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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평점 :
돌아 돌아, 서울편을 펴 내었다고 하는...
아마 어느 댁에든 한 권즈음은 있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가 고등학교때였던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들어서
그 옛날(?)에 몇 권 있었는데, 그때는 다른 지역이라
조금은 괴리감(?)도 없잖아 있었던 독서수준이 낮았던 독자는
이번, 서울편의 소식에 특히나 끼앗호! 쌍수를 들어 반갑게 읽어봅니다.
현재는 1권과 2권이 출판되어 있는데,
앞으로 3권과 4권도 출판된다 해요.
다음 두 권도 꼭꼭 챙길 것임을... 선언합니다!
이번 서울1권에서는,
종묘,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을 살펴봅니다.
종묘.
종묘에 간 기억은 몇년 전 겨울이었습니다.
유흥준님이 그러셨습니다.
종묘는 봄,여름보다는 가을,겨울이 적절하다고.
물론, 봄, 여름도 그 웅장함에
그리고 신을 모신다 하는 의미에서 숙연함으로
분명, 느낌이 올 것입니다만.
저도 가을,겨울이 제철이라는 주장에 동의해봅니다.
돌아가신 왕과 왕비, 그리고 충신(?)들을 모시는 곳.
이곳은 단순히 령을 모신다하는 의미만으로 보면 안되고,
조선이라는 근간을 뿌리있는 곳임을 내세우는
나라의 격을 상징하는 곳이라 보아야 한답니다.
세상의 모든 신전에는 본전의 권위를 위한 건축적 장치가 있다.
대한민국 곳곳을 둘러보며
지금의 그 장소가 되기까지의 시간의 흐름을 보는 저자이니,
휙휙 그저 스쳐만 지나가는 우리가 얼마나 안타까우련지요.
아무 사전 조사도 없이, 아이들 어릴때 찾았던 종묘라서
이 책을 읽다보니, 어려있는 정치적인 역사, 상징하는 이야기에
내가 가본 곳이 그 곳이 또 다르게 새롭게 보이게 된답니다.
서울 여행을 한다면, 서울이 얼마나 역사적인 공간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고, 그리고 담겨진 역사를 이야기로 전해듣고서
그리고 둘러보면 더 의미가 있겠지요.
종묘제례는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슬픔의 제례가 아니라
유교의 종교의식인 동시에 국가의 존립근거를 확인시켜주는
국가의식이다.
종묘 건축물만을 보는 것은 겉모습만 보는 것이니,
그리하여, 그 내부의 의식을 알게 되는 계기는 종묘제례라고.
그리고 종묘제례가 숙연하고 슬픈 내용이겠거니 하지만,
사실은 노래와 춤과 음악으로 오늘을 축복하는 길례(吉禮)임을
이번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아차리게 된답니다.
신도, 밟지말고 곁으로만 가야한다는 것을
그 전에 다른 궁을 갔을 때는 사실 잘 몰랐는데 말이죠.
알게 된 것은 바로, 종묘 덕분이었더랍니다.
그런데, 종묘의 신도는 폭도 좁고 바닥을 거칠며
중간에 꺾여 들어갑니다.
좀 반듯하지 않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정전의 건축과 일체를 이루는 디자인이며
가무악으로 이루어진 제례의식의 경건하지만
위압적이지 않는 길례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반영한 것이라 해요.
1장을 지나, 2장부터는 궁에 대해서 알아보게 됩니다.
'나는 우리 나라를 사랑합니다!'하고 외치는 유흥준님이 아니지요.
열심히 살피고 발걸음으로 닿아보며, 우리에게 알려주는 분.
그리하여, 서울의 특성을 우리에게 다시 알려줍니다.
서울은 '궁궐의 도시'라는 것을 말이죠.
이 속에 살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남다른 특성이 이렇게 쏙! 있었음을 깨닫게 되네요.
한양 5대 궁궐, 조선의 법궁으로서는 경복궁을 이야기하는데,
태조와 태종 간의 그 긴박한 관계,
그리하여 경복궁 대신 창덕궁이 또한 힘을 얻기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태종은 그래도 경복궁이 업무를 보는 곳이고,
창덕궁은 그저 쉬었다가는 숙소일 뿐이라고 보게 되니..
그렇다 하더라... 하고 우리 후손들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답니다.
저자말마따라,
조선 개국 후 10년 사이 전혀 다른 격으로 지어진 두 궁궐,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비극의 소산이었지만,
결국 우리 문화유산의 큰 자산이 되었다 하는 것.
그 시대에는 참 아팠겠지만...
그런 역사로 인해 조선이 이러저러 한국의 성장과정이었겠다고
선조들께는 죄송하지만, 감히 생각해보며 위로를 보내게 되네요.
창덕궁 돈화문 문루에, 종과 북이 걸려 있고,
정오 외에 밤 10시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정'이 있었다는 역사,
중세시대는 종교이데올로기로 엮었다 하더니,
유교로 행동의 규칙을 세웠었다는 세세한 지침이 흥미롭네요.
그러게 말이죠. 창덕궁은 후원이 멋지다고들 해서,
창덕궁 자체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고만 생각하곤 했는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사진 자료가 가득 함께 하고 있어서
그것도 일반 관람객은 건물만을 들락거리게 되는데,
큰 그림으로 보게 되는 건물들의 모습이 또 다른 느낌이에요.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1>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있지만, 외적인 내용보다는
그 뒤안길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지요.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사랑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해요.
안타깝고 슬펐던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 명시하지만,
마음 아픈 역사라고, 고개를 돌려버릴 것이 아니라,
그러했다는 사실은 분명 인지하면서,
그렇지만 또 다른 좋은 점을 함께 알려주고 있답니다.
참 편안하게 읽게 되는 책.
조선역사에 대해 꽤 많이 보아왔다 싶지만,
유흥준 작가에게서 듣게 되는 역사는 공간과 더불어지니 또 다르게 생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