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푸른수염, 그녀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 그들의 대화에 빠지니 금새 읽어나간 명작동화의 현대판 소설. 자유로운 결말이 느껴진다
푸른수염.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조금은 괴기스럽다 하는 느낌이 있는 명작동화이죠.
금새 읽어나가겠다 하는 책을 손에 집어봅니다.
책 표지 디자인, 처음에 받았을 때는 어떤 내용일까.
푸른 옷을 입은 사제가 나오고 남자가 나오고
샴페인과 노란 빛들.
책을 다 읽고나면
아! 하고 알게 되었답니다.
사튀르닌은 멋진 저택의 방 하나에 월세로 들어오기 위해 집주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욕실 딸린 40 제곱미터 크기의 방. 주방 기구 완비된 넓은 주방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집에 겨우 월세 유로 5백.
왠지 꿍꿍이가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이지만
친구네 집에 얹혀 살자니 미안해서 독립하려는 사퀴르닌.
일단 만나보기로 하고 집을 찾습니다.
이 집 주인 평판, 못 들어 봤어요?
그런데, 함께 줄 서 있던 여자가 이 집 주인의 평판을 아느냐고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미 여덟 명의 여자가 그 방을 얻었고. 그런데 모두 사라졌다고 하죠.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튀르닌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자는 이 방은 사튀르닌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방은 당신 거요
사튀르닌은 집주인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의 자기 소개를 듣고는 바로 그녀가 방의 임자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루브르 미술학교에 근무하기 때문인가요?
좋을 대로 생각하시오. 방부터 보여 드리지.
사튀르닌은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루브르 미술학교의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었죠.
이 배경의 영향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녀의 외모때문이었을까요?
책에서는 그녀가 아름답다라던가 하는 외모적인 면에 대해서는 설명이 딱히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그녀의 출신, 학력 등. 그리고 대화에서 그녀의 깔끔한 성격 정도.
여긴 내가 사진을 현상하는 암실의 문이오. 잠겨 있진 않소. 신뢰의 문제니까.
물론 이 방에 들어가는 건 금지요. 당신이 이 방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내가 알게 될 거고, 당신은 크게 후회하게 될 거요.
돈 엘레미리오는 다른 방은 모두 들어가보도 괜찮지만 검은색 방, 암실만은 들어서면 안된다고 합니다.
동화 푸른수염에서도 암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요.
이 책은 그런 모든 장치들 또한 같은 설정을 해 둡니다.
신뢰의 문제.
돈 엘레미리오는 신뢰의 문제라며 방을 잠궈두지 않습니다.
명작동화에서는 열쇠로 잠궈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주인은 세입자에 대해서 들어서지 않기로 약속하는 신뢰를 하겠다고 선언을 하죠.
잠궈두지 않고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하는 이야기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명작도 소설도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외국속담처럼,
인간의 호기심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휴대폰 생각이 나더라구요.
배우자, 혹은 애인들에 대해 휴대폰이 공개되어 있느냐 아니냐
그리고 푸른수염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듯이 그 휴대폰 메세지들을 몰래 보고 싶어하는 심리.
그 호기심으로 인해 때에 따라서는 분란이 일어나게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사튀르닌은 돈 엘레미리오와의 약속을 잘 지켜갑니다.
이전 세입자들처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을 하죠.
그녀는 돈 엘레미리오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사튀르닌은 돈 엘레미리오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지닙니다.
꼭 그녀들의 죽음을 밝히겠노라며
실종자들에 대한 그녀의 사명감은 대단했죠.
바로크 양식의 금잔에 담긴 불투명한 노른자 크림이 너무 아름다워요!
미술학교의 교사 답게. 그녀의 심미안은 일반 사람과는 달랐지요.
요리를 즐기는 돈 엘레미리오의 요리에 대해 그녀는 극찬을 합니다.
그리고 돈 엘레미리오는 그렇게 노란색에 대해 극찬을 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외치지요.
감성적인 돈 엘레미리오는 책 전반에서 금을 찬양하기에 노란색에 대한 열정을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또한 그는 계란에 대해서도 열광하는 남자였지요.
그는 이렇게 사튀르닌에 대해 진정으로 사랑에 빠지고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녀도 그를 사랑하게 될까요?
이 샴페인, 벨벳 같아요. 황금빛 벨벳. 정말 굉장해요.
20년간 외출조차 하지 않았던 돈 엘레미리오. 그의 아버지는 화려한 분들이었습니다.
파티를 열기를 좋아했었죠. 하지만 그는 부모님의 사고 이후,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튀르닌이 맛있는 음식에는 샴페인을 마셔야 한다고 한걸음에 샴페인을 사오게 되고,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튀르닌을 위해 돈 엘레미리오는 샴페인을 계속 등장시키지요.
그녀의 표현 또한 예술적이었지요.
황금빛 벨벳.
그런 그녀를 돈 엘레미리오는 사랑을 넘어 숭배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돈 엘레미리오는 대화 중, 그녀에게 자신은 여성을 존중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그전 여인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그녀들을 사랑했다는 느낌이었지요.
그러나 사튀르닌에 이르러, 그녀는 뚜렷한 여인이었고,
그녀에게 돈 엘레미리오는 군림하는 여성으로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독자의 느낌이 아니라 돈 엘레미리오 본인도 지적이고 명령하는 그녀가 좋다고 고백을 하지요.
황금을 사랑하는 돈 엘레미리오에게 그녀의 이러한 표현들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하지요.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안감을 쓰다듬었다.
가슴을 에는 섬세함이 그녀를 망아 상태에 빠뜨렸다.
.... 그 노란 천의 부드러움이 넋이 나간 여자의 손과 뺨을 자극했다.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손수 제작한 치마를 선물합니다.
미술교사인 그녀는 돈 엘레미리오의 작품에 넋이 나가게 되지요. 그녀는 미를 알고 있는 여자였습니다.
노란색 치마 안감.
돈 엘레미리오는 노란색으로 그녀를 안아주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노란색이오.
.. 노란색은 특히 형이상학적인 색이오.
노란색과 검은색의 대조는 인간의 망막에 발현될 수 있는 최대치의 생리학적 대비를 구성한다오.
금과 일치하는 스펙트럼의 색깔인 노란색.
돈 엘레미리오는 그녀를 노란색으로 이야기 합니다.
금을 좋아하는 돈 엘레미리오. 금과 일치하는 스팩트럼의 색깔이라...
다른 색보다 노란색은 그에게 특히 특별했지요.
그는 시종일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됩니다.
첫인상 때문만이 아닙니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귀족.
연애만 하겠다 하는 그를 결혼하고 싶게 하는 그녀.
강한 주관이 있고 심미안 있는 그녀 넘어올 듯 넘어오지 않습니다.
그를 더욱 안달나게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녀는 정말 그를 끝까지 사랑하지 않을까요?
지하철역 근처에서 공공 벤치 하나를 발견한 그녀는 그곳에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그녀 앞에 둥근 지붕에 금박을 새로 입힌 앵발리드가 우뚝 서 있었다.
이상적인 조명 덕에 금빛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그녀는 마지막 장면에서 금빛의 찬란함을 감탄하게 됩니다.
그녀도 금빛을 사랑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그녀는 돈 엘레미리오 집을 나와 친구를 기다립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마무리 감정으로 남았지요.
"도대체 뭘 알고 싶소?
그리고 뭘 차라리 모르고 싶소?"
사튀르닌은 끊임없이 돈 엘레미리오에게 그녀들의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초반에 돈 엘레미리오가 연애사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면 관심없다며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지요.
사튀르닌는 돈 엘레미리오의 머리에 앉아 그를 조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암실에 대해서도 그녀는 누가 주인인지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둘 사이에는 많은 대화가 오가는데, 음식 종교 가치관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음에도
사튀르닌과 돈 엘레미리오의 며칠간의 이야기를 순식간에 받아들이게 되는
책을 잡으면 순식간에 책장의 마지막장으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네요.
책은 감정의 지나침을 부르지 않는 어조로 쓰여있습니다.
담담하게 쓰여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어느정도 어떤 내용이겠다 하는 예상을 하면서 읽어나가게 됩니다.
저택 안. 한정된 공간에서 매일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남녀.
감정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사튀르닌과 돈 엘레미리오.
그래서인지 가슴시린 마음을 마무리 감정으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황금. 노란색을 숭배하는 돈 엘레미리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또, 8명의 그녀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