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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휑하다.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다. 빈 사무실에서 신간리뷰를 쓴다. 더 휑하다. 왠지 이 책들이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점심에는 생선구이를 먹으면 좋겠다. 왠지 그러면 좋을 날이다.  

 

 

  1.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사실 그동안은 대부분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해 왔다. 나의 공부는 가슴 뜨거운 공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정치적 색깔이 어떠냐에 관계없이, 필진들의 이름에서는 무언가 에너지가 느껴진다. 꼭 알아야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주제들에 대해서, 뜨거운 필진들이 대신 고민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아 준다.

우리가 살아갈 공부란 무엇일까. 가슴 뜨거운 공부는 무엇일까. 그들이 고민한 흔적을 나도 엿보고 싶다.

 

 

 

  2. 인공낙원    

이 책은 지난달부터 왠지 관심이 갔다. 구성이 마음에 든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도시계획과 도시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옆지기가 참 좋아할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집 앞에 부도난 아파트가 일년여를 비바람을 맞으며 휑하게 서있다가 이제야 유명 브랜드 이름을 달고 도색작업에 들어갔다. 덕분에 요즘 집 주변에는 온갖 종류의 플랜카드가 휘날린다. 플랜카드를 읽다보면 저 곳은 꼭 들어가 살아야만 하는 낙원이다. 불과 삼개월 전까지만해도 흉물스럽고 쓸쓸한 미완성작이었는데.    

지난달에는 강원도 유명카지노 근처에 출장을 다녀왔다.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고한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무튼 궁금한 것이 많다.  읽어야겠다, 이 책.

 

 3. 역사의 미술관 

 이주헌씨 책이 나오면 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늘 사 모으지만 이상하게 내 지식세계는 밑이 빠졌는지 아무리 물을 부어대도 늘 빈 독이다. 붓는 속도가 빨라지고 양이 많아지면 언젠가 찰랑찰랑한 독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이번에도 두근두근하다. 역사와 미술의 만남이라, 가장 관심이 가지만 동시에 가장 자신없는 두 영역이다. 이번에도 그를 기대해본다.

 

 

 

 

 

 

4.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미국대학에 살짝 발끝을 담그어 보았다. 무언가 한국과 다르긴 하다. 그 다름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다. 아이비리그는 누구나 흠모하는 곳인데, 그 흠모의 농도만큼 환상이 뒤덮고 있다. 환상이 진할수록 실체는 흐려진다. 우리는 빛은 보되 그늘은 보지 못하고 있었다.  

 강준만씨의 책이다. 실체를 가까이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5. 보수를 팝니다 

 나는 진보인가? 딱히 그렇게 말하기엔 아직 확신이 없다. 나는 보수인가? 어떠한 영역에서는 나도 참 보수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보수는 상식을 벗어난 진보보다 더 싫음은 분명하다. 기득권은 더 상식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더 공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닥치고 정치, 조국 현상을 말한다..를 아직 읽지 않았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바빠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우선순위의 가장 위에 올리고 싶다. 보수가 궁금하다. 보수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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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큰 변화가 있어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탓에 알라딘에 짧게 나마 끄적거리던 습관마저 놓쳤다.  삶이 얼른 안정을 찾아서 모든 것이 궤도에 오르기를 바라며 11월에 읽고 싶은 신간을 뽑아본다.  

 

1. 박정희의 맨얼굴 

 

알라딘 책소개 경제학을 전공한 쟁쟁한 국내학자 8인이 박정희 경제신화 해부에 나섰다. 그들은 소총을 분해하듯 박정희 신화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떼어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함세웅 신부는 발간사에서 “이 책이 친일 매국과 독재 체제가 형성한 온갖 부정과 불법을 송두리째 타파하는 변혁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전태일 열사와 같은 노동자의 희생 없이 어찌 고도성장이 가능했겠느냐”라며 박정희 혼자서 그 공을 차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박정희는 재벌과 비대한 토건 부문을 특징으로 하는 산업과 정부 통제 아래 이들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는 관치 금융이란 왜곡된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결국 재벌-토건-경제 관료를 축으로 하는 3각 특권 성장동맹을 낳았고, 이 동맹은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를 한국 사회에 전파하며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박정희 향수란 바로 이 성장 이데올로기의 한 표현이다. 박정희 경제는 언젠가는 운명적으로 환란과 같은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였다는 것이 유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2. 목민심서 

  

알라딘 책소개 '동서문화사 월드북 총서' 165권. 다산의 <목민심서>는 <흠흠신서gt;, <경세유표>와 더불어 ‘일표이서(一表二書)’라 불리는 정약용의 대표작으로 다산이 학문적으로 가장 원숙해 가던 때에 이루어진 저술이다. 목민관, 즉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저작으로 조선 후기 사회경제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규장각, 홍문관 등 중앙관서에 몸담았던 다산이 사회 현실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된 것은 서른세 살 경기도 암행어사 시절이었다. 다산은 이 때의 체험과 더불어, 공정과 성실을 다해 다섯 고을 백성을 다스렸던 아버지의 치세술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뒷날 <목민심서>를 집필하게 된다.

그는 서문에서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여위고 곤궁하고 병까지 들어 진구렁 속에 줄을 이어 그득한데도, 그들을 다스리는 자는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개탄했다. 다산은 이 책에서 부패가 극에 달한 조선 후기 지방의 사회 상태와 정치실태를 민생문제 및 수령의 근본적인 직무와 결부시켜 아주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3. 니코마코스 윤리학 

  

알라딘 책소개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작이자 서양 윤리학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고전(古典)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한 궁극적 목표를 위해 인간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그는 서양윤리학의 근간을 세우는 이정표를 남기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핵심 개념은 '행복'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권 7장에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기능 논증'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석 틀에 입각해 행복의 구체적 정의에 도달하고자 한다. "각각의 인공적 존재의 기능은 무엇인가? 각각의 자연적 존재의 기능은 무엇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기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의 연쇄로 이루어진 이 논증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나의 의미심장한 결론을 도출해낸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고유 기능은 '탁월성에 따르는 이성적 영혼의 활동'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인간의 최고선이며 행복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반성적 수준에서의 행복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탁월성'이란 무엇이며, 또 탁월성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탁월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지적 탁월성이고 나머지 하나는 성격적 탁월성이다. 지적 탁월성은 유전과 교육의 결합을 통해 생겨나며, 성격적 탁월성은 모방, 실천, 습관 등을 통해 얻어진다. 우리가 계발한 습관들은 결국 품성상태(hexis), 즉 일정한 조건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안정적 성향으로 전환된다.


 

4. 루소의 개 

  

알라딘 책소개 <비트겐슈타인은 왜?>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명콤비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존 에이디노의 신작. 이번에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유럽 궁정과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상 초유의 스캔들, 즉 루소와 흄의 싸움을 재구성한다.

루소와 흄이라는 계몽주의의 두 거인이 남긴 저서들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비망록, 문서, 일기 등을 통해 이 두 사람의 인간관계를 꼼꼼히 조사한 에드먼즈와 에이디노는 루소의 자서전 <고백>에도, 흄의 <나의 생애>에도 전혀 그 전모가 밝혀진 적이 없는 “18개월 동안의 일”을 마치 지금 눈앞에서 일어난 일인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두 사람의 궤적을 좇아 18세기 제네바, 파리, 런던 등지를 종횡무진 누비는 저자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덧 루소와 흄의 복잡한 삶과 사상은 물론이거니와 계몽주의 시대의 살롱과 사교계가 지닌 문화적 의미, 위대한 사상가들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쉽고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철학사의 또 다른 ‘결정적인 한 장면’을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엮어낸 <루소의 개>는 철학적 재미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인문학적 호기심까지 두루 충족시켜주며, 계몽주의라는 철학사의 위대한 조류를 더없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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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월 항쟁  

 알라딘 책소개 6월 항쟁 25주년이 되는 2012년을 앞두고, 6월 항쟁의 전 과정을 생생히 복원하고 그 역사적 의미와 유산을 현재적 시점에서 평가하려는 책이다. 저자는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 서중석 교수는 6월 항쟁을 1945년 8.15해방, 1960년 4.19혁명에 이어 한국인이 맞은 세 번째 '해방'이라고 강조한다. 30년간 줄기차게 전개해온 민주화운동의 정점에 6월 항쟁이 우람찬 봉우리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중석 교수는 서문을 통해 "수십 년 싸워서 얻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남북화해와 평화가 너무 쉽게 훼손되고 후퇴"하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에 개탄하면서, 시위와 투쟁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했던 선배들의 헌신성을 젊은 세대들이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6월 항쟁의 전 과정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6월 항쟁 기간에 벌어졌던 주요 시위와 농성을 시간적 경과에 따라 꼼꼼히 기술했다.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민중의 분노가 6.29선언으로 결실을 맺을 때까지 6월 항쟁의 전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역별.시간대별.사건별로 시위 전개 과정을 박진감 있게 기술해 글의 생동감을 더했다. 시위대별 구성 주체와 시민들의 반응 등 당시 자료를 참고하여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6월 항쟁에 대응하는 전두환 정권 측의 반응과 동향까지 더해 6월 항쟁이라는 큰 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이 책의 특징은 그동안 6월 항쟁에 대한 연구가 주로 민주화운동 쪽의 자료에 의존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전두환 정권 측의 자료들을 적극 참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두환 정권 쪽의 자료들을 정교하게 분석하여 기존 민주화운동의 것과 비교.결합시킨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6월 항쟁의 역사적 진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저자의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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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작성하실 때 알라딘 소개글보다는 한두마디라도 본인의 추천글 달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상품 넣기 기능을 이용하시면 더 편리하게 페이퍼에 상품을 추가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heima 2011-11-11 11:13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 상품 넣기로 넣는다고 넣었는데, 밑에 세권은 링크가 안 걸려있네요? 이상하다..ㅠ 다음엔 한번 더 확인할게요~ ^ ^
 
걸작의 공간 - 작가의 집에 대한 인간적인 기록
J. D. 매클라치 지음, 김현경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글도 글이지만, 그림에 한참동안 눈이 가 있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내릴 순 없지만, 작가들의 삶 중 행복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었다. 그들이 행복을 어느만큼 포기하고 걸작을 남겨준 덕에 나는 지금 그만큼의 행복을 더 얻었다. 고맙고 짠하다.    

 

개인적으로는 인간 윌리엄 포스터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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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몰려왔다. 반팔 티셔츠를 개켜 넣고 두꺼운 외투를 꺼내는 작업을 부리나케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당황도 했지만, 따끈한 코코아나 향 진한 커피 한 잔 홀짝이며 책 읽는 계절이라니 생각만 해도 좋다. 차가운 10월을 함께 하고 싶은 따끈한 인문사회과학 신간들... 

 
   

1.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을 인문사회과학 코너에 넣자니 뭔가 어색한 기분. 에세이에 해당하는 건가 고민하다 알라딘에서 이쪽으로 분류해 주셨으니 여기에 써도 되겠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늦은 밤 바싹 구워 기름 뺀 삼겹살을 씹는 성스러운 시간을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필력이라면 나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들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채식주의자라 결사 반대했다는 아는 분의 웃지 못할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사람마다 각자 견지하고 있는 입장이 어떻든 분명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긴 하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것은.

 

알라딘 책소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첫 번째 논픽션. 육식은 과연 자연스러운 관습인가, 이 시대의 악덕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포어는 공장식 축산업 종사자,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 채식주의자 도축업자 등 다양한 입장을 지닌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했고, 소설가의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자료를 내세워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다.

포어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모순된 태도를 지적하며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인용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포어는 인간이 문화적 배경 아래 선택적으로 육식을 하고, 어떤 고기에 대해서는 금기시하지만, 사실상 그 기준은 논리적이지 않으며,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모순되며, 단 하나의 일관된 태도는 탐욕과 지배이다.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가장 잔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우리는 공감력을 잃고 그 자체를 망각하고 있다고 포어는 말한다. 그리고 그 공감력을 회복하고 우리가 벌이는 일들에서 '수치'를 느낄 때야 우리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 노엄 촘스키,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세트는 어떤 의미에서 분명히 나를 계몽시켜주었다. 요즘은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있다. 틈 나는대로 손에 잡으려 하지만, 촘스키는 내가 따라가려하면 더 한 발자국 먼저 나가있어서 늘 나를 숨차게 만든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그의 책은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원제는 Problems of Knowledge and Freedom: The Russell Lectures 이다. 지식과 자유의 문제.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를 변혁하는 것에 대하여'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러셀이 고민하고 탐구했던 '앎'과 '지식'과 '자유'를 촘스키가 소화해서 이야기했단다. 학문적 업적을 사회적 변혁으로 연결한, 많이도 닮은 두 지성인의 지적 모험의 전수를 이번 책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된다.   

라딘 책소개 20세기를 대표하는 양심적 지성인이라는 촘스키가 러셀을 존경하여 지금까지도 자기 연구실에 러셀의 초상화를 걸어두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촘스키는 러셀 1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강연에서, 러셀의 생애나 업적을 나열하지 않았다.

촘스키가 강연한 것은 러셀이 온 생애에 걸쳐 세상에 보여주었다고 촘스키가 생각한 그것, 곧 ‘앎’이란 문제에 대한 치열한 탐구 정신과 생애 마지막 무렵까지 시들지 않았던 비판 지성이다. 다시 말해 촘스키는 러셀이 추구해온 ‘지식’과 ‘자유’의 문제, 또 다른 말로 하면 인식론 철학과 정치사상을 자신이 ‘소화한 대로’ 이야기했다.

삶의 막바지 단계까지 학문 탐구와 자유를 향한 투쟁을 그치지 않았던 러셀과 촘스키는 매우 닮았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강한 정신력을 다해 만연한 무지를 일깨우는, 위험한 검은 양’ 촘스키를 위해 주문을 왼다. “아브라카다브라(네가 가진 불꽃을 세상 끝까지 퍼뜨려라)!”

   

 


 

3. 진중권, <아이콘>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진보논객 진중권. 얼마전 트위터에서 그를 애지테이터라고 표현한 글을 보고 참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때도 많지만, 각 사안에 대해서 바로바로 (이것 역시 일종의 성실함이다)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논객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이 얼마만큼 마음을 울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절반 이상은 나의 무지탓이리라), 그가 말하는 스로 점검하는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성실하게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알라딘 책소개 미학자이자 시사평론가 진중권이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철학의 38가지 개념을 소개한다. 잡지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이란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사회적 이슈들을 철학의 개념을 동원해 분석한 연재 당시의 칼럼들은, 주제별(냉소적 이성, 시뮬라크르, 정체성과 차이 등)로 분류되어 큰 사유의 틀에서 종합적, 복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

제목이 말하는 ‘아이콘’은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라는 뜻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아이콘(시각화된 명령어)을 뜻한다. 아이콘을 이용해 복잡한 명령어 없이 간단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듯, ‘개념어’를 통하면 전문적 철학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도 철학적 수준의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표명한 나의 주관적 견해나 주장들은 모두 잊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개념의 사용법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범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란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의견과 관점에는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책의 목표는 ‘내 주장이 옳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안내하는 데 있다.

 

  

4. 강신주,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강신주 박사님의 책이다.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전작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는 것은 어렵고 한편으로 괴로웠지만 분명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10월 20일에 저자 강연회도 하는 것 같던데, 갈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문정희, 백석, 신동엽, 이성복....! 반갑고 궁금하고 기대된다.

  

 

   

알라딘 책소개 2010년에 출간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시인 14명과 철학자 14명을 이번 책에서 다룬다. 문정희, 고정희, 김행숙 등 여성 시인들과 백석, 신동엽, 이성복, 김정환, 허연 등 전편에서 다루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시인들이 포함됐다. 속편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 책이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세계’로 독자들에게 읽히길 원한다.

저자는 ‘철학적’으로 시를 읽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 ‘괴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괴로움의 깊이만큼 시인과 철학자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이 책의 시선은 한층 더 깊어졌다. 사랑, 돈, 여성, 그리스도, 타자, 자유, 역사, 대중문화, 글쓰기, 감각, 관계 등을 다루고 있는 각 장의 내용도 우리의 삶과 더욱 밀착되는 주제들로 채웠다.

 

인문학은 다른 학문과는 달리 ‘고유명사’의 학문입니다.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노래하거나 논증합니다. 그들의 시와 철학에는 유사성은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김수영의 시와 신동엽의 시, 그리고 바흐친의 철학과 바르트의 철학이 유사하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시인과 철학자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의 궁극적 유사성은 바로그들이 자기만의 제스처와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시와 철학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도 그들처럼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인문정신의 소망입니다. _17~18쪽_<프롤로그> 중에서 

 

5. 김어준, <닥치고 정치> 

 나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알라딘 세일즈포인트가 16만이 넘었다. 뜨겁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hot한 사람 중 한 사람. 나꼼수를 계속 들어온 사람들은 책이 나꼼수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새롭디 새롭고 충격적인 듯 하다.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지인이, 우연히 서점에서 나꼼수를 집어들고 선 채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단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단다.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물결을 공급해 온 김총수의 명랑시민정치교본. 읽어 보고 싶다. 

 

 

 

알라딘 책소개 <나는 가수다> 평론과 <나는 꼼수다>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얻은 김어준의 명랑사회 정치교본. 보수와 진보를 사바나 시절 인간의 본능적 습성으로부터 구분 짓기 시작해 현 정권, 삼성, BBK 등 구체적인 주체와 사건을 통해서 우리나라 보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또 한편으로 그 반대편에 서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진보 정당의 한계 또한 확실하게 꼬집는다.

저자는 이런 밑그림을 충분히 보여준 다음 왜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누가 해야 하는지 현실 가능성에 근거한 전망과 플랜을 제시한다. 내년 대선과 총선에 앞서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 우리의 욕망과 희망에 부합하는지 정치가 인격화된 우리나라 정서에 딱 맞는 김어준식 해설과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수다를 떨 듯 쏟아내는 노골적인 인물평 속에는 통찰이 있다. 단 한마디로 그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시켜준다.

이처럼 김어준의 명쾌한 어법은 현 정치 판세를 명확하고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그려주고, 각자의 욕망에 따라 정치적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돕는다. 이를 통해 정치와 우리 개개인이 괴리되어 있지 않음을, 우리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해준다. 이 책의 첫 장을 낄낄거리면서 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위로와 희망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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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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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책을 한 권 읽었다. 책 전체의 분위기는 밝지 않은데, 분명히 유쾌하다. 우울 속에서도 움트는 희망에 집중하게 한다. 

콜롬비아 아가씨 루루도, 답 안나오는 신짱도, 요중 버스 운행시간에 집착하는 할아버지도, 그리고 주인공 다다와 교텐도 모두 사회의 비주류라 일컬어질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그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비주류이면 어때, 짝퉁 도쿄이면 어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어째어째 잘 살아가고 있다구!' 라는 느낌이랄까.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재미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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