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읽고 싶은' 책보다는 '읽어야 하는' 책을 구매하곤 했다.
종종 읽고 싶은 책들을 사기도 했지만 그것은 오프라인 서점에 들렀을 때 서너권 손에 붙여 나오는 정도였다.
읽어야 하는 책은 전공책이거나, 신간이거나, 일에 관련된 책이라
주로 비쌌고, 두번 고민할 것 없이 샀고, 한번 읽고 난 후 두번 다시 넘겨보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이렇게나 자주, 많이, 빠르게 쏟아지게 된 것은
알라딘 서재를 알고 난 후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 것도 하나의 계기였고,
SNS를 통해 책 소식을 좀 더 다양하게 접하게 된 것도 계기였다.
덕분에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는 늘 포화상태이지만, 그런 책들을 맘놓고 주문할 간(?)은 아니라
늘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점점 닳아가는 도서관 대출카드 마그네틱이 나의 독서생활의 영수증 같은 거였다.
그즈음 한국에서도 헌책방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 절판된 책을 구하러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몇 번 이용하기도 했지만, 헌책방은 나의 독서생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에서 잠깐 지낼 때, book-off 와 half price book store 를 정말 좋아했는데, 한국에선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책방거리는 많았지만 여러가지로 제약이 많았다.
헌책방의 매력이 내 삶에 들어온 것은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을 통해서였다.
그곳에 가면 권당 3천원 남짓한 돈으로 빌려 읽었던 책을 소유할 수 있었다.
작년 봄에는 주말마다 성미산, 강남역, 심지어 헤이리까지 헌책을 구경하러 다니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름값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구나..)
인터넷 헌책방 중에는 북x아, 고x마 등을 종종 이용하기도 했고.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이 모습을 갖추어 가면서, 나의 책 구매의 70퍼센트는 새 책이 아닌 중고책이 차지하게 되었다.
알라딘 종로 중고책방이 열리던 날, 사정상 가보지는 못하고 후기라도 보고 싶어 그 날 하루 네이버에 알라딘 종로를 오십번 정도 검색했더랬다.
내가 이 이야기들을 왜 쓰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점심에 또 중고샵의 유혹에 빠져 2만원에 맞추어 책을 주문하고
심장이 콩닥대는 오후를 보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났네.
헌책방 할아버지들의 직업을 빼앗지 않는 선에서, 중고샵이 많이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오늘 주문한 책은 바로바로!
그리고 최근 중고샵에서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에 득템해서 너무 행복했던 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