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늘 짬시간에 하진의 기다림을 (이제서야) 읽었다. 원래 나는 이렇게 지나치게 묘사가 많은 글을 싫어하는데 이 작가의 서사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원문으로는 이렇게까지는 아닌데 김연수의 번역이 더 그 부분을 돋보이게 하는지도. 어쨌든 중국문화혁명기의 그 시대에 만나와 수위 그리고 화, 그리고 여러 부분에서 마치 나를 보는 듯한 꿍린..다들 무척이나 인상적인 캐릭터들이었다. 18년의 기다림을 만든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고,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탓에 만나도 수위도 힘들게 했다. 당분간 하진 작품을 몇 권 더 읽어보려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쓰레기를 읽으려고 빌려두었고, 그의 최신작인 멋진 추락이 읽고 싶어 얼마전 도서관에 구입해달라고 신청해 놓았는데, 통과될지는 모르겠다.
 

 

  



   

 

 

 

 

 

2.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를 가끔 보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인간의 증명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데, 인간의 증명을 읽지는 않았지만 대충 알고 있던 스토리만으로는 드라마를 아무리 봐도 매치가 안되더라. 클라이막스와 몇가지 얼개만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출처를 밝혔으니 나쁠 건 없지만 왠지 지재권 침해같은 느낌이 ㅎㅎ 어쨌든 출판사에서는 급히 그럴듯한 개정판을 찍어내고 로열패밀리의 원작이라고 홍보를 한다 (썩 고운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합본이 나왔으니 용서가능하다는..기회가 되면 얼른 읽어봐야지)  김영애, 전미선, 전노민은 말할 것 없고 염정아 연기가 참 좋다. 저 나이에도 저리 여리여리할 수 있다니. 그러면서도 카리스마 작렬- . 막장 설정과 자극적 요소들이 스토리와 연기의 탄탄함에 묻혀 하나도 거슬리지 않는다. 매 회 긴장감 넘치면서 완성도도 높다니. 이 드라마 앞으로도 기대된다. 
 
   

 

3. 아마 다락방님 서재의 한부분 같은데,  나에게도 잠 오지 않는 밤, '보통의 불안을 읽어도 불안이 사라지질 않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친구가 있음 좋겠다. 누군가에게 이유없이 문자를 보낸지도 참 오래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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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초콜릿이 없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초코베이스의 디저트가 없다. 그래서 지난 한 주 밥을 먹어도 끝이 개운치가 않았다. 커피와 함께 조금 입을 적실 무언가가 없었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주말이다. 나는 초콜릿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대신 두부를 한 모 샀다. 초콜릿은 살만 찌고 건강에 좋지 않으니 이제 싫어해보자라는 초콜릿코너에서의 순간의 다짐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어제는 마트를 빙글빙글 돌다가 초콜릿 대신 시금치를 샀다. 오늘 오전 비장한 각오로 잠깐 들린 빵집에서는 초코브라우니 대신 식빵을 샀다. 또 다짐해버린 것이다 그순간. 
커피 한 잔이 완벽하게 만드는 오후에 냉동실을 열고 또 실망한 나는 초콜릿 대신 동물쿠키를 입에 넣어 파삭거리고, 초콜릿 대신이라며 초록머그를 꺼내 커피를 따른다. 


사실 냉동실에 초콜릿이 가득할 때도 이삼일에 한번 정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꺼내먹었을 뿐이다. 지금의 이유없이 지나친 애절함은 그저 그리움인 것이다. 냉동실에 맛있는 디저트가 있으니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으면 된다라는 위로감, 그 위로에 대한 그리움. 

'오늘 힘들었지?'라며 무심하게 건네는 새삼스런 한마디에 별스럽게 눈물돌며 감동하는 요즘의 나를 위해, 내일은 냉동실에 예쁘고 먹음직한 초콜릿디저트를 사서 넣어두어야겠다. 아끼고 아끼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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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원 산책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오경아 지음, 임종기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것보다, 저자가 16년동안 방송작가 일을 하다가 홀연히 두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정원조경공부를 하러 떠났다는 그 사실이 읽는 내내 참 위안이 되더라. 요즘 내 상황 때문인지, 목표지향적으로 계속 열심히 달리는 사람보다 이렇게 외도(?)를 했지만 행복해하며 삶을 누리는 사람 이야기가 귀에 더 잘 들어오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름답고 역사가 스며있는 정원이, 풍경이, 문화재가 더 많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던,
팍팍한 나의 시험기간동안 소풍이 되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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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에 어딘가에 써둔 글

성미산 책방에 다녀왔다. 두번째 걸음.
불과 보름 쯤 전에 마음에 드는 책을 잔뜩 쓸어온 터라 이번 방문은 그다지 새롭지 않았지만
전에 갔을 때 꼼꼼히 보지 못했던 원서 코너를 둘러보다가 몇 가지 득템.

bill bryson 의 미국 소도시 여행기가 있었는데, 한글로 읽은 것인데 그다지 내 타입의 글이 아닌 것 같아 고민하다 두고 왔고,
oscar wilde 의 희곡 모음집 작은 책이 있었는데 고민하다 두고 왔다 (조금 아깝다).

해변의 카프카 상,하 권, 노르웨이의숲 하권 (상권은 없더라. 언젠가 발견하면 데려와야지)
그리고 한글 서적으로 뒤마클럽, 철학의 숲에서 문학읽기,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초기작 한 권을 데려왔다.

요즘 삶이 좀 팍팍해서 그런지 문학에서 위안을 많이 얻는다.

그리고 성미산 책방 참 마음 따뜻한 곳이다.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홍대 나들이 가는 겸해서 다녀와야지.

2월말부터 본의 아니게 책이 많이 생겼다.
몸살 걸린 사흘동안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이 친구가 되어 주었고,
요 며칠 공부 워밍업 하면서는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류의 책에 관한 책들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얼른 열심히 읽고 다 읽은 책 중 기증할 것들은 또 기증해야지..
책에 숨을 불어넣어주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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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설월화 살인 게임.

추리도 멋졌고 다도클럽의 모습을 넘겨다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검도 테니스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88만원 세대에 진정 친구란, 동급생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사람을 믿는다는 것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게이고의 역량이 다 발휘되진 못한 것 같은거..  나만의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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