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지님과 다락방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이다. 오늘내일 쯤 도착할테고, 지금 읽는 책들을 다 끝내면 내일모레 쯤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몇 일 고민하다가 다락방님이 리뷰에 쓴 '마음불편해짐' 을 보고 주문했다. 나는 마음 불편해져야할 때가 되었다.
장미 없는 꽃집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재작년 여름엔가 비가 많이 오던 그 즈음에 한창 보았다. SMAP의 멤버인 카토리 싱고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여배우인 타케우치 유우코가 주연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 드라마에서 카토리 싱고는 답답하리만큼 착한 성격으로 나온다. 모두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이 습관인 사람. 마트에서 줄 서는 것도 지하철을 기다리는 것도, 모두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는 사람.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삶의 속도를 좀 늦춰야지 다짐했었다. 일부러 불필요한 양보도 많이 하고 시간의 손해도 많이 보던 지난 가을이었다. 그러나 다시 빨라지고 말았다. 조급한 걸로는 세계 일등이 되었다.
어제 일이다. 주차를 했다가 일을 끝내고 나와 출차하는데 네 방향에서 오는 차들이 합쳐져서 한 줄의 좁은 길을 겨우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 약 100대의 차들이 있었고, 우리는 앞에서 10등 안에 나갈 수 있는 순서였다. 안내요원이 갈 차와 기다릴 차를 지정해주었다. 차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앞차에 바짝 붙어 있었고, 안내요원은 그렇게 꼬리물고 바짝 붙은 차들을 차마 세울 수 없어 보내주곤 했다. 운전을 하던 남편은 자기보다 먼저 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되는 차들에게 모두 다 먼저 가라고 손짓을 했다. 20분째 공회전 중이었다. 이제 우리가 갈 차례가 되었는데, 안내요원은 사람좋아보이는(?) 우리차를 만나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는지, 우리차를 대기시키고 도끼눈을 뜨고 꼬리물기하는 다른 차들을 모두 다 먼저 보내주었다. 남편은 조용히 안내요원의 지시를 따랐고, 우리 뒤에 서있던 십 여대의 차들은 뒤로 돌아 다른 줄로 옮기거나 다른 꼼수를 쓰고 빠져나갔다. 결국 40분의 공회전과 기다림끝에 그곳을 꼴찌로 빠져 나왔고, 나는 뿔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느냐고 남편에게 비난을 마구 하고 싶었는데, 사실 남편이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혼자서만 부글부글 씩씩거렸다. '잘했어요 여보, 우리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 먼저 보내줘야죠. 잘했어요 토닥토닥' 이라고 하는 아내가 되고 싶은데, 나는 계속 화만 났다. 나는 너무 모자라다.
불편해져야겠다.
난반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런 사소한 결심과는 스케일이 다르겠지만, 어쩌면 책을 읽고 나서는 이 페이퍼를 내리고 싶을만큼 동떨어진 이야기를 내가 지금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조급한 삶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고 옆을 좀 더 돌아보아야겠다는 측면에서 사소한 결심을 해본다.
주말에 마트에 가면 급해보이는 뒷사람에게 먼저 계산하시라는 말을 해봐야지. 순서를 지키는 남편에게 '당신 참 멋있어요' 라고 해야지. 새해에는 조금 더 천천히 옆을 보며 살아야지.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