라던데
우리가 또 그런 걸 따질 나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러면 진짜 나이든 거 맞나요?ㅋㅋㅋ

비연 2019-02-12 16:33   좋아요 2 | URL
앗. 그런건가요? 에세이 좋아하면 나이든.. ㅠ 안 좋아해야겠어요 ㅜㅜㅜ 근데 이건 좋던데 어쩌나 흑흑

북깨비 2022-02-09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금 다른 책 읽고 꽂혀서 스가 아쓰코 에세이 싸그리 몽땅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저도 집에 있는 책부터 빨리 읽고 정리해서 중고로 팔겠다는 계획 온데간데없고 오늘 중으로 이 책들 결제할 것 같습니다. ㅠㅠ
 

 

집에 있기 답답하여 집앞 카페로 나왔다. 노트북을 챙기고 책을 챙기고... 날이 많이 안 추워서 걸어오기도 좋았다. 이 카페는 거의 독서실로 쓰라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노트북에 전원을 연결하고 앉아 일하기 딱 좋다. 사람이 좀 많다는 게 흠인데, 아주 시끄럽지는 않다는 게 또 장점이긴 하다.

 

내 앞에 엄마와 딸이 앉아 있다. 딸은... 많아 봐야 초등학교 1학년 정도. 엄마를 닮았다.. 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와서 인사할 때 보니 아빠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앉아 아이에게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산수책을 펼치고 넌 오늘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해야 해,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또 뭐가 있냐 하면.. 하면서 보여주는데 슬쩍 보니 하나 가득이다. 아이의 질린 듯한 작은 고함.. 이 스쳐 지나가고 엄마는 아이에게 산수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세 자리수 이상의 연산과 반올림이 나오는 걸 보니 학원에서 선행을 하는 모양이다. 흠. 아이는 엎어졌다가 누웠다가 아크로바틱을 하듯이 몸부림을 치면서 문제를 푼다. 문제를 풀다가 수시로 엄마에게 질문을 하고 수시로 핸펀을 확인한다. 흠. 하기 싫은 게구나. 엄마는 이어폰을 꽂고 아랑곳없이 "어서 해" 라는 말만 반복하며 영어책을 보고 있다. 다시 슬쩍 보니, 아이가 배우는 영어책인 듯. 엄마가 예습을 하는가. 엄마가 대학에 다시 갈 기세로 열심히 몰두하고 아이는 헤드뱅잉.... 엄마는 초시계를 맞추고 이 시간 안에 다 풀어야 한다고 한다. 아이가 다 풀었다고 내밀고는 과자 사겠다고 일어나니 엄마는 채점 시작.

 

뭔가 그어지는 소리. 엄마 표정 심각. 아이가 돌아왔다. "엄마, 발렌타인 데이가 언제야?" 엄마.. 돌아보지도 않고 "시끄러. 너 다 틀렸어." ... 아이 잠잠. 그리고 왜 틀렸는가에 대한 설교 시작. 다시 풀어. 너 이거 다 해야 하는데 같은 문제 두번 풀면 시간만 갈 뿐이야... 그리고는 아이 이름을 부른다. "예서야."

 

헉. 스카이캐슬을 보신 분들은 이 부분에서 허걱 할 거다. '예서'구나. 가엾은 예서는 다시 헤드뱅잉을 하면서 문제를 푸는둥 마는둥. 지금 머리를 쳐박고 한 문제 두 문제... 거의 진도가 안 빠지고 있다. 엄마는 역시 옆에서 너무나 열심히 공부중. 이 땅의 예서와 엄마의 모습. 전형적이다. 그냥 놀려라. 저렇게 하기 싫어하는데.. 그런 생각이 솟구치지만, 아이가 학원을 다니면 엄마도 어쩔 수 없겠지. 돈내는 학원에서 숙제를 내주면 다 풀어야 하는 것이지. 저 정도 나이 애한테 두 시간 이상 앉아서 공부하라고 하는 건 거의 고문이다. 나는 어땠지. 물론 나랑은 세대가 너무 다르니까 이런거 비교하면 꼰대겠지만... 역시 난 저 때 놀았다. 학교 숙제만 하고. 그리고 지금 기억나는 건, 그 때 놀 때의 기분좋았고 신나는 기분이다.

 

앞에 앉은 엄마는, 딸을 어찌나 사랑하는 지 먹이고 얘기해주고... 그래. 이 땅의 엄마들이 다 자식을 위해서 저러는 것이지. 사랑의 깊이가 다르겠는가. 싶다가도 저리 헤드뱅잉하면서 온 몸을 비틀면서 공부하는 건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는 지 매우 궁금해진다. 애는 계속 놀 생각밖에 안 하는데. 발렌타인 데이가 궁금하고, 집에 가면 있는 게임기가 궁금하고...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은가 에 대한, HOW-TO에 대한 답은 없다. 다만 아이가 원하는 대로만 해줘도 안되겠으나 원하지 않는 걸 억지로 시키는 건 더 안된다 라는 것이고. 지금 내 앞의 '예서'는 지루한 나머지 입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노래도 불렀다가 이상한 흥얼거림도 했다가... 2시간 넘었으니 타임아웃. 나가 놀 때다. 저게 머리에 들어오겠는가...

 

그냥 그렇다는 거다. 이건, 잘한다 잘못한다의 가치가 투영되기 힘든 부분이다. 이 땅에서 아이를 교육 시키고 키운다는 것에서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올바른가는 없는 것이지. 참, 사는 게 팍팍하다. 어른이나 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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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골골거리기는 해도, 감기몸살은 일년에 한번 정도 앓을까 말까인데, 연휴 끝자락에 덜컥 아파버렸다. 어제 하루종일 그 황금같은 휴일에 온종일 드러누워 끙끙. 그래도 안 나아서 오늘은 급기야 병원에 다녀왔고 약도 타 왔다. 약 먹으니 괜히 졸리다고 느끼는 건... 졸리다. 하긴 약을 안 먹어도 계속 졸렸다. 며칠 전부터 계속 졸려서 이상하다 하면서도 쏘다녔는데 그게 몸에서 보내는 이상신호였던 것 같다. 쉬어라 쉬어라. 근데 난 놀아라 놀아라 했으니. 연휴 마지막날 장렬히 전사.

 

누워 있자니 심심하고 TV는 여전히 재미가 없고 해서 든 책은 이것.

 

 

 

 

 

 

 

 

 

 

 

 

 

 

 

 

이걸 봤던가 안 봤던가 할 정도로 이 아저씨 책은 제목도 비슷한 것 같고 내용도 비슷한 것 같고. 그래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에라 보고 읽은 거면 다시 팔지 하고 샀던 책인데.. 읽다보니 안 본 것 .... 같다. 아 몰라. 내 기억력. 

 

파킨슨병을 앓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좀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 파킨슨병이라 손을 좀 떨어요 외에는 다른 쟝르소설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주로 여자애들 납치되고 죽이는 내용이 많아서 읽을 때마다 다음엔 보지 말아야지 하는데 또 사게 되는 건 뭔지. 암튼 이번에도 그렇다. 3년 전에 두 여자아이가 실종? 가출? 되어 사라졌는데 이제 그 중 한 명이 죽어서 나타난 거지. 그러니까 그동안 어딘가에 살아 있었다는 건데 못 찾고 있었네? 경찰들 경계경보. 우리 책임이 되게 생겼어. 누구든 협조를 받아. 뭐 그렇게 해서 우리의 조 아저씨와 그 친구 은퇴 경관 루이츠 아저씨가 등장하게 된다 이런 스토리.

 

누워 있는데 가만 있긴 싫고 그런 상태에서 읽기에는 술술 넘어가서 좋긴 하나 사실 내용은 역겹고. 도대체 소아성애자도 많고 여자애들만 보면 침 질질 흘려대는 아저씨들도 많고... 이 세상이 내가 사는 세상일진대, 역겹지 않을 수가 없다. 아까 점심 먹으면서 조재범 얘기 나오니까 거기 앉아 있던 아저씨들 전부 광분하면서 저런 건 때려 죽여야 한다... 난리. 알고보니 다 딸만 있는 분들. 감정이입되어 정말 흥분하더라는. 우리나라는 이런 류의 사건에 매우 관대하시니 말이다. 책이나 현실이나 정말이지 뭔가 크게 경고를 날려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은데. 넘 관대해 넘 관대해...

 

암튼, 이 술술 넘어가는 책도 졸리고 피곤하고 쑤시고 아프고 해서 다 못 읽고 내팽개쳐둔 채 출근이란 걸 했다. 오늘은 한 절반은 쉬는 듯. 나는 할 일이 있는데 하기는 싫고 약기운인지 몸살기운인지 계속 졸리기만 하다. 오늘 다 하고 가야할텐데.. 흠냐. 이 책은 너무 무거워서 무작정 들고 나온 책은 이거다.

 

 

 

 

 

 

 

 

 

 

 

 

 

 

 

 

김영민 교수가 스가 아쓰코의 책들을 칭찬하는 바람에 우선 이 책부터 샀는데 얇으나 하드커버다. 그냥 소프트커버로 해주면 좀 좋을까. 무겁기만 하지. 그나마 얇아서 일단 챙겨 나왔다. 이때 전철 타서 읽으리라... 연휴에 책만 읽겠다고 했건만, 그닥 소득이 없어서 실망이다. <킹덤> 정주행은 끝났고. 아 이 얘긴 다음에 꼭 해야지. 좀비물의 신세계다. 한국형 좀비. 김은희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싶고. 시즌2에서 시즌1에 뿌려두었던 떡밥들 다 거둔다고 하니 얼렁 나와주세요 빌고 있을 뿐이다. 영화도 세 편 봤네. <가버나움>, <그린북>, <극한직업>. 다 이해되는데 <극한직업>이 천만이 넘었다는 아침 기사에 넘어갈 뻔. 시기를 잘 타서 경쟁작이 없기 때문인지 연휴 때라 사람들이 골치아픈 걸 안 보려고 해서인지 암튼 이 정도의 코미디가 천만이라니, 운도 좋다 싶다. 제일 권하는 건 <가버나움>. 이 영화는 꼭 봐주세요... 권장한다.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이건 실제는 아니야 라고 비평해도 그나마 실제와 가까우니까. 외면하지 말아야 할 진실이기도 하고.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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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2-07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비슷하게 보냈네요^^*
저도 킹덤 봤어요, 공들여 만든
표가 나더구먼요~ 영화는 시드니홀의 실종, 쿠르스크.
책은 여자에게 어울리지않는 직업.
몸살에는 꿀 탄 뜨거운 생강차
권해드립니다. 작년 가을에 아침 저녁으로 며칠 마시면서 일 했지요,
물론 약도 먹었지만 몸이 가뿐하고
좋았어요~^^

비연 2019-02-07 14:15   좋아요 1 | URL
앗. 킹덤! ㅎㅎㅎㅎ
집에 꿀도 없고 생강차도 없고...ㅜㅜ
가다가 사가야 하나 싶네요.. 슬픔...
책과 영화와 드라마의 연휴. 참 좋았는데 말이죠~

syo 2019-02-07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급하신 책들, 영화들, 전 하나도 본 게 없네요!!
<전락> 읽으신 비연님의 승입니다.....ㅎㅎㅎ

비연 2019-02-07 14:2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런!

jeje 2019-02-07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명절연휴때는 영화가 참 많이 개봉했던거 같은데. 정말 이번에는 극한직업 외에는 다른영화의 상영관이 많이 없는거 같더라구요. 가버나움은 계속 시간이 안맞아 못봤는데. 이번주엔 꼭 보는게 목표입니다ㅎㅎ

비연 2019-02-07 15:10   좋아요 0 | URL
가버나움. 추천에요~! 극장 상영 내리기 전에 꼭 가서 보실 것을 권장드려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반 읽을 때는 엄마 나이만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대학생의 첫사랑 이야기와 그에 따른 좌절 뭐 그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역시 줄리언 반스는 그렇게 녹록한 작가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 책의 한국말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어 원제인 "The Only Story"가 더 적당하다. "하나뿐인 이야기?" 뭐 이렇게 제목을 걸면 밋밋해서였는 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원제가 이 책의 내용을 훨씬 잘 반영한다. 사랑으로 시작한 이야기였지만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고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과 본성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리고 기억의 이야기였고 그러면서도 사랑 이야기이기도 한 소설. 줄리언 반스 굿입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떄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 수전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게 아니다. 인생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거다. (p75-76)

 

 

이 대화가, 이 이야기가 아마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읽으면서 생각했었다. 마음에 왠지 많이 남겨지는 말이다. 한때, 라는 단어.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며 동영상이 아니라 사진처럼 장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그 단어. 한때 있었던 거다.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든. 사랑 이야기가.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가.

 

둘의 사랑은 도주로 이어지고, 그렇게 둘이 십수 년을 살게 된다. 어찌 보면 참 천편일률적이며 진부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일 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나라 드라마같으면 이러다가 젊은 여자가 나타나고 그래서 남자는 한눈을 팔고 그래서 엄마 나이의 여자는 분노를 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뭐 그렇게 이어질 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게 정말 진부한 스토리겠구나. 여긴 그런 건 없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에게서 영감을 얻고 그렇게 잘 살아갈 수 있었는데, 여자에게 문제가 생긴다. 복잡한 내면 속에서 견디다 못해 그렇게도 경멸하던 알콜에 탐닉하게 된 것.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조금씩 스러져 간다.

 

 

물론, 그의 공책에는 이런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그것은 그렇게 그 자리에 몇 년을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줄을 그어 지워버렸다. 그랬다가 다시 적어 넣었다. 그 뒤에 다시 줄을 긋고 지웠다. 이제 그에게는 두 항목이 나란히 있다. 하나는 깨끗하게 진실로, 다른 하나는 줄이 그어진 거짓으로. (p297)

 

 

잘 모르겠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내가 생각할 때, 사랑은 기억이고 그러니 그 기억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까. 글쎄. 없다고 뭐가 달라질까. 나빠질까. 있다고 뭐가 나아질까. 아니, 인생이라는 자체가 꼭 나아져야 하는 걸까. 나빠지면 안되는 걸까. 사랑을 이야기하면 마음이 혼돈스러워진다. 옳다 그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내 마음에 혼란부터 일어난다.

 

주인공 폴은, 수전을 포기하고 딸들에게 '되돌려준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나름대로 지낸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았고 어느 여자에게도 안착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수전에 대한 기억을 나름 정리하는 지금까지. 칠십대가 될 때까지. 수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병원으로 찾아간 그는... 어쩌면 영화의 한순간같은 장면을 상상한다.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리며 사랑과 안녕을 고하고 일어나면 그녀는 없는 의식 속에서 아는 듯 모르는 듯 약간의 반응을 보이고...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만큼 인상깊은 장면이 있을까 싶다. 뭔가 속에서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

 

줄리언 반스는 감정의 섬세한 결을 참 기가 막히게 그려내는 작가이다. 숨기고 싶은 내 폐부의 이야기들. 상황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묘사. 욕과 농을 섞어 드러내는 진실들. 사람의 민낯을 꾸미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읽으면서 왠지 이게 내 얘기인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것은, 다 이런 자질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책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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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1일. 1월의 마지막날이다. 정신 차려보니 한달이 훌쩍 가 있다. 요즘은 스트레스로 매일 혼술이고, 덕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좀 몽롱하달까 아주 깨끗한 느낌은 아니랄까 그렇다. 혼자 있으니 술이 가능하고 그러니 생각나면 어느새 먹고 있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겠다 싶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 역시 줄리언 반스는 (개인차는 있겠지만)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지금 중반 정도 접어들었는데 19살 대학생 남자와 48살 남편과 딸 둘이 있는 유부녀와의 첫사랑 같은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지저분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묘사할 줄 아는 건, 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매우 부러운 장점이다.

 

 

 

 

 

 

 

 

 

 

 

 

 

 

 

 

 

좋은 문구들도 많아서 다음에 리뷰로 쓰고 싶기는 하다. 이번 연휴에는 책만 읽기로 했다. 아. 하나 더. 넷플릭스의 <킹덤> 정주행은 해야겠다. (망;;;) 보고 싶은데 지금 보면 생활이 다 망가질 지도 몰라서 연휴에 보기로 결심. 6부작이니 6시간 투자해서 주르륵 봐야겠다. 그거 외엔 책만. only books.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 있는데 계속 못 읽고 있어 짜증까지 나는 판이다.

 

 

 

 

 

 

 

 

 

 

 

 

 

 

 

 

 

 

특히 이 책은 꼭 볼 거다. <페미사이드>도 완료할 건데 (지금 1/3 정도 읽었다. 길다. 하지만 재미있으면서 참담하다) 이 책도 같이 볼 생각이다. 이런 분야에 대해서 일단 시간 간격을 두지 않고 쭈욱 읽어나가볼 생각이다. 그래서 책을 '모으고' 있다. 꼭 다 읽어야지 이런 '결심'을 하는 건 아니고 찬찬히 계속 끊이지 않고 읽어보려고 한다.

 

아. 연휴가 그리워진다. 설마 이 때 회사 나올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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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1-3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연휴에 킹덤 볼 예정이랍니다. 하루 영화 두 세편
보고 옷장정리하며...집귀신 되려구요.

비연 2019-01-31 16:01   좋아요 1 | URL
집귀신 좋아요 좋아요~^^

카알벨루치 2019-01-31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홧팅요!!!

비연 2019-01-31 20:23   좋아요 1 | URL
감사요~

카알벨루치 2019-02-0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명절연휴 복되고 건강한 시간 보내십시오 🙏

비연 2019-02-01 22:47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희선 2019-02-02 0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쉴 때 일하러 가야 한다면 정말 안 좋겠습니다 그런 일 없기를 바라고 읽고 싶으신 책 다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연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명절 편안하게 보내세요 아주 길지 않다 해도 하고 싶은 거 하시면 좋겠습니다


희선

비연 2019-02-02 05:35   좋아요 1 | URL
연휴에는 절대 안가가로... 했는데 하루이틀 가야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