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 1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시간만 낭비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주인공인지 뭔지 벡스트룀 경감의 끊임없는 여성비하, 인종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욕설 등이 계속되어 상당히 불쾌했고 범인을 찾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그의 행각은 이해가 불가했다. 중간중간 뜬금없는 레빈 경감의 회상신은 또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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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학교 과 교우회에서 송년회 및 총회를 한다고 해서 갔다. 이런 모임은 사실, 연세 많으신 분들이 흔히 참석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망설이긴 했는데, 교수님들이 나오신다고 해서... 문득 그리운 마음에 가보았다.

 

대학교 때 교수님들. 내가 가르침을 받았던 과의 교수님들이 몇 분이더라. 나는 대학교 때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지만, 교수님들 수업도 상당히 재미가 없었다. (쩝) 그 당시 가장 연세가 많으셨던 분은 대머리에 매우 지루하게 생긴 분이셨는데, 들어오시면 항상 교과서를 내리 읽으셨다. 전공 필수였고 알고보면 재미있는 내용이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ㅜ) 책을 그냥 읽으니 아 정말 세 시간이 지옥같았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밑줄 쫘악... 을 하면서 세 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그래서 난 늘 잤다. 원래 잠이 많기도 해서 수업시간에 잠을 많이 자기로 유명했지만, 그 시간은 거의 깨있었던 기억이 없다. 어느 날, 그 날도 아예 책상에 엎드려서 푸욱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교수님이 한 말씀 하시는 게 들렸다. 자더라도 조용해지면 감각이 살아나는 법. "자네, 어디 아프나?" ... 그 '자네'가 나였다. 켁. 나는 스윽 일어나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아니요... 하고는 목을 겨우 가누며 책을 보다가.. 다시 자고. 그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 생각해보면 그 분 연세가 지금 나보다 몇 살 더 많으셨을라나 계산해보니, 학부생들 데리고 수업하는 게 스스로도 참 재미없었겠다 라는 이해도 된다. 또 한 분이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분은 좀 유쾌한 분이셨다. 가르치는 건 뭐 그닥 그랬지만 (과목 자체가 전.혀. 흥미가 없는 과목이었다) 항상 긍정적인 말투로 잘 웃는 분이셔서 좋았다. 아드님도 같은 전공으로 교수를 한다고 들었는데... 건강히 잘 지내시다가 갑자기 폐암을 진단받고 다 퍼진 상태라는 얘기에 연명치료는 하지 않은 채 일년인가 지내시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어제 오신 분들 중에 한 교수님은, 보고 이 분이 누구시지? 싶어서 주위 선배들한테 누구시냐고 물어봐야 했다. 세상에. 학교 다닐 때 기름을 바른 까만 머리를 뒤로 쫘악 넘기고 까만 테 안경에 까칠한 눈빛으로 수업하시던, 정말 너무 까칠해서 별명이 '심탱이'였던 (성이 '심'씨셨다) 분이란다. 허걱. 그 분이 완전히 백발에 병색있는 노인이 되어 조용히 앉아계셨다. 물론, 연세도 지금 80이 넘으셨을 거다.. 싶지만 예전 모습이랑 너무 달라지셔서 깜짝 놀랐지 뭔가. 알고보니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단다. 몇 년 전에 발병해서 약으로 지연시키는 중인데 연세가 연세시다보니 이젠 거동이나 말이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었다.

 

살아계신 분들 중에 제일 연세가 많으신 교수님은 53학번. 우리나라 나이로 85세신가. 그 분에 대한 인상은, 줄담배를 피셔서 얼굴 주위에 하얀 연기가 늘 감도는 분이다 라는 거다. 가끔 수업시간에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는 담배를 피기도 하셨던...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긴 하지만, 상당히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분이었다. 그게 또 밉지 않은, 흔치 않은 분이었고. 술도 좋아하셔서 후배들과 가끔씩 술자리도 같이 하셨고 그래서 학번 차이가 한참 나는 후배들이 '형'이라 부를 정도로 친근한 교수님이었다. 여전히 정정하신 게, 내가 대학교 때는 저렇게 술과 담배를 해서 오래 사시겠나 했건만, 제일 정정해 보이셨다. 본인도 일어나 인사하시는데, "머리는 말짱합니다"로 서두를...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다. 20살 꽃다운 나이로 입학했던 학생들이 이제는 사회에서 역할을 다하는 중장년이 되어 나타났으니, 교수님들도 그 시간동안 늙어가신 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참 인생무상이구나.. 시간이란 게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는 거구나 하는 마음에 괜히, 짠해지기까지 했다. 교수님들께나 선후배들에게나 나 스스로에게나... 짠한 마음.

 

나이가 드나보다. 이젠 젊은 날의 사람들 근황이 조금씩 궁금해지고 만나면 반갑고 그렇다. 사람 사는 게 참, 누구나 매한가지인가 싶다. 젊은 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시간은 노인을 남기고, 그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쓸쓸한 회한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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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8-12-0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간의 흐름은 정말 유수와 같네요ㅜ.ㅜ

비연 2018-12-01 19:03   좋아요 0 | URL
정말요 ...ㅠㅠ
 

 

인생을 다이나믹하게 살지 않으면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글을 올린다는 것이 상당히 힘든 일임을 고작 일주일 실천해보고 알았다. 그나마 주말에는 일이 있어서 올리지 못했고 지난 주 수요일부터 계속 하나씩 올리고 있긴 한데... 매번 어떤 화제를 써야 하나 고민이 된다. 물론 책에 대해 쓰면 됩니다만, 요즘 책 진도도 잘 안나가는 형국이라 참으로 난감. 그러고보니 나의 일상생활을 좀더 주의깊게 들여다보게 되는데... 시시하다, 시시해. 어쩌지..

 

요즘의 주중에는 말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좀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도저히 눈이 안 떠진다) 씻고 준비하고 아침먹고 출근. 오는 길에 회사 앞 스타벅스에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치듯이 들러서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톨 사이즈 테이크아웃'을 주르륵 읊고 하나 받아와서는 회사로 입장. 8시. 오전 근무하고 점심. 12시 30분경 끝. 점심은 대부분 회사 사내식당. 그리고 오후 근무. 졸리면 중간에 사내 카페 가서 다시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를 주문하여 마시고, 6시경 퇴근.

 

집에 와서 아침에 남겨두고 간 설거지거리 후딱 치우고 저녁 준비. 매번 적게 먹어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많이 퍼넣고 있는 나. 고기에 찌개에 반찬에 밥 한 아름. 이래선 안되는데 하면서 맥주 한캔 반주도 곁들인다. (이 맥주를 일상적으로 먹기 위해 컵도 샀습니다...) 그리고는 넷플릭스를 한편 보면서 '세이브더칠드런 모자뜨기' 진행. 올해도 어김없이 이걸 하고, 벌써 세 개째에 돌입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어떤 행위를 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서 매년 하게 된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이불 속에 들어가 독서.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아래 ↓.

 

 

레이프 페르손의 작품은 처음인데, 벡스트롬이라는 우웩스럽고 마초적인 형사가 나온다. 50대 독신에, 땅딸막한 아저씨 몸매를 가진 사람으로, 누구한테 얻은 금붕어(에곤)를 애지중지 기르며, 여자만 쳐다보면 꼬셔서 잠 한번 자보는 생각만 하고 먹기는 또 어찌나 잘 먹는 지. 밥 시간 어겨가며 뭘 하는 건 용납이 잘 안되는, 아주 웃긴 캐릭터이다. 그 속마음은 또 어떻고. 배배 꼬인 사람이라 읽노라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어쨌든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아주 재미있지는 않은 그런 상태이다.

 

이 책을 도대체 몇 장이나 읽고 자는 지. 어느 새 베개 위에 머리를 묻고 자고 있는 나를 발견. 시계를 보니 11시쯤? 에라 자자. 하고는 불을 확 꺼버리고 잠을 청한다. 많이 잤나 하고 일어나보면 꼭 1시 아니면 2시. 잠 못 이루는 10여 분이 지난 후 다시 쿨쿨. 새로운 날의 시작...

 

이 다음은 <페미사이드>

 

 

이런 루틴하고 평범하고 아무 특색이 없는 생활을, 요즘 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송년회의 명목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만남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생활에 변화가 좀 있으려나.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도 쌓여 있는데, 도대체 퇴근하고 가면 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말을 빌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하여간, 스펙터클한 사건사고가 없는 탓에, 매일 글을 올리다보면 그냥 궁시렁궁시렁. 이런. 이래서는 아니됩니다.. 속으로 자책 중이나, 요즘은 이상하게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정말, 아무 것도. 그래서 그냥 아무 것도 안 한다. (잘 한다..) 요리에 재미를 붙여서 가끔씩 뭔가를 만들어먹는 재미는 있다. 그제 끓였던 참치김치찌개도 그 일환. 

 

초보 요리사는 레시피에 의존하여 찌개를 끓이게 되는데, 맛이 잘 안나길래 다시 보니 설탕을 안 넣었더랬다. 그래서 설탕을 넣는다고 하얀가루가 담긴 병을 통째로 들고와 털털 털고 있는 중, 아 내 설탕은 흑설탕이었는데, 그럼 이건? .. 소금이구나. 이걸 깨닫는 데 1초 정도 걸렸다. 기겁을 하고 멈춰서서는 설탕을 다시 뿌리고 쌀뜨물 국물을 집어 넣었더니....이도저도 아닌 맛이 되어 버렸다는, 슬픈 전설같은 이야기. 사람들의 충고는 그냥 라면스프를 '적절히' 넣으시게나.. 였고 나도 앞으론 그래볼 생각이다. 이번 건 어쨌든 내 뱃속에 넣어 해치워야 하는 물건으로 다가왔다. 요즘 열심히 퍼먹는 중..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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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29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보니 웃음이 절로 나네요~저도 알라딘으로 넘어와서 1day 1paper 할려고 했는데 솔직히 몸이 지치고 강박관념 같은게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퀼리티를 강하게 가져갈라니 고갈이 오더군요...

지금은 relax하고 있습니다 야구선수도 타율이 3할이면 강타자라 합니다 4할타자는 거의없죠! 매일 매일 홈런치고 싶은데 그것도 욕심이더라구요 그냥 매일매일 쓴다는것에 의의를 둘려고 합니다요 ㅎ화이팅!!!

비연 2018-11-29 16:08   좋아요 1 | URL
앗. 그런 거군요. 전 알라딘 마을에 있은 지 어언... 흠... 어언... 십년도 훌쩍 넘었는데, 요즘 문득 내가 넘 알라딘에 글을 안 올리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매일 써야지 라는 말도 안되는 결심을 하게 된 거에요. 그냥 대충 해야 하나 싶네요 ㅋㅋㅋㅋ 고퀄을 고집하기보다 꾸준히 ^^;;

stella.K 2018-11-2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 땐 마태우스님의 <밥 보다 일기>를 읽어 보세요.
일기 하나 쓰겠다고 일상을 다이나믹하게 만들 수는 없죠.
요는 매일 꾸준히 쓰는 거라고 하더군요.ㅋ

근데 좋은 일하시네요. 세이브 더칠드런.
셋 다 응원합니다. 매일 글쓰기, 뜨개질, 요리!^^

비연 2018-11-29 16:10   좋아요 1 | URL
마태우스님의 그 책..ㅎㅎ 제목이 넘 재밌는. 전 수첩에다가 거의 매일 쓰기는 하는데, 그걸 알라딘에 옮길 내용은 아니고 해서.... 그래도 꾸준히 뭔가를 올려봐야겠어요.. ㅎㅎ

응원 감사함다~ 뜨개질은 정말 못하지만, 그래도 봉사라고 하는 것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인 것 같아요, 제게는. 우선 현물이 눈에 보이고 그게 어딘가로 전해지고 있다고 하니 말이죠. 요리는 요리는...ㅜㅜ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되어서 .. .그냥 마구 노력만 하고 있어요.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으니, 언젠가는.. 그러면서요 ㅋ

2018-11-29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8-11-30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의외로 하루 한개의 글올리기가 생각보다 힘들더군요.아무래도 알라딘 서재에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좀 많이 생각하고 글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그런것 같더군요.그래서 요즘 제가 찍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는데 이건 좀 가벼운 글이라서 그런지 쉽게 서재에 글을 올릴수 있는것 같아요.

비연 2018-11-30 08:28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방법도 있군요.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는. 사실 알라딘에 글 잘 쓰는 분들이 많아서 더 쉽게 쉽게 못 올리는 것도 있나 싶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해야 할 듯~

카스피 2018-11-30 10:36   좋아요 1 | URL
ㅎㅎ 가벼운 마음(?)으로 쓴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재작년인가 경주 황리단길을 갔다가 그곳 서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을 구입했었다. 故 노회찬의원(아..ㅜ) 이 현재 영부인에게 선물했다 하고 베스트셀러로 워낙 유명하기도 한 책이다. 사실, 나는 읽고 나서 큰 감흥이 없었다.

 

 

 

 

 

 

 

 

 

 

 

 

 

 

 

 

왜일까. 일단 작가의 역량이 문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내게 크나큰 심정적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게 컸지 않나 싶다. 내용이 그냥 그래서가 아니라, 이 시대 여성들, 82년생이건 뭐건간에,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두번쯤, 수없이 당해봤을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이 아니라 다큐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 책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어쩌면 페미니즘에 대한 저항감도 줄어든 게 아닐가 싶기도 하고. 아니, 페미니즘, 혹은 이 땅의 여성들이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방식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많이 팔렸다. 100만권, 밀리언 셀러. 정말 놀라운 숫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대립구도로 해석하는 것에는 늘 반대였다. 페미니즘 자체가 사회의 소수, 혹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일정 계층에게 저질러지는 사회적 억압과 권력 기반의 차별, 폭력 등에 대한 건전하면서도 치열한 저항감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상이 결국은 휴머니즘이 되어야 한다, 즉, 사람을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대우를 하게끔 되어야 한다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기본 생각에도 불구하고 내가 페미니즘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 휴머니즘 운운할 정도로 이 사회가 여성의 입장에서 편안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아니, 많이 불편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백만권이 넘게 팔렸다는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매우 일상적이며 만연되어 있는 다큐 같은 이야기라 할 지라도 소설화되어 우리에게 마음으로 다가올 때, 당하면서도 이게 뭐지 라고 했던 것들이 스물스물 마음 한 귀퉁이에서 올라오고 그것이 의식으로까지 발전되고 그래서 행동으로 항변할 수 있게 된다면, 그만한 소설의 순기능이 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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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는 나에게 최적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권도 실망을 한 적이 없엇고 이번에 읽은 <빛의 눈속임>은 더더욱 마음에 잔잔히 스미는 무엇을 내내 주어서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 책을 읽으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는 나. 그걸 느끼면 더욱 행복해진다. 행복의 행복의 행복의...

 

무명의 화가로, 남편 피터의 그늘 아래 늘 가려져 있던 클라라 모로의 개인전이 열리게 된다. 그것도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회 전야제, 갤러리 관계자들, 평론가, 가족, 친구들이 한데 모여 클라라의 집에서 파티가 벌어진다. 클라라의 그림은,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범작의 느낌을 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체로 호평... 거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죽은 자는 클라라가 거의 잊고 지냈던 옛친구이다. 이전에 테러리스트 소탕작전을 벌이다가 스스로도 상처를 입고 부하들 여럿이 죽게 되어 힘들어하는 가마슈 경감과 그의 부관 보부아르 경위가 여전히 상처를 그러안은 채,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쓰리파인즈 마을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누군가의 독설이나 의도적인 비난으로 인해 인생의 향방이 갈라지기까지 했을 때, 그래서 그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마음에 껌처럼 붙어 있을 때, 누군가는 망가지고 누군가는 다른 일로 재기하기도 하지만, 감정에 남은 적의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게 된다. 어느 순간, 그것이 표면으로 올라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터이고. 그 전에 상대를 용서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용서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를 한참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가지고 있다. 아픈 상처. 시기와 질투로 인한 상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 버려짐으로 인한 상처. 말로 인한 상처. 오해에서 비롯된 상처... 마음에 하나씩 둘씩 담겨져 있는 그 상처들은, 곪아져 자신을 소진시키고 분노하게 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절망감에 때로, 술이나 다른 위로의 방법에 천착하여 망가져 버리게도 된다. 나에게 상처를 준 자.. 사람은 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변했다면, 변하기 전에 했던 그(녀)의 언행을 지금의 나는 용서해야 하는 걸까. 과연 변한다는 게 가능은 할까...

 

솔직히 나는, 사람은 근본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작품 속의 보부아르 경위에게 많은 공감을 했었다. 변하려고 노력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달라질 수는 있으나, 어떤 순간에는 본연의 모습을 도로 드러내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는 바꾸기 힘들다.. 라는 생각에 사람을 가리게 될 때도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변했으니 달라졌으니 너도 이제 용서해, 뭘 그렇게 꽁하게 가지고 있니 라고 말한다면 더 화가 날 것 같다. 그런다고 없어지지 않을 기억들. 내 뇌에 아로새겨진 그 기억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마치 용서해야 하는데 용서하지 않는 나에게 죄가 있는 양 말하는 듯 하여 속상할 듯 하다... 그래서 용서는 상대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용서는, 나를 나대로 받아들이는 거다. 상대가 변했든 변하지 않았든, 상처받은 나를 위로하고 이제 그 상처가 내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나를 자유롭게 하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작품의 많은 상처받은 자들이 용서에 대해 얘기할 때, 그런 생각을 계속 했더랬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처럼, 루이즈 페니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수많은 생각들을 참 잘 묘사한다는 것 때문이다. 루이즈 페니의 책은, 인생이 무엇인지, 참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서 잘 드러낸다는 것이고, 살인사건도 요즘 나오는 책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하드보일드 적으로 아무나 때려잡거나 그 때 그 때 욱해서 죽이거나 그냥 정신병적으로 죽이거나 그런 것보다는, 사람의 오랜 해묵은 감정들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들이 차분하면서도 짜임새있게 묘사된다. 계속 쭉 나오길, 이 시리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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