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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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이 정말 많다. 

읽던 페이지가 정말 좋아서 써놓으려고 서재에 들어옴. 



카르디날 르무안 거리에 있는 방 두 칸짜리 우리 아파트는 온수도 안 나오고 제대로 된 화장실 시설도 없이 간단한 변기통만 있었지만, 그래도 미시간의 오막살이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전망도 좋고, 바닥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그림들이 걸려 있는, 쾌적하고 기분 좋은 집이었다. 

  그날 책 꾸러미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에게 내가 발견한 그 놀라운 장소에 대해 말해 주었다. 


"타티. 그러지 말고 오후에 다시 가서 돈을 내고 와요." 아내가 말했다.

"그래야지." 내가 말했다. "우리 같이 나가서 그 서점에 들렀다가 강변로를 산책하자."

"화랑과 상점 진열장도 볼 수 있게 센 거리 쪽으로 내려가요." 

"그러지.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없어. 그리고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우리가 아는 사람도 없는 카페에 들러 한 잔씩 하자." 

"두 잔 마실 수도 있죠."

"그리고 어디 좋은 곳에 가서 식사도 하자."

"그건 안 돼요. 서점에 돈을 갚아야 하잖아요."

"좋아. 그럼, 식사는 집에 와서 하기로 하고, 건너편 협동조합에서 본산 질 좋은 포도주를 한 병 사고, 괜찮은 요리를 만들어 먹기로 하자. 창문을 통해 여기서도 진열대에 표시된 가격을 볼 수 있잖아. 그러고 나서 책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 사랑을 나누자고."

"우리, 한눈팔 지 말고 우리만 사랑하기로 약속해요."

"물론이지."

"아주 멋진 저녁이 되겠네! 그럼, 일단 점심부터 먹는 게 좋겠어요."

"배고파." 내가 말했다. "까페에서 작업하면서 크림커피 한 잔 마신 것 밖에 없거든."

"글은 잘 되고 있어요, 타티?"

"그런 것 같아. 그러길 바라지. 점심으로는 뭘 먹을까?"

"으꺤 감자, 야채샐러드, 맛있는 송아지 간과 삶은 무 요리를 먹을 거에요. 후식으로는 애플파이를 먹죠."

"이제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고, 또 여행을 떠날 때에도 그 책들을 가져갈 수 있어."

"정말, 그래도 된대요?"

"그렇다니까."

"실비아의 가게에는 헨리 제임스의 책도 있나요?"

"물론이지."

"정말이에요?"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런 곳을 발견하다니. 우리에겐 정말 행운이에요."

"우린 언제나 운이 좋잖아." 나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어리석게도 나무를 두드리지 않았다. (역자주: 서양에는 액운을 피하려면 나무를 만져야 한다는 풍습이 있다)  아파트 안에는 나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는데도. 



세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 중. (35-38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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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FJH 2013-09-0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기에'도'"를 보고 여기 들어와봤더니 역시. :)
근데 "액운을 피하려면 나무를 만져야 한다는 풍습"에 심기가 불편해졌어 난;;
나무를 만지는게 아니라 두드리는거라고! 아님 말로 "knock on wood"라고 하던가. ㅎㅎ
(미안 내가 요즘 왕까칠모드임 ㅠㅠ)
어쨌든 센 강부터 오홍 파리다+_+! 하고 눈 초롱초롱하게 읽었음! ㅋㅋㅋㅋ

heima 2013-09-05 15:15   좋아요 0 | URL
나도 저 부분읽다가 찌릿- 했다우. ㅎㅎ
파리 또 가보고 싶다. 예전에는 어려서(?) 그런가 제대로 못 보고 온 느낌이...

GGFJH 2013-09-10 10:28   좋아요 0 | URL
나도나도! 그때도 "이 시기가 두고두고 생각나겠지" 하고 생각은 (머리로만) 했지만,
정말, 두고두고 생각나 ㅠㅠ 상상한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아련(?)하게 그리움이 물씬;;
꽃보다 할배 처음 2편 지난 주말에 봤는데, 파리 시내 곳곳 나오는것 보고 ㅠㅠㅠㅠ 했어;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